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일본학 연구 (책소개)/2.일본문화

일본인이란 무었인가

동방박사님 2021. 12. 11. 08:40
728x90

책소개

일본문화론의 대가 야마모토 시치헤이가 일본에 대한 선입견과 오해를 걷어내고 풍부한 자료와 해박한 지식을 토대로 일본의 뿌리부터 파헤쳐 밝힌 책이다. 그 스펙트럼은 일본의 문자ㆍ신화ㆍ종교ㆍ정치ㆍ화폐제도ㆍ무역ㆍ경제ㆍ법체계ㆍ철학에 이르기까지 매우 광범위하다. 우리가 알고 있는 일본 역사의 대부분은 임진왜란을 전후로 한 전국시대와 메이지유신 이후다. 그에 비해 『일본인이란 무엇인가』는 선사시대부터 현대까지 이어져온 일본과 일본인의 삶을 조명하고 있어 일본을 총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 일본 문화와 역사를 전공하거나 국제정세를 공부하는 이들에게는 전문적인 식견을 한층 넓혀줄 것이고, 일본에 대해 알고 싶은 호기심 많은 독자들을 위한 일본 문화 대중서로서도 무리가 없을 것이다.

목차

저자 서문_ 새로운 [국화와 칼]

프롤로그 [다이세이산텐코]의 일본 ― 다테 지히로의 역사관
일본의 독창성
골(骨) 직(職) 명(名)의 새로운 구분

제1부 씨족 시대에서 율령 시대로

제1장 일본인이란 무엇인가

인류 역사를 뛰어넘은 민족
지금도 남아 있는 조몬 시대의 음식
중국 역사서에 나타난 일본
쓰다 소키치 박사의 이론
골(骨) 시대의 씨족 체제

제2장 문자의 창조
일본 문화의 근원 ‘가나’
가나를 만든 과정
가나는 누가 만들었을까
가나 문자 문화 완성을 위한 고투
일본 문학의 독자성과 보편성

제3장 율령제의 성립
과거제도 없는 율령제의 도입
중앙집권 국가로의 변신
개혁의 기둥 ‘반전수수법’
엘리트의 ‘빈궁문답가’
율령제 붕괴를 재촉한 농민의 도주
율령제보다 가나 문화

제4장 신화와 전설의 세계
일본 신화의 영속성
진화형에서 창조형으로
신화에 나타난 신들의 행동
신화가 뒷받침한 천황의 정통성

제5장 불교의 전래
종교 혼효(混淆, 뒤섞임)의 유사성
일본의 불교 수용은 ‘(상위에서 하위로’
유교와 도교가 합쳐진 중국 불교
유교와 불교가 협력해서 그리스도교를 공격하다
도교와 신토는 같은가
천인(天人)과 선인(仙人)은 도교 용어
통치 신학으로써의 신유불합일론
불교 국가 창건의 공죄(功罪)
주술과 말법(末法) 사상에
의한 불교 변질
염불만 선택한 호넨(法然)
계율을 사수한 유일한 승려 묘에(明惠)
일본 불교의 특징

제6장 민주주의의 기묘한 발생
공명(共鳴)으로 민주주의 정착
비밀투표의 뿌리
다수결은 신의 뜻이다
불합리한 강소의 첨병들
초법적 공간인 장원(莊園)의 질서

제2부 율령 시대에서 바쿠후 시대로

제7장 무가와 일부일처제

세금과 병역을 피해 도망가는 농민들
도적 횡행으로 무사가 경찰권 장악
장원 관리에 전념한 다이라노 기요모리
율령을 벗어나 일본을 다스린 마나모토노 요리토모
일부다처제를 금지한 호조 시게토키(北條重時)
조직과 혈연은 가훈으로 조정한다
배려가 상징하는 신생 정부의 입장

제8장 무가 혁명과 일본식 법치국가의 성립
조큐의 난은 조정과 무가의 정면충돌
중국의 사상으로 반란을 정당화하다
무가의 질서 확립을 목표로 한 조에이시키모쿠 공포
시비(是非)로 결단하는 것의 어려움
기청문에 나타난 신불혼효
일본 고유의 법, 시키모쿠(式目)
탈중국 체제, 일본식 법치국가의 성립

제9장 무가법의 특징
바쿠후에 대한 기대, 본령안도(本領安堵)
가마쿠라의 무사는 페미니스트
능력주의인 무가 사회
연좌를 인정하지 않는 개인주의
조정, 바쿠후의 병존 체제

제10장 이코노믹 애니멀의 출현
일본의 화폐제도 정착에 놀란 한국인
화폐경제 확립의 바탕은 화폐 수입과 금 수입
무사를 직격한 화폐의 맹위
무사를 토지에서 분리시킨 무진
도난 빈발에 따른 화폐 침투
가마쿠라 바쿠후의 기반, 소료제의 붕괴

제11장 하극상과 집단주의의 발생
가마쿠라 바쿠후의 붕괴와 내우외환
혈연집단에서 계약집단으로
세력이 강해지는 고쿠진 잇키
잇키의 절대화로 소료제 소멸
가라카사연판에서 나타난 일본인의 평등주의와 집단주의
잇키는 현대 일본의 원점

제12장 화폐와 계약과 조직―중세의 종말
현실과 괴리된 무로마치 문화
대중국 굴복 외교의 원조 아시카가 바쿠후
바쿠후의 보호 아래 고리대금업 융성
도쿠세이에 나타난 아시카가 바쿠후의 금권정치
로카쿠 요시하루는 일본판 존(John) 왕이다
기청문에 보이는 모리 모토나리와 가신단의 역학 관계
맹약의 색채가 짙은 영주와 가신
센고쿠 시대의 종식을 가속시킨 토지, 화폐, 총포

제3부 바쿠후 시대―서구의 충격

제13장 쓰치 잇키(土一揆), 잇코슈(一向宗), 크리스천

일본인의 마음에 숨어 있는 종말 감각
농민에게까지 침투한 잇키
진종 왕국(眞宗王國)을 구축한 렌뇨(蓮如)
백성 소유 구니의 출현
사비에르의 일본 방문과 기독교 전도
렌뇨 방식을 계승한 발리냐노
교육, 출판의 성공

제14장 무역, 식민지화, 노예, 전례문제
일본의 기독교 정책
예수회와 포르투갈 상인
정치 문제로서의 기독교 정책
전국 통일을 위한 5개조 힐문장(詰問狀)
기독교 금지령의 진의
히데요시의 분노를 산 스페인

제15장 네덜란드인과 영국인
운명적인 리프더 호(De Liefde號)의 표류
네덜란드 국왕의 편지
영국인 사절이 본 일본
이에야스의 전방위 외교

제16장 쇄국은 과연 있었는가
이에야스의 기독교관
시마바라의 난(島原の亂)이 일어난 과정
시마바라의 난, 또 하나의 진상
데라우케 제도의 역할
신에게 맹세하고 전향한 크리스천들

제17장 기독교 사상의 영향
절대성이 부정된 기독교
시대가 필요로 하는 신종교
자연신학(自然神學)이 가져온 구제와 질서
하비안의 전향―선택 받지 못한 기독교
근대 일본인의 탄생

제4부 다테 지히로의 현대

제18장 이에야스가 창출한 체제

선례를 따른 이에야스의 정치체제
가마쿠라의 전통을 계승하다
조정과 사원, 신사의 세력을 체제로 편입시키다
횡적(橫的) 단결을 방지하는 지혜
화폐제도의 확립
유연한 통치 사상의 확립

제19장 바쿠한 체제(幕藩體制)
경제 시대로의 전환
일원적 경제체제로의 전환
가타나가리령(刀狩令)의 의도
경제를 자극한 해상 운수
[닛폰 에이타이구라(日本永代藏)]에 등장한 사람들
새로운 농기구와 기술의 도입
주역(主役) 교체 시기

제20장 종적 사회와 하극상
수직화와 역수직화
조선의 외교를 둘러 싼 야나가와(柳川) 사건
주군과 가신(家臣)이 서로 제소(提訴)하다
정치적 재판에 의한 결말
주군 타도의 정당화
개혁을 저지하는 주신단(重臣團)
엄밀한 의미의 ‘전제군주’는 없었다

제21장 ‘5공5민’과 ‘번’의 경영
5공5민(五公五民)은 착취 수단인가
겐치가 형식적이 된 이유
자급 체제를 촉진한 쇄국
번의 경영 능력 차이
생산력을 확대하려는 노력과 군역(軍役)면제 효과

제22장 바쿠한 체제하의 경제
상업 도시 오사카의 발전
금속 정련 기술의 발달
금융업의 번영과 한사쓰(藩札)의 성패
번은 중상주의인가, 중농주의인가

제23장 에도 시대의 기술
십간십이지(十干十二支)의 지혜
정시법과 비정시법
시계 전래의 역사
호화롭고 비싼 ‘.와도케이(和時計)’
시계에 열중한 여러 가지 연구
시계 기술이 정밀공업의 기초를 만들다

제24장 에도 시대의 민중 생활
쇼핫토(諸法度)는 기본법이다
15세부터 성인이 된다
결혼은 일종의 상호계약이다
실명 상속과 유산상속은 별개
은거(隱居)를 해도 친권 상실은 없다
봉건법이 적용되는 무사는 겨우 7퍼센트
상속인은 어떻게 결정했나

제25장 에도 시대의 사상
- 민간 학자의 출현과 어용 사상의 위험
일본 특유의 상인학자
야마자키 안사이(山崎闇齋)에 의해 개안하다
바쿠한 체제를 인정하지 않은 아사미 게사이
일본과 중국이 대등하다는 주장
자신의 존재 의식을 미래에 두다
’절명의 사(辭)’로 보는 게사이의 정통성 지향
민간 학자 배출의 시대
불법칙세법(佛法則世法)을 역설한 스즈키 쇼산
사민일용(四民日用)]을 통해 본 쇼산의 사상
본성대로 살라고 주장한 이시다 바이간
이퇴계(李退溪)의 영향

제26장 현대 일본인의 원형
- 종교 비판, 무신론, 진화론, 지동설
삼교 병존의 관용성
도미나가 나카모토(富永仲基)의 가상론(加上論)
도미나가 나카모토를 높이 평가했던 국학자들
현대적인 나카모토의 사상
이색적인 반토(番頭) 학자
주자학에서 출발한 과학적 발상
선조의 제사에 대한 반토의 생각
근대적인 반토의 우주설(宇宙說)

제27장 현대 일본의 원형
일본의 수학
세키 다카카즈의 흐름을 이은 혼다 도시아키
유학과 결별한 ‘탈아(脫亞)’의 선구자
도시아키가 주장한 사대급무(四大急務)
맬서스 인구론과의 유사성
벽지(僻地)의 개척, 진흥을 주장하다
시대에 앞서간 개국론(開國論)
현장에서 발상한 가이호 세료
경제 문제 해결의 장해를 지적하다
세료의 번 주식회사 이론

에필로그. 메이지유신의 출발점

일본은 어떻게 메이지유신에서 성공했을까
도쿠가와 시대에 이미 활약한 유리 기미마사
유신을 성공으로 이끈 진정한 이유

맺음말
 

저자 소개 (2명)

저 : 야마모토 시치헤이 (Shichihei Yamamoto,やまもと しちへい,山本 七平)
 
1921년 도쿄 도 출생. 1942년 아오야마학원고등상업학부 졸업. 2차 세계대전 당시 야포부대 소위로 마닐라 전투에 참가했다가 필리핀의 포로가 되었고, 1947년 풀려나 귀국한다. 그 후 야마모토 서점을 설립하여 성서학과 관련된 서적 출판에 종사한다. 1970년, 이자야 벤다산이라는 이름으로 출판한 『일본인과 유대인』이 300만부 이상 팔리는 베스트셀러가 된다. 또한 ‘일본인론’을 출간하여 사회에 큰 영향을 끼...
 

책 속으로

문자의 창조
자신의 생각을 자신의 언어와 문자로 속박 없이 자유롭게 쓴 것, 일반 서민들에게까지 보급하여 문맹률을 낮춘 것, 와카(和歌, 일본 고유의 정형시)나 하이쿠(俳句, 일본 고유의 단시)를 만들어 일본 고유의 감성을 기르도록 한 것 등 가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한마디로 ‘가나가 없으면 일본은 없다’이다. 가나를 만들지 못했다면 일본 문화는 당시 최강 선진국인 중국의 한자 문화에 매몰되고 말았을 것이다. ---p.56

일본의 천황
"그렇다면 천황은 일본인의 교황인가요?"라는 질문이 날아왔다. 정말 난처했다. 나중에 예수회 동양종교연구소 소장이던 토마스 인모스에게서 "어느 선교사가 ‘천황은 교황과 비슷하고, 아시카가(足利) 장군은 실권은 없는 신성 로마제국의 황제와 비슷하며, 분고쿠 다이묘는 제국의 대제후(大諸侯)와 비슷하다’라고 말했다"는 말을 들었을 때, ‘이 이야기를 예전에 미리 들었더라면 좀 더 잘 대답할 수 있었을 텐데’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후회해도 소용없었다. 선교사가 그렇게 말했다고 그것이 정답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그런 의견도 설득력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 황제는 신기관과 태정관의 일을 병행했지만 제의(祭儀)는 가장 중요한 일이었다. 태정관으로서의 천황은 변화가 많았지만 신기관으로서는 일관된 역할을 계속했다. 이것이 토머스 인모스의 말처럼 ‘예수회 선교사가 천황을 교황처럼 생각한 이유’이다. 또한 일본의 신화에 나오는 모든 신의 신전이 지금까지 남아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p.81,123

일본인의 종말 감각
일본에는 [성서]의 [다니엘서]나 [요한계시록]에 나오는 종말 사상이 없다. 하지만, 에이쇼(永承) 7년(1052) 말법사상(末法思想, 불교의 쇠퇴기로 불교의 점진적 멸망을 초래한다는 사상)은 있었다. 그 때부터 약 400년 후인 오닌 원년(1467년)에 고후쿠지 몬세키 다이조인의 승려인 진손(尋尊)은 "이 왕조의 시대가 끝나고 백왕(百王)의 위세가 무너져 신하들의 논쟁과 병란이 끊이지 않는다. 왕의 통치를 받아들이지 않고 왕명을 무시해 악정이 횡횡하고 신의 위엄이 사라져 제례(祭禮)의 법도가 없으며 왕법은 신하 때문에 무시되어 힘이 없고 정법(正法)은 훼손되어 선(禪)을 숭상하지 않는다. 불법(佛法)이 망하니 왕법도 힘이 사라진다..."라며 일본의 종말이 가까워졌음을 예언했다. 진손은 전통적인 일본 체제가 전복될 것이라는 불길함을 느꼈고 그의 예감은 적중했다.
종말론이라기보다 ‘세상은 언젠가 끝날 것이다’라는 느낌인 종말적 감각이 항상 일본인의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었고 그것은 무상관으로 발전했다. 일본의 무상관은 조선왕조로 견고한 체제를 유지했던 한국의 무상관과는 다르다. 1392년 아시카가 요시미쓰(足利義?) 시대부터 시작한 하극상 때문에 끊임없이 체제가 바뀐 일본인이 가질 수밖에 없었던 마음이었다. ---p.281

영국인 사절 새리스가 본 일본
‘히데요시의 잇센기리(一錢斬り)’는 유명하다. 이것을 시작한 사람은 노부나가이고 전국에 실시한 사람은 히데요시다. 잇센기리(一錢斬り)는 ‘한 푼이라도 훔친 사람은 그 자리에서 참수형에 처하고, 목을 잘라 죄의 내용을 적은 종이와 함께 걸어놓는 형벌’이다.
훔치는 장면을 목격한 경우, 누구든 현행범의 목을 베어도 괜찮았다. 이는 당시 일본에 있는 유럽인에게 강렬한 인상을 주었다. 선교사 루이스 프로이스, 상인 기론도 이것에 대한 기록을 남겼다. 새리스가 놀랐던 엄정한 군율과 치안의 배경에는 ‘물건을 훔치면 사형당해도 마땅하다’는 당시의 통념이 있었다. 그때부터 도둑질에 대한 강한 혐오감과 죄악감은 일본에 뿌리 깊게 자리 잡는다.
---p.334

출판사 리뷰

군국주의 국가 일본은 왜 패전 후 민주주의를 급속히 수용할 수 있었을까?

“일본인은 동아시아에서 가장 후진 민족입니다”

자국민을 일컬어 천연덕스럽게 ‘동아시아에서 가장 후졌다’고 말하는 저자 야마모토 시치헤이는 일생동안 일본 문화와 일본의 정체성을 끈질기게 연구한 ‘일본인’이다. 출세작『일본인과 유대인』,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일대기를 다룬 『기다림의 칼』 등의 저작으로 이름을 알렸으며, 특히 『공기의 연구』에서 “일본은 공기(분위기)의 나라”라고 했던 말은 지금도 식자들 사이에서 널리 회자되고 있다. 1991년에 그가 사망한 후에는 PHP 주관으로 <야마모토 시치헤이 상>이 제정되기도 했다. 『일본인이란 무엇인가』는 이러한 저자의 연구를 집대성한 일본 문화론의 진수라고 할 수 있다.

1991년 루스 베네딕트의 『국화와 칼』이 화제를 불러일으킨 이래로 일본에 대한 책은 일본 안팎에서 꾸준히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 중에서도 야마모토 시치헤이의 책은 일본인에게조차 생소한 일본의 역사를 다루고 있어 일본을 이해하는 새로운 지평을 열어줄 것이다. 저자는 서문에 ‘새로운 국화와 칼’이라는 표현으로, 일본과 일본인에 대해 전면적으로 해부하고자 하는 포부를 담았다.

야마모토 시치헤이는 수백 차례에 걸쳐 국내외에서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일본 문화에 대한 강연을 한 바 있다. 일본에서 사업을 하려는 비즈니스맨에서부터 일본에 흥미를 갖고 있는 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목적과 호기심을 안고 저자의 강연을 들었다. 아마도 야마모토 시치헤이는 외국인에게 일본에 관한 질문을 가장 많이 받은 일본인일 것이다.

총 28장으로 구성된 이 책에서, 각 장의 첫머리에는 늘 위와 같은 상황들이 등장한다. 외국인들이 던지는 질문은 대체로 밑도 끝도 없거나 엉뚱한 오해를 기반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저자가 한 마디로 대답할 수 없는 상황에 난감해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한 나라의 국민이 가진 특성은 역사와 전통이 집약되어 있게 마련이다. 그러므로 하나를 위해 열 가지 이야기를 해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 만약 한두 시간의 강연으로 일본을 완전히 이해시킬 수 있었다면 저자는 이 책을 집필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야마모토 시치헤이는 강연장이라는 시간적ㆍ공간적 제약에서 벗어나, 총 616페이지에 걸쳐 일본과 일본인에 대한 본격적인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일본인의 의식과 행동을 추적해나가는 작업은 전 분야에 걸쳐서 진행되었다. 문자ㆍ신화ㆍ종교ㆍ정치ㆍ화폐제도ㆍ무역ㆍ경제ㆍ법체계ㆍ철학 등의 굵직굵직한 주제를 기반으로 다양한 사료와 역사적 일화들이 소개되고 있다. 일본인이라면 당연한 것으로 여길 것을 당연하게 보지 않고, 끊임없이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스스로를 들여다보려는 노력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작업임에 틀림없다.

일본 하면 떠오르는 것들, 근원을 들여다보다

『일본인이란 무엇인가』에서는 우리가 평소 일본에 대해 가지고 있는 ‘이미지’에 대한 역사적인 근거를 찾을 수 있다. 어딘지 모르게 속내를 알 수 없는 일본인. 계산적이기도 하면서 유럽의 선진국들에 대한 동경을 가지고 있는 나라. 혹은 끊임없이 우리나라를 침범하고 제국주의적인 야욕을 불태우던 나라. 그 이면에는 ‘섬’이라는 고립된 환경에 놓인 일본인들의 뿌리 깊은 콤플렉스가 숨어 있다. 일본은 벼농사를 시작한 시기도, 독자적인 ‘가나 문자’를 만든 시기도 중국과 한국을 비롯한 주변국들에 비해 느렸다. 일본인들은 무사 정권 내부의 분열과 각지의 농민, 상인 등이 꾀하는 반란(잇키) 등으로 언제 지도자가 바뀔지 모른다는 불안(종말 감각)을 가지고 살았다. 그런 와중에서도 신화의 시대로부터 내려온 천황의 정통성을 지켜내고 있는 나라가 바로 일본이다. 저자는 이를 들어 고대 방법 그대로 소금과 제기를 만들어 신에게 제사를 지내면서, 1,500년 전 모습 그대로의 이세신궁과 초고층 빌딩이 공존하는 ‘신구가 교차하는 복합 문화의 나라’라고 표현했다.

일본은 모방 대국이다?
근대 이후 일본인들은 ‘모방의 천재’라는 별명을 갖게 되는데, 그 배후에는 세계 유일의 비정시법 시계(계절에 따른 밤낮의 길이 변화를 적용한 시계)를 만든 시계공들이 있었다. 1862년 시계공인 오노 노리치카는 네덜란드로 건너가 5년 동안 항해 기계와 측량 기계를 만드는 기술 등을 모조리 배워 왔다. 이미 시계를 만드는 기술이 발달해 있었기 때문에 당시 오노 노리치카 같은 시계공들은 증기선을 보기만 하고도 구조를 파악해 증기 기관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고 한다. 이를 보면 확실히 일본은 모방 대국이지만, 바탕에는 구조와 원리를 파악할 줄 아는 기술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볼 수 있다.

일본인은 경제동물이다?
일본의 학자들은 동아시아의 여러 나라와는 달리 사대부 집안이 아닌 상인 출신이 많았다. 18세기의 학자 혼다 도시아키는 “천하를 손에 넣은 은의 탕왕과 주의 무왕을 이상으로 삼는 일은 미친 짓이다”, “지금의 현실을 잘 아는 것이야말로 학문이라고 할 수 있다”라고 하며 실학을 제창했고 동시대 인물인 가이호 세료는 천자를 ‘천하의 경제적 재화를 가진’ 부자라고 정의했고 한 나라의 지도자는 ‘경제적 재화를 백성에게 빌려주고 그 이익을 먹고 사는 사람들’이라는 주장을 펴 현대의 자본주의적 사고방식과 흡사한 사상들이 일찍이 태동했음을 알 수 있다.

일본의 여성들은 불행하다?
가마쿠라 시대(1185~1333)의 상속법에 따르면 자녀가 없는 처에게도 상속권이 보장되었고, 심지어는 양자로 들인 자식에게 재산을 상속할 수도 있었다. 또한 ‘자식의 성별이 달라도 부모의 은혜는 같다’고 하여 아들딸 구별 없이 균등하게 재산을 상속했다. 이를 통해 불과 13세기에도 일본의 여성 인권은 남성 못지않았음을 알 수 있다.

일본인들은 개인주의적이다?
13세기 무가 사회에서는 아버지와 아들이 각각 조정과 바쿠후(막부) 편에 서서 적이 되어 싸우는 일도 종종 있었다. 부자라는 혈연관계보다 개인의 결단이 중요했던 것이다. 죄를 물을 때에도 ‘삼족을 멸하는’ 연좌제가 아니라 ‘죄에 공모했는지’의 여부에 따라 처벌의 범위를 정했다. 이를 통해 오래 전부터 개인과 개인의 능력을 중시해왔음을 알 수 있다.

동아시아의 후진국이 살아남는 법

한자, 율령 제도, 불교 등 외부의 문화는 일본에 도입되면서 ‘일본화’하는 경향이 있다. 저자는 이를 두고 외부의 문화와 토착 문화의 ‘공명’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기도 했다. 한자를 들여와 변형하고 보완한 가나 문자를 발명하면서, 일본은 서민들이 알기 쉬운 언어로 법체계를 공고히 하는 데 성공했다. 또한 일본 유학생들이 중국에서 도입해온 율령 제도는 구색을 맞추기 위한 외면의 모방에 불과했으므로 ‘과거제도’가 빠져 있었다. 불교 역시 염불만 외우면 된다는 종파와 계율을 사수한 종파 등 무수한 갈래로 분화되었고, 결국에는 분수에 맞게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하라는 식의 정권 유지를 위한 ‘어용 철학’이 되기도 한다.
동아시아 3국 중 문명 발달이 가장 지체되었던 일본이 메이지유신으로 가장 먼저 근대화에 성공했다. 패전 후의 폐허 상태를 극복하고 선진국의 반열에 오를 수 있게 된 비결은 이러한 적극적인 선진 문물의 도입과 변형의 기술 때문인지도 모른다. 천황이 제의를 총괄하고 조정에서 정치를 전담하는 제정 분리의 정치 구조는 일본에 자본주의 체제를 수월하게 안착시켰다. 또한 언제 정권이 바뀔지 모르는 혼란 속에서 일본 고유의 학풍이나 사상 체계가 만들어졌다. 만물의 이치를 논하는 사대부 집안 출신의 유학자가 지배 철학을 담당했던 중국이나 한국과는 달리, 일본은 상인 출신의 학자들이 적극적으로 정치와 경제의 흐름을 주도했다. 이러한 토양이 네덜란드, 포르투갈, 영국 등의 서구 문물을 빠르게 흡수하는 바탕이 되었다.
『일본인이란 무엇인가』는 우리가 흔히 아는 사무라이나 가부키, 게이샤 등에 대한 자극적이고 피상적인 설명으로 일관하는 책이 아니다. 저자는 지금의 일본이 기적이나 마술 같은 방법으로 성장한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일본은 어떤 길을 걸어서 지금의 위치에 서 있는가. 바로 이 책에서 그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에게도 ‘한강의 기적’이라 불리는 초고속 경제 성장의 역사가 있다. 닮은 듯 다른 두 나라의 근대화 과정을 비교해 보는 것도 흥미로운 탐구가 될 수 있다.
현재를 살아가는 일본인들의 행동 원리는 그들의 지나온 역사가 만든 것이다. 이웃나라의 장점과 단점을 아는 것은 중요하다.
 

추천평

"일본과 일본인에 대한 독자적인 연구를 펼쳐온 야마모토 시치헤이는 [일본인이란 무엇인가]에서 가감 없이 자국의 정체성을 파헤치고 있다. 전통과 현대를 넘나드는 저자의 통찰력은 루스 베네딕트의 [국화의 칼]과는 달리 직접적이고 생생한 역사적 사실에 근거하고 있어, 일본을 이해하는 새로운 지평을 열어줄 것이다."
이어령 / 전 문화부장관, 중앙일보 고문
“나는 이공계를 전공했기 때문에 역사는 언제나 어려운 분야였다. 고등학교 시절 이 책을 접하고 나서 비로소 일본 역사의 흐름과 핵심을 알게 되었다. 이 책을 보면 일본인의 장점과 약점을 잘 알 수 있다. 한 번에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은 아니지만, 명저임에는 틀림없다.”
“율령 제도의 붕괴, 장원의 발생, 바쿠후(막부)의 기반 등 교과서에서 잘 다루지 않은 측면으로부터 일본의 역사를 이해할 수 있었다.”
일본 아마존, 독자 서평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