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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들뢰즈에 관한 연구로 벨기에 루뱅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지속적으로 현대 철학 연구에 몰두해 온 서동욱 교수의 신간이다. 저자는 그간 철학서, 시집, 에세이, 문학 비평 등을 통해 여러 방면에서 독자와 소통하며 현대의 다양한 쟁점들을 검토해 왔다. 이 책 『차이와 반복의 사상―들뢰즈와 하이데거』는 현대 사상의 핵심에 가닿으려는 시도의 산물이다. 철학의 중심에는 늘 존재론이 있었다. 그리고 현대 존재론을 대표하는 두 사람을 꼽자면, 하이데거와 들뢰즈이다. 약 40년의 간격을 두고 현대 존재론의 대표작이 독일과 프랑스에서 출현하는데, 하이데거의 『존재와 시간』(1927)과 들뢰즈의 『차이와 반복』(1968)이 그것이다. 흥미롭게도 이 두 책의 핵심을 이루는 공통적인 개념이 바로 ‘차이’와 ‘반복’이다. 이 두 사상가는 ‘차이’와 ‘반복’을 철학의 핵심 개념으로 제시하며 현대적 사유의 길을 열고자 한다. 저자의 표현을 빌리면 이 두 철학자는 각자의 방식으로 은행의 방어망을 뚫고서 같은 금고(金庫) 앞에 서서 마주 보게 된 두 도둑과 같다. ‘너도 이 비밀의 방까지 찾아올 수 있었네!’ 깜짝 놀라며 사람들은 두 도둑의 비밀스러운 생각에서 ‘차이’와 ‘반복’의 사상을 읽어낸다. ‘차이’와 ‘반복’을 바탕으로 우리 시대는 존재론, 정신분석, 예술철학 등의 드넓은 영역에서 놀라운 수확을 거두어들인다. 이 책은 그 수확의 기록이다.
목차
책을 펴내며: 조각난 것들의 되풀이, 차이와 반복
1장 서론: 존재와 사유
1. 고향찾기와 유목
2. 존재: 반(反) 데카르트주의, 차이
3. 사유: 사유 안의 비사유, 정신적 자동기계, 기호해독
4. 반복
2장 차이: 부정성에 맞서서
1. 차이가 근본적인가, 부정성이 근본적인가?
2. 하이데거의 부정성 비판과 차이의 근본성
3. 들뢰즈의 부정성 비판과 차이의 근본성
4. 차이의 존재론
3장 반복: 운동의 원리를 찾아서
1. 반복의 풍경들
2. 반복, 부정적 매개 없는 운동
3. 하이데거와 반복
4. 들뢰즈와 반복
5. 행위의 조건으로서 반복, 죽음
4장 보론: 가다머에서 놀이로서의 예술과 반복
-하이데거와 들뢰즈의 반복 개념과 비교
1. 반복의 사상
2. 미적 의식에 대한 비판
3. 예술작품은 놀이, 에르곤, 형성체, 변화(반복)이다
4. 반복으로서 축제
5. 놀이로서 예술의 정치: 실러와 랑시에르
6. 가다머, 하이데거, 들뢰즈의 반복 개념 비교
7. 보충적 논의: 가다머와 들뢰즈의 새로운 경험론
에필로그: 차이와 반복의 시학(詩學)
찾아보기
인명
개념
1장 서론: 존재와 사유
1. 고향찾기와 유목
2. 존재: 반(反) 데카르트주의, 차이
3. 사유: 사유 안의 비사유, 정신적 자동기계, 기호해독
4. 반복
2장 차이: 부정성에 맞서서
1. 차이가 근본적인가, 부정성이 근본적인가?
2. 하이데거의 부정성 비판과 차이의 근본성
3. 들뢰즈의 부정성 비판과 차이의 근본성
4. 차이의 존재론
3장 반복: 운동의 원리를 찾아서
1. 반복의 풍경들
2. 반복, 부정적 매개 없는 운동
3. 하이데거와 반복
4. 들뢰즈와 반복
5. 행위의 조건으로서 반복, 죽음
4장 보론: 가다머에서 놀이로서의 예술과 반복
-하이데거와 들뢰즈의 반복 개념과 비교
1. 반복의 사상
2. 미적 의식에 대한 비판
3. 예술작품은 놀이, 에르곤, 형성체, 변화(반복)이다
4. 반복으로서 축제
5. 놀이로서 예술의 정치: 실러와 랑시에르
6. 가다머, 하이데거, 들뢰즈의 반복 개념 비교
7. 보충적 논의: 가다머와 들뢰즈의 새로운 경험론
에필로그: 차이와 반복의 시학(詩學)
찾아보기
인명
개념
저자 소개
책 속으로
하이데거와 들뢰즈가 쓴 책의 이름은 서로 바꾸어도 된다. 하이데거의 존재는 ‘존재론적 차이’를 통해 접근할 수 있으며, 그가 말하는 시간은 곧 ‘반복’이다. 그래서 『존재와 시간』의 숨겨진 이름은 ‘차이와 반복’이다. 들뢰즈의 차이는 ‘존재’를 드러내는 개념이며, 반복은 이 존재가 ‘시간’ 가운데 펼쳐지는 방식이다. 그래서 『차이와 반복』의 숨겨진 이름은 ‘존재와 시간’이다. 여러 면에서 서로 매우 이질적인, 특히 정치적인 입장에선 간격을 메울 수 없이 먼 거리를 가진, 독일의 검은 숲속의 고향 찾기의 철학자와 파리의 유목적인 철학자가 ‘차이’와 ‘반복’이라는 개념 속에서 함께 하며, 또한 이 두 개념을 중심으로 존재론의 역사를 쇄신하고 있다. 차이와 반복에 대해 숙고하는 이 책은 들뢰즈와 하이데거를 통해 현대 존재론이 도달한 존재의 비밀에 몰두한다. 이는 서로 다른 수법으로 은행의 방어망을 해체하고 침투했으나 동일한 금고(金庫) 앞에 함께 서서 마주 보게 된 두 도둑의 궤적을 추적하는 일과 같다. 우리는 그 추적의 끝에 존재의 근본 이름이 왜 차이와 반복인지 이해하게 될 것이다.
--- p.8~9
들뢰즈 철학의 전개를 줄곧 곁에서 비판적으로 지켜 보아왔던 바디우는 이렇게 쓴 적이 있다. “들뢰즈는……들뢰즈 자신이 스스로 생각했던 것보다 하이데거에 훨씬 더 가깝다고 확신한다.”
--- p.17
하이데거 철학이 근원에 가닿고자 하는 ‘고향 찾기의 꿈’을 가지고 있다면, 들뢰즈 철학은 역사적으로 형성된 터전을 떠나는 ‘ 유목민의 꿈’을 가지고 있다. ‘거주’와 ‘ 유목’이 이 두 사람을 근본적으로 갈라놓고 있다. 하이데거의 예술가가 근원적인 것을 찾고자 하는 횔덜린이라면, 들뢰즈의 예술가는 보헤미아의 뿌리뽑힌 소수로서 카프카이다. 이러한 간격에도 불구하고 하이데거와 들뢰즈의 철학은 만나고 있는 걸까?
--- p.20
‘존재’뿐 아니라 ‘사유’를 해명하는 과제에서도 하이데거와 들뢰즈는 매우 긴밀한 관계를 가진다. 구체적으로 들뢰즈 사유론의 핵심 개념 가운데 하나가 ‘정신적 자동기계(automa spirituale, automate spirituel)’인데, 이 개념이 하이데거와의 관련성 속에서 제시된다. 이런 사실은, 이 개념의 기원이 스피노자와 라이프니츠에게 있고, 합리론 철학에서 핵심적인 이 개념을 들뢰즈가 『스피노자와 표현 문제』 등에서 주요하게 분석했다는 사실을 아는 이들에게는 놀랄만한 것일지도 모른다.
--- p.33
들뢰즈는 『차이와 반복』의 첫 페이지에서부터 이 저작이 하이데거와 가지는 친화성을 이렇게 명시하고 있다. “여기서 다루는 주제[차이의 문제]는 분명 이 시대에 널리 공유되어 있다. 이를 말해주는 조짐들은 많다. 하이데거는 점점 더 심각하게 존재론적 차이의 철학으로 향하고 있다.”
--- p.65
시원은 늘 다른 가면을 쓴 채 반복 속에서 나타날 뿐이기에 어떤 의미에서 모든 것은 새롭다. 그렇다면 시원 자체라는 것이 있는가?……시원 자체를 포착하는 일은 헛된 것이다. 끝 모를 과거와 끝 모를 미래로 펼쳐진, 즉 기원도 종말도 없는 반복이 있고 이 반복이 위장과 자리바꿈을 위해 쓰고 버리는 가면들이 있다.
--- p.119~120
결국 반복이 있기에, 새로운 개체와 새로운 물음이 있다. 꽃나무는 해를 반복하지만, 겨울의 모욕을 견디고 올 해 활짝 젊음을 구가하는 새 꽃 한 송이는, 자신이 작년에 동일한 겨울과 싸워 피어났던 꽃이라는 것을 알지 못한다. 전생에서 이생으로 건너온 것 같지 않은가? 오직 새로운 시작이 있다.
--- p.123
‘여기서 우리는 현대 정치 철학의 핵심 개념인 무위와 놀이로서의 예술이 만나는 지점을 확인한다.’ 근대 정치 철학에서 해방의 약속을 담보했던 것이 노동이라면, 현대에는 무위가 해방의 출구가 된다.……예술은 무위의 자격을 가지고서 현세의 파괴, 즉 구원의 길을 열 것이다.
--- p.148~149
이렇게 가다머의 예술론에서 핵심이 되는 반복 사상은 한 사상가 개인의 이론 속에 고립된 것이 아니라, 현대의 지배적 사유 형태의 일부를 이룬다. 하이데거와 들뢰즈로 대표되는 현대 존재론의 핵심을 이루는 것이 반복이다. 가다머 예술론의 반복 개념은 이 철학자들의 반복 개념과 공명을 이루며, 반복 개념 일반의 의미가 어떻게 예술이라는 고유한 영역에 자리 잡는지 확인해주고 있다.
--- p.153
예술 속에서 차이와 반복이라는 근본 원리가 삶을 드러낼 것이다. 그리고 부르짖음으로 나타나든, 무서운 표정같은 이미지가 되든, 운율에 맞춘 무녀의 동작과 더불어 육체를 얻든, 근본적인 예술이 결국 소리와 이미지와 운율의 고향인 시(詩)라면, 사유해야 하는 과제는 시학으로서의 차이와 반복일 것이다. 고단한 삶은 그릇을 집어 들어 살아있는 김이 오르는 밥을 담기도 하고, 술을 부어 죽은 이들을 애도하기도 하며, 배고픈 짐승에게 인간만이 차지해서는 안 되는 먹거리를 담아 내밀기도 한다. 그런 삶의 가장 오래된 모습은 질그릇처럼 뒹구는 시가 간직하는 것이다. 시와 만났을 때 우리는 하늘에서 떨어져 발등에 꽂힌 화살이 걸음을 대지에 묶어 놓은 듯 멈추어서고, 우리가 피 흘리고 죽을 수 있는 자라는 것을 대지에 손수건처럼 한 겹 두 겹 펼쳐지는 붉은 빛이 알려주면, 삶에 대한 생각은 시작된다.
--- p.8~9
들뢰즈 철학의 전개를 줄곧 곁에서 비판적으로 지켜 보아왔던 바디우는 이렇게 쓴 적이 있다. “들뢰즈는……들뢰즈 자신이 스스로 생각했던 것보다 하이데거에 훨씬 더 가깝다고 확신한다.”
--- p.17
하이데거 철학이 근원에 가닿고자 하는 ‘고향 찾기의 꿈’을 가지고 있다면, 들뢰즈 철학은 역사적으로 형성된 터전을 떠나는 ‘ 유목민의 꿈’을 가지고 있다. ‘거주’와 ‘ 유목’이 이 두 사람을 근본적으로 갈라놓고 있다. 하이데거의 예술가가 근원적인 것을 찾고자 하는 횔덜린이라면, 들뢰즈의 예술가는 보헤미아의 뿌리뽑힌 소수로서 카프카이다. 이러한 간격에도 불구하고 하이데거와 들뢰즈의 철학은 만나고 있는 걸까?
--- p.20
‘존재’뿐 아니라 ‘사유’를 해명하는 과제에서도 하이데거와 들뢰즈는 매우 긴밀한 관계를 가진다. 구체적으로 들뢰즈 사유론의 핵심 개념 가운데 하나가 ‘정신적 자동기계(automa spirituale, automate spirituel)’인데, 이 개념이 하이데거와의 관련성 속에서 제시된다. 이런 사실은, 이 개념의 기원이 스피노자와 라이프니츠에게 있고, 합리론 철학에서 핵심적인 이 개념을 들뢰즈가 『스피노자와 표현 문제』 등에서 주요하게 분석했다는 사실을 아는 이들에게는 놀랄만한 것일지도 모른다.
--- p.33
들뢰즈는 『차이와 반복』의 첫 페이지에서부터 이 저작이 하이데거와 가지는 친화성을 이렇게 명시하고 있다. “여기서 다루는 주제[차이의 문제]는 분명 이 시대에 널리 공유되어 있다. 이를 말해주는 조짐들은 많다. 하이데거는 점점 더 심각하게 존재론적 차이의 철학으로 향하고 있다.”
--- p.65
시원은 늘 다른 가면을 쓴 채 반복 속에서 나타날 뿐이기에 어떤 의미에서 모든 것은 새롭다. 그렇다면 시원 자체라는 것이 있는가?……시원 자체를 포착하는 일은 헛된 것이다. 끝 모를 과거와 끝 모를 미래로 펼쳐진, 즉 기원도 종말도 없는 반복이 있고 이 반복이 위장과 자리바꿈을 위해 쓰고 버리는 가면들이 있다.
--- p.119~120
결국 반복이 있기에, 새로운 개체와 새로운 물음이 있다. 꽃나무는 해를 반복하지만, 겨울의 모욕을 견디고 올 해 활짝 젊음을 구가하는 새 꽃 한 송이는, 자신이 작년에 동일한 겨울과 싸워 피어났던 꽃이라는 것을 알지 못한다. 전생에서 이생으로 건너온 것 같지 않은가? 오직 새로운 시작이 있다.
--- p.123
‘여기서 우리는 현대 정치 철학의 핵심 개념인 무위와 놀이로서의 예술이 만나는 지점을 확인한다.’ 근대 정치 철학에서 해방의 약속을 담보했던 것이 노동이라면, 현대에는 무위가 해방의 출구가 된다.……예술은 무위의 자격을 가지고서 현세의 파괴, 즉 구원의 길을 열 것이다.
--- p.148~149
이렇게 가다머의 예술론에서 핵심이 되는 반복 사상은 한 사상가 개인의 이론 속에 고립된 것이 아니라, 현대의 지배적 사유 형태의 일부를 이룬다. 하이데거와 들뢰즈로 대표되는 현대 존재론의 핵심을 이루는 것이 반복이다. 가다머 예술론의 반복 개념은 이 철학자들의 반복 개념과 공명을 이루며, 반복 개념 일반의 의미가 어떻게 예술이라는 고유한 영역에 자리 잡는지 확인해주고 있다.
--- p.153
예술 속에서 차이와 반복이라는 근본 원리가 삶을 드러낼 것이다. 그리고 부르짖음으로 나타나든, 무서운 표정같은 이미지가 되든, 운율에 맞춘 무녀의 동작과 더불어 육체를 얻든, 근본적인 예술이 결국 소리와 이미지와 운율의 고향인 시(詩)라면, 사유해야 하는 과제는 시학으로서의 차이와 반복일 것이다. 고단한 삶은 그릇을 집어 들어 살아있는 김이 오르는 밥을 담기도 하고, 술을 부어 죽은 이들을 애도하기도 하며, 배고픈 짐승에게 인간만이 차지해서는 안 되는 먹거리를 담아 내밀기도 한다. 그런 삶의 가장 오래된 모습은 질그릇처럼 뒹구는 시가 간직하는 것이다. 시와 만났을 때 우리는 하늘에서 떨어져 발등에 꽂힌 화살이 걸음을 대지에 묶어 놓은 듯 멈추어서고, 우리가 피 흘리고 죽을 수 있는 자라는 것을 대지에 손수건처럼 한 겹 두 겹 펼쳐지는 붉은 빛이 알려주면, 삶에 대한 생각은 시작된다.
--- p.160~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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