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동양철학의 이해 (책소개)/1.동양철학사상

삼국지 연의 (나관중)

동방박사님 2021. 12. 19.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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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삼국지를 두 번 이상 읽은 독자는 오직 김구용의 『삼국지연의』를 으뜸으로 여긴다
시인이자 한학자인 김구용 선생의 삼국지연의는 70년대에 첫 선을 보인 이래 많은 이들에게 ‘정통 삼국지연의’로 기억되어왔다. 필생의 업으로 중국 고전 소설을 번역해온 김구용 선생이 20여 년에 걸쳐 심혈을 기울인 번역에 또다시 다듬기를 거듭하여 이번에 새롭게 내놓는 이 삼국지연의는 원문을 가장 충실하게 번역하여 마치 삼국지연의 대본을 읽는 듯하다. 삼국지연의의 정본 모종강毛宗崗본의 체재를 따라 120회로 구성하였고, 모종강이 회마다 단 제목도 그대로 살렸다. 또한 한시漢詩 한 구절, 대사 한마디도 빼놓지 않고 완벽하게 번역하였다. 불구하고 고답적이라거나 어색한 한문 번역투라는 느낌이 없음도 특장이라 할 수 있다.
김구용의 삼국지연의는 우리에게 귀중한 책일 수밖에 없다.
김구용의 삼국지연의는 다른 삼국지들과 비교의 논리로 적용될 수 없는 대단한 가치를 지닌 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삼국지들과 김구용의 삼국지연의를 비교해주길 바란다. 삼국지연의의 첫 장을 넘기는 순간, 왜 김구용인가, 왜 김구용의 삼국지연의를 읽어야 하는가가 밝혀지리라 믿기 때문이다. 독자들의 예리한 감식력에 의한 엄정한 판단을 기대할 뿐이다.


김구용金丘庸 완역 삼국지연의의 특징

정본 완역 공신력 있는 판본
김구용 삼국지연의의 가장 큰 자랑이다. 김구용 완역의 『삼국지연의』는 청나라 때 모종강毛宗崗이 정사正史를 바탕으로 원작을 좀더 개정 정리한 세칭 모종강 본(또는 ‘모본’이라고도 함)을 원본으로 삼았다. 청나라 때 이후 원저자인 나관중의 판본보다 더 대중적인 판본으로 알려져온 모종강 본은 특히 내용의 짜임새, 잘 다듬어진 문장, 시, 역사적 사실 관계의 정통성 있는 고증 등으로 그 공신력을 인정받아 오고 있다. 박문서관博文書館 판 현토삼국지懸吐三國志(모본)의 체제를 그대로 따라, 의역이나 줄거리의 가감이 없다.

정확하고 유려한 우리말 번역
고지식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의 정확하면서도 유려한 번역이 김구용 삼국지연의의 최대 장점이다. 김구용 번역 문학의 수준을 가늠할 수 있다.

매권마다 수록된 나오는 사람들, 간추린 사전 및 등장 인물도, 삼국 시대 지 도, 전투 형세도 등 볼거리가 풍성하다.
김구용 선생이 직접 작성한 등장 인물 사전과 삼국지연의 전문 연구가 정원기 교수의 자문을 토대로 구성하였다.

명대明代의 수준 높은 삽화 수록
삼국지연의 삽화집을 두루 검토한 결과 명대 말엽 금릉金陵 주왈교周曰校본 삼국지통속연의三國志通俗演義가 삽화의 예술적인 측면에서도 가장 완성도가 높았다. 그림에 등장하는 인물뿐만 아니라 솔방울 하나, 숨가쁘게 달리는 말의 거친 모습까지도 생생하게 묘사되고 있다.

자세한 역주
적재적소에 역주를 넣어 삼국지연의를 읽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하였다. 이 또한 역자가 직접 작성한 것이다.
 

저자 소개

역자 : 김구용
본명 김영탁金永卓. 경북 상주에서 태어난 김구용은 4세 때부터 금강산 마하연에서 불교와 한학을 접했다. 19세 되던 해부터 13년 간 동학사에 기거하며 경전 및 수많은 동서 고전을 섭렵한 김구용은 1949년 김동리의 추천으로 등단하였다.
전통 시서화詩書畵에 조예가 깊고, 특히 추사秋史 김정희의 예술에 대해 독보적인 해석을 지닌 한학자이자 서예가이다. 유장한 우리말로 다수의 동양 고전들을 번역한 번역 문학가이다. 중국 고전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와 시인 특유의 문재가 돋보이는 그의 번역물들은 독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육군사관학교, 서라벌예술대학, 건국대학교, 숙명여대 강사를 역임했으며 1956년부터 1987년 정년 퇴임할 때까지 성균관대학교 교수로 재직했다.
저서로 시집 시詩 , 구곡九曲, 송頌, 백팔百八, 구거九居와 산문집 인연因緣, 구용 일기丘庸日記가 있고, 역서로 삼국지연의 동주 열국지 충의 수호전, 옥루몽, 노자, 채근담과 편서 구운몽이 있다. 2000년 6월에 시 전집 네 권을 비롯한 산문 전집 두 권을 새로이 교정 편집하여, 김구용 문학 전집(전6권)을 출간했다.
 

책 속으로

일제 암흑기 때 작가 박태원 선생이 번역한 삼국지연의三國志演義는 당시 실의에 빠진 식민지 백성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며 널리 애독되었다 한다. 명나라 초기의 대가였던 나관중 선생의 삼국지연의는 해방 이후에도 월탄, 김광주, 정비석 등 선배 작가들에 의해 한국어 판본 수를 늘리더니, 80, 90년대엔 낙양의 지가를 천정부지로 올린 바 있는 작가 이문열 평역본이 등장하였고, 그 뒤를 이어, 조성기, 황석영, 장정일 등 현역 작가들에 의해 ‘아무개 번역’이란 이름을 걸고 속속 출간되었다. 그러나 이들 현역 소설가들에 의해 재해석되고 재구성된 새로운 삼국지 판본들은 저마다 안고 있는 번역상의 문제를 차치하고라도, 과연 원본 삼국지연의가 담고 있는 역사관과 세계관의 골자를 저마다 어떻게 파악하고 있는가, 달리 말해 중국 민중들을 포함한 동양의 민중들이 긴 세월을 뛰어넘어 깊이 공감하고 열렬히 환호해 온 이 책의 핵심 메시지가 무엇인가 하는 문제를 곰곰이 따져 볼 필요가 있다.
그 해답은 삼국지의 본래 이름이랄 수 있는 삼국지연의에 있다. 결국 삼국지연의의 세계관과 중심적인 메시지는 ‘연의演義’라는 말 속에 함축되어 있다 할 수 있다. 그렇듯 인의론仁義論은 동아시아의 유서 깊은 가치관이자 전통이다. 비록 유비 관우 장비 제갈량 등 주인공들이 역사 속에서 실패했고, 동아시아의 민중들은 그들의 실패를 동정하고 함께 슬퍼했지만 역설적으로 그 실패 속에서 삶의 가치와 희망을 보았던 것이다. 혹 옆 나라 일본에서 유행했듯 소설 삼국지에서 늙은 여우같은 꾀와 처세술을 배운다는 식으로 접근한다면 그것은 이러한 본질적인 메시지를 왜곡시키는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김구용 선생이 장장 20여 년에 걸쳐 까다롭기로 잘 알려진 원문을 한 줄도 빠짐없이 완역한 이 책 삼국지연의가 갖는 가치는 각별하다. 이는 무엇보다 나관중의 『삼국지연의』의 정통성을 온전히 이어받은 책이 바로 김구용의 『삼국지연의』이기 때문이며 아울러 원문의 서사적 스케일이나 문학적 특성을 담박하면서도 칼칼한, 화려한 치장 따위가 없으면서도 유장한 우리말 문장으로 온전히 되살려냈다는 사실 때문이다.
-임우기『삼국지연의』책임편집자
『삼국지연의』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것은 단순히 이야기 그 자체만을 즐기는 독자에게는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원문을 읽으면서 나름대로의 감정을 느끼고 그것을 토대로 해서 자신만의 해석을 내려보고자 하는 진지한 독자들에게는 명백하게 역효과를 초래할 것으로 생각된다.
이런 점에서 필자는 『삼국지연의』의 원래 모습을 가장 잘 보여주는 김구용의 『삼국지연의』가 다시 출간되는 점에 대해 주목하고자 한다. 특히 이번 김구용의 번역본에는 『삼국지연의』의 원문에 들어 있는 시문詩文이 빠짐없이 유장한 문체로 번역되어 있어서 『삼국지연의』의 본디 모습을 훌륭하게 보여주고 인물의 삽화나 부록으로 묶인 전투지의 지형도 등도 독자들에게 역사의 현장을 다시 한 번 둘러보는 듯한 생생한 느낌을 전해주고 있다. 『삼국지연의』는 역사 기록을 토대로 해서 소설로 씌어졌지만 김구용 선생은 『삼국지연의』를 마치 역사 기록을 다루는 자세로 번역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서경호 서울대학교 중어중문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