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세계국가의 이해 (책소개)/10.아세안10개국

오늘의 베트남 (2024) - 6가지 키워드로 읽는

동방박사님 2024. 5. 21.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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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상사맨에서 대학 총장까지 다양한 시선으로 -
현지 35년차 베트남통 안경환 교수가 쓴
‘리얼 베트남’

한국의 수출국 3위, 이주자 출신국 2위지만
여전히 낯선 나라 베트남의 실체를 보여준다


현재 베트남을 관광 목적으로 방문하는 외국인 중에는 한국인이 가장 많다. (2023년 360만 명으로 1위) 그뿐 아니라 어느새 베트남은 한국의 수출국 3위, 이주자 출신국으로는 중국 다음으로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알고 보면 고려 시대부터 교류했던 오랜 인연이 있지만, 냉전 중에 단교 후 한국-베트남 수교는 이제 30년을 넘겼다. 최근 양국은 포괄적 전략 동반자라는 밀접한 새 관계에 돌입했다.

『오늘의 베트남』은 ‘베트남’ 하면 떠오르는 쌀국수 ‘퍼’, 흰색 아오자이와 모자, 베트남 전쟁을 넘어서 베트남을 제대로 이해하는 데 꼭 필요한 역사와 문화, 현지 사람들의 생활 방식 등 베트남의 속내를 알고 싶은 이들을 위해 6가지 키워드를 골라냈다. 중국?몽골?프랑스?미국 등 외세에서 자국을 지켜낸 오랜 세월에서 비롯된 ‘자주의식과 자존심’, 동남아시아 중 유일한 ‘유교 국가’, 존경 받는 ‘국부 호찌민’, 베트남식 개혁개방인 ‘도이머이’, ‘농경문화’가 스며든 라이프스타일과 젊은 인구 베트남의 미래 등 저자는 한-베 수교 전인 1989년부터 베트남에서 겪었던 크고 작은 경험담을 덧붙여 이야기에 생생함을 더했다. 또한 세계 10대 여행지로 각광 받는 베트남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곳들도 소개한다.

한국과 베트남은 역사와 문화에서 여러 모로 닮은꼴이다. 조원일 베트남 전 한국 대사와 쩐쫑또안 주한 베트남 대사가 한목소리로 말한다. “한국만큼 베트남과 유사한 문화를 가진 나라는 없다.” 게다가 지금 베트남 젊은 세대에게 인기를 끄는 K-컬처와 한국어 배우기 열풍까지, 베트남은 “오래됐지만 새로운 친구”다. 이 책은 선입견을 넘어 독자를 ‘리얼 베트남’으로 이끌어줄 것이다.

목차

프롤로그: 오래됐지만 새로운 친구

베트남에 관한 소소하지만 중요한 여덟 가지 사실

1장 5천 년을 지켜낸 자주의식과 자존심

역사를 되새기며 지켜나간다
-베트남 속으로 한 발 더 01: 쯩 자매처럼 강인한 여성들
용자선손의 자부심을 담은 건국신화
중국 사대주의는 없다
-베트남 속으로 한 발 더 02: ‘오월동주’의 ‘월’이 베트남?
‘세계 최강 제국’ 몽골의 침략을 막아내다
-베트남 속으로 한 발 더 03: 최초이자 비운의 여왕
- 여행자를 위한 정보 (1): 하장성에는 천국문이 있다

2장 동남아시아의 유교 국가

쩌우까우를 결혼 예물로 보내는 사연
-베트남 속으로 한 발 더 04: 희망을 담고 있는 민간설화
고전문학에 깊게 뿌리 내린 유교적 가치
왜 베트남 사람들은 이름을 바꿀까?
-베트남 속으로 한 발 더 05: 라틴 문자와 한자어
베트남 젊은이들의 높은 교육열
- 여행자를 위한 정보 (2): 관광산업을 견인하는 까오방 7경

3장 호찌민과 사회주의국가의 탄생

베트남의 국부, 호찌민 주석과 바꿍정신
-베트남 속으로 한 발 더 06: 호찌민이 《목민심서》의 애독자?
세기의 전략가 보응우옌잡 장군
-베트남 속으로 한 발 더 07: 독립운동에 앞장선 까오다이교
격렬한 영유권 경쟁의 장이 된 호앙사군도와 쯔엉사군도
-베트남 속으로 한 발 더 08: 필사즉생의 국방교육
국민적인 규모의 축제, 의원선거
- 여행자를 위한 정보 (3): 세계 배낭족들의 꿈의 여행지 1

4장 도이머이와 성장 잠재력

베트남판 개혁개방, 도이머이 이야기
-베트남 속으로 한 발 더 09: 베트남과 미국은 철천지원수다?
사업가라면 노동법을 공부하라
-베트남 속으로 한 발 더 10: 호찌민 루트가 산업화의 동맥으로
베트남에 투자할 때 당신이 꼭 알아야 할 여섯 가지
-베트남 속으로 한 발 더 11: 박항서 감독의 리더십
아파트 건설 붐에 당신도 편승하고 싶다면
부동산에 투자할 때 꼭 주의해야 할 사항
베트남 경제는 누가 이끌어가는가
- 여행자를 위한 정보 (4): 세계 배낭족들의 꿈의 여행지 2

5장 쌀의 나라

음력설 뗏
대표적인 길거리 음식, 5합의 대명사 퍼
-베트남 속으로 한 발 더 12: 입맛을 다시게 하는 바인미깹
하노이 사람이라면 차를 마실 줄 알아야 한다
-베트남 속으로 한 발 더 13: 문화적 아웃사이더, 무슬림
전통의상, 아오자이와 논
농경문화가 남긴 베트남의 독특한 생활 특성
- 여행자를 위한 정보 (5): 러브마켓 커우바이 이야기

6장 한국과 닮은 나라

오래된 새 친구, 베트남
베트남과 조선의 사신은 어떻게 교유했을까
-베트남 속으로 한 발 더 14: 레 왕조의 응우옌턴 장군
양국의 미래를 위해 넘어야 할 과제
-베트남 속으로 한 발 더 15: 한국과 북한, 베트남의 선택은?
베트남의 미래는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가
 
저자 소개 
저 : 안경환 (安景煥)관심작가 
1955년 충북 충주시에서 태어났다. 충주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베트남어를 전공했으며, 베트남의 국립호찌민인문사회과학대학교 대학원에서 어문학 석사·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대중공업과 현대종합상사에서 근무했고, 영산대학교와 조선대학교 교수로 정년 퇴직 후에는 하노이와 호찌민시 소재 초·중·고교 과정의 KGS 국제학교 이사장을 역임했다. 현재 하노이 소재 응우옌짜이대학교 대외 담당 총장으로 재직 중이...

책 속으로

한국 정부는 새로운 시장개척과 수출 활성화를 위해 1989년 1월 대기업을 중심으로 시장개척단을 모집해 당시 국교를 맺고 있지 않았던 베트남에 파견하기로 했다. 당시 현대종합상사 직원으로 있던 필자는 베트남어를 전공했다는 이유를 들어 베트남 파견을 자원했다. 이게 바로 정식 수교 이전에 베트남과 직접 인연을 맺게 된 까닭이다. 길고도 긴, 베트남과의 인연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시장개척단으로 파견될 때만 해도 국내에서는 베트남에 대한 정보를 거의 접할 수 없었던지라 막막하기 그지없었다. 정글에 독사가 숨어 있듯이 어떤 어려움이 도사리고 있을지 예측하기 어려웠기에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겠다는 심정이었다. 출국 전에 조상들의 묘를 찾아 심각한 마음으로 인사를 올릴 정도로 각오를 단단히 했다.
---「프롤로그」중에서

다음 날 방문한 집주인은 반터(제대상)가 정리된 것을 보더니 이내 안색이 표가 나게 변했다. 제기를 철거하기 전에 제사를 올려야 하는데 내가 맘대로 그 위에 놓인 것들을 치워버렸으니 큰일 났다는 것이다. 집주인은 슈퍼마켓에서 양초, 과일, 맥주를 사 오고 우리 집 쌀을 한 사발 요청하여 제대에 두고 초를 피우고 제를 올리고서야 반터를 철거해 갔다. 제를 올릴 때 그가 중얼거리는 소리를 들어 보니 “비나이다! 비나이다! 용서를 비나이다. 집을 세놓아 주었더니 한국인이 무지하여 제를 올릴 시간도 없이 말도 없이 무단으로 철거했음을 용서하여 주시기를 비나이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나이다”라고 했다. 금방 끝날 줄로만 알았던 철거 신고식은 한 시간이나 걸렸다. 알고 보니 긴 선향이 다 탈 때까지 제를 올려야 한다고 했다. 이처럼 반터에 대한 베트남 사람들의 기복문화는 특별하다.
---「1장 5천 년을 지켜낸 자주의식과 자존심」중에서

베트남 사람들은 민족 생존을 위해 “과거의 문을 닫고 미래를 향해 나가자”라고 주장한다. 베트남 사람들의 사고방식과 행동 양식을 볼 때 이 말은 깊이 음미해볼 필요가 있다. 일차적으로는 사회주의혁명의 완수를 위해서, 경제 발전을 위해서, 외국인 투자 유치를 위해서 ‘잠깐 과거의 문을 닫아두자’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하지만 바꾸어 생각해보면 이 말은 필요할 때는 언제라도 과거의 문을 열고 하나씩 하나씩 들추어낼 수도 있다는 말이다. ‘과거를 잊자’고 말하는 게 아니라 ‘과거의 문을 닫자’는 것은 달리 표현하자면 ‘결코’ 과거를 잊을 수 없다는 말이기도 하다.
---「1장 5천 년을 지켜낸 자주의식과 자존심」중에서

내가 우연히 베트남 문학의 걸작을 만나 번역에 심취했고, 책까지 낼 수 있었던 것은 크나큰 행운이었다. 2020년은 《쭈옌끼에우》의 저자 응우옌주의 서거 200주년이 되는 해였다. 1965년 유네스코는 응우옌주를 세계의문화인물로 공인했으며, 베트남전을 격화시켰던 미국의 36대 린든 B.존슨 대통령은 “만약 내가 일찍이 《쭈옌끼에우》를 읽었다면 오늘날과 같은 참혹한 상황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고 전한다. 응우옌주는 모두 3,254행의 《쭈옌끼에우》를 남겼다. ‘끼에우의 이야기’라는 뜻으로, 이 작품의 키워드는 마음 ‘심心’이다. 재주가 아무리 많아도 착한 마음 하나만도 못하다는 것이다.
---「2장 동남아시아의 유교 국가」중에서

1989년 베트남에 첫발을 내딛었을 때, 영업상 처음 만나는 이들과 인사하며 명함을 주고받으며 보니 대부분의 사람이 같은 성씨를 쓰고있었다. ‘응우옌阮’이란 성씨였다. 한국에도 김씨, 이씨, 박씨 성을 가진 사람이 특히 많긴 하지만 응우옌은 그보다 훨씬 많았다. 나중에 알고 보니 베트남 사람 열 중에 넷이 응우옌이란 성씨였다.
---「2장 동남아시아의 유교 국가」중에서

한국은 여전히 각종 언론에서 국립국어원이 정한 베트남어 표기법을 따르지 않아 혼동이 발생하는 일이 잦다. 이는 베트남어 학습자뿐만 아니라 한국어를 배우는 베트남 학생들에게도 혼동을 주어 한국어 교육에 문제를 일으키게 된다. 예를 들면, 관광 상품과 공항에도 버젓이 쓰여 있는 ‘나트랑’은 베트남 사람들이 전혀 모르는 지명이다. ‘냐짱’으로 해야 알아들을 수 있다. 또 다른 사례로 최근 한국 관광객에게 인기가 높아지는 꾸이년이 있다. ‘퀴논’이 아니다.
---「베트남 속으로 한 발 더 05〉 라틴 문자와 한자어 중에서

동양의 유불선과 정령신앙과 서양의 기독교 교리까지 다섯 종교의 가르침을 통합하고, 독립운동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점에서 까오다이교는 비슷한 시기 조선에서 일어났던 동학농민운동을 떠올리게 한다. 동서양의 종교적 가르침을 통합하고, 그를 기반으로 인간의 존엄과 민족의 자주의식을 고취하고, 나아가 민족해방운동에 적극적인 역할을 담당했다는 점에서 두 종교가 데칼코마니처럼 닮았다는 느낌을 받았다.
---「3장 호찌민과 사회주의국가의 탄생」중에서

비엔동(남중국해)을 둘러싼 영유권 문제는 국제적으로 매우 민감한 사안으로, 중국의 비엔동 장악을 저지하기 위하여 미국과 일본은 동맹관계를 강화하고, 연안국들과의 경제 협력을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중국은 동남아시아 국가들에 대한 원조를 확대하여 이들 국가의 ‘원미친중(遠美親中)’ 외교 노선을 가속화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베트남은 고유의 영토인 호앙사군도와 쯔엉사군도의 영유권을 빼앗기느냐 되찾느냐 하는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한국도 에너지 수송로인 비엔동에서의 갈등은 직접 이해당사자이며, 우리도 독도와 이어도의 영유권 문제를 겪고 있는 만큼 이 문제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신중한 태도로 접근해야 할 것이다.
---「3장 호찌민과 사회주의국가의 탄생」중에서

베트남의 인구수는 약 1억 명으로 평균수명은 약 75세이지만 전체 인구의 평균 나이는 약 29세로서 노동력이 매우 풍부한 생산시장이자 소비시장이다. 이제 베트남은 미국 및 한국과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로 외교관계를 격상하여, 반도체 및 인공지능 공급망을 강화하고 있다. 향후 미국-베트남의 경제 협력은 가속화될 것으로 보이며 베트남은 탈중국 공급망의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중국이 희토류 최다 보유국임을 내세워 자원을 무기화해 미국과의 경쟁을 심화시키고 있으므로 미국과 베트남 두 나라는 중국의 공급망 위협에 맞서기 위한 경제안보전략을 공유하게 될 것이다.
---「4장 도이머이와 성장 잠재력」중에서

베트남 호찌민시 푸미흥 지역에 아파트를 구입하여 월세수익과 시세차익을 노렸던 한 투자자의 사례를 보면 베트남 부동산투자의 진면목을 알 수 있다. 푸미흥은 한국의 송도신도시 같은 세련된 분위기를 풍기는 지역으로,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큰 규모의 한인타운이 들어서 있다. 베트남과의 외교 수립 이전부터 무역업을 하며 베트남에 자주 출장을 다녔던 중견기업의 사장 L씨는 2008년 신흥주택지로 부상한 푸미흥에 113.82제곱미터(약 35평) 규모의 아파트를 21억 6,258만 동에 구입했다.
---「4장 도이머이와 성장 잠재력」중에서

베트남 전통 모자 ‘논’은 그 용도가 매우 다양하다. 논에 거울을 달아 쓰고 다니면서 용모를 점검하기도 하고, 나무 그늘 아래서 휴식을 취할 때에 부채가 되기도 한다. 우물가에서는 물그릇 대용으로 물을 담아 얼굴이나 손발을 씻는 용도로도 사용한다. 바람 부는 날씨에는 가리개가 되어 성냥불을 켜 담뱃불을 붙일 수 있도록 막아주기도 한다. 밖에서 잠을 잘 때는 눈을 가려서 눈이 부시는 것을 막아주고, 과일, 생선, 채소 등을 담을 수 있는 그릇 대용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5장 쌀의 나라」중에서

둑을 쌓거나 수로를 만드는 일은 아무리 유능하고 힘센 사람이라도 절대 혼자서 해내기는 불가능하다. 따라서 공동체의 전 구성원이 힘을 모아 대처하지 않으면 마을 전체가 공멸하게 된다. 이 때문에 뛰어난 한 사람의 개인보다는 공동의 안녕을 위해 함께 호흡할 수 있는 평범한 사람, 톡톡 튀지 않는 사람을 필요로 해왔다. 오랜 역사를 거치며 이러한 문화적 특성이 내면화된 베트남인들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같다’는 평등주의 사고방식을 체화하게 된 것이다. 그런 이유로 베트남에서는 수상의 급여와 장관의 급여가 비슷한 수준이며, 대학 교수나 일반 사무직 근로자의 급여 또한 마찬가지다. 이런 공동체문화는 독립과 통일을 달성할 때까지는 분명 좋은 전통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시장경제를 도입하고 경제 건설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오늘날, 상하관계를 애매하게 하는 측면이 있는지라 평등주의가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하기는 애매해진 측면이 있다. 베트남 또한 머지않아 능력에 따른 인센티브제도와 성과에 따른 보너스 지급 등 외국 기업에서 시행하고 있는 시장경제체제에 부합하는 시스템으로 변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5장 쌀의 나라」중에서

출판사 리뷰

“오래됐지만 새로운 친구” 베트남

『오늘의 베트남』은 한국의 3대 무역국으로 도약한 ‘베트남’의 진면목을 역사부터 경제와 문화까지 6가지 키워드로 담아냈다. 유교 전통이 살아 있고 근면한 베트남 사람들은 전 세계에서 한국인과 가장 닮았다고 해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저자 안경환 교수는 베트남과 수교를 맺기 전부터 한국과 베트남 사이에 서 한결 같이 가교 역할을 해온 베트남통이다. 그가 직접 경험하고 깨달은 이야기를 듣고 있다 보면 어느새 베트남 거리로 걸어들어가 우리처럼 정 넘치는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고 싶어진다.

① 베트남을 읽는 키워드 '5천 년을 지켜낸 자주의식과 자존심'
- 중국, 몽골, 프랑스, 미국의 침입을 막아낸 저력의 근원은 무엇일까?


저자가 베트남 시장개척단으로 들어갔을 때 현지에서 들었던 인상적인 말이 있다. “음수사원(飮水思源) 하라.” 물을 마실 때 물이 나온 곳(水源)을 생각하라는 것, 즉 조상을 잊지 말라는 것이다. “용의 자손”이라 자칭하는 베트남 사람들은 기원 전 3천여 년 전 훙브엉 왕조의 난생신화를 굳게 믿는다. 훙브엉의 기일인 음력 3월 10일은 베트남의 공휴일이며 여전히 많은 이들이 훙브엉의 묘가 있다는 웅이어린산(하노이의 서북쪽 100km)에 찾아간다.

또한 베트남은 외세 침입을 막아낸 역사적 영웅들을 일상에서 기린다. 서기 40년 중국을 상대로 베트남 최초의 독립운동을 일으킨 쯩짝, 쯩니 두 자매(쯩 자매)는 베트남의 구정(뗏) 이후 매해 열리는 하이바쯩축제에서 되새겨진다. 이런 자주의식이 바탕이 된 덕분에 1049년간 중국의 지배를 받았음에도 베트남은 중국과 상호대등하다는 인식을 형성하게 되었다. 이는 세계 최강 몽골제국의 세 차례 침략을 막아내는 원동력이 되기도 했다. 한편 강력한 자주의식은 외국인에 대한 경계심으로 작동할 수 있기 때문에 그들의 자존심이 발동되지 않도록 말과 행동에 유의해야 한다.

그럼에도 1970년대까지 맞서 싸운 미국은 말할 것도 없고 한국과 선린관계를 맺는 것은 “과거의 문을 닫고 미래를 향해 나가자”는 실용적인 사고방식 덕분이다. 이는 양면적이다. 언제라도 문을 열 수도 있다.

② 베트남을 읽는 키워드 ‘동남아시아의 유교 국가’
- 동남아시아의 유일한 유교사회, 실용성을 갖추다


베트남은 천 년이 넘게 중국의 직접적인 지배를 받는 북속 기간을 거쳤다. 그런 이유로 동남아시아의 여느 국가들과 달리 유교적 가치를 근간으로 한 문화를 형성하게 되었다. 베트남의 전통혼례는 한국과 비슷한데 씹으면 빨간 물이 들며 깊은 설화가 숨어 있는 ‘쩌우까우’와 차(茶)를 선물한다. 차는 씨를 한 번 심고 나면 옮겨질 수 없기 때문에 영원한 약속을 뜻한다.

베트남에는 우리의 『심청전』과 비슷하게 ‘효’를 구현한 문학 걸작 『쭈옌끼에우』가 있다. 그러나 아버지의 억울한 옥살이를 면하기 위해 연인이 아닌 다른 혼처로 시집가게 된 끼에우는 어려움 속에 공덕을 쌓은 끝에 결국 최초의 연인과 다시 맺어짐으로써 유교의 도덕을 뛰어넘는다. 『쭈옌끼에우』는 지금도 젊은 층에서 책의 아무 곳을 펴서 그날의 운수 점을 치는데 활용할 정도로 여전히 생활 속에 살아 있다.

베트남의 실용주의는 여성들의 적극적인 사회생활과 ‘이름을 바꾸는 문화’에서도 드러난다. 전통적인 유교에 따르면 부모가 물려준 성과 이름은 함부로 바꾸는 게 아니지만, 베트남인들이 성씨를 바꾸는 것은 보편적인 현상이다. 그 결과 셋에 한 명은 ‘응우옌’ 씨라는 말도 있다.

③ 베트남을 읽는 키워드 ‘호찌민과 사회주의국가의 탄생’
- ‘호 큰아버지’로 불리는 국부 호찌민은 어떤 존재인가?


저자가 베트남어를 배우던 대학생 시절, 호찌민이란 인물에 대한 첫인상은 단순히 ‘공산주의자’일 뿐이었다. 그러나 유네스코가 1990년 호찌민 탄생 100주년을 맞아 그를 “베트남 민족 해방의 영웅이자 세계적인 문화인”으로 공인했을 정도로 호찌민은 이념을 뛰어넘는 인물이었다. 베트남에서는 타인을 부를 때 성이 아닌 이름을 부르는 것이 상식이지만, 유독 호찌민만큼은 ‘호 큰아버지’라는 의미의 ‘박 호’라고 성으로 지칭한다. 이른바 ‘직업 혁명가’인 호찌민이 평생 베트남의 독립과 건국을 위해 힘쓴 데 대한 애정과 존경의 표현이다. 베트남 사람들은 호찌민과 보응우옌잡 장군 두 리더의 탁월한 지도력과 그 아래 일치단결한 국민들로 인해 독립과 건국을 달성했다는 자부심이 있다. 그 정신은 국민 축제처럼 치러지는 선거로 이어진다. 일당이긴 하지만 국민을 위해 봉사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춘 사람을 까다롭게 검증하는 후보 추천 제도 등 ‘5無’의 선거제도는 그 정신을 계승하고 있다. 물론 한 단계 도약을 위해 다당제는 베트남이 개척해야 할 미래다.

④ 베트남을 읽는 키워드 ‘도이머이와 성장 잠재력’
- 베트남판 개혁개방 그리고 투자 유의점


베트남은 1945년부터 30년간 이어진 통일전쟁으로 전 국토가 초토화된 이후 오랜 세월 경제난을 겪어야 했다. 이를 타개할 방안으로 베트남 정부는 1986년에 베트남판 개혁개방 도이머이정책을 채택한다. ‘바꾼다’는 의미의 ‘도이’와 ‘새로운, 새롭게’라는 의미의 ‘머이’가 합쳐진 이 용어는 시장경제체제로의 진입을 의미했다. 도이머이정책은 고도 경제 성장을 이룩하면서 베트남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었지만 한편으로는 빈부격차를 심화시키고, 공무원들의 부정부패를 조장하는 등 그림자 또한 갖고 있다. 그러나 베트남은 탈중국 공급망으로서의 국제적 지위가 격상되고, 젊은 인구가 풍부해 잠재력이 큰 나라다. 저자는 풍부한 현지 경험을 바탕으로 베트남에서 사업을 벌이거나 투자할 때 주의할 점도 제시한다.

⑤ 베트남을 읽는 키워드 ‘쌀의 나라’
- 음력설 뗏, 대표적인 길거리 음식 퍼, 전통의상 아오자이 등 농경문화가 남긴 생활문화


전체 인구의 62%가 농촌에 사는 베트남은 여전히 농경 풍습이 도시에서도 지켜지는 편이다. 가장 큰 명절인 음력 설 뗏에는 가장과 띠와 사주가 맞는 남성을 초대해 한 해의 복을 비는 ‘쏭덧’을 비롯해, 부엌신을 비롯한 여러 신들에게 제사를 지내고, 폭죽을 터뜨리며 잡귀를 몰아낸다.

또한 쌀의 민족답게 쌀로 만든 다양한 국수를 만들어 먹는데, 대표적인 음식이 바로 퍼(Ph?)다. 독립전쟁 당시 군인들의 주린 배를 채워준 항전 음식의 대명사이자, 지역별로 맛과 재료를 달리하며 지역적 개성을 드러내고, 오늘날에는 세계 곳곳으로 퍼져나가 베트남을 대표하는 음식이 되었다. 그밖에 사람 사이를 이어주는 독특한 차(茶) 문화, 베트남의 상징인 아오자이와 모자 ‘논’의 10가지 쓰임새, 선물 문화 등도 에피소드와 함께 소개한다.

⑥ 베트남을 읽는 키워드 ‘한국과 닮은 나라’
- 베트남의 미래와 양국의 미래를 위해 넘어야 할 과제


한국과 베트남이 국교를 수립한 지도 30여 년이 지났지만 사실 두 나라는 고려 시대부터 교류를 이어온 오래된 이웃나라다. 저자는 네 가지 측면에서 사촌 관계를 정의하다. 서로 닮은 점이 많은 두 나라 간에는 그간의 세월만큼 풀어야 할 얽혀 있는 실타래도 있다. 미래를 향한 저자의 제안에 귀 기울여보자.

소소한 재미의 읽을거리
‘베트남 속으로 한 걸음 더’, ‘여행자를 위한 정보’


이 책은 각 장마다 쉬어가는 코너를 배치해 소소한 읽을거리와 실용적인 정보를 제공한다. 호찌민이 정말로 『목민심서』를 즐겨 읽었는지, 독립운동에 앞장선 베트남의 토착 종교 까오다이교는 무엇인지, 베트남 내의 이슬람 신도들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왜 베트남 사람들이 박항서 감독의 축구 국가대표팀에 열광했는지 등 본문에서 미처 다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소개한다. 또한 베트남으로 여행을 떠나려는 이들에게 실질적인 여행 정보를 제공하는 등 유익한 상식을 제공한다. 베트남통 저자가 엄선한 여행지 리스트를 기대해도 좋다.

추천평

한-베 수교가 30주년을 맞이한 지금 아주 맞춤한 책이 나왔다. 《오늘의 베트남》은 한국의 3대 무역국으로 도약한 ‘베트남’의 진면목을 역사부터 경제와 문화까지 6가지 키워드로 담아냈다. 유교 전통이 살아 있고 근면한 베트남 사람들은 전 세계 국가들 중에서 한국인과 가장 닮았다고 해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저자 안경환 교수는 베트남과 수교를 맺기 전부터 한국과 베트남 사이에서 한결같이 가교 역할을 해온 베트남통이다. 그가 직접 경험하고 깨달은 이야기를 듣고 있다 보면 어느새 베트남 거리로 걸어 들어가 우리처럼 정 넘치는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고 싶어지는 나를 발견한다. 어쩌면 베트남 청년이 한국말로 먼저 말을 걸어올지도 모르겠다.
- 조원일 (제3대 주베트남 한국 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