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과학의 이해 (책소개)/4.자연과학

측정의 역사

동방박사님 2022. 2. 27.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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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흥미로운 주제, 날카로운 통찰력, 유려한 필치로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과학자이자 철학자 로버트 P. 크리스의 신작. 과학 분야에서 종교만큼이나 뜨겁고 논쟁적인 주제인 도량형 문제를 사회문화, 정치, 역사, 과학사적 측면에서 흥미진진하게 그렸다.

세상만물이 척도가 되던 시절의 측정의 의미에서부터, 음률에서 길이를 끌어낸 고대 중국, 자신들의 문화와 지식의 총체를 저울추에 담았던 서아프리카의 아칸족, 삶과 노동에 뿌리박은 중세 유럽의 도량형, 그리고 불과 200여 년도 안 되는 짧은 기간에 전 세계 측정체계를 통일한 프랑스의 미터법, 지구 자오선, 빛의 속도 등 자연에서 불변의 척도를 찾으려는 근현대 과학자들의 열정 등을 드라마틱하게 엮고 있다.

언뜻 보기에 사소하고, 지극히 당연해 보이는 주제인 측정에서 문화, 정치, 과학, 예술 등 흥미로운 이야기를 끌어내고 인류 역사의 비밀을 파헤치는 지은이의 놀라운 식견이 돋보인다. 또한 삶의 질이나 행복 같이 측정할 수 없는 것까지 측정할 수 있다고 믿는 현대세계의 측정 경관에 대한 비판적이고 철학적인 통찰도 눈여겨볼 만하다.

 

목차

머리말 정오를 알리는 대포 소리

1장 다빈치의 「인체 비례도」
임시방편 척도/ 세 가지 요건/ 의자 쿠션으로 음향을 측정하다/ 세상 만물이 척도가 되던 시절/ 단위의 비율/ 표준과 권력/ 상징적 의미/ 측정은 세계화를 가장 극적으로 보여준다

2장 고대 중국, 도량형과 음악
제례, 음악 그리고 권력/ 척도는 우주적 질서를 표현한다/ 정확성의 정쟁/ 실세계 물리학과 음향학의 접목

3장 서아프리카, 금분동
아칸족의 저울추/ 서구인의 시각/ 금분동은 아칸족 지식의 총체를 담은 백과사전/ 톰 필립스: 금분동은 아칸족의 조각품/ 지구상에서 가장 독창적이고 혁신적인 상호 측정 체계

4장 프랑스, 일과 삶의 현실
프랑스 국가 기록원의 표준기/ 무질서와 지리멸렬/ 일과 삶의 현실에 뿌리박은 전통 도량형/ 측정은 근대세계의 핵심 조건/ 장소에서 공간으로, 구체적인 것에서 추상적인 것으로/ 자연 표준을 찾아서/ 길이도 하나, 무게도 하나/ 프랑스 혁명/ 모든 시대를 위해, 모든 사람을 위해

5장 보편 측정을 향한 첫걸음
미터법은 어떻게 보편성을 얻었나/ 영국은 왜 미터법을 쓰지 않았나/ 미국의 딜레마/ 퍼디낸드 해슬러/ “미터법은 인간의 창의력이 만들어낸 최고의 발명”/ 프랑스: 불편한 동거

6장 현대 문명의 위대한 업적
1851년 만국박람회/ “표준 전쟁은 끝났다. 승자는 미터다”/ 국제미터위원회/ 미터법의 세계화/ 중국: 아편전쟁/ 서아프리카: 아샨티 전쟁

7장 메트로필리아 대 메트로포비아
반대하는 사람들/ 피라미드는 고대의 신성한 자연 측정 체계다/ 부정과 무신론의 자식/ 미터빠와 미터 오류/ 옛 측정 단위의 흔적

8장 뒤샹 씨, 농담이죠?
마르셀 뒤샹의 「정지한 세 표준」/ 과학에 대한 불안/ 예술과 일상적 사물의 경계를 허물다/ 미터를 조롱하다/ 측정조롱학

9장 최종 표준의 꿈
기이한 천재/ 찰스 샌더스 퍼스의 성장 배경/ 단위 체계와 정확성/ 자연 길이 표준/ 빛의 파장과 미터/ 퍼스의 과학관/ 마이컬슨과 몰리/ 되살아난 꿈

10장 국제단위계
최초의 자연 표준 후보/ 1미터라고도, 1미터가 아니라고도 말할 수 없는 것/ 미터법은 프랑스 군대의 총검 뒤에서 행진했다?/ 미사일 격차와 측정 격차/ 국제단위계

11장 현대 측정경관
측정의 사회적 의미/ 헨리 드라이푸스의 조와 조제핀/ 현대 세계는 측정경관이다/ 인체 측정/ 삶의 질/ 측정경관의 그림자

12장 킬로그램이여, 안녕
국제 킬로그램원기는 부동의 표준?/ 표준이 오르락내리락/ 공인가?/ 저울인가?/ ‘새 국제단위계’를 향해/ 절대 측정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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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저 : 로버트 P. 크리스 (Robert P. Crease)
 
미국 뉴욕 스토니브룩 대학 철학과 교수이자 학장으로, 《물리학 세계》에 ‘임계점’이라는 제목으로 매달 칼럼을 기고한다. 영국물리학회와 미국물리학회 회원이며 미국물리학회 물리학사 연구회 회지의 편집을 맡고 있다. 10여 권의 책을 쓰거나 옮기거나 엮었다. 저서로는 『위대한 방정식: 피타고라스에서 하이젠베르크에 이르는 과학의 혁신』『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실험 열 가지』『물리학 만들기: 브룩헤이번 국립연구소의...
 
역 : 노승영
 
서울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대학원 인지과학 협동과정을 수료했다. 컴퓨터 회사에서 번역 프로그램을 만들었으며 환경 단체에서 일했다. ‘내가 깨끗해질수록 세상이 더러워진다’라고 생각한다. 박산호 번역가와 함께 『번역가 모모 씨의 일일』을 썼으며, 『제임스 글릭의 타임 트래블』, 『당신의 머리 밖 세상』, 『헤겔』, 『마르크스』, 『자본가의 탄생』, 『천재의 발상지를 찾아서』, 『바나나 제국의 몰락...
 

책 속으로

옛날 옛적에는 지역마다 ‘정오를 알리는 대포’가 있었다. 도량형은 현지의 물자와 관습을 바탕으로 현지의 필요에 부응했다. 각 사회의 ‘현지’ 도량형은 공예품, 정치 체제, 문화만큼이나 독창적이고 다양했으며 측정의 의미와 목적을 바라보는 관점도 제각각이었다. 서아프리카에서는 금을, 중앙아메리카는 소금을 중국은 궁중 제례를, 유목민은 거리를, 근대 이전 유럽은 농업을 중시했다. 중요한 가치일수록 이를 재는 척도가 더 정교하고 정밀하며 더 구체적으로 표현되고 더 많은 규제를 받았다. 하지만 200여 년밖에 안 되는 짧은 기간에 사실상 이 모든 체계가 하나의 ‘보편적’ 측정 체계로 통일되었으며 사실상 모든 나라가 이를 받아들였다. 이는 전 세계 언어가 통일되는 것만큼이나 놀라운 일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pp.29~30
서양에서 교육받은 연구자는 저울과 금속 저울추를 보면 무게 측정?즉, 어떤 금속의 무게를 딴 금속과 비교하여 결정하는 행위?을 떠올린다. 반면에 아칸족에게 저울, 자갈, 숟가락, 금가루 따위는 모두 화폐 가치를 평가하는 행위를 나타낸다. 따라서 유럽과 아프리카 사이에는 오해만이,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대화’만이 있을 뿐이다.
---pp.58~59
에탈롱을 제작한 직접적 계기는 프랑스 혁명이었다. 모든 토지의 소유자인 왕이 권력의 정점에서 영주들을 다스리고 영주가 봉신에게 토지를 주어 다스리는 피라미드 계층 구조를 통해 권력이 배분되는 봉건제의 잔재, 이 잔재를 쓸어버리고 봉건제를 보편적이고 평등하고 합리적인 체제로 대체하는 것이 혁명 지도자들의 목표였다. 하지만 이 목표를 이루는 데 왜 측정이 중요했는지를 알려면 프랑스 역사를 한참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p.78
한 세기 뒤에 뉴턴의 『프린키피아』(1687)가 출간되었을 즈음, 구체적인 ‘장소’ 개념은 단일하고 균일한 ‘공간’ 개념으로 대체되었다. 천상과 지상은 ‘다른 물질로 이루어지고 다른 규칙을 따르는 다른 장소’가 아니었다. 천상과 지상은 같은 공간에 속하며 같은 수학 법칙을 따랐다. 공간, 즉 세상은 측정 가능한 사물만이 출연하는 무대다. 이 무대에서는 측정 가능한 힘이 측정 가능한 운동을 일으킨다.
---p.87
과거에는 측정 체계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측정의 사회적 맥락을 뚜렷이 인식했다. 아칸족은 금가루 무게를 달 때 자신의 행동이 어떤 뉘앙스로 읽히는지 알았고, 중국 황실 관리들은 정확성의 정쟁을 벌였으며, 근대 이전 유럽의 농민들은 척도가 착취에 악용될 수 있음을 뼈저리게 절감했다. 하지만 현대 측정경관에서는 측정의 사회적 맥락이 뚜렷이 드러나지 않는다.
---p.275
 

출판사 리뷰

★ 2011년 「가디언」 올해의 책
일상의 삶과 현실에 터한 임시방편 척도에서, 지구상에서 가장 독창적인 측정 체계인 서아프리카 아칸족의 금분동, 척도가 우주적 질서를 표현한다고 믿고 음악에서 길이 척도를 끌어낸 고대 중국, 자연에서 보편 척도를 찾으려 했던 과학자들의 열정, 200여 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전 세계의 측정 체계를 통일한 프랑스의 미터법, 그리고 모든 것을 측정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측정이라는 본질에서 멀어져버린 현대인들의 삶까지…… 흥미진진한 이야기와 날카로운 통찰이 어우러진 역작!

측정이라는 렌즈로 본 인류 문명사. 문화, 정치, 예술 그리고 과학을 넘나드는 한 편의 파노라마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시대와 장소를 넘어 기상천외하고 다채롭다. 율관의 음을 통해 길이 척도의 정확성을 찾고자 했던 중국 위나라의 순욱, 서구인의 시각으로 자신의 나라 서아프리카에서 금분동을 연구하다 식민주의적 관점을 버리고 새로운 시각에서 아프리카 문화를 연구한 니앙고란-부아, 프랑스 혁명기의 정치가들, 자오선에서 자연표준을 찾기 위해 항해했던 과학자들, 미터법 옹호론자들과 피라미드학자들, 예술작품으로 미터법을 조롱하고 과학을 뒤틀었던 예술가 마르셀 뒤샹, 미사일 경쟁을 벌이던 미국과 소련의 정치인들, 의자 쿠션으로 음의 반향을 측정한 하버드의 물리학자, 그리고 속옷 구조모델까지. 저자는 측정이라는 딱딱한 주제를 다채로운 인물들의 삶과 역사적 사건을 통해 풀어냄으로써 측정이 인류 역사를 관통하는 핵심 주제라는 것을 흥미진진하게 보여주고 있다.

측정만큼 인간사에서 본질적인 것은 없다.

우리는 세상을 해석하고, 사회적 삶을 영위하고, 생존하기 위해 세상만물에서부터 인간사의 모든 것을 견주어보고 잰다. 거리가 얼마인지, 시간은 언제인지, 땅의 생산량과 노동의 양은 어느 정도인지, 거래에서 공정한 것은 무엇인지 알고자 한다. 모든 것이 바로 측정과 연관되어 있다. 때문에 지은이는 측정 이야기를 통해서 인간이 세상을 이해하고, 해석하는 방식을 알 수 있으며, 문화와 사회적 관계, 일상과 삶의 현실을 알 수 있다고 말한다. 폴란드의 경제학자 비톨트 쿨라가 말하듯 “문화를 이해하려면 도량형을 이해해야만 한다.” 도량형은 한 사회가 우주만물을 해석하고, 인간들의 삶과 일상, 현실을 보여주는 척도이기 때문이다. 인류 문명에서 측정만큼 본질적인 것은 없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음악에서 길이를 끌어낸 고대 중국, 세상에서 가장 독창적인 측정을 했던 서아프리카 아칸족, 일상과 삶의 현실에 뿌리박고 있는 중세 유럽 농민들의 도량형. 200여 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전 세계의 측정 체계를 통일한 프랑스의 미터법, 그리고 모든 것을 측정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측정이라는 본질에서 멀어져버린 현대인들의 삶까지!

고대인들이 세상을 ‘측정’하고 이해했던 방법에서부터, 일상적 삶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임시방편 척도, 음률에서 길이를 끌어낸 고대 중국, 자신들의 문화와 지식의 총체를 저울추에 담았던 서아프리카의 아칸족, 삶과 노동에 뿌리박은 중세 유럽의 척도까지 다루고 있는 전반부에서는 미터법이 시행되기 이전 사람들이 측정과 척도를 어떻게 이해했는지를 생생하게 들려준다. 중반부에서는 ‘프랑스 혁명보다 위대하고, 인쇄술 이후 인간의 창의력이 만들어낸 최고의 발명품’이라고 여겨지는 미터법이 어떻게 탄생했으며, 전 세계에 어떻게 전파되었는지를 그렸다. 측정이야기가 세계화를 극적으로 보여준다고 말하는 저자는 불과 200여 년도 안 되는 짧은 기간에 현대의 바벨탑으로 불리는 보편 측정 체계로 통일된 일은 전 세계 언어가 통일되는 것만큼 혁명적인 사건이었다고 주장한다. 마지막으로 지구 자오선, 빛의 속도 등 자연에서 불변의 척도를 찾으려는 근현대 과학자들의 열정, 전 세계가 국제단위계로 통합되는 과정을 후반부에서 다루고 있다. 아울러 갈수록 일상적 삶의 현실에서 멀어져 과학자들만의 이야기로 한정되고 있는 측정과학과 삶의 질이나 행복 같이 측정할 수 없는 것까지 측정할 수 있다고 믿는 현대세계의 측정 경관에 대한 비판적이고 철학적인 통찰도 제시한다.

조물주는 자도, 저울도 창조하지 않았다.

범죄수사관들이 말하는 전형적인 ‘기만, 사기’ 수법들 중에는 피사체 옆에 자를 갖다놓고 사진을 찍는 것이 있다. 노리는 것은 피사체가 실물보다 크게 보이게 하는 것. 자를 갖다 댔을 때 대략 90퍼센트의 사람들은 아무런 의심 없이 피사체를 크게 본다. 사실은 자의 눈금이 작게 되어 있음에도 자가 조작되었다는 생각은 꿈에도 하지 못하는 것이다.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세상에 존재하는 자를 신뢰하고, 자로 측정한 사물의 속성을 철석같이 믿는다. 그러나 거꾸로 질문해보자. 왜 이것의 무풰는 1킬로그램이고, 저것의 길이는 1미터일까? 지금 시간은 왜 오후 1시일까? 우리는 어떻게 길이와 거리와 양과 무게를 재는 것일까? 너무 당연한 이런 질문들에 대해 생각을 하면 할수록 아리송해지고, 순환논리에 빠지게 된다. 이 순환논리는 인류 역사를 알지 않고서는 답할 수 없는 문제임에 틀림없다. 이 책이 빛을 발하는 이유는 언뜻 보기에 사소하고, 지극히 당연해 보이는 주제인 측정에서 문화, 정치, 과학, 예술 등 흥미로운 이야기를 끌어내고 인류 역사의 비밀을 파헤치는 지은이의 놀라운 식견이 돋보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