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과학의 이해 (책소개)/1.기후환경문제

육백미터 한강 (2024) - 다이어트 기후위기로부터 도시를 구하는 법

동방박사님 2024. 5. 27. 2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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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절체절명의 기후위기와 도시화의 시대,
물길을 변화시켜 자구책을 마련 중인 전 세계의 도시들!
서울과 한강의 지속 가능한 ‘체질 개선’ 방법은 없을까?
‘한강 다이어트’는 물길을 줄이고, 늘리고, 만들면서 꿈꾸는 서울의 오래된 미래!


최근 몇 년 사이, 유례없는 기상 이변으로 인해 세계 곳곳이 비상이다. ‘관측 이래 역대급 더위’는 해마다 갱신되고, 갑작스런 강우로 인한 홍수는 수많은 도시에 치명적인 피해를 입히고 있다. 무분별한 도시 개발과 팽창, 환경 오염이 초래한 위기에 경각심을 느낀 세계 주요 도시들은 ‘도시의 물그릇’을 정비하는 일에 총력을 기울이는 중이다. 예컨대 인공의 강과 지하수조를 만들어 홍수를 예방한 도쿄, 빗물 저장 시스템을 정비해 중수 활용을 극대화한 파리 등 세계적인 도시들의 우수한 정주 환경 이면에는 물을 다스리려는 노력이 늘 숨어 있었다. 거슬러 올라가 중세 로마의 확장과 번성 역시 획기적인 수로 시스템에 힘입었음은 널리 알려진 역사적 사실이다.

그런데 서울의 경우는 어떠한가? 최근 들어 안전지대라 여겨졌던 곳들마저 침수되고 많은 인명 피해와 재산 피해를 입고 있다. 인구 포화, 기후 재난 등 도시의 미래를 위협하는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도 하루빨리 ‘한강’이란 물그릇에 주목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이에 한강 위의 ‘서울웨이브아트센터’, ‘스페이스신선’ 등의 건축설계로 잘 알려진 건축가 조신형의 신간 『육백미터 한강 다이어트』는 극심한 물 스트레스를 겪는 서울에 새로운 패러다임의 물관리 시스템을 제안한다.

이 책은 먼저 한강과 관련한 역사적 기록들을 통해, 한강의 원형과 변화 과정을 살피고 현재를 분석한다. 한강은 산업화 시대에 준설과 개발을 거쳐 현재의 모습을 갖추었지만, 계절별로 격차가 큰 서울의 강우량에 대응하기에는 여전히 한계가 많다. 그리하여 저자는 한강의 폭은 줄이되, 수심을 더 깊게 파내 침수와 홍수를 예방하는 일부터 제안한다. 또한 물의 양을 일정하게 관리할 수 있도록 제2의 강 역할을 하는 링로드(Ring Road)와 물탱크를 설치하고, 물을 순환시키는 다양한 방식(중수 활용, 수소에너지 발전)을 적극 도입해 지속 가능한 도시 환경을 만들어 내자고 말한다. 2023년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에 소개되어 이미 주목받은 바 있는 이러한 구상을 저자는 ‘한강 다이어트’라는 개념으로 심화시켜 독자들에게 소개한다.

저자가 제안하는 ‘한강 다이어트’는 단순히 물의 양을 조절하는 것 이상을 의미한다. 홍수로부터 안전한 녹지를 확보하여 공공의 문화공간들을 조성하고, 적절히 관리된 수자원을 통해 도시 내에 에너지의 자급자족 구조를 만들어 내는 것까지 폭넓게 포함하고 있다. 저자가 책의 후반부에 야심차게 제안하는 ‘에코돔’ 모델은 물의 균형 잡힌 순환이 만들어 내는 이상적인 도시의 모습을 상상해 볼 수 있도록 실마리를 제공한다.

우리의 몸을 이루는 요소 중 어느 하나라도 균형을 잃으면, 그 연쇄 효과로 다른 곳의 균형까지 깨지는 현상을 우리는 익히 봐왔다. 그렇기에 건강한 다이어트는 어느 하나 모자라거나 넘치는 것 없이 균형 잡힌 상태를 추구해야 한다. 저자는 ‘한강 다이어트’를 이야기하며, 서울이 겪고 있는 물의 불균형이 도시민들의 삶에 불러오는 불균형에 대해서도 놓치지 않고 언급한다. 한강의 체질 개선을 촉구하는 건축가의 세심한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우리가 놓치고 있는 삶의 균형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목차

PROLOGUE 한강의 그늘

CHAPTER 1 줄이기

물 스트레스가 높은 도시
200년 주기의 폭우를 예방하는 도쿄의 지하 수조
한강 폭을 줄이는 이유
중세 로마인을 살린 거대한 지하 수조

CHAPTER 2 늘리기

인간을 이롭게 하는 물줄기
전 세계 도시의 강을 다루는 방식들: 로마, 런던, 파리
우리는 한강과 친하게 지냈을까
사람을 끌어들이는 워터프런트
창조성을 일깨우는 건축적 기반
사례 1. 투리아강: 발렌시아를 예술과 과학의 도시로 견인하다
사례 2. 네르비온강: 문화의 도시 빌바오를 잉태하다
사례 3. 엘베강: 홍수와 슬럼화를 막아 하펜시티를 만들다
한강에 잠겼던 풍류와 아취의 마을, 우천리가 되살아난다면?
물을 더 알뜰하게 쓰는 법, 중수 활용
물로 일으키는 에너지

CHAPTER 3 만들기

모두를 위한 도시, 에코돔
왜 돔인가
에코돔에서 일어나는 일
살고 싶은 도시

EPILOGUE 도시의 균형과 건강을 위한, 한강 다이어트
 

저자 소개 

저 : 조신형
건축가, 디퍼런셜퍼머넌스 대표. 산수를 싫어해서 그래서 수학을 싫어하는 줄 알았는데, 사실 조신형은 기하학을 좋아하고 유클리드/ 비유클리드 기하학에 완전히 매료되어 있었다. 비행 중 기내에서 태어난 남다른 출생 스토리를 시작으로 해외에서 오랜 시간 왼손잡이로 자랐지만, 한국에 와서는 담임 선생님의 지도하에 오른손을 함께 쓰는 양손잡이가 되었다. 지금도 스케치와 도면은 왼손으로 그린다. 영국 AA스쿨과 하버드...

책 속으로

언제나 그곳에 존재했기에 그 가능성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 없는 한강. 나는 서울이 물 스트레스로부터 벗어나면서 동시에 새로운 도시를 품을 수 있는 가능성을 한강에서 엿보고 실험적인 프로젝트를 구상했다. 다만 한강이라는 외피, 그 피상적인 모습보다 한강의 아래(underground)에 초점을 맞췄다. 한강의 체질을 개선시키는 이른바 ‘한강 다이어트’를 목적으로 한 것이다. 이러한 점이 그동안 한강을 주축으로 계획됐던 여러 개선 방안들과 가장 큰 차이점이라 할 수 있다.
--- p.17

어쩌면 인간은 절체절명의 순간에 도래했는지 모른다. 그간 인간은 지구 자원을 꾸준히 사용했고, 그로 인한 고갈과 환경 문제로 인해 스스로 설 자리를 잃는 중이다. 물 부족과 자연 화재, 오염수 등 직면한 적 없는 문제가 산적한 이곳에서 인간은 스스로 생존할 곳을 만들어야 한다. 다만 또 다른 자원을 착취하는 형태여서는 안 될 것이다. 기존의 자원을 낭비하지 않고 순환시켜 ‘살 만한’ 도시를 만들어야 한다. 나는 한강이 그 열쇠를 지니고 있다고 생각한다.
--- p.17

기술과 자연 사이의 넘을 수 없는 경계를 흑백의 대비로 판단하지 않고 그 가운데를 부지런히 종횡하며 시대와 사람에게 적절한 좌표를 끊임없이 질문하고 탐험하는 일. 그 여러 단계의 회색 지대 중에서 가장 인간적인 공간을 감지하는 것이 건축이 하는 일 아닐까?
--- p.20

한국이 물 스트레스를 낮추기 위해선 1인당 하루 물 사용량을 줄이는 작은 습관도 중요하지만, 우선적으로 강수량의 편차를 감당할 수 있어야 한다. 즉 비가 퍼부을 때 많은 양의 물을 모아 두었다가 다양한 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은 많은 양의 물을 담아 둘 물그릇이 현저히 부족하여 하천에서 바다로 막대한 양의 물을 그저 흐르게 두는 수밖에 없다. 더욱이 홍수와 침수 피해는 날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기후위기는 이미 일상에 도래했고, 우리는 이 위기에 대처하며 지속 가능하게 살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 p.26

일본 도쿄에는 수도권외곽방수로가 있다. 수도권외곽방수로는 축구장 2개가 족히 들어가는 거대한 규모로 그 모습이 웅장하여 ‘지하 신전’이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이다. (중략) 도쿄도는 도심 홍수를 방지하기 위해 수도권외곽방수로를 포함하여 20여 개의 유수지와 지하 저류시설을 설치했으며 3곳의 지하터널식 저류시설을 갖추고 있다. 수도권외곽방수로는 도쿄 북쪽의 사이타마현 가스카베시 지하 22m에 위치한 저수시설로, 길이 177m, 폭 78m, 높이 25m로 세계 최대 규모라고 할 수 있다.
--- p.27

나는 도시의 물 스트레스를 낮추고 한강의 체질을 개선하는 전략으로 마케마케 프로젝트를 고안했다. 마케마케 프로젝트는 서울의 계절별 강수량의 편차를 활용해 물 활용도를 끌어올리는 시스템이다. 다시 말해서 거대한 파이프 시스템과 지하탱크 등의 ‘하드웨어’만 건축하는 것이 아니라 기후와 지역, 도시 특성에 맞추어 물을 관리하는 ‘소프트웨어’를 코딩하는 것에 가깝다. 이러한 시스템이 실현 가능하다면 서울뿐만 아니라 강을 끼고 있는 다른 중소도시에서도 충분히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이번 책은 마케마케 프로젝트의 신호탄으로서 서울에 한정해 구상의 정확도를 높이는 데 집중했다.
--- p.35

‘한강 다이어트’로서 마케마케 시스템의 골자는 한강의 폭을 줄이는 것에서 시작한다. 한강은 폭에 비해 수위가 매우 낮아서 침수가 잘 일어난다. 이에 한강의 폭을 줄이고 강을 더 깊게 준설하여 한강이라는 물그릇을 바꾸고자 한다. 움푹한 모양의 접시가 얕은 접시에 비해 더 많은 양의 물을 담는 것을 떠올리면 된다. 한강의 폭을 약 1,200m라 하면 양쪽으로 300m씩 폭을 줄인다. 베르누이 정리에 따라 한강 물의 속력을 기존과 비슷하게 맞추기 위해서 강의 깊이를 더욱 깊게 판다
--- p.37

세계 주요국은 기후변화와 극한 강수를 대비하기 위해 치수 사업에 총력을 기울이는 중이다. 전 세계 도시는 댐이나 지하탱크 등을 신축하거나 리모델링해 하천의 물그릇을 키우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마케마케 프로젝트는 이러한 전 세계적인 노력의 연장선인 동시에, 서울의 지형과 생활 환경을 반영한 독창적인 치수 프로젝트가 될 수 있을 것이다.
--- p.52

한강의 모습이 전면적으로 변하기 직전인 1966년 당시 서울은 한강의 이북 지역인 강북에 국한되었다. 강남은 산등성이와 잡초가 무성한 곳이었고 거주하는 사람도 몇만 명에 불과했다. 강북과 강남을 가로지르는 방법은 나룻배뿐이었으며 한강은 백사장의 연속이었다.
--- p.77

하나의 지구 안에서 물 부족과 홍수가 동시에 일어나고 있다. 어느 쪽은 물에 잠겨 피해를 입고, 어느 쪽은 물이 부족해 매일을 불편함 속에서 살아야 한다. 자연에서 볼 수 있는 이러한 극단적인 상황은 정치, 경제, 사회 분야에서도 비슷한 양상으로 나타난다. 서울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마케마케 프로젝트를 통해 물의 균형을 되찾는 우리의 작업이, 계층적으로 양극단으로 치우치고 있는 서울 시민의 삶에도 긍정적인 균형을 가져오길 바란다. 많이 가진 이들만 안전과 녹지를 경험하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의 보편적 시민 역시 안전과 녹지를 보장받을 수 있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시민들은 자신이 거주하는 집, 나아가 동네와 도시에서도 자신의 개성과 창조성을 발휘하고 영감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마케마케 프로젝트가 서울의 수자원 시스템을 한층 효과적으로 만들어 도시의 풍요와 균형을 가져오는 것에서 나아가 서울 시민의 삶에도 풍요와 균형을 찾는 데 일조하길 바라본다.
--- p.173

마케마케 프로젝트는 1~2년 안에 해치울 수 있는 단순한 미션이 아니다. 10년 이상 장기간에 걸쳐서 단계별로, 또 순차적으로 끌고 가야 하는 프로젝트가 되어야 한다. 지난할지도 모를 이 과정을 거치고 나면 서울에는 강북과 강남을, 강동과 강서를 유기적으로 묶는 거대한 도시의 여백, 선형의 숲길이 생길 것이다. 도시의 여백은 도시에 꼭 필요한 공공공간과 건축물의 영구적 토대가 되기도 하고, 숲이 숨 쉬는 그린스페이스로도 기능하게 될 것이다. 더불어 한강은 시민들이 강수욕을 즐기던 시절처럼 더 적극적인 방식으로 여유와 쉼의 공간이 되어 돌아올 것이다. 한강의 지류를 따라 설치한 링로드와 지하탱크 시스템은 서울의 수자원을 효과적으로 순환시키고, 에너지로 활용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다.
--- p.178

출판사 리뷰

“하나의 지구 안에서 물 부족과 홍수가 동시에 일어나고 있다. 어느 쪽은 물에 잠겨 피해를 입고, 어느 쪽은 물이 부족해 매일을 불편함 속에서 살아야 한다. 자연에서 볼 수 있는 이러한 극단적인 상황은 정치, 경제, 사회 분야에서도 비슷한 양상으로 나타난다. 서울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물의 균형을 되찾는 우리의 작업이, 계층적으로 양극단으로 치우치고 있는 서울 시민의 삶에도 긍정적인 균형을 가져오길 바란다.” ― 본문에서

강이 바뀌어야 도시가 바뀐다
― 전 세계적인 수변 도시, 수변 명소에 얽힌 비하인드들

앞서 얘기했듯 저자가 제안하는 ‘한강 다이어트’는 비단 재난에 대비하기 위한 것만은 아니다. ‘다이어트’란 말이 의미하는 그대로, 도시의 균형과 건강을 되찾기 위한 방안들을 두루 포함하고 있다. 저자는 도쿄, 로마, 런던, 파리, 시카고, 발렌시아, 빌바오, 하펜시티 등 다양한 도시 사례를 보여 주며, 강의 변화가 도시의 변화를 적극 견인할 수 있다는 점을 역설한다.

일례로 1957년 대홍수로 도시의 75%가 침수되었던 스페인의 발렌시아는 투리아강을 두 줄기로 나누어 하나를 도심의 외곽으로 빼내는 개발 사업을 진행하였는데, 이 과정에서 새로 생겨난 녹지를 활용해 현재 발렌시아의 랜드마크가 된 ‘예술과 과학의 도시’(CAC)를 조성했다. 이외에도 빌바오의 구겐하임 미술관, 하펜시티의 엘베 필하모닉 콘서트홀 등 전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수변 명소에는 도시의 균형에 대한 고민과 노력이 녹아 있다.

고정적인 모습처럼 보이는 한강의 현재 모습도 실은 끊임없이 변화하며 지역의 변화를 견인해 왔다. 압구정, 잠실 등 과거 서울의 변두리로 인식되었던 지역들이 한강 개발 과정을 통해 우수한 정주 여건을 갖춘 지역으로 변모하기도 했으며, 이와는 반대로 경기도 광주의 아름다운 마을 우천리처럼 댐의 건설로 수몰된 지역들도 있다. 저자는 물길을 줄이고, 늘리고, 만드는 과정 속에서 서울이 언제든 또 변화할 수 있다는 점을 계속해서 강조한다.

역설적이게도 저자가 꿈꾸는 새로운 한강의 모습은 인간 친화적이고 자연 친화적이었던 과거 한강의 복원을 향해 있다. 산업화 시대의 한강 개발은 강변을 도로와 주거단지 조성을 위해 내주었고, 한강이 주는 여유와 정취를 소수가 독점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강의 수량 조절 기능은 강화하되, 백사장이 펼쳐진 강변에서 자유롭게 수영하고 거닐던 한강의 성격과 모습을 되찾자는 저자의 제안은 서울의 ‘오래된 미래’를 꿈꿔 볼 수 있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