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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야쿠자를 키워드로 하여 현대 일본을 해부하고 있다. 야쿠자 우두머리였던 아버지의 무정부주의자 아들이 하는 흔치않은 성장배경을 지닌 저자는 야쿠자에 대해 따뜻한 시선을 보내면서 야쿠자 긍정론을 펼친다. 야쿠자를 일본의 막부 통치와 근대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한 신분적 피차별 계층과 소외된 도시빈민층의 생존방식으로 이해하는 것이다.
야쿠자를 통해 일본을 읽는 것은 일본의 겉과 속을 동시에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의 수고로움을 어느 정도 덜어준다. 사무라이 정신, 일본도, 오야분과 고분의 봉건적 위계질서, 의리와 인정, 법보다 우선하는 내부 규율 등등 야쿠자의 특징들을 나열하면 정확하게 일본의 여러 단면들과 마주치게 된다. 야쿠자가 일본의 겉으로 드러난 현상이라기보다는 여러 현상에 투영된 본질에 가깝기 때문이다. 또한 이러한 모습은 우리 근대의 모습과도 오버랩되면서 더욱 흥미롭게 읽힌다.
야쿠자를 통해 일본을 읽는 것은 일본의 겉과 속을 동시에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의 수고로움을 어느 정도 덜어준다. 사무라이 정신, 일본도, 오야분과 고분의 봉건적 위계질서, 의리와 인정, 법보다 우선하는 내부 규율 등등 야쿠자의 특징들을 나열하면 정확하게 일본의 여러 단면들과 마주치게 된다. 야쿠자가 일본의 겉으로 드러난 현상이라기보다는 여러 현상에 투영된 본질에 가깝기 때문이다. 또한 이러한 모습은 우리 근대의 모습과도 오버랩되면서 더욱 흥미롭게 읽힌다.
목차
서장_ 무법자 혹은 민중의 친구들
야쿠자를 보는 두 개의 시각
1장 야쿠자의 원류
시대가 낳은 낙오자들
가부키모노, 근세 야쿠자의 시원
반권력의 야쿠자, 마치얏코와 마치비케시
노름꾼 출신의 전업 무법자 바쿠토
근세 야쿠자의 특징
2장 근대 야쿠자의 출발
근대 야쿠자의 원형
노동자 조직에서 야쿠자의 구미로
근대 야쿠자의 특징
3장 하층사회를 지배한 음지의 권력자
법이 다스릴 수 없는 무법의 세계를 다스린다
봉건적 질서에 기초한 오야카타 - 고카타 제도
야쿠자 조직의 모체, 오야카타 - 고카타 제도
탄광촌의 도모코는 종속과 비호의 결사체
음지의 권력자로 일본의 하층사회를 통제하다
야쿠자 조직의 이중성, 이해관계와 인간관계
4장 야쿠자와 예능의 세계
야쿠자의 2대 사업은 노동력 공급과 예능 흥행
종교적 기능을 상실한 예능의 세속화와 대중화
최하층민이자 공동체 실력자인 야쿠자의 두 얼굴
대중 예능의 꽃 나니와부시
대중 예능 시장을 야쿠자가 장악하다
오야분의 가오가 지방 흥행의 보증수표
5장 정치적 권력과 사회적 권력
일본의 야쿠자, 합법적인 무법자들
일본사회를 지배한 공적 폭력과 사적 폭력
막부에서 메이지로, 권력 교체기의 선봉에 서다
메이지 정부의 야쿠자 세력 대토벌
일본의 근대와 야쿠자의 사회적 권력
쌀소동 이후 권력의 앞잡이로 나서다
6장 야쿠자의 의리와 인정
일본의 내면, 야쿠자의 의리와 인정
마을 공동체의 윤리인 호혜적 의리
의리는 인정의 그릇이다
야쿠자의 임협도가 무사도의 본질이다
서양은 죄의 문화, 일본은 수치의 문화
봉건적 질서를 유지한 채 근대의 옷을 입다
7장 일본 야쿠자의 원형 야마구치구미
일본 야쿠자의 신화 야마구치구미
야마구치구미의 모태는 항만의 하역인부조직
전후에 목숨 건 우리의 활약을 잊었는가?
불세출의 대오야분 다오카 가즈오
사업조직과 폭력조직을 이끄는 무장상인대
불사신 야마구치구미가 시대의 변화에 굴복하다
지은이의 말_ 야쿠자의 윤리와 논리를 알면 지금의 일본이 보인다
야쿠자를 보는 두 개의 시각
1장 야쿠자의 원류
시대가 낳은 낙오자들
가부키모노, 근세 야쿠자의 시원
반권력의 야쿠자, 마치얏코와 마치비케시
노름꾼 출신의 전업 무법자 바쿠토
근세 야쿠자의 특징
2장 근대 야쿠자의 출발
근대 야쿠자의 원형
노동자 조직에서 야쿠자의 구미로
근대 야쿠자의 특징
3장 하층사회를 지배한 음지의 권력자
법이 다스릴 수 없는 무법의 세계를 다스린다
봉건적 질서에 기초한 오야카타 - 고카타 제도
야쿠자 조직의 모체, 오야카타 - 고카타 제도
탄광촌의 도모코는 종속과 비호의 결사체
음지의 권력자로 일본의 하층사회를 통제하다
야쿠자 조직의 이중성, 이해관계와 인간관계
4장 야쿠자와 예능의 세계
야쿠자의 2대 사업은 노동력 공급과 예능 흥행
종교적 기능을 상실한 예능의 세속화와 대중화
최하층민이자 공동체 실력자인 야쿠자의 두 얼굴
대중 예능의 꽃 나니와부시
대중 예능 시장을 야쿠자가 장악하다
오야분의 가오가 지방 흥행의 보증수표
5장 정치적 권력과 사회적 권력
일본의 야쿠자, 합법적인 무법자들
일본사회를 지배한 공적 폭력과 사적 폭력
막부에서 메이지로, 권력 교체기의 선봉에 서다
메이지 정부의 야쿠자 세력 대토벌
일본의 근대와 야쿠자의 사회적 권력
쌀소동 이후 권력의 앞잡이로 나서다
6장 야쿠자의 의리와 인정
일본의 내면, 야쿠자의 의리와 인정
마을 공동체의 윤리인 호혜적 의리
의리는 인정의 그릇이다
야쿠자의 임협도가 무사도의 본질이다
서양은 죄의 문화, 일본은 수치의 문화
봉건적 질서를 유지한 채 근대의 옷을 입다
7장 일본 야쿠자의 원형 야마구치구미
일본 야쿠자의 신화 야마구치구미
야마구치구미의 모태는 항만의 하역인부조직
전후에 목숨 건 우리의 활약을 잊었는가?
불세출의 대오야분 다오카 가즈오
사업조직과 폭력조직을 이끄는 무장상인대
불사신 야마구치구미가 시대의 변화에 굴복하다
지은이의 말_ 야쿠자의 윤리와 논리를 알면 지금의 일본이 보인다
출판사 리뷰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의 외조부가 야쿠자의 오야분 출신!
일본을 어떻게 볼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한 정답은 하나일 수가 없다. 무수히 많은 견해들이 있을 뿐이다. 하나의 국가가 무한의 다면체로 이루어진 집합체라면 수고스럽지만 우리는 그 면 하나하나를 뜯어보아야 한다.
야쿠자 읽기는 일본의 겉과 속을 동시에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의 수고로움을 어느 정도 덜어준다. 야쿠자가 일본의 겉으로 드러난 현상이라기보다는 여러 현상에 투영된 본질에 가깝기 때문이다.
사무라이 정신, 일본도, 오야분과 고분의 봉건적 위계질서, 의리와 인정, 법보다 우선하는 내부 규율 등등 야쿠자의 특징들을 나열하면 정확하게 일본의 여러 단면들과 마주치게 된다. 따라서 야쿠자 읽기는 일본의 서구화된 껍데기가 아니라 숨겨진 내면을 들여다본다는 측면에서 의미 있는 일이다.
일본의 야쿠자를 단순한 폭력조직으로만 이해하는 것은 지나치게 단선적인 접근법이다. 일본사회에서 야쿠자는 폭력조직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다. 일본사회의 전 영역에서 야쿠자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고, 또 그들의 흔적을 쉽게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야스쿠니 신사 참배로 유명한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가 좋은 예다. 그의 외조부(아버지가 결혼하면서 외조부의 성을 따랐다)가 바로 유명한 야쿠자 조직인 고이즈미구미를 번성시키고 군국주의 시절 체신상까지 역임한 고이즈미 마타지로이다. 야쿠자의 오야분이 좌파세력을 척결하는 데 앞장서며 우익 정치가로 성장한 것이다. 고이즈미 전 총리가 보여준 우익 성향의 정치관은 집안의 내력에서 비롯된 것이라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이다.
야쿠자를 통해 일본의 과거, 현재, 미래를 본다!
일본 내에서도 야쿠자에 대한 시각은 둘로 나뉜다. 부정론과 긍정론이 바로 그것이다. 부정론은 야쿠자가 법과 제도 밖에서 사적 폭력에 의지해 기생하는, 사회에 쓸모없는 인간들이란 입장이다. 이에 반해 긍정론은 야쿠자를 일본의 막부 통치와 근대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한 신분적 피차별 계층과 소외된 도시빈민층의 생존방식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두 가지 입장 다 일견 맞는 말이다. 그러나 야쿠자가 일본의 한 시대나 사회가 남긴 부유물에 지나지 않는다면 우리가 관심을 가질 필요가 없다. 부유물로 일본을 이해한다는 게 무의미하기 때문이다. 다행히 이 책은 긍정론의 입장에서 야쿠자의 역사를 진지하게 다루고 있다. 봉건제 사회에서 근대화를 거쳐 자본주의 사회에 이르기까지 일본 역사의 흐름 속에서 야쿠자의 시대적 필요성과 존재의의를 찾아내 우리를 설득시키려 한다. 이 점이 바로 우리가 야쿠자를 통해 일본을 이해할 수 있는 근거이기도 하다. 야쿠자야말로 가공되지 않은 날것으로 일본의 단면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책의 내용
야쿠자 오야분의 아들이 쓴 야쿠자 긍정론
이 책을 쓴 저자의 아버지는 교토의 야쿠자 조직인 데라무라구미의 오야분이었고, 어머니는 노름꾼의 딸이었다. 저자 자신은 와세다대학 법대 재학 시절 사회주의 운동에 뛰어든 무정부주의자였다. 이러한 성장배경을 가진 탓인지 저자는 야쿠자에 대해 따뜻한 시선을 유지하면서 야쿠자 긍정론을 펼친다.
1장 야쿠자의 원류
전국戰國 시대를 끝내고 일본을 통일한 도쿠가와 막부 시절 일자리를 잃은 실업무사, 노름꾼, 동네 무뢰배, 다이묘의 노동력 중개업자 등을 야쿠자의 원류로 꼽는다. 근세 야쿠자라 불리는 이들은 막부의 신분제 질서에서 이탈한 제도권 밖의 백성들이다. 이들은 생존을 위해 공동체를 형성하고 사회의 주변부에 머물렀다. 이들은 자신이 속한 주변부의 지배권을 폭력으로 장악해 신분제 사회와 연결시키는 중개 역할을 하며 사적 권력을 행사했다. 막부와 번 권력은 야쿠자를 하층계급을 통제하는 수단으로 활용하며 제도권 밖의 사회적 권력으로 용인한 것이다.
2장 근대 야쿠자의 출발
도쿠가와 막부를 붕괴시킨 메이지 유신 이후 일본은 도시화와 산업화에 박차를 가했다. 서양의 법과 제도를 이식해 국민국가를 건설한다는 목표였지만 사회 전반에는 여전히 봉건적 질서와 가치가 지배적이었다. 이 같은 일본의 근대화는 대규모의 노동인력을 필요로 했고, 와카마쓰와 고베 등 신흥 산업도시를 중심으로 농촌의 노동력이 대거 이동하며 새로운 야쿠자 집단을 형성하는 결과를 낳았다. 농촌 부락형 야쿠자에서 도시형 야쿠자로의 변신이었다.
3장 하층사회를 지배한 음지의 권력자
농촌의 봉건적 질서가 도시에서 확대재생산 된 근대 야쿠자에게 가장 중요한 개념은 오야분-고분 제도이다. 지주와 소작농의 관계에서 비롯된 오야분-고분의 관계는 무력자가 유력자를 따르고, 전인적 또는 전가족적 봉사로 헌신하는 야쿠자 집단의 엄격한 규율이다. 이는 야쿠자 사회가 법의 지배를 받는 것이 아니라, 규율의 지배를 받는 집단임을 뜻한다. 이러한 봉건적 관계는 현재 일본 정당의 파벌, 대기업의 사내 파벌, 노동조합 등 사회단체 내부의 1인 지배구조 등에서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
4장 야쿠자와 예능의 세계
근대 야쿠자의 2대 사업은 노동력 공급과 예능 흥행이었다. 야쿠자가 예능 흥행에 손쉽게 뛰어들 수 있었던 이유는 같은 최하층 신분으로 예능인들과 공동체의 유대감을 자연스럽게 공유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전국의 네트워크를 통해 예능 흥행을 기획하고 주도하면서 영향력을 키워나갈 수 있었다.
일본 제국주의 시절 대중예능인 로쿄쿠가 야쿠자의 주도로 전국적인 인기를 끌었다. 이에 정부가 로쿄쿠를 대중교화의 수단으로 이용하기 위해 야쿠자 오야분을 중심으로 우익단체인 대일본국수회를 결성하기도 했다. 천황에게 충성을 맹세하고 일본의 전통적인 가치를 지키자는 대일본국수회는 나중에 노동운동과 사회주의운동을 탄압하는 데 이용되었다.
5장 정치적 권력과 사회적 권력
일본의 야쿠자는 합법적인 무법자들이었다. 막부 시절에는 신분제 질서의 바깥에서 폭력을 통해 하층사회를 결집시키고 관리하는 존재였다. 그리고 메이지유신 시절에는 급조한 법의 지배가 확립되지 않은 영역에서 법치를 보완하며 정치적 질서를 유지하는 역할을 맡기도 했다. 이는 일본사회가 전쟁을 비롯한 격변기에 각 부분사회에서 사회적 권력자로 행세하는 집단을 일시적으로 이용하는 것에 지나지 않았다. 폭력에 기반하는 강제력과 힘을 지닌 야쿠자 집단을 정치권력이 법외의 통치수단으로 활용한 것이다.
6장 야쿠자의 의리와 인정
의리와 인정이라는 인간관계는 야쿠자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오히려 현재도 일본사회 전반을 폭넓게 지배하고 있는 일본인의 윤리의식이다. 때문에 야쿠자는 의리와 인정이라는 인간관계를 기반으로 오랜 세월 생명을 유지할 수 있었다. ‘의리와 훈도시는 빼놓을 수 없다’는 속담이 있을 정도로 일본인들은 의리를 처세에 꼭 필요한 인간의 기본 도리로 여겼다. 야쿠자의 경우 의리와 인정이라는 일본인의 윤리의식이 일반사회에 비해 훨씬 깊이 뿌리를 내리고 있었고, 또 이것이 야쿠자 집단을 강하게 결속시킨 동력이었다.
7장 일본 야쿠자의 원형 야마구치구미
야쿠자란 달리 살아갈 방도가 없는 자들이 살기 위해 모인 생활집단이다. 야마구치구미를 일으킨 야마구치 하루키치도 원래 가난을 벗어나기 위해 고베까지 흘러온 시골 출신의 유민이었다. 항만 하역인부에서 시작해 인부들의 우두머리가 되었고, 나중에 야쿠자 조직의 오야분이 되면서 지역의 명망가가 되었다. 이는 근대 야쿠자의 일반적인 형태였다.
고베가 근거지인 야마구치구미는 오사카의 요시모토흥업과 연계해 예능 흥행업에도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당시엔 야쿠자의 도움 없이는 지방 흥행이 불가능했기 때문이었다. 태평양전쟁 시절에 야쿠자에 대한 통제가 강화되자 얌전히 숨을 죽이고 있던 야마구치구미는 한국에서 6.25전쟁이 발발하면서 3대 오야분 다오카 가즈오를 중심으로 조직을 재건하는 데 성공했다. 야마구치구미를 사업조직과 폭력조직으로 양분한 다오카는 예능 흥행업에 다시 뛰어들어 일본의 국민가수 미소라 히바리의 매니지먼트를 맡으면서 급성장했다. 게다가 역도산을 비롯한 프로레슬링의 흥행권도 장악하면서 전국 최대 규모의 야쿠자 조직으로 명성을 떨쳤다.
그러나 일본의 경제적 고도성장이 불사신 야마구치구미의 발목을 잡았다. 경제발전에 따른 항만하역시설의 근대화와 텔레비전 방송국의 성장이 야마구치구미의 2대 사업인 노동력 공급업과 예능 흥행업에 치명상을 입혔다. 그리고 1964년에 시작된 폭력단 전국일제검거로 전국의 야쿠자 조직이 초토화되었고, 야마구치구미만 해산을 하지 않은 채 겨우 살아남았다.
일본을 어떻게 볼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한 정답은 하나일 수가 없다. 무수히 많은 견해들이 있을 뿐이다. 하나의 국가가 무한의 다면체로 이루어진 집합체라면 수고스럽지만 우리는 그 면 하나하나를 뜯어보아야 한다.
야쿠자 읽기는 일본의 겉과 속을 동시에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의 수고로움을 어느 정도 덜어준다. 야쿠자가 일본의 겉으로 드러난 현상이라기보다는 여러 현상에 투영된 본질에 가깝기 때문이다.
사무라이 정신, 일본도, 오야분과 고분의 봉건적 위계질서, 의리와 인정, 법보다 우선하는 내부 규율 등등 야쿠자의 특징들을 나열하면 정확하게 일본의 여러 단면들과 마주치게 된다. 따라서 야쿠자 읽기는 일본의 서구화된 껍데기가 아니라 숨겨진 내면을 들여다본다는 측면에서 의미 있는 일이다.
일본의 야쿠자를 단순한 폭력조직으로만 이해하는 것은 지나치게 단선적인 접근법이다. 일본사회에서 야쿠자는 폭력조직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다. 일본사회의 전 영역에서 야쿠자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고, 또 그들의 흔적을 쉽게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야스쿠니 신사 참배로 유명한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가 좋은 예다. 그의 외조부(아버지가 결혼하면서 외조부의 성을 따랐다)가 바로 유명한 야쿠자 조직인 고이즈미구미를 번성시키고 군국주의 시절 체신상까지 역임한 고이즈미 마타지로이다. 야쿠자의 오야분이 좌파세력을 척결하는 데 앞장서며 우익 정치가로 성장한 것이다. 고이즈미 전 총리가 보여준 우익 성향의 정치관은 집안의 내력에서 비롯된 것이라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이다.
야쿠자를 통해 일본의 과거, 현재, 미래를 본다!
일본 내에서도 야쿠자에 대한 시각은 둘로 나뉜다. 부정론과 긍정론이 바로 그것이다. 부정론은 야쿠자가 법과 제도 밖에서 사적 폭력에 의지해 기생하는, 사회에 쓸모없는 인간들이란 입장이다. 이에 반해 긍정론은 야쿠자를 일본의 막부 통치와 근대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한 신분적 피차별 계층과 소외된 도시빈민층의 생존방식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두 가지 입장 다 일견 맞는 말이다. 그러나 야쿠자가 일본의 한 시대나 사회가 남긴 부유물에 지나지 않는다면 우리가 관심을 가질 필요가 없다. 부유물로 일본을 이해한다는 게 무의미하기 때문이다. 다행히 이 책은 긍정론의 입장에서 야쿠자의 역사를 진지하게 다루고 있다. 봉건제 사회에서 근대화를 거쳐 자본주의 사회에 이르기까지 일본 역사의 흐름 속에서 야쿠자의 시대적 필요성과 존재의의를 찾아내 우리를 설득시키려 한다. 이 점이 바로 우리가 야쿠자를 통해 일본을 이해할 수 있는 근거이기도 하다. 야쿠자야말로 가공되지 않은 날것으로 일본의 단면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책의 내용
야쿠자 오야분의 아들이 쓴 야쿠자 긍정론
이 책을 쓴 저자의 아버지는 교토의 야쿠자 조직인 데라무라구미의 오야분이었고, 어머니는 노름꾼의 딸이었다. 저자 자신은 와세다대학 법대 재학 시절 사회주의 운동에 뛰어든 무정부주의자였다. 이러한 성장배경을 가진 탓인지 저자는 야쿠자에 대해 따뜻한 시선을 유지하면서 야쿠자 긍정론을 펼친다.
1장 야쿠자의 원류
전국戰國 시대를 끝내고 일본을 통일한 도쿠가와 막부 시절 일자리를 잃은 실업무사, 노름꾼, 동네 무뢰배, 다이묘의 노동력 중개업자 등을 야쿠자의 원류로 꼽는다. 근세 야쿠자라 불리는 이들은 막부의 신분제 질서에서 이탈한 제도권 밖의 백성들이다. 이들은 생존을 위해 공동체를 형성하고 사회의 주변부에 머물렀다. 이들은 자신이 속한 주변부의 지배권을 폭력으로 장악해 신분제 사회와 연결시키는 중개 역할을 하며 사적 권력을 행사했다. 막부와 번 권력은 야쿠자를 하층계급을 통제하는 수단으로 활용하며 제도권 밖의 사회적 권력으로 용인한 것이다.
2장 근대 야쿠자의 출발
도쿠가와 막부를 붕괴시킨 메이지 유신 이후 일본은 도시화와 산업화에 박차를 가했다. 서양의 법과 제도를 이식해 국민국가를 건설한다는 목표였지만 사회 전반에는 여전히 봉건적 질서와 가치가 지배적이었다. 이 같은 일본의 근대화는 대규모의 노동인력을 필요로 했고, 와카마쓰와 고베 등 신흥 산업도시를 중심으로 농촌의 노동력이 대거 이동하며 새로운 야쿠자 집단을 형성하는 결과를 낳았다. 농촌 부락형 야쿠자에서 도시형 야쿠자로의 변신이었다.
3장 하층사회를 지배한 음지의 권력자
농촌의 봉건적 질서가 도시에서 확대재생산 된 근대 야쿠자에게 가장 중요한 개념은 오야분-고분 제도이다. 지주와 소작농의 관계에서 비롯된 오야분-고분의 관계는 무력자가 유력자를 따르고, 전인적 또는 전가족적 봉사로 헌신하는 야쿠자 집단의 엄격한 규율이다. 이는 야쿠자 사회가 법의 지배를 받는 것이 아니라, 규율의 지배를 받는 집단임을 뜻한다. 이러한 봉건적 관계는 현재 일본 정당의 파벌, 대기업의 사내 파벌, 노동조합 등 사회단체 내부의 1인 지배구조 등에서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
4장 야쿠자와 예능의 세계
근대 야쿠자의 2대 사업은 노동력 공급과 예능 흥행이었다. 야쿠자가 예능 흥행에 손쉽게 뛰어들 수 있었던 이유는 같은 최하층 신분으로 예능인들과 공동체의 유대감을 자연스럽게 공유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전국의 네트워크를 통해 예능 흥행을 기획하고 주도하면서 영향력을 키워나갈 수 있었다.
일본 제국주의 시절 대중예능인 로쿄쿠가 야쿠자의 주도로 전국적인 인기를 끌었다. 이에 정부가 로쿄쿠를 대중교화의 수단으로 이용하기 위해 야쿠자 오야분을 중심으로 우익단체인 대일본국수회를 결성하기도 했다. 천황에게 충성을 맹세하고 일본의 전통적인 가치를 지키자는 대일본국수회는 나중에 노동운동과 사회주의운동을 탄압하는 데 이용되었다.
5장 정치적 권력과 사회적 권력
일본의 야쿠자는 합법적인 무법자들이었다. 막부 시절에는 신분제 질서의 바깥에서 폭력을 통해 하층사회를 결집시키고 관리하는 존재였다. 그리고 메이지유신 시절에는 급조한 법의 지배가 확립되지 않은 영역에서 법치를 보완하며 정치적 질서를 유지하는 역할을 맡기도 했다. 이는 일본사회가 전쟁을 비롯한 격변기에 각 부분사회에서 사회적 권력자로 행세하는 집단을 일시적으로 이용하는 것에 지나지 않았다. 폭력에 기반하는 강제력과 힘을 지닌 야쿠자 집단을 정치권력이 법외의 통치수단으로 활용한 것이다.
6장 야쿠자의 의리와 인정
의리와 인정이라는 인간관계는 야쿠자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오히려 현재도 일본사회 전반을 폭넓게 지배하고 있는 일본인의 윤리의식이다. 때문에 야쿠자는 의리와 인정이라는 인간관계를 기반으로 오랜 세월 생명을 유지할 수 있었다. ‘의리와 훈도시는 빼놓을 수 없다’는 속담이 있을 정도로 일본인들은 의리를 처세에 꼭 필요한 인간의 기본 도리로 여겼다. 야쿠자의 경우 의리와 인정이라는 일본인의 윤리의식이 일반사회에 비해 훨씬 깊이 뿌리를 내리고 있었고, 또 이것이 야쿠자 집단을 강하게 결속시킨 동력이었다.
7장 일본 야쿠자의 원형 야마구치구미
야쿠자란 달리 살아갈 방도가 없는 자들이 살기 위해 모인 생활집단이다. 야마구치구미를 일으킨 야마구치 하루키치도 원래 가난을 벗어나기 위해 고베까지 흘러온 시골 출신의 유민이었다. 항만 하역인부에서 시작해 인부들의 우두머리가 되었고, 나중에 야쿠자 조직의 오야분이 되면서 지역의 명망가가 되었다. 이는 근대 야쿠자의 일반적인 형태였다.
고베가 근거지인 야마구치구미는 오사카의 요시모토흥업과 연계해 예능 흥행업에도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당시엔 야쿠자의 도움 없이는 지방 흥행이 불가능했기 때문이었다. 태평양전쟁 시절에 야쿠자에 대한 통제가 강화되자 얌전히 숨을 죽이고 있던 야마구치구미는 한국에서 6.25전쟁이 발발하면서 3대 오야분 다오카 가즈오를 중심으로 조직을 재건하는 데 성공했다. 야마구치구미를 사업조직과 폭력조직으로 양분한 다오카는 예능 흥행업에 다시 뛰어들어 일본의 국민가수 미소라 히바리의 매니지먼트를 맡으면서 급성장했다. 게다가 역도산을 비롯한 프로레슬링의 흥행권도 장악하면서 전국 최대 규모의 야쿠자 조직으로 명성을 떨쳤다.
그러나 일본의 경제적 고도성장이 불사신 야마구치구미의 발목을 잡았다. 경제발전에 따른 항만하역시설의 근대화와 텔레비전 방송국의 성장이 야마구치구미의 2대 사업인 노동력 공급업과 예능 흥행업에 치명상을 입혔다. 그리고 1964년에 시작된 폭력단 전국일제검거로 전국의 야쿠자 조직이 초토화되었고, 야마구치구미만 해산을 하지 않은 채 겨우 살아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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