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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600만 홀로코스트 희생자들을 기억하는 상징, 안네의 일기
인간성 말살의 시대를 살아간 집단 공포의 기록이자 한 소녀가 독립적으로 성장해가려는 투쟁의 기록
『안네의 일기』는 1947년 네덜란드어로 출간된 뒤 큰 성공을 거두었고, 영화와 연극으로 각색되었으며, 독일어와 영어로도 번역되었다. 그 뒤 1986년 안네의 아버지 오토 프랑크로부터 판권을 물려받은 네덜란드 국립전쟁기록연구소가 안네의 일기 ‘비판주석본’을 출간한다. 그 주석본에는 ‘판본 a’로 알려진 1차 일기와 324장의 낱장으로 된 ‘판본 b’를 비교해서 실었으며, 그동안 있었던 일기의 진위 논쟁을 포함해 프랑크 가족과 일기에 관련된 역사적인 정보도 함께 실었다.
1999년 안네 프랑크 재단의 전 대표이자 미국 홀로코스트 교육재단 센터의 회장은 오토 프랑크가 일기를 출간하기 전에 빼놓은 ‘다섯 페이지’를 자신이 갖고 있다고 발표하며, 판권을 팔아 미국에 재단을 설립할 자금을 마련하고 싶다고 밝힌다. 그리고 2000년 네덜란드에서 재단에 기부할 뜻을 밝힘으로써 다섯 페이지의 원고는 2001년 네덜란드로 돌아왔다. 그 다섯 페이지의 내용은 안네가 부모의 결혼에 대해 비판적으로 추측해서 써놓은 것과 아빠를 향한 애정의 갈구, 엄마에 대한 신랄한 표현 등이다. 그 후로 새로 출간되는 『안네의 일기』에는 빠져 있던 최종 다섯 페이지까지 모두 포함되었다. 이 책, 완전판『안네의 일기』에서는 1943년 10월 30일 자와 1944년 2월 8일 자 뒷부분의 긴 단락이 추가된 내용이다.
인간성 말살의 시대를 살아간 집단 공포의 기록이자 한 소녀가 독립적으로 성장해가려는 투쟁의 기록
『안네의 일기』는 1947년 네덜란드어로 출간된 뒤 큰 성공을 거두었고, 영화와 연극으로 각색되었으며, 독일어와 영어로도 번역되었다. 그 뒤 1986년 안네의 아버지 오토 프랑크로부터 판권을 물려받은 네덜란드 국립전쟁기록연구소가 안네의 일기 ‘비판주석본’을 출간한다. 그 주석본에는 ‘판본 a’로 알려진 1차 일기와 324장의 낱장으로 된 ‘판본 b’를 비교해서 실었으며, 그동안 있었던 일기의 진위 논쟁을 포함해 프랑크 가족과 일기에 관련된 역사적인 정보도 함께 실었다.
1999년 안네 프랑크 재단의 전 대표이자 미국 홀로코스트 교육재단 센터의 회장은 오토 프랑크가 일기를 출간하기 전에 빼놓은 ‘다섯 페이지’를 자신이 갖고 있다고 발표하며, 판권을 팔아 미국에 재단을 설립할 자금을 마련하고 싶다고 밝힌다. 그리고 2000년 네덜란드에서 재단에 기부할 뜻을 밝힘으로써 다섯 페이지의 원고는 2001년 네덜란드로 돌아왔다. 그 다섯 페이지의 내용은 안네가 부모의 결혼에 대해 비판적으로 추측해서 써놓은 것과 아빠를 향한 애정의 갈구, 엄마에 대한 신랄한 표현 등이다. 그 후로 새로 출간되는 『안네의 일기』에는 빠져 있던 최종 다섯 페이지까지 모두 포함되었다. 이 책, 완전판『안네의 일기』에서는 1943년 10월 30일 자와 1944년 2월 8일 자 뒷부분의 긴 단락이 추가된 내용이다.
목차
안네의 일기
일기 이후의 이야기
작품 해설
작가 연보
독후감―조해진(소설가)
안네 프랑크 재단
일기 이후의 이야기
작품 해설
작가 연보
독후감―조해진(소설가)
안네 프랑크 재단
책 속으로
지금까지 넌 나에게 정말이지 큰 의지가 되어주었어. 내가 규칙적으로 일기를 쓰고 있는 너, 키티 말이야. 이런 식으로 일기를 쓰니까 훨씬 더 좋은 것 같아. 일기 쓰는 시간을 기다리기가 너무 힘이 들 정도란다. 너를 데리고 와서 지금 얼마나 행복한지! --- p.9
나 같은 사람이 일기라고 이렇게 쓰고 있으니 참으로 묘한 느낌이 들어. 내가 그동안 일기 쓰는 걸 전혀 모르고 살았기 때문만이 아니라 이 세상의 어느 누구도, 나 자신은 물론이고 다른 어떤 사람도 열세 살 난 여자애의 내면세계 따위에 관심을 갖지는 않을 테니까. 그럼에도 나는 여전히 일기 쓰는 게 참으로 즐겁고, 마음속에 있는 모든 것을 털어놓는 이 자리가 너무나 좋아.
--- pp.15~16
영영 밖으로 나갈 수 없다는 생각은 시간이 갈수록 내 마음을 옥죄어와. 그건 형용할 수 없는 고통이야. 게다가 언제든지 발각되어 총살당할 수도 있으니 너무도 공포스러워. 그렇게 되는 건 당연히 그리 유쾌한 결말이 아니겠지. --- pp.45~46
어른들의 말로는 나는 어디 하나 올바른 구석이 없다는 거지. 아무리 눈을 씻고 봐도 없대. 나의 외모, 나의 성격, 내 행동거지 하나하나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에서 열까지, 조각조각 찢고, 씹고, 후벼 파고, 난도질하는 거야. 내게 전혀 익숙하지 않은 것들, 즉 무서운 꾸지람을 듣고 큰 소리로 야단을 맞아도 끽소리도 말고 복종하는 자세로 참고 있어야 한다는 거야. 난 그렇게 못 해! 나를 모욕하는 그런 행위들을 절대 가만히 앉아서 받아들일 수는 없어. 날 비난하는 사람들에게 안네 프랑크는 갓난애가 아님을 보여줄 거야. --- p.67
중요한 소식이 있는데 깜박했다. 나 아무래도 조만간에 생리를 시작할 것 같아. 속옷에 끈끈한 것이 묻은 걸 보니 그런 예감이 들어. 예전에 엄마가 미리 말을 해주었거든. 빨리 생리를 했으면 좋겠어! 내게는 참으로 중요한 문제란 말이야! --- p.90
엄마는 내가 볼 때 부족한 점이 참 많은 사람이고, 그것이 내 마음을 너무나 무겁게 만들어. 이런 내 심정을 어떻게 진정하고 다스려야 할지 나도 모르겠어. 엄마에게 당신은 지저분하고, 말투가 비비 꼬였고, 냉혹한 여자라고 정면에다 대고 쏘아붙일 수 없어. 하지만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항상 내가 죄를 다 뒤집어쓰는 것도 부당하잖아.
엄마와 나는 성격이 완전히 극과 극이야. --- p.198
오늘 난 그 애랑 다락방 창 앞 나무 의자에 걸터앉아 있는 상상을 했어. 잠시 대화를 나누다가 둘 다 울음을 터트렸지. 그리고 조금 뒤 그 애의 입술과 황홀한 뺨의 감촉을 내 얼굴에 느낀 거야! 오 페텔, 나에게로 와줘, 나를 생각해줘, 나의 소중한 페텔! --- p.234
사랑, 사랑이란 무엇일까? 나는 사랑이란 말로 완전히 표현할 수 없는 무엇이라고 생각해. 사랑이란 누군가를 이해하는 것이며, 누군가를 마음에 품는 일이야. 행운이든 불운이든 뭐든지 함께 나누면서. 지속적인 사랑은 육체적인 요소도 포함해. 뭔가를 나누고, 뭔가를 내주고, 뭔가를 받는 거지. --- p.284
내 인생을 현재의 1944년까지 고성능 확대경으로 들여다보면, 옛날 집에서 살 때가 인생의 화창한 봄이었어. 그러다 1942년에 여기 들어왔는데 그 사건은 엄청나고도 갑작스러운 전환이었고, 그다음은 매일매일 벌어지는 싸움과 비난과 갈등의 연속이었지. 나는 이해할 수가 없었어. 나로서는 기습당한 거나 마찬가지인 이 변화에 적응하면서 나를 지켜나가는 방법이 오직 당돌하게 버릇없이 구는 것뿐이었지. --- pp.295~296
어제저녁 오라녜 라디오에는 볼케슈타인 장관이 나와, 전쟁이 끝나면 이 시기에 국민들이 써놓은 일기와 편지를 모아 출간할 예정이라고 했어. 그러자 모두 당연하게 내 일기를 화제로 올리기 시
작했지. 내가 ‘은신처’라는 소설을 쓴다면 어떨까 상상해보렴. 제목만 들으면 다들 무슨 추리소설인 줄 알겠지. --- pp.342~343
글을 쓰고 있으면 모든 문제가 저절로 풀려. 근심은 사라지고 용기가 솟아오르지. 아, 궁금해 죽겠어. 나는 언젠가 정말로 위대한 작품을 쓸 수 있을까, 정말로 저널리스트나 작가가 될 수 있을까? 제발 그랬으면 좋겠어! 간절하게 바라고 또 바란단다! 글로써 내 생각, 내 이상, 내 환상, 뭐든 다 표현할 수가 있으니까. --- pp.350~351
‘도대체 왜, 무엇 때문에 전쟁을 한단 말인가? 인간은 왜 서로 평화롭게 살지 않는 것일까? 왜 모든 걸 파괴하려고 드는 걸까?’ --- p.390
사람들이 나 때문에 걱정하고 수선 피우는 건 싫어. 그러면 나는 톡톡 쏘면서 신경질적이 되었다가, 나중에는 좀 슬픈 마음이 들고, 마침내는 원래대로 돌려놓지. 즉 나쁜 안네를 밖으로 하고 좋
은 안네를 다시 안으로 넣어버리는 거야. 그런 상태로 계속 방법을 갈구하는 거야, 내가 되고 싶은 안네로 계속 남아 있을 수 있는 어떤 방법을. 만약… 만약에 이 세상에 다른 사람이 한 명도 없어진다면, 과연 그때는 가능해질까?
나 같은 사람이 일기라고 이렇게 쓰고 있으니 참으로 묘한 느낌이 들어. 내가 그동안 일기 쓰는 걸 전혀 모르고 살았기 때문만이 아니라 이 세상의 어느 누구도, 나 자신은 물론이고 다른 어떤 사람도 열세 살 난 여자애의 내면세계 따위에 관심을 갖지는 않을 테니까. 그럼에도 나는 여전히 일기 쓰는 게 참으로 즐겁고, 마음속에 있는 모든 것을 털어놓는 이 자리가 너무나 좋아.
--- pp.15~16
영영 밖으로 나갈 수 없다는 생각은 시간이 갈수록 내 마음을 옥죄어와. 그건 형용할 수 없는 고통이야. 게다가 언제든지 발각되어 총살당할 수도 있으니 너무도 공포스러워. 그렇게 되는 건 당연히 그리 유쾌한 결말이 아니겠지. --- pp.45~46
어른들의 말로는 나는 어디 하나 올바른 구석이 없다는 거지. 아무리 눈을 씻고 봐도 없대. 나의 외모, 나의 성격, 내 행동거지 하나하나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에서 열까지, 조각조각 찢고, 씹고, 후벼 파고, 난도질하는 거야. 내게 전혀 익숙하지 않은 것들, 즉 무서운 꾸지람을 듣고 큰 소리로 야단을 맞아도 끽소리도 말고 복종하는 자세로 참고 있어야 한다는 거야. 난 그렇게 못 해! 나를 모욕하는 그런 행위들을 절대 가만히 앉아서 받아들일 수는 없어. 날 비난하는 사람들에게 안네 프랑크는 갓난애가 아님을 보여줄 거야. --- p.67
중요한 소식이 있는데 깜박했다. 나 아무래도 조만간에 생리를 시작할 것 같아. 속옷에 끈끈한 것이 묻은 걸 보니 그런 예감이 들어. 예전에 엄마가 미리 말을 해주었거든. 빨리 생리를 했으면 좋겠어! 내게는 참으로 중요한 문제란 말이야! --- p.90
엄마는 내가 볼 때 부족한 점이 참 많은 사람이고, 그것이 내 마음을 너무나 무겁게 만들어. 이런 내 심정을 어떻게 진정하고 다스려야 할지 나도 모르겠어. 엄마에게 당신은 지저분하고, 말투가 비비 꼬였고, 냉혹한 여자라고 정면에다 대고 쏘아붙일 수 없어. 하지만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항상 내가 죄를 다 뒤집어쓰는 것도 부당하잖아.
엄마와 나는 성격이 완전히 극과 극이야. --- p.198
오늘 난 그 애랑 다락방 창 앞 나무 의자에 걸터앉아 있는 상상을 했어. 잠시 대화를 나누다가 둘 다 울음을 터트렸지. 그리고 조금 뒤 그 애의 입술과 황홀한 뺨의 감촉을 내 얼굴에 느낀 거야! 오 페텔, 나에게로 와줘, 나를 생각해줘, 나의 소중한 페텔! --- p.234
사랑, 사랑이란 무엇일까? 나는 사랑이란 말로 완전히 표현할 수 없는 무엇이라고 생각해. 사랑이란 누군가를 이해하는 것이며, 누군가를 마음에 품는 일이야. 행운이든 불운이든 뭐든지 함께 나누면서. 지속적인 사랑은 육체적인 요소도 포함해. 뭔가를 나누고, 뭔가를 내주고, 뭔가를 받는 거지. --- p.284
내 인생을 현재의 1944년까지 고성능 확대경으로 들여다보면, 옛날 집에서 살 때가 인생의 화창한 봄이었어. 그러다 1942년에 여기 들어왔는데 그 사건은 엄청나고도 갑작스러운 전환이었고, 그다음은 매일매일 벌어지는 싸움과 비난과 갈등의 연속이었지. 나는 이해할 수가 없었어. 나로서는 기습당한 거나 마찬가지인 이 변화에 적응하면서 나를 지켜나가는 방법이 오직 당돌하게 버릇없이 구는 것뿐이었지. --- pp.295~296
어제저녁 오라녜 라디오에는 볼케슈타인 장관이 나와, 전쟁이 끝나면 이 시기에 국민들이 써놓은 일기와 편지를 모아 출간할 예정이라고 했어. 그러자 모두 당연하게 내 일기를 화제로 올리기 시
작했지. 내가 ‘은신처’라는 소설을 쓴다면 어떨까 상상해보렴. 제목만 들으면 다들 무슨 추리소설인 줄 알겠지. --- pp.342~343
글을 쓰고 있으면 모든 문제가 저절로 풀려. 근심은 사라지고 용기가 솟아오르지. 아, 궁금해 죽겠어. 나는 언젠가 정말로 위대한 작품을 쓸 수 있을까, 정말로 저널리스트나 작가가 될 수 있을까? 제발 그랬으면 좋겠어! 간절하게 바라고 또 바란단다! 글로써 내 생각, 내 이상, 내 환상, 뭐든 다 표현할 수가 있으니까. --- pp.350~351
‘도대체 왜, 무엇 때문에 전쟁을 한단 말인가? 인간은 왜 서로 평화롭게 살지 않는 것일까? 왜 모든 걸 파괴하려고 드는 걸까?’ --- p.390
사람들이 나 때문에 걱정하고 수선 피우는 건 싫어. 그러면 나는 톡톡 쏘면서 신경질적이 되었다가, 나중에는 좀 슬픈 마음이 들고, 마침내는 원래대로 돌려놓지. 즉 나쁜 안네를 밖으로 하고 좋
은 안네를 다시 안으로 넣어버리는 거야. 그런 상태로 계속 방법을 갈구하는 거야, 내가 되고 싶은 안네로 계속 남아 있을 수 있는 어떤 방법을. 만약… 만약에 이 세상에 다른 사람이 한 명도 없어진다면, 과연 그때는 가능해질까?
--- pp.466~467
출판사 리뷰
‘책세상 세계문학’을 출간하며
새롭게 펴내는 ‘책세상 세계문학’은 이전 ‘책세상문고·세계문학’이 영미나 유럽 문학 중심의 세계문학 소개 방식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제3세계 문학에서 고전에 이르기까지 동서고금, 이념과 장르를 막론하고 문학이라 불리는 모든 형태의 텍스트를 선보였던 것과 맥을 같이한다. 지향점은 이어가되 작품 목록은 전면 재구성해, 고답적인 분위기는 덜어내고 젊고 현대적인 시각과 감각을 불어넣어 감성과 향수를 고양하는 문학으로 인식될 수 있도록 번역과 장정에 공들인 고품격 세계문학을 추구한다.
수많은 고전 가운데 걸작으로 평가받는 작품을 되도록 중역 없이 원전 완역본으로 출간할 계획이며, 누구나 부담 없이 읽어보고 싶고 소장하고 싶은 ‘제대로 만든, 함께 읽는’ 시리즈를 만들어나갈 것이다. 우리가 사는 이 시대는 속도와 효율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지만, 옛사람들의 삶과 해학, 그들의 감성이 고스란히 담긴 ‘고전문학’이 전하는 메시지로 진정한 삶의 의미와 가치를 되짚어보기 바란다. 이 시리즈를 통해 고전은 단순히 이름만으로 존재하는 낡은 이야기가 아니라, 오늘 우리와 함께 호흡하는 지성의 토대라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ㆍ원문에 충실한 정확하고 우리말다운 번역
각각의 작품 및 작가 특유의 느낌과 문체를 살리는 동시에 시대 상황을 이해함으로써 등장인물의 성격을 구분하고 정확성을 기하는 원문에 충실한 번역으로 원전 읽는 즐거움을 살리고자 했다. 이때 작가에 따라, 지문과 대화에 따라, 문체에 따라, 문맥에 따라 번역 원칙을 적용하는 정도는 달라질 수 있다. 어렵고 까다로운 한문 투와 외국어 표현은 버리고, 현대인에게 익숙하고 편안한 우리말로 옮겨 독자의 작품 몰입을 돕는다. 또 낯설거나 어려운 단어, 전문용어 등 주해가 필요한 경우는 해외 문학이라는 특성상 작품 이해를 돕기 위한 사회·역사적 설명을 각주로 달아 뜻풀이를 했다. 읽기 편하고 이해하기 쉬운 안정된 텍스트를 만들기 위해 실력이 빼어난 번역진이 작업에 참여했다. 또한 원서를 확인해가며 교정, 교열에 공을 들였고, 사실 관계를 정확하게 체크해 소홀하거나 미진한 부분이 없도록 편집에도 최선을 다했다.
ㆍ작품의 가치와 무게, 흥미와 진지함이 돋보이는 또 하나의 작품, 독후감
이미 오래전부터 여러 출판사의 다양한 세계문학전집이 출간된 시장 상황을 파악하고 ‘책세상 세계문학’만의 차별성과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으로 추천사와는 다른 성격의 ‘독후감’을 실었다. 작품을 먼저 읽은 글 잘 쓰는 ‘독자’가 자신의 시각에서 해석하고 평가하고 의미를 부여한 ‘또 하나의 작품’이라고 할 만하다. 이는 세계문학을 좋아하는 일반 독자를 비롯해 독서와 논술에 신경 써야 하는 청소년과 교사, 학부모들에게도 책을 이해하고 선택하는 데 디딤돌 역할을 해줄 것이다.
ㆍ신뢰할 수 있는 지식과 정보를 담은 작품 해설·작가 연보
고전문학 작품들에 대한 제대로 된 정보가 부족하고, 이해와 해석의 틀이 마련되지 않아 어렵게 느껴지는 부담을 덜기 위해 작가의 생애와 사상에 대한 개괄적인 설명은 물론 작품을 집필한 배경이나 의도, 작품이 탄생하기까지의 과정 등을 상세히 파악할 수 있도록 ‘작품 해설’과 ‘작가 연보’도 실었다. 작품 해설과 작가 연보는 기존의 백과사전식 정보를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번역하면서 작품에 몰두해 원저자의 의중을 다각도로 깊이 있게 헤아렸을 번역가가 직접 써서 좀 더 편안하고 인상 깊게 읽을 수 있도록 신뢰할 만한 정보를 담았다.
ㆍ작품의 개성을 살린 유니크한 디자인·장정
표지 디자인은 작품의 이미지를 떠올리는 ‘색깔’과 ‘원제의 한 글자’를 각인해 세련되고 심플하면서도 강한 느낌을 살렸으며, 표지 글 또한 이미지에 어울리게 군더더기 없는 최적의 내용만을 부각했다. 본문 디자인은 유행하는 서체를 이용해 특별함을 추구하기보다는 주제도 성격도 분량도 저마다 다른 작품의 다양성을 감안해 오래도록 편하게 읽을 수 있게 평범한 가운데 실용성을 고려했다. 띠지 디자인은 작품의 분위기에 맞는 이미지와 읽을거리가 많은 감각적이고 유니크한 콘셉트로 표지 디자인과 대비를 이루며 ‘책세상 세계문학’만의 개성을 연출하도록 했다. 여기에 지면의 집중력을 살린 판형과 탄탄한 각양장 제본으로 특별함을 더했다.
안네만의 일기가 아니라 600만 홀로코스트 희생자들을 기억하는 상징,안네의 일기
_완전판 《안네의 일기》가 출간되기까지
《안네의 일기》는 1947년 네덜란드어로 출간된 뒤 큰 성공을 거두었고, 영화와 연극으로 각색되었으며, 독일어와 영어로도 번역되었다. 그 뒤 1986년 안네의 아버지 오토 프랑크로부터 판권을 물려받은 네덜란드 국립전쟁기록연구소가 안네의 일기 ‘비판주석본’을 출간한다. 그 주석본에는 ‘판본 a’로 알려진 1차 일기와 324장의 낱장으로 된 ‘판본 b’를 비교해서 실었으며, 그동안 있었던 일기의 진위 논쟁을 포함해 프랑크 가족과 일기에 관련된 역사적인 정보도 함께 실었다.
1999년 안네 프랑크 재단의 전 대표이자 미국 홀로코스트 교육재단 센터의 회장은 오토 프랑크가 일기를 출간하기 전에 빼놓은 ‘다섯 페이지’를 자신이 갖고 있다고 발표하며, 판권을 팔아 미국에 재단을 설립할 자금을 마련하고 싶다고 밝힌다. 그리고 2000년 네덜란드에서 재단에 기부할 뜻을 밝힘으로써 다섯 페이지의 원고는 2001년 네덜란드로 돌아왔다.
그 다섯 페이지의 내용은 안네가 부모의 결혼에 대해 비판적으로 추측해서 써놓은 것과 아빠를 향한 애정의 갈구, 엄마에 대한 신랄한 표현 등이다.
그 후로 새로 출간되는 《안네의 일기》에는 빠져 있던 최종 다섯 페이지까지 모두 포함되었다. 이 책, 완전판《안네의 일기》에서는 1943년 10월 30일 자와 1944년 2월 8일 자 뒷부분의 긴 단락이 추가된 내용이다.
_인간성 말살의 시대를 살아간 집단 공포의 기록이자 한 소녀가 독립적으로 성장해가려는 투쟁의 기록
안네는 1942년 6월 12일, 열세 번째 생일 선물로 받은 일기장에 ‘키티’라는 이름을 붙여준 뒤 편지 형식의 일기를 쓰기 시작한다. 1929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난 안네에게는 아버지 오토 하인리히 프랑크와 어머니 에디트 프랑크 홀랜더, 세 살 위인 언니 마르고가 있다. 오토 프랑크는 유대인 박해가 자명해진 시기에 가족과 함께 암스테르담으로 이주해 오펙타의 네덜란드 지부를 설립하고 운영한다. 그리고 자신의 회사가 위치한 건물 뒤편 공간에 가족들과 함께 지낼 은신처를 마련한다. 이후 마르고에게 노동 수용소로의 추방령이 떨어진 다음 날인 1942년 7월 6일부터 프랑크 가족 모두 은신처로 들어가 숨어 살게 된다.
은신처에 들어올 당시에는 몇 주나 몇 달 동안만 숨어 지내면 전쟁이 끝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그들의 은신처 생활은 2년 넘게 이어졌다. 그 2년여 동안 안네의 세계는 안과 밖에서 모두 요동쳤다. 밖에서는 전쟁과 유대인 탄압 정책이 시작되면서 가슴에 노란색 별을 달아야 하고, 전차와 자동차를 이용할 수 없었으며, 어두워질 무렵부터는 거리를 다니지도 못하는 억눌린 세계가 펼쳐졌다. 앞날의 안전을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은신처 생활은 거주자 모두에게 큰 스트레스로 다가왔고, 긴장과 공포는 종종 거주자들 간의 갈등 관계를 첨예하게 만들었다. 특히 안네는 엄마와 갈등의 골이 깊었으며, 은신처에서 초경을 겪고 첫사랑의 열병도 통과한다.
다른 무엇보다《안네의 일기》의 성격을 규정해주는 가장 분명한 특성은 기질이 한없이 분방하면서도 변덕스럽고 반항심이 강한 천성을 지닌 안네가 막 사춘기의 문턱에 들어서던 시기에 일기를 썼다는 점이다. 그런 시기에 부모와 한 공간에서 오랜 시간 갇혀 지내야 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인내심을 요구하는 일일 것이다. 안네의 일기는 1944년 8월 1일에 끝난다. 안네가 열세 살이 된 날부터 2년 2개월 동안 일기를 쓴 셈이다.
1944년 8월 4일 아침 10시, 은신처에 들이닥친 나치에 의해 그들은 모두 체포되었다. 누군가가 은신처를 밀고했을 가능성이 아주 크지만, 확실한 범인은 잡히지 않았다.
1944년 9월 3일, 폴란드의 아우슈비츠로 향하는 마지막 열차에 은신처 식구들도 포함되었으며, 10월 28일 독일의 베르겐 벨젠 수용소로 이송된 안네는 베르겐 벨젠에 티푸스가 창궐하던 1945년 3월에 희생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안네 프랑크의 묘비는 베르겐 벨젠의 추모 구역에 있으나 이는 비석을 세운 것일 뿐 안네의 매장지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1957년 5월 3일, 암스테르담 프린센그라흐트 263번지의 집을 수리해 공공에게 개방하기 위해서 가족 중 유일한 아우슈비츠 생존자 오토 프랑크를 중심으로 하는 일단의 사람들이 안네 프랑크 재단을 건립했다. 은신처가 있던 프린센그라흐트 263번지는 ‘안네 프랑크 하우스’라고 불리며 1960년 5월 3일 박물관으로 개관했다.
안네의 죽음에 빚을 지다
_‘독후감’: 조해진(소설가)
안네라는 이름이 낯선 사람은 드물 것이다. … 그래서일까. 안네의 일기는 읽지 않아도 읽었다고 착각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나 역시 그런 사람들 중 한 명일지 모르겠다. 이 애매한 표현은 완벽하지 못한 기억 때문이다. 안네가 일기를 쓰던 나이, 그러니까 열세 살에서 열다섯 살 사이 어디쯤에서 나는 누군가에게서 빌린 책을 통해 안네의 문장들을 읽은 듯만 한데, 그래서 내 머릿속엔 전쟁, 다락방, 소녀, 이 세 키워드가 안네를 둘러싼 이미지로 형성되어 있긴 한데, 일기의 자세한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 것이다. 이번에 배수아 소설가가 새롭게 번역한《안네의 일기》를 읽으며 나는 내가 안네를 제대로 알았던 적이 한 번도 없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안네는 전쟁 중에 다락방에 숨어 있던 고정된 이미지 속의 가엾은 소녀가 아니라 매 순간 갈등하고 고민하며 성장했던, 작가이자 저널리스트의 꿈을 키워가던 역동적이고 구체적인 생애 속의 한 사람이라는 것을 이제 나는 알게 된 것이다.
내 글쓰기는 안네에게 빚지고 있는 셈이다. 그녀의 죽음에, 미완인 생애에, 그녀가 미처 다 쓰지 못한 수많은 이야기에. 아니, 글쓰기와 무관하게 나는 태어날 때부터 그녀에게 빚을 졌는지도 모르겠다. 이 세상의 모든 생명은, 모든 이의 삶은 죽음에 빚지고 있는 것일 테니 말이다.
새롭게 펴내는 ‘책세상 세계문학’은 이전 ‘책세상문고·세계문학’이 영미나 유럽 문학 중심의 세계문학 소개 방식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제3세계 문학에서 고전에 이르기까지 동서고금, 이념과 장르를 막론하고 문학이라 불리는 모든 형태의 텍스트를 선보였던 것과 맥을 같이한다. 지향점은 이어가되 작품 목록은 전면 재구성해, 고답적인 분위기는 덜어내고 젊고 현대적인 시각과 감각을 불어넣어 감성과 향수를 고양하는 문학으로 인식될 수 있도록 번역과 장정에 공들인 고품격 세계문학을 추구한다.
수많은 고전 가운데 걸작으로 평가받는 작품을 되도록 중역 없이 원전 완역본으로 출간할 계획이며, 누구나 부담 없이 읽어보고 싶고 소장하고 싶은 ‘제대로 만든, 함께 읽는’ 시리즈를 만들어나갈 것이다. 우리가 사는 이 시대는 속도와 효율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지만, 옛사람들의 삶과 해학, 그들의 감성이 고스란히 담긴 ‘고전문학’이 전하는 메시지로 진정한 삶의 의미와 가치를 되짚어보기 바란다. 이 시리즈를 통해 고전은 단순히 이름만으로 존재하는 낡은 이야기가 아니라, 오늘 우리와 함께 호흡하는 지성의 토대라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ㆍ원문에 충실한 정확하고 우리말다운 번역
각각의 작품 및 작가 특유의 느낌과 문체를 살리는 동시에 시대 상황을 이해함으로써 등장인물의 성격을 구분하고 정확성을 기하는 원문에 충실한 번역으로 원전 읽는 즐거움을 살리고자 했다. 이때 작가에 따라, 지문과 대화에 따라, 문체에 따라, 문맥에 따라 번역 원칙을 적용하는 정도는 달라질 수 있다. 어렵고 까다로운 한문 투와 외국어 표현은 버리고, 현대인에게 익숙하고 편안한 우리말로 옮겨 독자의 작품 몰입을 돕는다. 또 낯설거나 어려운 단어, 전문용어 등 주해가 필요한 경우는 해외 문학이라는 특성상 작품 이해를 돕기 위한 사회·역사적 설명을 각주로 달아 뜻풀이를 했다. 읽기 편하고 이해하기 쉬운 안정된 텍스트를 만들기 위해 실력이 빼어난 번역진이 작업에 참여했다. 또한 원서를 확인해가며 교정, 교열에 공을 들였고, 사실 관계를 정확하게 체크해 소홀하거나 미진한 부분이 없도록 편집에도 최선을 다했다.
ㆍ작품의 가치와 무게, 흥미와 진지함이 돋보이는 또 하나의 작품, 독후감
이미 오래전부터 여러 출판사의 다양한 세계문학전집이 출간된 시장 상황을 파악하고 ‘책세상 세계문학’만의 차별성과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으로 추천사와는 다른 성격의 ‘독후감’을 실었다. 작품을 먼저 읽은 글 잘 쓰는 ‘독자’가 자신의 시각에서 해석하고 평가하고 의미를 부여한 ‘또 하나의 작품’이라고 할 만하다. 이는 세계문학을 좋아하는 일반 독자를 비롯해 독서와 논술에 신경 써야 하는 청소년과 교사, 학부모들에게도 책을 이해하고 선택하는 데 디딤돌 역할을 해줄 것이다.
ㆍ신뢰할 수 있는 지식과 정보를 담은 작품 해설·작가 연보
고전문학 작품들에 대한 제대로 된 정보가 부족하고, 이해와 해석의 틀이 마련되지 않아 어렵게 느껴지는 부담을 덜기 위해 작가의 생애와 사상에 대한 개괄적인 설명은 물론 작품을 집필한 배경이나 의도, 작품이 탄생하기까지의 과정 등을 상세히 파악할 수 있도록 ‘작품 해설’과 ‘작가 연보’도 실었다. 작품 해설과 작가 연보는 기존의 백과사전식 정보를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번역하면서 작품에 몰두해 원저자의 의중을 다각도로 깊이 있게 헤아렸을 번역가가 직접 써서 좀 더 편안하고 인상 깊게 읽을 수 있도록 신뢰할 만한 정보를 담았다.
ㆍ작품의 개성을 살린 유니크한 디자인·장정
표지 디자인은 작품의 이미지를 떠올리는 ‘색깔’과 ‘원제의 한 글자’를 각인해 세련되고 심플하면서도 강한 느낌을 살렸으며, 표지 글 또한 이미지에 어울리게 군더더기 없는 최적의 내용만을 부각했다. 본문 디자인은 유행하는 서체를 이용해 특별함을 추구하기보다는 주제도 성격도 분량도 저마다 다른 작품의 다양성을 감안해 오래도록 편하게 읽을 수 있게 평범한 가운데 실용성을 고려했다. 띠지 디자인은 작품의 분위기에 맞는 이미지와 읽을거리가 많은 감각적이고 유니크한 콘셉트로 표지 디자인과 대비를 이루며 ‘책세상 세계문학’만의 개성을 연출하도록 했다. 여기에 지면의 집중력을 살린 판형과 탄탄한 각양장 제본으로 특별함을 더했다.
안네만의 일기가 아니라 600만 홀로코스트 희생자들을 기억하는 상징,안네의 일기
_완전판 《안네의 일기》가 출간되기까지
《안네의 일기》는 1947년 네덜란드어로 출간된 뒤 큰 성공을 거두었고, 영화와 연극으로 각색되었으며, 독일어와 영어로도 번역되었다. 그 뒤 1986년 안네의 아버지 오토 프랑크로부터 판권을 물려받은 네덜란드 국립전쟁기록연구소가 안네의 일기 ‘비판주석본’을 출간한다. 그 주석본에는 ‘판본 a’로 알려진 1차 일기와 324장의 낱장으로 된 ‘판본 b’를 비교해서 실었으며, 그동안 있었던 일기의 진위 논쟁을 포함해 프랑크 가족과 일기에 관련된 역사적인 정보도 함께 실었다.
1999년 안네 프랑크 재단의 전 대표이자 미국 홀로코스트 교육재단 센터의 회장은 오토 프랑크가 일기를 출간하기 전에 빼놓은 ‘다섯 페이지’를 자신이 갖고 있다고 발표하며, 판권을 팔아 미국에 재단을 설립할 자금을 마련하고 싶다고 밝힌다. 그리고 2000년 네덜란드에서 재단에 기부할 뜻을 밝힘으로써 다섯 페이지의 원고는 2001년 네덜란드로 돌아왔다.
그 다섯 페이지의 내용은 안네가 부모의 결혼에 대해 비판적으로 추측해서 써놓은 것과 아빠를 향한 애정의 갈구, 엄마에 대한 신랄한 표현 등이다.
그 후로 새로 출간되는 《안네의 일기》에는 빠져 있던 최종 다섯 페이지까지 모두 포함되었다. 이 책, 완전판《안네의 일기》에서는 1943년 10월 30일 자와 1944년 2월 8일 자 뒷부분의 긴 단락이 추가된 내용이다.
_인간성 말살의 시대를 살아간 집단 공포의 기록이자 한 소녀가 독립적으로 성장해가려는 투쟁의 기록
안네는 1942년 6월 12일, 열세 번째 생일 선물로 받은 일기장에 ‘키티’라는 이름을 붙여준 뒤 편지 형식의 일기를 쓰기 시작한다. 1929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난 안네에게는 아버지 오토 하인리히 프랑크와 어머니 에디트 프랑크 홀랜더, 세 살 위인 언니 마르고가 있다. 오토 프랑크는 유대인 박해가 자명해진 시기에 가족과 함께 암스테르담으로 이주해 오펙타의 네덜란드 지부를 설립하고 운영한다. 그리고 자신의 회사가 위치한 건물 뒤편 공간에 가족들과 함께 지낼 은신처를 마련한다. 이후 마르고에게 노동 수용소로의 추방령이 떨어진 다음 날인 1942년 7월 6일부터 프랑크 가족 모두 은신처로 들어가 숨어 살게 된다.
은신처에 들어올 당시에는 몇 주나 몇 달 동안만 숨어 지내면 전쟁이 끝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그들의 은신처 생활은 2년 넘게 이어졌다. 그 2년여 동안 안네의 세계는 안과 밖에서 모두 요동쳤다. 밖에서는 전쟁과 유대인 탄압 정책이 시작되면서 가슴에 노란색 별을 달아야 하고, 전차와 자동차를 이용할 수 없었으며, 어두워질 무렵부터는 거리를 다니지도 못하는 억눌린 세계가 펼쳐졌다. 앞날의 안전을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은신처 생활은 거주자 모두에게 큰 스트레스로 다가왔고, 긴장과 공포는 종종 거주자들 간의 갈등 관계를 첨예하게 만들었다. 특히 안네는 엄마와 갈등의 골이 깊었으며, 은신처에서 초경을 겪고 첫사랑의 열병도 통과한다.
다른 무엇보다《안네의 일기》의 성격을 규정해주는 가장 분명한 특성은 기질이 한없이 분방하면서도 변덕스럽고 반항심이 강한 천성을 지닌 안네가 막 사춘기의 문턱에 들어서던 시기에 일기를 썼다는 점이다. 그런 시기에 부모와 한 공간에서 오랜 시간 갇혀 지내야 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인내심을 요구하는 일일 것이다. 안네의 일기는 1944년 8월 1일에 끝난다. 안네가 열세 살이 된 날부터 2년 2개월 동안 일기를 쓴 셈이다.
1944년 8월 4일 아침 10시, 은신처에 들이닥친 나치에 의해 그들은 모두 체포되었다. 누군가가 은신처를 밀고했을 가능성이 아주 크지만, 확실한 범인은 잡히지 않았다.
1944년 9월 3일, 폴란드의 아우슈비츠로 향하는 마지막 열차에 은신처 식구들도 포함되었으며, 10월 28일 독일의 베르겐 벨젠 수용소로 이송된 안네는 베르겐 벨젠에 티푸스가 창궐하던 1945년 3월에 희생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안네 프랑크의 묘비는 베르겐 벨젠의 추모 구역에 있으나 이는 비석을 세운 것일 뿐 안네의 매장지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1957년 5월 3일, 암스테르담 프린센그라흐트 263번지의 집을 수리해 공공에게 개방하기 위해서 가족 중 유일한 아우슈비츠 생존자 오토 프랑크를 중심으로 하는 일단의 사람들이 안네 프랑크 재단을 건립했다. 은신처가 있던 프린센그라흐트 263번지는 ‘안네 프랑크 하우스’라고 불리며 1960년 5월 3일 박물관으로 개관했다.
안네의 죽음에 빚을 지다
_‘독후감’: 조해진(소설가)
안네라는 이름이 낯선 사람은 드물 것이다. … 그래서일까. 안네의 일기는 읽지 않아도 읽었다고 착각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나 역시 그런 사람들 중 한 명일지 모르겠다. 이 애매한 표현은 완벽하지 못한 기억 때문이다. 안네가 일기를 쓰던 나이, 그러니까 열세 살에서 열다섯 살 사이 어디쯤에서 나는 누군가에게서 빌린 책을 통해 안네의 문장들을 읽은 듯만 한데, 그래서 내 머릿속엔 전쟁, 다락방, 소녀, 이 세 키워드가 안네를 둘러싼 이미지로 형성되어 있긴 한데, 일기의 자세한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 것이다. 이번에 배수아 소설가가 새롭게 번역한《안네의 일기》를 읽으며 나는 내가 안네를 제대로 알았던 적이 한 번도 없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안네는 전쟁 중에 다락방에 숨어 있던 고정된 이미지 속의 가엾은 소녀가 아니라 매 순간 갈등하고 고민하며 성장했던, 작가이자 저널리스트의 꿈을 키워가던 역동적이고 구체적인 생애 속의 한 사람이라는 것을 이제 나는 알게 된 것이다.
내 글쓰기는 안네에게 빚지고 있는 셈이다. 그녀의 죽음에, 미완인 생애에, 그녀가 미처 다 쓰지 못한 수많은 이야기에. 아니, 글쓰기와 무관하게 나는 태어날 때부터 그녀에게 빚을 졌는지도 모르겠다. 이 세상의 모든 생명은, 모든 이의 삶은 죽음에 빚지고 있는 것일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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