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중국.동아시아 이해 (책소개)/1.중국역사문화

셀던의 중국 지도 : 잃어버린 항해도, 향료 무역 그리고 남중국해

동방박사님 2022. 4. 9.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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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17세기 세계무역의 중심지는 남중국해였다”

17세기 당시 자바의 부유한 중국 상인을 위해 제작된 것으로 보이는 지도가 수 세기 동안 옥스퍼드대 보들리언도서관 수장고에 묻혀 있다가 2008년에야 발견됐다. 자신의 소장 자료들과 함께 지도를 기증한 존 셀던(1584~1654)을 기려 붙인 일명 ‘셀던의 중국지도’. 위조품이 아닌가 싶을 만큼 현대 지도와 비교해 지형이 너무나 정확하고도 아름다운 이 셀던 지도는 진품이었다. 그리고 이 우아한 한 장의 지도는 우리에게 실로 놀라운 사실들을 알려준다.

중국사학자인 티모시 브룩은 독특한 방식으로 셀던 지도의 수수께끼를 풀어 나간다. 17세기 왕권신수설로 널리 알려진 영국 제임스 1세의 궁정에서 시작하여 남중국해로 독자들을 이끈다. 그는 영국 런던의 학자들과 세상의 절반이나 떨어진 중국 해안 도시 상인 사이의 놀라운 연결을 밝혀내며, 하나의 지도가 가질 수 있는 권력과 의미 사이의 품격 있는 통찰을 보여준다. “17세기 중국과 유럽은 상호작용했을 뿐 아니라 세계를 확장하고자 서로 지식과 경험을 끌어당기고 있었”고, 셀던의 중국지도는 세계화의 첫 시작을 암시하는 하나의 증거였다는 것이다.

브룩 교수는 17세기의 남중국해에서 발생한 작은 사건들과 갈등이 이후 도래한 제국의 시대, 그리고 오늘날의 국가 지원 기업들이 연합하는 시대의 전조였다며, 현재 남중국해를 둘러싼 영유권 분쟁 사이의 연관성을 강조한다. 이는 “역사를 죽은 것이나 지나간 것이 아니라 또 다른 차원의 세상이라고 볼 수 있다면, 우리는 과거와 현재가 모든 면에서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는 저자의 역사관에 근거한 것이다.

티모시 브룩 교수는 『하버드 중국사 시리즈』책임편집자로 국내에도 잘 알려져 있다. 수상작이자 세계적 베스트셀러인 『베르메르의 모자』에서 보여준 내러티브적 재능과 역사적 연결에 대한 놀라운 시각이 다시 한번 이 흡입력 있는 신작 『셀던의 중국 지도_잃어버린 고지도, 향료 무역 그리고 남중국해』에서 펼쳐진다.

 

목차

한국어판 머리말
머리말
등장인물
주요 장소
타임 라인

1장 이 지도에서 무엇이 문제인가
2장 바다를 닫다
3장 옥스퍼드에서 중국어 읽기
4장 존 사리스와 중국 선장
5장 나침도
6장 중국에서부터 항해하다
7장 천원지방
8장 셀던 지도의 비밀

에필로그
감사의 말
자료 소개
옮긴이의 말
찾아보기
 

저자 소개 

저 : 티모시 브룩 (Timothy Brook)
 
1973년 캐나다 토론토대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1984년 미국 하버드대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스탠퍼드대와 토론토대 교수를 거쳐 현재는 브리티시컬럼비아대(UBC)의 중국사 교수이자 캐나다 왕립학회 회원이다. 그의 주요 관심분야는 명대의 사회·문화사, 2차 세계대전 시기 일본의 중국 침략, 세계사와 인권에 대한 역사학적 관점이다. 저서로 『쾌락의 혼돈-중국 명대의 상업과 문화』 『근대 중국의 친 일합작』 『베...

역 : 조영헌

 
서울대학교 동양사학과를 졸업하고 중국 사회과학원 역사연구소의 방문학자(2003~2004)와 하버드 대학교 옌칭 연구소의 방문연구원(2004~2006)을 거쳐, 2006년 서울대학교 동양사학과에서 「대운하와 휘주상인」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홍익대학교 역사교육과를 거쳐 현재 고려대학교 역사교육과 교수이다. 중국 근세 시대 대운하에서 활동했던 상인의 흥망성쇠가 주된 연구 주제이고, 최근에는 북경 수도론과 동아시아 ...

 

역 : 손고은

 
캐나다 오타와대에서 정치학 전공으로 학부를 마친 후, 고려대 역사교육전공으로 2017년에「16세기 전반 朝明외교와 지리 지식 교류- 混一歷代國都疆理之圖를 중심으로」라는 논문으로 석사학위를 취득했으며, 현재 동대학원 박사 과정 중에 있다.
 
 

책 속으로

지은이의 말

물론 17세기 당시 그 누구도 남중국해에서 발행한 작은 사건과 갈등이 이후 도래할 제국의 시대 또는 오늘날 볼 수 있는 국가 지원 기업들이 연합하는 시대의 전조가 되리라고 예측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셀던 지도에 나타나는 항해자와 무역가들이 바다를 항해한 것은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서지 다른 무엇을 염두에 두지 않았다. 재미없는 욕망이 세상을 바꾸었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하지만 그들의 세상이 반드시 우리 시대와 달랐을 거라고 생각할 수 있을까? 쇠너가 담담하게 지적했듯이 “당신은 이 시대를 알고 있다 You know the times."

옮긴이의 말

저자의 독특한 스토리텔링 기법을 맛보기 원한다면 당연히 1장부터 8장까지 순서대로 읽어가는 것을 권한다. 16세기 후반에서 17세기 전반으로 넘어가는 시점에서 영국 런던과 중국 해안 도시들이 셀던의 지도로 연결되는 세계화의 서막을 구체적으로 발견하는 기쁨이란! 하지만 셀던 지도의 역사적 의미를 더 중시하는 독자라면 1장에서 5장으로 건너뛰어 8장까지 읽어가는 방식을 추천한다.

본문 58~59

셀던 지도의 중심이 왕웨이 소령이 떨어져 죽은 지점인 것은 순전히 우연의 일치다. 그렇다 하더라도 역사를 죽은 것이나 지나간 것이 아니라 또 다른 차원의 세상이라고 볼 수 있다면, 우리는 과거와 현재가 모든 면에서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즉 중국을 둘러싼 바다 안이나 그 위에서 발생한 사건은 모두 민족국가의 형성, 세계 경제의 민영화 그리고 국제법의 출현과 연결되어 있으며, 이 모두는 바로 셀던 지도가 만들어진 시기에 등장했다.
오늘날 우리는 중국을 왕래할 때 바다를 이용하기보다 하늘을 지나간다. 하지만 하늘을 지나갈 때도 우리는 여전히 과거 사람들이 했던 일을 똑같이 반복한다. 우리 선조들 역시 여행을 하다가 교역을 했고, 이민을 하다가 물건을 훔치기도 했으며, 원조를 하다가 협박을 당하기도 했다. 즉 경우의 수를 가진 모든 사람과 관계를 맺다가 소수는 부자가 되었지만 이들을 제외한 나머지는 당장 눈앞의 생존에 급급해야 했다. 지난 4세기 동안 세상은 많이 변했지만 우리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4세기 전 선조들보다 나아진 점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그것은 우리가 과거를 돌아보고 어떤 일이 벌어질 수 있었는지 상상하고, 만약 그것이 실현되지 않았다면 왜 그랬는지 그 이유를 이해할 수 있다는 것뿐이다.
책 전체를 17세기의 지도 한 장으로 채우는 것은 단순히 지도 자체가 아니라 이것이 그려진 세계를 이해하는 시야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지도 제작자를 알 수 없으므로 지도의 역사를 직설적으로 설명하는 것은 어려워졌다. 지도의 기원에서 이야기를 시작하고 싶었지만, 이야기를 풀어갈 수 있는 유일한 지점은 지도가 발견된 곳이다. 그곳에서 출발해서 때로는 중국으로, 때로는 17세기 초로 왕래하면서 언제, 어디서, 왜, 어떻게 이 특별한 지도가 만들어졌는지에 관한 비밀을 풀어보려 한다.
--- 본문 중에서
 

출판사 리뷰

다른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이 상호작용하는 놀라운 이야기

저자는 셀던 지도가 당시 천원지방 형의 전형적인 중국 지도답지 않다는 점이 문제의 시작이라 한다. 해안선이 아닌 해로를 먼저 그리고 이를 골격으로 육지를 채워 넣은 식으로 그려졌음에 주목한 것이다. 즉 셀던 지도는 남중국해를 중심에 놓고 육지를 주변부로 밀어내며 바다를 고찰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 지도는 어디에서 온 것인가? 셀던은 어떻게 이 지도를 얻게 되었는가? 그리고 가장 중요한 질문으로, 이 지도는 당시의 세계에 대해 우리에게 무엇을 말해주는가? 브룩 교수는 셀던 지도를 이 책의 중심에 놓고 미궁 속을 헤매듯 지도의 여러 실타래를 풀어가며 이 지도가 만들어진 17세기와 남중국해가 얼마나 중요했는지를 밝혀나간다.

브룩 교수는 책 전체를 지도 한 장에 얽힌 이야기로 채우면서, 정작 셀던 지도의 비밀에 대해서는 마지막 8장으로 미루고 1장에서 7장까지에는 마지막 장을 서술하기 위한 배경과 실마리를 피카레스크처럼 다양하게 배치한다. 지도를 직설적으로 설명하기보다 지도를 입수하여 읽었던 영국에서 출발하여 때로는 중국으로, 때로는 17세기 초로 왕래하면서 언제, 어디서, 왜, 어떻게 이 특별한 지도가 만들어졌는지에 관한 비밀을 풀어간다. 저자의 표현처럼 ‘거꾸로 떠나는 여행’이다.
책의 첫 여행은 영국의 스튜어트왕조(1603~1714) 시대, 법률가 존 셀던이 지도를 수집하고 도서관 사서 토머스 하이드가 중국인 심복종(난징 출신으로 1683년부터 1691년까지 유럽에 체류했다)의 도움을 받아 주석을 달았던 시기에서 시작한다. 두 번째 여행은 명조(1368~1644)의 중국을 둘러싼 바다로, 중국과 아시아 상인들이 만든 무역로에 유럽인 항해가들이 참여하여 이 지역을 하나의 해양 교역 체제로 통합하던 남중국해를 찾는다. 영국 동인도회사 3인방 존 사리즈, 리처드 콕스, 윌 아담스 그리고 나가사키의 중국인 지도자 이단(李旦) 이야기로 이어진 뒤, 후반부에서 셀던 지도와 관련한 특별한 역사로, 셀던 지도가 만들어질 때가지 거슬러 올라가는 해도와 지도의 역사까지 짚어낸다. 저자의 이야기는 장섭과 그의 항로 연구서인 『동서양고』와 윌리엄 로드가 해독할 수 없었던 『순풍상송』까지 이른다. 이 여정은 직접적으로는 셀던 지도의 비밀을 해독하는 과정이기도 했지만 지도 자체를 넘어 독자들에게 이것이 그려진 세계를 이해하는 시야를 제공하는 방법이었다.
이 여행에서 저자는 애초에 기대하지 못했던 엄청난 사건과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펼쳐간다. 예를 들면, 런던에서 일본의 음란물을 불태운 사건, 만력제의 교역정책, 중국 나침반의 디자인, 새뮤얼 테일러 콜리지가 일부러 잘못 쓴 ‘제너두’(상도로 추정)에 대한 일, 사람의 유해를 보들리안도서관에 기증하는 것, 성전 기사단의 선조 교회 등이다. 이 책은 이처럼 지도와 관련된 흥미로운 사건과 사람들의 이야기로 가득 차 있는데, 이는 이 시대가 얼마나 풍요롭고 복잡했으며, 얼마나 지구적으로 긴밀히 연결되어 있었는지를 보여주려는 저자의 의도에 따른 것이다.

사라진 지도 제작자의 비밀을 해독하다

돌고 도는 미로를 통해 드디어 저자는 셀던 지도의 비밀 6가지를 제시한다. 첫째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지도에서 중국 대륙이 전혀 중요하게 취급되지 않았다는 것이고 둘째는 17세기 무렵의 지도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정확한 축척을 유지한다는 점이다. 답은 간단하지만 이에 도달하기까지 저자의 해독 과정은 매우 복잡했다. 셀던 지도에는 나침도 밑에 눈금자가 있는데, 이것이 단순 장식이 아니라 실제 축척을 반영하였다는 것이다. 간략히 소개하면 이 지도의 축척은 475만 분의 1인데, 자의 1촌(3.75센티미터)이 4노트 속도로 하루를 항해한 거리로 계산하면 이 축척과 일치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4노트라는 선박 속도는 명대의 항해노트인 『순풍상송』을 영국까지 찾아가 분석했던 20세기 중국 역사학자 향달이 밝힌 것이다. 기존에 알려진 6.25노트보다 느린 수치였다. 향달이란 사학자 덕분에 브룩 교수는 지도 제작자가 항로를 그릴 때 실제 사용한 축척을 그대로 반영한 것임을 밝힐 수 있었던 것이다.
세 번째 비밀은 지도에 자기장의 특징이 반영되어 있다는 것이고, 네 번째는 남중국해 가운데 부분이 축소되었다는 것이다. 둘 다 일종의 속임수였다. 특히 왜 남중국해를 축소하여 그렸을까? 당시의 지도 제작 기법에서는 제작자가 곡선을 평면에 옮기는 과정에서 왜곡은 피할 수 없었다고 한다. 그 피할 수 없는 왜곡을 한 지역이 바로 남중국해의 난사군도, 시사군도 지역으로 셀던 지도의 정중앙이다. 저자는 그 바다 지역은 여러 가지로 쓸모가 없었고, 그러므로 선주들의 거래지역인 그 주변의 도서 지역이나 대륙을 더 정확하게 강조했다는 것을 증명해낸다. 흥미로운 사실은 셀던 지도 제작자가 얼버무렸던 지역이 오늘날 중국이 주변국들과 해상 영토 분쟁을 벌이는 핵심지역이라는 사실이다. 이 대목에서 브룩 교수는 과거의 현재 사이의 연관성에 대한 관심을 환기하는 한편 동시에 역사적 맥락과 현재의 정치적 의도 사이의 간극 또는 강조한다. 이 지도는 상인들이 어디로 가야 할지 보여주는 순수한 해도였다는 것이다.
이 책은 지도제작자가 누구인지는 미제로 남긴 채 나머지 두 가지 비밀, 즉 셀던 지도가 ‘언제’, ‘어디서’ 제작되었는가 하는 문제에 대한 저자의 추론으로 대미를 장식한다.

17세기 남중국해 네트워크, 세계화의 첫 시작

원서와는 달리『셀던의 중국 지도_잃어버린 고지도, 향료 무역 그리고 남중국해』의 한국어판 겉표지의 안쪽 면에는 셀던 지도를 넣었고, 표지에는 남중국해를 중심으로 한 항해도를 선명하게 표기하였다. 지도에 등장하는 모든 항로는 중국 동남부 푸젠성(장저우와 취안저우)에서 사방으로 뻗어나간다. 동양(東洋)노선 즉 동쪽 바다 노선은 동쪽으로 필리핀에 도달한 후 다시 남쪽 방향의 향료제도까지 이르는 일련의 경로다. 서양노선은 베트남과 남쪽 방향으로 베트남과 인도네시아를 거쳐 인도양으로 향하는 경로인데, 실질적으로 동양과 서양노선은 남중국해에 둘러 그려진 큰 원의 가장 아래 끝에 위치한 인도네시아의 자바에서 만난다. 북양노선은 중국 해안을 따라 북향하여 류큐와 일본의 나가사키, 고베로 연결된다. 그리고 그 간선들 사이는 훨씬 더 많은 지선들로 연결된다. 한 폭의 표지를 통해 17세기 남중국해 네크워크를 보여주려 한 것이다.
“만약 17세기 세계무역에 중심이 있었다면 유럽도 아니고 은이 흘러나온 페루도 아니며 중국도 아니었다. 남중국해가 아니었을까 생각한”다는 브룩 교수의 새로운 시각처럼 당시 남중국해는 동아시아 모든 항구와 국가들의 공동무역지대였으며, 향신료 무역이 유럽을 휩쓸자 멀게는 고아, 아카풀코, 암스테르담의 항구와 국가들도 참여하던 무역지대였다.

이 책을 옮긴 중국사학자 조영헌 교수(고려대 역사교육과)는 명 말기 조공체제와 해금 정책이 강고하게 시행되는 것 같은 이 시대를 이해할 때 셀던 지도는 분명 기존 관념과는 사뭇 다른 이미지를 강렬하게 준다고 한다. 밀무역과 묵인된 사무역이 점차 증가하는 모순적인 해양 인식을 이 지도처럼 가시적으로 명료하게 보여주는 자료는 지금까지 없었기 때문이다. 17세기 중국과 동아시아는 결코 바다로부터 고립된 사회가 아니며, 세계가 본격적으로 연결되기 시작하는 드라마틱한 상황 속으로 빠져들고 있었음을 셀던 지도와 이 책은 웅변하고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