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세계사 입문 (독서)/2.세계문화

조약으로 보는 세계사 강의 (2017) - 화해와 배신, 강압과 화합이 만든 결정적 순간들

동방박사님 2024. 2. 8.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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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조약을 통해 인류의 역사는 어떻게 진보했는가
폭력과 보복에 맞선 대화와 타협의 3천 년 역사


인간의 역사는 폭력과 전쟁의 역사였다. 그리고 그 길은 증오와 보복의 역사이기도 했다. 오늘은 빼앗을 수 있지만, 내일은 빼앗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인간은 폭력과 보복의 연쇄에서 벗어나 생존의 지속성과 안정성을 위해 대화와 양보, 타협을 시작한다. 이 책은 바로 상호공존의 결정체인 ‘조약’이 역사를 어떻게 변화시켰는지 살펴본다.

인류 최초의 평화조약부터 전 세계를 케이크 자르듯 막무가내로 나눠가진 조약까지, 황금과 비단으로 상대의 호의를 사려는 비굴한 조약부터 인류 멸망의 초읽기 앞에서 가까스로 브레이크를 잡아당긴 조약까지, 세계사를 관통하는 68개의 핵심 조약들이 담겨 있다. 또한 한일 위안부 협정, 한중 어업협정, 남북한 경제협력 합의서, 한일군사포괄보호협정 등 대한민국이 21세기 들어 주변국들과 새로 체결한 4개의 주요 조약도 함께 소개함으로써 현재 우리를 둘러싼 국제정세와 이에 대처하는 과정과 의의에 대해서도 보여주고 있다. 힘과 폭력에 맞서 균형과 공존을 내세운 조약의 역사를 통해 독자들은 수많은 대화와 협상으로 주조된 인류 역사 3천 년의 흐름을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목차

추천사
머리말 ▶ 대화와 타협, 그리고 약속의 역사

1부 고대와 중세의 조약

히타이트-이집트 조약 ▶ 세계 최초의 평화조약
칼리아스 평화조약 | 니키아스 평화조약

후다이비야 조약 ▶ 이보 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의 지혜
바크트 조약 | 야파 조약

베르됭 조약 ▶ 근대 서유럽의 경계가 세워지다
메르센 조약

전연의 맹약 ▶ 중화, 오랑캐와 형제가 되다
서희-소손녕 협정

토르데시야스 조약 ▶ 서구 열강, 지구를 나눠 먹다
베를린 의정서

2부 근대의 조약

베스트팔렌 조약 ▶ 근대국가의 탄생
빈 최종 의정서 | 조약법에 관한 빈 협약

네르친스크 조약 ▶ 북방의 정복자들, 동방에서 멈추다
백두산 정계 | 캬흐타 조약

루이지애나 매입 협정 ▶ 미국의 대약진
알래스카 매입 협정 | 파나마 협정

난징 조약 ▶ 중국, 세상에 문을 열다
베이징 조약 | 신축조약

미터 조약 ▶ 세계를 재는 유일한 척도를 만들다
베른 협약

강화도조약 ▶ 세계로 끌려나온 한국
시모노세키 조약 | 포츠머스 조약

3부 전쟁과 평화

제네바 협약 ▶ 전쟁의 중심에서 인권을 외치다
제노사이드 협약 | 오타와 협약

베르사유 조약 ▶ 현실과 타협한 이상주의의 또 다른 비극
켈로그-브리앙 조약

뮌헨 협정 ▶ 악몽의 예방, 더 큰 악몽을 초래하다
독소불가침조약 | 삼국동맹

북대서양조약 ▶ 미국과 유럽, 손을 맞잡다
안주스 조약 | 한미상호방위조약

남극조약 ▶ ‘겨울 왕국’에 묻힌 국가들의 야심
유엔해양법협약 | 우주조약

핵확산금지조약 ▶ 인류 멸망의 공포에 빗장을 채우다
부분적핵실험금지조약

동서독 기본조약 ▶ 통일로 가는 작은 길
포츠담 협정 | 독일통일조약

캠프데이비드 협정 ▶ 충분하지 않지만 필요한 진전
영국-아일랜드 평화협정

4부 현대 세계를 만든 조약

브레턴우즈 협정 ▶ 전후 세계경제 질서의 근간을 세우다
관세와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 | 마라케시 협정

홍콩반환협정 ▶ 동방은 다시 붉게 빛난다
조중변계조약 | 중일평화우호조약

마스트리흐트 조약 ▶ 하나의 유럽으로 어깨 걸고 가다
리스본 조약

북미자유무역협정 ▶ 자유의 이름으로 지역끼리 뭉치다
라고스 조약 | 한미자유무역협정

리우환경협약 ▶ 오직 하나뿐인 지구를 위해
람사르 협약 | 사막화방지협약

5부 21세기 대한민국이 맺은 주요 조약들
한중 어업협정 ▶ 불충분한 합의

남북한 경제협력 합의서 ▶ 화해와 공존의 가능성은 없는가

한일 위안부 협정 ▶ 잘못 맺은 매듭을 풀어나가려면

한일 군사정보포괄보호협정 ▶ 공연한 의심인가, 악몽의 시작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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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판 및 사진 출처

저자 소개

저 : 함규진
 
지금도 수없이 발굴되고 새로이 해석되는 방대한 역사의 세계를 우리 삶에 와 닿는 언어로 맛깔스럽게 전하는 역사저술가. 지식으로서의 역사를 넘어 ‘역사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이라는 무궁무진한 탐구 주제를 가지고 방송, 집필, 온라인 강의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재미있게 풀어내고자 노력하고 있다. 1969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성균관대학교 행정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정약용의 정치사상을 주제로 정치외교...

책 속으로

서문은 물론 협정문의 단어 하나하나까지 신중하게 선택하고 합의해 오직 하나의 판본만이 존재해야 하는 오늘날의 조약과 달리, 히타이트-이집트 조약문은 표현에 아전인수적인 면이 있었다. 또 이 조약은 국가 간의 협약이라는 성격과 군주 간의 개인적 약속이라는 성격을 공유했으며, 그 내용 가운데 부분적으로 끝내 지켜지지 않은 조항도(상대국 망명자의 무조건적 송환)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은 오직 힘만이 정의였던 고대 세계에서 믿을 수 없을 만큼 오랫동안 준수되었고(이후 그리스나 로마의 조약들은 사정이 조금만 달라지면 파기되기 일쑤였다. 그런 모습은 현대에도 드물지 않다. 가령, 1939년의 독소불가침조약은 2년 뒤 독일이 소련을 공격하면서 깨졌다), 두 나라는 물론 주변 국가들에도 오랫동안 평화를 선사했다. 「 히타이트-이집트 조약: 세계 최초의 평화조약」 --- p.28

소손녕은 “고구려의 땅을 내놓으라는데, 사실 우리 고려는 국명에서 보듯이 고구려의 정당한 계승자다”라는 서희의 주장을 굳이 반박하지 않았고, “귀국에 사대할 뜻은 있으나 여진이 길을 막고 있는 게 문제”라며 강동 6주를 양보하라는 주장에도 (본국의 허락을 받은 후) 동의했다. 고려 땅을 빼앗기는커녕 도리어 자기 땅을 내주다니 서희가 훌륭했다기보다 소손녕이 제정신이 아니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강동 6주는 원래 여진족의 무대였고 거란이 최근 여진을 정벌하면서 일시적으로 점령한 땅이었다. 따라서 그곳을 애써 지키다가 여진이 땅을 되찾으려고 고려와 합세할 빌미를 주느니, 아예 고려에 넘겨서 고려와 여진이 그 땅을 놓고 다투느라 요를 공격할 짬이 나지 않도록 하자는 게 소손녕과 요 조정의 계산이었을 것이다.「서희-소손녕 협정: 땅 뺏으러 왔다가 빼앗겼다?」 --- p.78

대체 왜 영국과 프랑스는 마음만 먹으면 히틀러를 벌레처럼 눌러 죽일 수도 있는 상황에서 자존심을 꺾고 신의를 저버리며 뮌헨에서 ‘항복’했던 것일까. 모든 자료를 종합해볼 때 당시 독일은 영국과 프랑스는커녕 체코조차 싸워 이길 능력이 없었다. 그 사실을 뻔히 알고 있던 독일 군부는 히틀러 때문에 나라가 망하는 꼴을 볼 수 없다며, 병력을 언제라도 동원할 태세를 갖춰 놓고 영국과 프랑스의 언질만 기다리고 있었다. 히틀러에 대한 압박을 조금만 강화했다면 히틀러는 실각하거나 야욕을 포기했으리라. 제2차 세계대전도 일어나지 않을 수 있었으리라. 왜 체임벌린과 달라디에는 그토록 멍청한 실수를 저지른 것일까?「뮌헨 협정: 악몽의 예방, 더 큰 악몽을 초래하다」 --- p.250

이런 중요한 조약 내용과 협의 과정을 양국이 비밀에 붙인 이유는 그 정치적 파장을 우려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사실 나중에 이 조약이 알려지자 북한은 남한에게, 중국은 대만에게 각각 ‘민족의 땅을 팔아먹었다’는 강한 비판을 받았다. 남한은 “김일성이 한국전쟁 참전 대가로 백두산을 중국에 헌납한 게 아니냐”고 의심했고, 대만은 대만대로 “백두산정계비까지 따져도 중국이 백두산을 북한에 60퍼센트나 줄 근거가 없는데, 무슨 짓을 했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하지만 당시 북?중은 자유 진영의 압력이 여전한 가운데 소련 및 비동맹권과의 친교가 예전 같지 않은 상황에서 하루바삐 골치 아픈 문제를 청산하고 단결을 재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북한은 간도 영유권을 거론하지 않고, 중국 은 두만강 유역과 백두산의 영유권에서 북한에 조금 더 양보함으로써 빠르게 문제를 해결한 것이었다. 「조중변계조약: 간도를 잊고, 백두산을 나누다」 --- p.391~392

아무래도 우리가 일본에서 얻는 정보의 가치가 더 높다고 하면, 아무리 조약 규정상 대등한 입장에서 상대의 정보 제공 요구를 취사선택할 수 있다고 해도, 우리 에서 저자세를 보이게 될 공산이 크다. 또한 일본의 신호 정보 첨단기기들은 위력을 제대로 발휘하려면 북한에 근접한 지점까지 이동할 필요가 있다. 그것은 곧 일본 군함이나 항공기가 우리 영해, 영공으로 들어온다는 뜻이다. 우리 국방부 등에서는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을 시작으로 군수물자 지원협정도 맺고, 한반도에서 한일 합동훈련, 공동 작전도 전개해야 한다고 본다. 태극기와 일장기가 나란히 펄럭이며 인공기에 대적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과연 국민들이 보기에 어떨까? 「한일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 공연한 의심인가, 악몽의 시작인가?」
--- p.481~482

출판사 리뷰

인류, 폭력과 복수 대신 대화와 타협을 선택하다
생존경쟁과 상호공존의 시소게임, 조약의 탄생


인류의 역사를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약육강식, 적자생존, 승자독식,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 우리에게 친숙한 이 표현들은 역사가 시작된 이래 인간이 자연에 적응하고 생존하기 위해 환경뿐 아니라 같은 종인 인간끼리도 서로 경쟁해왔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 과정은 자연스럽게 폭력을 낳았고,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거대한 규모의 전쟁과 살육이 뒤따랐다. 그러나 인간은 이런 방식이 생존의 가능성을 오히려 악화시킨다는 사실 또한 깨닫기 시작한다. 문명의 탄생과 함께 폭력과 보복의 연쇄를 막으려는 ‘조약’이 등장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조약은 적이었던 상대(인간뿐 아니라 자연도 포함해)를 파트너로 존중하고, 대화와 타협의 과정을 거쳐 ‘상호공존’을 목표로 한 고도의 전략적 행위이자 신뢰의 결정체다. 그렇지만 조약이 모두에게 이익과 평화를 안겨주었던 것은 아니었다. 조약의 역사를 살펴보면 체결과정에서 그동안 쌓아왔던 적의와 이해관계를 더욱 격렬하게 폭발시키고, 강압과 기만으로 상대를 농락하거나, 평화라는 이름 아래 또 다른 폭력과 전쟁의 씨앗을 심어두기도 했다.

이 책은 세계사를 뒤흔든 68개의 조약들을 통해, 인류가 평화와 공존을 위해 고군분투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조약을 둘러싼 복잡한 역사적 정황뿐 아니라 조약이 맺어지는 과정, 조약 당사자들 간의 이해관계와 갈등을 적나라하게 묘사하며 독자들에게 대화와 타협이 이루어지는 줄다리기 역사의 생생한 현장으로 인도한다. 조약이 성취한 것들, 조약이 은폐한 것들을 날카롭게 집어내는 저자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다보면, 독자들은 역사를 관통하는 생존경쟁과 상호공존이라는 두 시소게임을 벌이는 인류의 치열한 고뇌를 확인할 수 있다.

평화를 보장하는 조약, 평화를 뭉개버리는 조약
세계사를 결정한 화합과 배신의 조약들


저자는 지금부터 3천 년 전인 기원전 1270년, 인류 최초의 평화조약을 체결한 히타이트 제국과 이집트 제국의 조약에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상호 불가침, 국경선 확정, 쌍무적 방위동맹 등 현대인들에게도 익숙한 내용이 보이는 이 조약은, 조약의 기원이 상호 인정과 공존에서 출발했다는 증거다. 그러나 한편에서 이 조약은, 평화란 언제나 피를 먹고 자란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것이기도 했다. 16년간의 피비린내 나는 전투로 수많은 사람들의 증오와 피가 조약문 아래에 흐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조약은 굴종의 또 다른 이름이기도 했다. 중국 송나라는 요나라의 위협 앞에 송과 요나라가 형제의 의를 맺고, 매해 귀금속과 비단을 ‘선물로 내린다’는 명분으로 ‘전연의 맹약’을 맺었다. 그러나 이 조약은 송나라에게 평안보다 복수심을 불러일으켰고, 결국 송나라는 요나라가 힘이 약화된 틈에 공격을 감행한다. 조약이 전쟁을 낳은 씨앗이 된 것이다.

강제력 없는 조약은 평화의 가장 큰 적이다. 1차 세계대전의 참화에 충격을 받은 50여 개 국가들이 모든 전쟁을 끝내자는 취지 아래 맺은 ‘켈로그-브리앙 조약’은 막상 전쟁을 막는 수단은 전혀 갖추지 않은 조약이었다. 결국 조약을 체결한 지 10년도 되지 않아, 인류 최대의 전쟁인 2차 세계대전을 불러오는 허울뿐인 평화조약에 그쳤다. 저자는 이처럼 역사 속 조약의 다양한 패턴을 살펴보고, 평화가 어떻게 조약으로 성취될 수 있는지 또는 어떻게 조약이 평화를 망쳐버릴 수 있는지 날카롭게 파헤친다.
이 책은 세계사의 결정적 장면을 보여주는 조약들도 상세하게 설명한다. 근대주권국가 시스템을 최초로 도입하는 데 핵심 역할을 했던 베스트팔렌 조약부터, 2천 년 동아시아 조공질서의 붕괴를 가져온 난징 조약, 2차 세계대전의 발발을 사전에 막을 수도 있었던 뮌헨 협정 등 조약으로 세계사의 흐름을 꿰뚫어볼 수 있다. 또한 국제통화, 우주 개발, 기후 변화, 핵 등 오늘날 인류가 마주한 세계적 갈등에 각각 조약들이 어떠한 해법을 제시하는지도 확인할 수 있다.

한반도의 운명, 조약이 결정하다
지나온 역사, 가야할 미래를 가늠하는 잣대, ‘조약’


이 책은 한반도의 운명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 조약도 깊이 있게 다루고 있다. 오늘날 한국의 경계를 확정짓는 데 중요한 영향을 미친 고려-요나라 간의 서희-소손녕 협정과 조선-청나라 간의 백두산 정계는 비록 수백 년 전에 맺어졌음에도 조약의 영향력을 우리들에게 상기시킨다. 이 밖에도 강화도 조약, 시모노세키 조약, 한미상호방위조약 등 근대 한국의 탄생과 형성에 결정적 분기를 마련한 조약도 소개하고 있다. 여기에 한미자유무역협정. 남북한 경제협력 합의서, 한일 위안부 협정 등 21세기 한국을 둘러싼 핵심국인 미국, 중국, 일본, 북한과 맺은 최신 조약까지도 다루고 있다. 무역, 과거사, 영해, 통일 문제 등을 아우르는 이 조약들은 과거에도 그랬듯 앞으로도 조약이 우리의 삶에 강력한 영향을 끼칠 것임을 보여준다.

한편 한반도의 다른 반쪽, 북한이 체결한 조약도 다루고 있다. 우리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한반도 북부의 영토분쟁과 그 해결과정을 보여주는 북한-중국 간의 조중변계조약, 북한의 핵개발과 이에 대처하는 국제 사회의 기원이라 할 수 있는 핵확산금지조약(NPT)은 한반도의 또 다른 운명공동체에 대해 많은 것을 들려준다. 이처럼 조약은 역사의 복잡한 이면을 보여줄 뿐 아니라 당대의 국제정치를 관통하는 가장 핵심적인 도구다. 힘과 폭력의 논리와 균형과 공존의 논리가 상호 충돌하는 조약의 역사를 읽어가면서, 독자들은 수많은 대화와 협상으로 주조된 인류 역사 3천 년의 장대한 흐름을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