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일본학 연구 (책소개)/3.일본근대사

대일본제국 붕괴

동방박사님 2021. 12. 11.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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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일본제국의 붕괴는 이후 동아시아 전개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

1945년 8월 15일은 일본의 제국주의 기획이 실패한 날로 기억된다. 그때까지 일본은 자신을 대일본제국이라고 불렀다. 이 날은 일본이 패망한 날이고, 역으로 조선을 비롯한 동아시아의 식민지 나라에서는 해방의 날이었다. 이 책은 패전국 일본과 해방을 맞은 식민지 국가에 8월15일이 어떠한 의미를 지니는지 추적한 책이다.

저자는 일본의 무조건 항복을 요구한 포츠담선언 발표(7월 26일)에서부터, 원폭투하(8월 6일, 9일)와 소련참전(8월 8일), 천황의 ‘옥음방송’(8월 15일), 도쿄만 미주리호에서의 항복조인식(9월 2일)까지 숨 가쁘게 이어지는 제국 붕괴의 과정을 분석한다. 현재까지 발표된 사료를 치밀하게 분석하여 제국의 패망 과정을 세세하게 묘사해냈다. 독자는 8월 15일, 내지였던 일본과 외지였던 조선을 비롯한 각 식민지에서 이날을 어떻게 맞았으며, 이후 이들 지역이 어떠한 역사적 경로를 걸어갔는지 이해하게 될 것이다.

목차

한국어판 서문/머리말

제1장 포츠담선언-트루먼의 독선과 소련의 준동
제2장 도쿄-‘제국’ 해체의 길
제3장 경성-꿈의 ‘해방’
제4장 타이베이-‘항복’과 ‘광복’ 사이
제5장 충칭重慶, 신징新京-‘연합국’ 중국의 고뇌
제6장 남양군도, 사할린-잊혀진 ‘제국’
제7장 ‘제국’ 붕괴와 동아시아
후기/옮긴이 후기/참고자료/참고문헌/관련연표/찾아보기

저자 소개

저자 : 가토 기요후미(加藤聖文)
1966년 일본 아이치(愛知) 현에서 태어났다. 와세다 대학 사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 문학연구과에서 일본사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주 전공은 일본근현대사와 동아시아 국제관계사, 기록자료학(아카이브학)이며, 현재 인간문화연구기구 국문학 연구자료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저서로 《滿鐵全史》와 《1945年の歷史認識》《近代日本と滿鐵》 등이 있다.
역자 : 안소영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한 후, 도쿄대 종합문화연구과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했으며 현재 국민대 일본학연구소 연구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점령 및 전후의 동아시아 국제관계를 주된 연구 테마로 하고 있으며, 지은 책으로 《한국 근현대정치와 일본Ⅱ》와 《한일회담 외교문서 해제집Ⅰ-Ⅴ》 등이 있으며, 〈태평양 전쟁기 미 국무성의 전후극동정책 형성과정에 관한 일고찰〉〈한일회담에 대한 외교사상적 고찰〉 등의 논문이 있다.
 
 

책 속으로

전쟁 막바지에 일본 정부와 외무성은 육군의 폭발을 어떻게 막을 것인가에 정신을 집중했고, 육군은 본토결전을 외치면서도 실제로는 자기 조직의 이익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에 부심했다. 전쟁이라는 외국을 상대로 한 정치투쟁을 전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같은 일본인을 상대로 한 정치투쟁에 골몰한 결과, 중대한 판단 착오를 거듭해 대일본제국을 완벽한 붕괴로 몰고 갔다.

조선의 수도 경성에서는 조선총독 아베 노부유키와 연합국 미군 사이에 항복문서가 교환되었다. 조인 날짜는 9월 9일. 대일본제국의 조선 지배에 종언을 고하는 이 중요한 장소에 조선인은 단 한 명도 입회하지 못했다. 왜 패전 후 한 달 가까이 경성에 조선총독부가 엄연히 존재하고 있었던 것일까? 이 8월 15일과 9월 9일 사이에 가로놓인 역사는 조선민족의 ‘해방’과 ‘분단’에 걸친 기억과 원망으로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총독부와 미군의 실무 담당자 사이에 이루어진 예비교섭에서 총무과장인 야마나 미키오는
교섭위원인 아고R. W.Ago 대령에게 (…) 조선인 유력자를 등용해서 인사쇄신을 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에 아고 대령은 현상 유지로 충분하다고 대답하면서 총독부측의 제언을 물리쳤다. 야마나가 “조선인은 미군을 독립의 복음을 가져오는 구세주로 환영하고 있는데 (실제로는) 어떠한가?”라고 묻자 아고는 “그저 쓴웃음을 지을 뿐”이었다고 한다. 야마나는 이 같은 태도를 보고 아고를 비롯한 미군 장교들이 한국인의 통치능력을 전혀 평가하지 않고 있으며, 또 한국의 독립은 아직 멀었구나 하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 본문 중에서
 

출판사 리뷰

1.《대일본제국 붕괴》 출간의 의의

“8·15”를 통해 제국의 판도를 전체적으로 조명한다.
지금까지 8·15는 일본의 패망이라는 역사적 분기점으로써 통사적인 관점에서 일국적(一國的)으로 파악하는 경우가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8·15를 단지 한 국가 차원의 역사적 사건이 아니라 동아시아 전체의 판도에서 조망한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고 하겠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에게는 단순한 한일관계의 차원을 넘어 일본의 식민지 중에서 한반도는 어떤 해방을 맞았고, 그 의미는 무엇이었는가를 다른 지역과 비교해볼 수 있는 시각을 제시한다. 또한 각 식민지의 해방을 위한 분투와 승전국 미국과 소련의 선택에 따라 원하지 않았던 길을 걸어야만 했던 식민지 지역의 아픈 역사가 객관적으로 기술되어 있다. 따라서 이 책은 일본 패망 전후의 국제관계와 세력판도, 연합국 내부의 협력과 갈등, 패전을 맞은 일본과 해방을 맞는 각 식민지의 모습을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는 종전사(終戰史)의 좋은 입문서라고 할 수 있다.

동아시아 전체가 공유할 수 있는 역사
일본의 패망을 둘러싼 역사인식은 동아시아 지역에서 언제나 갈등과 대립을 불러일으키는 요소로 작용해왔다. 이는 가해자와 피해자의 차원에서부터 역사적 사실에 대한 진위 여부, 사실에 대한 해석에 이르기까지 공통의 역사를 공유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저자는 동아시아에서만큼은 제2차 대전 종결을 경계로 전전과 전후를 나누는 파악방식을 지양하고, 일본제국의 붕괴에서부터 국공내전, 식민지의 해방, 나아가 한국전쟁에 이르는 시기와 일본제국에 포섭된 동아시아 전역을 하나는 역사로 파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처럼 시간축(종축)과 지역축(횡축), 즉 종횡의 역사를 유기적으로 파악할 때 지금까지의 분절되고 편향된 역사인식을 넘어서 동아시아 전체가 공유할 수 있는 공통의 역사상을 그려낼 수 있다고 주장한다.
패전의 과정을 추적해 제국의 실체와 본질을 묻는다.
이 책은 일본 정부가 패전을 맞이하는 과정을 세밀하게 추적해 일본제국의 실체와 본질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대동아공영권을 주장했던 일본은 패전 과정에서 오로지 천황의 지위보전에만 집착할 뿐 제국을 구성했던 식민지의 미래나 신민의 안위 따위는 단 한 차례도고 고려의 대상이 되지 못했다. 이는 일본 스스로 식민지 국민들을 천황의 백성이라며 전쟁에 동원했던 황민화’의 논리에 대한 명백히 부정이었다. 실제로 일본 정부가 패전 하루 전 각 식민지 공관에 보낸 비밀전문은 사실상 제국의 신민을 방기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이는 대일본제국의 명백한 자기부정이며, 제국의 실체와 본질 그 자체였던 것이다. 게다가 전쟁 상황 하에서도 육군 중심의 본토결전파와 외무성 중심의 화평파가 끊임없이 대립하며 자기 조직의 이익을 유지하려는 정치투쟁을 벌임으로써 제국을 완벽한 붕괴로 몰고 갔다.

미국과 소련 두 강대국의 위선과 탐욕
일본의 패망은 미국과 소련 두 강대국의 영향력 확대로 이어졌다. 승전국 미국과 소련은 대일전의 명분이었던 식민지의 해방을 부르짖었지만 승전 이후 일본의 식민지는 두 강대국의 이해에 따라 철저히 재편되었다. 한반도는 소련의 세력확장을 우려한 미국에 의해 불과 30분 만에 38도선이 그어짐으로써 분단이 되고 말았다. 중국의 장제스는 승전국의 일원이었지만 포츠담회담에도 얄타회담에도 배제되는 굴욕을 당했으며, 패전국 일본은 사할린과 치시마 열도를 소련, 남양군도를 미국에 넘겨주었다. 또 소련은 승패가 결정된 전쟁 말기에 전쟁에 뛰어들어 만주와 사할린 등에 침공해 자국의 산업발전을 위해 수많은 물자와 인력을 빼돌렸다. 이 두 강대국의 전후 처리는 명분상으로 식민지의 해방이었지만, 실제로는 동아시아 지역의 사정에 무지했던 탓에 주민들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철저하게 자신들의 이익에 따라 식민지의 운명을 결정했던 것이다.

2.《대일본제국 붕괴》의 구성과 특징

다큐멘터리를 보듯 역사를 재구성하다.
이 책은 일본의 붕괴를 둘러싼 역사적 과정을 마치 눈앞에서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처럼 생생하게 그리고 있다. 특히 포츠담선언을 수락을 여부를 놓고 벌어졌던 일본 정부 내의 대립과 갈등, 천황의 움직임을 중계라도 하듯 상세하게 묘사하고 있다. 이처럼 저자는 실증주의의 함정에 유의하면서도 방대한 자료와 객관적인 사료들을 동원해 역사를 재구성해내고 있다. 또 평이한 문체에 간결하고 절제 있는 서술로 과거의 역사를 우리들의 현실 속으로 끌어들이는 솜씨를 발휘하고 있다.

성실한 번역과 충실한 자료
이 책의 원서에는 각주가 달려 있지 않지만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성실하게 주(柱)를 달았고, 내용에 어울리는 사진을 찾아 수록하였다. 또한 내용의 이해에 도움이 되는 포츠담선언을 비롯해 종전조서와 항복문서 등 참고자료를 책 말미에 수록하였다. 그리고 1939년 2차 대전 발발에서부터 1950년 한국전쟁에 이르기까지 1945년 8월 15일 일본 패망을 전후로 벌어졌던 모든 사건들을 연표로 정리해서 독자들이 사건의 전개와 결과를 일목요연하게 파악할 수 있도록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