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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자유의 역설과 저널리즘의 딜레마(2022)

동방박사님 2024. 2. 8. 0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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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100분 토론〉, 〈정준희의 해시태그〉 진행자 정준희와
언론의 민주적 진보를 고민하는 학계 최전선 학자들이 고찰한 대한민국 언론의 기형적 역설과 딜레마!


사회와 언론의 지속적이고 심층적인 민주화에 기여해온 한국언론정보학회 소속의 언론학자들이 모여 대한민국에서 기형적으로 통용되고 있는 ‘언론자유’의 모순과 한계를 꼬집는다. 언론이 자유를 향유할수록 시민과 약자의 권리가 침해되는 오늘의 언론 현실을 우리는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가? 권력에는 굽신대면서 권력의 주권자와 대행자에는 자유를 남용하는 오늘 대한민국의 언론을 신랄하게 진단한 단 한 권의 책!

목차

서문

1장. 언론의 자유는 언론을 위한 특권인가, 모두를 위한 자유인가_이정훈
2장. 언론자유라는 도그마와 언론의 책무_송현주
3장 언론자유 개념의 실패 또는 자기과장_정준희
4장. 언론자유의 패러독스와 시장 모델의 실패_김영욱
5장. 표현의 자유에서 소통의 권리를 위한 헌법 개정_채영길
 

저자 소개 

저 : 정준희
 
한양대학교 ERICA 언론정보대학 정보사회미디어학과 겸임교수. 서울대학교 언론정보학과, 영국 런던대학교 골드스미스칼리지, 서강대학교 신문방송학과에서 커뮤니케이션과 미디어 사회학, 문화연구, 미디어 정치경제학 등을 공부하고 연구했다. 미디어 기술과 조직, 제도가 사회 체계의 복잡한 작동과 교섭되는 과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공영방송 제도사와 저널리즘 규범이론이 그것의 핵심 영역이다. 《미디어와 한국현대사》 등을 ...
 
저 : 이정훈
 
신한대학교 리나시타교양대학 조교수다. 서강대학교에서 언론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언론의 윤리와 역사, 언론과 정치의 관계, 언론의 사회인식론 등이 주된 연구 분야다. “한국 언론인의 직업 정체성: 샐러리맨화의 역사적 과정을 중심으로”(공저, 2006), “한국 언론의 상업화 논의에 관한 비판적 검토: ‘1933년 상업화론’과 ‘1960년대 후반 상업화론’의 비교”(2013), “민주주의의 위기와 언론의 선정적 정파...

저 : 송현주

한림대학교 미디어스쿨 교수. 서울대학교 언론정보학과와 미국 미주리대학교 저널리즘 스쿨에서 공부했다. 뉴스 프레임의 사회심리학적 효과에서 시작해 온라인 정치 토론과 관용의 관계, 정치 설득과 캠페인, 정파적 언론과 시민의 정치적 양극화의 관계, 민주화와 언론의 관계, 저널리즘 실천의 문제점과 해결 방안 등으로 연구 영역을 넓혀 왔다. <연합뉴스> 수용자권익위원과 경영평가위원을 맡았었고 TBS 미디어 비평 프로그램 ...

책 속으로

시민 개개인과 권력자의 표현자유가 언론의 자유와 충돌할 수 있고, 표현의 자유는 다시 다른 이의 표현자유와, 그리고 언론의 경제적 자유는 언론의 내용적 자유와, 또 언론사주의 소유권적 자유는 언론 종사자의 직업적 자유와 수시로 갈등 상황에 놓이곤 한다. 그리하여 언론자유의 확장이 언론자유를 위축시키는 역설, 즉 누군가의 언론 자유가 다른 이의 언론자유와 모순 관계에 놓이는 역설이 발생한다.
---「여는 말 ‘탄탈로스의 형벌, 혹은 물난리 속의 마실 물 같은 언론자유’」중에서

표현의 자유와 언론의 자유가 서로 구분되는 자유가 아니라면 기자에게만 두 가지 자유를 모두 부여할 그 어떤 도덕적 명분도, 법적 근거도 없다. 반대로, 기자가 스스로에게 부여된 자유는 표현의 자유 단 하나뿐이라고 생각한다면, 그래서 기자와 기자가 아닌 시민 사이에 아무런 권리의 차이가 없다고 주장한다면 이것은 기만이다. 국가와 정부는 기자에게 일반 시민들에게는 허용되지 않은 공간과 정보에 대한 접근을 허락하고 있다. 기자는 매일 대통령실에서 대통령을 만나 질문을 할 수 있고, 외국 순방에 나서는 대통령을 취재하기 위해 대통령 전용기에 동승할 수도 있다. 시민들에게는 허용되지 않는 이 모든 ‘특권’이 표현의 자유를 행사한 결과라고 할 수 있겠는가? 기자에게는 표현의 자유와 함께 언론의 자유가 보장되어 있기 때문에 누리는 특권이 있다.
---「1장 ‘언론의 자유는 언론을 위한 특권인가, 모두를 위한 자유인가?’」중에서

언론이 시민을 대리한다는 관념은 정말 허구적인 것일까? 최소한 자유주의에서는 그렇다. 시민과 동등한, 시민의 한 유형인 언론이 시민을 대리할 수 없고 시민의 알권리를 명분으로 언론에 부과되는 사회적 책무는 언론(과 그 소유주)의 언론자유에 대한 간섭이 될 수 있 다. ‘기레기 담론’과 같은 언론에 대한 신랄한 비판은 대리자로서 의 무를 제대로 이행하라는 정당한 요구가 아니라 언론자유에 대한 심 각한 위협으로 간주된다. 언론을 사회적 제도로 인정하고 시민의 알 권리를 대리한다는 공적 기능을 정당화하기 위해서는 자유주의를 넘어서는 그 무엇이 필요하다.
---「2장 ‘언론자유라는 도그마와 언론의 책무’」중에서

종이신문의 구독자수와 그에 바탕을 둔 구독료 매출은 지속적으로 줄어들었고, 그만큼 광고 수입과 (수익 목적의 컨퍼런스 개최 등, 언론 행위와는 거리가 먼) 기타수익사업의 비중이 크게 확대되고 있다. 광고 재원의 질도 급격히 나빠졌다. 파급력은 물론 영향력과 신뢰성에 수반되는 ‘후광효과’에 대해 큰돈을 지불하던 광고주 대신, 페이지뷰 단위로 푼돈을 매겨주는 소형 광고주나 아예 기사 자체를 홍보도구로 활용하겠다는 광고주가 크게 늘었다. 이것은 언론자유를 ‘시장 행위의 자유’와 사실상 동일시했던 자유주의 상업언론이 맞부딪힌 필연이라고도 볼 수 있지만, 무엇보다 디지털 플랫폼 주도의 저널리즘 기술 환경 변화와 그에 부응하여 자신의 문화적 권위를 효과적으로 재구축하지 못했던 언론 자신의 실패에 기인하는 바가 크다. 기술 환경의 변화와 그에 따른 문화적 권위의 상실, 또 그에 결합되어 나타난 경제적 재생산 구조의 불안정성 증대. 바로 그것이 현재 언론 문제를 ‘신뢰의 위기’라는 틀을 통해 진단하는 배경이다.
---「3장 ‘언론자유 개념의 사회학적 실패 혹은 자기과장’」중에서

이런 상황에서 언론자유는 언론의 무한 경쟁을 보장하고, 자본의 언론 지배를 공고하게 해주는 도구로 사용된다. 언론이 자본주의하에서 이윤 추구를 목표로 할 때 언론자유는 체제 유지를 위한 수단으로 전락하고 만다. 따라서 경합적 민주주의에 기반을 두고 사회적인 담론의 경쟁을 활성화하려는 노력과 함께, 언론 환경이 점점 더 기득권을 옹호하고 사회적인 약자에 대한 착취를 강화하는 현상을 해소하려는 비판적인 디지털 정치경제학 차원의 노력이 함께 중요해지게 된다. 이러한 사회철학적인 기반 위에 실질적으로 수용자들이 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볼 수 있다. 현재 언론 수용자 입장에서 시도해볼 수 있는 방안은 우선 언론 수용자노조를 결성하여 주목 노동의 착취가 이루어지는 것과 비례하여 수용자로서 정당한 권리와 통제권을 가져오는 것이다. 또한, 현재 언론의 콘텐츠가 불만스럽다면 과감한 시민 불복종civil disobedience 운동의 한 형태로 ‘언론 보지 않기 운동’을 펼쳐가는 것이다. 이러한 운동은 언론을 거부하는 운동이 아니라 언론을 시민의 통제권하에 두면서 공론의 장을 활성화하기 위한 장치로 거듭나게 하려는 것이다.
---「4장 ‘언론자유의 패러독스와 시장 모델의 실패’」중에서

현재의 불평등과 소외 및 자유의 침해 문제들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표현의 자유 개념을 소통의 권리 개념으로 대체해야 한다. 사회적 소통과정에서 특정 언론과 집단 및 단체만이 표현의 효 과를 독과점하고 있으며 시민들은 단절되어 있거나 고립되어 있는 상태에서 독백적으로 표현할 뿐이며, 종종 적극적으로 서로를 배제하거나 혐오한다.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소통의 권리로 전환하기 위해 소통의 기본적 원칙들을 확인하여 이를 토대로 해당 헌법의 개정 작업을 해나가야 한다. 언론과 시민과의 관계를 전면적으로 새롭게 구성하기 위해 지금 우리에게 요구되는 것은 급진적인 소통 공간의 창출이며 그것의 핵심적 조직 원리로 ‘평등성’, ‘수행성’, ‘상호성’이 되어야 한다.
---「5장 ‘표현의 자유에서 소통의 권리를 위한 헌법 개정’」중에서

우리 언론은 국가에 의해 억압받는 다른 언론과 취약한 시민을 위해서 자신에게 주어진 자유를 사용하지 않으며, 자신의 주인인 시민과 자신의 자유를 가능케 하는 민주주의를 위한 책임을 다하지 않는다. …언론 문제의 알파이자 오메가인 것처럼 추앙되는 언론 자유 개념은 이런 상황을 정확히 포착하는 수단으로서 한없이 부족하며, 문제해결로 나아가는 교두보를 제공하지 못한다. 따라서 언론 자유 개념은 신뢰, 자율, 책임 개념에 의해 보완되거나 대체될 필요에 직면해 있다.
---「맺는 말 ‘언론자유의 딜레마와 저널리즘의 역설’」중에서

출판사 리뷰

‘바이든’을 ‘날리면’으로 보도하는 시대의 언론자유를 묻다
기레기, 그 오명의 근원이 되는 기형적 ‘언론자유’를 정의하고
언론자유가 시민 권리를 공격하는 역설과 딜레마에 대항하는 책


2022년 9월 22일, 대한민국에는 흡사 《벌거벗은 임금님》에나 나올 법한 기이한 사건이 벌어진다. 유엔 총회 참석차 뉴욕에 들른 우리나라 대통령이 글로벌펀드 제7차 재정공약회의 자리에서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환담을 마치고 돌아선 장면이 시발점이었다. 대통령이 외교부장관과 안보실장 쪽을 바라보며 “국회에서 이 새끼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은 쪽팔려서 어떡하나?”라고 말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된 것이다. 엠바고가 풀린 후 언론은 일제히 이를 보도했고, 보도 이후 열 시간 만에 대통령실은 당시 발언이 “바이든”이 아닌 “날리면”이었다며 ‘그릇된 보도’에 엄중히 대응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이후 마침 대통령에 부정적인 기사를 보도해오던 MBC가 전시용 보복의 대상이 되었고 G20 정상회의 참석을 위한 전용기에 탑승이 불허되면서 이 우스꽝스러운 촌극은 극에 달한다.

대한민국 언론을 지배하는
세 개의 역설과 질 나쁜 딜레마


《언론자유의 역설과 저널리즘의 딜레마》(멀리깊이, 2022刊)는 마치 우화와도 같은 이 촌극으로 서문을 시작한다. 이를 통해 권력으로부터 언론자유를 침해당해도 이를 강력히 비판하는 언론사가 없는 현실, 나아가 언론자유뿐 아니라 시민의 자유에도 도통 관심이 없어 보이는 오늘의 언론 현실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분명하게 드러낸다. 이어 언론자유를 구성하는 두 개의 층위 즉, 시민에게 보장되는 표현의 자유와 이를 대행하는 언론기관에 주어진 자유를 분리하여, 언론기관의 자유가 증진될수록 시민의 자유가 확장되는 것이 언론자유의 존재 목적임을 분명히 한다. 그러나 오늘 대한민국의 언론은 어떤가. 책은 언론자유가 지니는 세 가지 역설과 질 나쁜 딜레마를 언급한다.

· 제1역설: 언론이 더 많은 자유를 향유할수록 시민 특히 약자의 권리가 침해된다.
· 제2역설: 언론을 억압하는 권력에는 자유를 헌납하는 반면 이 권력의 주권자와 대행 자에게는 자유를 남용한다.
· 제3역설: 정치권력과 시민에 대해서는 자유를 요구하면서 자본이나 사주가 통제하는 자유에는 침묵한다.

이 세 가지 역설은 필연적으로 한 가지 딜레마를 양산한다. 언론의 영리를 줄이면 시민의 권익이 늘고, 자본에 기대어 생존을 선택하면 민주주의가 죽는 딜레마가 바로 그것이다. 책은 크게 다섯 장을 통해, 언론자유의 모순과 나아갈 방향을 짚어내고 있다.

제1장 ‘언론의 자유는 언론을 위한 특권인가, 모두를 위한 자유인가?’에서는 국내 언론학자와 기자들이 언론자유의 사상적 원천으로 삼는 미국 수정헌법 제1조를 집요하게 탐구한다. 2장 ‘언론자유라는 도그마와 언론의 책무’에서는 언론자유가 마치 언론기관에 부여된 우월적 자유인 것처럼 오용되는 도그마를 타파하기 위해 시민의 언론자유와 언론의 언론자유를 상호존중의 관점에서 바라볼 것을 주문한다. 3장 ‘언론자유 개념의 실패 또는 자기과장’에서는 보호해야 할 언론자유의 규범은 허약해지고 갱신하고 현실화해야 할 언론자유의 실질은 제자리걸음하는, 언론자유 개념의 ‘사회학’적 실패와 자기과장 문제에 초점을 맞춘다.

4장 ‘언론자유의 패러독스와 시장 모델의 실패’에서는 언론 소유주와 대자본의 자유 아래에서 언론인과 시민의 언론자유가 종속된 현실을 꼬집으며, 시민과 저널리즘 수요자가 한데 모여 주도권을 되찾기 위한 전투적인 노력을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5장 ‘표현의 자유에서 소통의 권리를 위한 헌법 개정’에서는 좁은 의미의 언론자유와 더 넓은 의미의 표현의 자유보다 ‘소통의 자유(freedom of communication)’라는 근원적으로 확장된 자유 개념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를 통해 시민이 단순히 표현할 자유를 얻는 데서 그치지 않고 다른 시민과 공유할 수 있는 가능성을 실질적으로 확보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바이든’을 ‘바이든’이라 부르지 못하고, ‘바이든’이 ‘날리면’이라고 주장하는 데에도 어떠한 반박조차 하지 못하는 오늘 대한민국에서 언론자유의 역설과 딜레마는 시민사회를 더욱 완강하게 억압하고 폭력적으로 분리하는 수단으로 작용할 뿐이다. 모두가 문제라고 지적하지만 누구도 해결하지 못하는 뿌리 깊은 언론 문제의 실마리를 푸는 데 깊은 지혜를 제공하는 책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