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카는 서일본 최대 도시인 오사카시(大阪市)뿐만 아니라 오사카시를 부청 소재지로 삼는 오사카부(大阪府)를 뜻하는 지명이기도 하다. 오사카시는 1965년 인구 315만 명을 정점으로 공업 시설의 해외 유출, 기업 본사의 도쿄 이전, 위성도시로의 이주 등으로 도심부 공동화현상이 가속화되어 현재는 260만 명 정도가 거주하고 있다. 2005년 일본 내 도시인구 순위에서 도쿄(23구) 840만 명, 요코하마시(橫浜市) 350만 명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오사카시를 포함해 33개의 시(市)와 9정(町), 1촌(村)으로 이루어진 오사카부는 도쿄 수도권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광역경제권이지만, 인구는 1300만 명의 도쿄도(東京都), 900만 명의 가나가와현(神奈川縣)에 이은 880만 명으로 도도부현(都道府縣) 47곳 가운데 3위다. 일본 역시 도쿄로 향하는 수도권 집중 현상이 한국에 비해 정도는 덜하지만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더욱이 자본의 세계화와 정보 통신 기술의 발전으로 도쿄가 런던, 뉴욕과 함께 세계 3대 글로벌시티(Global City)로 부상함에 따라 오사카와의 격차는 좀처럼 좁혀지기 힘들 것 같다.
오사카는 이미 1960년대 중반부터 주민 구성의 고령화, 주거 환경의 노후화, 제조업 쇠퇴로 인한 고용 감소 등 도시문제가 시작되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정 당국은 대규모 도심 재개발 사업과 이벤트성 국제 행사를 개최해 왔지만 그리 만족할 만한 성과를 얻지 못했다. 그 결과 현재는 인구수나 경제력에서 요코하마, 나고야(名古屋)와 같은 일본 내 경쟁 도시들로부터 심각한 도전을 받고 있다. 하지만 오사카는 여전히 일본 제2의 도시로 불리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메이지유신(明治維新) 이전까지 헤이죠쿄(平城京, 나라), 헤이안쿄(平安京, 교토) 등의 도성이 위치한 간사이(關西)가 정치, 경제, 문화의 중심지였고 오사카야말로 바로 간사이의 중심 도시라는 역사적 자부심과 문화적 긍지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한다.1) 오사카의 자부심은 글로벌시티 도쿄로의 자본과 인구 집중이 심화될수록 그에 대한 반작용으로 더욱 강화되는 듯싶다. 도쿄에 대비되는 오사카의 문화적 특성, 예컨대 약간 거센 말투의 간사이벤(關西弁, 간사이 방언), 오사카 아주머니의 활기찬 생활력, 오사카 상공인의 고집스런 경영 철학 등은 이른바 ‘수도(首都)’에 매몰되지 않는 ‘타자성’으로 이야기된다. 심지어 오사카 주민의 독특한 개성과 기질은 ‘오사카사람(大阪人)’이라는 용어로까지 표현되고 있다.
사실 오사카와 도쿄 사이의 경쟁의식의 연원은 상당히 오래되었다. 오사카를 비롯해 에도(江戶, 도쿄의 옛 명칭), 교토(京都) 세 도시를 ‘삼도(三都)’라 칭하며 각자의 도시성과 도시 문화를 비교하는 출판물은 이미 에도시대 중엽부터 간행되었다. 막말 시기를 거치면서 더 정형화된 삼도비교론은 교토, 오사카에 비해 신흥도시인 에도 주민의 문화적 열등감에서 비롯된 것이다. 메이지유신 이후에도, 즉 도쿄가 제도(帝都)의 지위를 차지한 이후 1920년대 오사카를 중심으로 삼도비교론은 또다시 활황을 이루었다. 하지만 당시의 삼도비교론은 메이지유신 이후 경제력에서 도쿄에 뒤처진 오사카를 고무하고 새로운 시구개정(도시 정비)사업을 통한 도시 발전을 기대하는 오사카 주민의 바람에서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다.
오사카의 본격적인 도시 발전은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가 쌓은 오사카성에서부터 비롯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6세기 후반 오다 노부나가(織田信長)의 뒤를 이어 일본 전역의 통일에 나선 히데요시는 오사카성을 쌓고 성 외곽에 각지의 상공인을 불러 모아 광대한 도시를 건설했다. 당시 오사카는 ‘히데요시의 슬하(膝下)’로 경제적 번영을 구가할 수 있었다. 히데요시의 사후 두 차례에 걸친 오사카성 전투로 오사카성과 주변 지역은 잿더미로 변하지만 오사카의 지정학적 중요성을 높이 산 에도막부에 의해 곧바로 재건되었다. 이후 오사카성은 역사의 전환기마다 오사카라는 시공간에서 벌어지는 주요 사건의 중심 무대가 되었다. 이 글은 바로 이러한 점에 주목해 오사카성과 그 일대의 경관 변화 속에 담겨 있는 역사성을 탐구해 보고자 한다. 이를 통해 오늘날 오사카의 상징물인 높이 55미터의 오사카성 ‘천수각(天守閣)’을 중심으로 오사카의 역사를 재구성해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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