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책소개
금융 위기 이후, 우리가 기다리던 경제학 입문서
가볍게, 재미있게, 가장 ‘사용자 친화적’인 가이드북
세계적인 경제학자이자 영국 케임브리지대 경제학과 교수인 장하준이 쓴 ‘지금 우리를 위한’ 새로운 경제학 교과서. 30여 년간 유일한 경제학적 진리로 군림하면서도 금융 위기에 아무 해법도 내놓지 못하는 신고전주의 경제학에서 벗어나, 다양한 경제학적 접근법을 소개하여 경제와 경제학을 새롭게 보게 해 준다.
먼저 1부 ‘경제학에 익숙해지기’에서는 경제란 무엇이고, 경제학을 왜 알아야 하는지를 이야기한 뒤 자본주의 경제가 어떤 과정을 통해 얼마나 달라져 현재에 이르게 되었는지 간략한 경제사를 훑어본다. 이어 신고전주의를 비롯해 고전주의, 마르크스학파, 오스트리아학파, 케인스학파, 슘페터 학파, 개발주의, 제도학파, 행동주의 등 9가지 주요 경제학파를 소개하고 장단점을 조목조목 설명해 준다.
이렇게 경제학에 익숙해지고 난 다음에는, 주류 신고전주의 경제학에서 도외시하지만 우리 생활과 밀접한 일, 실업, 불평등, 빈곤 등을 비롯해 정부와 기업의 역할, 국제 무역 등 거시 경제까지 아우르며 경제학을 ‘사용’하는 방법을 알려 준다. 나아가 복잡한 수식이나 모델이 아니라 노동시간, 빈곤율, 국내총생산처럼 우리에게 익숙한 현실의 숫자를 통해 경제를 생생하게 보여 주는 동시에 그 숫자가 설명하지 못하는(혹은 가리고 있는) 이면까지 날카롭게 짚어 줌으로써, 경제를 제대로 보는 눈을 키워 준다.
가볍게, 재미있게, 가장 ‘사용자 친화적’인 가이드북
세계적인 경제학자이자 영국 케임브리지대 경제학과 교수인 장하준이 쓴 ‘지금 우리를 위한’ 새로운 경제학 교과서. 30여 년간 유일한 경제학적 진리로 군림하면서도 금융 위기에 아무 해법도 내놓지 못하는 신고전주의 경제학에서 벗어나, 다양한 경제학적 접근법을 소개하여 경제와 경제학을 새롭게 보게 해 준다.
먼저 1부 ‘경제학에 익숙해지기’에서는 경제란 무엇이고, 경제학을 왜 알아야 하는지를 이야기한 뒤 자본주의 경제가 어떤 과정을 통해 얼마나 달라져 현재에 이르게 되었는지 간략한 경제사를 훑어본다. 이어 신고전주의를 비롯해 고전주의, 마르크스학파, 오스트리아학파, 케인스학파, 슘페터 학파, 개발주의, 제도학파, 행동주의 등 9가지 주요 경제학파를 소개하고 장단점을 조목조목 설명해 준다.
이렇게 경제학에 익숙해지고 난 다음에는, 주류 신고전주의 경제학에서 도외시하지만 우리 생활과 밀접한 일, 실업, 불평등, 빈곤 등을 비롯해 정부와 기업의 역할, 국제 무역 등 거시 경제까지 아우르며 경제학을 ‘사용’하는 방법을 알려 준다. 나아가 복잡한 수식이나 모델이 아니라 노동시간, 빈곤율, 국내총생산처럼 우리에게 익숙한 현실의 숫자를 통해 경제를 생생하게 보여 주는 동시에 그 숫자가 설명하지 못하는(혹은 가리고 있는) 이면까지 날카롭게 짚어 줌으로써, 경제를 제대로 보는 눈을 키워 준다.
목차
감사의 말
프롤로그-귀찮게 뭘…?: 경제학은 왜 알아야 하는가?
왜 사람들은 경제학에 별 관심이 없는 걸까?│이 책은 어떻게 다른가?
1부 경제학에 익숙해지기
1장 인생, 우주, 그리고 모든 것: 경제학이란 무엇인가?
경제학은 인간의 합리적 선택에 관한 연구다?│아니면 경제학은 경제를 연구하는 학문인가?│맺는말: 경제를 연구하는 학문으로서의 경제학
2장 핀에서 핀 넘버까지: 1776년의 자본주의와 2014년의 자본주의
핀에서 핀 넘버까지│모든 것이 변한다: 자본주의의 주체와 제도는 어떻게 바뀌었는가│맺는말: 변화하는 실제 세상과 경제 이론들
3장 우리는 어떻게 여기에 도달했는가?: 자본주의의 간단한 역사
빌어먹을 일의 연속: 역사는 왜 공부할까?│거북이 vs 달팽이: 자본주의 이전의 세계 경제│자본주의의 여명: 1550∼1820년│1820년∼1870년: 산업 혁명│1870∼1913년: 결정적인 하이눈 시기│1914∼1945년: 파란의 시기│1945∼1973년: 자본주의의 황금기│1973∼1979년: 과도기│1980년∼현재: 신자유주의의 흥망
4장 백화제방: 경제학을 ‘하는’ 방법
모든 반지 위에 군림하는 절대반지?: 경제학의 다양한 접근법│경제학파 칵테일: 이 장을 읽는 방법│고전주의 학파│신고전주의 학파│마르크스학파│개발주의 전통│오스트리아 학파│(신)슘페터 학파│케인스학파│제도학파: 신제도학파? 구제도학파?│행동주의 학파│맺는말: 어떻게 경제학을 더 나은 학문으로 발전시킬까?
5장 드라마티스 페르소나이: 경제의 등장인물
주인공은 개인│진짜 주인공은 조직: 경제적 의사 결정의 현실│개인조차도 이론과는 다르다│맺는말: 불완전한 개인만이 진정한 선택을 할 수 있다
2부 경제학 사용하기
6장 “몇이길 원하십니까?”: 생산량, 소득, 그리고 행복
생산량│실제 숫자│소득│실제 숫자│행복│실제 숫자│맺는말: 경제학에 나오는 숫자가 절대 객관적일 수 없는 이유
7장 세상 모든 것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생산의 세계
경제 성장과 경제 발전│실제 숫자│산업화와 탈산업화│실제 숫자│지구가 바닥난다?: 지속 가능한 성장과 환경 보호│맺는말: 왜 생산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가
8장 피델리티 피두시어리 뱅크에 난리가 났어요: 금융
은행과 ‘전통적’인 금융 시스템│투자 은행과 새로운 금융 시스템의 탄생│실제 숫자│새로운 금융 시스템과 그 영향│실제 숫자│맺는말: 금융은 너무도 중요하다. 바로 그 때문에 엄격하게 규제할 필요가 있다
9장 보리스네 염소가 그냥 고꾸라져 죽어 버렸으면: 불평등과 빈곤
불평등│실제 숫자│빈곤│실제 숫자│맺는말: 빈곤과 불평등은 인간이 제어할 수 있다
10장 일을 해 본 사람 몇 명은 알아요: 일과 실업
일│실제 숫자│실업│실제 숫자│맺는말: 일을 진지하게 받아들이자
11장 리바이어던 아니면 철인 왕?: 정부의 역할
정부와 경제학│국가 개입의 도덕성│시장 실패│정부 실패│시장과 정치│정부가 하는 일│실제 숫자│맺는말: 경제학은 정치적 논쟁이다
12장 지대물박(地大物博): 국제적 차원
국제 교역│실제 숫자│국제 수지│실제 숫자│외국인 직접 투자와 초국적 기업│실제 숫자│이민과 노동자 송금│실제 숫자│맺는말: 가능한 모든 세상 중에 가장 좋은 세상?
에필로그-그래서 이제는?: 어떻게 우리는 경제학을 사용해서 경제를 더 좋게 만들 수 있을까?
경제학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그래서 어쩌라고?: 경제는 경제학자들에게만 맡겨 두기에는 너무 중요한 문제다│마지막 부탁: 생각하는 것보다 쉽다
주
찾아보기
프롤로그-귀찮게 뭘…?: 경제학은 왜 알아야 하는가?
왜 사람들은 경제학에 별 관심이 없는 걸까?│이 책은 어떻게 다른가?
1부 경제학에 익숙해지기
1장 인생, 우주, 그리고 모든 것: 경제학이란 무엇인가?
경제학은 인간의 합리적 선택에 관한 연구다?│아니면 경제학은 경제를 연구하는 학문인가?│맺는말: 경제를 연구하는 학문으로서의 경제학
2장 핀에서 핀 넘버까지: 1776년의 자본주의와 2014년의 자본주의
핀에서 핀 넘버까지│모든 것이 변한다: 자본주의의 주체와 제도는 어떻게 바뀌었는가│맺는말: 변화하는 실제 세상과 경제 이론들
3장 우리는 어떻게 여기에 도달했는가?: 자본주의의 간단한 역사
빌어먹을 일의 연속: 역사는 왜 공부할까?│거북이 vs 달팽이: 자본주의 이전의 세계 경제│자본주의의 여명: 1550∼1820년│1820년∼1870년: 산업 혁명│1870∼1913년: 결정적인 하이눈 시기│1914∼1945년: 파란의 시기│1945∼1973년: 자본주의의 황금기│1973∼1979년: 과도기│1980년∼현재: 신자유주의의 흥망
4장 백화제방: 경제학을 ‘하는’ 방법
모든 반지 위에 군림하는 절대반지?: 경제학의 다양한 접근법│경제학파 칵테일: 이 장을 읽는 방법│고전주의 학파│신고전주의 학파│마르크스학파│개발주의 전통│오스트리아 학파│(신)슘페터 학파│케인스학파│제도학파: 신제도학파? 구제도학파?│행동주의 학파│맺는말: 어떻게 경제학을 더 나은 학문으로 발전시킬까?
5장 드라마티스 페르소나이: 경제의 등장인물
주인공은 개인│진짜 주인공은 조직: 경제적 의사 결정의 현실│개인조차도 이론과는 다르다│맺는말: 불완전한 개인만이 진정한 선택을 할 수 있다
2부 경제학 사용하기
6장 “몇이길 원하십니까?”: 생산량, 소득, 그리고 행복
생산량│실제 숫자│소득│실제 숫자│행복│실제 숫자│맺는말: 경제학에 나오는 숫자가 절대 객관적일 수 없는 이유
7장 세상 모든 것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생산의 세계
경제 성장과 경제 발전│실제 숫자│산업화와 탈산업화│실제 숫자│지구가 바닥난다?: 지속 가능한 성장과 환경 보호│맺는말: 왜 생산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가
8장 피델리티 피두시어리 뱅크에 난리가 났어요: 금융
은행과 ‘전통적’인 금융 시스템│투자 은행과 새로운 금융 시스템의 탄생│실제 숫자│새로운 금융 시스템과 그 영향│실제 숫자│맺는말: 금융은 너무도 중요하다. 바로 그 때문에 엄격하게 규제할 필요가 있다
9장 보리스네 염소가 그냥 고꾸라져 죽어 버렸으면: 불평등과 빈곤
불평등│실제 숫자│빈곤│실제 숫자│맺는말: 빈곤과 불평등은 인간이 제어할 수 있다
10장 일을 해 본 사람 몇 명은 알아요: 일과 실업
일│실제 숫자│실업│실제 숫자│맺는말: 일을 진지하게 받아들이자
11장 리바이어던 아니면 철인 왕?: 정부의 역할
정부와 경제학│국가 개입의 도덕성│시장 실패│정부 실패│시장과 정치│정부가 하는 일│실제 숫자│맺는말: 경제학은 정치적 논쟁이다
12장 지대물박(地大物博): 국제적 차원
국제 교역│실제 숫자│국제 수지│실제 숫자│외국인 직접 투자와 초국적 기업│실제 숫자│이민과 노동자 송금│실제 숫자│맺는말: 가능한 모든 세상 중에 가장 좋은 세상?
에필로그-그래서 이제는?: 어떻게 우리는 경제학을 사용해서 경제를 더 좋게 만들 수 있을까?
경제학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그래서 어쩌라고?: 경제는 경제학자들에게만 맡겨 두기에는 너무 중요한 문제다│마지막 부탁: 생각하는 것보다 쉽다
주
찾아보기
저자 소개
책 속으로
하버드대학 경제학 교수이자 가장 널리 사용되는 경제학 교과서 중의 하나를 집필한 그레고리 맨큐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경제학자들은 과학자인 척하는 걸 좋아한다. 나도 종종 그러기 때문에 잘 안다. 학부생들을 가르칠 때 나는 의식적으로 경제학을 과학의 한 분야로 묘사한다. 내 수업을 듣는 학생들에게 두루뭉술한 학문 분야에 발을 들여놨다는 인상을 주지 않기 위해서이다.”
그러나 경제학이 물리학이나 화학 같은 의미의 과학이 되는 것은 불가능하다. (중략) 화학에서 다루는 분자나 물리에서 다루는 물체와는 달리 인간은 자유 의지를 가진 존재이기 때문이다.
경제 문제에 정답이 하나만 있는 것이 아니라면 우리는 더 이상 이 문제를 전문가들 손에만 맡겨 둘 수 없다. 즉 책임 있는 시민은 모두 어느 정도 경제학적 지식을 갖춰야 된다는 의미이다. 그렇다고 해서 두꺼운 경제학 교과서를 읽으면서 특정 경제학의 시각을 무조건적으로 흡수하라는 말은 아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다양한 경제학적 논쟁이 존재한다는 것을 인식하고, 특정 경제 상황과 특정 도덕적 가치 및 정치적 목표하에서는 어떤 경제학적 시각이 가장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는지를 판단할 수 있는 비판적 시각을 갖출 수 있도록 경제학을 배우는 일이다. 이를 위해서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식으로 경제학을 이야기하는 책이 필요하다. 나는 이 책이 바로 그런 책이라고 믿는다. -프롤로그 귀찮게 뭘…? 15쪽
현대에는 사고파는 것이 불가능한 많은 것들, 예를 들어 인간(노예), 아동 노동, 관직 등이 옛날에는 시장에서 합법적으로 거래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나면, ‘자유 시장’의 경계가 시대를 초월하는 과학적 방법에 의해 정해진 것이라는 생각을 버리고, 우리가 현재 당연시하는 시장의 경계 또한 달라질 수 있음을 받아들이게 될 것이다. 선진 자본주의 국가들이 규제가 많고 세율이 높았던 1950년대에서 1970년대 사이에 가장 빨리 성장했다는 사실을 알고 나면, 세금과 관료주의를 줄여야 성장을 촉진할 수 있다는 견해에 곧바로 비판적인 시각을 갖게 될 것이다. -3장 우리는 어떻게 여기에 도달했는가? 55쪽
헤크셰르-올린-새뮤얼슨 이론에서는 모든 나라가 기술적, 조직적으로 모든 것을 생산할 능력이 있다고 가정하고 논의를 시작한다. 각 나라가 특화할 제품을 다르게 선택하는 것은 단지 제품마다 생산에 필요한 자본과 노동의 조합이 다르고, 나라마다 가지고 있는 자본과 노동의 상대적인 양이 다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가정은 결국 비현실적인 결론으로 이어진다. 즉 과테말라가 BMW 같은 차를 만들지 않는 것은 생산할 능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그것을 생산하는 것이 경제적이지 않아서인데, BMW를 생산하려면 자본이 많이 들고 노동력은 조금 드는 반면 과테말라는 노동력은 풍부하고 자본은 조금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말이다. -4장 백화제방 123쪽
빌프레도 파레토(1848~1923)는 독립 의지를 가진 모든 개인의 권리를 존중한다면 사회 구성원 가운데 누구의 상황도 나빠지지 않으면서 일부의 상황이 나아져야만 그 사회적 변화를 개선이라고 부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다수의 이익’이라는 명목하에 더 이상 개인의 희생이 없어야 한다는 견해인데, 파레토 기준(Pareto criterion)이라 부르는 이 개념은 현대 신고전주의 경제학에서 사회의 개선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실제 세상에서 누구에게도 피해를 입히지 않는 변화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파레토 기준은 사실상 현상을 유지하고 어떤 것에도 개입하지 않는 자유방임주의적 태도를 정당화하는 처방이 되고 말았다. 파레토 기준을 채용함으로써 신고전주의 학파는 굉장히 보수적인 성향을 띠게 되었다. -4장 백화제방 126~127쪽
고전주의를 계승했다고 자처하는 신고전주의 학파보다 고전주의 이론을 진정으로 계승한 것이 마르크스학파이다. 마르크스학파는 노동 가치론을 채택한 반면 신고전주의는 이 이론을 노골적으로 부정한다. 또 마르크스학파는 생산에 초점을 맞추는 반면 신고전주의에서는 소비와 교환이 주 관심 대상이다. 마르크스학파는 경제 체제가 개인보다는 계급으로 이루어졌다고 주장하는데, 이는 신고전주의가 거부한 또 하나의 고전주의적 요소이다. 고전주의 경제학을 발전시키는 과정에서 마르크스와 그의 추종자들은 이복형제인 신고전주의와는 많이 다른 경제학을 만들어 냈다. -4장 백화제방 132쪽
정부 실패의 가능성을 생각하면, 국가를 구석으로 밀어내고 중앙은행과 같이 꼭 필요한 기구에 정치적 독립성을 부여해 경제를 탈정치화하는 것이 좋은 생각처럼 들릴 수도 있다.
그러나 그렇게 해서 그 영향력을 줄여야 한다고 하는 ‘정치’라는 것이 과연 무엇인가? 민주 국가에서 정치란 국민이 끼치는 영향력에 다름 아니다. 시장은 ‘1원 1표’ 원칙으로 움직이는 반면 민주 정치는 ‘1인 1표’ 원칙으로 움직인다. 따라서 민주 사회에서 경제를 탈정치화 하자는 것은, 결국 돈을 더 많이 가진 사람들에게 사회를 움직이는 힘을 더 많이 주자는 반민주적인 주장이다. -11장 리바이어던 아니면 철인 왕? 381쪽
경제학은 정치적 논쟁이다. 과학이 아니고, 앞으로도 과학이 될 수 없다. 경제학에는 정치적, 도덕적 판단으로부터 자유로운 상태에서 확립될 수 있는 객관적 진실이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경제학적 논쟁을 대할 때 우리는 다음과 같은 오래된 질문을 던져야 한다. “Cui bono(누가 이득을 보는가)?” 로마의 정치인이자 유명한 웅변가였던 마르쿠스 툴리우스 키케로의 말이다. -에필로그: 그래서 이제는? 435쪽
그러나 경제학이 물리학이나 화학 같은 의미의 과학이 되는 것은 불가능하다. (중략) 화학에서 다루는 분자나 물리에서 다루는 물체와는 달리 인간은 자유 의지를 가진 존재이기 때문이다.
경제 문제에 정답이 하나만 있는 것이 아니라면 우리는 더 이상 이 문제를 전문가들 손에만 맡겨 둘 수 없다. 즉 책임 있는 시민은 모두 어느 정도 경제학적 지식을 갖춰야 된다는 의미이다. 그렇다고 해서 두꺼운 경제학 교과서를 읽으면서 특정 경제학의 시각을 무조건적으로 흡수하라는 말은 아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다양한 경제학적 논쟁이 존재한다는 것을 인식하고, 특정 경제 상황과 특정 도덕적 가치 및 정치적 목표하에서는 어떤 경제학적 시각이 가장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는지를 판단할 수 있는 비판적 시각을 갖출 수 있도록 경제학을 배우는 일이다. 이를 위해서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식으로 경제학을 이야기하는 책이 필요하다. 나는 이 책이 바로 그런 책이라고 믿는다. -프롤로그 귀찮게 뭘…? 15쪽
현대에는 사고파는 것이 불가능한 많은 것들, 예를 들어 인간(노예), 아동 노동, 관직 등이 옛날에는 시장에서 합법적으로 거래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나면, ‘자유 시장’의 경계가 시대를 초월하는 과학적 방법에 의해 정해진 것이라는 생각을 버리고, 우리가 현재 당연시하는 시장의 경계 또한 달라질 수 있음을 받아들이게 될 것이다. 선진 자본주의 국가들이 규제가 많고 세율이 높았던 1950년대에서 1970년대 사이에 가장 빨리 성장했다는 사실을 알고 나면, 세금과 관료주의를 줄여야 성장을 촉진할 수 있다는 견해에 곧바로 비판적인 시각을 갖게 될 것이다. -3장 우리는 어떻게 여기에 도달했는가? 55쪽
헤크셰르-올린-새뮤얼슨 이론에서는 모든 나라가 기술적, 조직적으로 모든 것을 생산할 능력이 있다고 가정하고 논의를 시작한다. 각 나라가 특화할 제품을 다르게 선택하는 것은 단지 제품마다 생산에 필요한 자본과 노동의 조합이 다르고, 나라마다 가지고 있는 자본과 노동의 상대적인 양이 다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가정은 결국 비현실적인 결론으로 이어진다. 즉 과테말라가 BMW 같은 차를 만들지 않는 것은 생산할 능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그것을 생산하는 것이 경제적이지 않아서인데, BMW를 생산하려면 자본이 많이 들고 노동력은 조금 드는 반면 과테말라는 노동력은 풍부하고 자본은 조금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말이다. -4장 백화제방 123쪽
빌프레도 파레토(1848~1923)는 독립 의지를 가진 모든 개인의 권리를 존중한다면 사회 구성원 가운데 누구의 상황도 나빠지지 않으면서 일부의 상황이 나아져야만 그 사회적 변화를 개선이라고 부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다수의 이익’이라는 명목하에 더 이상 개인의 희생이 없어야 한다는 견해인데, 파레토 기준(Pareto criterion)이라 부르는 이 개념은 현대 신고전주의 경제학에서 사회의 개선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실제 세상에서 누구에게도 피해를 입히지 않는 변화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파레토 기준은 사실상 현상을 유지하고 어떤 것에도 개입하지 않는 자유방임주의적 태도를 정당화하는 처방이 되고 말았다. 파레토 기준을 채용함으로써 신고전주의 학파는 굉장히 보수적인 성향을 띠게 되었다. -4장 백화제방 126~127쪽
고전주의를 계승했다고 자처하는 신고전주의 학파보다 고전주의 이론을 진정으로 계승한 것이 마르크스학파이다. 마르크스학파는 노동 가치론을 채택한 반면 신고전주의는 이 이론을 노골적으로 부정한다. 또 마르크스학파는 생산에 초점을 맞추는 반면 신고전주의에서는 소비와 교환이 주 관심 대상이다. 마르크스학파는 경제 체제가 개인보다는 계급으로 이루어졌다고 주장하는데, 이는 신고전주의가 거부한 또 하나의 고전주의적 요소이다. 고전주의 경제학을 발전시키는 과정에서 마르크스와 그의 추종자들은 이복형제인 신고전주의와는 많이 다른 경제학을 만들어 냈다. -4장 백화제방 132쪽
정부 실패의 가능성을 생각하면, 국가를 구석으로 밀어내고 중앙은행과 같이 꼭 필요한 기구에 정치적 독립성을 부여해 경제를 탈정치화하는 것이 좋은 생각처럼 들릴 수도 있다.
그러나 그렇게 해서 그 영향력을 줄여야 한다고 하는 ‘정치’라는 것이 과연 무엇인가? 민주 국가에서 정치란 국민이 끼치는 영향력에 다름 아니다. 시장은 ‘1원 1표’ 원칙으로 움직이는 반면 민주 정치는 ‘1인 1표’ 원칙으로 움직인다. 따라서 민주 사회에서 경제를 탈정치화 하자는 것은, 결국 돈을 더 많이 가진 사람들에게 사회를 움직이는 힘을 더 많이 주자는 반민주적인 주장이다. -11장 리바이어던 아니면 철인 왕? 381쪽
경제학은 정치적 논쟁이다. 과학이 아니고, 앞으로도 과학이 될 수 없다. 경제학에는 정치적, 도덕적 판단으로부터 자유로운 상태에서 확립될 수 있는 객관적 진실이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경제학적 논쟁을 대할 때 우리는 다음과 같은 오래된 질문을 던져야 한다. “Cui bono(누가 이득을 보는가)?” 로마의 정치인이자 유명한 웅변가였던 마르쿠스 툴리우스 키케로의 말이다. -에필로그: 그래서 이제는? 435쪽
--- 본문 중에서
출판사 리뷰
금융 위기 이후, 우리가 기다리던 경제학 입문서
2011년 11월 2일 미국 하버드대학 샌더스관 앞에 수십 명의 학생들이 모여 수업을 거부하고 ‘교수에게 보내는 항의 서한’을 낭독했다. “당신의 강의는 지나치게 편향되었다. 당신이 우리에게 주입하는 경제학은, 미국 사회의 빈부 격차를 영구화하고 세계 금융 위기를 유발한 그 이데올로기 아닌가.”
학생들로부터 수모를 당한 교수는 그레고리 맨큐, 다름 아닌 『맨큐의 경제학』 저자이다. 그러나 학생들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그의 책은 여전히 하버드대학은 물론 세계 많은 나라 대학에서 경제학 기본 교재로 쓰이고 있는 아이러니한 현실이다.
2008년 전 세계를 휩쓴 금융 위기 이후, 시장 만능을 설파하던 신자유주의와 이를 뒷받침해 온 신고전학파 경제학에 대한 비난과 회의감이 팽배해졌다. 대공황 이후 가장 큰 금융 위기가 터졌는데도 대다수 경제학자들은 그 원인조차 설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각 대학에서 경제학 커리큘럼을 바꾸자는 움직임이 ‘다원주의적 경제학을 위한 국제 학생 운동(International Student Initiative for Pluralist Economics)’으로 번졌다. 산업계와 정책 현장에서도 주류 경제학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경제학의 기본 체계를 정확히 어디서부터 어떻게 바꿔야 하는지에 관해서는 누구도 쉽게 의견을 내지 못하고 있다.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는 이런 상황에 딱 맞춘 경제학 입문서이다. 『맨큐의 경제학』처럼 경제학자의 이름을 내세운 또 하나의 경제학 책이 아니다. 현실의 벽에 부딪친, 아니 현실을 호도해 온 경제학을 근본부터 뒤집는 ‘새로운 경제학 교과서’이자, 일부 경제학자들의 전유물이나 지적 유희 대상으로 전락한 경제라는 학문을 생산과 경제 활동의 주역인 평범한 시민, 바로 우리 자신에게 되돌리려는 노력이다.
바로 이 때문에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가 25년 만에 재발간하는 펠리컨북스 시리즈의 첫 책이 되었으리라.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조지 버나드 쇼의 책으로 1937년 첫 선을 보인 펠리컨북스 시리즈는 당시 책값의 10분의 1 가격으로 문고본을 보급해 지식의 대중화를 선도했다. 이후 1989년 날개를 접었다가 올해 다시 날아오르면서 그 첫 저자로 장하준 교수를 지목한 것이다.
장하준 교수는 최근 영국 정치 평론지 『프로스펙트(PROSPECT)』가 매년 발표하는 ‘세계적 사상가(WORLD THINKER) 50인’에서 지난해 18위로 선정된 데 이어 올해는 위르겐 하버마스, 슬라보예 지젝보다 앞선 9위에 오르는 등 대중과 가장 가까운 경제학자 중 한 명이기도 하다.
“과학이라 자처하는 경제학에 날리는 보디블로”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는 경제란 무엇이고 경제학이란 무엇인지, 왜 지금 우리가 경제학을 알아야 하는지에서 논의를 시작한다. 장하준 교수는 ‘과학’이자 진리로 군림해 온 신고전주의 경제학이 현재의 금융 위기에 어떠한 해법도 제시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더 이상 전문가들에게만 경제를 맡겨 둘 수 없다고 말한다. 그런 만큼 평범한 시민인 우리 모두가 경제와 친해질 수 있도록 1부는 ‘경제학에 익숙해지기’로 구성되어 있다.
먼저 1장 ‘인생, 우주, 그리고 모든 것’에서는 인생, 우주,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다는 주류 경제학에 강력한 ‘보디블로’를 날린다. 이어 2장 ‘핀에서 핀 넘버까지’에서는 오늘날의 자본주의가 ‘보이지 않는 손’을 주창한 애덤 스미스가 살던 시대와 자본가, 노동자, 시스템 측면에서 얼마나 다른지를 보여 주면서 세상의 변화에 따라 경제 이론도 달라질 수밖에 없음을 역설한다. 이 변화상은 3장 ‘우리는 어떻게 여기에 도달했는가?’에서 조망할 수 있다. 1500년부터 2014년까지, 때로는 ‘거북이’처럼 때로는 ‘터보엔진’을 단 것처럼 달려온 자본주의의 변화가 눈에 잡힐 듯 생생하게 펼쳐진다.
이어 4장 ‘백화제방’에서는 경제학의 다양한 접근법을 소개한다. 오늘날 경제학계의 주류인 신고전주의 학파(N)뿐 아니라 오스트리아학파(A), 행동주의 학파(B), 고전주의 학파(C), 개발주의(D), 제도학파(I), 케인스학파(K), 마르크스학파(M), 슘페터 학파(S) 등 우리가 꼭 알아야 할 9가지 주요 경제학파를 알기 쉽게 정의한다. 먼저 각 경제학파의 핵심을 한 문장으로 요약한 뒤, 어떤 배경에서 태동했고 장점과 한계는 무엇인지 간결하게 정리해 주는데, 이를테면 신고전학파는 고도의 정확성과 명확한 논리라는 나름의 장점을 가지고 있는 반면 현 상황을 과도하게 수용함으로써 보수적인 경향을 띤다고 설명한다. 또 고전주의를 계승했다는 점에서 신고전주의와 마르크스주의는 ‘이복형제’라는 재미난 뒷이야기도 곁들여진다.
장하준 교수는 현실의 필요에 따라 우리가 여러 학파의 장단점을 취합한 ‘경제학파 칵테일’을 만들어 맛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예를 들면 자본주의의 활력과 생존 능력에 관한 다양한 견해를 맛보려면 CMSI 칵테일이, 왜 가끔은 정부 개입이 필요한지를 알고 싶으면 NDK 칵테일이 제격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모든 경제 이론은 저마다 효용이 있으며 모든 이론 위에 군림하는 ‘절대반지’ 이론은 결코 없다는 점이다.
마지막으로 5장 ‘경제의 등장인물’에서는 기업, 정부, 국제기구 등의 역할을 짚으면서 신고전주의 경제학에서 가정하는 ‘합리적이고 이기적인 개인’이 얼마나 현실과 맞지 않는지를 보여 준다.
이처럼 1부는 그간 유일한 진리로 군림하며 ‘경제학 제국주의’로 치달은 신고전학파가 수많은 이론 중 하나일 뿐임을 지적하고, 다양한 경제 이론을 필요에 따라 언제든 쓸 수 있음을 보여 줌으로써 경제학 자체에 대한 거리감을 없애 준다. 그래서 『가디언』은 이 책에 대해 “경제학 입문서이자, 참고서이자, 간략한 세계 경제사로 모두 사용할 수 있다.”면서 “과학이라 자처하는 경제학에 날리는 강력한 보디블로”라고 평했다.
가볍게, 재미있게, 가장 ‘사용자 친화적’인 가이드북
이어지는 2부는 실제 세상의 경제를 이해하는 데 경제학을 어떻게 ‘사용’할지를 보여 준다. 말 그대로 ‘사용자 가이드(User's Guide)’인 셈. 6장 ‘몇이길 원하십니까?’는 생산량, 소득, 행복에 대해서, 7장 ‘세상 모든 것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는 너무도 중요한 생산의 세계를 다루고, 8장 ‘피델리티 피두시어리 뱅크에 난리가 났어요’는 오늘날 비중이 점점 커지면서 경제의 불안 요소가 된 금융을 설명한다. 9장 ‘보리스네 염소가 그냥 고꾸라져 죽어 버렸으면’은 불평등과 빈곤 문제를 올바로 보는 시각을 제공하고, 10장 ‘일을 해 본 사람 몇 명은 알아요’는 일과 실업 문제를, 11장 ‘리바이어던 아니면 철인 왕?’은 정부의 역할을, 마지막으로 12장 ‘지대물박’은 국제 무역, 국제 수지, 초국적 기업과 외국인 직접 투자, 이민 등 국제 경제의 제반 문제를 다룬다.
따라서 각 장에는 적지 않은 숫자들이 등장한다. 그러나 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다. 경제학 공포증을 유발하는 복잡한 수식이나 함수, 그래프가 아니라 경제 현실을 알 수 있도록 딱 필요한 만큼의 숫자만 보여 주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빈곤을 이야기할 때는 세계 인구 5명 중 1명이 하루 1.25달러도 안 되는 돈으로 살고 있으며, 그들 대다수는 우리 생각과 달리 가난한 나라가 아니라 중국, 인도 같은 개발도상국 주민이라고 설명한다.
또 장하준 교수는 고차원적인 경제 수학 대신 행동 재무학, 진화 경제학 등 제반 경제 이론이 거둔 성과와 경험은 물론이고 심리학, 영화 등 누구에게나 친숙한 사례를 활용해 경제를 전혀 모르는 독자라도 쉽고 재미있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한다. 예를 들어, 행복도 연구를 방해하는 ‘적응된 선호’와 허위의식의 문제는 이솝우화의 ‘여우와 포도’ 이야기와 영화 〈매트릭스〉를 통해 풀어낸다.
이 책이 얼마나 ‘사용자 친화적’인지는 거의 대부분의 대학에서 경제학 개론서로 쓰이는 『맨큐의 경제학』과 목차만 비교해 보아도 드러난다. 『맨큐의 경제학』은 서론에 이어 ‘제2부 시장의 작동원리’로 본론을 전개하고 ‘제3부 시장과 경제적 후생’, ‘제4부 공공경제학’ 순서로 나아가며 추상적인 시장 논의에서 출발한다. 반면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는 경제활동을 하는 시민들이 피부로 느끼고 중요하게 여기는 일, 소득, 행복 등을 일상의 언어로 설명해 사용자가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해 준다.
현실 경제에 불만이 있어도 경제학이 너무 어려워 차마 도전할 엄두를 못 냈던 사람이라면 이제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을 통해 그 답답함을 해소할 수 있다. 자전거를 배우듯 새 스마트폰 사용법을 익히듯, 한 장 한 장 읽다 보면 마지막 페이지를 넘길 즈음에는 실제 경제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감’을 잡게 될 것이다.
2011년 11월 2일 미국 하버드대학 샌더스관 앞에 수십 명의 학생들이 모여 수업을 거부하고 ‘교수에게 보내는 항의 서한’을 낭독했다. “당신의 강의는 지나치게 편향되었다. 당신이 우리에게 주입하는 경제학은, 미국 사회의 빈부 격차를 영구화하고 세계 금융 위기를 유발한 그 이데올로기 아닌가.”
학생들로부터 수모를 당한 교수는 그레고리 맨큐, 다름 아닌 『맨큐의 경제학』 저자이다. 그러나 학생들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그의 책은 여전히 하버드대학은 물론 세계 많은 나라 대학에서 경제학 기본 교재로 쓰이고 있는 아이러니한 현실이다.
2008년 전 세계를 휩쓴 금융 위기 이후, 시장 만능을 설파하던 신자유주의와 이를 뒷받침해 온 신고전학파 경제학에 대한 비난과 회의감이 팽배해졌다. 대공황 이후 가장 큰 금융 위기가 터졌는데도 대다수 경제학자들은 그 원인조차 설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각 대학에서 경제학 커리큘럼을 바꾸자는 움직임이 ‘다원주의적 경제학을 위한 국제 학생 운동(International Student Initiative for Pluralist Economics)’으로 번졌다. 산업계와 정책 현장에서도 주류 경제학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경제학의 기본 체계를 정확히 어디서부터 어떻게 바꿔야 하는지에 관해서는 누구도 쉽게 의견을 내지 못하고 있다.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는 이런 상황에 딱 맞춘 경제학 입문서이다. 『맨큐의 경제학』처럼 경제학자의 이름을 내세운 또 하나의 경제학 책이 아니다. 현실의 벽에 부딪친, 아니 현실을 호도해 온 경제학을 근본부터 뒤집는 ‘새로운 경제학 교과서’이자, 일부 경제학자들의 전유물이나 지적 유희 대상으로 전락한 경제라는 학문을 생산과 경제 활동의 주역인 평범한 시민, 바로 우리 자신에게 되돌리려는 노력이다.
바로 이 때문에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가 25년 만에 재발간하는 펠리컨북스 시리즈의 첫 책이 되었으리라.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조지 버나드 쇼의 책으로 1937년 첫 선을 보인 펠리컨북스 시리즈는 당시 책값의 10분의 1 가격으로 문고본을 보급해 지식의 대중화를 선도했다. 이후 1989년 날개를 접었다가 올해 다시 날아오르면서 그 첫 저자로 장하준 교수를 지목한 것이다.
장하준 교수는 최근 영국 정치 평론지 『프로스펙트(PROSPECT)』가 매년 발표하는 ‘세계적 사상가(WORLD THINKER) 50인’에서 지난해 18위로 선정된 데 이어 올해는 위르겐 하버마스, 슬라보예 지젝보다 앞선 9위에 오르는 등 대중과 가장 가까운 경제학자 중 한 명이기도 하다.
“과학이라 자처하는 경제학에 날리는 보디블로”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는 경제란 무엇이고 경제학이란 무엇인지, 왜 지금 우리가 경제학을 알아야 하는지에서 논의를 시작한다. 장하준 교수는 ‘과학’이자 진리로 군림해 온 신고전주의 경제학이 현재의 금융 위기에 어떠한 해법도 제시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더 이상 전문가들에게만 경제를 맡겨 둘 수 없다고 말한다. 그런 만큼 평범한 시민인 우리 모두가 경제와 친해질 수 있도록 1부는 ‘경제학에 익숙해지기’로 구성되어 있다.
먼저 1장 ‘인생, 우주, 그리고 모든 것’에서는 인생, 우주,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다는 주류 경제학에 강력한 ‘보디블로’를 날린다. 이어 2장 ‘핀에서 핀 넘버까지’에서는 오늘날의 자본주의가 ‘보이지 않는 손’을 주창한 애덤 스미스가 살던 시대와 자본가, 노동자, 시스템 측면에서 얼마나 다른지를 보여 주면서 세상의 변화에 따라 경제 이론도 달라질 수밖에 없음을 역설한다. 이 변화상은 3장 ‘우리는 어떻게 여기에 도달했는가?’에서 조망할 수 있다. 1500년부터 2014년까지, 때로는 ‘거북이’처럼 때로는 ‘터보엔진’을 단 것처럼 달려온 자본주의의 변화가 눈에 잡힐 듯 생생하게 펼쳐진다.
이어 4장 ‘백화제방’에서는 경제학의 다양한 접근법을 소개한다. 오늘날 경제학계의 주류인 신고전주의 학파(N)뿐 아니라 오스트리아학파(A), 행동주의 학파(B), 고전주의 학파(C), 개발주의(D), 제도학파(I), 케인스학파(K), 마르크스학파(M), 슘페터 학파(S) 등 우리가 꼭 알아야 할 9가지 주요 경제학파를 알기 쉽게 정의한다. 먼저 각 경제학파의 핵심을 한 문장으로 요약한 뒤, 어떤 배경에서 태동했고 장점과 한계는 무엇인지 간결하게 정리해 주는데, 이를테면 신고전학파는 고도의 정확성과 명확한 논리라는 나름의 장점을 가지고 있는 반면 현 상황을 과도하게 수용함으로써 보수적인 경향을 띤다고 설명한다. 또 고전주의를 계승했다는 점에서 신고전주의와 마르크스주의는 ‘이복형제’라는 재미난 뒷이야기도 곁들여진다.
장하준 교수는 현실의 필요에 따라 우리가 여러 학파의 장단점을 취합한 ‘경제학파 칵테일’을 만들어 맛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예를 들면 자본주의의 활력과 생존 능력에 관한 다양한 견해를 맛보려면 CMSI 칵테일이, 왜 가끔은 정부 개입이 필요한지를 알고 싶으면 NDK 칵테일이 제격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모든 경제 이론은 저마다 효용이 있으며 모든 이론 위에 군림하는 ‘절대반지’ 이론은 결코 없다는 점이다.
마지막으로 5장 ‘경제의 등장인물’에서는 기업, 정부, 국제기구 등의 역할을 짚으면서 신고전주의 경제학에서 가정하는 ‘합리적이고 이기적인 개인’이 얼마나 현실과 맞지 않는지를 보여 준다.
이처럼 1부는 그간 유일한 진리로 군림하며 ‘경제학 제국주의’로 치달은 신고전학파가 수많은 이론 중 하나일 뿐임을 지적하고, 다양한 경제 이론을 필요에 따라 언제든 쓸 수 있음을 보여 줌으로써 경제학 자체에 대한 거리감을 없애 준다. 그래서 『가디언』은 이 책에 대해 “경제학 입문서이자, 참고서이자, 간략한 세계 경제사로 모두 사용할 수 있다.”면서 “과학이라 자처하는 경제학에 날리는 강력한 보디블로”라고 평했다.
가볍게, 재미있게, 가장 ‘사용자 친화적’인 가이드북
이어지는 2부는 실제 세상의 경제를 이해하는 데 경제학을 어떻게 ‘사용’할지를 보여 준다. 말 그대로 ‘사용자 가이드(User's Guide)’인 셈. 6장 ‘몇이길 원하십니까?’는 생산량, 소득, 행복에 대해서, 7장 ‘세상 모든 것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는 너무도 중요한 생산의 세계를 다루고, 8장 ‘피델리티 피두시어리 뱅크에 난리가 났어요’는 오늘날 비중이 점점 커지면서 경제의 불안 요소가 된 금융을 설명한다. 9장 ‘보리스네 염소가 그냥 고꾸라져 죽어 버렸으면’은 불평등과 빈곤 문제를 올바로 보는 시각을 제공하고, 10장 ‘일을 해 본 사람 몇 명은 알아요’는 일과 실업 문제를, 11장 ‘리바이어던 아니면 철인 왕?’은 정부의 역할을, 마지막으로 12장 ‘지대물박’은 국제 무역, 국제 수지, 초국적 기업과 외국인 직접 투자, 이민 등 국제 경제의 제반 문제를 다룬다.
따라서 각 장에는 적지 않은 숫자들이 등장한다. 그러나 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다. 경제학 공포증을 유발하는 복잡한 수식이나 함수, 그래프가 아니라 경제 현실을 알 수 있도록 딱 필요한 만큼의 숫자만 보여 주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빈곤을 이야기할 때는 세계 인구 5명 중 1명이 하루 1.25달러도 안 되는 돈으로 살고 있으며, 그들 대다수는 우리 생각과 달리 가난한 나라가 아니라 중국, 인도 같은 개발도상국 주민이라고 설명한다.
또 장하준 교수는 고차원적인 경제 수학 대신 행동 재무학, 진화 경제학 등 제반 경제 이론이 거둔 성과와 경험은 물론이고 심리학, 영화 등 누구에게나 친숙한 사례를 활용해 경제를 전혀 모르는 독자라도 쉽고 재미있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한다. 예를 들어, 행복도 연구를 방해하는 ‘적응된 선호’와 허위의식의 문제는 이솝우화의 ‘여우와 포도’ 이야기와 영화 〈매트릭스〉를 통해 풀어낸다.
이 책이 얼마나 ‘사용자 친화적’인지는 거의 대부분의 대학에서 경제학 개론서로 쓰이는 『맨큐의 경제학』과 목차만 비교해 보아도 드러난다. 『맨큐의 경제학』은 서론에 이어 ‘제2부 시장의 작동원리’로 본론을 전개하고 ‘제3부 시장과 경제적 후생’, ‘제4부 공공경제학’ 순서로 나아가며 추상적인 시장 논의에서 출발한다. 반면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는 경제활동을 하는 시민들이 피부로 느끼고 중요하게 여기는 일, 소득, 행복 등을 일상의 언어로 설명해 사용자가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해 준다.
현실 경제에 불만이 있어도 경제학이 너무 어려워 차마 도전할 엄두를 못 냈던 사람이라면 이제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을 통해 그 답답함을 해소할 수 있다. 자전거를 배우듯 새 스마트폰 사용법을 익히듯, 한 장 한 장 읽다 보면 마지막 페이지를 넘길 즈음에는 실제 경제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감’을 잡게 될 것이다.
'30.자본.경제.기업. (독서>책소개) > 1.경제상식' 카테고리의 다른 글
힘든 시대를 위한 좋은 경제학1.2 (에스테르 뒤플로.아비지트 베너지) (0) | 2022.10.09 |
---|---|
가난한 사람이 더 합리적이다 (아비지트 베너지) (0) | 2022.10.09 |
행동경제학 (2021 리처드 탈러) - 마음과 행동을 바꾸는 선택 설계의 힘 (0) | 2022.10.09 |
상식 밖의 경제학 (0) | 2022.10.09 |
경제학 콘서트 (0) | 2022.10.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