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문학의 이해 (책소개)/3.한국문학

어두운 기억의 저편 (1984: 이균영)

동방박사님 2022. 2. 13. 10:27
728x90

책소개

1984년도 한국 소설문학의 큰 흐름과 발전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대상 작품을 포함한 3편의 우수작상이 지닌 각기 다양한 작품세계가 이 한 권 속에 펼쳐져 있다. 1984년도 제8회 이상문학상 대상 수상작으로 이균영 씨의 소설 <어두운 기억의 저편>이 선정되었다.
평범한 한 소시민의 의식을 추구해가는 과정에서 뜻밖에도 우리는 이산가족의 역사적 비극 같은 역사성과 만나게 된다. 그러나 그 역사성이나 집단의식 같은 것이 생경한 관념이나 목적성에 흐르지 않고 자연스러운 일상의 개인적 삶을 통해 굴절되어 있기 때문에, 작품을 읽는 이로 하여금 뜨거운 감동을 불러일으키게 한다. 뿐만 아니라 이 작품은 작품의 구성력과 참신한 문체, 그리고 이야기의 긴장감 등 형식적인 면에 있어서도 뛰어난 솜씨를 보여주고 있다. 본 심사위원들은 이상문학상 본상이 단순한 공로상이 아니라 항상 새로운 상상력과 창조력을 보여주고 있는 작품에 주어진다는 또 하나의 실증으로서, 이번 제8회 이상문학상을 <어두운 기억의 저편>에 수여하게 되었음을 알린다.

대상 수상작
이균영 <어두운 기억의 저편>

우수상 수상작
서영은 <산행山行>
윤후명 <호궁胡弓>
임철우 <아버지의 땅>
 
 
책 속으로
이십 수년이 넘은 그가 까마득하게 잊어버렸던 일은 어젯밤 그는 잊지 않고 있었다. 그는 이미 기억하기도 어려운 일을 찾아 나섰던 것이다. 생채기엔 새살이 돋고 이제 흉터도 남지 않았던 평온한 외모와 단조로운 일상의 내부가, 아, 술기운에 곪은 균들을 노출하고 말았다. 그는 자신이 알지 못하였던 여러 개의 자신의 존재를 느낄 수 있었다. 하나의 존재도, 하나의 결론도 존재하지 않는다. 이제 그는 겨우 가방 때문에 많은 그의 존재 중 하나를 만나고 있는 것이었다.
--- p. 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