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조선시대사 이해 (독서>책소개)/4.조선역사문화

부패의 역사

동방박사님 2022. 7. 8.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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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조선시대 공직자(관리)들의 부패의 실상을 소개한 역사교양서다. 저자는 조선왕조는 본시 청백리의 나라였으나 부정부패로 망한 나라가 되고 말았다고 말한다. 이 책은 조선왕조가 어떻게 망해 가는지 부정부패와 관련된 일화를 흥미롭게 제시하였다. 부정부패를 방지하기 위한 노력(성균관, 청백리 제도)에 대해서도 소개하였다. 오늘날의 부정부패 얘기를 하고 있지는 않지만, 오늘날의 부정부패의 뿌리가 조선에 닿아 있음을, 그리고 그 해결의 출발점도 그곳에 있음을 행간에서 얘기한다. 그런 점에서 부패의 역사는 오늘의 역사이고, 내일로 이어지는 역사이기도 한 것이다.

목차

Ⅰ. 깨끗했던 나라, 환국
1. 한국은 본시 깨끗한 나라
2. 건강한 나라, 병든 나라
3. 수치의 문화, 죄악의 문화

Ⅱ. 성균관과 과거시험
1. 과거시험도 부패했다
2. 역사를 두려워한 임금
3. 청백리의 대명사 황희 정승

Ⅲ. 사화, 당쟁, 부패의 고리
1. 연산군의 폭정과 중종반정
2. 대윤과 소윤의 집안싸움
3. 문정왕후의 야욕

Ⅳ. 외침과 무지와 부패
1. 임진왜란과 외교의 실패
2. 임진왜란과 국서의 변조
3. 선조와 허준, 그리고 공직자들
4. 유구국의 태자를 등친 제주 유수

Ⅴ. 망국과 부정부패
1. 부정부패가 한국병인가
2. 부정부패가 마침내 나라 망쳤다
3. 부정부패와 혁명
4. 황현의 『매천야록』
5. 깨끗한 나라로 거듭나는 길
 

저자 소개

저자 : 박성수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 국제평화대학원대학교 총장, 삼균학회 회장으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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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공직자의 부정은 풍년이 들어 백성들의 생활이 흥청망청 윤택할 때 많을 것 같으나 조선시대의 예를 보면 그 반대이다. 탐관오리들은 반드시 흉년이 들었을 때 더 극성이었다. 이때는 암행어사까지 정신이 나가 더 큰 실수를 저질렀다. 윤황尹煌이 그 좋은 예다. --- p.43

박문수는 영조 때의 암행어사로 유명하다. 그러나 박문수 한 사람의 힘으로 부정부패를 근절할 수 없었다. 지방 수령들의 부정부패는 가뭄으로 기근이 들었을 때 더 심했다. 17, 18세기에 가뭄이 심해 지방 관리들의 부정이 극에 달했다. 이때 정부에서는 수많은 ‘선서善書’를 찍어 백성들에게 나누어주었다. 가령 「심청전」이라든지 「흥부전」 같은 소설을 읽게 하여 백성들을 교화한 것인데 실지로 선서를 읽어야 할 사람은 공직자들이었다. --- p.80

청백리 백인걸(白仁傑, 1497~1579)이 살고 있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백인걸의 집이 부정공무원 민기의 집과 대문을 마주보고 있었다. 민기는 겉으로 대학자인 양 행세하였으나 모두 속임수였고 재물을 탐하고 여색을 좋아했다. 그래서 두 집은 대조적이었다. 민기의 집에는 수시로 장물이 들어왔고 백인걸의 집에는 아무도 드나들지 않아 잡초가 우거졌다고 한다. --- p.113

이율곡은 어느 날 서울 시내를 순시하다가 낭랑한 목소리로 병서를 읽는 소리를 듣고 이순신을 알아보았다는 것이다. 평화 시에 이렇게 병서를 읽는 선비가 있구나 하고 감탄하였으나 그를 만나 보지 못했다고 한다. 왜냐하면 이율곡이 그때 관리를 뽑는 전형관銓衡官 자리에 있었기 때문이라 한다. 부정부패는 반드시 뇌물을 주고받는 데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뇌물을 안 주고 안 받았어도 당사자끼리 서로 만났다면 뇌물이 오간 것으로 의심 받았다. 그래서 이율곡이 이순신을 만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 p.128

조선시대에도 마찬가지여서 고위 공직자들이 일에는 관심이 없고 노는 데만 열중하며 모든 일을 아랫것들에게 일임해 버리는 풍조가 생겼다. … 조선시대의 공무원들, 특히 상급 공무원들을 당상관堂上官이라 했고 그 아래 급수의 당하관堂下官이 있었고 가장 밑에 서리書吏, 즉 아전들이 있었다. 일이 미루고 미루어져 간교한 서리, 간악한 아전 같은 말단 공무원에게 일을 맡겼으니 부정부패가 더할 수밖에 없었다. --- p.156

조선시대의 선비들은 서울과 가까운 고을, 예컨대 경기도 양주와 같은 풍요한 고을(부자동네)의 수령이 되어 부임하는 것을 부끄럽게 생각하였다. 반드시 뇌물이 오갔기 때문이다. 선비들은 가난한 고을의 수령이 되어 부임하는 것을 자랑하였다. 퇴계退溪는 병을 핑계 삼아 되도록 벼슬을 사양하였고 만부득이하여 부임하게 되면 아무도 원하지 않는 깊고 깊은 산골을 택해 부임하였다. 그래서 호를 퇴계라 하였다고 한다. 신선이나 가서 낮잠이나 자는 맑은 자리에서는 부정을 하려야 할 것이 없었다. --- p.179

고종 황제는 역대 임금 중에 무능하다는 소리는 들었어도 부정했다는 소리는 듣지 못했다. 고종 황제 당시에 장안에는 현금을 가장 많이 가진 이덕유李德裕라는 고리대금업자가 있었다. 이덕유는 양반이 아니라 중인中人이었다. 요즘의 재벌에 해당하는 부호로서 당시 전국에서 제일간다는 부자 민영준閔泳駿보다 못하지 않았다는 소문이다. 이덕유는 고리대로 돈을 모았다. 고종황제도 돈이 필요할 때 이덕유에게 급전을 꾸어 썼다고 한다. 그러니 대한제국이 얼마나 한심한 나라요, 황제란 사람은 또 얼마나 불쌍한 임금인가. 임금이 급전을 사채업자에게 썼다는 것은 왕실 금고가 얼마나 빈약한가를 말해 주는 것이며, 반면에 고종이 정직하였다는 것을 말해 주는 것이기도 하다.
 

출판사 리뷰

1.
대한민국은 선진국이 될 수 있는가?
그 관건은 경제 위기의 극복이나 성장 동력의 가동, 전략 상품의 성공적인 개발에 있지 않다. 그것들은 모두 필요조건일 뿐 충분조건이 되지 못한다.
선진국으로 가는 길의 충분조건은 바로 정직하고 투명한 사회, 국가 신용도가 선진국 수준에 이르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바로 부정과 부패가 없는 사회를 의미한다.

얼마 전 부정부패에 있어서 한국이 세계 제2위라는 놀라운 보도가 있었다.
우리나라는 태초에 깨끗했던 나라였다. 그런 나라가 지난 100년간의 소위 근대화와 식민지화 그리고 민주화 과정에서 부정부패의 나라로 급변하였다. 마치 깨끗했던 강물이 기름과 폐기물로 갑자기 오염되듯이 순식간에 더러운 나라로 변한 것이다. 부정부패는 갈수록 대형화하고 세계화하고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있다. 이제는 공직자들의 부정부패로 끝나지 않고 상하와 죄우 가릴 것 없이 자행되는 나라가 되고 말았다. 장마철에 도도히 흐르는 탁류와 같이 모두가 대책 없이 보고만 있어야 할 처지에 있다.
최근 검찰총장 후보자가 부정과 부패에 연루되어 낙마하고, 새로 검찰총장이 된 이도 부정에 연루된 일로 곤욕을 치른 끝에 겨우 총장에 임명되었다. 올해 들어서 벌어진 일들만 떠올려 보아도 대통령에서부터 장삼이사에 이르기까지 부정과 부패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나라가 지금의 대한민국이라는 점은 씁쓸하기 이를 데 없는 우리의 현실이다.
최근에 대법원에서는 5억 이상의 뇌물을 받은 공직자는 그 고하를 막론하고 살인죄에 해당하는 형벌을 가할 것이라 선언하였다. 과연 이 선언으로 부정부패가 근절될 것인가. 조선왕조에서는 종이 한 장의 부정이라도 파면 당하였고 그 후손까지도 공직에 오르지 못하도록 엄벌하였다. 그러나 이 법은 얼마 못가서 무너지고 부정공직자의 후손들이 고위공직을 독점하였고 그들이 당쟁의 주역이 되어 결국 망국의 비운을 맞게 하였다.
이 책은 그 역사를 흥미진진하고 속도감 있게 이야기하고 있다.

2.
지금 우리는 물질적으로 풍요한 시대에 살고 있다. 지난날의 배고픈 시대와 달리 부가 넘치는 시대에 살고 있다는 말이다. 그러나 우리 자신과 우리의 삶이 고귀로와졌는가 하면 그것은 아니다. 그것은 우리 사회가 천민정신에 짓눌려 있기 때문이다. 부귀를 누려도 근검할 줄 모르고 교만과 사치를 일삼는 것을 천민정신이라 한다. 막스 베버는 자본주의에 가장 유해한 것은 천민정신이라 하였다.
천민이란 경제적으로 가난하다는 것이 아니라 정신적으로 가난하다는 것이다. 천민정신은 정당한 방법으로 번 돈이 아니라 부정한 방법으로 번 돈을 쓸 때 생기는 심성이다.
아무리 근대화와 민주화에 성공했다 하더라도 부패의 뿌리와 부정의 고리를 끊어내지 못한다면 우리는 결코 행복하고 화해로운 나라를 만들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은 과거의 부정과 부패를 뒤적이며 한가한 소일이나 하자는 책이 아니다. 그렇다고 과거를 거울 삼아 오늘날 부정과 부패를 풍자하고 증오하며 질책하여 뜯어 고치자고 주장하는 데도 필자의 뜻이 있지 않다.
부정부패에 관한 한 저자의 입장은 부정적--부정부패는 근절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필자는 희망을 얘기하고 싶어한다.
희망의 근거는 결국 인간이다.
부정부패의 근원은 인간의 마음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지구의 온난화를 걱정하고 있지만 그보다 더 시급한 문제는 인간 문제이다. 우리나라 헌법에 “양심의 자유”가 있다고 자랑한다. 신앙에는 자유가 있지만 양심에는 자유가 있을 수 없다. 도적의 양심과 살인자의 양심이, 양심이 아니듯이 부정부패자의 양심 또한 양심으로 인정할 수 없는 것이다.
부정부패에 선진국 형이 있고 후진국 형이 있다고 하면 우리나라의 부정부패는 후진국 형에 속한다고 말한다. 우리나라 공직자의 부정의 심성은 일종의 고질병으로서 치유 불가능한 한국병이라고도 한다. 공직자의 부정부패로 끝나지 않고 사회 경제 문화 등 모든 분야에 걸쳐 부정이 없는 곳이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부정부패의 문제는 그 나라 국민의 마음 즉 심성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저자는 단 한 번 이렇게 말한다.
“우리나라는 본시 선비가 사는 깨끗한 나라였다.”
필자의 입은 쉴새없이 조선왕조의 임금에서부터 여항의 백성에 이르기까지 벌어진 부정과 부패의 일화를 이야기하고 있지만 그러나 필자의 눈은 우리나라의 태초를 바라보며, 저자의 마음은 우리나라의 밝고 깨끗한 내일을 그려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가 다시 깨끗한 나라 아름다운 나라로 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라는 뜻이다.

이 책은 “부패의 역사”를 통해, 새로운 나라의 희망을 꿈꾸자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