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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인권의 관점에서 5.18을 다시 보고 다시 쓰다”
직접적 피해자, 유가족 1세대?2세대, 일선대응인, 목격자, 사후노출자
5.18 피해자의 유형학을 새롭게 그리다
5.18을 다시 쓰다
5·18은 한국 현대사에서 가장 잔혹했던 국가폭력이자 중대한 인권침해 사건이었다. 또 한국사회를 뒤흔든 거대한 사건이기도 했다. 그렇다면 그동안 5·18이 야기한 피해자는 누구로 설정되어 있었는가? 기존의 5·18 관련 법제와 조사 관행은 5·18 피해자의 범위를 직접적 피해 당사자나 그 (유)가족에 한정하고 있었다. 당연히 5·18과 관련한 증언도 그들 중심으로 서술될 수밖에 없었다.
이 책은 5·18을 새로운 관점에서 다시 쓴다. 5·18은 국가가 자행한 ‘중대한 인권침해’ 사건이자, 동시에 중대한 인권침해에 저항한 시민들의 직접행동임을 명시하고 인권의 관점에서 5·18의 집단트라우마를 분석한다. 기존 5·18 연구는 사건사적 진실이나 저항의 측면에서 논의를 진행했지만, 이 책은 5·18과 함께 살아가야 했던 수많은 사람들의 고통의 현재성과 생애사적 진실을 담는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필자들은 5·18 피해의 실상에 맞는 피해자 유형학을 새롭게 구축했다. 그동안 중심이 되었던 직접적 피해자와 그 유가족(유가족 2세대 포함)뿐만 아니라 일선대응인(의사, 간호사, 수습위원, 시신 수습인 등), 목격자(항쟁에 참여한 목격자, 우연히 참상을 목격한 목격자, 당시 광주 지역 거주자), 사후노출자(5·18 당시 광주?전남 지역 바깥에 있었거나 그곳에 거주하고 있었더라도 항쟁을 직접 목격하지 못한 사람들)를 피해자 범주로 포함해 연구한 것이다. “무엇보다 5·18 피해의 실상 자체가 직접적·물리적 폭력의 당사자·가족만이 아니라 무차별 살상·죽음을 목격하고 가두방송과 유언비어 등을 청취함으로써 집합적 공포와 무력감·죄책감, 집단적 오명의 상징적·문화적 폭력을 겪었던 목격자와 지역사회 거주자의 범위에 중층적이고 동심원적으로 걸쳐 있다는 점을 직시한다면, 직접적 피해자 중심의 협의의 피해자 담론에서 벗어나 좀 더 광의의 집단적 시민 피해자 범주로 눈을 돌릴 필요가 있다. 5·18 집단트라우마와 피해자의 재유형화 작업은 이러한 인권법적·의학적 근거를 참조하여 시작된다.”(29쪽)
직접적 피해자, 유가족 1세대?2세대, 일선대응인, 목격자, 사후노출자
5.18 피해자의 유형학을 새롭게 그리다
5.18을 다시 쓰다
5·18은 한국 현대사에서 가장 잔혹했던 국가폭력이자 중대한 인권침해 사건이었다. 또 한국사회를 뒤흔든 거대한 사건이기도 했다. 그렇다면 그동안 5·18이 야기한 피해자는 누구로 설정되어 있었는가? 기존의 5·18 관련 법제와 조사 관행은 5·18 피해자의 범위를 직접적 피해 당사자나 그 (유)가족에 한정하고 있었다. 당연히 5·18과 관련한 증언도 그들 중심으로 서술될 수밖에 없었다.
이 책은 5·18을 새로운 관점에서 다시 쓴다. 5·18은 국가가 자행한 ‘중대한 인권침해’ 사건이자, 동시에 중대한 인권침해에 저항한 시민들의 직접행동임을 명시하고 인권의 관점에서 5·18의 집단트라우마를 분석한다. 기존 5·18 연구는 사건사적 진실이나 저항의 측면에서 논의를 진행했지만, 이 책은 5·18과 함께 살아가야 했던 수많은 사람들의 고통의 현재성과 생애사적 진실을 담는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필자들은 5·18 피해의 실상에 맞는 피해자 유형학을 새롭게 구축했다. 그동안 중심이 되었던 직접적 피해자와 그 유가족(유가족 2세대 포함)뿐만 아니라 일선대응인(의사, 간호사, 수습위원, 시신 수습인 등), 목격자(항쟁에 참여한 목격자, 우연히 참상을 목격한 목격자, 당시 광주 지역 거주자), 사후노출자(5·18 당시 광주?전남 지역 바깥에 있었거나 그곳에 거주하고 있었더라도 항쟁을 직접 목격하지 못한 사람들)를 피해자 범주로 포함해 연구한 것이다. “무엇보다 5·18 피해의 실상 자체가 직접적·물리적 폭력의 당사자·가족만이 아니라 무차별 살상·죽음을 목격하고 가두방송과 유언비어 등을 청취함으로써 집합적 공포와 무력감·죄책감, 집단적 오명의 상징적·문화적 폭력을 겪었던 목격자와 지역사회 거주자의 범위에 중층적이고 동심원적으로 걸쳐 있다는 점을 직시한다면, 직접적 피해자 중심의 협의의 피해자 담론에서 벗어나 좀 더 광의의 집단적 시민 피해자 범주로 눈을 돌릴 필요가 있다. 5·18 집단트라우마와 피해자의 재유형화 작업은 이러한 인권법적·의학적 근거를 참조하여 시작된다.”(29쪽)
목차
서문
다시 쓰는 5·18
프롤로그
인권의 관점에서 본 5·18
1부 | 5·18 피해자학의 재구성
1. 5·18 ‘피해자’의 재구성: 인권법적 고찰
2. 5·18 집단트라우마와 피해자 재유형화
3. 연구방법론 및 인권기반 트라우마 진단기준
2부 | 피해자 유형별 집단트라우마
허울 좋은 보상과 훼손된 과거청산:
5·18 직접적 피해자의 인권침해 경험과 트라우마
세대에서 세대로 이어지는 5·18의 굴레:
5·18 유가족 1세대 및 2세대의 집단트라우마
혼돈의 틈에서:
5·18 일선대응인의 활동과 트라우마
오월과 함께 살아가기:
5·18 목격자의 인권침해 경험과 집단트라우마
진실을 전달하고 부정의에 맞서 싸우다:
5·18 사후노출자의 트라우마
맺으며
국가범죄의 피해자학을 향하여
에필로그
모모를 꿈꾸다 | ‘삶’을 들여다보는 것 |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과 차별을 넘어
부록
연구참여자 유형 및 특성 | 5·18 집단트라우마 구술 녹취록 작성 지침
다시 쓰는 5·18
프롤로그
인권의 관점에서 본 5·18
1부 | 5·18 피해자학의 재구성
1. 5·18 ‘피해자’의 재구성: 인권법적 고찰
2. 5·18 집단트라우마와 피해자 재유형화
3. 연구방법론 및 인권기반 트라우마 진단기준
2부 | 피해자 유형별 집단트라우마
허울 좋은 보상과 훼손된 과거청산:
5·18 직접적 피해자의 인권침해 경험과 트라우마
세대에서 세대로 이어지는 5·18의 굴레:
5·18 유가족 1세대 및 2세대의 집단트라우마
혼돈의 틈에서:
5·18 일선대응인의 활동과 트라우마
오월과 함께 살아가기:
5·18 목격자의 인권침해 경험과 집단트라우마
진실을 전달하고 부정의에 맞서 싸우다:
5·18 사후노출자의 트라우마
맺으며
국가범죄의 피해자학을 향하여
에필로그
모모를 꿈꾸다 | ‘삶’을 들여다보는 것 |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과 차별을 넘어
부록
연구참여자 유형 및 특성 | 5·18 집단트라우마 구술 녹취록 작성 지침
책 속으로
직접적 피해자만이 아니라 유가족, 일선대응인, 목격자, 사후노출자들의 생애 서사에서 5·18은 삶과 죽음의 문제와 맞닥뜨린 존재론적 사건이었고, 5·18을 알게 된 이후 5·18 이전의 삶의 방식으로 돌아갈 수 없게 만들었던 인식론적 사건이자 누구와 함께 어떤 삶을 살아갈 것인지를 질문하게 한 윤리적 사건으로 자리한다.
--- p.6
그러나 5·18과 인권의 연관성에도 불구하고 인권적 관점에서 5·18을 조망하려는 학문적 시도는 별다른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5·18이 민주주의와 같은 추상적 가치보다는 인간 존엄성의 파괴를 목격한 민중의 인간 존엄성과 공동체를 수호하고자 했던 항거라는 주장이 무색하게, 5·18이 왜 중대한 인권침해 사건인지에 대한 체계적인 분석과 고찰은 물론, 5·18을 인권적 관점에서 어떻게 조망할 수 있는지에 대한 탐구 역시 미흡했다. 이러한 경향은 5·18 피해자의 고통과 트라우마를 주제로 한 연구에서도 유사하게 확인할 수 있다.
--- p.66
실제로 7명의 인터뷰이 중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없는 사람은 2명에 불과했는데 둘 다 5·18 당시 대학생이었으며, 집안 형편이 나쁘지 않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반면 나머지 5명은 학력이 낮고, 경제적으로 상황이 좋지 않았는데, 5·18 이후 후유증으로 노동시장에 제대로 진입하지 못하면서 실질적 무직 상태이거나 수입이 적어 사실상 만성화된 빈곤 상태에 놓여 있었다.
--- p.89
트라우마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사라지기보다는 잠재되어 있다가 유사한 자극에 의해 다시 활성화되고, 시공간을 초월하여 다음 세대로까지 전이되는 속성을 가진다.
--- p.106
어떤 이들은 진실을 알고 난 후 5·18이 폭동이라는 관제 뉴스를 그대로 믿었던 자신을, 또 어떤 이들은 새까맣게 5·18의 역사 자체를 모르고 살아왔던 자신을 책망하고 희생자와 피해자에게 죄스러운 마음에 죄책감을 느껴야만 했다.
--- p.6
그러나 5·18과 인권의 연관성에도 불구하고 인권적 관점에서 5·18을 조망하려는 학문적 시도는 별다른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5·18이 민주주의와 같은 추상적 가치보다는 인간 존엄성의 파괴를 목격한 민중의 인간 존엄성과 공동체를 수호하고자 했던 항거라는 주장이 무색하게, 5·18이 왜 중대한 인권침해 사건인지에 대한 체계적인 분석과 고찰은 물론, 5·18을 인권적 관점에서 어떻게 조망할 수 있는지에 대한 탐구 역시 미흡했다. 이러한 경향은 5·18 피해자의 고통과 트라우마를 주제로 한 연구에서도 유사하게 확인할 수 있다.
--- p.66
실제로 7명의 인터뷰이 중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없는 사람은 2명에 불과했는데 둘 다 5·18 당시 대학생이었으며, 집안 형편이 나쁘지 않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반면 나머지 5명은 학력이 낮고, 경제적으로 상황이 좋지 않았는데, 5·18 이후 후유증으로 노동시장에 제대로 진입하지 못하면서 실질적 무직 상태이거나 수입이 적어 사실상 만성화된 빈곤 상태에 놓여 있었다.
--- p.89
트라우마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사라지기보다는 잠재되어 있다가 유사한 자극에 의해 다시 활성화되고, 시공간을 초월하여 다음 세대로까지 전이되는 속성을 가진다.
--- p.106
어떤 이들은 진실을 알고 난 후 5·18이 폭동이라는 관제 뉴스를 그대로 믿었던 자신을, 또 어떤 이들은 새까맣게 5·18의 역사 자체를 모르고 살아왔던 자신을 책망하고 희생자와 피해자에게 죄스러운 마음에 죄책감을 느껴야만 했다.
--- p.258
출판사 리뷰
국가범죄의 피해자학을 향하여
따라서 이 책은 동정과 시혜 흑은 지원의 대상이 아니라 권리를 가진 주체로서 광범위한 시민 피해자의 인권이라는 관점에서 5·18을 다시 쓴다. 사건이 일어난 1980년 이후 그 사건과 함께 살아가야 했던 사람들의 ‘삶’을 중심으로 5·18에 접근한다는 점에서 기존의 사건사적 접근 방식과 결을 달리한다. 따라서 이 책은 이제까지 국가가 규정하고 인정해온 협소한 ‘피해자’ 범주를 벗어나 생애사적 사건으로서 5·18을 다룬다. 이 책에 등장하는 50명의 연구참여자의 삶의 지평에서 5·18이 어떻게 고통과 침묵의 언어로 재생산되고 나아가 이들이 기존과 다른 삶을 살아가게 했는지를 추적한다.
이와 같은 인권에 기반한 트라우마 접근은 5·18을 넘어 여타 중대한 과거사와 사회적 참사에도 적용 가능하다. 일제강점기, 분단체제, 한국전쟁, 군사독재 그리고 민주화 이행기에 이르기까지 한국사회에서는 매우 다양한 형태의 국가범죄와 국가폭력이 발생해왔다. 또 최근에는 세월호 참사, 이태원 참사 등 참혹한 사회적 참사도 발생했다. 이런 중대한 사건의 피해자들이 겪고 있는 ‘트라우마’는 익히 알려져 있지만, 이에 어떻게 접근하고 이를 어떻게 연구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는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다. 이런 맥락에서 5·18 집단트라우마 연구방법론의 모색과 성찰은 국가폭력 트라우마 연구와 치유, 그리고 과거청산의 과학화를 위한 사회과학방법론 논쟁을 본격화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5·18 피해자의 새로운 범주
① 직접적 피해자
직접적 피해자는 사망자나 행방불명자를 제외하고 5·18로 인해 직접적이고 물리적인 피해를 입은 당사자들로, 이제까지 5·18 관련법(들)과 정부의 지원책이 직접적인 피해자로 열거한 사람들(부상자, 상이자, 고문·가혹행위 피해자, 유죄 판결자, 구속자, 해직자, 성폭력 피해자)을 말한다. 이러한 직접적인 피해자들은 상당수 강도 높은 트라우마를 겪으며, 그중 극단적인 경우에는 자살을 시도하기도 했다. 이들은 대체로 만성적이고 복합적인 트라우마에 노출되어 있다. “허울 좋은 보상과 훼손된 과거청산의 정의는 오랜 시간 직접적 피해자들을 모욕해왔으며 이들의 고통을 양산시켰다. 또한 금전 보상 중심으로 진행된 제도적 과거청산은 직접적 피해자들을 특권화된 집단으로 인식하는 사회적 시선을 강화하고, 직접적 피해자들의 사회적 지지 기반을 와해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97쪽)
② 유가족 1세대 및 2세대
5·18 희생자의 유가족 1세대 및 2세대와 직접적 피해자의 가족 및 자녀. 40여 년이 지난 5·18의 기억은 현재까지 생존자와 그들의 가족을 통해 생생하게 이어지고 있으며, 트라우마는 세대를 거듭하며 새로운 그릇에 담기듯 전이되고 있다. 진실규명과 배상·보상뿐만 아니라 5·18 유가족 1세대와 2세대의 심리적 문제를 이해하고 풀어내는 것은 과거청산의 중요한 과제라고 할 수 있다. “그들의 아픔을 치유하는 과정에는 현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과 사회, 그리고 국가가 동참해야 한다. 피해자의 상처와 아픔을 공유하며 온전하게 기억하는 것이 마땅한 사회야말로 치유의 출발점이며, 궁극적 목표다. 또한 이들에게 아픔과 상처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역경을 딛고 진실에 직면하는 것이 두려웠을 것이나 이를 가능하게 만든 것은 그들이 가지고 있는 내적 자원이며, 이는 트라우마 치유의 단초가 될 수 있다. 향후 연구를 통해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공동체로 복귀할 수 있게 만드는 자원과 기제를 다학제 관점에서 밝히는 작업이 요청된다.”(149쪽)
③ 일선대응인
일선대응인(responders)은 통상 재난 현장의 일선에서 관여하는 행위자들로, 현장에 가장 먼저 투입되거나 충격이 큰 외상 사건에 반복적으로 노출되기 때문에 정신건강이 취약한 직업군으로 분류된다. 5·18의 사례에서 사망자, 부상자 치료에 관여한 의사, 간호사 등의 의료인, 5·18항쟁에서 수습위원으로 활동한 지역 명망가, 공무원, 성직자, 시신 수습자, 구급대원, 항쟁을 적극적으로 취재 보도한 기자 및 언론인 등이 일선대응인에 해당한다. 최근 소방관의 트라우마나 세월호 참사에서 구조 활동이나 시신 수습에 관여한 활동가들의 트라우마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가 시작되었다. 이러한 중간적 개입자들의 트라우마에 대한 고찰이 필요하다. “일선대응인은 일반적인 재난의 현장뿐만 아니라, 국가폭력이 가해지는 그 순간에도 일정한 역할과 임무를 담당하고, 그로 인해 의도치 않게 사건에 휩쓸리거나,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5·18 일선대응인에게서 두드러지는 특징과 함의는 그들이 국가폭력으로 인한 피해를 마주하며 또 다른 피해에 노출되었다는 것이고, 그들이 감내해야 했던 다른 층위의 피해를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일선대응인의 트라우마에 대한 조명이 필요한 이유다.”(176~177쪽)
④ 목격자
5·18 피해자로서 목격자는 몇 가지 유형으로 세분화할 수 있다. 첫째로, 참여적 목격자다. 이들은 실제 항쟁 과정과 대항적인 무력시위에 적극 참여했으나 앞의 피해자 유형에 해당하지 않은 사람들이다. 이들은 잠재적인 피해생존자로서 5·18의 공포감과 무력감, 생존자 죄책감을 공유할 수 있다. 둘째로, 우연적 목격자다. 이들은 항쟁에 적극적으로 동조하지는 않았으나 우연히 5·18 학살과 군대의 만행을 목격하면서 정신적 충격과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다. 셋째, 광주 거주자로서 목격자 또는 현장 거주자들이다. 이들은 5·18항쟁 당시에 광주 지역의 거주자로 10여 일간의 시위 항쟁을 목격하거나, 피해 상황을 견문하거나 항쟁의 마지막 날 밤 가두방송을 청취한 사람들이다. 각 유형은 5·18 집단트라우마의 자장과 복합성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위상을 지닌다. “이 점에서 5·18 목격 피해자 또한 이중의 피해자라고 할 수 있는데, 이들은 폭력 그 자체와 그로 인한 신체적 정신적 후유증의 피해자였고 사회적 침묵이 이들을 망각과 부인으로 몰아넣고 있다는 점에서도 피해자였다. 이렇게 볼 때 5·18 목격자는 인도에 반하는 범죄로서 5·18 국가범죄의 집단성과 광범위성, 장기 지속적 성격을 입증하는 5·18 피해자 유형학의 중추적 범주라 할 수 있다.”(213쪽)
⑤ 사후노출자
사후노출자(post-exposure person)는 5·18항쟁 이후에 역사적 진실을 대면한 사람들을 말한다. 이들은 5·18 당시 광주·전남 지역 바깥에 있었거나 그곳에 거주하고 있었다 하더라도 폭력의 현장을 비롯해 사망자와 부상자, 연행자 등을 직접 보지 못한 사람들이다. 또는 5·18 이후에 출생하여 그것을 직접 경험하지 못한 사람들도 해당된다. 이들은 법률에서 정하는 피해자도 아니고 언급한 직접적 목격자나 일선대응인도 아니다. 이들은 1980년 5월의 ‘그때 그곳’에서 빗겨나 있으면서 광주항쟁을 추체험한 사람들이다. “5·18은 진실을 은폐하고 부인하고자 했던 신군부 세력의 조직적인 개입으로 ‘그때 그곳’을 넘어 연속적이고 다양한 인권침해 사건으로 지속되어왔다는 점을 전제로 보면, 사후노출자는 그 과정에서 일차적으로는 이전에 몰랐던 5·18의 진실과 직면하면서, 나아가서는 그러한 부인에 저항하면서 정신적이고 사회적인 피해자가 된 존재들이다. 즉, 사후노출자 역시 5·18의 집단트라우마를 구성하는 ‘집단’ 내에 위치하는 피해자가 될 수 있는 것이다.”(260쪽)
따라서 이 책은 동정과 시혜 흑은 지원의 대상이 아니라 권리를 가진 주체로서 광범위한 시민 피해자의 인권이라는 관점에서 5·18을 다시 쓴다. 사건이 일어난 1980년 이후 그 사건과 함께 살아가야 했던 사람들의 ‘삶’을 중심으로 5·18에 접근한다는 점에서 기존의 사건사적 접근 방식과 결을 달리한다. 따라서 이 책은 이제까지 국가가 규정하고 인정해온 협소한 ‘피해자’ 범주를 벗어나 생애사적 사건으로서 5·18을 다룬다. 이 책에 등장하는 50명의 연구참여자의 삶의 지평에서 5·18이 어떻게 고통과 침묵의 언어로 재생산되고 나아가 이들이 기존과 다른 삶을 살아가게 했는지를 추적한다.
이와 같은 인권에 기반한 트라우마 접근은 5·18을 넘어 여타 중대한 과거사와 사회적 참사에도 적용 가능하다. 일제강점기, 분단체제, 한국전쟁, 군사독재 그리고 민주화 이행기에 이르기까지 한국사회에서는 매우 다양한 형태의 국가범죄와 국가폭력이 발생해왔다. 또 최근에는 세월호 참사, 이태원 참사 등 참혹한 사회적 참사도 발생했다. 이런 중대한 사건의 피해자들이 겪고 있는 ‘트라우마’는 익히 알려져 있지만, 이에 어떻게 접근하고 이를 어떻게 연구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는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다. 이런 맥락에서 5·18 집단트라우마 연구방법론의 모색과 성찰은 국가폭력 트라우마 연구와 치유, 그리고 과거청산의 과학화를 위한 사회과학방법론 논쟁을 본격화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5·18 피해자의 새로운 범주
① 직접적 피해자
직접적 피해자는 사망자나 행방불명자를 제외하고 5·18로 인해 직접적이고 물리적인 피해를 입은 당사자들로, 이제까지 5·18 관련법(들)과 정부의 지원책이 직접적인 피해자로 열거한 사람들(부상자, 상이자, 고문·가혹행위 피해자, 유죄 판결자, 구속자, 해직자, 성폭력 피해자)을 말한다. 이러한 직접적인 피해자들은 상당수 강도 높은 트라우마를 겪으며, 그중 극단적인 경우에는 자살을 시도하기도 했다. 이들은 대체로 만성적이고 복합적인 트라우마에 노출되어 있다. “허울 좋은 보상과 훼손된 과거청산의 정의는 오랜 시간 직접적 피해자들을 모욕해왔으며 이들의 고통을 양산시켰다. 또한 금전 보상 중심으로 진행된 제도적 과거청산은 직접적 피해자들을 특권화된 집단으로 인식하는 사회적 시선을 강화하고, 직접적 피해자들의 사회적 지지 기반을 와해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97쪽)
② 유가족 1세대 및 2세대
5·18 희생자의 유가족 1세대 및 2세대와 직접적 피해자의 가족 및 자녀. 40여 년이 지난 5·18의 기억은 현재까지 생존자와 그들의 가족을 통해 생생하게 이어지고 있으며, 트라우마는 세대를 거듭하며 새로운 그릇에 담기듯 전이되고 있다. 진실규명과 배상·보상뿐만 아니라 5·18 유가족 1세대와 2세대의 심리적 문제를 이해하고 풀어내는 것은 과거청산의 중요한 과제라고 할 수 있다. “그들의 아픔을 치유하는 과정에는 현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과 사회, 그리고 국가가 동참해야 한다. 피해자의 상처와 아픔을 공유하며 온전하게 기억하는 것이 마땅한 사회야말로 치유의 출발점이며, 궁극적 목표다. 또한 이들에게 아픔과 상처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역경을 딛고 진실에 직면하는 것이 두려웠을 것이나 이를 가능하게 만든 것은 그들이 가지고 있는 내적 자원이며, 이는 트라우마 치유의 단초가 될 수 있다. 향후 연구를 통해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공동체로 복귀할 수 있게 만드는 자원과 기제를 다학제 관점에서 밝히는 작업이 요청된다.”(149쪽)
③ 일선대응인
일선대응인(responders)은 통상 재난 현장의 일선에서 관여하는 행위자들로, 현장에 가장 먼저 투입되거나 충격이 큰 외상 사건에 반복적으로 노출되기 때문에 정신건강이 취약한 직업군으로 분류된다. 5·18의 사례에서 사망자, 부상자 치료에 관여한 의사, 간호사 등의 의료인, 5·18항쟁에서 수습위원으로 활동한 지역 명망가, 공무원, 성직자, 시신 수습자, 구급대원, 항쟁을 적극적으로 취재 보도한 기자 및 언론인 등이 일선대응인에 해당한다. 최근 소방관의 트라우마나 세월호 참사에서 구조 활동이나 시신 수습에 관여한 활동가들의 트라우마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가 시작되었다. 이러한 중간적 개입자들의 트라우마에 대한 고찰이 필요하다. “일선대응인은 일반적인 재난의 현장뿐만 아니라, 국가폭력이 가해지는 그 순간에도 일정한 역할과 임무를 담당하고, 그로 인해 의도치 않게 사건에 휩쓸리거나,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5·18 일선대응인에게서 두드러지는 특징과 함의는 그들이 국가폭력으로 인한 피해를 마주하며 또 다른 피해에 노출되었다는 것이고, 그들이 감내해야 했던 다른 층위의 피해를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일선대응인의 트라우마에 대한 조명이 필요한 이유다.”(176~177쪽)
④ 목격자
5·18 피해자로서 목격자는 몇 가지 유형으로 세분화할 수 있다. 첫째로, 참여적 목격자다. 이들은 실제 항쟁 과정과 대항적인 무력시위에 적극 참여했으나 앞의 피해자 유형에 해당하지 않은 사람들이다. 이들은 잠재적인 피해생존자로서 5·18의 공포감과 무력감, 생존자 죄책감을 공유할 수 있다. 둘째로, 우연적 목격자다. 이들은 항쟁에 적극적으로 동조하지는 않았으나 우연히 5·18 학살과 군대의 만행을 목격하면서 정신적 충격과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다. 셋째, 광주 거주자로서 목격자 또는 현장 거주자들이다. 이들은 5·18항쟁 당시에 광주 지역의 거주자로 10여 일간의 시위 항쟁을 목격하거나, 피해 상황을 견문하거나 항쟁의 마지막 날 밤 가두방송을 청취한 사람들이다. 각 유형은 5·18 집단트라우마의 자장과 복합성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위상을 지닌다. “이 점에서 5·18 목격 피해자 또한 이중의 피해자라고 할 수 있는데, 이들은 폭력 그 자체와 그로 인한 신체적 정신적 후유증의 피해자였고 사회적 침묵이 이들을 망각과 부인으로 몰아넣고 있다는 점에서도 피해자였다. 이렇게 볼 때 5·18 목격자는 인도에 반하는 범죄로서 5·18 국가범죄의 집단성과 광범위성, 장기 지속적 성격을 입증하는 5·18 피해자 유형학의 중추적 범주라 할 수 있다.”(213쪽)
⑤ 사후노출자
사후노출자(post-exposure person)는 5·18항쟁 이후에 역사적 진실을 대면한 사람들을 말한다. 이들은 5·18 당시 광주·전남 지역 바깥에 있었거나 그곳에 거주하고 있었다 하더라도 폭력의 현장을 비롯해 사망자와 부상자, 연행자 등을 직접 보지 못한 사람들이다. 또는 5·18 이후에 출생하여 그것을 직접 경험하지 못한 사람들도 해당된다. 이들은 법률에서 정하는 피해자도 아니고 언급한 직접적 목격자나 일선대응인도 아니다. 이들은 1980년 5월의 ‘그때 그곳’에서 빗겨나 있으면서 광주항쟁을 추체험한 사람들이다. “5·18은 진실을 은폐하고 부인하고자 했던 신군부 세력의 조직적인 개입으로 ‘그때 그곳’을 넘어 연속적이고 다양한 인권침해 사건으로 지속되어왔다는 점을 전제로 보면, 사후노출자는 그 과정에서 일차적으로는 이전에 몰랐던 5·18의 진실과 직면하면서, 나아가서는 그러한 부인에 저항하면서 정신적이고 사회적인 피해자가 된 존재들이다. 즉, 사후노출자 역시 5·18의 집단트라우마를 구성하는 ‘집단’ 내에 위치하는 피해자가 될 수 있는 것이다.”(26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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