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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버린 독립운동가들 (2020) - 무명의 독립투사들, 기억의 전당에 불러오다

동방박사님 2024. 6. 25. 0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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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잊어버려서 미안합니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죽었습니다... 잊히겠죠?... 미안합니다...”
영화 「암살」에서 김원봉(조승우 분)은 독립을 위해 싸우다 이름 없이 죽어간 수많은 이들을 기리며 쓸쓸한 목소리로 이렇게 읊조렸다. 주요 등장인물도 아닌 그의 입에서 나온 이 대사를 관객들은 가장 인상 깊었던 대사들 가운데 하나로 꼽는다. 왜일까? 슬프지만 그 말이 진실이라는 걸 느끼기 때문이다. 우리는 여러 독립운동가들을 알고 있긴 하지만, 그러나 누군지도 모르는 더 많은 이들이 독립운동에 참여해 누구는 평생을, 누구는 목숨을 바쳤다. 그렇게 우리가 그 존재조차 알지 못하는 수많은 독립운동가들이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기에, 우리는 미안함과 부채감을 느끼는 것이다.

『우리가 버린 독립운동가들』은 그런 미안함과 부채감에서 출발한다. 공훈록이나 역사책 한 구석에만 그 존재가 희미하게 남겨져 있을 뿐 대중의 기억 속에선 아예 잊혀 있다면 그것은 사실상 그들을 버린 것에 다름 아니다. 일본에 과거사를 잊지 말라고 다그치는 것에 앞서 우리부터 과거를 기억하는 일에 힘써야 한다는 취지에서, 저자는 기억하고 기려야 마땅함에도 우리의 기억에서 그 흔적조차 사라지고 있는 20인의 독립운동가를 재조명하고 있다.

목차

ㆍ머리말
ㆍ독립운동의 여러 갈래에 대하여

허위
서대문형무소 1호 사형수가 된 의병장

이재명
매국노 이완용에게 치명상 입힌 23세 청년

김구응
아우네장터 만세운동의 진짜 주역

문용기
일제 수탈의 본거지에서 만세운동을 이끌다

프랭크 스코필드
푸른 눈의 ‘34번째 민족대표’

박상진
친일 부호 처단한 대한광복회의 총사령

박재혁
부산경찰서에 폭탄 던진 ‘의열단 거사 1호’

송학선
평범한 소신파 민족주의자의 단독 거사

박용만
소년병학교 세운 독립운동의 비주류

양세봉
군신으로 추앙받았던 ‘소작농 장군’

김동삼
만주 독립운동의 통합 아이콘

김경천
백마 타고 시베리아를 누빈 전설적 영웅

오동진
신출귀몰 만주독립군 사령관

안희제
독립운동 자금 젖줄 역할한 기업가

이은숙
위대한 독립운동가 뒤의 위대한 부인

김마리아
굴복을 몰랐던 저항의 화신

주세죽
사회주의 독립운동 주도한 비극의 ‘맑스걸’

윤형숙
한 팔 잘리고도 태극기 집어든 의지

박차정
조선의용대의 여성 리더

김승학
박은식을 이은 독립운동사가

저자 소개

저 : 손성진
부산 배정고등학교와 서울대학교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하고 고려대학교 언론대학원 최고위과정을 이수했다. 1988년 서울신문사에 입사해 사회부와 경제부를 오가며 기자로 일했고 이후 사회부장, 경제부장, 사회에디터, 편집국장, 수석논설위원, 논설실장과 논설주간을 거쳐 서울신문 논설고문으로 재직 중이다.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부회장을 역임했다. 일제 강점기와 광복 이후의 시기, 특히 195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의 ...

출판사 리뷰

왜 우리는 그들을 잊어버렸나

8도 연합 의병대를 통솔해 일본군과 싸웠으며 서대문형무소 1호 사형수가 된 허위, 유관순이 활약한 아우내 만세운동의 진짜 주역 김구응, 미국에 군사학교를 세워 독립군을 양성한 박용만, 일본 장교의 자리를 버리고 연해주에서 빨치산 부대를 이끈 김경천, 김좌진과 함께 만주 독립군 3대 맹장으로 꼽힌 김동삼과 오동진, 상하이 임시정부의 자금줄 역할을 한 안희제…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행적과 업적을 보자면 이제껏 알려지지 않고 있던 것이 이상할 정도다. 그렇다면 이들은 어떤 이유로 잊혀진 걸까?
먼저 이념의 문제다. 광복에 이은 분단으로, 독립운동가들에 대한 평가도 갈려버렸다. 200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사회주의 계열 독립운동가들은 언급 자체가 기피됐다. 김원봉이나 『아리랑』의 주인공 김산도 그전까지는 우리가 잘 몰랐던 이들이었다. 이 책이 다루고 있는, 중국 홍군(紅軍)과 협력한 양세붕이나 러시아 적군(赤軍)과 협력한 김경천 등과 같은 인물도 마찬가지 경우에 해당한다. 사회주의 활동을 한 주세죽(박헌영의 아내)과 박차정(김원봉의 아내) 역시 그러했다.
이념과는 별개로, 정치적 이유에서 그리된 경우도 있다. 박용만은 미국에서 독립운동을 이끌었는데, 그러면서 이승만과 대립하게 됐다. 둘은 한때 의형제도 맺었지만, 독립운동의 방향을 놓고 완전히 절연한다. 해방 후 그의 업적이 덜 알려지게 된 이유 중 하나다. 일부 세력이 정치적 이유로 유관순을 독립운동의 표상으로 띄우면서 김구응이 묻히게 된 것도 그런 사례다.
자료가 부족하고 업적을 알릴 후손들이 없다는 것도 현실적인 이유가 된다. 많은 독립운동가들이 국외로 떠돌았는데, 특히 북한 지역이나 중국과 러시아 등지에서 활동한 독립운동가들에 대해서는 기록이 상당히 미비하다. 또 후손이 남아 있다면 나서서 독립유공자로 신청하고 선양사업도 할 테지만, 독립운동가 집안은 풍비박산 나기가 일쑤여서 남은 후손이 아예 없거나, 있어도 한국에 없는 경우도 많다. 만주 독립군 사령관으로 당시 신문에서 “독립운동에 관계된 인물로서 모르는 이가 없다”고 일컬어진 오동진이 대표적인 사례다. 그는 오늘날 일반대중들에게 거의 알려지지 않았으며, 변변한 연구논문도 없다. 후손도 끊겼고, 묘소도 국내에 남아 있지 않다.(그의 묘소는 북한의 국립묘지인 애국열사릉에 있는데, 공주형무소에서 순국한 그의 유해가 어떻게 평양으로 가게 되었는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공식 문서에 남은 이름(‘윤혈녀’)과 달라 공적을 인정받지 못한 윤형숙도 자료의 부족으로 뒤늦게 겨우 알려진 경우다.

이름 없이 사라진 독립운동가들을 기리며

이런 저런 사정으로 잊혀지고 버려진 독립운동가들이 어디 하나둘이겠는가. 그렇기에 이렇게 책으로 소개하는 독립운동가들을 아는 것으로 그쳐서는 안 될 것이다. 사실 이 책에 수록된 20명은 얼마간이라도 그 행적이 전해지고 자료가 남아 있었던 덕분에 소수의 사람들에게나마 알려질 수 있었다. 독립유공자 공훈록에 등록된 인물만 1만5000여 명인데, 그중에 이름이 알려진 사람이 얼마나 될까. 게다가 행적이 알려지지 않거나 북한에 남았다는 이유로 인정되지 못한 독립운동가들도 부지기수다. 비밀리에 활동해 논문 한 켠에 행적이 겨우 적혀 있거나 아예 어떤 사료에도 흔적이 없는 이들도 무수할 것이다. 또 어느 유명 인물 밑에서 싸우다 죽어간 무명의 독립군은 얼마나 될지…. 이 책을 쓴 저자의 진정한 목적은 단지 몇 명의 독립운동가를 더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훨씬 더 많은 독립운동가들이 기억의 저편에 파묻혀 있다는 사실을 일깨우고자 함에 있다. 그들을 기억하고 기리지 않는다면 우리는 그들을 버린 후손인 것이며, 이 나라는 제 독립을 위해 싸운 이들을 버린 미래 없는 나라라는 점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