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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양식의 탐구 - 근대인의 인류학 (2023)

동방박사님 2024. 1. 3. 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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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생태 위기 앞에서 새로운 좌표계를 제시하는 세계적인 철학자의 마지막 대작

이 책은 과학기술학의 대가이자 생태주의 정치철학을 독보적으로 제시해온 프랑스 철학자 브뤼노 라투르가 집필한 최고의 대작으로 불린다. 반세기 가까이 이어진 라투르 사상의 모든 것이 담겨 있을 뿐 아니라, 서구 근대성이 낳은 온갖 문제의 근본 원인을 파헤치고 그 해법과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라투르는 서구 근대인과 그들을 따라 근대화를 추구한 비서구 근대인이 ‘자연’과 ‘사회’를 구분하고, ‘객체’와 ‘주체’를 갈라놓는 이분법으로 인해 정치적 극한갈등과 기후변화라는 위기에 빠졌다고 진단한다. 요컨대 근대인은 자신과 타자를 파악하는 데 모두 실패했다. 잘못된 이분법의 좌표계로 세상을 재단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라투르는 또 하나의 근대성 비판을 제출하는 데 그치지 않고, 비근대인을 대상으로 삼았던 서구 인류학의 시선을 반전시켜 놀랍게도 근대인 자신을 인류학적 탐구의 대상으로 삼는다. 이를 통해 근대인이 추구해온 과학, 기술, 정치, 경제, 종교, 예술, 도덕, 법 등의 영역을 가로지르며 근대적 가치와 제도의 실상을 밝히고, 열다섯 가지 존재양식의 개요를 제시한다. 서구와 비서구, 인간과 비인간의 뒤얽힘이 극적으로 증가하는 인류세 시대에 대응하여 한층 더 다원적이고 생태적인 대안적 좌표계를 확립하기 위해서다. 이로써 이 책은 근대화의 폭력과 오류를 넘어 생태화의 길로 나아가며 비근대인, 비인간, 그리고 지구와 함께하는 새로운 ‘외교’의 가능성을 연다.

목차

독자에게: 진행 중인 집단적 탐구를 위한 사용자 매뉴얼
감사의 말
개요

서론: 제도를 다시 신뢰한다고?

1부 근대인의 존재양식에 대한 탐구를 어떻게 가능하게 할 것인가
1장 탐구의 목표를 정의하기
2장 탐구를 위한 문서 수집
3장 대응의 위험한 변화
4장 공간 만드는 법을 배우기
5장 말하기의 장애물 제거하기
6장 구성의 약간의 결함을 수정하기

2부 어떻게 존재양식의 다원주의로부터 이득을 얻는가
7장 변신의 존재자들을 복원하기
8장 기술의 존재자들을 가시화하기
9장 허구의 존재자들을 위치시키기
10장 외양을 존중하는 법 배우기
2부 결론: 존재양식을 배열하기

3부 어떻게 집합체들을 재정의할 것인가
11장 말에 민감한 존재자들을 환영하기
12장 정치적인 것의 유령을 불러내기
13장 법의 통과와 준주체
14장 조직에 관해 자신의 언어로 말하기
15장 정념적 이해관계의 존재자들을 동원하기
16장 양심의 거리낌의 경험을 강화하기

결론: 다가올 문명을 찬양할 수 있을까?

해설 (파트리스 마니글리에)
상세 차례
피벗 테이블
 

저자 소개

저 : 브뤼노 라투르 (Bruno Latour)
 
프랑스 철학자, 사회학자, 인류학자. 과학기술과 인문사회 사이의 학제적 조류를 이끈 과학기술학(STS)의 대가이며, 근대성 비판과 인간중심주의 해체에 토대를 둔 생태주의 정치철학을 독보적으로 제시한 사상가다. 인문사회과학 분야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홀베르상과 교토상을 받았다. 1947년 프랑스에서 태어나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고, 아프리카에서 인류학 현장 연구를 경험하며 과학과 기술에 대한 인류학 연구로 학문적...

역 : 황장진

 
성균관대학교와 동대학원에서 정치외교학을 공부했고 카이스트 대학원에서 과학저널리즘을 전공했다. 코리아헤럴드 편집국장을 역임했으며 연합뉴스에서 근무했다. 브뤼노 라투르의 사상에서 깊은 감화를 받은 뒤로 그의 책을 꾸준히 번역하고 있다. 대표 역서로 『처음 읽는 브뤼노 라투르』가 있다.

책 속으로

근대인의 이상형은 전진을 멈출 수 없는 “근대화 전선”을 통해 과거에서 미래로 향해 가는 사람이다. 그러한 개척 전선, 그러한 프론티어 덕분에 근대인은 자신에게서 떨쳐내야 하는 모든 것을 “비합리적인” 것으로, 진보하기 위해 지향해야 하는 모든 것을 “합리적인” 것으로 규정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처럼 근대인은 자유를 향해 나아가기 위해 과거에 대한 애착에서 벗어나고 있던 사람이었다. 요컨대 어둠에서 빛으로, 계몽으로 향해 가고 있던 사람들이었다. 내가 이 특이한 좌표계를 정의하기 위한 시금석으로 ‘과학’을 사용한 것은 과학에 대해 생각하는 방식의 혼란이 근대화의 장치 전체를 위협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사실과 가치를 다시 뒤섞기 시작한다면, 시간의 화살은 비행을 중단하고 주저하며 사방으로 꼬여서 마치 스파게티 한 접시처럼 보이게 될 것이다.
--- p.30

그는 오늘날의 인류학자는 자신의 연구 대상에게 자신의 연구 주제에 대해 말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바로 그런 이유로 그는 비판적 거리 두기의 자원들에는 거의 의지할 수 없다. 정보원들의 가치에 충실하면서도 영역을 믿지 않고 따라서 영역에서 나오는 보고를 믿지 않으며, 그러나 또한 가치와 제도의 연결을 재정식화한다는 생각을 포기하지 않으면서(나중에 보겠지만 일종의 균형 잡기이다), 연결망을 통해 실천을 묘사하는 법을 안다는 것에 그는 만족한다. 다시 말해, 그는 외교의 위험을 두려워하지 않는 인류학자이다. 그는 누군가에게 그 사람이 정말 중요하게 여기는 것에 대해 잘 말하는 법을 배우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고 있다.
--- p.81

세계와 말 사이의 심연이 거대해 보여도, 그것은 한 절합과 다음 절합 사이에서는 심연이 아니다. “개”라는 단어가 짖지는 않겠지만, 몇 시간만 훈련시키고 나면 “피도”라고 불렀을 때 그 이름으로 지정한 그 따뜻한 털복숭이가 말과 사물 사이의 간극이라고 생각되는 것에도 불구하고 점차 실재를 취하며 바로 우리의 발치에 와 있을 것이다.
--- p.152

깜짝 놀란 맹인이 위험이 있는 것을 모르고 겁 없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이것이 근대인의 오만이다). 그러나 주저하기 시작하면 그는 결국 낙심하게 된다(이것이 포스트모더니즘이다). 그가 정말로 두려워한다면, 아무리 사소한 테러리스트라도 그를 공포에 몰아넣을 수 있다(이것이 근본주의이다). 3세기 동안의 완전한 자유 이후에 이제 지구, 가이아의 형태로 세계의 침입이 도래했다. 예기치 않은 결과의 귀환, 근대주의 괄호의 끝이다.
--- p.263

출판사 리뷰

■ 12개국 번역, 전 세계 언론과 학계에서 주목받은 세계적인 철학자의 마지막 대작
- 생태 위기 앞에서 새로운 좌표계를 제시하는 ‘근대인의 인류학’ 심층 보고서


‘녹고 있는 빙하가 사라지는 것을 막기 위해 빙하를 특수 제작된 흰 천으로 덮어야 할까?’ 마치 SF의 한 장면처럼 보이는 질문이지만, 2004년부터 스위스에서는 알프스 빙하의 유실을 막기 위해 매해 여름 빙하에 방수포를 덮고 있다. 오늘날 인류가 빙하를 걱정하고 빙하가 녹는 것에 책임이 있다면, 자연과 인간의 관계는 더 이상 전과 같을 수 없다. 자연의 정복을 꿈꾸던 근대화의 몽상은 끝났고, 우리는 이야기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이 책 『존재양식의 탐구: 근대인의 인류학』은 과학기술학의 대가이자 생태주의 정치철학을 독보적으로 제시해온 프랑스 철학자 브뤼노 라투르가 집필한 최고의 대작으로 불린다. 반세기 가까이 이어진 라투르 사상의 모든 것이 담겨 있을 뿐 아니라, 서구 근대성이 낳은 온갖 문제의 근본 원인을 파헤치고 그 해법과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라투르는 서구 근대인과 그들을 따라 근대화를 추구한 비서구 근대인이 ‘자연’과 ‘사회’를 구분하고, ‘객체’와 ‘주체’를 갈라놓는 이분법으로 인해 정치적 극한갈등과 기후변화라는 위기에 빠졌다고 진단한다. 요컨대 근대인은 자신과 타자를 파악하는 데 모두 실패했다. 잘못된 이분법의 좌표계로 세상을 재단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라투르는 또 하나의 근대성 비판을 제출하는 데 그치지 않고, 비근대인을 대상으로 삼았던 서구 인류학의 시선을 반전시켜 놀랍게도 근대인 자신을 인류학적 탐구의 대상으로 삼는다. 이를 통해 근대인이 추구해온 과학, 기술, 정치, 경제, 종교, 예술, 도덕, 법 등의 영역을 가로지르며 근대적 가치와 제도의 실상을 밝히고, 열다섯 가지 존재양식의 개요를 제시한다. 서구와 비서구, 인간과 비인간의 뒤얽힘이 극적으로 증가하는 인류세 시대에 대응하여 한층 더 다원적이고 생태적인 대안적 좌표계를 확립하기 위해서다. 이로써 이 책은 근대화의 폭력과 오류를 넘어 생태화의 길로 나아가며 비근대인, 비인간, 그리고 지구와 함께하는 새로운 ‘외교’의 가능성을 연다.

■ 우리가 결코 근대인이었던 적이 없다면 우리는 누구였는가?

1991년, 브뤼노 라투르는 이후 세계 20여 개국에 번역되는 『우리는 결코 근대인이었던 적이 없다』를 출간하며 세계 사상계에 커다란 충격을 안겼다. 당시 사상계에서는 미완의 근대성을 강조하는 근대주의 입장이든, 근대성을 전면 부정하는 반근대주의 입장이든, 근대성의 위기를 냉소하는 탈근대주의 입장이든, 우리가 근대인이며 근대성 안에 있다는 사실에는 모두가 동의하는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라투르는 ‘우리는 결코 근대인이었던 적이 없다’라는 도발적 주장으로, 우리가 애초에 정말 근대적으로 살아오긴 했는지를 처음으로 깊이 캐물었다.

라투르에 따르면 근대인이 믿어온 전근대와 근대, 사실과 가치, 객체와 주체, 자연과 사회 같은 이분법적 구분은 근대인이 생각했던 그 방식대로 현실화된 적이 없다. 반대로 그렇게 구획하려는 시도 자체가 도리어 그 둘을 뒤섞는 수많은 ‘하이브리드’를 양산해왔다. 코로나 팬데믹,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는 물론, 크게는 인류의 탄소 배출로 인한 기후 문제 등 과학과 기술, 정치와 법, 도덕과 경제의 영역을 넘나드는 하이브리드 문제는 늘어만 가고 있다.

그리하여 라투르는 과거의 부정적인 입장에서 한 발 더 나아간다. “나는 ‘우리는 결코 근대인이었던 적이 없다’라는 단호히 부정적인 제목을, 같은 주장의 ‘긍정적인’ 버전으로 보완하는 것이 실제로 가능하다고 믿는다.”(32쪽) 근대성의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서는 과학, 정치, 법, 경제 등 우리의 가치와 제도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긍정적인 방식으로 재구성해야만 이것들 사이의 진정한 ‘외교적 관계’를 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존재양식의 탐구』는 흑백의 이분법으로 세상을 재단하는 근대주의의 프레임에서 벗어나 열다섯 가지 존재양식을 통해 세계의 다원성을 복원하려는 야심찬 기획이라고 할 수 있다.

■ 공적 논쟁을 종결시키기 위해 ‘과학’과 ‘경제’를 납치한 근대인들
- ‘범주 오류’를 넘어서기


라투르가 이 책에서 근대인의 존재양식을 탐구하는 방법을 알아보기 위해 근대 세계에서 ‘과학’이 오용되는 방식을 잘 보여주는 한 가지 가까운 사례에 주목해볼 수 있다. 최근 후쿠시마 오염수 논쟁이 보여주듯 근대인은 공적 논쟁을 종결시키기 위해 ‘과학’을 납치한다. 정치적 논적이 괴담을 퍼뜨린다고 말하면 논쟁은 그 자리에서 끝나기 때문이다. 또한 이른바 ‘경제’ 논리는 다른 모든 정치적 목소리를 침묵시키는 데 오용된다. 이처럼 모든 근대주의 프로젝트에는 ‘과학’과 ‘경제’를 앞세워 다른 존재양식들의 가치를 지워버리려는 ‘범주 오류’가 존재한다.

하지만 논쟁에 참여한 많은 과학자들이 말하듯 실제의 과학은 수많은 불확실성과 무수한 검증 과정 속에서 끝없는 반론에 직면해야 한다. 과학이 그렇게 검증되어야 하듯이, 정치 또한 정치 나름의 고유한 방식을 통해 광장에서 그 정치적 진실성이 검증되어야 한다. 이렇게 과학과 정치는 서로 다른 존재양식, 각각의 고유한 검증 양식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근대인은 ‘과학’과 ‘경제’를 동원하면 다른 목소리를 들을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라투르는 이와 같이 근대인이 저지르는 다양한 범주 오류에 주목하여 근대적 가치와 제도를 하나하나 탐구해 나간다. 실제로 “(라투르의) 탐구는 범주 오류의 탐지로 시작한다.”(85쪽) 근대인들은 과학이 정치를 오해하고, 정치가 종교를 오해하고, 법이 허구를 오해하는 식으로 각각의 존재양식이 지닌 고유한 가치를 존중하는 데 실패했다. 라투르는 이러한 범주 오류를 체계적으로 조사하여 각각의 가치의 핵심이 무엇인지, 근대인의 역사 속에서 그러한 가치들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그리고 ‘과학’과 ‘경제’의 출현으로 인해 어째서 다른 모든 존재양식이 위험에 처하게 되었는지 등의 다양한 문제를 이 책에서 찬찬히 검토해 나간다.

■ 근대화가 낳은 문제의 근본 원인에 대한 존재론적 탐구

그러나 『존재양식의 탐구』는 과학적 사실의 객관성이나 경제적 계산의 효율성을 단순히 비판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오히려 라투르가 보여주고자 하는 것은 다양한 합리성들 사이의 관계에 있다. “참과 거짓을 구별하는 복수의 방법들”(110쪽), 복수의 합리성들이 있기 때문이다. 라투르가 문제시하는 것은 과학적 객관성이나 경제적 효율성 같은 특정한 합리성이 예술, 기술, 도덕, 종교 등의 다른 존재양식을 침묵시키거나 환원시킬 정도로 지배적이 되어 다른 가치들을 억압하는 것이다. 이런 오류를 피하기 위해 라투르는 횡적으로는 존재양식의 다양성을 복원하고, 종적으로는 계보학적 분석을 통해 범주 오류의 역사적 기원을 분석한다. 결국 이 책의 목적은 근대성과 경제성으로 환원되지 않는 각각의 존재양식이 어떤 특성을 지니고 있는지, 그리고 각각의 관계가 어떻게 악화되어 왔는지를 분석하고, 이 존재양식들을 새로운 설계를 통해 재배치하는 것이다.

예컨대 ‘경제’의 경우, 라투르는 ‘경제’라는 이름 아래에 세 가지 존재양식이 융합되어 있다고 분석한다.(14, 15, 16장 참조) 라투르는 ‘경제’가 ‘애착’과 ‘조직’과 ‘도덕’의 불안정하고 일관성 없는 융합이며, 경제학을 가치중립적인 ‘과학’으로 오해한 덕분에 마치 ‘경제’가 ‘도덕’에서 벗어난 것처럼 여기게 된다고 말한다. 이렇게 ‘경제’가 애착, 조직, 도덕의 융합이라는 것은 경제적 결정에는 이미 특정한 도덕적 기준이 함의되어 있으며, 사회 조직을 특정한 방향으로 이끌어 나가면서, 선택과 집중을 통해 특정한 애착 양식을 고착시키는 것임을 뜻한다.

이뿐만 아니라 심리, 습관, 종교, 법, 재생산 등의 존재양식에 대한 상세한 분석도 책 속에서 이어진다. 이러한 분석의 핵심은 존재양식 각각의 고유한 검증 양식을 드러냄으로써 모든 존재양식을 존중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는 데 있다. 따라서 “하나의 오류만이 아닌 모든 범주 오류를 피해야 한다는 것이다.”(99쪽) 그리고 이를 통해 근대적 제도 속에서는 침묵에 빠져버렸지만, 다른 사회와 공동체에서는 언제나 중요했던 가치를 다시 복원해낼 수 있다. 예컨대 ‘변신’이라는 존재양식을 통해 라투르는 근대적 심리학과 비근대적 샤머니즘을 같은 차원에서 논의할 수 있는 비교인류학의 지평을 마련한다. 근대인의 이분법적 좌표계가 아닌 대안적 좌표계를 제시함으로써 다른 비근대적 가치들을 위한 ‘동등한’ 공간을 마련하려는 이 시도는 이 책의 매우 중요한 측면이기도 하다.

■ 인류학적 시선으로 보는 근대인의 존재양식

결국 『존재양식의 탐구』는 ‘과학’과 ‘경제’의 지배를 넘어 근대 세계를 어떻게 재묘사할 것인가, 그리고 근대적 가치 가운데 무엇을 계승할 것인가에 대한 지속적인 탐구다. 이 책은 우리가 어떻게 학문 간, 문화 간, 인간과 비인간 간의 소통을 통해 지속 불가능성이 입증된 서구 근대성의 삶의 형태와 범주를 재설계할 수 있는지를 핵심적으로 묻는다.

여기서 라투르가 근대성에 대한 탐구를 풀어내는 방식은 철저히 인류학적이다. 인류학적 시선으로 근대성을 바라본다는 것은 과학, 경제, 정치 등의 현장 속에 들어가 낯선 시선으로 그 경험을 기록함으로써 그러한 가치와 제도를 총체적으로 재구성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근대성에 관한 근대인의 ‘이론’이 근대인 자신의 ‘실천’을 이해하는 데 실패해왔음이 드러난다. 근대인은 ‘과학’, ‘정치’, ‘경제’ 영역처럼 세상이 경계선으로 분리된 별개의 영역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여겼지만, 실제로 있는 것은 연결망들이기 때문이다. 인류학적 시선은 근대적 영역들 사이에 있는 수많은 회색지대와 연결선을 드러낸다. 그러나 라투르는 자신의 목표가 모든 경계를 무너뜨리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각각의 실천의 강점을 모두 존중하는 방식으로 근대 세계를 재묘사하고 재배치하는 것임을 동시에 강조한다. 이는 모든 근대적 존재양식을 한꺼번에 재구성하되 서로 혼동하지 않으려는 것이다. 라투르에게 실제의 근대 세계는 각기 고유한 진리 생산의 메커니즘이 있는 여러 존재양식의 다원성 속에 존재한다.

요컨대 한편으로는 ‘연결망(network)’, 다른 한편으로는 ‘전치사(preposition)’가 그의 두 가지 주요 작업 도구이다. 전치사는 다양한 존재양식이 서로에 대해 맺는 관계 유형을 정의하는 존재론적 개념으로, 행위자-연결망 이론(ANT)의 관점을 계승하면서도 이를 보완하고 완성한다. ‘연결망’은 영역을 넘나드는 결합의 다양성을, ‘전치사’는 근대인의 복잡한 역사 과정에서 확인된 존재양식의 다수성을 포착할 수 있게 해주는 존재양식이다. 이는 근대인의 ‘범주 오류’를 넘어 여러 실천 속에서 드러나는 실제적 경험을 공유하고 대안적 정식화를 이끌어낼 수 있도록 해준다.

■ 이 책의 전체적 개요

이 책은 하나의 저작일 뿐 아니라 하나의 프로젝트로서, ‘존재양식의 탐구’ 웹사이트에서는 독자들이 함께 참여하여 각자의 시선에서 새로운 탐구를 이어갈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modesofexistence.org 참조) 그것은 다가오는 거대한 생태 위기에 직면하여 우리가 어떤 공통 세계를 구성할 수 있는지 알아보기 위한 외교적 대화의 준비 작업이기도 하다. 방대한 분량으로 쓰인 이 책을 몇 문단으로 요약하기란 거의 불가능하지만 때로는 흥미진진하게, 때로는 복잡하게 서술된 이 책의 핵심만을 간추리면 다음과 같다.

이 책의 1부 「근대인의 존재양식에 대한 탐구를 어떻게 가능하게 할 것인가」는 탐구의 목표를 설정하고, 근대인에 대한 이해를 진전시키려는 모든 노력을 이해할 수 없게 만드는 두 가지 주요 장애물(객관적 지식의 문제, 구성과 실재의 문제)을 제거한다. 이를 통해 우리는 마침내 다시금 경험에 의지해서 다양한 유형의 존재자들에 대해 적절하게 말하는 법을 알게 된다. 단지 상이한 ‘언어 게임’의 문제에 불과하다고 말하는 대신, 존재론적 다원주의를 올바로 다룰 수 있게 되고, 세계를 구성하는 수많은 행위자들로 눈을 돌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2부 「어떻게 존재양식의 다원주의로부터 이득을 얻는가」에서는 존재양식의 다원성으로부터 이득을 얻고 무엇보다 주체/객체의 분할이라는 감옥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위치를 찾는다. 여기서 탐구하는 여섯 가지 양식(재생산, 변신, 습관, 기술, 허구, 지시)은 비교인류학을 위한 완전히 다른 기초를 제공해준다. 이를 통해 존재양식들의 출현, 존재양식들이 갖는 가치들의 변동, 그리고 각 존재양식의 출현이 다른 존재양식들을 파악하는 우리의 능력에 미친 부정적 효과를 이해할 수 있게 된다. 2부의 결론에서 라투르는 이러한 분석을 활용하여 존재양식들을 좀 더 체계적인 방식으로 배열할 수 있도록 대안적 좌표계를 제시한다.(2부 결론, 부록: 피벗 테이블 참조)

이러한 대안적 좌표계를 통해 3부 「어떻게 집합체들을 재정의할 것인가」에서는 더 지역적이며 사회과학의 관습에 가까운 여섯 가지 존재양식(정치, 법, 종교, 애착, 조직, 도덕)을 식별한다. 이 존재양식들은 탐구의 마지막 두 가지 주요 장애물인 ‘사회’라는 관념, 그리고 특히 다른 어떤 양식보다 근대인의 특유성을 더 잘 보여주는 ‘경제’라는 관념을 재조립하는 데 도움을 준다. 자본주의의 종말보다 지구의 종말을 상상하기가 더 힘든 것은 ‘경제’라는 관념이 우리 인간 삶 전체의 아주 중요한 부분과 결부되는 세 가지 존재양식(애착, 조직, 도덕)을 근대적 제도 속에서 전혀 구분하지 않고 융합시켰기 때문이다. 라투르는 이 세 가지 존재양식을 상세히 설명함으로써 ‘경제’라는 숨은 신을 넘어서 이를 보다 민주적이고 도덕적인 문제들과 결부시킬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한다.

결론에서 라투르가 밝히듯 이 책은 하나의 완성된 저작인 동시에 계속 진행 중인 집단적 탐구 프로젝트다. 탐구를 통해 발견된 경험을 공유하고 다양한 존재양식을 존중할 뿐 아니라, 나아가 저자의 설명과 다른 설명을 제안하고 탐구 자체를 외교적 장치로 변환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이로써 각각의 존재양식이 조화로운 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제도를 다시 설계하고, 전쟁의 세계 속에서 새로운 평화를 위한 외교의 가능성을 제안하려는 것이다.

“이 책으로 라투르는 프랑스 사상이 쇠퇴하고 있다는 통념에 반기를 든 작가로 자리매김했다. 여기 과학, 기술, 종교, 정치, 예술, 경제, 도덕, 법, 심지어 습관까지 우리에게 중요한 거의 모든 것을 다루는 책이 있다. 우리 존재의 근본적인 차원에 대해 우리가 생각했던 그 어떤 것도 라투르의 거침없으면서도 섬세한 펜 아래에 남아 있지 않다.” 『르 몽드』

“합리성은 ‘여러 개의 실로 엮어진 것’이라는 라투르의 메시지는 학술 세미나뿐만 아니라 공론장을 위한 것이다. 라투르는 우리 모두에게 근대성의 대본을 내려놓고, 서로를 모욕하는 것을 멈추고, 다원화와 생태화를 배워야 한다고 촉구한다. 우리는 외교를 준비해야 한다. 서로 대화하지 않는다면 죽음뿐이다.” 『더 타임스』

“라투르의 책은 세계를, 아니, 세계들을 다시 흥미롭게 만든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것은 당신이 애착을 가질 수 있는 프로젝트다.” 『로스앤젤레스 리뷰 오브 북스』“이 책으로 라투르는 프랑스 사상이 쇠퇴하고 있다는 통념에 반기를 든 작가로 자리매김했다. 여기 과학, 기술, 종교, 정치, 예술, 경제, 도덕, 법, 심지어 습관까지 우리에게 중요한 거의 모든 것을 다루는 책이 있다. 우리 존재의 근본적인 차원에 대해 우리가 생각했던 그 어떤 것도 라투르의 거침없으면서도 섬세한 펜 아래에 남아 있지 않다.” 『르 몽드』

“합리성은 ‘여러 개의 실로 엮어진 것’이라는 라투르의 메시지는 학술 세미나뿐만 아니라 공론장을 위한 것이다. 라투르는 우리 모두에게 근대성의 대본을 내려놓고, 서로를 모욕하는 것을 멈추고, 다원화와 생태화를 배워야 한다고 촉구한다. 우리는 외교를 준비해야 한다. 서로 대화하지 않는다면 죽음뿐이다.” 『더 타임스』

“라투르의 책은 세계를, 아니, 세계들을 다시 흥미롭게 만든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것은 당신이 애착을 가질 수 있는 프로젝트다.” 『로스앤젤레스 리뷰 오브 북스』

추천평

“라투르는 위대한 철학자들에게는 언제나 찾아볼 수 있다고 들뢰즈가 말한 것을 수행한다. 즉, 그는 세상을 다른 방식으로 재분할한다. 의심할 여지는 전혀 없다. 『존재양식의 탐구』는 하나의 길을 개척한 것이다. 라투르는 이제 분명히 우리 시대의 위대한 명제 중 하나를 만들어내고 있다.”
- 파트리스 마니글리에 (파리 낭테르 대학 철학 교수)
“라투르는 우리 세대의 가장 창의적인 지식인이다. 그는 항상 우리가 생각해야 할 예상치 못한 장면과 공간을 보여주며 문을 열어왔다.”
- 리처드 세넷 (사회학자)
“라투르는 우리 세계를 구성하는 여러 존재양식에 대한 탐구를 통해 이러한 양식들이 품고 있는 다양한 종류의 존재들을 인식하고, 우리가 그들에 의해 만들어지는 방식들에 주목하며, 그리고 세계를 (인간) 주체와 (비인간) 객체로 구분할 때 이를 인지하지 못하는 우리의 무능력을 일깨운다. 라투르 덕분에 나는 숲과 함께 생각하는 일이 어떻게 우리 시대를 위한 생태 윤리가 될 수 있는지 배울 수 있었다.”
- 에두아르도 콘 (맥길 대학 인류학 교수, 『숲은 생각한다』 저자)
“『존재양식의 탐구』는 라투르가 근대인의 인류학을 대칭적으로 실행하기 위해, 즉 근대인을 비근대인만큼이나 복잡하고 흥미롭게 만들기 위해 지난 40년 동안 개발해온 오랜 연구의 최신 작품이다. 이 연구 작업은 정교화 과정에서 점점 더 복잡해지고 강력해졌으며, 실로 새로운 발전 단계마다 놀라운 사건이었다.”
- 필리프 데스콜라 (콜레주 드 프랑스 인류학 교수)
“근대인은 세계를 지배하려는 과학, 기술, 경제라는 세 가지 압력에 휘둘리면서 세계를 잃을 심각한 위험에 처해 있다. 라투르는 비교역사적 분석과 정치·문화적 협상의 프로그램을 통해 ‘다가올 문명’의 열쇠를 보여준다. 그것은 오늘날 근대성의 생태적, 경제적, 도덕적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기회를 우리에게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 하르트무트 로자 (예나 대학 사회학 교수)
“라투르는 모든 살아 있는 기술적, 사회적, 생물학적 체계를 상호의존적이고 호혜적인 과정으로 생각하게 해주었다. 거기서 단순한 객체는 없으며 구성되는 주체는 그 모든 부분들 간의 협상을 통해 계속해서 생산된다. 무엇보다 그는 공동체를 위해 상품을 포기하는 법을 나에게 가르쳐주었다. 활력, 신선함, 창의성, 정직함, 확장성, 예술, 그리고 유쾌한 유머로, 그는 통제와 지배에 대한 환상에서 벗어나게 하고 진화하는 민주주의를 기꺼이 받아들이는 길로 우리를 이끌고 있다.”
- 리처드 파워스 (소설가)
“예술가로서 나는 인간은 지구 위에 있는 것이 아니라 지구 안에 있다는 라투르의 주장에서 영감을 받았다. 그는 글쓰기와 연극을 통해 모든 사람과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는 네트워크를 강조함으로써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한다. 그는 폐쇄된 사고방식에 단호히 반대하며 그 대신 상호연결성과 혼합에 주목한다. 기후 비상사태가 눈앞까지 다가온 오늘날에는 이런 식의 사고방식이 정말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 올라퍼 엘리아슨 (예술가)
“건축은 작은 사물들의 느슨한 집합체이며 사물과 사람 사이에서 일어나는 협업의 산물임을 라투르에게서 배웠다. 덕분에 자신이 절대적이고 특권적인 위치에 있다고 생각하는 많은 건축가들의 자기중심적인 관점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날 수 있었다. 이런 식으로 생각하기 시작하면서 나의 건축 디자인이 바뀌었다. 디자인을 작은 사물들의 집합체로 명확하게 시각화할 수 있게 되었다. 라투르의 철학은 세계를 바라보는 방식을 바꿀 뿐만 아니라 세계의 모양과 형태를 바꿀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 구마 겐고 (건축가)
“라투르의 사상은 내가 지난 5년 동안, 특히 『언더랜드』에서 쓴 많은 글을 관통하고 있다. 근대와 전근대, 인간과 인간 너머의 것 사이의 구분에 대한 그의 도전, 사회 정의와 생태 위기가 서로 동떨어진 문제가 아님을 인지하는 신기후체제에 대한 그의 인식이 바로 그것이다.”
- 로버트 맥팔레인 (자연 작가)
“『존재양식의 탐구』 첫 페이지에서 라투르는 이런 질문을 던진다. 제도를 비판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제도를 신뢰하는 법을 배울 수 있을까? 라투르는 관계로부터의 자유와 해방이라는 수사에 맞서 관계의 불가피성과 가치를 강조한다. 여기서 우리는 인문학의 또 다른 비전, 즉 과거를 보존하고 돌보는 인문학의 핵심 역할에 더욱 충실하게 부합하는 자원을 찾을 수 있다.”
- 리타 펠스키 (버지니아 대학 영문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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