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문학의 이해 (책소개)/3.한국문학

조선총독부 (유주현)

동방박사님 2022. 2. 12.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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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일본의 침략기구였던 통감부와 총독부를 중심으로 그 잔학한 침략과 수탈상을 묘사한 소설이다. 조선의 독립을 위해 힘쓰는 긍지 높은 이념을 가진 가상의 인물(박충권과 윤정덕)이 등장하지만 둘을 제외하고는 실존했던 인물의 이름을 사용하여 현실감을 높였다. 정확한 역사적 사실에 근거한 약 2,000여 명에 이르는 등장인물, 한국·일본·중국·동남아에 이르는 광범한 무대, 입체감 있는 사건 배치로 한국 역사를 조명하였다.

또한 총독이 바뀔 때마다 조선을 다스리는 정책의 변화에 대해서도 상세히 기술하고 있다. 초대 총독 데라우치는 언론탄압정책과 동시에 105인사건, 토지조사 사업 등으로 조선 일대를 약탈했고 이로 인해 조선에는 팔도를 떠도는 유랑민이 속출했다. 뒤이어 부임한 하세가와 는 고종의 죽음으로 슬픔에 젖은 국민들이 들고 일어난 3·1운동을 맞아 죄 없는 조선인과 애국지사들을 가혹한 형벌로 다스리고 평화적 시위조차 허용하지 않았다. 다음으로 사이토 총독은 문화정책을 표방하며 조선인의 환심을 사는 한편, 친일파를 대거 양성하여 한민족 분열에 앞장섰다.

이렇게 역사적 맥락을 조명하면서도 의기 있는 민족의 자주독립 의지를 연면히 계승하는 민족적 저력에 초점을 두고 있다. 침략을 묘사하되 그 비인도적 정책을 규탄하는 데 핵심을 두고, 사사로운 원한에 사로잡힌 보복의식을 드러내지 않았다. 또한 역사서에 기술되지 않은 인간 내면을 묘사하였다. 겉으로 드러난 팩트만을 서술하고 해석하는 게 역사 기술의 한계인 반면 소설로서 등장인물의 고뇌, 욕망 등 내면세계를 파헤치는 역할을 착실히 수행했다.

목차

편집인 노트
가슴을 울리고 머리를 깨우칠 《조선총독부》-고승철

운명의 전야
탐욕으로 시작되었다
음모의 계절
우리 조선사람끼리
안악의 지사들
춤추는 횃불
105인 사건의 연루자들
깊숙한 별실
살아남는 자와 죽는 자
실속 없는 집념
물산공진회物産共進會
국화문장의 금시계
덫에 걸린 짐승
대정실업친목회
중앙고 숙직실의 구상
어혼약御婚約
마지막 황제

류주현 연보
조선총독부 연표

저자 소개 

저 : 류주현 (柳周鉉)
 
호는 묵사默史. 경기 여주에서 태어났다. 1939년 일본 동경으로 건너가 와세다대 문과에서 수학한 후 귀국, 1948년 단편〈번요의 거리〉로 등단했다. 여러 잡지에서 편집을 맡았으며, 꾸준한 연재와 다작으로 한국 현대 문학사에 대하역사소설이라는 새로운 경지를 개척하였다. 작품으로는〈남한산성〉,〈장씨일가〉등을 비롯한 중ㆍ단편소설 100여 편과〈조선총독부〉,〈대원군〉,〈대한제국〉등의 장편소설 30여 편을 남겼다. 아...

책 속으로

인간이란 때로는 형편없이 당돌한 경우가 있다. 알피니스트를 보면 6척 미만의 체구로 태산泰山에 도전한다. 그것은 슬기보다 야심이며 천품의 재능이 아니라 정상을 향한 당돌한 도전이다. 나는 이 작품에서 작가가 아니라 알피니스트의 자세였다.
빈대를 잡기 위해서 절간에 불을 질렀다는 고사가 있다. 1919년 봄, 내 조부의 50칸 집은 원인 모를 화염에 휩싸였다. 나중에 화인火因이 밝혀졌다. 조부가 반일 항거의 과격파라고 해서 앙심을 품은 어느 일경日警이 집에다 석유를 뿌리고 불을 질렀다고 했다.
나는 그 2~3년 후에 태어나, 세 살 때에 실향 유랑민이 된 어머니의 등에 업혀 서울로 올라왔다. 성장한 나는 작가가 됐다. 도전할 산봉山峰을 찾다가 조선총독부라는 거대한 대상과 부딪쳤다.
붓을 들고 여러 번 망설였다. 한라산 산록에 서서 그 우람한 산세와 아득한 정상을 보는 것처럼 좌절감으로 현기증이 일었다. 그러나 나는 써야 한다고 스스로를 매질했다. 당돌한 도전이지만 한 작가로서 필생의 작업으로는 조선총독부만큼 우리에게 처절하고 또 경건한 ‘인간의 역사’가 달리 없음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작품은 그 수법이 조선총독부라는 거대한 주체를 대상으로 다큐멘터리의 형식을 수용함으로써 인물 개체보다는 그 집단과 행적에다 앵글을 잡고 실존 인물들을 실명 그대로 등장시키는 모험을 피하지 않았다.
작품의 의도는 처음부터 명확하다. 1900년 초, 대한제국 멸망의 전야로부터 시작해서 1945년 일본제국이 멸망하는 순간까지의 우리 시공에 군림했던 조선총독부와 일본인과, 그리고 한국인과 한민족에 관련된 동서양 여러 나라 여러 민족을 대상으로, 현대의 잔혹하고 슬픈 ‘인간의 역사’를 부릅뜬 눈으로 응시하고 파헤치고 형상화하는 것과 비장한 씨름을 했다.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