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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이 책은 [이것만은 알아두어야 할 일본과 조선의 100년사](平凡社, 2010)를 옮긴 것이다. 지은이 와다 하루키는 지금도 왕성하게 실천 활동을하는 일본의 양심적인 지식인이다. 그는 러시아 근현대사 및 한국 근현대사, 북한 연구 분야 등에서도 수많은 업적을 남긴 세계적인 석학이기도 하다. 그는 일본의 지식인을 대표하여, 일본의 민주주의를 강화하고 한일 관계를 비롯하여 동아시아의 평화와 화해를 위해 그 누구보다 앞장 선 인물이다.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 일본과 우리는 ‘지리적’으로 가깝다는 이유로 오랫동안 밀접한 관계를 맺을 수밖에 없었다. 가깝기 때문에 문화와 문명이 밀접히 교류되고, 경제적으로도 대단히 강한 상호의존성을 갖게 되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한반도와 일본은 메이지유신 이래 일본이 걸어온 제국주의와 보수적 경제 대국의 노선 속에서 왜곡된 관계사를 경험할 수밖에 없었다. 그 가장 큰 비극이 일본 제국주의에 의한 한반도의 식민지화였다. 지금까지 왜곡된 한일 관계의 원점에 일본의 한반도 식민지 지배가 있는 것이다. 물론 식민지 경험은 과거의 역사다. 그러나 그 과거사가 올바로 청산되지 못했다는 사실은 한반도는 물론, 일본 그 자신에게도 커다란 비극을 초래했다. 오늘날 아베 신조 정권에 이르러 양국 관계의 왜곡은 더욱 구조적인 것임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상황은 ‘용서’와 ‘화해’, ‘화평’의 미래지향적인 양국 관계로 한 걸음을 내딛기 위해서 보다 근본적인 출발 지점과 원칙이 무엇인지 적확히 재확인해야 함을 보여준다.
이러한 근본적 출발 지점을 명확히 이해하려면, 일본과 한반도 사이의 최근 100년사, 아니 1876년의 개항 이후의 100여 년의 역사를 차분하면서도 객관적으로 알아두어야 한다. 이를 위해 이 책이 중요한 기여를 할 수 있다고 본다. 이 책의 저자 와다 하루키는 한국인과 일본인 모두가 반드시 알아두어야 할 한일 간의 핵심적 사건들의 객관적 의미를 분석하고, 그 사건들을 둘러싼 양국 정부와 지식인들의 반응을 성찰적으로 정리해 보여주고 있다.
우리는 이 책을 통해서 일제의 한국병탄을 둘러싼 국제 정세, 3.1 독립선언의 한일 관계사적 의의, 김일성의 항일 운동과 그 현대사적 의미, 8.15 해방과 한일 관계, 한국전쟁과 일본, 2000년대 북한의 국가 체제와 일본 등에 대해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새로운 진실을 알게 될 것이다.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 일본과 우리는 ‘지리적’으로 가깝다는 이유로 오랫동안 밀접한 관계를 맺을 수밖에 없었다. 가깝기 때문에 문화와 문명이 밀접히 교류되고, 경제적으로도 대단히 강한 상호의존성을 갖게 되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한반도와 일본은 메이지유신 이래 일본이 걸어온 제국주의와 보수적 경제 대국의 노선 속에서 왜곡된 관계사를 경험할 수밖에 없었다. 그 가장 큰 비극이 일본 제국주의에 의한 한반도의 식민지화였다. 지금까지 왜곡된 한일 관계의 원점에 일본의 한반도 식민지 지배가 있는 것이다. 물론 식민지 경험은 과거의 역사다. 그러나 그 과거사가 올바로 청산되지 못했다는 사실은 한반도는 물론, 일본 그 자신에게도 커다란 비극을 초래했다. 오늘날 아베 신조 정권에 이르러 양국 관계의 왜곡은 더욱 구조적인 것임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상황은 ‘용서’와 ‘화해’, ‘화평’의 미래지향적인 양국 관계로 한 걸음을 내딛기 위해서 보다 근본적인 출발 지점과 원칙이 무엇인지 적확히 재확인해야 함을 보여준다.
이러한 근본적 출발 지점을 명확히 이해하려면, 일본과 한반도 사이의 최근 100년사, 아니 1876년의 개항 이후의 100여 년의 역사를 차분하면서도 객관적으로 알아두어야 한다. 이를 위해 이 책이 중요한 기여를 할 수 있다고 본다. 이 책의 저자 와다 하루키는 한국인과 일본인 모두가 반드시 알아두어야 할 한일 간의 핵심적 사건들의 객관적 의미를 분석하고, 그 사건들을 둘러싼 양국 정부와 지식인들의 반응을 성찰적으로 정리해 보여주고 있다.
우리는 이 책을 통해서 일제의 한국병탄을 둘러싼 국제 정세, 3.1 독립선언의 한일 관계사적 의의, 김일성의 항일 운동과 그 현대사적 의미, 8.15 해방과 한일 관계, 한국전쟁과 일본, 2000년대 북한의 국가 체제와 일본 등에 대해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새로운 진실을 알게 될 것이다.
목차
머리말 한국병합 100년을 되돌아보며 … 8
제1장 청일전쟁·러일전쟁부터 한국병합까지
- 《고개 위의 구름》과 메이지 일본
《고개 위의 구름》과 러일전쟁 연구 … 18
청일전쟁과 3국간섭 … 28
한반도를 둘러싼 러일협상 … 37
러일전쟁 - 개전과 강화 … 44
소설 《고개 위의 구름》의 ‘파산’ … 49
제2장 3·1 독립선언 - 한국병합을 비판하는 조선인의 사상
1975년의 감동과 발견 … 58
3·1 독립 운동은 어떻게 일어났는가 … 64
3·1 독립선언을 읽다 … 72
일본 당국의 억압과 지식인의 반응 … 77
전해지지 않은 독립선언 … 87
기초자들의 이후 삶 … 91
제3장 김일성의 만주 항일전쟁 - 무기에 의한 비판
김일성은 누구인가 … 98
기독교 민족주의자의 아들 … 103
지린의 중국인 중학생 … 106
항일유격대 활동의 개시 … 108
동북항일연군 제1로군 제2방면군 사령으로서 … 111
소련 피난에서 귀국까지 … 119
제4장 8월 15일의 일본인과 조선인 - 패전과 해방
8월 15일이란 무엇인가 … 128
종전조서 … 133
한반도와 타이완의 8·15 … 137
그날의 일본인과 조선인 … 140
일본 지식인의 조선론 … 150
일본공산당의 조선론 … 156
한반도의 분할 점령이 결정된 날 … 161
제5장 한국전쟁과 일본 - 일본인과 재일조선인
한국전쟁은 어떻게 이야기되어왔는가 … 166
기원과 개전 … 172
한국전쟁에 대한 일본인의 시각 … 186
재일조선인의 복잡한 심정 … 195
휴전 - 통일, 평화도 이루어지지 않은 채 … 201
한국전쟁이란 무엇인가 … 203
제6장 북한의 지도자 김정일과 일본
알려지지 않은 지도자 이미지 … 208
항일유격대원의 자식 … 212
청년 시절 - 유격대 국가의 연출가 … 214
개인 생활과 일본관 … 219
계승의 형태 - ‘선군 체제’ … 221
북일 국교 정상화로의 도약 … 228
김정일의 딜레마 … 239
김정일 체제의 확립과 후계자 … 244
옮기고 나서 우리에게 일본은 무엇인가 … 248
제1장 청일전쟁·러일전쟁부터 한국병합까지
- 《고개 위의 구름》과 메이지 일본
《고개 위의 구름》과 러일전쟁 연구 … 18
청일전쟁과 3국간섭 … 28
한반도를 둘러싼 러일협상 … 37
러일전쟁 - 개전과 강화 … 44
소설 《고개 위의 구름》의 ‘파산’ … 49
제2장 3·1 독립선언 - 한국병합을 비판하는 조선인의 사상
1975년의 감동과 발견 … 58
3·1 독립 운동은 어떻게 일어났는가 … 64
3·1 독립선언을 읽다 … 72
일본 당국의 억압과 지식인의 반응 … 77
전해지지 않은 독립선언 … 87
기초자들의 이후 삶 … 91
제3장 김일성의 만주 항일전쟁 - 무기에 의한 비판
김일성은 누구인가 … 98
기독교 민족주의자의 아들 … 103
지린의 중국인 중학생 … 106
항일유격대 활동의 개시 … 108
동북항일연군 제1로군 제2방면군 사령으로서 … 111
소련 피난에서 귀국까지 … 119
제4장 8월 15일의 일본인과 조선인 - 패전과 해방
8월 15일이란 무엇인가 … 128
종전조서 … 133
한반도와 타이완의 8·15 … 137
그날의 일본인과 조선인 … 140
일본 지식인의 조선론 … 150
일본공산당의 조선론 … 156
한반도의 분할 점령이 결정된 날 … 161
제5장 한국전쟁과 일본 - 일본인과 재일조선인
한국전쟁은 어떻게 이야기되어왔는가 … 166
기원과 개전 … 172
한국전쟁에 대한 일본인의 시각 … 186
재일조선인의 복잡한 심정 … 195
휴전 - 통일, 평화도 이루어지지 않은 채 … 201
한국전쟁이란 무엇인가 … 203
제6장 북한의 지도자 김정일과 일본
알려지지 않은 지도자 이미지 … 208
항일유격대원의 자식 … 212
청년 시절 - 유격대 국가의 연출가 … 214
개인 생활과 일본관 … 219
계승의 형태 - ‘선군 체제’ … 221
북일 국교 정상화로의 도약 … 228
김정일의 딜레마 … 239
김정일 체제의 확립과 후계자 … 244
옮기고 나서 우리에게 일본은 무엇인가 … 248
출판사 리뷰
우리에게 일본은 무엇인가?
이 책은 [이것만은 알아두어야 할 일본과 조선의 100년사](平凡社, 2010)를 옮긴 것이다. 지은이 와다 하루키는 지금도 왕성하게 실천 활동을하는 일본의 양심적인 지식인이다. 그는 러시아 근현대사 및 한국 근현대사, 북한 연구 분야 등에서도 수많은 업적을 남긴 세계적인 석학이기도 하다. 그는 일본의 지식인을 대표하여, 일본의 민주주의를 강화하고 한일 관계를 비롯하여 동아시아의 평화와 화해를 위해 그 누구보다 앞장 선 인물이다.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 일본과 우리는 ‘지리적’으로 가깝다는 이유로 오랫동안 밀접한 관계를 맺을 수밖에 없었다. 가깝기 때문에 문화와 문명이 밀접히 교류되고, 경제적으로도 대단히 강한 상호의존성을 갖게 되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한반도와 일본은 메이지유신 이래 일본이 걸어온 제국주의와 보수적 경제 대국의 노선 속에서 왜곡된 관계사를 경험할 수밖에 없었다. 그 가장 큰 비극이 일본 제국주의에 의한 한반도의 식민지화였다. 지금까지 왜곡된 한일 관계의 원점에 일본의 한반도 식민지 지배가 있는 것이다. 물론 식민지 경험은 과거의 역사다. 그러나 그 과거사가 올바로 청산되지 못했다는 사실은 한반도는 물론, 일본 그 자신에게도 커다란 비극을 초래했다.
잘 알다시피 메이지 이후 일본의 제국주의적 발전 노선은 한국과 타이완을 식민지로 만들었고, 만주를 필두로 중국 대륙을 유린하였고, 동남아 국가들에게도 전쟁의 참화를 강요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물론 일본의 이러한 제국주의적 발전은 일본 내부의 반민주적인 국가주의, 군사 파시즘을 전제로 한 것이었다. 일본의 제국주의적 대외 지배는 반민주적이고 파시스트적인 국내 지배를 수반했다. 일본의 대외적 지배는 결국 미국과 소련을 필두로 한 연합국과의 전쟁에서 패배함으로써 끝을 보게 된다. 일본의 패전은 그간의 일본의 왜곡된 발전관을 근본적으로 성찰하고, 새로운 일본의 발전 노선을 민주적, 평화적으로 재정립할 절호의 기회였다. 그러한 점에서 1945년부터 52년까지 일본을 점령해 패전 일본을 조형했던 미국의 책임은 막중했다.
그러나 미국의 점령 지배는 민주적인 전후 개혁과 보수적인 반공 드라이브의 착종 속에서 커다란 모순을 갖고 있는 보수 주도의 ‘전후 민주주의’를 낳았고, 대외적으로는 실용주의와 실리주의로 채색된 일본 중심의 신중상주의적 아시아관을 낳게 되었다. 일본의 외형은 바뀐 것 같지만, 여전히 일본에는 ‘2차 세계대전 이전’의 모습이 강렬하게 남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렇듯 ‘전전’의 사고와 세력을 그대로 온존한 일본과 한반도가 현대사 속에서 다시 만나게 된 것이다. 따라서 이 만남은 과거의 역사에 대한 철저한 청산, 즉 국민적 청산을 결여할 수밖에 없었고, 새로운 시대를 향한 최소한의 공감대조차 결여된 것이었다. 전후 일본과 한반도의 관계는 전전 일본의 구조를 그대로 온존한 것이었고, 이러한 왜곡된 관계는 냉전과 미국의 헤게모니 속에서, 그리고 경제 발전을 위한 실리주의 속에서 은폐되면서 더욱 강화된다. 따라서 역사 문제는 단지 역사 문제가 아니라 왜곡된 객관적인 구조를 비추어주는 한 조각의 표피적 단면이었을 뿐이다.
오늘날 아베 신조 정권에 이르러 양국 관계의 왜곡은 더욱 구조적인 것임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상황은 ‘용서’와 ‘화해’, ‘화평’의 미래지향적인 양국 관계로 한 걸음을 내딛기 위해서 보다 근본적인 출발 지점과 원칙이 무엇인지 적확히 재확인해야 함을 보여준다.
이러한 근본적 출발 지점을 명확히 이해하려면, 일본과 한반도 사이의 최근 100년사, 아니 1876년의 개항 이후의 100여 년의 역사를 차분하면서도 객관적으로 알아두어야 한다. 이를 위해 이 책이 중요한 기여를 할 수 있다고 본다. 이 책의 저자 와다 하루키는 한국인과 일본인 모두가 반드시 알아두어야 할 한일 간의 핵심적 사건들의 객관적 의미를 분석하고, 그 사건들을 둘러싼 양국 정부와 지식인들의 반응을 성찰적으로 정리해 보여주고 있다.
우리는 이 책을 통해서 일제의 한국병탄을 둘러싼 국제 정세, 3.1 독립선언의 한일 관계사적 의의, 김일성의 항일 운동과 그 현대사적 의미, 8.15 해방과 한일 관계, 한국전쟁과 일본, 2000년대 북한의 국가 체제와 일본 등에 대해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새로운 진실을 알게 될 것이다.
우선, 제1장에서는 청일전쟁·러일전쟁을 거쳐 한국병탄에 이르기까지의 일본 제국주의의 한반도 침탈 및 식민지로의 전화 과정을 일본의 국민 작가 시바 료타로가 쓴 메이지 시대의 역사 소설인 [구름 위의 언덕]을 매개로 서술하고 있다. 여기에서 와다 하루키는 한반도 식민지화를 향한 일본의 전략을 청나라와 러시아와의 이해관계의 대립을 통해 밝히고 있다. 이 과정에서 오늘날 남북 분단의 원인이 되는 38선 또는 39도선 분할 점령 구상의 역사적 기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제2장에서는 3·1 독립선언이 나오게 된 배경과 이 선언에 대한 좌우의 서로 다른 평가를 논하고 있다. 그러면서 1975년 3월 1일에 시인 김지하가 “그날 우리는 당신네 일본 민족을 단지 불구대천의 원수로 복수하려 하지 않고, 스스로의 주권과 독립을 비폭력, 평화적인 운동으로 선포함으로써 피해자인 우리 민족만이 아니라 잔인무도한 가해자 당신네 일본 민족도 동시에 구하길 염원하겠다”는 [일본 민중에 대한 제안]을 소개하고 있다. 이 장에서는 선언 운동을 통해 나타난 일본에 대한 ‘식민지 해방 설득론’의 의미와 한계에 대해 차분히 논하고 있다. 이런 비폭력 평화 노선에 대한 좌파로부터의 비판이 항일 무장 투쟁론이다.
와다 하루키는 이를 제3장에서 김일성의 만주 항일 투쟁을 중심으로 다루고 있다. 병탄 이전의 의병 투쟁, 김좌진 장군 등의 활약도 있었지만, 1937년의 보천보 전투를 통해 약관의 김일성이 민족 지도자의 반열에 오르게 되었다는 사실을 객관적으로 입증하고 있다.
제4장에서는 1945년 8월 15일의 의미, 곧 우리에게는 ‘해방’, 일본에게는 ‘패전’의 의미를 다루고 있다. 여기에서는 일본의 항복이 이루어지기까지의 과정, 천황의 항복 선언에 대한 일본, 한국, 대만에서의 의미 차이, 일본 내에서 한국인과 일본인의 상반된 8.15 인식, 일본 지식인의 판단과 대응 등을 통해, 일본의 식민지 지배가 동아시아와 일본에 야기한 커다란 인식의 갭을 성찰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남북한 분할 점령에 대한 식민지 지배의 영향 등에 대해서도 논한다.
이는 제5장에서 다루는 한국전쟁의 발발 원인과 남북한 위정자들의 정세 판단 오류도 이와 관련된다. 이 전쟁의 결과 남북 분단은 고착화되고 그 과정에서 엄청난 고통을 당한 남북한 민중은 상대에 대한 불신을 넘어 적대감을 갖게 되어 서로 철천지 원수지간이 되어버렸다.
마지막 6장에서는 김일성의 뒤를 이은 김정일에 대한 분석을 통해 북한 사회의 현황과 북일 관계의 과제 등에 대해 살펴보고 있다. 죽의 장막에 버금가는 북한에 대한 정보 부족에도 불구하고 현장과 자료 조사를 통한 객관적인 서술이 돋보인다.
이 책은 일본을 대표하는 사회과학자이자 양심적인 지식인이 한일 강제 병합 100년을 맞이해, 한국과 한반도 관계의 왜곡된 구조와 그에 대한 일본의 책임성에 대해 진지하면서도 객관적으로 논하고 있다. 이를 통해 지리적으로 가장 가까운 양 지역 관계가 올바르게 발전함에 있어서 간과되어서는 안 될 지점들을 그 어느 책보다 담담하지만 정확하게 지적해주고 있다. 약간의 시차는 있으나 이 책의 번역이 오늘날 극단적인 난관에 처해 있는 한일 관계의 올바른 재출발을 위해 기여하기를 바란다.
이 책은 [이것만은 알아두어야 할 일본과 조선의 100년사](平凡社, 2010)를 옮긴 것이다. 지은이 와다 하루키는 지금도 왕성하게 실천 활동을하는 일본의 양심적인 지식인이다. 그는 러시아 근현대사 및 한국 근현대사, 북한 연구 분야 등에서도 수많은 업적을 남긴 세계적인 석학이기도 하다. 그는 일본의 지식인을 대표하여, 일본의 민주주의를 강화하고 한일 관계를 비롯하여 동아시아의 평화와 화해를 위해 그 누구보다 앞장 선 인물이다.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 일본과 우리는 ‘지리적’으로 가깝다는 이유로 오랫동안 밀접한 관계를 맺을 수밖에 없었다. 가깝기 때문에 문화와 문명이 밀접히 교류되고, 경제적으로도 대단히 강한 상호의존성을 갖게 되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한반도와 일본은 메이지유신 이래 일본이 걸어온 제국주의와 보수적 경제 대국의 노선 속에서 왜곡된 관계사를 경험할 수밖에 없었다. 그 가장 큰 비극이 일본 제국주의에 의한 한반도의 식민지화였다. 지금까지 왜곡된 한일 관계의 원점에 일본의 한반도 식민지 지배가 있는 것이다. 물론 식민지 경험은 과거의 역사다. 그러나 그 과거사가 올바로 청산되지 못했다는 사실은 한반도는 물론, 일본 그 자신에게도 커다란 비극을 초래했다.
잘 알다시피 메이지 이후 일본의 제국주의적 발전 노선은 한국과 타이완을 식민지로 만들었고, 만주를 필두로 중국 대륙을 유린하였고, 동남아 국가들에게도 전쟁의 참화를 강요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물론 일본의 이러한 제국주의적 발전은 일본 내부의 반민주적인 국가주의, 군사 파시즘을 전제로 한 것이었다. 일본의 제국주의적 대외 지배는 반민주적이고 파시스트적인 국내 지배를 수반했다. 일본의 대외적 지배는 결국 미국과 소련을 필두로 한 연합국과의 전쟁에서 패배함으로써 끝을 보게 된다. 일본의 패전은 그간의 일본의 왜곡된 발전관을 근본적으로 성찰하고, 새로운 일본의 발전 노선을 민주적, 평화적으로 재정립할 절호의 기회였다. 그러한 점에서 1945년부터 52년까지 일본을 점령해 패전 일본을 조형했던 미국의 책임은 막중했다.
그러나 미국의 점령 지배는 민주적인 전후 개혁과 보수적인 반공 드라이브의 착종 속에서 커다란 모순을 갖고 있는 보수 주도의 ‘전후 민주주의’를 낳았고, 대외적으로는 실용주의와 실리주의로 채색된 일본 중심의 신중상주의적 아시아관을 낳게 되었다. 일본의 외형은 바뀐 것 같지만, 여전히 일본에는 ‘2차 세계대전 이전’의 모습이 강렬하게 남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렇듯 ‘전전’의 사고와 세력을 그대로 온존한 일본과 한반도가 현대사 속에서 다시 만나게 된 것이다. 따라서 이 만남은 과거의 역사에 대한 철저한 청산, 즉 국민적 청산을 결여할 수밖에 없었고, 새로운 시대를 향한 최소한의 공감대조차 결여된 것이었다. 전후 일본과 한반도의 관계는 전전 일본의 구조를 그대로 온존한 것이었고, 이러한 왜곡된 관계는 냉전과 미국의 헤게모니 속에서, 그리고 경제 발전을 위한 실리주의 속에서 은폐되면서 더욱 강화된다. 따라서 역사 문제는 단지 역사 문제가 아니라 왜곡된 객관적인 구조를 비추어주는 한 조각의 표피적 단면이었을 뿐이다.
오늘날 아베 신조 정권에 이르러 양국 관계의 왜곡은 더욱 구조적인 것임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상황은 ‘용서’와 ‘화해’, ‘화평’의 미래지향적인 양국 관계로 한 걸음을 내딛기 위해서 보다 근본적인 출발 지점과 원칙이 무엇인지 적확히 재확인해야 함을 보여준다.
이러한 근본적 출발 지점을 명확히 이해하려면, 일본과 한반도 사이의 최근 100년사, 아니 1876년의 개항 이후의 100여 년의 역사를 차분하면서도 객관적으로 알아두어야 한다. 이를 위해 이 책이 중요한 기여를 할 수 있다고 본다. 이 책의 저자 와다 하루키는 한국인과 일본인 모두가 반드시 알아두어야 할 한일 간의 핵심적 사건들의 객관적 의미를 분석하고, 그 사건들을 둘러싼 양국 정부와 지식인들의 반응을 성찰적으로 정리해 보여주고 있다.
우리는 이 책을 통해서 일제의 한국병탄을 둘러싼 국제 정세, 3.1 독립선언의 한일 관계사적 의의, 김일성의 항일 운동과 그 현대사적 의미, 8.15 해방과 한일 관계, 한국전쟁과 일본, 2000년대 북한의 국가 체제와 일본 등에 대해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새로운 진실을 알게 될 것이다.
우선, 제1장에서는 청일전쟁·러일전쟁을 거쳐 한국병탄에 이르기까지의 일본 제국주의의 한반도 침탈 및 식민지로의 전화 과정을 일본의 국민 작가 시바 료타로가 쓴 메이지 시대의 역사 소설인 [구름 위의 언덕]을 매개로 서술하고 있다. 여기에서 와다 하루키는 한반도 식민지화를 향한 일본의 전략을 청나라와 러시아와의 이해관계의 대립을 통해 밝히고 있다. 이 과정에서 오늘날 남북 분단의 원인이 되는 38선 또는 39도선 분할 점령 구상의 역사적 기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제2장에서는 3·1 독립선언이 나오게 된 배경과 이 선언에 대한 좌우의 서로 다른 평가를 논하고 있다. 그러면서 1975년 3월 1일에 시인 김지하가 “그날 우리는 당신네 일본 민족을 단지 불구대천의 원수로 복수하려 하지 않고, 스스로의 주권과 독립을 비폭력, 평화적인 운동으로 선포함으로써 피해자인 우리 민족만이 아니라 잔인무도한 가해자 당신네 일본 민족도 동시에 구하길 염원하겠다”는 [일본 민중에 대한 제안]을 소개하고 있다. 이 장에서는 선언 운동을 통해 나타난 일본에 대한 ‘식민지 해방 설득론’의 의미와 한계에 대해 차분히 논하고 있다. 이런 비폭력 평화 노선에 대한 좌파로부터의 비판이 항일 무장 투쟁론이다.
와다 하루키는 이를 제3장에서 김일성의 만주 항일 투쟁을 중심으로 다루고 있다. 병탄 이전의 의병 투쟁, 김좌진 장군 등의 활약도 있었지만, 1937년의 보천보 전투를 통해 약관의 김일성이 민족 지도자의 반열에 오르게 되었다는 사실을 객관적으로 입증하고 있다.
제4장에서는 1945년 8월 15일의 의미, 곧 우리에게는 ‘해방’, 일본에게는 ‘패전’의 의미를 다루고 있다. 여기에서는 일본의 항복이 이루어지기까지의 과정, 천황의 항복 선언에 대한 일본, 한국, 대만에서의 의미 차이, 일본 내에서 한국인과 일본인의 상반된 8.15 인식, 일본 지식인의 판단과 대응 등을 통해, 일본의 식민지 지배가 동아시아와 일본에 야기한 커다란 인식의 갭을 성찰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남북한 분할 점령에 대한 식민지 지배의 영향 등에 대해서도 논한다.
이는 제5장에서 다루는 한국전쟁의 발발 원인과 남북한 위정자들의 정세 판단 오류도 이와 관련된다. 이 전쟁의 결과 남북 분단은 고착화되고 그 과정에서 엄청난 고통을 당한 남북한 민중은 상대에 대한 불신을 넘어 적대감을 갖게 되어 서로 철천지 원수지간이 되어버렸다.
마지막 6장에서는 김일성의 뒤를 이은 김정일에 대한 분석을 통해 북한 사회의 현황과 북일 관계의 과제 등에 대해 살펴보고 있다. 죽의 장막에 버금가는 북한에 대한 정보 부족에도 불구하고 현장과 자료 조사를 통한 객관적인 서술이 돋보인다.
이 책은 일본을 대표하는 사회과학자이자 양심적인 지식인이 한일 강제 병합 100년을 맞이해, 한국과 한반도 관계의 왜곡된 구조와 그에 대한 일본의 책임성에 대해 진지하면서도 객관적으로 논하고 있다. 이를 통해 지리적으로 가장 가까운 양 지역 관계가 올바르게 발전함에 있어서 간과되어서는 안 될 지점들을 그 어느 책보다 담담하지만 정확하게 지적해주고 있다. 약간의 시차는 있으나 이 책의 번역이 오늘날 극단적인 난관에 처해 있는 한일 관계의 올바른 재출발을 위해 기여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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