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문화예술 입문 (책소개)/4.영화세계

영화와 권력 - 광기와 매혹, 멀고도 가까운… (2023)

동방박사님 2023. 12. 17. 0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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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르몽드 디플로마티크》의 「르몽드 시네마크리티크」에 영화평을 쓰고 있는 필자들은 영화와 관련한 주제를 선택해 2018년부터 매년 영화평론집을 출판해왔다. 2023년에 선정된 주제는 ‘권력’이다. 11명의 필자 가운데 다수가 이 주제에 손을 들었을 때, 머리에 떠오른 영화 또는 글의 방향이 있었을 것이다. 얼핏 비슷한 생각을 한다고 예상했으나, 11개의 원고를 모아놓고 보니, 같은 주제를 필자 각각의 개성에 따라 참으로 다양하게 펼쳐놓았다. 근대 이후의 ‘권력’이 구체적이면서 추상적이고, 끊임없이 영향을 미치면서도 명확하게 감지되지 않는 속성을 가졌기 때문인 것 같다. 다시 말해서, 우리 시대의 권력은 노골적으로 잘 드러나지는 않지만, 한편으로는 매우 미시적으로 인간의 신체와 개인의 내면 깊숙이 정교하게 침투하고 있다.

목차

서문 권력, 멀고도 가까운··· - 김경욱

제1부 권력의 광기와 매혹

[아임 낫 스케어드(I’m not scared·나는 두렵지 않다) :전복적 매혹, 소프트 파워 - 김 경
히틀러 추종자들의 초상: [의지의 승리], [한나 아렌트], [메피스토] - 김경욱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에 침투한 따뜻하고 서늘한 권력의 광기: [기예르모 델 토로의 피노키오] - 김희경
다큐멘터리영화 [김군]: 국가 폭력의 광기 - 서곡숙

제2부 권력에 대한 네 가지 시선

기후 영화Cli-ci를 생각하기 - 김경수
이상적인 정치 영화를 꿈꾸며 - 김채희
[더 메뉴]: 평론가, 예술가, 관객의 위치 - 김현승
반-정치의 이미지를 향하여: 세르히 로즈니차와 이미지 윤리의 정치 - 이현재

제3부 권력의 가장자리에서

[정이]와 [더 문]에서 작동하는 미래 권력의 폭력성 - 송영애
[정말 먼 곳]: 권력으로 강요된 정상성과 강제된 젠더성에 대한 도전 - 윤필립
[레벤느망]: 여성의 재생산권과 국가와 문화 권력 - 정문영

참고문헌
 

저자 소개 

저 : 김경
 
동국대에서 영화이론 석사와 박사수료 후 South Baylo University에서 한의학으로 석사, American Liberty University에서 한방정신분석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영화사와 방송 프로듀서(PD)로 기획과 연출, 시나리오 작업을 했으며, 영화제 프로그래머 및 부집행위원장을 역임했다. 『이만희』(2005)는 영화 「만추」 복원작업의 결실이었으며, 『멜로드라마란 무엇인가』(1999)에서 ...
 
저 : 김경욱
연세대에서 사회학을 전공하고, 동국대와 중앙대에서 영화이론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영화사에서 기획과 시나리오 컨설팅을 했고, 영화제에서 프로그래머로 일했다. 영화진흥위원회 소위원회 위원, 객원 책임연구원 등을 역임했다. 영화평론가로 글을 쓰면서, 대학에서 영화 관련 강의를 하고 있다. 저서로는 『한국영화는 무엇을 보는가』(2016), 『나쁜 세상의 영화 사회학』(2013), 『블록버스터의 환상, 한국영화의 ...
 
저 : 김희경
 
영화평론가.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예술경영 겸임교수, 한국영화학회 이사, 은평문화재단 이사, 만화평론가로 활동. 한국경제신문 문화부 기자로도 일했으며 예술경영 석사, 영상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2020 만화·웹툰 평론 공모전’에선 대상을 수상했다. 《CJ 뉴스룸》, 《한경비즈니스》,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지금, 만화》 등에 글을 연재하고 있다. 저서로는 클래식·미술 이야기를 담은 『브람스의 밤과 고흐...

책 속으로

[정이]와 [더 문]에서 가장 강력하게 발휘되고 있는 권력은 특정 기업체의 권력, 즉 경제 권력이라 할 수 있다. 두 영화 모두 영화 초반에 정확한 연도를 제시하지는 않지만, 환경 오염 상황과 인간의 대응 상황을 자막이나 뉴스 편집 영상을 통해 설명한다. 디스토피아를 그린 다른 SF영화와 유사한 모습이다. 지구 위기 상황에서 기술력을 바탕으로 거대 기업이 등장한 것으로 보인다. 두 영화의 주인공은 영화 내내 자신이 속한 조직의 권력에 순응하며, 연구 기술 인력으로서 자신의 업무를 수행한다.
---「[정이]와 [더 문]에서 작동하는 미래 권력의 폭력성」중에서

흥행을 위해 관객의 기호에 맞는 장면을 삽입하는 것은 새로운 현상이 아니다. 한국 상업 영화에서 자연스러운 흐름을 방해하는 장면은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미학적 완성도를 낮추는 ‘인공첨가물’은 역설적으로 많은 관객을 불러 모은다. 이 같은 현상은 슬로윅이 작품에 간섭하는 제작자를 익사시킨 이유와 일맥상통한다. 제작자는 셰프에게 더 값싼 재료로 만들 수 있는 대체 메뉴를 강요했다. 현실은 물론 스크린 속 세계까지 철저하게 자본의 논리가 작동하고 있다.
---「[더 메뉴]: 평론가, 예술가, 관객의 위치」중에서

정치 영화가 언제나 평등과 진보를 말하지는 않는다. 반혁명과 퇴행적인 보수주의를 옹호하는 정치 영화도 허다하다. 우리와 대만 그리고 1950년대 미국에서 만들어진 반공영화가 그랬고, 1980년대 레이건 시절 만들어진 하드 바디(hard body)류의 영화들은 액션 장르를 앞세워 정치성을 획득했다. 이 영화들은 소련을 비롯한 외국 테러리스트를 안타고니스트로 설정하고 코만도나 람보와 같은 ‘하드 바디’ 주인공들이 미국을 수호하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우리가 지난 시절 즐겨 보았던 ‘팔도강산 시리즈’, 1970년대 중후반에 제작된 ‘얄개 시리즈’는 미국의 그것보다 오히려 고도화된 프로파간다였다.
---「이상적인 정치 영화를 꿈꾸며」중에서

본고는 국가가 국가의 뜻에 반대하는 개인이나 집단에게 공권력을 행사하며 경찰, 군대, 정보기관에 의해 주도, 묵인, 동조, 진압하는 폭력이라는 점에서 가장 심각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국가 폭력에 주목하고자 한다. 폭력이라는 주제를 논의한 대표적인 해외 이론가는 모리스 메를로퐁티, 르네 지라르, 조르조 아감벤, 슬라보예 지젝, 주디스 버틀러 등이다. 메를로퐁티는 ‘인간이 정치 행위에서 ‘폭력 없는 순수’와 ‘폭력적 행위’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고 있는 여러 종류의 폭력 가운데 하나를 선택한다는 점에서 폭력과 정치의 관계를 강조한다.’
---「다큐멘터리영화 [김군]과 국가 폭력의 광기」중에서

이 영화의 첫 장면에서, 비행기를 타고 구름 사이에서 등장한 히틀러는 황폐한 독일을 구원해줄 신적인 존재처럼 지상으로 하강한다. 군중이 히틀러에게 광적으로 열광할 때, 대중의 히스테리는 불꽃처럼 타오른다. 광신에 사로잡힌 군중의 얼굴은 클로즈업 쇼트를 통해 더욱 강조된다. 나치당 전당대회 장면에서, 거대한 조형물은 개별 인간을 벌레처럼 보이게 한다. 벌레 같은 하찮은 존재가 인간으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으려면, 군중 속에 들어가 그들과 함께 해야 한다. 리펜슈탈은 파시즘의 미학을 영상으로 탁월하게 구현해냄으로써, 영화가 매우 효과적인 프로파간다가 될 수 있음을 증명했다.
---「히틀러 추종자들의 초상 : [의지의 승리], [한나 아렌트], [메피스토]」중에서
 

출판사 리뷰

제1부, ‘권력의 광기와 매혹’은 권력이 다양한 영화 속 인물들에게서 구현되는 양상을 다룬 글을 모았다. 김경의 「[아임 낫 스케어드]: 전복적 매혹, 소프트 파워」는 영화 [아임 낫 스케어드]를 통해, 권력이 정치권력이나 경제 권력 같은 거대 담론뿐만 아니라 포스트모더니즘 이후 일상 혹은 개인의 정체성 등 미세한 영역에까지 다양하게 작동하는 문제를 다뤘다. 김경욱의 「히틀러 추종자들의 초상: [의지의 승리], [한나 아렌트], [메피스토]」는 히틀러의 파시즘에 경도된 감독 레니 리펜슈탈, 히틀러의 절대 권력에 굴복해 인간 기계로 전락한 관료 아돌프 아이히만, 그리고 권력과 명성을 향한 열망으로 히틀러 정권에 부역하는 기회주의자의 화신인 배우 헨드릭 회프겐을 살펴보았다. 김희경의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에 침투한 따뜻하고 서늘한 권력의 광기: [기예르모델 토로의 피노키오]」는 카를로 콜로디의 소설 [피노키오]를 판타지와 전쟁, 파시즘 이야기를 접목해 새롭게 각색한 [기예르모 델 토로의 피노키오]를 분석했다. 권력의 형태는 전쟁과 파시즘을 통해 명확하게 드러나지만, 언제나 거대하고 구체적인 모습을 띠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권력의 또 다른 형태는 피노키오를 창조한 인물 제페토가 피노키오를 통제하려는 욕망을 통해 잘 드러나고 있다. 서곡숙의 「다큐멘터리영화 [김군]: 국가 폭력의 광기」는 ‘김군 찾기’를 통해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진실을 추적하는 영화 [김군]에 나타난 국가 폭력의 광기를 고찰했다. 이 영화는 과거의 역사적 학살과 현재의 역사적 상흔을 함께 보여줌으로써, 국가 폭력의 잔인성을 드러낸다. 학살과 죽음의 공포, 가해자/ 피해자 전도와 처벌, 진실의 훼손과 오명을 통해, 국가 폭력의 광기는 소름 끼치게 정당화된다.

제2부, ‘권력에 대한 네 가지 시선’은 색다른 관점에서 권력을 바라본 글을 모았다. 김경수의 「기후 영화Cli-ci를 생각하기」는 기후 위기를 소재로 한 블록버스터 〈투모로우〉에서 시작해, 자연과 인간의 상호 작용을 다룬 영화 [퍼스트 리폼드], [그린나이트], [프리가이], [우연과 상상] 등을 통해 기후 영화의 탄생을 조명했다. 김채희의 「이상적인 정치 영화를 꿈꾸며」는 먼저 [꽃잎], [그때 그 사람들] 등 이전 시대의 정치 영화와 [전쟁은 끝났다], [퍼스트 카우] 등 진정한 정치 영화를 살펴본 다음, “우리가 사랑하는 영화는 금지하는 모든 것을 금지해야 하며, 이 세계의 운동을 포착할 수 있는 진정한 자유로움을 가져야 한다. 그런 이상이 달성될 미래의 어느 때, 진정한 정치 영화가 등장하는 바로 그때, 영화는 마침내 이 세계와 하나가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김현승의 「[더 메뉴]: 평론가, 예술가, 관객의 위치」는 영화 [더 메뉴]에서, 음식과 영화라는 메타포와 서사 전체를 알레고리화하는 연출을 통해 현실의 예술 시장을 재현하는 양상을 살펴보았다. 예술가는 제작사의 부당한 요구를 수용하며 작품을 만들고, 그렇게 완성된 작품은 권위 있는 평론가에 기대어 명성을 쌓는다. 자본의 논리는 예술의 제작, 홍보, 평가, 관람 등 모든 요소에 걸쳐 뿌리내려 있다. 이현재의 「반-정치의 이미지를 향하여: 세르히 로즈니차와 이미지 윤리의 정치」는 벨라루스에서 태어나 우크라이나에서 성장한 세르히 로즈니차 감독의 작품을 살펴본다. 복잡한 정체성을 지닌 로즈니차 영화에서 나타난 정치적 태도는 어떤 특정한 진영에 있는 것이 아닌, 정치로부터 완전히 탈피된 인간의 모습을 지향한다. 이미지를 정치에서 최대한 멀리 떨어뜨려 놓으려는 로즈니차의 시도는 역설적으로 정치적인 주장으로 읽히게 만든다.

제3부, ‘권력의 가장자리에서’는 주류 사회에서 소외된 이들에게 권력이 작동하는 양상을 살펴본 글을 모았다. 송영애의 「[정이]와 [더 문]에서 작동하는 미래 권력의 폭력성」은 SF영화 [정이]와 [더 문]이 미래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여전히 특정 기업체를 중심으로 한 경제 권력이 가장 강력한 권력으로 작동하는 점에 주목했다. 주인공들은 동의와 계약을 통해 권력관계 속에 편입되고 무지막지한 권력의 폭력에 갇혔다가 마침내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을 시작하게 된다. 윤필립의 「[정말 먼 곳]: 권력으로 강요된 정상성과 강제된 젠더성에 대한 도전」 은 영화 [정말 먼 곳]에서 퀴어 남성이 직면하게 되는 삶의 위기를 살펴보았다. 이를 통해 이성애자 중심의 한국 사회가 가하는 비이성애 혐오와 차별이 권력화되어 가는 과정과 그것이 개별 퀴어 남성들에게 내면화되어 자기혐오로 이어지는 과정을 분석했다. 정문영의 「[레벤느망]: 여성의 재생산권과 국가와 문화 권력」은 [레벤느망]을 중심으로 불법 낙태 시술을 다룬 여러 편의 영화를 통해, 기술 과학 시대가 오히려 경쟁적으로 신재생산 기술을 촉진하면서 여성의 재생산 과정에 공격적으로 개입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질문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여성의 몸과 재생산에 대한 폭력과 억압을 더 강하게 의식하고, 자기 몸에 대한 통제력을 스스로 행사하고자 하는 여성의 재생산권을 더욱 절실하게 주장해야 한다.

지금까지 간략하게 살펴본 것처럼, 11명의 필자는 권력을 바라보는 각자의 관점에 따라, ‘영화’와 ‘권력’을 연결해 다채로운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이 영화와 함께 우리 시대의 권력이 표면으로는 잘 드러나지 않지만 미시적으로 더욱 정교하게 영향을 미치는 현실을 되돌아보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