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문학의 이해 (책소개)/1.서양고전문학

76.그리고 아무날도 하지 않았다 (하인리히 빌)

동방박사님 2022. 1. 12.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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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쾰른의 선인이라 불리며 전후 독일 문단을 이끈 하인리히 뵐의 장편소설이다. 가난한 부부의 이야기를 통해 전후의 참상과 고통에 침묵해야만 했던 이들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1948년의 화폐 개혁 후에 서독의 대도시인 쾰른에서 벌어진 일을 부부 각자의 관점에서 그린 이 소설은 1953년 말까지 1만 7천 부 이상이 팔리며 커다란 성공을 거두었다. 이야기는 1952년 9월 30일 토요일 오전에 시작되어 10월 2일 정오경에 끝나는데, 작품의 제목은 예수의 수난을 다룬 흑인 영가「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에서 따온 것이다.

가장인 프레드 보그너는 좁은 단칸방에서 아내 캐테, 세 아이와 함께 사는 것을 견디지 못하고 집을 나와 다른 데서 산다. 그는 전쟁과 가난으로 인한 상처를 안고 포격으로 파괴된 도시 이곳저곳을 떠돌아다닌다. 그의 아내 캐테 보그너도 절망적인 일상생활과 위선적인 가톨릭 신자인 프랑케 부인으로부터 달아나고 싶어 하지만 아이들 때문에 수모를 견디며 초라한 방에서 억지로 살아간다. 또 다시 아이를 임신한 그녀는 싸구려 호텔에서 남편과 함께 밤을 보내며 자신이 여전히 남편을 사랑하는 것을 깨닫지만 그와 헤어지기로 마음 먹는다. 그런데 부부가 단칸방에 사는 까닭은 그들이 게으르거나 일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프랑케 부인이 응접실을 포함해 네 개의 방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보그너가 그 응접실을 쓸 수 있었더라면 그는 집을 나가지 않았을 것이다.

지역의 성직자와 밀접한 관계에 있는 프랑케 부인은 주택을 배정하는 문제에서 부부를 도와주기는 커녕 방해를 한다. 사회에서 낙오한 보그너는 진실이 결여된 불공평한 사회에서 권태와 좌절을 느끼며 그 사회에 동참하기를 거부함으로써 탈락자이자 국외자가 된다. 아이를 많이 갖지 말라는 사회적 권유를 묵살하고 네 번째 아이를 가진 캐테 역시 사회 부적응자라 할 수 있다. 뵐은 원래 프레드 보그너의 귀향을 묘사하는 14장을 구상했지만 실제로 쓰지는 않았다. 가난은 사회적 책임이란 사실이 작품에서 분명히 제시되었는데 아내에 대한 사랑을 재발견하고 집에 돌아온다고 해서 반드시 사회적 환경이 좋아질 것이라 생각하지는 않았던 것이다.

뵐은 이 작품으로 독일 비평가 협회 문학상을 비롯해 여러 문학상을 휩쓸었고 47년 그룹에서도 작가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았다. 그러나 가톨릭 성직자에 대한 비판적인 서술로 가톨릭 교계로부터는 격렬한 비난을 받기도 했다. 이 작품에 대해 동시대의 독자들은 주로 내용에 대한 토론을 했지만 오늘 날의 독자들은 형식적인 면에서 부족한 면, 그 중 가난한 자와 부자를 보는 도덕적인 시각, 모티프의 투명성 문제, 부분적으로 판에 박힌 서술 등을 중점적으로 논의하고 있다. 그렇지만 하인리히 뵐이 이 소설로 서독의 여론에 점차 더 큰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는 점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없다. 지금까지도 전쟁과 가난이라는 단어가 낯설지 않은 이 시공간에서, 뵐의 소설은 여전히 살아 숨쉬며 독자들과 만나고 있다.

목차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역자 해설
하인리히 뵐 연보
 

저자 소개 

저 : 하인리히 뵐 (Heinrich Boll)
 
1917년 독일 쾰른에서 태어났다. 1937년에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서점에서 견습 생활을 하며 다양한 책을 섭렵했고, 이듬해 쾰른 대학에 입학해 독문학과 고전문헌학을 공부했다. 1939년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나치 군에 징집되어 6년간 프랑스, 소련, 헝가리 등 여러 전선에서 복무하였으며, 전쟁이 끝난 후 미군 포로수용소에서 풀려나 쾰른에 정착했다. 이후 본격적인 창작 활동을 시작하여, 1949년 ...

역 : 홍성광

 
서울대학교 인문대 독문과 및 대학원을 졸업하고, 토마스 만의 장편 소설 『마의 산』의 형이상학적 성격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저서로 『독일 명작 기행』, 『글 읽기와 길 잃기』, 역서로 야스퍼스의 『정신병리학총론』(공역), 쇼펜하우어의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 『쇼펜하우어의 행복론과 인생론』, 『쇼펜하우어와 니체의 책 읽기와 글쓰기』, 니체의 『니체의 지혜』,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도덕의...
 
출판사 리뷰
1972년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 하인리히 뵐의 대표작,
전후의 먼지에 내몰려 침묵하는 가난한 부부 이야기


1952년의 어느 주말, 성당의 종소리가 무심히 울려 퍼지는 가운데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 모르는 한 부부의 만남이 이루어진다.

프레드 보그너, 성당 전화 교환수, 한 달 임금 320마르크. 아내와 세 아이와 함게 단칸방에서 살다 집을 나왔다. 술집, 간이식당, 오락 기계, 광장, 성당, 묘지 주변을 떠돌다 지인들을 찾아가 잠을 자고, 가끔 돈을 빌리면 싸구려 호텔에서 아내 캐테와 시간을 보낸다. 캐테 보그너. 집 나간 남편이 보내오는 돈으로 세 아이를 돌본다. 술집에서, 전화박스에서 남편이 걸어 오는 전화를 기다리다 그날 그날 다른 장소로 남편을 만나러 간다. 가난 때문에 먼저 낳은 쌍둥이를 잃었다. 또 다시 아이를 임신하고 마침내 사랑하는 남편 프레드와 헤어질 결심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