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사회학 연구 (독서)/8.차별문제

차별이란 무엇인가 (2016) - 차별은 언제 나쁘고 언제 그렇지 않은가

동방박사님 2023. 7. 10. 0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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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차별’이라는 단어가 주는 느낌은 대부분 부정적인 것이지만, 모든 차별이 철폐되어야 할 대상인 것은 아니다. 메릴랜드 법대 데버러 헬먼 교수는 어떤 경우에 차별이 법적으로 허용되고, 어떤 경우에 금지되어야 하는지를 논증하고, 차별을 설명한 기존의 논의가 설득력이 없음을 밝힌다. 저자는 사람을 구별하는 행위가 누군가를 비하할 때 차별이 발생한다고 하면서, 비하의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상세히 설명한다.

목차

옮긴이의 말
머리말 _ 차별퍼즐

Ⅰ 차별은 언제 부당한가?
1장 기본개념
2장 비하와 부당한 차별
3장 해석과 의견 불일치

Ⅱ 대안 살펴보기
Ⅱ부 개요
4장 가치, 자격, 보상
5장 정확성과 불합리성
6장 중요한 것은 생각인가?
결론

주석
감사의 말
 

저자 소개

저자 : 데버러 헬먼
미국의 여성 법학자. 다트머스 대학을 나와 콜롬비아 대학에서 석사를, 하버드 대학에서 박사를 마치고, 메릴랜드 대학 헌법학 교수로 있다. 헌법학 외에 생명윤리와 법제사 강의도 하지만, 그의 주된 관심사는 ‘차별’에 관한 사회적 담론과 그것의 법 이론적 적용에 관한 것이다. 이 책을 포함하여 그가 발표한 대부분의 논문과 글이 ‘차별’에 관한 것이다.

역자 : 김대근
고려대학교 법과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고려대, 경찰대학 등에서 법철학, 법사회학, 정치철학, 인권법 등을 강의하며, 특히 정의, 평등, 인권의 일반 이론에 관심을 갖고 있다. 현재 국무총리실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으로 형법 이론과 경제 및 금융범죄, 외국인 관련 법정책 등을 연구하고 있으며, 법철학 및 정치철학적 문제의식을 구체적인 정책을 통해 실천하는 일...

책 속으로

구별의 결과에 주목하는 접근은 그로 인해 야기되는 ‘해악harm’에 초점을 맞추는 반면, 구별 과정에서 행위 자체에 주목하는 접근은 해당 행위가 부당한지 여부에 초점을 맞춘다. 때로 구별은 구별 과정의 행위 자체 때문에 부당하며, 이런 부당성은 그로 인해 생길지 모르는 손해로 환원되지 않는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 p.56~57

비하가 부당한 이유는 사람은 누구나 동등한 도덕적 가치를 지녔다는 사실이 우리가 사람을 그렇게 대해야 함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서로를 하찮은 존재로 대하는 것이 설령 아무런 피해를 야기하지 않더라도 그렇게 대해서는 안 된다. --- p.62~63

차별은 그것이 비하가 될 경우에 부당하다. 타인을 비하한다는 것은 타인을 가치보다 낮게 대우한다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비하는 본질적으로 상대적인 개념이다. 비하 여부는 맥락과 문화에 따라 달라지게 마련이며, 사람들이 특정한 권리나 최소한 어느 정도의 재화수준을 향유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 p.66~67

비하하는 행위는 상대를 깎아내리는 행위다. 비하한다는 것은 타인에 비해 많은 권력을 가지고, 타인이 관심과 존중을 받을 만한 가치가 적은 존재라는 표시를 하는 것이다. 비하는 표시행위와 권력이 결합된 것이기 때문에, 비하가 일어나기 쉬운 그런 상황들이 있다. --- p.108~109

소수집단 우대정책에 의해 뛰어난 재능을 가진 백인 학생이 입학을 하지 못할 수는 있지만, 이 정책이 백인을 폄하하지는 않는다. 이 사회적 관행을 가장 잘 이해하는 것에 있어 의견 차이가 있을 수 있겠지만, 이 관행이 백인들을 비하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 p.147

가치는 선택을 내리는 실체의 필요, 욕구, 또는 목표를 충족시키는 특성의 집합체를 일컫는다. 실체의 목적에 맞는 특성을 가지고 있는 것들을 고르는 가치에 기반을 둔 선택은 개인들에 대한 폄하적인 어떤 표현이라기보다는 실체의 자기 이해나 목표를 반영하기에 ‘보통’ 비하를 나타내지 않는다. --- p.198~199

효율적 분류의 개념 자체는 모호할 수 있다. 때때로 ‘효율성’이라는 용어는 전체로서의 사회에 대한 비용과 편익 등 모든 효율성을 포함한 측면을 나타내는 데 사용될 수 있다. 다른 경우에는 분류를 사용하는 사람이나 실체의 측면에서 바라본 효율성을 나타내기도 한다. 비록 이 두 의미가 가끔 수렴되겠지만, 그러지 않을 때가 더 많다. --- p.207

많은 사람들은 어떤 법이나 정책을 제정하는 이들의 의도가 법이나 정책, 관행 또는 행동에서 부당한 차별을 만드는 것에 결정적으로 관여한다고 믿는다. 행위자의 의도는 확실히 법적으로 중요하다. 그러나 과
연 그런가? 차별의 맥락에서 중요한 것은 생각일까? --- p.243~244

사람들 사이에서 차별을 할 때, 차별이 문제가 되기 시작하는 것은 우리가 몇몇 방식으로 그들을 좌절시키는 지점부터이다. 차별이 비하를 불러올 때, 이는 부당한 것이고, 이는 우리가 서로를 평등하게 대해야한다는 도덕규범과 충돌하게 되는 것이다.
--- p.300
 

출판사 리뷰

차별은 언제 나쁜가?
흑인 승객은 버스의 뒷좌석에, 백인 승객은 앞좌석에 앉아야 한다는 법이 있다.
어느 회사는 입사 기준으로 출신 지역과 외모를 활용한다.
같은 업무를 하더라도 비정규직 직원의 임금은 정규직의 1/2이다.
위의 사례를 접한 많은 사람들은 직감적으로 ‘차별’이란 단어를 떠올리고, 거부감과 불쾌감을 느낄 것이다. 이처럼 ‘차별’이라는 단어가 우리에게 주는 이미지는 부정적인 것이 압도적이다.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 곳곳에서 ‘차별 철폐’의 구호를 듣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며, 실제로 우리나라만 봐도 차별과 관련한 법률, 관행, 정책 등이 사라지고 있다는 소식들이 연일 들려오고 있다. 하지만 차별에는 과연 부정적인 측면만 있을까?

어느 학교 교장이 이름이 알파벳 A에서 M으로 시작하는 학생은 강당 왼쪽에 앉고, N에서 Z로 시작하는 학생은 오른쪽에 앉도록 한다.
어느 기업은 해당 지역 출신 구직자를 우대한다.
생물학적으로 남성이지만 여성처럼 옷을 입고 생활하는 종업원이 고용주에게 남녀공용 화장실을 몇 군데 지정해주거나 아니면 자기가 여자 화장실을 쓰도록 허락해달라고 요구한다. 고용주는 종업원의 요청을 거절하고 남자 화장실을 이용하라고 지시한다. 종업원은 고용주의 지시를 거부했고 결국 해고된다.

조금 더 주위를 둘러보면 마냥 부정적으로만 볼 수 없는 또 다른 차별의 사례들과 만나게 된다. 사회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차별도 있고, 뭔가 이상하긴 하지만, 부당하다고 말하기 애매한 것들도 있다. 이처럼 우리는 인종, 이름, 나이, 성, 정치관, 능력, 외모 등을 통해 사람을 구별하고 구별당하고 그것들을 지켜보게 된다. 그러면서 그와 관련한 법, 정책, 관행들 가운데 어떤 것은 도덕적으로 부당하고 어떤 것은 무해하며 어떤 것은 성격이 불분명하다고 직관적으로 판단한다. 그렇다면 사람들 사이를 구별하는 행위가 어떤 경우에 허용되고, 어떤 경우에 허용되지 않을까? 허용되는 차별과 허용되지 않는 차별은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

정당한 구별과 부당한 차별, 문제는 비하다

메릴랜드 대학 헌법학 교수인 저자는 이른바 ‘차별퍼즐discrimination puzzle’이라고 부를 수 있는 다양한 상황과 맥락에서 언제 부당한 차별이 발생하는지를 꼼꼼하게 살피고 이론화한다. 저자는 모든 사람이 도덕적으로 평등한 가치를 지닌 존재라는 도덕원칙에서 출발하여 차별퍼즐이 제기하는 문제의 답을 찾는다. 저자는 사람의 동등한 도덕적 가치를 침해하는 것이 부당한 차별이라고 말하고 있다.
부당한 차별은 사람을 구별하는 행위를 통해서 누군가를 비하할 때 발생하는데, 특정한 구별distinction이 비하를 의미하는지의 여부는 그 상황의 맥락과 우리의 문화 속에서 그러한 구별 짓기의 현재 의미에 의해 결정된다고 말한다. 단순히 어떤 구별로 인한 결과나 영향이 해당 구별의 비하 여부를 좌우하지는 않으며, 어떤 구별은 그로 인해 영향을 받는 사람이 비하되고, 낙인찍히고, 피해를 입었다고 생각하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다른 이를 비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과거에 부당한 대우를 받아왔거나 현재 낮은 지위에 있는 집단을 특징짓는 속성으로 ‘HSD(history of mistreatment or current social disadvantage)’라는 것을 제시하며, 그것을 근거로 구분하는 것은 다른 특성들에 기초해 구분하는 것과는 도덕적으로 다르게 느껴진다는 것을 논증한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 흑인이 당하는 차별을 부당하다고 볼 수 있는 것은 그 역사적 대우와 현재의 사회적 지위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호남인이 받아온 차별과 그에 대한 비호남인들의, 이른바 역차별 주장을 동일하게 볼 수 없는 것도 같은 이유 때문일 것이다. 이 논증을 시작으로 Ⅰ부에서는 언제 구별 짓기가 도덕적으로 부당한 것인지를 상세하게 다루며, Ⅱ부에서는 차별의 원인을 설명하려는 기존의 세 가지 논의-가치, 합리성, 의도에 따라 구별 짓기를 정당화하려는-를 상세하게 검토하면서, 그러한 이론들이 차별의 부당함을 설득력 있게 제시하지 못하고 있음을 밝힌다.

모든 사람은 평등하게 중요하다

이 책의 목적은 ‘언제 부당한 차별이 법적으로 금지되어야 하는가’의 연구를 위한 도덕적 토대를 제시하는 데 있다. 이를 통해 비하를 일으키는 특정 구별이 도덕적으로 부당하다는 것을 밝힌 뒤에, 어떤 부당한 차별이 법적으로 금지되어야 하고, 비록 부당해도 그대로 두는 편이 나은 차별은 어떤 것인가라는 질문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책을 번역한 한국형사정책연구원 김대근 연구위원은 “이 책의 문제의식과 방법, 그리고 핵심테제들은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정의와 평등을 구체적으로 도입하는 데 매우 유용할 뿐더러 실천적인 원칙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구체적으로 “헌법재판소의 평등권/평등원칙 침해기준 설정이나, 국가인권위원회 인권 침해 여부 결정 등의 과정에서 구체적인 판단 기준과 논거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모든 사람이 도덕적으로 동등한 가치를 지닌 존재라는 도덕원칙에서 출발하여 차별퍼즐이 제기하는 문제에 답을 찾고자 하며, 그 이유가, 사람을 구별하는 행위가 타인을 평등한 가치를 가진 존재로 대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도덕적인 우려 때문이라고 말한다. 결국 이 책이 향하는 곳은 개인이 갖는 천부의 가치에 등급을 매기지 않고, 도덕적 관점에서 모든 사람을 평등하게 대하는 세상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