49.문학의 이해 (책소개)/3.한국문학

행복어 사전 (이병주)

동방박사님 2022. 2. 12.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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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좌우 어디에도 속하지 않고 오로지 문학으로 세상을 이야기하려 했던 '자유인' 나림 이병주 선생

마흔네 살 늦깎이로 문단에 데뷔해 1992년 타계하기까지, 짧은 집필 기간 동안 80여 권의 방대한 작품을 남긴 이병주 선생. '한국문학의 위기'를 말하는 오늘날, 한국이 낳은 가장 뛰어난 이야기꾼인 이병주 선생의 문학 세계를 다시 만난다.

그의 작품은 19세기말 개화기에서 1980년대 '제5공화국'에 이르기까지 100여 년에 걸친 한국 현대사를 관통하고 있다. 우리가 그의 작품세계를 '소설로 읽는 한국 현대사'라 명명하는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탄탄한 이야기 전개와 구성, 민초들을 향한 애정 어린 시선과 유머러스한 문장들은 지금 읽어도 여전히 새롭고 재미있다. 무엇보다도 쉽게 읽히는 그의 소설은, 대중이 쉽게 공감할 만한 이야기를 찾기 힘든 오늘날의 한국문학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목차

사막의 나폴레옹들
비 오는 밤에 생긴 일
꽃을 가꾸는 이유
선인장에 핀 개나리꽃
컵 안의 폭풍
로맨스의 파편
주인 없는 그림자
간첩과 잉어
악에 봉사하는 미덕
지구는 숨을 죽여야 했다
옥황상제의 등장
잠자는 여자의 머리칼은 아름답다

저자 소개

저 : 이병주 (李炳注, 호: 나림)
 
현대사의 이면을 파헤쳐온 '한국의 발자크' 소설가 이병주는 1921년 경남 하동에서 출생하였다. 일본 메이지대학 문예과와 와세다대학 불문과에서 수학했으며, 진주농과대학과 해인대학 교수를 역임하고 부산 『국제신보』 주필 겸 편집국장을 지냈다. 1944년 학병으로 소집되어 중국 쑤저우蘇州의 일본군 수송대에 배치되었다가 일제 패망 뒤인 1946년 에 한국으로 돌아왔다. 1948년에 진주 농과대학과 해인대학(현 경남대학...

저자 : 이병주

이병주(李炳注, 1921~1992)는 1921년 경남 하동에서 출생하여 일본 메이지대학 문예과와 와세다대학 불문과에서 수학했으며, 진주농과대학과 해인대학 교수를 역임하고 부산 『국제신보』 주필 겸 편집국장을 지냈다. 마흔네 살 늦깎이로 작가의 길에 들어선 그는 1992년 타계하기까지 27년 동안 한 달 평균 1만여 매를 써내는 초인적인 집필활동으로 80여 권의 방대한 작품을 남겼다. 1977년 장편 「낙엽」 중편...
출판사 리뷰
주인공 서재필은 정말 나약하고 줏대없는 소시민이다. 그는 신문사 교정부에 근무하고 있는 말단 직원이며 그나마도 곧 그만두고 소설가 수업을 한다. 정의감이 있는 편이어서 곤경에 처한 사람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도와주는 미덕은 있다. 그러나 그 미덕은 많은 경우 곤경에 처한 여성들을 돌보다 그녀들과 사랑에 빠져 삼각관계를 만들고 그 와중에 온갖 오해를 받는 사건에 말려드는 계기를 만드는데 작용할 뿐이다.
그런데 이 무능력한 건달은 한국 명문인 서울대학 문리대에 다닐 때 4년을 계속해서 수석의 자리를 지킨 수재였다. 이 수재가 대학원을 다니던 시절 실력있는 선배가 처세를 제대로 하지 못해 모교 교수가 되지 못하는 것을 보고 공부를 집어치운다는 것이다. 뭐 그 정도에 인생을 접는가 질책하고 싶은 독자들은 소설 곳곳에 숨어있는 70년대 말에서 80년까지 한국의 암울했던 사회에 대한 서술에 주목하기 바란다.

모순된 현실에서 지식인의 무력감은 긍지인 동시에 오욕이었다. 그 모순의 접점에 주인공의 글쓰기가 놓인다. 주인공 서재필은 무용인無用人으로서 철저하기 위하여 소설을 쓴다. 세상에는 보람된 일을 하는 유용인有用人이 많은데 그들은 쓸모가 있는 것만을 선택해서 산다. 무용인으로서 소설가는 유용인이 쓸모가 없다고 버린 것의 의미를 탐구하며 그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여주겠다는 것이다.
참말을 하고 참되게 사는 사람이 거짓말쟁이가 되는 세상, 참말이 거짓말이 될 수도 있고 참말을 참말답게 만들려면 거짓을 필요로 하게 되는 인생의 기미를 소설로 쓰겠다는 주인공의 각오는 다시 자신에게로 향한다. 철저한 패배자로서 자신을 소설로 증명해 보이겠다는 것, 모순된 세상을 개혁하지 못하고 그것에 마음 놓고 저항하지 못하는 이 현실을, 자신의 비루함을 그대로 펼쳐보임으로써 고발하겠다는 무용인의 철학은 그를 소설가로 변화시킨다.
그러나 세상은 그로 하여금 그런 소설조차 쓰게끔 버려두지 않는다. 간첩 혐의로 곤욕을 치르고 나온 주인공은 박문혜의 권유대로 스웨덴의 우프살라 대학으로 향한다. 우프살라, 그곳은 언론의 자유가 있고 학문의 자유가 있으며 낭만이 있는 곳이다. 우프살라의 학생들이 왕궁 앞에 몰려가 데모를 하면 왕궁에서는 수고한다고 샌드위치와 포도주를 내어놓는 곳이라는 것이다. 말 한마디에 투옥되고 고문당하며 가족이 고초를 겪는 암울한 한국에서 주인공은 내내 우프살라 대학을 꿈꾼다.
그곳에는 생화학을 전공하는 박문혜가 있다. 외국어에 능통하고 생명의 과학적 측면을 인문학적 측면과 연결할 줄 아는 학자이며 미모의 소유자는 그곳에서 애타게 그를 부른다. 정치의 자유가 있고 학문의 자유가 있으면 연애의 자유가 있는 곳에서 그리고 스트린드베리의 고향이자 노벨 문학상의 수여지인 그 곳에서 작가의 꿈을 꾼다는 것은 얼마나 멋진 일인가?
소설은 갑자기 급반전한다. 미국을, 구미열강을 개화의 유토피아로 여기며 청운의 꿈을 품고 떠났던 개화기의 선각자처럼 그 또한 큰 꿈을 품고 고국을 떠나는 것이다.
닮지 않았는가? 배반을, 절망을 뒤로 한 채 미국으로, 일본으로 향했던 「무정」의 주인공들처럼, 아버지의 뜻을 잇겠다고 외친 「사상의 월야」의 주인공처럼, 갑신정변의 실패를 뒤로 한 채 미국으로 망명했던 서재필처럼, 그도 미래를 꿈꾸며 모순의 땅을 떠난다. 물론 서재필은 1950년대의 지식인 이명준처럼 제3국인 인도를 향해 떠나다가 바다에 빠져 생을 마감하지는 않는다. 작가가 70년대와 80년의 한국 상황이 전쟁 직후보다는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던 것일까?
그리도 가볍게, 그리도 농담스럽게, 심지어 한 소시민의 여성편력사, 그 비루한 일상 속에 100여년의 한국 지식인 소설의 계보를 버무려 넣을 줄 알았던 그는 감히 단언하건대 천재이다. 그 삼엄했던 시절에 농담처럼 흘려 넣었던 말들을 살펴보라. 그의 발상들이 항시 시대를 앞서가 그 열매를 다른 작가들에게 따게 해주었던 전력을 생각해보라. 「지리산」의 열매를 「남부군」과 「태백산맥」이 따먹었듯이 「행복어 사전」의 열매를 우리 시대의 젊은 이야기꾼들이 은밀히 따먹고 있는 중이라는 사실을 어찌 우리 잊을 수 있겠는가!

- 작품해설 가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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