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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나라, 대한민국 몸은 한국인 정신은 조선인 (2024)

동방박사님 2024. 8. 19.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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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현대 한국인은 겉보기에는 근대화 된 근대인인 듯싶지만 정신적으로는 아직 봉건주의적 전근대에 머물러 있는 중세인이라는 것이 이 책의 출발점이다. 다시 말하면 한국의 근대는 완전한 근대문명이 아니라 전근대와 근대가 기형적으로 결합된 이종(異種) 모순결합이다. 우리가 완전한 근대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이와 같은 기형적 근대 상황의 모순을 객관적이고 비판적으로 이해하고, 그것과 싸워서 극복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근대적 합리성은 저절로 주어지지 않는다고 저자 최범 교수는 생각한다.

목차

머리말_전근대와 근대의 모순 사이에서 · 5

Ⅰ. 한국의 근대와 대한민국

1. 문명전환과 한국의 근대
근대와 문명 · 16 / 한국의 문명화 단계 · 20 / 한국 근대화의 경로 · 24 / 한국 근대의 구조 · 29 / 근대화에 대한 반응 · 35
2. 한국의 근대화와 국가
식민지 조선과 경제적 근대화 · 45 / 대한민국과 정치경제적 근대화 · 47 / 다음 국가와 다음 근대화 · 50

Ⅱ. 대한민국의 도상학

1. 대한민국은 없다
왕국의 깃발 아래 · 54 / 거대한 뿌리의 이름은 · 57 / 대한민국의 이미지 · 59 / 근대국가와 민족주의 · 63 / 공화국 만들기 · 66
2. 국가와 국기와 나
기호와 현실 · 69 / 도상과 신화 · 71 / 태극기의 신화를 넘어서 · 78
3. 광화문광장을 생각한다
광화문은 대한민국의 얼굴? · 81 / 3문화광장에서 1문화광장으로? · 82 / 테마파크와 놀이공원 사이에서 · 84 / 조선과 대한민국 사이에 국경선을 긋자 · 88 / 광화문광장을 대한민국 광장으로 · 90 / K-광화문시대? · 91
4. 이순신 동상, 국회에 가다 ·· 100
5. 보론: 혁명의 도상학
근대와 혁명 · 107 / 프랑스혁명과 도상 · 108

Ⅲ. 대한민국의 문명사적 의미

1. 대한민국은 혁명국가인가
대한민국 역사와 서사 · 118 / 대한민국 건국과 혁명 · 120 / 산업화와 중층결정 · 127 / 민주화와 두 갈래의 운동 · 133 / 대한민국 혁명의 현실과 인식 · 141
2. 헌법과 도상
보이지 않는 공화국 · 144 / 두 개의 대한민국 · 145 / 실재와 재현 · 146
3. 근대화의 아포리아
근대화의 아포리아 · 153 / 두 개의 길 · 160
4. 근대혁명과 대한민국의 미래
대한민국 혁명의 의미와 한계 · 170 / 근대혁명으로서의 대한민국 혁명의 미래 · 182

부록
화보 · 194
국가, 이미지, 디자인 · 198

저자 소개

저 : 최범
디자인 평론가. 홍익대학교 산업디자인학과와 대학원 미학과를 졸업하고 《월간 디자인》 편집장과 디자인 비평 전문지 《디자인 평론》의 편집인을 지냈다. 디자인을 통해 한국 사회와 문화를 비판적으로 읽어내는 데 관심이 있다. 지은 책으로는 평론집 『한국 디자인을 보는 눈』 『한국 디자인 어디로 가는가』 『한국 디자인 신화를 넘어서』 『한국 디자인의 문명과 야만』 『공예를 생각한다』 『한국 디자인 뒤집어 보기』, 디자인...

책 속으로

한국의 좌우대립은 사회주의와 자본주의의 대립도, 프롤레타리아와 부르주아의 대립도, 민족과 외세의 대립도 아니다. 아니, 한국의 좌우대립은 겉으로는 사회주의와 자본주의, 프롤레타리아와 부르주아, 민족과 외세의 대립인 것처럼 보인다. 대체로 좌파는 사회주의와 프롤레타리아와 민족의 편에 서고, 우파는 자본주의와 부르주아와 외세의 편에 서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한국의 좌우대립은 그러한 것들의 대립 이전에 먼저 근대화를 둘러싼 대립이다. 다시 말해서 한국의 좌우대립의 본질은 근대를 보는 관점의 대립인 것이다. 즉 근대화에 대한 반응이 한국의 좌우를 나눈다. 좌파는 반근대화 세력, 우파는 근대화 세력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한국의 좌파는 수구파, 우파는 개화파의 후예인 셈이다.

이는 정치적으로는 자유민주주의와 민중민주주의(인민민주주의)의 대립으로 나타난다. 자유민주주의는 서구 근대의 핵심적 가치인 개인의 정치적 자유(인권)와 경제적 자유(소유)를 중심으로 하는 정치경제적 체제이다. 따라서 자유민주주의는 우파의 세계관이다. 그에 반해 민중민주주의 또는 인민민주주의는 민중이라는 집단적 주체를 중심으로 하는 체제이다. 이는 민중이라는 집단적 주체로 이루어진 공동체를 최고선으로 보며 개인의 인권이나 소유권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거나 적어도 부차적으로 본다. 따라서 민중민주주의는 전체주의이며 좌파의 세계관이다. 자유민주주의가 정치적 자유와 경제적 자유를 지닌 개인을 사회의 기본 단위로 본다면, 민중민주주의는 개인 위에 있는 공동체를 사회의 기본 단위로 삼는다. 여기에서 핵심은 사회의 기본 단위를 개인으로 볼 것인가 집단으로 볼 것인가이다.

물론 개인은 홀로 살 수 없으며 어떤 형태로든 공동체를 이룰 수밖에 없다. 반대로 공동체 역시 개인들로 이루어져 있음은 분명하다. 하지만 여기에서도 결정적으로 중요한 것은 개인으로 이루어진 공동체와 공동체 내의 개인들에서 무엇을 중시하고 우선시하는가이다. 개인이 공동체에 앞선다는 것이 개인주의이며 자유주의이고 우파의 세계관이다. 그에 반해 공동체가 개인에 우선한다는 것이 집단주의이며 전체주의이고 좌파의 세계관이다. 이 둘은 결코 화합될 수 없다. 한국의 좌우대립은 자본주의냐 사회주의냐 이전에, 세계관에 있어서 바로 이러한 자유주의와 전체주의의 대립인 것이다. 그리고 이는 근대와 전근대의 대립이기도 한 것이다.

보수와 진보는 상대적이다. 무엇을 기준으로 삼는가에 따라서 보수와 진보는 달라질 수 있다. 나는 한국의 보수와 진보를 나누는 기준 역시 근대로 삼아야 한다고 본다. 그런데 앞에서도 이야기했듯이, 근대를 기준으로 할 때 가장 기본적인 균열은 수구와 개화이다. 즉 반(反)근대와 근대의 분화이다. 앞서 근대화를 반대하는 좌파는 수구이며 근대화의 주역은 우파라고 말했다. 그런데 수구는 보수가 아니다. 왜냐하면 보수와 진보는 근대를 인정하는 범위 내에서의 입장의 차이를 가리킬 때만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근대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보수도 진보도 아닌 수구일 뿐이다.

따라서 한국 좌파는 수구이지 보수가 아니다. 보수는 우파이다. 그렇다면 진보는? 여기에서 한국의 근대를 둘러싼 관점과 태도의 차이가 다시 한 번 드러난다. 말했듯이 좌파는 수구이지 보수도 진보도 아니다. 자유민주주의 체제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보수도 진보도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국에서 보수와 진보를 나누는 것은 우파 내에서만이 가능하다. 보수우파와 진보우파? 그렇다. 한국에서 보수와 진보는 우파를 다시 나누는 기준인 것이다.
--- 「본문」 중에서

출판사 리뷰

한국사회는 정치경제 분야는 근대적인데, 사회문화 분야는 전근대적이다.

1948년 건국 당시 민주주의와 자본주의 체제를 채택했으므로 정치경제 영역의 근대화는 비교적 빠르고 전면적으로 진행되었다. 반면 사회문화 영역에서는 근대화가 매우 더디고 심지어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자동차 타고 아파트 산다고 해서 근대인 것은 아니다. 한국은 고대와 중세의 의식이 지배하는 사회다. 사회 문화는 개인주의와 합리주의가 발현되어야 할 공간인데 고대의 무속, 중세의 유교적 의식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에서 개인주의와 합리주의는 가장 취약한 부분이다.

유교와 무속

한국인의 정신세계를 지배하는 유교와 무속의 핵심을 들여다보는 것이 한국 사회를 이해하는 지름길이다. 유교는 성리학적 배움에 의해 인간이 완전해질 수 있다는 도덕적 믿음을 바탕에 깔고 있지만 실제로는 학문이나 종교가 아니라 지배계급의 지배를 정당화하는 이데올로기로 쓰였을 뿐이다. 유교에서 완전한 인간의 전형으로 삼는 군자(君子)는 실제 현실에서는 지배계급의 다른 이름일 뿐이다. 유교의 기능은 군자의 지배를 정당화해주는 도그마였다.

한편 무속의 핵심적인 의미구조는 〈갈등회피〉와 〈속전속결〉이다. 무속은 세계와 인생의 갈등구조를 회피한다. 좋은 게 좋은 것이고 고민해봤자 답은 없으니 지금 이 순간만 지나가면 된다는 식이다. 갈등을 회피하는 자에게 세계의 심오한 의미가 다가올 리 없다. 니체식으로 말하면 유교의 〈도덕주의〉는 노예도덕이다. 거기에 자유는 없다. 무속의 〈갈등회피주의〉와 〈속전속결주의〉 또한 거지도덕이다. 무속은 삶에 대한 자신의 결정을 방기함으로써 스스로를 운명의 걸인으로 위치시킨다. 여기에 당연히 자유는 없다.

근대의 발원지는 서유럽

문명은 인간의 삶의 방식 중에서 최상위의 통합 개념이다. 오늘날 세계의 보편문명을 근대라고 하는데, 근대는 고대와 중세 다음 단계의 문명이다. 근대의 발원지는 서유럽이다. 대략 16세기 경 서유럽에서 발생한 근대문명은 지난 500여 년간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모든 문명이 그렇듯이 근대문명도 두 얼굴을 가지고 있다. 문명이자 동시에 야만, 빛이자 동시에 어둠이다. 흔히 중세를 암흑, 근대를 광명의 시대로 비유하듯 원래 서구의 근대문명은 그 기원에서 빛의 얼굴을 하고 등장했다. 이때 빛이란 인간의 이성을 말한다. 근대는 중세 종교의 어두움에 갇혀 있던 인간을 이성의 빛 아래로 이끌어낸 빛의 문명으로 일컬어진다. 종교개혁과 계몽주의와 합리주의가 그것이다. 하지만 근대는 그 빛과 함께, 빛 못지않게 어둠을 드리우기도 했다. 특히 서유럽에서 솟아오른 근대의 빛이 서유럽을 넘어서 다른 세계를 비추기 시작했을 때 거기에서는 전혀 다른 사태가 전개되었다. 근대문명의 세계화는 어떤 지역에게는 해방이었지만 어떤 지역에서는 재앙으로 다가왔음도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이 근대화 이외의 다른 대안을 합리화할 구실은 되지 못한다.

한국의 근대화는 외부로부터의 근대화

한국은 아시아에서도 가장 나중에 뒤늦게 근대문명이 도착했지만 그것은 이전의 불교처럼 중국을 통해서가 아니라, 한 발 먼저 근대화된 일본을 통해서였다. 이것이 지극히 한국적인 상황이고, 현재 한국 사회의 모든 갈등의 원인이기도 하다. 한국에 수용된 근대문명은 일본에 의해서 이미 한 차례 번역, 가공된 문명이었다. 요컨대 한국의 근대화는 스스로 치열하게 싸워서 쟁취한 근대화가 아니라 외부로부터 손쉽게 이식된 근대화였다. 그래서 훨씬 더 수월하게 수용된 것이 사실이다. 한국인들은 아프리카인들처럼 노예가 되지 않았고, 아메리카인들처럼 기존 문명이 완전 파괴되거나 종족이 멸절 당하지도 않았다.

위로부터의 근대화

‘외부로부터의 근대화’는 결국 ‘위로부터의 근대화’가 될 수밖에 없다. 외래문명을 먼저 접한 소수의 엘리트에 의해 근대화가 추진될 수밖에 없었다는 의미다. 한국의 경우 구한말의 개화파를 비롯한 일련의 엘리트들에 의해 근대화가 시작되었다. 한국의 근대 엘리트들은 성격상 크게 공화주의 계열과 발전주의 계열로 나뉜다. 공화주의 계열은 김옥균을 비롯한 구한말 개화파로부터 독립협회와 임시정부, 이승만으로 이어진다. 이들의 노력은 조선의 독립과 대한민국의 건국이라는 결실을 맺는다.

발전주의 계열은 구한말의 부국강병과 일제하의 실력양성파로부터 시작하여 박정희의 발전주의 국가로 연결된다. 이들의 노력은 대한민국을 경제 선진국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대한민국 역사는 이처럼 공화주의 운동과 발전주의 운동의 복합적인 산물이라고 볼 수 있다. 주로 정치적 운동인 공화파를 대표하는 인물은 이승만이고, 경제적 운동으로서의 발전주의를 상징하는 인물은 박정희이다.
김일영이 〈건국과 부국〉에서 말한 두 사람이 바로 그들이다. 이승만은 건국의 주인공, 박정희는 부국의 공훈자인 것이다.

한국 사회문화적 전근대성의 원인은 집단주의

서구 근대문명의 하드웨어를 이루는 정치적 민주주의와 경제적 자본주의, 즉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도입함으로써 정치경제적 근대성은 비교적 잘 작동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대한민국은 근대문명 국가로서 세계사적 보편성을 획득했음을 입증하였다. 그런데 정치경제적 근대화에도 불구하고 사회문화적 근대성이 형성되지 못한 것은 사람들 내면에 강하게 자리 잡은 집단주의적 전통 때문이다. 한국에서 정치경제적 근대성과 사회문화적 근대성의 시간은 전혀 다르게 흐른다. 그 둘은 결코 등질적(等質的)이지 않다. 집단주의라는 사회문화적 전근대성은 근대에 오면 민족주의라는 형태로 나타나고, 이것의 정치적 대응물은 전체주의라 할 수 있다. 내적으로는 종족적 동질감에 의한 공동체적 결속을 보여주지만, 외적으로는 타 종족에 대한 강한 적대감을 통해 유지되는데, 이는 반일 종족주의에서 볼 수 있듯이 거의 인종주의 수준으로까지 발전한다.

정치는 자유주의적인데 사회는 전체주의적이라는 역설

한국은 민주화 이후 정치적으로는 자유로워졌지만 사회적으로는 감시와 압력이 증대되면서 사회적 전체주의라는 기이한 현실을 낳고 있다. 오늘날 한국인이 느끼는 압박은 정치적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사회문화적이다. 이는 집단주의적 가치관에 반하는 생각과 행위를 하는 개인에 대해 사회가 비난과 처벌을 통해 개인의 자유를 압박하기 때문이다. 정치적으로는 자유로워졌지만 사회적으로는 부자유스러워진 것이다.

그런 점에서 한국의 사회문화적 집단주의는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 체제와 날카롭게 대립되는데, 이점이 바로 대한민국 체제가 안고 있는 근본적인 모순과 위기의 원인이다. 이러한 사회문화적 전근대성을 정치경제적 근대성과 어떻게 조화시켜 나갈지가 한국 사회의 운명을 결정하는 가장 핵심적인 문제라고 저자 최범 교수는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