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사회학 연구 (독서>책소개)/7.언론미디어

누가 진실을 전복하려 하는가 (2024) - 역정보와 가짜뉴스, 프로파간다로부터 민주주의 지키키

동방박사님 2024. 11. 25.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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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포스트트루스 시대 진실을 지키기 위해 반드시 읽어야 할 인문학 교과서”

가짜뉴스 문제는 한동안 우리 사회의 가장 큰 사회적 이슈였다. 

최근에는 단순 텍스트를 넘어서 딥페이크 기술로 가짜 영상까지 만들어 유포되고 있어 그 심각성이 더해가고 있다. 

이러한 가짜뉴스와 역정보 문제는 결코 해결할 수 없는 난제인 것일까? 

이 책은 역정보와 가짜뉴스, 현실 부정론 등에 대해 깊은 통찰력을 보여준다. 

왜 역정보가 생성되는 것인지, 역정보를 유포해 이익을 얻는 자는 누구인지, 가짜뉴스가 유통되는 데 언론과 소셜미디어는 어떤 책임을 느껴야 하는지, 

이러한 선동으로부터 독자 스스로가 지켜나갈 방법은 무엇인지 등 저자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역정보의 생성과 전파에 담긴 메커니즘이 낱낱이 드러난다. 

그뿐 아니라 한양대 정준희 교수가 해제를 통해 우리 사회에 만연한 ‘역사 부정론’과 탈진실 문제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준다.

목차
감사의 말

1장 진실 도살자
가짜 성배에 둘러싸인 진실의 성배 | 사랑부 지하실의 악몽

2장 전략적 부정론의 역사
거짓은 꾸며내는 자에게 이익이 된다 | 과학 부정론의 이면

3장 역정보를 창조하는 자
과학 부정론자의 5가지 추론 전략 | 과학 부정을 넘어 현실 부정으로 | 불신을 조장하는 자들 | 러시아의 역정보 전략을 미국 정치에 녹여낸 트럼프 | 푸틴 VS. 트럼프 | 러시아의 기이한 승리

4장 역정보를 퍼뜨리는 자
소수 역정보 증폭자의 영향력 | 레거시 미디어의 문제점 | 역정보의 방관자, 소셜미디어 | 역정보를 확산시키는 알고리즘 | 역정보, 어떻게 막아야 할까? | 정보의 흐름을 시장 논리에 맡길 수 있을까? | 소셜미디어 알고리즘의 투명성 확보

5장 역정보를 믿는 자
음모론을 믿는 미국인들 | 어떻게 부정론자를 설득할 것인가 | 부정론자는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진다

6장 진실 전쟁에서 승리하는 법
역정보 전쟁 | 정보전에서의 승리 전략 | 위태로워진 미국의 민주주의 | 개인이 역정보에 맞서는 법 | 지금은 진실을 지켜내야 하는 시대다

해제
두 번째 해제를 위한 변명 | 미국의 과학 부정론과 한국의 역사 부정론 | 역사ㆍ과학ㆍ현실 부정론: 탈진실 피자의 서로 다른 조각들 | 왜 이번엔 역정보인가?


저자 소개
저 : 리 매킨타이어 (Lee McIntyre) 
보스턴 지역의 철학자다. 콜게이트 대학교, 터프츠 실험대학, 시먼스 대학교 등에서 철학을 가르쳤고, 하버드 대학교 양적 사회과학 연구소 전무이사를 역임했다.

현재는 보스턴 대학교 과학철학 및 과학사 센터의 연구원이자 하버드 평생교육원에서 윤리학을 가르친다.

학자로서의 훈련을 받았지만, 정치나 시사 문제와 관련된 철학적 주제에 대해 더 많은 독자를 참여시키고자 쉽고 명료하게 글을 쓰려고 노력한다. [뉴욕타임스], ...

해제 : 정준희 
한양대학교 언론정보대학 정보사회미디어학과 겸임교수. 서울대학교 언론정보학과, 영국 런던대학교 골드스미스칼리지, 서강대학교 신문방송학과에서 커뮤니케이션과 미디어 사회학, 문화연구, 미디어 정치경제학 등을 공부하고 연구했다. 

미디어 기술과 산업의 변동에 따른 정보체계의 사회적 변동, 저널리즘 제도와 가치의 변형, 미디어를 매개로 진행되는 새로운 종류의 사회화 과정에 관심을 두고 있다. 『묻는다는 것』, 『언론자유의 ...


역 : 김재경 
서울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다 텍스트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번역가의 길로 들어섰다. 글밥 아카데미 수료 후 바른번역 소속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포스트트루스』, 『2050 거주불능 지구』, 『하드코어 히스토리』, 『왜 살아야 하는가』, 『슬픔 이후의 슬픔』, 『거짓말의 기술』 등이 있다.

책 속으로
“전체주의 통치의 이상적인 신민은 확신에 찬 나치주의자나 공산주의자가 아니라 사실과 허구, 진실과 거짓을 더 이상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이다.” ― 한나 아렌트

탈진실(post-truth)에 매뉴얼 같은 게 존재한다면 아마 이렇게 적혀 있지 않을까?

 “진실을 말하는 자를 공격하라. 

무슨 화제든 거짓말로 둘러대라. 역정보를 꾸며내라.

불신과 양극화를 조장하라. 혼란과 냉소를 유발하라. 

그리고 독재자의 말이 곧 진실이라고 주장하라.” 그 목적은 단지 사람들이 거짓 주장을 믿도록 만들려는 것이 아니다. 

거짓을 홍수처럼 쏟아내 사람들의 사기를 꺾어버리려는 것이다. 

거짓이 난무하는 상황 속에서 사람들은 정치적 맥락에서 자유로운 진실을 파악하는 게 가능하다는 생각 자체를 포기하고 만다.
--- p.17

거짓말쟁이가 역정보를 이용하는 목적은 단지 자신의 이익에 반하는 특정 사실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만이 아니라 ‘진실을 말하는 자’를 향한 신뢰를 약화시키는 것이다. 

이 목적을 성취하면 한 번에 모든 부류의 사실을 무너뜨릴 수 있다. 

요컨대 역정보는 정말 영악하게도 단지 거짓을 믿게 만드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그 거짓말을 믿지 않는 사람이라도 진실을 불신하게(때로는 혐오하게) 만든다.
--- p.42~43

뉴스 매체의 가장 중대한 의무는 진실을 말하는 것이어야 한다. 물론 이런 이상이 정치적 편향을 보인다는 비난을 받지 않으려는 기자의 욕망과 충돌할 때도 있다. 

만약 진실이 유독 한쪽 편에만 치우쳐 있다면 양극화된 시청자 입장에서는 그것을 보도하는 사람이 객관적이지 않다는 느낌을 받을 것이다.

 이때 뉴스의 입장에서 가장 손쉬운 해결책은 ‘양쪽 이야기를 모두 말하는’ 대응으로 일관하는 것이다. 

하지만 역정보가 가득한 환경에서 이는 ‘사실 문제’를 보도하는 최악의 방법이다. 

거짓에 산소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진실이 양쪽 의견 중간 어딘가에 있다는 암시를 전달하기 때문이다

객관성이나 중립성을 지키겠다고 진실과 거짓 사이에서 무관심한 척할 필요는 없다. 진실이 편파적으로 보일 수 있다고 진실을 옹호하지 않는 것은 그 자체로 편파성에 굴복하는 것이다.
--- p.72

셰필드 대학교의 언론학 교수 조너선 포스터(Jonathan Foster)는 이렇게 따끔한 교훈을 남긴 적이 있다.

 “어떤 사람은 비가 오는 중이라고 말하는데 또 어떤 사람은 비가 한 방울도 안 온다고 말할 수 있다. 

이때 당신이 할 일은 두 사람 말을 전부 인용하는 게 아니라 빌어먹을 창밖을 내다보고 어느 말이 진실인지 알아내는 것이다.”
--- p.73

일단 역정보를 듣고 나면 일부 사람들은 이후에 오류를 바로잡는 정보가 제시될지라도 역정보를 그대로 믿는 경향이 있다. 

물론 이런 경향성을 완화하기 위해 취할 수 있는 조치들이 있지만 인포데믹infodemic(잘못된 정보가 전염병처럼 삽시간에 퍼지는 현상?옮긴이) 현상 자체를 막을 길은 없다. 

이미 오염된 정보의 흐름에 진실을 섞어 희석시킨다 한들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반드시 오염의 근원을 제거해야 한다.
--- p.100

아직도 널리 인용되는 에릭 올리버Eric Oliver와 토머스 우드Thomas J. Wood의 2014년도 연구에 따르면 미국인의 50퍼센트는 적어도 하나 이상의 음모론을 믿는다. 

미국인 19퍼센트는 9·11 테러가 미국 내부에서 공모한 일이라고 믿으며, 미국인 40퍼센트는 연방약물관리국Federal Drug Admini stration이 고의로 암 치료제를 숨기고 있다고 믿는다. 

그뿐 아니라 19퍼센트는 연방 정부가 2008년 경기침체를 의도적으로 일으켰다고 믿는다. 

…… 지금도 상황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미국인 23퍼센트는 여전히 9·11 테러가 미국 내부자 소행이라고 믿고 있으며, 25퍼센트는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이 계획된 사태라고 믿는다.
--- p.110

“상대가 애초에 논리적으로 납득한 적이 없는 사실을 논리적으로 반박할 수는 없다.

” 애초에 부정론자의 신념이 사실을 기반으로 형성되지 않았는데 사실 정보를 마구 쑤셔 넣어봐야 무슨 소용이 있을까? 

오히려 대부분의 믿음은(심지어 경험적인 믿음마저도) 단순한 사실 이상의 무언가와 관련되어 있다. 

믿음은 가치와 관련되어 있으며, 내가 속한 공동체 구성원이 무엇을 믿는가와 관련되어 있다.

 부정론자가 부정론을 믿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그것이 불러일으키는 감정 때문이다.
--- p.113~114

대부분의 부정론은 정체성과 관련되어 있다. 

부정론자의 믿음은 그의 생각을 반영할 뿐만 아니라 그가 어떤 사람인지도 반영한다. 

따라서 누군가의 믿음을 공격하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 그 사람 자체를 공격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역정보 선동가들이 원하는 바도 그처럼 ‘우리 대 그들’의 대결 구도를 만드는 것이다

역정보가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프로파간다의 핵심은 단지 상대가 허위 정보를 믿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반대편’에 있는 사람들이 적이라고 느끼게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부정론자에게 먼저 다가가 말을 건다면 사실을 공유할 기회는 물론 불신의 장벽을 허물 기회를 창출할 수 있다.
--- p.114

리 매킨타이어는 탈진실의 가장 중요한 기초로 과학 부정론을 든다. 

따라서 그가 추구하는 진실의 요체는 과학적 진리scientific truth에 근접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 정통 합리주의적 과학철학자는 미국 사회에 만연한 ‘과학적 태도’의 상실, 즉 반지성주의antiintellectualism를 가장 중요한 주제로 삼았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과학 부정론보다 역사 부정론이 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 이들이 자주 대놓고 부인하는 것은 역사다. 

일본 제국주의의 침탈을 애써 ‘식민지 근대화’로 포장하려고 하고, 반민주·반인권적인 행보로 결국 시민의 손에 의해 끌어내려진 부패한 권력자들을 ‘자유의 수호자’로서 복권시키려 한다. 

이들의 역사 부정론 또한 ‘부정론denialism’의 중요한 일부라는 점에서 탈진실에 복무한다.

 ‘이미 확인된 사실’과 ‘사회적으로 합의된 정의’보다 그릇된 신념과 질 낮은 정파적 이해를 앞세운다는 점에서 그 자체로 탈진실적이다.
--- p.155~156

리 매킨타이어 역시 이 책을 통해 힘주어 말한 바대로, ‘진실이 있다는 신념, 그리고 진실을 지켜야 한다는 당위’에 입각해, 당장의 내 편익에 부응하는 허위보다는 내 불편과 불이익에도 불구하고 진실을 선택해야 마땅하다. 

그러나 그것이 어느 일방에게만 유리한 무언가zone of interest가 아니라 모두에게 이로운 무언가

zone of common interest로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처럼 쳇바퀴 도는 일만 반복하기 십상이다. 

역정보에 대한 사회적 규제가 ‘윤리적’으로도 타당할뿐더러 장기적으로 나 자신을 포함한 우리 공동체의 존속에 ‘이로운 결과’를 초래한다는 확신을 갖게 하기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특히 작금의 탈진실적 조건, ‘기만이 능력이자 누구나 행하는 게임’이 된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 p.187

출판사 리뷰
『포스트트루스』 저자 리 매킨타이어가 전하는 ‘진실 도살자’에 맞서 싸우는 법!
언론미디어 전문가 정준희 교수가 덧붙이는 명쾌한 해제와 한국식 탈진실 해법

탈진실 사회, 과학 부정을 넘어 현실 부정으로

탈진실, 즉 포스트트루스(post-truth)란 여론을 형성할 때 객관적인 사실보다 개인적인 신념과 감정에 호소하는 것이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현상을 가리킨다.

 예를 들어 대다수의 의학자와 과학자들에 의해 안정성을 인정받은 백신이더라도 그동안 백신을 반대해온 사람들은 특수 사례나 극소수 전문가의 반대 의견을 들어 그 백신의 신뢰성을 부정하려 드는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이러한 탈진실 현상을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활용한다. 

즉, 진실이 자신의 이익과 상충된다면 수많은 역정보(가짜뉴스나 허위 사실)를 퍼뜨려 무엇이 진짜 진실인지를 알 수 없도록 희석시키는 것이다. 책의 저자 리 매킨타이어는 말한다

“탈진실에 매뉴얼 같은 게 존재한다면 아마 이렇게 적혀 있지 않을까? ‘

진실을 말하는 자를 공격하라. 

무슨 화제든 거짓말로 둘러대라. 역정보를 꾸며내라. 

불신과 양극화를 조장하라. 

혼란과 냉소를 유발하라. 그리고 독재자의 말이 곧 진실이라고 주장하라.

’ 그렇게 하는 목적은 단지 사람들이 거짓 주장을 믿도록 만들려는 것이 아니다. 

거짓을 홍수처럼 쏟아내 사람들의 사기를 꺾어버리려는 것이다. 

거짓이 난무하는 상황 속에서 사람들은 정치적 맥락에서 자유로운 진실을 파악하는 게 불가능하다고 여겨 이를 포기하고 만다.”(17쪽)

이러한 탈진실 현상은 과학 부정론에서부터 시작되었다. 담배 유해 논쟁(담배가 인체에 해로운지 아닌지 법정까지 끌고간 싸움)에서부터 시작해 화석 연료와 지구온난화의 관계, 코로나 백신에 마이크로칩이 들어있을지도 모른다는 의심까지 모두가 과학적 사실을 부정하며 진실을 숨기려는 역정보로 인해 생겨났다. 

하지만 탈진실은 과학 부정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이제는 과학 부정을 넘어 현실 부정까지 이르고 있다. 명백하게 드러난 사실을 거짓말에 거짓말을 보태 무엇인 진실인지 모호하게 만들어 ‘진실 찾기’를 포기하게 만들려는 이들이 등장한 것이다.

미국의 과학 부정론과 한국의 역사 부정론

내용의 대부분이 현 시대 미국 상황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다 보니 미국인들에게 가장 골칫거리인 ‘과학 부정론’과 ‘도널드 트럼프’에 집중한다. 

과학의 권위가 힘을 잃어버린 미국 입장에서는 ‘과학 부정론’이 중요하다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책의 해제를 단 정준희 교수는 한국 사회 입장에서는 ‘역사 부정론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한다.

“한국에서는 과학 부정론보다 역사 부정론이 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 일본 제국주의의 침탈을 애써 ‘식민지 근대화’로 포장하려고 하고, 반민주·반인권적인 행보로 결국 시민의 손에 의해 끌어내려진 부패한 권력자들을 ‘자유의 수호자’로서 복권시키려 한다. 

이들의 역사 부정론 또한 ‘부정론’의 중요한 일부라는 점에서 탈진실에 복무한다. 

‘이미 확인된 사실’과 ‘사회적으로 합의된 정의’보다 그릇된 신념과 질 낮은 정파적 이해를 앞세운다는 점에서 그 자체로 탈진실적이다. 여기서 배격해야 할 것은 비과학적 태도라기보다는 빈곤한 철학과 몰역사적 인식이다.”(155~156쪽)

최근 들어 더욱 역사 인식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건국절을 강조하며 임시정부를 부정하는 행태나 일제시대 강제노역과 위안부로 끌려간 이들을 자발적이었다고 왜곡하는 일, 5·18과 4·3 등 국가권력의 잔인했던 폭력을 인정했던 사회적 합의를 역정보와 가짜뉴스로 뒤덮어 부정하려는 일련의 사건들 앞에서 역사 부정론의 심각성은 더욱 크게 다가온다. 

그렇기에 정준희 교수는 과학 부정, 현실 부정과 함께 역사 부정의 메커니즘에 관해서도 세세하게 짚어본다. 

그리고 과학 부정, 역사 부정, 현실 부정을 “탈진실 피자의 서로 다른 조각들”이라고 정의한다.

누가 역정보를 만들고 퍼뜨리는가? 역정보의 창조자와 전파자

이 책의 원제는 “On Disinformation”이다. 우리말로 역정보에 대한 이야기다. 매킨타이어는 “현실 부정은 실수가 아니라 고의적인 거짓말이다. 

오정보misinformation와 역정보disinformation, 즉 평범한 오해에서 비롯된 정보와 선별적 조작을 거친 허위 정보는 반드시 구분해야 한다”(28쪽)고 강조한다. 

다시 말해 단순히 잘못된 정보인 오정보와 달리 역정보는 명확한 목적에 의해 생성된 가짜 정보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역정보는 생성자(창조자)의 이익에 복무한다. 

그렇다면 역정보의 창조자는 누구일까

역정보가 단 한 사람에 의해 생성되는 것은 아니니 누구 한 명을 지목할 수는 없겠지만, 미국 사회에 만연한 현실 부정에 대한 역정보들은 대부분 정치적 목적에 의해 생성된다. 

그리고 매킨타이어는 그 배경에 도널드 트럼프가 있다고 말한다.

2020년 미국 대선에서 패배한 트럼프는 결과에 불복하고 자신이 실제로는 선거에서 이겼으며, 선거와 개표 과정에 부정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오늘 여기 모인 우리 모두는 대담해진 좌익 민주당 녀석들이 대선 승리를 훔쳐가는 꼴을 지켜보지 않을 겁니다. 네, 코앞에서 훔쳐가고 있다니까요. 

가짜뉴스 미디어 역시 과거나 지금이나 도둑질을 서슴지 않고 있죠. 

하지만 우리는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이며 결코 물러나지 않을 것입니다. 도둑질을 당했는데 순순히 물러나는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 …… 

오늘 저는 이 자리에서 우리가 선거에서 승리했다는, 그것도 압도적으로 승리했다는 증거를 몇 개 보여드리겠습니다. 아슬아슬하지도 않은 선거였다니까요”(39~40쪽)

위의 글은 2021년 1월 6일에 트럼프가 지지자들에게 건넨 연설 중 일부다.

 트럼프는 선거 결과를 부정하고, 고의적인 역정보로 지지자들을 선동했다. 

그 결과가 그날 오후에 있었던 미국 의회 의사당 점거 폭력 사태였다. 

이 사건은 군중이 미국 의사당을 점거한 최초의 사건이었으며, 6명의 사망자를 발생시킨 비극적 사건이 됐다. 

하지만 누가 ‘역정보의 창조자인가’보다 중요한 것은 역정보의 ‘메커니즘’이다. 

이것이 어떻게 생성되고, 또 퍼져나가고 대중에게 인식되는지에 대해 매킨타이어는 꽤 많은 공을 들인다. 

과학 부정론자들의 추론 전략에서부터(33쪽) 러시아의 역정보의 활용법인 ‘거짓말 소방 호스’와 ‘그쪽이야말로’ 전술(50쪽), 그리고 레거시 미디어와 소셜미디어의 역정보 전파자 역할(4장 앞부분) 등에 대해서도 함께 고찰한다.

우리는 역정보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리 매킨타이어는 “부정론은 우연이나 실수에서 비롯된 문제가 아니라 인식론적 살해 행위”이며 “역정보와의 전쟁에서 승리하려면 일단 첫 단계로 우리가 전쟁 중임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일반 개인이 역정보에 맞서 승리하는 열 가지 방법을 제시한다.

① 거짓말쟁이에게 맞서라
② 진실을 옹호하고 널리 전파하라
③ 양극화에 저항하라
④ 부정론자들도 피해자임을 인정하라
⑤ 개소리를 무시하라
⑥ 문제를 미래로 미루지 마라
⑦ 나쁜 정보가 확산되는 루트를 막기 위해 노력하라
⑧ 의회가 소셜미디어를 규제하도록 정치적 행동을 취하라
⑨ 이 전쟁에 참여하는 다른 아군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기억하라
⑩ 현실 부정 문제가 민주주의에 미치는 영향을 공부하라

저자는 “진실은 거짓말쟁이가 권력을 잡았을 때 죽는 게 아니다. 진실을 말하는 자들이 진실 옹호하기를 멈출 때 사라진다”고 말한다. 

또한 구체적인 실천 방안으로 “진실 도살자들의 정체를 까발리고 적극적으로 비판하자. 그들이 사용하는 전술이 무엇이며 돈줄이 어디인지 밝혀내고, 그들의 거짓말을 믿는 신봉자들을 최대한 많이 일깨우자. 소셜미디어 기업들과 그들을 후원하는 존재들을 보이콧하자. 

거짓을 방송하는 케이블 방송사에 항의하자. 그리고 제발 투표하자”고 외친다.

 하지만 이런 유의 문제들은 똑부러지는 정답이 없다. 그래서 정준희 교수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본래 이런 난제에는 단칼에 해결이 가능한 해법이 있을 수가 없다. …… 이런 종류의 문제는 흔히 ‘거버넌스goverance’라고 지칭되는 ‘다중주체 간 다중협력 시스템’의 구축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 

그걸 주도하면서, 자신의 이익을 먼저 내놓고 혹시 모를 불이익을 감수해야 하는 주체는 지식 엘리트, 정치 엘리트, 미디어 엘리트, 기업 엘리트다. 여기에 다양한 비정부 국제기구와 시민 집단이 참여해야 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해내야 할 과업은 역정보를 통제하는 것이 거의 모두의 장기적 이익에 복무한다는 합의를 이끌어내고, 그에 토대를 두어 사회적 확신을 전파하는 일이다.”(188쪽)

명료하진 않지만 개인이 직접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매킨타이어의 방법과 사회 시스템을 통해 구조적 방법을 모색하는 정준희 교수의 방법, 어떤 것이 되었든 중요한 것은 지금 우리는 역정보에 맞서는 실천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가 로도스다. 여기서 뛰어라Hic Rhodus, hic salta!”

추천평
책 한 권을 살 거라면 이 책을 구입해 역정보로부터 민주주의를 구하는 데 동참하라.
- 샌더 반 데 린덴 (케임브리지대학교 사회심리학 교수 《거짓의 프레임》 저자)


이 책은 진실의 적이 누구이며 그들의 거짓 주장에 어떻게 이성, 과학, 연민을 가지고 맞설 수 있는지 훌륭하게 밝혀준다.
- 마이클 셔머 (《스켑틱》 발행인, 《음모론이란 무엇인가》 저자)


우리 시대를 다시 진실하게 만드는 방법에 대해 모든 사람이 읽어야 할 명쾌한 입문서다.
- 조너선 라우시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 《지식의 헌법》 저자)


진실을 지키기 위한 역정보와의 전쟁에 대해 날카로운 통찰력을 보여주며, 점점 더 혼란스러워지는 세상에서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실행 가능한 해결책을 제시한다.
- 《커커스 리뷰》


‘의심과 분열, 불신을 조장하는 군대를 만들기 위해’ 역(허위)정보를 대중에게 퍼뜨리고 조직적인 캠페인을 벌이는 ‘진실 도살자’들에 대한 경고의 책이다.
- 《뉴욕타임스》


과학자들은 과학적 진실이 단시간에 받아들여지지는 않더라도 언젠가는 받아들여질 것이라는 확고한 믿음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 책은 과학적 진실과 민주주의를 걱정하는 사람들에게 사회가 변할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지금 행동하라고 촉구한다.
- 《사이언스》

* 출처 : 예스24 <https://www.yes24.com/Product/Goods/1363016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