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인물사 연구 (독서)/1.세계인물평전

마음의 진보 (2006) - 카렌 암스트롱 자서전

동방박사님 2023. 10. 17.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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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신을 만나겠다는 열망을 품고 수녀원에 들어간 어린 소녀에서 적대적인 종교 사이에 다리를 놓은 최고 권위의 종교학자가 되기까지, 놀랍도록 솔직하게 자신의 내면을 탐구한 성찰적 에세이. 열일곱 살의 소녀가 신을 직접 찾고 싶다는 열정으로 수도원으로 들어가지만 수도원 생활은 어린 수녀에게 견디기 힘든 절제와 순종의 고통만 안겨준다. 환속을 한 후에도 힘든 생활의 연속이었고 그녀는 결국 자신을 완벽한 패배자라고 생각하게 된다.

어느 날 운명처럼 비교종교학이란 분야를 발견해 고통스럽게 비틀거리며 걸어 들어간 뒤에야 비로소 안개가 걷히기 시작한다. 기독교만이 아니라 유대교, 이슬람교, 불교를 공부하면서 그녀는 자신이 돌아섰던 종교의 길로 다시 들어선다. 그리고 그녀가 오래 전 믿음을 통해 갈구했던 열망, 그러나 수녀였을 때는 결코 느껴보지 못한 영혼의 충만감을 느끼게 된다.

이 책은 삶에 놀라운 영감을 주고, 마음이 아픈 모든 이들을 위로하고 격려하는 치유와 공감의 메시지이다. 이슬람교와 유대교 그리고 기독교사이에서 서로의 오해를 풀 수 있게 노력해온 저자의 삶과 성찰을 보면서 종교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해볼 기회를 준다.

목차

머리말 - 나선 계단에 서서
빛을 만나고 싶다 / 수녀원에서 보낸 7년 / 문 앞에 선 소녀

어둠의 시간
환속한 수녀 / 혁명 속의 옥스퍼드 / 비틀스가 누구야? / 아무도 들어올 수 없는 정원 /
불감증, 느끼지 못하는 마음 / 신은 내게 아무 말도 걸지 않았다

악마의 속삭임
산산이 부서진 거울 / 텅 빈 두려움 / 거식증, 소멸의 욕망 / 최우등 졸업

상처 입은 짐승
새로운 안식처 / 자폐증과의 만남 / 나 좀 도와주세요 / 나도 학자가 될 수 있을까 /
나는 신과 갈라섰다

공포의 절규
자살 기도 / 내 영혼은 앞으로 나아간다 / 남루한 현실도 아름답다 / 버릴 수 있는 용기 /
마지막 결별

절망 속의 엑스터시
대학 강단에서 / 잃어버린 박사학위 / 간질이라는 선물 / 더는 잃을 게 없다

나를 향한 용기
평범하게 살기 싫다 / 글쓰기가 나를 치유할 수 있을까? / 좁은 문으로 / 낯선 세계의 유혹

발견과 공감
우상 파괴 임무 / 최초의 기독교인 / 성지의 망아 체험 / 타자의 발견 / 그들의 고통이 나를 깨웠다

빛을 향해 한 걸음
신의 역사를 찾아서 / 외롭고 위험한 도전 / 나를 버리고 나를 만나다 / 침묵은 나의 스승 /
이해하려면 나를 던져라 / 다시 좁은 계단을 오르며
 

저자 소개 

저 : 카렌 암스트롱 (Karen Armstrong)
 
영국의 종교학자. 1944년 잉글랜드 우스터셔에서 태어났다. 1962년 열일곱 살에 로마가톨릭 교회 수녀원에 들어갔다 7년 만에 환속했다. 옥스퍼드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뒤 런던대학에서 현대 문학을 강의했다. 종교학자로 삶의 방향을 정한 이후에는 런던의 랍비대학인 레오백칼리지에서 기독교를 가르쳤고, 『신의 역사』 『축의 시대』 『신의 전쟁』 『붓다』 『이슬람』 같은 논쟁적 저작을 발표해 왔다. 특히 기원전 20...
 
역 : 이희재
 
서울대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성균관대 독문학과 대학원을 수료했다. 영국 런던대학 SOAS(아시아아프리카대학)에서 영한 번역을 가르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칙센트미하이의 몰입과 진로』, 『소유의 종말』,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세계사』, 『마음의 진화』, 『그린 마일』, 『마티스』, 『문명의 충돌』,『비트의 도시』 등이 있고, 지은 책으로는 『번역의 탄생』, 『번역전쟁』, 『국가부도 경제학』 등이 있다..

책 속으로

이제 와서 보니 나는 정말로 죽은 것 같았다. 그런데 더 많은 열매를 맺지 못한 것은 분명했다. 나는 삶과 죽음의 경계 구역으로 들어갔다가 소망했던 대로 환골탈태하여 나온 것이 아니라 두 세상의 안 좋은 것들만 들고 나온 게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들었다. 통과의례를 거친 부족의 소년처럼 용맹스럽고 두려움을 모르고 남들을 지키는 데 나를 던지는 것이 아니라 그냥 목석 같은 사람이 되어버렸다 나는. 사랑도 못 하고 사랑을 받을 줄도 모르고 덜 된 인간이 되기를 바랐는데 모자란 인간이 되어버렸다 나는. 강해진 것이 아니라 그냥 굳어버렸다 나는.
--- p.72
나는 내 손으로 벌어서 먹고 살지 못할 거라고 확신했다. 그건 말도 안 되는 기우라고 생각할 만한 마음의 여유가 나한테는 없었다. 나의 미래는 암담해 보이기만 했다. 사회로 돌아와서도 나는 적응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가슴이 죽어 있는데 어떻게 인생을 헤쳐 나갈 수 있겠는가? 문학 작품을 읽어도 나만의 감흥이 없는데 무슨 수로 학자가 되겠는가? ‘괴상한 발작’에 자꾸만 시달리는데 어떻게 사람 구실을 하겠는가? 앞날을 생각하면 내가 가 있을 곳은 열쇠가 채워진 독방 아니면 자해를 못하도록 스펀지로 벽을 댄 방이었다. 수녀로 몇 년을 지내다 보니 어느새 세상에 적응을 할 수가 없었고 내 안의 무언가가 망가져서 나 자신을 추스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안 생겼다.
--- pp.187~188
희망을 버리니까 한편으로는 속박에서 풀려나는 느낌이 들었다. 책 읽기가 다시 즐거워졌다. 문학 작품에는 진작부터 반응이 되살아났지만 아직도 의무감과 불안감 같은 것이 섞여 있었다. 그런데 학계에서 공식적으로 추방된 지금은 누구한테도 잘 보일 필요가 없었다. 예리한 통찰력을 굳이 과시하려고 애쓸 필요도 없었다. 그러다 보니 오히려 할 말이 많아지고 아이디어가 샘솟았다. 나한테 두드려 맞아서 목석이 된 마음이 되살아났다. 활자에서 다시 희열을 맛보게 되었다는 것은 정말로 나한테는 은총이요 값진 선물이었다. 이것도 내 안에 감수성의 씨앗을 뿌렸다. 통찰은 얻고 싶다고 해서 저절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항상 무언가를 ‘건지려고’ 들면 다시 태어날 수가 없다.
--- p.309
신앙은 실천이지 믿음이 아니라고 했다. 종교는 아침을 먹기 전에 스무 가지의 실천 불가능한 명제를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나를 바꾸는 일을 하는 것이라고 했다. 종교는 도덕의 미학이요 윤리의 연금술이다. 사람은 어떤 식으로 행동하면 달라지기 마련이다. 신화라든가 종교가 참다운 까닭은 그것이 어떤 형이상학적, 과학적 혹은 역사적인 실재에 부합되어서가 아니라 생을 끌어올리기 때문이다. 신화와 종교는 인간의 본성이 어떻다고 가르치지만 그런 가르침을 구체적으로 나의 삶으로 끌어와서 실천에 옮기지 않으면 진리는 드러나지 않는다.--- p.4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