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동양철학의 이해 (책소개)/1.동양철학사상

열녀전(유향) : 그 옛날 여인들은 어떤 삶을 살았을까

동방박사님 2021. 12. 19. 0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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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2천 년 전, 치열하게 세상을 살아갔던 여인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는다


유향의 『열녀전』은 2천 년 전 치열하게 자신의 삶을 살아갔던 여성의 모습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그들은 어머니의 자애로움으로, 때로는 선비보다 굳은 절개로, 때로는 대장부보다 호연한 기상으로, 저마다 자신의 앞길을 당당하게 걸어갔다. 남성이 바라보는 유교적 기준으로 여성을 재단한다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오늘 『열녀전』을 읽어야 하는 의의는 충분하다. 그 안에는 자칫 거대한 역사에 묻혀 드러나지 않을 수도 있었던 날것 그대로의 삶이 그려져 있기 때문이다. 인문플러스 동양고전100선 시리즈.

목차

옮긴이의 말|그 옛날 여인들은 어떤 삶을 살았을까

모의전(母儀傳): 어머니의 모범이 된 여인들
농사를 가르치다
태교의 중요성을 깨닫다
며느리를 재가시키다
제후의 딸을 가르치다
병사를 잘못 다스린 장군을 꾸짖다
자식 교육에 힘쓰다
전처가 낳은 자식을 구하다
뇌물을 받은 아들을 꾸짖다

현명전(賢明傳): 슬기롭고 사리에 밝은 여인들
남편을 왕으로 만들다
인재를 알아보지 못함을 비웃다
칠거지악을 범하지 않고 의리를 지키다
정실부인 자리를 양보하다
남편의 탐욕과 무능력을 비판하다
죽은 남편을 위해 뇌문을 쓰다
가난을 기꺼이 감내하다
마부를 대부의 자리에 올리다
벼슬길을 내치고 재난을 피하다
안빈낙도의 즐거움을 알다

인지전(仁智傳): 어질고 지혜로운 여인들
왕에게 천하의 도리를 깨우쳐주다
나라를 위해 혼수품이 되기를 자청하다
가정과 마을을 위기에서 구해내다
음덕을 베푼 아들을 위로하다
위기를 예견하고 아들을 구하다
상도를 지키고자 간언하다
편지를 풀이해 전쟁을 막아내다
나라를 걱정하며 휘파람을 불다
왕에게 남녀유별의 도리를 설파하다
아들의 임용을 만류하다

정순전(貞順傳): 지조가 굳고 순종적인 여인들
부인의 도리를 지키다 불에 타 죽다
죽은 남편에 대한 절개를 지키다
병든 남편을 떠나지 않고 의리를 지키다
목숨보다 도리를 귀하게 여기다
일편단심을 지키고자 자결하다
남편의 죽음에 통곡하다가 죽다
왕에게 저항하며 정절을 지키다
약속을 지키려다 강물에 휩쓸려 죽다
왕의 청혼을 거절하다
정절을 지키려 자신의 코를 베다
약속을 지켜 시어머니를 모시다

절의전(節義傳): 절개를 지키고 의리를 따른 여인들
자식을 희생해 효공을 살려내다
아버지와 남편에 대한 의리를 지켜내다
왕에 대한 충정을 지켜 목숨을 끊다
자식을 버리고 조카를 살리다
의붓아들 대신 친아들에게 벌을 주다
부부의 도리를 저버린 남편을 용납하지 않다
독주를 엎어 주인에게 충성하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절개를 지키다
오라버니와 남편에 대한 의리를 지키다
원수로부터 남편을 지키고 스스로를 희생하다

변통전(辯通傳): 언변이 뛰어나고 사리에 통달한 여인들
재상의 정치를 비판하다
왕에게 활 쏘는 기술을 가르치다
백성보다 나무를 더 아낀 왕을 비판하다
자공을 세 번이나 돌려보내다
조간자를 설득해 아버지의 목숨을 구하다
노륙의 부당함을 따져 사형을 면하다
나라의 네 가지 위기를 간언한 추녀
성군의 도리를 간언하다

얼폐전(?嬖傳): 왕의 총애를 받아 재앙을 일으킨 여인들
사치한 삶을 누리다
포악하고 음란한 행위를 일삼다
거짓으로 봉홧불을 피워 올리다
태자를 위기에 빠뜨리다
왕위를 장악할 음모를 꾸미다
권력을 찬탈하려다가 동궁에 갇히다
뛰어난 미색으로 나라를 망치다
위나라를 혼란에 빠뜨린 두 여인
왕후와 태자를 모함하다
왕후가 되어 나라를 망친 예인
 

저자 소개 

저 : 유향 (劉向)
 
전한을 대표하는 학자로 한 고조 유방劉邦(기원전 247~기원전 195)의 후예다. 본명은 경생更生이고 자字는 자정子政이다. 황실 종친으로 30여 년간 관직생활을 했는데, 황궁의 장서고였던 석거각石渠閣에서 수많은 서적을 정리·분류·해제하는 사업을 행한 것이 그의 중요한 업적이다. 또 오경五經의 강론과 찬술에 온 힘을 쏟아 경학·사학·문학·목록학 등 각 방면에 걸쳐 많은 업적을 남기기도 했다.

그런 유향을 가리켜 반고班固(32~92)는 “순하고 담백하며 도를 즐기는 성품으로 세속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고, 오로지 학문에 몰두하며 낮에는 독서하고 밤에는 도리를 탐구하여 날 새는 줄 몰랐다”(『한서漢書』)고 평가했다. 타고난 학구파 유향은 역대 문헌들을 정리하고 목록화하면서 얻어낸 정보와 아이디어로 역대 여성들의 전기집을 기획해 『열녀전』을 펴낸 것이다. 그 외에 유향이 기원전 26년에 아들 유흠劉歆(기원전 53~기원후 25)과 함께 조정의 서적을 교감한 작업은 그의 사후에도 이어져 『한서』 「예문지」의 기초가 되었다. 아들 유흠은 중국 최초의 체계적인 서적 목록 『칠략七略』을 완성하기도 했다. 현재까지 전하는 유향의 저작으로는 『열녀전』 외에 자신의 정론을 담은 『신서新序』와 교훈적 이야기를 담은 『설원說苑』 등이 있다
 
역자 : 김지선
고려대학교 중문과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이화여자대학교 중문과 강의전담교수, 중국문화연구소 전임연구원 등을 역임했다. 현재 고려대학교 등에서 강의한다. 공저로 『동아시아 여성의 기원』 『붉은 누각의 꿈』『귀신·요괴·이물의 비교문화론』 등이 있으며, 역서로 『신이경(神異經)』 『명대 여성작가 총서』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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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현명한 자가 성공할 수 있는 길은 많다. 특별히 스승이나 벗만 서로 갈고닦도록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배필도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 p.52

“도둑은 집주인을 싫어하고, 백성은 윗사람을 싫어한다고 했습니다. 당신을 아끼고 좋아하는 사람이 있으면, 반드시 싫어하고 시기하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당신은 직언을 잘합니다. 정직하지 않은 사람들은 당신을 싫어할 것이니, 화가 반드시 당신에게 닥칠 것입니다.” --- p.110

재난을 당하고 궁색한 처지에 놓여도 가엾게 여기지 않고, 고되고 치욕스러워도 구차하지 않은 연후에야 스스로 도리를 실현할 수 있다. --- p.142

“주인이 욕되게 죽었고 저 혼자 살아남았으니 이는 무례(無禮)이고, 주인의 자리를 대신 차지하는 것은 역례(逆禮)입니다. 예의가 없거나 예를 거스르는 일 가운데 하나만 범해도 충분히 잘못인데, 지금 두 가지를 모두 저질러야 한다면 앞으로 고개를 들고 살 수 없을 겁니다.” --- p.199

무릇 자애롭기에 사랑도 할 수 있는 법이다. 젖 먹이는 개는 호랑이에게도 덤벼들고, 알을 품은 닭은 살쾡이와도 싸우니, 은애는 마음속에서 우러나오는 법이다.
--- p.203
 

출판사 리뷰

『열녀전(列女傳)』은 한나라 때 유향(劉向)이 여러 여성의 행적을 모아 열전(列傳) 형식으로 구성한 것으로, 중국 역사상 최초로 여성을 전면에 다룬 책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절개를 지킨 열녀(烈女)의 행적을 선양하기 위해 쓴 『열녀전(烈女傳)』과는 사뭇 그 성격이 다르다. 일찍이 경사(經史)에 박통하여 직접 많은 서적을 편찬하기도 했던 유향은, 『시경(詩經)』 『서경(書經)』 『춘추(春秋)』 『사기(史記)』 등을 두루 참조해 여성과 관련한 사적을 따로 모았고, 이를 종합해 「모의전」 「현명전」 「인지전」 「정순전」 「절의전」 「변통전」 「얼폐전」 순으로 구성해냈다. 각각 ‘자식을 잘 키운 여성’, ‘현명한 여성’, ‘인자하고 지혜로운 여성’, ‘지조가 곧고 순종적인 여성’, ‘절개와 도리를 지킨 여성’, ‘언변이 뛰어나고 사리에 통달한 여성’, ‘나라를 망하게 한 여성’이 주제로서, 이를 보면 유향이 지극히 다채로운 관점에서 여성의 삶에 접근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만큼 책 안에 수록된 여성의 신분도 다양해서, 신화적 인물이나 왕후, 재상, 장군, 학자의 어머니 혹은 아내는 물론, 평민, 유모, 시녀 등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계층의 여성이 등장한다.

시대를 막론하고 여성으로서 살아간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2천 년 전의 삶도 그러했다. 얼굴도 모르고 시집을 갔는데 남편이 몹쓸 병에 걸려 있기도 하고, 어린 나이에 출가했다가 과부가 되기도 하며, 나라가 전쟁에 패해 어쩔 수 없이 적국의 노예가 되기도 한다. 자신이 모시던 공자를 살리기 위해 친자식을 희생시킨 어머니도, 죽음을 무릅쓰고 충정을 지킨 시녀도, 남편이 자신을 떠났는데도 의리를 지키며 시어머니를 봉양한 여인도 있다. 그런가 하면 어떤 여인들은 단지 규방 안에만 머무르지 않았다. 오히려 어려서는 부모를 따르고, 시집가서는 남편을 따르며, 남편이 죽어서는 자식을 따른다는 삼종(三從)의 예를 무너뜨리고 규방 밖을 향해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그들은 상대가 왕이라고 하여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불합리한 처사를 당하면 왕 앞으로 달려가서 잘못된 정치를 비판했고, 부당한 판결에 항의하며 조목조목 따져 문제를 해결했다. 신랄하고 뼈아픈 비판으로 오만했던 남편을 변하게 하거나, 진퇴양난의 갈림길에서 과감하게 행동해 남편을 위기에서 구해낸 아내도 있었다.

물론 『열녀전』은 남성 학자인 유향의 시점으로 편찬된 여성 전기이므로 당시 남성이 여성을 바라보는 기준과 시선이 자연스레 개입할 수밖에 없었다. 인물을 취사선택하는 기준도 유교의 교리에 부합하는가의 여부에 달려 있었다. 그 결과 『열녀전』은 때로는 지배계급이 여성의 행동을 규정하는 근거가 되기도 했다. 왕의 청혼을 거절하기 위해 자신의 코를 베어버린 과부나, 규방의 예를 따라야 한다면서 스스로 죽음을 택한 여인 이야기는 애처롭다 못해 불편할 정도다. 그러나 그 안에는 분명히 꾸미지 않은 날것 그대로의 삶이 들어 있다. 그전까지의 역사가 왕이나 권력자를 중심으로 조명되어왔다면, 유향의 『열녀전』은 어떤 의미에서는 늘 역사의 주변부에서 서성였던 여성의 목소리, 자칫 묻혀버렸을 여성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드러내주는 통로인 셈이다. 때로는 어머니의 자애로움으로, 때로는 선비보다 더 대쪽같은 의리로, 때로는 대장부보다 호연한 기상으로 그 시절을 살아냈던 여인들은 『열녀전』 속에서 여전히 치열하게 살아 숨 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