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인문교양 (책소개)/1.인문교양

역사에서 도피한 거인들

동방박사님 2021. 12. 13. 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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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사회주의가 몰락하는 현상을 두고 프랜시스 후꾸야마는 '역사의 종말'이라고 말했다. 이 책의 저자는 이렇게 묻는다. "역사가 끝났는가?" 결론만 말하자면 아니다. 저자는 역사의 종말을 주장했던 여러 지식인들(그들이 바로 이 책의 제목이 지시하는 거인들이다)의 사상을 논하고 그들의 전기를 탐구한다. 탈역사, 즉 역사의 종말은 발전된 이론이 아니고 여러 이론들을 전제로 가진 채 어떤 분위기를 드러내는 암시의 코드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탈역사 진단들은 역사철학적 입장이지만, 그보다는 이데올로기를 내장한 권력 투쟁의 측면을 더 많이 내포하고 있다는 설명. 그러나 탈역사를 주장한 사람들 중 일부는 아주 생산적이고 흥미로운 인물들이었음도 놓치지 않는다. 저자는 탈역사의 기원을 추적하고 그 안에 담긴 역사 철학적 성찰들을 독해하면서 그것의 위험성도 함께 비춰보고 있다.

목차

서문

제1장 시대 정신에로의 초대

제2장 퇴보 : 역사의 상실 또는 극복?
1. 부르주아 사회 역사의 종말?
2. 탈역사적 근대화

제3장 종말 상태에서 절멸주의로 (20세기 시대 진단에 등장한 몇몇 회의적 주장의 양상들)
1. 거장들의 대화
2. 거대 기계
3. 자연과 죽음

제4장 중간 요약

제5장 역사, 운명, 주인들의 부활 (역사의 충격 및 탈역사와 관련한 은유들)
1. 헤겔, 말을 탄 나뽈레옹을 보다
2. 융어의 숲행
3. 드 망의 조류

제6장 폭풍에 날아간 천사(위험의 역사 방법론을 담고 있는 탈역사에 대해)

제7장 역사의 해체
1. 구원사의 유산
2. 무기력에의 의지
3. 역사와 탈역사

 

저자 소개

역 : 이동기
 
서울대학교 서양사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독일 예나대학교 사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독일 본대학교 아시아학부 초빙 연구원과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 HK연구교수를 거쳐 현재 강원대학교 평화학과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는 Option oder Illusion? Die Idee einer nationalen Konfoderation im geteilten Deutschland ...

저자 : 루츠 니트함머

구술사와 일상사를 방법론으로 하여 독일 현대사를 연구한, 독일의 대표적인 좌파 역사가. 1939년 독일 슈투트가르트에서 출생. 1971년 하이델베르크에서 박사 학위 취득. 1989~1993년 노르트라인 베스트팔렌 주 산하 문화과학연구소 창립 및 초대 소장 역임. 1991~1992년 국제구술사협회 회장 1998~1999년 나치 시기 강제 부역 노동자의 배상문제와 관련한 조직 '독일 기업 재단 : 기...
 

책 속으로

지난 반세기 동안 탈역사 진단들은 어느 정도씩은 분명 역사 철학의 역사에서 특정한 입장들, 이를테면 헤겔의 입장에 의존해 있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이데올로기를 내장한 권력 투쟁에서의 정치적 지식인들의 역할과 자기 이해 관계에 더 직접적으로 연계되어 있었다. 또 세계의 의미 박탈을 공언하는 것은 세계 자체보다는 잘못된 길로 인도하는 의미 부여자들의 해석 권리와 더 많은 관련을 맺고 있다. 더욱이 그것은 마치 더 이상 세계, 즉 그 신중하고 차분한 이해와 실천의 대상으로서의 세계 자체가 아니라 오히려 단지 그 세계의 의미만이 위기에 빠진 것처럼 현혹하는 위험 요소를 담고 있는 것이다.
--- p. 9
부르주아 사회 역사의 종말?

1970년대에 페터 브뤼크너는 급진적 지식인으로서 1968년 이후 등장한 서독 신좌파의 흐름을 지속시키고자 애썼다. 그는 테러주의자들인 적군파와 수 차례 접촉을 가져 결국 1977년의 이른바 독일의 가을에서 1981년까지의 시기에 하노버대학의 심리학 교수직을 박탈당했다. 교수 자격정지가 해제된 그 이듬해에 향년 60세로 사망했을 떄 그의 유품에서 '탈역사;라는 제목의 자료철이 발견되었다. 그는 그곳에다 강의 준비자료들을 모아 두었는데 특히 발췌록과 혁명 개념의 변화에 대한 미완성 원고가 남아 있었다. 거기에는 다음과 같은 기록이 있었다.

[부르주아 사회는, 그 안에 다양한 시대가 긴장을 가진 채 서로 중첩되어 있고, 그 변화가 이전에는 단지 서로 느슨한 접촉만을 가졌던 다양한 지역들, 주민들, 사회 과정들, 경제들을 국민 국가 내에 그리고 또한 하나의 세계시장으로 연결시켰다는 의미에서 진정한 역사적 사회다. 그렇지만 분명한 것은 산업 사회의 생산양식이 바로 잉와 같은 연관 속에서 여러 카스트와 계급들, 계층들, 지방들에 대해 삶의 조건들의 상대적 보편성 - 역사상 전례 없는 - 을 만들어 내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즉 노동과 상거래, 자유 시간과 의사 소통, 가족이라는 사회적 조직, 성과 죽음의 병원 등에서 그렇다.... 산업 환경의 균등화 요인들이 전체적으로 작용한 결과 '탈역사'의 전조가 나타난다. 즉 '견해와 행동방식'에서 그리고 '이해 관계와 가치 판단' 등에서 서로 동화하는 인류가 출현한 것이다.

중략

계급 구조가 발전한 나라들에서도 또한 계급들, 계급 운명들은 가장자리에 있다 새로운 근본 모순관의 영역으로 진입한다. 즉 한편의 (기술) 합리성, 관리, 정상 상태의 생산을 유지하고자 하는 세력들과 다른 한편의 전부르주아적이고 후기 산업 사회적 비판 요소들을 포괄하는 반란들의 비동시성 사이의 모순을 말한다. 여기에 전복을 위한 두번째 패러다임의 강력한 원천이 놓여 있다. 탈역사의 구조들에 대한 반항이 그것이다. 그리고 이 단절 속에서 우리에게 나타나는 주민들은 하나의 집단적 주체의 구성으로 종합되는 것을 더이상 허용하지 않는다.]

이 기록은 지난 수십 년 동안 급진 좌파들이 맑스주의적 전통 속에 있는 개념들로는 그 사회 환경들의 경험적 실제를 더 이상 실천적으로 서술할 수 없음을 고백하는 많은 것들 중의 하나에 불과하다. 이와 같은 통찰은 서독의 경우 다른 곳보다 다소 늦게 나타났다. 왜냐하면 여기서는 맑스주의 전통이 파시즘과 냉전으로 인해 오랫동안 단절된 후 재발견된 뒤에야 비로소 제대로 다루어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 pp.25~27
 

출판사 리뷰

 
『역사에서 도피한 거인들』20세기 사회주의의 몰락과 냉전의 종말을 목격하기 시작한 1989년에 나왔다는 점은 의미심장한 사실이다. 사회주의의 몰락과 냉전의 종말에 거대 역사적 의미를 부여한 인물은 헤겔 추종자인 미국의 프랜시스 후꾸야마였다. 그는 '역사의 종말'이라는 논문과 같은 제목의 책을 통해 모든 역사가 종말을 고했음을 장엄하게 선포했다. 이런 후꾸야마의 주장을 직접 염두에 둔 것은 아니었지만, 니트함머의 책은 이런 질문을 던진다. "역사가 끝났는가?" 저자의 대답은 물론 단호하게 아니오이다. 하지만 그는 후꾸야마류의 역사의 종말 주장의 진위 여부를 묻지 않는다. 그는 다양한 방식으로 역사의 종말을 주장했던 지식인들(거인들)에 대한 역사적 전기적 탐구라는 우회로를 택했다.

특히 이 책은 제2차 대전을 전후해 역사의 종말을 고한 지식인들의 사상사적, 경험사적 배경을 탐문했다. 러시아 망명객으로 빠리에서 헤겔을 부활시킨 철학자 꼬제브, 현대 철학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