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정치의 이해 (독서)/9..정치외교학

스파이, 거짓말, 그리고 알고리즘 (2024) - 미국 정보기구의 역사와 미래

동방박사님 2024. 3. 26.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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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미국의 정보기구와 정보활동을 철저히 분석하다

자료를 수집하고 정황을 분석해 현 상황에 대한 최선의 지식을 산출하는 다양한 과정이 정보활동이며, 모든 국가는 정보활동을 수행한다. 그러나 국가는 좋은 정보와 그 생산 과정 및 관련 체계를 비밀로 유지하려 한다. 이 때문에 일반 국민은 물론이고 전문적인 학자조차도 국가의 정보활동에 대해 파악하기 어렵다.

저자 에이미 제가트는 미국의 정보기구와 정보활동을 30년간 연구한 학자로서, 객관적이면서도 유머러스하고 애정 어린 시각으로 미국 정보기구의 역사와 역할, 현재의 문제점과 향후 과제에 대해 설명한다. 미국은 정보활동을 통해 영국으로부터 독립하고, 양차 대전과 냉전을 승리로 이끌고, 사상 최악의 테러리스트 빈 라덴을 추적·사살하였다. 그러나 미국 정보기구는 정보활동 자체의 어려움뿐 아니라 지나친 파편화로 인한 정보공유 실패, 대중과 정책결정자의 몰이해 등으로 어려움을 겪어왔다. 게다가 사이버 공격과 같은 새로운 안보 위협이 등장하면서 그 어느 때보다도 어려운 과제에 직면했다.

이 책은 정보기관과 그 활동을 일반인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한 것은 물론, 수많은 주석에서 알 수 있듯이 국가안보를 연구하는 학자들에게도 대단히 유용한 학술적 가치를 담고 있다. 비록 미국의 정보기관과 활동을 중심으로 서술되어 있지만, 세계에서 가장 강력하고 영향력 있는 정보기구가 미국의 것이고 많은 나라가 미국의 정보활동을 표준으로 삼고 있으며 한미동맹이 우리 안보의 근간이라는 점을 생각한다면 이 책의 내용이 우리 정보기구의 체계와 향후 역할을 고민하는 데 기준점이 될 것이다.

목차

제1장디지털 시대 정보의 장애물: 망토와 단검 그리고 트위터
제2장재난에 빠진 교육: 허구의 스파이가 여론은 물론 정보 정책까지 왜곡하는 방식
제3장한눈에 보는 미국 정보의 역사: 가짜 빵집에서 무장 드론까지
제4장정보의 기본: 아는 것과 모르는 것
제5장왜 분석은 그토록 어려운가: 판단의 7대 죄악
제6장방첩: 스파이를 잡으려면
제7장비밀공작: “고통스러운 선택이 계속되는 어려운 활동”
제8장의회 감독: 스파이를 보는 눈
제9장정부만 정보활동을 하는 시대는 지났다: 구글어스가 등장한 세상에서 핵무기를 추적하는 방법
제10장사이버 위협 해독하기

저자 소개

저 : 에이미 제가트 (Amy B. Zegart)
 
후버연구소의 선임연구원이며 스탠퍼드 대학교 산하 국제안보협력센터(CISAS) 공동 책임자이자 정치학 교수이다. 전문 분야는 사이버 보안, 미국의 정보·외교 정책, 정치적 위험 등이다. 지은 책으로 미국의 정보 활동이 직면한 도전 과제에 관한 『Spying Blind:The CIA, the FBI, and the Origins of 9/11』, 『Flawed by Design:The Evolution of the ...

역 : 유인수

여러 대학에서 경영학, 심리학, 법학, 컴퓨터공학 등 다양한 분야를 공부하다가 결국 국가정보학이 적성에 맞는다는 사실을 발견하였다. 현재 명지대학교 대학원 방산안보학과에서 국가안보와 방위산업을 위한 국가정보기구의 역할을 연구하고 있다.

책 속으로

21세기에는 경제와 안보가 밀접하게 얽혀 있다. 세계적인 공급망이 형성되어 있고, AI와 같이 민간과 군사 양쪽에서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이중용도 기술이 극적으로 발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정보기관은 외국 정부와 테러 단체를 이해하는 데 집중했다. 오늘날 정보기관은 미국의 기술 대기업과 스타트업도 이해해야 하고, 악의적 행위자가 우리의 발명품을 우리를 해치는 데 사용할 가능성까지도 고려해야 한다.
---「제1장 디지털 시대 정보의 장애물」중에서

정보관이 업무를 수행하려면 많은 비밀이 필요하지만, 그렇지 않은 업무도 많다. 정보관들은 종종 NSA가 “No Such Agency(그런 기관 없음)”라는 뜻이라고 말했는데, 연방 정부가 수년간 NSA의 존재를 단호하게 부인했기 때문이다. 스노든 폭로 사건 이후 내가 소속된 학술 단체가 NSA의 초대로 방문했는데, NSA 공보 담당관은 자신의 주업무가 전화벨이 울리는 것을 보면서도 전화를 받지 않는 것이라는 농담을 던졌다.
---「제2장 재난에 빠진 교육」중에서

유명 요리사, 프로야구 선수, 대법원 판사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모두 제2차 세계대전 중 CIA의 전신인 전략사무국(OSS)에서 비밀리에 근무했다는 점이다. 2008년 국립문서보관소에서 비밀 해제된 75만 페이지의 문서 덕분에 우리는 전시 정보기관에서 일했던 2만 4000여 명의 이름과 일부 활동에 대해 알게 되었다. 그중에는 유명한 프랑스 요리사 줄리아 차일드Julia Child, 시카고 화이트삭스Chicago White Sox의 포수 모 버그Moe Berg, 대법관 아서 골드버그Arthur Goldberg도 있었다. 또한 시어도어 루스벨트Theodore Roosevelt 대통령의 아들과 작가 어니스트 헤밍웨이Ernest Hemingway의 아들도 OSS 정보관이었다.
---「제3장 한눈에 보는 미국 정보의 역사」중에서

한국전쟁에서 찰스 윌러비 소장은 심각한 확증 편향에 빠져 있었으며, 유엔군은 11월 대규모 기습이 있기 몇 주 전부터 전장에서 중국군을 마주치기 시작했는데도 정보를 경시하고 묵살하는 여러 방법을 만들어냈다. 10월 25일 처음으로 중국군 포로를 생포했는데, 그 포로는 심문관에게 자신이 중국 공산군의 정규 병사이며 인근 산에 수만 명의 중국군이 있다고 말했다. 이 보고는 즉시 윌러비에게 전달되었지만, 윌러비는 중국에 살던 한국인이 전투에 자원한 것이 틀림없다는 답신을 보냈다. 그 후 몇 주 동안 미군과 한국군은 대규모로 압록강을 넘어왔다고 대답하는 중국 포로를 더 많이 잡았다. 그때마다 윌러비는 그러한 보고 내용의 중요성을 과소평가했다.
---「제5장 왜 분석은 그토록 어려운가」중에서

로버트 한센이 6000개의 문건을 한 번에 작은 쓰레기봉투 하나씩 담아 러시아에 넘기는 데는 20년이 넘게 걸렸다. 반면 2010년 육군 일병 첼시 매닝은 「텔레폰」이라는 노래를 흥얼거리면서 가짜 레이디 가가 CD에 국무부 기밀 전문 25만 건을 다운로드했다. 전 국가안보국 계약직 직원 에드워드 스노든은 미국 정부의 최고 기밀 계획이 담긴 약 150만 건의 문서를 10개월 만에 훔쳐 2013년 홍콩과 모스크바로 달아났다. 그가 훔친 문서를 인쇄하여 쌓아 올리면 높이가 4.8km나 될 정도로 방대한 양이었다.
---「제6장 방첩」중에서

어떤 조직도 모든 것을 할 수는 없다. CIA 사람들이 요인 추적을 많이 하면 할수록 수집하는 정보는 줄어든다. 준군사작전이 테러리스트를 전장에서 제거하는 데 얼마나 효과적이든 간에 CIA의 핵심 업무, 즉 대통령에게 결정 우위를 제공하는 일에서 시간과 자원을 빼앗아간다. 마이클 모렐 전 CIA 부장 대행이 회고하듯이 “비밀공작은 집중력을 앗아갑니다. 우리 대테러센터가 비밀공작에 깊이 관여하고 있었기 때문에 일주일에 세 번씩 회의를 열곤 했었죠. 저는 자주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우리가 러시아 정보 수집이나 중국 정보 수집에 그 많은 시간을 들였다면 어땠을까?” 국가가 오늘의 우선순위에 너무 많은 관심을 기울이면 내일의 불쾌한 기습에 취약해질 수 있다.
---「제7장 비밀공작」중에서

온라인 크라우드소싱도 유망한 새로운 길을 제시하고 있다. 이미 수천 명의 시민 과학자가 방대한 양의 자료를 성공적으로 선별하여 칼텍Cal Tech과 캘리포니아대학교 산타크루즈UC Santa Cruz 연합팀이 새로운 외계 행성 몇 개를 찾고 국제 물리학자 팀이 새로운 중력 렌즈를 발견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 2016년 비확산연구센터의 멀리사 해넘Melissa Hanham은 Geo4Nonpro라는 핵 위협 크라우드소싱 계획을 시작하여 수백 명의 영상 전문가를 모을 수 있었다. 이들은 북한이 숨기고 있던 강선 지역의 우라늄 농축 시설을 발견했다.
---「제9장 정부만 정보활동을 하는 시대는 지났다」중에서

출판사 리뷰

정보활동과 정보기구에 대해서 흥미 위주의 허위 사실이 만연한 것도
편집증적으로 무조건 악으로 치부하는 것도 민주주의에 해롭다.

스파이를 주제로 한 오락물: 스파이테인먼트

지난 20년간 스파이를 주제로 한 오락물이 급증했고 대중의 사랑을 받고 있다. 키퍼 서덜랜드가 주연한 TV시리즈 [24]나 CIA의 대 중동 작전을 현실감 있게 다룬 [홈랜드] 등은 국내에도 팬층이 두텁다. 스파이 물은 물론 완전히 허구인 것도 많지만 이란 대사관 인질 탈출 사건을 소재로 한 [아르고]나 오사마 빈 라덴을 추적한 작전을 다룬 [제로 다크 서티]처럼 실제 사건에 기반한 영화도 있다.

저자의 조사에 따르면 스파이 오락물을 더 자주 시청한 사람이 용의자에 대한 가혹 행위, 미국 시민에 대한 감시 등 공격적 활동에 더 찬성했다. 스파이 물은 일반인은 물론 입법부, 사법부, 행정부의 정책결정자에게도 영향을 끼쳐 허구의 스파이가 현실 여론과 실제 정보기구 관련 정책을 좌우하는 수준이 되었다.

저자는 스파이 오락물의 영향으로 고문 받지 않을 권리, 정당한 재판을 받을 권리 등 기본적인 인권을 무시하고서 테러리스트로 의심되는 인물을 심문하고 처벌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사고방식이 널리 퍼지는 것은 아닐지 우려한다. 반대로 모든 정보활동이 불법적이며 민주주의와 양립할 수 없다는 사고방식도 국가안보와 민주주의를 무너뜨릴 수 있다. 그런 이유에서 미국 정보기구의 실체를 정확히 전달하는 것이 이 책의 목적이다.

미국 정보기구의 간략한 역사: 가짜 빵 오븐에서 드론 살상까지

미국 독립전쟁 중 워싱턴이 수적 열세를 감추기 위해 거대한 제빵 오븐을 짓고 빵 굽는 연기를 피워 영국군을 속인 일은 이순신 장군이 노적봉 바위에 빈 가마니와 짚을 덮어 산처럼 쌓인 군량미로 속인 일화와 비슷하다. 당시 영국의 진지와 병력 이동에 관한 중요한 정보를 전달했던 가장 성공적인 스파이 조직은 컬퍼 스파이단이었는데, 이들은 뉴욕 주 작은 마을의 친구들이었다.

독립 이후 미국의 정보 역량은 전시에는 발전했다가 평시에는 흩어지기를 반복했다. 독립전쟁과 남북전쟁 외에는 정보활동이 거의 중단되었으며, 제1차 세계대전까지도 정보활동은 전쟁 중에만 필요한 것으로 인식되었다. 법무부, 육군, 해군 등 각 기관에서 각자의 필요에 따라 정보부서를 만들었기 때문에 정보가 통합되어 올바른 분석으로 이어지지도 못했다.

미국의 정보기구는 제2차 세계대전과 냉전을 겪으면서 자리 잡을 수 있었으며, 정보공유 실패로 막지 못한 2001년 9.11 테러와 정보분석 실패로 초래된 2003년 이라크 전쟁 이후 정보를 통합하고 대통령의 정보 고문 역할을 하도록 국가정보장(DNI) 직위가 신설되었다.

미래 예측과 미래의 정보활동

전문가들의 미래 예측 성공률 조사에서 예측 성공률이 높은 사람들은 공통적으로 대단히 개방적이고, 호기심이 많고, 신중하며, 자기비판적이었다. 다행히 학습과 훈련을 통해 이러한 특성을 향상시키고 예측력도 높일 수 있다. 또한 정보활동에서는 장기적 관점을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정보관 개개인은 물론이고 정책결정자와 정보활동 감시자 모두 긴 안목과 냉철한 판단, 그리고 열린 태도로 사실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과거에는 국가안보 기관만 인공위성 영상을 입수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누구든지 전 세계 어느 곳이든 인공위성 영상으로 감시할 수 있다. 그 배경에는 다양한 상업 인공위성과 AI를 활용한 패턴 분석이 자리 잡고 있다. 또한 기술 발전에 따라 각국은 사이버 공간에 점점 더 의존하고 있는데, 사이버 공간은 국경이 없고 공격자를 특정하기도 어려우며 선진국일수록 취약점이 더욱 많은 환경이다. 사실상 누구나 정보활동을 하고 선진국의 안보가 더 불리해지는 시대에 미국의 정보기구와 정책결정자들이 검토해야 할 기술과 철학이 무엇인지 살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