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문학의 이해 (책소개)/3.한국문학

금삼의 피 (박종화 역사소설)

동방박사님 2022. 2. 12.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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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마셔라. 마시면 쓸쓸한 인생이 다 스러진다.”
역사소설의 대가 박종화가 그려낸 인간 연산군의 애달픈 진실


“민족과 역사를 떠난 문학은 존재할 수 없다.” 한국문학 1세대인 박종화의 말이다. 『금삼의 피』는 역사소설의 대가인 박종화가 연산군을 세상으로 처음 불러낸 소설이다. 조선 최악의 ‘문제적 임금’이 아닌, 어미 잃은 슬픔 속에서 외롭고 쓸쓸한 ‘문제적 인간’ 연산군을 그려냈다.

연산군의 생모 폐비 윤씨는 억울하게 쫓겨나 사약을 받고 세상을 떠났다. 어머니의 한 조각 원통한 피눈물 수건은 길고 긴 파란만장을 일으킨다. 웃음과 눈물, 삶과 죽음, 슬픔과 환락, 의기와 간흉…… 세상사의 이치가 모두 담긴 역사소설이다.

목차

서사(序詞)
장한편(長恨篇)
사모편(思母篇)
필화편(筆禍篇)
척한편(滌恨篇)
실국편(失國篇)

상세 이미지

 

저자 소개

저자 : 박종화
1901. 10. 29. 서울 출생. 어릴 때 한학을 오래 공부함. 1920. 휘문의숙 졸업 후 문학동인지 [문우(文友)] 창간. 1921. [장미촌(薔薇村)] 동인으로 시 「오뇌(懊惱)의 청춘」 「우유빛 거리」 발표. 1922. 홍사용ㆍ이상화ㆍ나도향 등과 함께 [백조(白潮)] 창간. 1923. [백조]에 단편 「목매이는 여자」 발표. 1924. 첫 시집 『흑방비곡(黑房秘曲)』을 발간하며 주로 시인으로 ...
 

책 속으로

아아 죄인의 아들은 쓸쓸하구나, 어미 없는 사람은 외롭구나. --- p.218

……상감마마! 나는 여태 칠십 평생에 모든 것을 원망하고 저주하였소이다. 선한 자나 악한 자나 다 마찬가지인 줄로만 알았소이다. 오히려 악한 놈은 더 잘되는 줄로만 알게 되었소이다. 의리도 소용없고, 충신도 소용없고, 효자도 소용없고, 열녀도 소용없는 줄 알았소이다. 모든 것이 한때의 분 바른 허위와 가식의 거린 줄만 알았소이다. 오히려 정작 골똘해 이 길에 들어가는 사람이 어리석고 바보인 것으로만 알았소이다. 상감마마! 그렇지 아니했어요? 우리의 자리를 빼앗아간 모든 불의의 일을 한 사람들이 얼마나 부귀영화에 호화로운 행복을 누리었습니까? 의를 앞세우고 우리를 두호하던 사람들은 어디 한 사람이나 씨가 남은 이가 있었습니까? --- p.467~468

옆에 방에는 내시도 잠들고, 나인도 잠들었다. 만뢰는 고요히 쥐 죽은 듯한데 다만 깨어 있는 것은 흐를 듯한 달빛, 내리는 서리, 싸늘히 부는 바람, 날리는 낙엽, 그리고 이 속으로 걸음을 옮기는 상감 연산과 귀여운 사람 장녹수의 두 그림자뿐이다. --- p.503

“이런 못난이, 고만 울어라. 우리는 강하게 살아야 한다!”
“어떻게 하면 강하게 살아요?”
녹수는 방긋 웃었다.
“내 힘껏 싸워 보련다. 단 십 년을 살아도 사는가 싶게 화려하게 살아 보련다. 고시랑고시랑 백 년을 살면 무얼 하니. 하고 싶은 것은 모조리 해보고야 말 테다. 인생 한번 돌아가면 구름과 안개인 것을!” --- p.505

사람의 새빨간 욕심이란 채우면 채울수록 밑바닥이 없는 것이다. 그것은 사람의 강렬한 본능인 때문이다. 이 야수 같은 새빨간 본능은 어느 구석 사람의 마음 한편 귀퉁이에 몇천 년 몇만 년을 두고 길고 강하게 뿌리박혀 내려왔다. 그러나 사람은 도덕이란 옷과 예절이란 굴레를 쓰기 때문에 어느 정도까지 야수성을 뿜을 수 있다가도 반성하는 마디에 소스라쳐 돌아설 수 있다. 이렇기 때문에 만물의 영장이요 비로소 사람이다. --- p.600

연산을 내쫓아라! 사나운 폭군을 폐위시켜라! 백성이 부지할 수 없고 나라가 견딜 수 없다. 일어나거라 팔도 의병은! 봉홧불은 먼저 전라도에서 터져 일어났다. 세상은 은은한 가운데 물 끓듯 소란하다. 이 시절은 언제나 결딴나느냐? 빨리 명랑한 밝은 날씨가 보고 싶구나! 말은 차마 입 밖에 내지 못하나, 은연중 사람과 사람의 마음은 이심전심으로 어떠한 크나큰 파멸과 변혁을 기다린 지 오래다. 파멸과 변혁 뒤에는 어떠한 거룩한 태양 같은 광명이 비칠 것이다.
--- p.605
 

출판사 리뷰

“연산군을 그린 모든 작품은 이 소설에서 시작되었다.”
권력과 욕망을 탐하는 인간 존재를 담아낸 역작


『금삼의 피』는 연산군을 소재로 한 여러 드라마와 영화의 시초이자 모티프가 되어 왔다. 궐내 여인들의 사랑과 모성, 권력에의 욕망은 드라마 [장녹수]와 [여인천하]의 출발점이 되었고, 권력을 뒤에 업고 전횡을 일삼는 희대의 간신 임사홍·임숭재 부자의 행적은 영화 [간신]의 바탕이 되었다. 선한 일이든 악한 일이든 한번 맘먹은 일은 조금도 굽히거나 뉘우치는 빛이 없이, 억만 사람을 희생한대도 하고 싶은 노릇은 다 해보려 하였던 『금삼의 피』 속 연산군. 영화 [왕의 남자]로 대표되는 많은 작품들에서 연산군의 캐릭터는 『금삼의 피』가 있었기에 세상의 빛을 볼 수 있었다. 이야기에 담긴 권력을 탐하는 인간의 욕망과 그로 인해 핍박받는 백성의 현실은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한국문학을 사랑하는 독자들이 만들어 가는 이야기의 우주
‘대한민국 스토리DNA’ 열세 번째 책


‘대한민국 스토리DNA 100선’. 새움출판사가 야심차게 펴내고 있는 이 선집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두 가지 큰 특징이 있다. 첫째는, 이야기성이 강한 소설을 골라 펴냈다는 점이다. 둘째는, 드라마 영화 만화 등 다양한 문화 콘텐츠의 원형(DNA)이 되는 작품 위주로 구성돼 있다는 사실이다. 이야기성에 주목해 우리 대한민국 사람들의 삶의 내력을 오롯이 껴안고 있으면서도 우리나라의 정신사를 면면히 이어가고 있는 작품들을 꼼꼼하게 챙기고 골랐다. 옛날 민담에서부터 현대소설에 이르기까지 우리에게 전해지는 이야기는 무수히 많다. 그 가운데 스토리가 풍부하고 뚜렷한 소설을 선정해 과거와 현재, 신화와 역사가 공존하면서 서로 대화하는 형식으로 100권을 채워 나가고 있는 중이다.

오늘날 모든 역사 드라마와 영화의 원형이 된 이광수 장편소설 『단종애사』, 마음의 불꽃을 단련시키는 모든 구도자의 이야기를 그려낸 김성동 장편소설 『만다라』, 일제강점기 때 크게 유행했던 이해조의 ‘딱지본 소설’을 편저한 『평양 기생 강명화전』, 도시 빈민들의 뒷골목을 생생하게 조명한 80년대 베스트셀러 『어둠의 자식들』 등과 함께 열세 번째로 출간되었다. 대한민국 스토리DNA는 이후에도 국문학자나 비평가에 의한 선집이 아니라, 문학을 사랑하는 대중의 선호도를 우선적으로 반영하여 새로운 한국문학사를 구성해 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