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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거짓이 판치는 시대에는 진실을 말하는 것이 곧 혁명이다.”_ 조지 오웰
‘포스트트루스(post-truth)’는 ‘여론을 형성할 때 객관적인 사실보다 감정이 더 중요하게 여겨지는 현상’으로 국내에서는 ‘탈진실’이라고도 불린다.
이 책은 우리 사회의 다양한 이슈 속에서 거짓 정보가 어떻게 사람들을 유혹하고, 또 왜 사람들이 진실이 아닌 정보에 현혹이 되는지에 대해 살펴본다.
이와 함께 탈진실 사회와 가짜 뉴스의 뿌리와 그 문제점을 파헤친다.
하버드 대학교와 보스턴 대학교에서 철학을 가르치는 지은이 리 매킨타이어는 이 책에서 정보가 합리적 근거보다 감정에 의해 선택되는 이유에 대해 철학·사회학·심리학적으로 고찰했다.
이와 함께 저널리즘 전문가 정준희 교수(중앙대 언론정보대학원)가 국내 탈진실 문제와 가짜 뉴스 사례에 관해 해제를 달았다.
목차
머리말
감사의 말
제1장 탈진실이란 무엇인가?
2016년 그리고 탈진실 현상 | 진실과 거짓말 | 탈진실,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제2장 탈진실을 이해하려면 과학부인주의를 보라
과학 이론은 진리가 아니다 | 의혹을 팝니다 | 기후변화에서 그 너머까지 | 과학부인주의가 탈진실에 미친 영향
제3장 탈진실의 뿌리에는 인지 편향이 있다
사회심리학 역사상 유명한 세 가지 고전적 발견 | 인지 편향에 대한 현대의 연구들 | 역화 효과 | 더닝-크루거 효과 | 인지 편향이 탈진실에 미친 영향
제4장 전통적인 미디어가 쇠퇴하다
미디어와 언론의 역사 | 편향된 미디어가 가져온 문제 | 미디어의 쇠퇴가 탈진실에 미친 영향
제5장 소셜미디어의 출현과 가짜 뉴스의 범람
소셜미디어의 등장 | 가짜 뉴스의 역사 | 오늘날의 가짜 뉴스 | 혼란과 혼돈의 세계로 | 가짜 뉴스에 맞서 싸우려면 | 가짜 뉴스가 탈진실에 미친 영향
제6장 포스트모더니즘은 어떻게 탈진실로 이어졌을까?
포스트모더니즘이란? | 과학 전쟁 | 소칼의 지적 사기극 | 보수 진영의 포스트모더니즘 | 트럼프를 지지하는 인터넷 괴물들
제7장 탈진실에 맞서 싸우다
진실은 정말로 죽었는가? | 거짓에 맞서 싸워라 | 우리는 선진실 시대에 들어서고 있다
해제 탈진실의 사회정치학과 미디어
탈진실과 가짜 뉴스, 생각보다 오래된 현상 | 이른바 탈진실 시대의 도래 | 지속되는 것과 새로 부상하는 것, 익숙함과 낯섦 | 미디어 사회 체계의 변동 | 극화되고 분절화된 사회정치적 환경 | 국내 가짜 뉴스에 대한 대응 | 탈진실 현상에 대한 냉정과 열정 사이
저자 소개
저 : 리 매킨타이어 (Lee McIntyre)
보스턴 지역의 철학자다. 콜게이트 대학교, 터프츠 실험대학, 시먼스 대학교 등에서 철학을 가르쳤고, 하버드 대학교 양적 사회과학 연구소 전무이사를 역임했다.
현재는 보스턴 대학교 과학철학 및 과학사 센터의 연구원이자 하버드 평생교육원에서 윤리학을 가르친다.
학자로서의 훈련을 받았지만, 정치나 시사 문제와 관련된 철학적 주제에 대해 더 많은 독자를 참여시키고자 쉽고 명료하게 글을 쓰려고 노력한다. [뉴욕타임스], ...
해제 : 정준희
한양대학교 언론정보대학 정보사회미디어학과 겸임교수. 서울대학교 언론정보학과, 영국 런던대학교 골드스미스칼리지, 서강대학교 신문방송학과에서 커뮤니케이션과 미디어 사회학, 문화연구, 미디어 정치경제학 등을 공부하고 연구했다.
미디어 기술과 산업의 변동에 따른 정보체계의 사회적 변동, 저널리즘 제도와 가치의 변형, 미디어를 매개로 진행되는 새로운 종류의 사회화 과정에 관심을 두고 있다. 『묻는다는 것』, 『언론자유의 ...
역 : 김재경
서울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다 텍스트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번역가의 길로 들어섰다.
글밥 아카데미 수료 후 바른번역 소속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포스트트루스』, 『2050 거주불능 지구』, 『하드코어 히스토리』, 『왜 살아야 하는가』, 『슬픔 이후의 슬픔』, 『거짓말의 기술』 등이 있다.
책 속으로
히틀러의 선전장관인 파울 요제프 괴벨스는 ‘출처 기억 상실’이나 ‘반복 효과’와 같은 인지 편향을 능수능란하게 이용할 줄 아는 선동가였다. 괴벨스는 이렇게 말했다.
“프로파간다는 조종당하고 있는 사람이 자유의지대로 행동하고 있다고 착각할 때 가장 큰 효과를 발휘한다.
” 속임수뿐만 아니라 사람을 조종하고 이용하는 것 역시 권위주의 체제 질서를 확립하는 전형적인 도구 역할을 해왔다.
도널드 트럼프의 전략은 이와는 다를 수 있지만 크게 벗어나지는 않는다.
1. 뜬금없는 문제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라. “사람들이 그렇다고 하더라.”라거나 “신문에서 읽은 내용 그대로 말하는 거다.”라는 식으로 밀어붙이면 된다.
예를 들자면 오바마가 미국에서 태어나지 않았다거나 오바마가 트럼프를 도청했다고 주장하라.
2. 자신의 확신 외에는 아무런 증거도 제시하지 말라. 어차피 증거는 존재하지도 않으니까.
3. 언론이 편향되어 있으니 믿을 수 없다는 식으로 말하라.
4. 그러다 보면 어떤 사람들은 자신이 언론에서 접한 내용이 정확한 것인지 의심하기 시작한다.
아니면 적어도 해당 문제에 논란이 많다고 결론 내리게 된다.
5. 불확실함에 직면하면 사람들은 자기 선입견에 들어맞는 내용만 믿으려고 하다가 점점 더 자신의 이념에 고착하고 확증 편향에 빠져들게 된다.
6. 이제 가짜 뉴스를 퍼뜨리기에 훌륭한 환경이 조성되었다. 가짜 뉴스는 1~5번 과정을 더욱 강화할 것이다.
7. 결국 사람들은 내가 말했다는 이유만으로 그 말이 진실이라고 믿는다.
믿음은 집단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주위에 같은 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만 존재하고 신뢰할 만한 반대 증거는 존재하지 않는다면 사람들의 믿음을 조종하기가 더욱 쉬워진다.
때로는 반대 증거가 존재하더라도 쉬울 수 있다.
어차피 진실이 온갖 헛소리 밑에 파묻혀 있는데 굳이 진실을 검열할 필요가 어디 있을까?
정확히 이 지점이 탈진실 현상의 핵심이다.
진실보다 감정이 더 중요하게 여겨지는 상황,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거짓인지 분간도 가지 않는 상황 말이다. --- pp.155~156
가짜 뉴스 문제는 탈진실 현상과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다.
사실, 둘을 동일한 대상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핵무기가 존재한다고 해서 무조건 세계가 멸망하지는 않는 것처럼 가짜 뉴스가 곧바로 탈진실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핵무기를 손에 쥐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사용할 만큼 어리석지만 않으면 된다.
우리가 만든 기술이 문제를 제기할 수는 있지만 우리가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분명 소셜미디어는 탈진실 현상을 부추기는 면에서 큰 역할을 했다. 하지만 소셜미디어도 결국 도구일 뿐 그 자체로 결과는 아니다. --- pp.163~164
어떤 주장이 아무리 터무니없다고 할지라도 아무도 믿지 않으리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거짓말쟁이가 거짓말을 하는 이유는 누군가가 그 말을 믿을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모두가 충분한 상식을 갖추고 있어서 거짓말에 속아 넘어가지 않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 더 이상 그러한 가정을 해서는 안 된다. 탈진실 시대에는 당파적인 힘이 개입해 사람들을 조종하고 정보의 출처가 파편화되어 있어서 누구든 의도적 합리화에 쉽게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거짓말에 맞서야 하는 이유는 거짓말쟁이를 설득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어차피 거짓말쟁이는 이미 자신의 검은 속내에 너무나 깊이 빠져서 갱생의 여지가 없을 수 있다.
그보다 우리는 모든 거짓말에 관객이 존재한다는 점을 기억하면서 아직 시간이 있을 때 조금이라도 다른 사람들에게 유익을 주기 위해 거짓말과 맞서 싸워야 한다.
우리가 거짓말에 맞서지 않는다면, 단지 무지한 상태에 있던 사람들이 의도적 인식 회피 단계를 지나 본격적인 부인주의 단계로까지 나아갈 수 있다.
그때가 되면 어떠한 사실이나 증거도 전혀 귀에 들어오지 않는 상태가 될 것이다.
적어도 우리는 거짓말을 마주하면 거짓말이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
탈진실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사실 문제를 모호하게 만들려는 그 어떤 시도에도 의문을 제기해야 하며 어떠한 거짓에도 맞서 싸워야 한다. --- p.207
탈진실에 맞서 싸우는 가장 중요한 방법 중 하나는 우리 속에 있는 탈진실적인 경향성을 물리치는 것이다.
진보주의자든 보수주의자든 우리 모두는 탈진실로 이어질 수 있는 다양한 인지 편향을 타고난다.
따라서 탈진실이 다른 사람에게만 나타난다거나 다른 사람에게만 문제를 초래한다고 가정해서는 안 된다.
다른 사람이 외면하려고 하는 진실을 찾아내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하지만 우리 속에서도 그러한 진실을 발견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어차피 우리가 모든 사실을 파악할 수는 없다고 마음속 목소리가 속삭이더라도 ‘자신이 믿고 싶어 하는 사실’을 의심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 p.215
이제 우리는 누구나 가짜 뉴스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그리고 그것이 우리의 정보 환경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는 것에 대해서도 동의한다.
하지만 도대체 가짜 뉴스는 무엇일까?
사람들이 말하는 가짜 뉴스는 동일한 실체를 갖고 있을까?
왜 그것이 만들어지고 있을까?
문제가 있다면 어떻게 다루는 것이 타당할까?
가짜 뉴스의 심각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가짜 뉴스는 ‘내게 불리한 뉴스’에 가까울 따름이고, 그에 대한 사회적 제재는 오로지 적에게 그 화살이 향할 때 정당화되기 일쑤다.
--- p.236
출판사 리뷰
“탈진실에 맞서는 첫 번째 단계는 ‘탈진실’이 무엇인지 아는 것이다”
- 탈진실의 기원과 문제점을 짚다
우리는 사실과 의견의 경계가 모호해진 사회에서 살아가고 있다. 2016년 미국 대선 이후 그러한 현상은 점점 더 고착화되었다.
이 시점을 중심으로 탈진실과 가짜 뉴스에 대한 다양한 연구와 논의들이 전개되어왔지만 아직까지 명확한 해결책을 찾지는 못했다.
탈진실 문제는 미국이나 서구 사회의 문제만이 아니다.
국내에서도 정치·사회·문화 모든 면에서 심각한 문제를 형성하고 있다.
우리는 종종 논리적 근거나 과학적 증거를 지닌 ‘사실’보다 감정적 동질성을 지닌 ‘추측성 의견’에 더 많은 반응을 보이곤 한다. 이는 지난해 예멘 난민이 제주도에 상륙했을 때, 그 모습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난민을 받아들인 국가는 성범죄가 급격히 증가했다”거나, “난민을 받아들이면 이슬람 극단주의가 한국에도 자리 잡게 된다”는 식의 근거 없는 가짜 뉴스들이 공포심을 조장하며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게 했고, 이로 인해 난민에 대한 배척이 지지를 받았다.
이렇게 사실 관계가 무시된 정보들은 사람들의 감정에 호소하며 점차 사실처럼 받아들여진다.
양극화되어가는 정치 문제로 넘어가면 이러한 현상이 더욱 두드러진다.
탈진실은 진보와 보수를 가리지 않고 정치적 편향성이 강한 사람들에게 더 큰 영향을 미친다.
이것이 탈진실 현상의 가장 큰 문제다.
지은이 리 매킨타이어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탈진실의 현상과 기원에 대해 바로 아는 것”이라고 주장한다.(29쪽)
탈진실 현상에 대해 올바른 인식이 바탕이 될 때 그 문제에 맞서 싸울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책의 목적 역시 탈진실을 올바로 이해하는 데 있다.
“과학적 사실에 의문을 제기해 논쟁거리를 만들다”
과학부인주의, 탈진실 현상의 뿌리가 되다
과학 이론이 학계에서 인정받기 위해서는 해당 논문을 심사하고, 동일 조건하에서 실험을 반복하며, 동료 학자들로 하여금 철저한 사실 확인 절차를 거쳐야만 한다.
과학계에서 이처럼 높은 수준의 자기 검토 과정을 거치는데도 불구하고 비전문가들이 연구 결과에 의혹을 제기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물론 사회적으로 널리 받아들여지고 권위를 인정받는 과학 이론이라 할지라도 오류나 실수가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그러한 오류를 막기 위해 의혹을 제기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이론의 내용이 자신의 신념이나 이익과 상충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사회적으로 널리 인정받는 과학적 사실을 부정하거나, 그 연구 방식의 정당성을 부정하는 태도를 가리켜 과학부인주의(science denialism)라고 한다.(36쪽)
극단적 예가 1953년 미국에서 있었던 ‘담배 논쟁’ 사건이다. 당시 담배의 타르 물질이 실험용 쥐에서 발생한 암과 관련되어 있다는 논문이 발표되자,
담배 회사의 수장들은 모여서 대책을 간구했다. 그리고 ‘담배산업연구위원회’라는 단체를 만들었다.
이 단체의 역할은 담배와 암 사이의 연결고리가 약한 부분을 공략해, “담배와 암의 관련성이 과학적으로 완전히 증명된 것이 아니다.”라는 메시지를 퍼뜨리는 것이었다.
이로 인해 과학적으로 거의 매듭지어진 이 문제가 다시 혼란과 의혹에 휩싸이게 되었다.
담배 회사에 불리한 후속 연구가 계속해서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담배 논쟁은 이후 40년 동안 지속되었다.(43쪽)
20세기 말의 ‘지구온난화 논쟁’은 담배 논쟁의 연장선상에서 생각할 수 있다.
이 사건 역시 인류가 기후변화를 초래했다는 과학적 사실에 의혹을 제기해 논쟁을 만들어낸 사례다. 단지 의혹을 제기하는 연구 단체가 담배산업연구위원회에서 하트랜드연구소로 바뀌고, 이를 지원하는 자금의 출처가 담배 회사에서 석유 회사로 바뀌었을 뿐이다.(46쪽)
담배 논쟁이나 지구온난화 논쟁을 불러일으킨 전략은 크게 성공을 거두었다.
과학적으로 논란이 거의 없는 이슈를 논란이 많은 이슈로 포장해 사람들이 객관적 사실보다는 자신의 신념이나 이익에 가까운 이론을 선택할 수 있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과학부인주의 전략은 과학적 주제를 뛰어넘어 정치인들에게도 활용되기 시작했다.
정치적 편향성을 가진 지지자들에게 진실보다는 의혹을 제시해 논란을 통해 ‘사실’이 아닌 자신이 지지하고 싶은 ‘의견’을 선택하게 만든 것이다.
이렇게 오늘날 탈진실 세계에서 활용되고 있는 전략은 과거 과학적으로 합의된 사실에 문제를 제기하고 의심을 심은 과학부인주의자들로부터 비롯되었다고 보아도 무방하다.(54쪽)
“인간은 왜 합리적이지 않은 선택을 하는가?”
탈진실 문제에 대한 사회심리학적 고찰
탈진실 문제가 ‘불순한 의도를 가진 사람들이 정보에 혼란을 초래하기 위해 가짜 뉴스, 혹은 사실이 아닌 감정적 의심을 심었기 때문’이라고 한다면, 지성을 지닌 사람들은 어째서 합리적이지 않은 정보나 이론에 현혹되는 것일까? 이에 대한 문제를 지은이는 사회심리학적으로 풀어간다.
즉, 인간이 인지 편향(인간의 판단과 의사 결정이 비논리적인 추론에 따라 이루어지는 경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심리적으로 불편한 사실에 대해 부정하려 든다는 것이다.
일부 심리학자들은 이러한 행동 패턴을 프로이트 이론에 따라 ‘자기방어’라고 정의하기도 한다.(57쪽)
매킨타이어는 이 책에서 인지 편향과 관련된 세 가지 고전적 행동심리 실험을 통해 발견한 이론에 대해 이야기한다. 첫째는 ‘인지부조화 이론’으로 인간은 자신의 신념과 행동 사이에서 조화로운 지점을 찾으려는 경향이 있으며, 이 조화가 무너질 때 심리적으로 불안감을 겪는다는 것이다(59쪽)
둘째는 ‘집단 동조 이론’으로, 인간은 자신의 믿음이 주위 사람들의 믿음과 조화를 이루지 않으면 설령 감각을 통해 직접 경험한 증거라고 할지라도 외면한다는 것이다.
즉, 인간은 집단 압력의 영향을 받는다는 주장이다.(62쪽)
셋째는 ‘확증 편향 이론’으로, 인간은 원래 자신이 가지고 있는 생각이나 신념을 확인하려는 경향, 혹은 자신의 믿음을 확증하려는 경향을 가지고 있다는 이론이다.(64쪽)
이 세 가지 편향 이론은 모두 오늘날의 탈진실 현상과 관련되어 있다.
오늘날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합리적인 표준을 따르거나 높은 증거 기준을 활용하는 대신 자신 혹은 자신이 속한 집단의 직관에 순응하는 방향으로 믿음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66쪽)
이러한 이론들이 나온 1950년대 이후에도 인지 편향에 대한 다양한 연구들이 진행되었다.
특별히 역화 효과와 더닝-크루거 효과를 들 수 있는데, 역화 효과란 잘못된 믿음을 교정하려는 시도가 역으로 잘못된 믿음을 더욱 공고히 하는 현상을 가리킨다.(73쪽)
특히 이러한 역화 효과는 정치적으로 보수적인 사람들에게서 좀 더 많이 나타났다.
더닝-크루거 효과는 무능력한 분야에서는 무능한 사람들이 자신의 무능함을 인식하지 못하는 현상과 관련된 인지 편향이다.(78쪽) 자신을 너무나 사랑한 나머지 자신의 약점을 보지 못하는 일종의 자기기만이다.(81쪽)
이러한 인간의 인지 편향은 개인의 노력으로는 좀처럼 극복할 수 없는 문제다.
이에 대한 해결 방법으로 지은이는 캐스 선스타인의 책 《인포토피아infotopia》를 인용해 ‘상호작용하는 집단 효과’에 대해 말한다.
즉, 인간은 개개인이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일지라도 집단이 함께하면, 어려운 문제도 풀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진실을 찾고자 하는 사람은 비판적으로 생각하고 충분히 의심하며 다른 사람의 검토를 받을 때 최상의 결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상호작용을 통해 개인의 인지 편향도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85~87쪽)
“탈진실 문제, 언론은 자유로울 수 있는가?”
전통 미디어의 문제와 소셜미디어의 등장
미디어는 언제부터 사람들에게 신뢰를 잃기 시작했을까? 이에 대해 지은이 매킨타이어는 미디어가 ‘공정성을 잃고 편향되기 시작하면서부터’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미디어는 언제부터, 그리고 왜 편향되기 시작했을까?
매킨타이어는 그에 대한 해답으로 미디어의 편향성이 뉴스를 통한 수익을 추구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시작되었으며, 당파적인 뉴스 보도가 시장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으면서 편향성이 강화되었다고 한다.(100쪽)
이후 1996년 미국에서는 MSNBC와 폭스뉴스가 등장하면서 이들 미디어가 진보와 보수를 대변하는 체제로 굳어져갔다.
이렇게 일부 미디어가 편향성을 띄면서 사람들에게 신뢰를 잃기 시작하자 전통적 미디어에서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주요 방송국, 신문, 뉴스 채널 등이 객관성을 한층 더 강조하는 방식으로 스스로를 구별하고자 했다.
하지만 이러한 객관성은 사실의 전달이 아니라 ‘기계적 중립성’이라는 또 다른 문제를 만들어냈다.
그러다 보니 역설적이게도 보도의 객관성이 높아지기는커녕 정확한 뉴스 보도에 집중하기가 더 어려워졌다.(109쪽)
진실을 말하려는 저널리즘은 흔들렸다.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 언론은 그 사안에 대해 사실 관계를 알아내 진실을 전달하기보다는 쟁점이 되는 사안에 대해 균등한 시간을 배정해 양쪽 이야기를 공평하게 전달하려는 양상이 나타난 것이다.
앞서 언급했던 과학부인주의의 사례에서 그 문제점은 여실히 드러났다.
소셜미디어가 등장하면서 이러한 정보 대혼란은 더욱 심화되었다.
인터넷상에서는 사실과 의견이 뒤죽박죽 섞여 무슨 정보를 믿어야 할지 도무지 알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여과 장치도, 검증 장치도 없는 미디어를 이용하는 오늘날의 시청자들과 독자들은 순전히 당파적인 의견에 끊임없이 노출되고 있다.(120쪽)
소셜미디어는 다양한 정보를 접할 수 있는 창구 역할도 하지만, 자신이 보고 싶고 듣고 싶은 정보만을 선택해 취할 수 있는 기능 또한 가지고 있다.
즉, 정보의 양극화와 파편화를 부추기는 ‘뉴스 사일로’ 문제가 대두된 것이다.(131쪽)
게다가 누군가 마음먹고 가짜 뉴스를 생산해 퍼뜨려도 검증할 수단이 마땅치 않다.
우리는 종종 내가 선택한 ‘친구’들이 공유하고 퍼뜨리는 정보들은 그 출처가 어디인지 확인하지도 않고 믿어버리곤 한다.
특히 그 정보가 내 입맛에 맞는 뉴스라면 진실인지 거짓인지 확인할 겨를도 없이 퍼 나르기 바쁘다.
그러다 보면 의도하지 않게 가짜 뉴스의 생산자는 아닐지라도 ‘유포자’가 되기도 한다.
소셜미디어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보의 출처 및 팩트를 체크하는 일이다. 이에 관해 지은이는 캘리포니아 주의 한 초등학교 교사가 아이들에게 숙지시킨 가짜 뉴스 구별법을 소개한다.(163쪽)
1. 저작권을 확인하라.
2. 여러 출처를 통해 확인하라.
3. 출처의 신뢰성을 평가하라
4. 정보의 게시 일자를 확인하라.
5. 주제에 대한 지은이의 전문성을 평가하라.
6. 내가 알고 있는 지식과 일치하는가를 확인하라.
7. 현실성 있는 내용인지 의심하라.
이러한 확인을 통해서 우리는 가짜 뉴스, 혹은 거짓 정보로부터 우리 자신을 보호할 수 있다.
“모든 거짓말에는 관객이 존재한다, 거짓에 맞서 싸워라”
탈진실 사회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
2004년 미국 대선 당시 민주당의 후보였던 존 케리를 겨냥해 흑색선전 운동이 벌어졌다.
‘진실을 위한 고속정 참전 용사들’이라는 공화당 지지 단체가 벌인 운동으로 존 케리가 베트남전에 참여했을 때 겁쟁이처럼 굴었다고 주장하는 내용이었다.
당시 존 케리와 함께 고속정을 탔던 조지 엘리엇의 증언으로 시작된 운동이었는데 이후 고속정 캠페인 광고가 TV에까지 등장하자 엘리엇은 자신의 주장을 공개적으로 철회했다.
하지만 이미 텍사스 갑부들을 비롯해 많은 사람들이 이 캠페인에 돈을 쏟아붓고 있었기에 ‘겁쟁이 케리’에 대한 이미지는 걷잡을 수 없이 퍼져나갔다.
이 일에 대해 당사자인 케리는 “논란을 만들어서 그들을 띄워주지 않겠다.
”며 무반응으로 일관했는데, 결국 최종 승부처인 오하이오에서 수천 표 차이로 대선 패배를 맛보게 되었다.(207~208쪽).
무대응이 악수가 된 것이다.
모든 거짓말에는 관객이 존재한다. 그리고 거짓말쟁이가 거짓말을 하는 이유는 누군가가 그 말을 믿을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언제나 거짓말에 맞서 싸워야 한다.
거짓말을 방관하다가는 케리처럼 패배를 맛보게 될 것이다.
지은이 매킨타이어는 “탈진실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사실 문제를 모호하게 만들려는 그 어떤 시도에도 의문을 제기해야 하며 어떠한 거짓에도 맞서 싸워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리고 거짓이 내는 목소리가 아무리 크다고 할지라도 진실은 우리에게 맞서 싸울 힘을 준다.“(209쪽)
고 주장한다.
탈진실 시대를 넘어 선진실(pre-truth) 시대에 들어서고 있는 오늘날 우리가 가짜 뉴스와 싸우기 위해서는 단지 거짓을 생성하는 이들만을 탓하고 욕할 게 아니라,
우리가 ① 스스로를 방관하지 않고 ② 우리의 인지 편향을 잘 이해하며 ③ 더 나은 뉴스 미디어를 위해 제대로 된 미디어를 지원해야 한다. 매킨타이어는 우리가 이러한 노력을 기울일 때 탈진실 시대를 극복할 수 있으며 ‘진실’을 수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추천평
탈진실에 관한 가장 사려 깊은 책. 사실 자체뿐만 아니라 진리를 규명하는 우리의 방법이 공격받고 있으며, 이번 공격은 특히 위험하다고 설득력 있게 주장한다.
- 『워싱턴포스트』
포스트트루스 현상에 대한 지적인 설명과 이 위험한 허무주의적인 생각에 맞서 싸워야 한다는 강렬한 의지를 준다.
- CNN
포스트트루스의 시대, 탈진실의 시대가 우리 시대를 가리키는 또 다른 이름이다.
탈진실의 시대는 진실이 하찮게 여겨지는 시대다.
거짓이 진실인 양 행세하고 가짜 뉴스가 범람하면서 진실은 더 이상 의미가 없는 것처럼 보이는 시대다.
포스트트루스》는 탈진실의 기원과 현황, 그리고 그 위험성을 해부한다.
더불어 방임적 태도만으로는 탈진실의 시대를 통과할 수 없다고 경고한다.
이 책은 진실이 무색해져가는 시대에 어떻게 맞서 싸울 것인가 고민하는 독자들에게 적시에 도착한 아킬레우스의 방패 같은 책이다.
- 이현우 (도서평론가, 『책에 빠져 죽지 않기』, 『로쟈의 인문학 서재』 저자)
아이러니다. 강력한 지적 도구를 휴대하지만, 가짜의 힘은 어느 때보다 커졌다.
인공지능이 진짜와 식별불가능한 가짜 정보를 만들어내는 환경에서 우리는 더 많은 가짜 속에서 진실을 찾아야 할 운명이다.
리 매킨타이어는 가짜 뉴스가 소셜미디어와 인간의 인지적 편향성 때문에 확산된다는 지적을 넘어선다.
철학자로서 그는 철학과 과학의 역사에서 형성된 과학부인주의, 포스트모더니즘, 객관성의 개념이 어떻게 탈진실의 도구가 되었는지를 증명해낸다.
탈진실 현상에 대해 한결 깊은 이해로 안내하는 철학자의 통찰을 만날 수 있다.
- 구본권 (『한겨레』 선임기자, 『뉴스, 믿어도 될까?』 저자)
* 출처 : 예스24 <https://www.yes24.com/Product/Goods/721459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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