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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몇 가지 사례를 보면 알 수 있듯이 특권계급은 자신의 이익을 관철하기 위해 정치와 사회제도를 이용할 줄 아는 사람들이다.
또 정치와 사회제도는 특권계급들의 이익을 보장해주기 위해 존재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대중 또한 마찬가지다.
대중은 특권계급들의 행위에 분노하기는 하지만 “돈 걱정하지 않고 사는” 그들의 부를 동경하고, 그들이 특권을 누리는 것에 동의하기도 한다.
그들이 노력해서 얻은 것이든, 거저 얻은 것이든 상관없이 권력을 대체로 자연스럽거나 아무 의심 없이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이처럼 엘리트 특권이 유지되는 데에는 개인, 집단, 조직, 제도가 톱니바퀴처럼 연루되어 있다.
『특권계급론』은 이런 특권이 작동하는 방식을 본격 추적한다.
부와 영향력을 가진 특권계급에게 왜 사회는 혜택을 부여하는가?
엘리트 특권은 다양한 방식으로 사회에 해를 끼치는데 왜 수정되지 않는가?
엘리트들은 어떤 걸 활용해서 자신의 특권을 유지하고 재생산하는가?
엘리트들은 어떤 식으로 자신들에게 혜택이 주어져야 한다고 신호를 보내며 다른 사람들은 왜 엘리트에게 혜택을 부여하는 식으로 반응하는가?
사회제도와 정치구조는 어떤 식으로 엘리트 특권을 뒷받침해주는가?
엘리트 특권은 각기 다른 사회경제적 스펙트럼에 속하는 사람들에게 감정적, 실질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엘리트 특권과 사회적 배제, 경제적 불평등은 서로 어떤 관계인가?
『특권계급론』의 두 저자는 엘리트 특권은 하나의 조직화 원리로 작동하며, 무엇보다 엘리트 특권은 다양한 방식으로 사회에 해를 끼친다고 주장한다.
저소득층 사람들에게 가해지는 일상적인 무시와 모욕에서부터, 엘리트들이 자기들만의 네트워크를 활용해 좋은 일자리를 독차지할 때 발생하는 노동시장의 왜곡에 이르기까지 그 피해는 폭넓게 생겨난다.
가장 크게는 이 사회의 불평등을 더욱 공고하게 만든다.
특권층이 배타적 혜택을 많이 받으면 받을수록 이 사회의 불평등은 더욱 심해진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사회의 구성원들은 이 불평등한 체계를 용인하는 수준에까지 이른다.
“불평등과 엘리트 특권을 낳는 체제를 비판하는 언어와 주장을 갖춘 성인이 점점 줄어드는 가운데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불평등과 특권을 정상으로, 즉 사회의 특징이자 자신의 역할을 정의하는 기준으로 받아들이도록 배운다.”(266쪽)
목차
서문
1장. 서론: 특권은 어떻게 유지되는가
1장 요약
2장. 엘리 특권 이해하기
엘리트는 누구인가 | 특권을 인식하기 | 유용한 개념들 | 자본의 형태들 | 다른 엘리트들 | 특권 수행하기 | 계급, 엘리트, 위계 | 2장 요약
3장. 엘리트 특권의 미시정치
엘리트 신호 보내기 | 지위의 언어 | 게임의 규칙 | 특권 행사하기 | 무과시적 소비 | 특권층과 평범한 사람들의 경계 | 취향과 계급 | 3장 요약
4장. 특권의 지리학
공간의 특권화 | 특권의 온상, 엘리트의 거주지 | 축적의 장소가 된 엘리트 교외 | 도덕의 지리학 | 기다릴 필요가 없는 사람들 | 4장 요약
5장. 특권 복제하기
엘리트 사립학교와 특권의 순환 | 배타성과 특별함 | 상징자본 만들기 | 사회자본 만들기 | 문화자본 만들기 | 도덕적 탁월함 | 학업이라는 허식 | 글로벌 시민 만들기 | 특권을 정당화하는 전략들 | 5장 요약
6장. 특권의 장소들
예술과 스포츠, 특권의 전유물 | 특권을 위한 훈장 | 부유층의 장학금 독차지 | 저소득층의 삶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법부 | 6장 요약
7장. 그들이 기부를 하는 이유
자선사업의 초행위자 | 자선사업 의제 정하기 | 세계 최대 문제를 해결하는 적임자? | 사회 변화 누그러뜨리기 | 탈세를 위한 자선사업 | 계급과 권력이 작동하는 은밀한 방식 | 세습되는 문화자본 | 평판 세탁 | 7장 요약
8장. 특권의 네트워크
자본이 자본을 낳는 상층부의 네트워킹 | 노동계급 출신 성공자가 나올 수 있을까? | 젠더냐 계급이냐 | “여성혐오의 파이프라인” | 엘리트 백인 남성의 특권 | 8장 요약
9장. 특권을 감추고 정당화하기
특권을 불변하는 특징으로 인정하기 | 엘리트의 막대한 혜택 감추기 | 특권에 내재된 불공정 잊어버리기 | 특권을 위장하는 수단 | 특권층이 부를 감추는 이유 | 특권층이 자신의 출신을 감추는 이유 | 부유층의 도덕적 분투 | ‘수수한 소비자’로 감추기 | 9장 요약
10장. 계급 사이를 가르는 감정
계급과 미세차별 | 저소득층 수치심 주기 | 위를 보기, 아래를 보기 | 운동장의 특권 | 10장 요약
11장. 경제적 피해와 사회적 피해
특권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 | 계급에 감춰진 감정들 | 누가 담론을 통제하는가 | 그들은 다른 규칙을 적용받는다 | 11장 요약
12장. 특권에 이의 제기하기
부록 1. 전국 설문조사
부록 2. 포커스그룹
부록 3. 피케티, 부르디외, 그리고 특권
저자 소개
저 : 클라이브 해밀턴 (Clive Hamilton)
오스트레일리아 저자이자 학자. 저서로 《소리 없는 침공 Silent Invasion》, 《성장 집착 Growth Fetish》, 《종種의 장송곡: 우리가 기후 변화의 진실을 거부하는 이유 Requiem for a Species: Why we resist the truth about climate change》, 《반항하는 지구: 인류세人類世에 인간의 운명 Defiant Earth: The fate of human...
저 : 마이라 해밀턴 (Myra Hamilton)
시드니대학교 비즈니스스쿨의 노동조직학 부교수. 사회학자이자 사회정책학자로 젠더, 고령화, 돌봄에 중점을 두며 노동 영역의 불평등에 관한 연구를 하고 있다. 공공 정책과 직장 정책을 통해 어떻게 인생 과정 전반에 걸쳐 형평과 안녕을 구축할지를 탐구한다.
책 속으로
이 책에서 우리는 엘리트 특권을 이해하기 위해 가장 흥미로운 것은 누가 엘리트이며 엘리트가 무엇을 갖고 있는지가 아니라 특권이 작동하는 방식, 즉 부와 영향력을 가진 이들에게 이점과 혜택을 부여하는 사회적 관행과 과정이라고 주장한다.
엘리트 특권을 유지하고, 재생산하고, 정당화하는 것은 바로 이 과정과 관행이다.
따라서 우리는 엘리트 특권의 사회적 관행과 사회적 효과에 초점을 맞춘다.
--- p.18
엘리트 특권은 단순히 부와 영향력의 부산물이나 특전이 아니라 사회의 조직 원리, 사회계층을 구분하고 재생산하는 일련의 사회적 관행으로 간주되어야 한다.
이 과정의 연금술, 즉 개인 간 상호작용과 사회적 관계에서 특권이 어떻게 수행되는가 하는 것이 이 연구의 중심적 관심사다.
우리는 특권이 ‘실행’되는 통로가 되는, 사회계층을 가로지르는 일련의 개인 간, 상황적, 제도적 상호작용과 과정을 출발점으로 삼는다.
--- p.19
그중에서도 최상위 0.1퍼센트는 훨씬 더 자신들의 소득과 부를 연봉이 아니라 자본 수익-배당금, 이자, 자본 이익(양도소득)-에서 끌어낸다.
1퍼센트 아래의 상위 9퍼센트 소득자들 가운데는 “의사, 변호사, 상인, 레스토랑 주인, 기타 자영업자”가 자리한다.
하지만 주로 임금과 연봉 소득에 의지하는 한 그들은 1퍼센트의 성층권에는 올라가지 못하며 0.1퍼센트는 언감생심이다.
근로소득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 p.33
엘리트는 거의 정의상 높은 보상이 따르는 게임의 전략을 짜고 교섭하는 기술에 능숙한 사람들이다.
더 많은 자본을 활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아비투스 덕분에 ‘게임의 감각’을 갖추고 있다.
--- p.71
특권은 이런 식으로 일상적으로 실천된다.
엘리트들은 더 많은 자원이나 자본 형태를 가지고 게임에 들어오며 특권에 숙달돼 있다.
--- p.73
부유층은 경제자본을 ‘교양 있는’ 문화자본으로 전환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한다.
--- p.96
특별대우는 그냥 이루어지지 않는다. 엘리트들은 특권을 체계 안에 내장시키고 책임성을 완화하기 위해 게임의 규칙을 정하는 쪽을 선호하지만, 배타적 혜택을 받으려면 대개 특권을 원한다는 신호를 보내야 한다.
--- p.98
슈퍼리치들은 높은 소비 수준 때문에 대기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극단적인 사례를 보면, 억만장자 한 명이 평균적 개인보다 탄소 배출 책임이 100만 배 더 많다.
그들이 소유한 전용 제트기와 요트는 역시 그들 소유의 주택 몇 채보다 훨씬 많은 탄소를 배출한다.
--- p.105
특별 입장이라는 특권을 부여받는 데 익숙한 엘리트 성원들에게 상황이 완전히 바뀌어 기다려야 하는 경우가 생기면 참을 수 없는 일이 된다.
극단적인 상황을 예로 들자면, 슈퍼요트 소유자들을 가까이서 관찰한 어떤 이는 그들을 화나게 만드는 한결같은 방법은 그들을 기다리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 p.12
“걔들은 정말 버릇없어도 되는 자격을 받은 패거리다. …… 그러니 훨씬 거대한 버릇없는 녀석들이 된다!”
--- p.149
여성 평등, 인종 평등, 동성애자 권리 등을 요구하는 여러 사회운동이 1970년대 이래 상당한 진전을 이룬 한편, 부와 권력의 평등을 높이라는 요구는 원하던 성과를 얻지 못했다.
--- p.195
권력과 영향력을 가진 지위에 있는 사람들 사이에 엘리트 세계관이 부상하는 것 외에도 이런 소수 지배가 야기하는 가장 명백한 피해는 특권층 출신이 아닌 다수의 재능 있는 사람들이 점점 낮은 지위로 밀려난다는 것이다.
--- p.196
언뜻 보기에 엘리트 자선사업가들은 자신이 가진 돈의 일부를 기부하면서 권력과 특권도 일부 내준다.
하지만 실제로 엘리트 자선사업이 이타주의에 따른 행동인 경우는 드물다.
그보다는 금융자본을 다른 형태의 자본으로 전환하는 수단이다.
--- p.198
실리콘밸리의 모든 억만장자들과 마찬가지로 게이츠도 체제 변화보다는 기술적 해법을 선호한다.
게이츠는 “나는 정치학자보다는 공학자처럼 생각한다”고 선언했는데, 마치 정치학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을 공학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듯한 말이다.
초고액 기부자를 대표하는 게이츠는 기업의 방식이 가장 효과가 좋다고 믿는다.
어쨌든 그 자신이 시장에서 혁신가로서 발 빠르고 비정한 방식으로 성공을 거뒀기 때문이다.
--- p.202
그들은 정부가 할 수 없는 일을 할 수 있다. 이는 종종 투표로 뽑은 정부를 무시하는 세계관이다.
워런 버핏은 게이츠재단이 정부보다 자신의 돈을 더 현명하게 쓸 수 있다고 생각한다.
--- p.206
대체로 대기업과 엘리트가 거느린 재단은 종종 사회에서 더 커다란 헤게모니적 관계를 보전하는 방식으로 쟁점과 운동을 완화함으로써 사회 변화를 누그러뜨리는 것을 목표로 한다.
--- p.208
엘리트 자선사업은 재정 지원을 보수 성향의 단체들로 유도할 뿐만 아니라 녹색소비주의 장려 같은 덜 위협적인 영역으로 항의시위를 돌리면서 “청정 석탄” 같은 체제 보전 기술을 지원하고 그린워시 활동을 지지한다.
--- p.211
오늘날 엘리트 자선사업은 망신을 당한 대기업이나 유명인, 기업 중역들이 눈길을 사로잡는 거액을 자선단체에 기부하도록 주선하는 홍보 대행사가 짜놓은 각본의 일부다.
--- p.228
전형적인 테크 기업가의 가난뱅이에서 부자가 된 이야기-영리한 아이디어로 시작해서 차고를 사무실로 쓰는 무일푼의 스타트업에서 아이디어를 발전시키고, 투지와 자신에 대한 믿음, 행운으로 힘을 얻고, 마침내 수십억 달러를 번다는 이야기-는 꼼꼼히 조사해보면 허구임이 드러난다.
차고에서 성공한 스타트업은 대개 일을 시작하기 전부터 많은 이점을 갖고 있다.
--- p.243
한 여성은 엘리트 남학교 학생들이 특권층일수록(즉 아버지가 가진 재산과 권력이 많을수록) 여학생을 더 성적 대상으로 취급한다고 말했다.
--- p.257
실제로 사회민주주의가 쇠퇴하면서 부의 위계를 당연하게 여기는 태도가 더욱 굳건하게 뿌리내렸다.
불평등과 엘리트 특권을 낳는 체제를 비판하는 언어와 주장을 갖춘 성인이 점점 줄어드는 가운데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불평등과 특권을 정상으로, 즉 사회의 특징이자 자신의 역할을 정의하는 기준으로 받아들이도록 배운다.
--- p.266
언론에서 정치인들에 이르기까지 공적 담론은 주변부를 제외하면 사회가 구조화되고 권력이 분배되는 방식이 이미 주어진 것이며 바꿀 수 없다는 견해를 일상적으로 강화한다.
예를 들어, ‘경제’는 자체의 무자비한 논리에 따라 사람들의 운명을 결정하는 거대하고 동떨어진, 자동적 제도로 제시된다.
그리고 신자유주의가 ‘선택’을 물신화하자 개인의 선택에 대한 요구가 교육이나 보건 같은 비시장 영역에도 침투한 결과 사람들은 선택할 능력은 무시한 채 선택할 ‘자유’만 외친다.
--- p.266
대다수 사람들은 일정한 소득 격차, 심지어 큰 격차를 받아들이지만, 불공정을 받아들이는 사람은 거의 없다. 엘리트들이 남들과 다르게 특권을 누릴 때, 대다수 사람들은 이를 불공정하다고 느낀다.
--- p.267
성공이 오로지 개인의 노력 덕분이 되고 위계를 낳는 구조가 가려질 때 능력주의 담론은 사회 개념에 놀라운 영향을 미친다. 지배 엘리트의 관점이 지배적인 관점이 된다.
--- p.274
언어를 바꾼다는 것은 세계를 이해하는 방식을 바꾸는 것을 의미한다.
부유층 엘리트들은 다른 서사가 들리지 않게 만드는 방식으로 공적 담론을 주무른다.
가장 극적으로, 이런 담론 권력은 자유를 개인의 선택으로 재정의하고, 사회민주주의에 대한 호소력을 약화시키며, 경쟁적 개인주의를 지배적인 사회 모델로 만드는 식으로 활용되었다.
--- p.318
“요즘은 진보적인 친구들조차 부의 창조자, 조세 감면, 큰 정부, 소비자 민주주의, 관료적 형식주의, 보상 문화, 구직자, 복지수당 부정 수령 등에 관해 이야기한다.
하나같이 신자유주의자들이 고안하거나 장려하는 이런 용어들이 너무도 흔해진 나머지 이제 거의 중립적으로 들릴 지경이다.” 담론을 통제하는 사람이 논쟁에서 승리하는데, 부유층이 대체로 담론을 통제한다.
--- p.318
엘리트들이 부당한 혜택을 받기 위해 활용하는 불공정한 관행은 사회적 위계를 강화하면서 자격 있는 다른 사람들에게 기회가 돌아가는 것을 막는다.
능력이 성공으로 가는 경로가 되는 것을 잠식하면 사회적 억울함과 환멸이 생기면서 부유층은 다른 규칙을 따른다는 견해가 굳어진다. 엘리트들은 담론을 통제함으로써 권력을 유지한다. 사회를 이해하는 데 사용되는 언어를 둘러싼 경쟁에서 엘리트들이 승리하면, 도시 광장에서 그들의 목소리가 다른 사람들의 목소리를 압도한다.
--- p.324
출판사 리뷰
극단적 소수의 특권계급은 어떻게 세상을 지배하는가?
그들의 특권은 어떻게 유지되고 강화되는가?
이들의 특권이 강화될수록 왜 불평등은 더 악화되는가?
“엘리트의 특권과 네트워크, 사립학교가 사회 불평등의 구조와 영속화에 어떻게 기여하는지에 관한 매혹적인 연구. 무조건 읽어야 한다.”
- 토마 피케티, 『21세기 자본』 저자
특권계급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정치와 사회제도를 이용한다
“빌 게이츠와 일론 머스크 같은 상징적 인물들은 전폭적으로 지원해주는, 연줄이 좋고 부유한 가족이 있었다.
흔히 스타트업 초기 단계의 자금 동원은 가족 구성원과 친구들에게서 나온다.”(244쪽)
“일론 머스크는 부유세 제안에 강하게 반대하면서 정부가 아니라 자신 같은 기업가들이 부를 재할당하는 적임자라고 말했다.”(391쪽)
미국 대통령이 되어 다시 돌아온 도널드 트럼프는 백악관 비서실 직속 조직 정부효율부를 만들어 일론 머스크를 수장으로 앉혔다.
스페이스X·테슬라 등 6개의 회사를 거느리고 있는 머스크는 1만 명이 넘는 공무원을 해고했다.
게다가 자신이 운영하는 회사의 이익을 위해 이 부서를 활용할 수도 있다.
빌 게이츠는 자신의 재단을 통해 세계보건기구(WHO)의 예산 10%를 지원하고 있는데, 자신의 성과를 과시하기 위해 “빈국들이 코로나19 백신을 저렴하게 확보할 수 있도록 백신 특허를 미루려 한 세계보건기구의 계획을 봉쇄”(202쪽)하기도 했다.
빌 게이츠는 사실상 많은 예산을 지원한다는 이유로 세계보건기구를 통제하고 있다.
오스트레일리아의 언론과 광산 재벌인 억만장자 케리 스토크스는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 자신의 호화 별장에서 격리 생활을 하기 위해 자신의 영향력을 과시했다.
자신의 자가 격리 규칙 면제를 위해 “주총리와 비서실장, 질병관리청장, 웨스턴오스트레일리아주 보건청장, 경찰청장, 주 비상사태 책임자, 연방 재무부 장관, 그 밖에 수많은 부하 직원들”(82쪽)을 동원했다.
한국 상황도 다르지 않다. 이재용이 이끄는 삼성전자는 정부에 ‘주 52시간 근무제 면제’를 요청해 한국사회를 소용돌이치게 했다.
이재용의 ‘불법 승계 사건 항소심 무죄’를 두고 보수언론들은 ‘삼성의 잃어버린 10년’이라며 오히려 삼성과 이재용을 두둔했다.
상속세 폐지 논란도 마찬가지다. 토마 피케티는 “1970년대 이래 부유한 나라들에서 자산과 소득 불평등 상황이 악화되는 것을 분석하면서 소득 증가 속도보다 자산 증가 속도가 빠르고, 무엇보다도 상속세를 삭감하거나 폐지함으로써 새로운 세습자본주의가 등장”(327쪽)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사회는 특권층 부자들의 감세를 위해 정치권과 언론 등에서 앞장서 ‘상속세 폐지’에 나서는 모습을 보인다.
계층화와 불평등을 강화하는 특권기계
두 저자는 엘리트 특권이 하나의 조직화 원리로 작동하는 원리를 ‘특권기계’라고 칭한다.
이 특권기계는 엘리트 특권을 유지하고 재생산하고 정당화하는 체계로 작동하며, 개인, 집단, 조직, 제도는 모두 이 기계의 ‘톱니’나 ‘바퀴’ 역할을 한다.
특히 학교나 노동시장, 법률체계 등 한 나라의 중요한 제도들 대부분은 특권계급에게 배타적인 혜택과 이점을 제공하는 가장 중요한 부품 역할을 한다.
이 특권기계는 ‘능력’ 활용이라는 목표를 좌절시키면서 능력주의의 이상이 실현되는 것을 가로막고, 사회 변화를 누그러뜨리며, 불평등을 강화시킨다.
『특권계급론』은 온갖 방식으로 특권기계가 제도에 어떻게 확고하게 자리를 잡고 있으며 어떤 형태를 띠는지, 광범위한 관계와 개인 간 상호작용에서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파헤친다.
이를 위해 일반 대중과는 다른 규칙을 적용받고 살아가는 특권층의 네트워크, 거주지, 사립학교, 미시정치 등을 분석한다.
또한 특권계급의 경제자본, 사회자본, 문화자본이 어떻게 대를 이어 세습되는지도 살핀다.
“이를 살펴보면 볼수록 사회의 모든 성원이 이 기계의 한 톱니로서, 기계가 부드럽게 돌아가면서 엘리트를 위한 배타적 혜택을 생산하도록 돕는다는 것을 알게 된다.
특권기계의 내구성을 보면, 자유민주주의 사회가 끈질기게 계층화와 불공정을 유지하며 그 기계를 파괴할 때까지 계속 유지하게 되는 이유를 알 수 있다.”(21쪽)
부유층이 사회 담론을 주도하고 통제한다
“우리의 관심사는 부유층 엘리트들이 어떻게 자신의 권력과 영향력을 활용해서 부와 소득과 기회의 불평등한 분배를 떠받치는 특권을 확보하는가 하는 것이다.”(54쪽)
“요즘은 진보적인 친구들조차 부의 창조자, 조세 감면, 큰 정부, 소비자 민주주의, 관료적 형식주의, 보상 문화, 구직자, 복지수당 부정 수령 등에 관해 이야기한다.
하나같이 신자유주의자들이 고안하거나 장려하는 이런 용어들이 너무도 흔해진 나머지 이제 거의 중립적으로 들릴 지경이다.”(318쪽)
담론을 통제하는 사람이 승리자이다. 그렇다면 이 사회의 담론을 통제하고 주도하는 사람들은 누구일까? 두 저자는 “부유층이 대체로 담론을 통제한다”(318쪽)고 말한다.
가장 주요한 담론은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의 일상화다.
부유층들은 보수적인 문화, 학술, 자선 기관에 자금을 지원하면서 사회의 중요한 공적 논쟁에서 주도권을 잡는다.
“온건하거나 체제와 양립 가능한 자선단체들에 자선 지원을 하는 한편 급진적 단체들은 주변으로 밀어내는 것이다.”(210쪽)
그 결과 불평등과 사회계층화를 개인적 책임에 따른 자연스러운 결과로 보는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가 정당화된다. 환경운동 담론도 마찬가지다.
빌 게이츠 등 환경운동에 자금을 지원하는 슈퍼리치들은 “체제 변화보다는 기술적 해법을 선호”하며, “사회적, 정치적으로 온건하거나 심지어 보수적인 환경과 동물 단체에 기부하는 형식”으로 급진적인 환경운동을 소외시킨다.
이처럼 엘리트 특권계급들은 모든 행운을 독차지하고 자신에게 유리하게 체제를 작동시키는 법을 안다. 책에는 엘리트 특권계급들이 초행위자처럼 다음과 같은 담론을 주도한다고 적고 있다.
ㆍ공적 토론과 정책 의제의 조건을 정한다.
ㆍ개인의 노력과 선택이라는 이데올로기를 장려한다.
ㆍ사회운동을 더 보수적인 방향으로 이끈다.
ㆍ사회에서 부유층 엘리트의 권력을 확대한다.
ㆍ극단적 부를 자애로운 것으로 보이게 만든다.
특권계급 깨부수는 방법은?
“오늘날 부와 삶의 기회가 더욱 불평등해졌지만 이에 대해 어떤 심각한 반발도 나타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소셜미디어에서 사람들은 이 문제에 대해 분통을 터뜨리지만 아무 성과도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정의롭지 못한 현실에 대한 반발은 엘리트 특권의 인식에 대한 일종의 반응인 트럼프주의의 형태로 나타났다.”(263쪽)
그런데 이 거대한 모순은 왜 바뀌지 않는가? 무엇을 해야 바꿀 수 있을까?
우선 두 저자가 지적하는 것은 세금이다. 부유층이 가장 몰두하는 문제는 아마 자신이 내는 세금을 줄이는 일일 것이다. 이를 돕기 위해 세무 전문 변호사, 세무사, 로비스트, 막대한 순자산을 보유한 개인들을 전담하는 은행 부서, 조세 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해주는 대행사 등 온갖 산업이 생겨나고 있다.
그러나 모순적이게도 부유층이 이렇게 탈세에 성공하면, 다른 시민들이 세입 공백을 메워야 한다. 따라서 부유층에 대한 과세를 늘리고 소득과 자산 등급의 아래쪽에 있는 사람들의 권리와 보호를 향상시킴으로써 소득과 자산 분배의 균형을 바로잡아야 한다
. “OECD는 상속세가 형평성과 유효성에서 매우 긍정적인 작용을 한다는 데 동의한다.”(329쪽)
특권의 재생산은 부의 세습만이 아니라 그 가족들 사이에서 인생 초반에 시작되는 사회자본과 문화자본이 세습되는 것에도 좌우된다. 특히 상류층 전용 학교인 사립학교는 특권이 대물림되는 가장 강력한 장치다.
이 사립학교 출신들은 장학금을 독차지하고, 자신들만의 네트워크를 활용해 일반 대중들보다 더 쉽게 일자리를 얻고, 더 빨리 승진한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상류층 전용 학교에 대한 예산 지원 등 정부의 정책을 전면 수정해야 한다.
“엘리트 학교를 위한 세금 공제는 특권에 보조금을 제공할 뿐으로, 공립학교의 재정 부족이라는 상처에 윤리적 모욕을 더하기 때문에 사립학교의 자선단체 지위를 박탈해서 없애야 한다.”(330쪽)
저자는 또한 부유층과 권력층에 특별대우를 제공하라는 압력에 저항하는 공무원들이 더 많아져야 하고, 이들에게 혜택을 부여해야 한다고 말한다. 부유층과 영향력 있는 이들은 고위층 등과 아는 사이이고, 법률과 규정의 허점과 예외를 활용하는 법을 알기 때문이다.
이 밖에 저자는 사회 제도적 변화와 언론의 역할 등을 강조하고 있다.
이 책에서 두 저자는 엘리트를 부유층뿐만 아니라 정치, 관료제, 언론, 문화, 학계 등에서 영향력 있는 인물들로 규정하고 있다.
엘리트 특권은 매우 복잡한 연구 대상이다.
그러나 그들의 소비 행태와 행동, 그들의 활동에 초점이 맞춰졌을 뿐 그동안 하나의 사회 현상으로서 제대로 연구되지 않았다고 두 저자는 말하고 있다. 이들은 대중은 쉽게 접근할 수 없는 경제자본(돈), 사회자본(관계 네트워크), 문화자본(정신적, 신체적 성향과 지식), 상징자본(수상 경력 같은 구별짓기 표지)을 쌓을 수 있는 사람들이다. 자기들만의 문화와 규칙을 갖춘 장들에서 움직이며, 권력과 사회에 영향력을 발휘한다.
이 영향력을 활용해서 자신들에게 특권적 위치를 부여하는 제도를 만들고 담론을 주도한다.
이런 의미에서 특권은 권력의 한 형태이며, 이 사회는 이 특권에 저항해야 한다고 두 저자는 말한다.
저자의 말대로 이 책이 지속적인 토론과 사회 변화를 위한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이 책이 치료 효과를 넘어서 진지하고 지속적인 토론을 개시하는 계기가 되고 더 나아가 사회 변화로 이어지기를 바란다.”(5쪽)
추천평
“엘리트의 특권과 네트워크, 사립학교가 사회 불평등의 구조와 영속화에 어떻게 기여하는지에 관한 매혹적인 연구. 무조건 읽어야 한다.”
- 토마 피케티 (《21세기 자본》 저자)
“쉬운 문장으로 썼을 뿐만 아니라 분석과 증거를 두루 갖춘 이 책은 학술 문헌과 사회 비평에 크게 기여하며, 여러 나라에서 전문가와 일반 독자 모두의 관심을 끌 것이다.”
- 피터 손더스 (뉴사우스웨일스대학교)
“두 저자의 법의학적 탐구가 가진 강점은 철저한 폭로에 있다.
그들은 모든 특권을 벌거벗은 임금님으로 만들어버린다.
이 책을 읽고 나면 많은 독자가 생각에 잠길 것이다.
나쁜 건 알았지만 이렇게까지 나쁘다는 건 미처 몰랐다고.”
- 《인사이드 스토리》
“학문적 엄정함을 갖춘 클라이브와 마이라 해밀턴은 오스트레일리아에서 특권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해부한다.”
- 《시드니 모닝 헤럴드》
* 출처 : 예스24 <https://www.yes24.com/product/goods/143053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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