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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모든 국민은 그 수준에 맞는 정부를 갖는다
독일의 사례로 본 우리의 생활 속 정치의식과 정치교육
국민의 투표로 구성되는 정부. 정부의 수준을 높이려면 우리의 정치의식 수준을 키워야 한다.
이를 위해서 제일 먼저 움직인 곳은 교육계. 이미 10여 년 전부터 각 시·도교육청은 《민주시민교육》 교과서를 편찬했고, 선거관리위원회, 정당의 시·도당, 시민단체 등은 강연이나 특강 형식으로 정치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그 내용은, 현실정치에 대한 안목이나 개선에 대한 논의가 아니라, 자유론, 평등론 등과 같은 메타정치(정치를 위한 정치 이론)에 갇혀 있다.
우리에게 필요한 민주시민교육(정치교육)은 정치나 사회 교과서에 등장하는 전문적인 이론을 넘어, 일상에서 지나치기 쉬운 다양한 정치적 행위들을 구체적으로 배우고 실천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어야 한다.
학교의 학생대표 투표와 같은 일종의 정치적 선택 과정, 일터에서 발생하는 노동자와 사용자의 대립을 민주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절차와 방법, 그리고 우리 동네를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기 위한 정치 시스템의 개선은 무엇이며 어떻게 형성할 수 있는지 등이 정치교육의 쉬운 사례가 될 수 있다.
『우리 동네 민주시민』에서는 민주주의 시스템과 정치교육이 발전한 독일의 학교 · 도시 공동체 · 정당에서 시행되고 있는 실제 이야기를 통해 정치교육의 필요성과 그 효능성에 대해 실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그리하여 이 책은 논의만 활발할 뿐 아직까지 교사도, 교사 양성에 대한 제도적인 계획도 체계적으로 수립되지 않은 우리나라의 ‘어수선한‘ 민주시민교육의 형식적 측면과 메타정치에 갇혀 있는 정치교육의 내용적 측면에 새로운 바로미터를 제시할 것이다.
총 3부로 구성된 『우리 동네 민주시민』의 1부에서는 우리나라 정치교육의 문제점을 살핀다.
2부와 3부에서는 각각 청소년 및 성인 정치교육의 구체적인 현황과 전망을 우리와 독일의 사례를 대조하여 살펴본다.
우리의 상황에 바로 적용해 생각해 볼 수 있도록 에피소드 중심으로 엮인 『우리 동네 민주시민』은 ‘정치는 나와 상관없는 것이 아니라 일상 속에서 내가 해야 하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충실히 전달하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정치교육을 통해 ‘한 국가의 민주적 성숙도가 어떻게 사회 발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 줌으로써 ‘모든 국민은 그 수준에 맞는 정부를 갖는다’라는 명제를 증명해 낸다.
목차
머리말
1부 정치교육 무엇이 문제인가
chapter I 우리나라 민주시민교육
1. 국민윤리와 ‘색깔’교육
2. 정치 불신과 정치교육(시민교육)의 쓸모
chapter II 민주시민의 복지국가
1. 나치에 대항하는 개념
2. 의대 증원_독일은 2배 늘리기 vs. 한국에선 파업
3. 최저임금 차등 적용의 함정
4. ‘킬러문항’배제 vs. 교육개혁의 본질
5. 인구 감소(저출생)와 연금 문제
6. 기후변화와 재생에너지
2부 청소년 정치교육 민주적 소통과 다름의 인정
chapter III 학교 안 정치교육
1. 교육제도의 다양성
2. 보이텔스바흐 합의
3. 학교 안 정치교육
4. 독일 교육제도의 시사점
chapter IV 학교 밖 정치교육
1. OECD 국가 중 마지막 18세 유권자
2. 주 의회의 정치교육팀과 노조의 청소년교육
3. 연방정치교육원과 교회의 정치교육
chapter V 청소년의 정치 참여
1. 자유로운 정당 활동
2. 한국 국회의원과 독일 연방의원
3. 시스템 개혁과 청년의원 증가
3부 성인 정치교육 일상의 권리 회복
chapter VI 일터
1. 노란봉투법과 귀족노조
2. 독일 노동조합의 정치교육
3. 일터에서 꼭 필요한 정치교육
4. 상생하는 비전형적 교용관계
5. 교사와 공무원의 정치 기본권
chapter VII 주권
1. 정당과 정치재단의 정치교육
2. 일상 속 시민교육의 효용성
3. 제도의 문제점을 자각할 수 있는 교육
4. 연동형 비례대표제와 주권 회복
5. 이상하게 변형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6. 반드시 알아야 할 국회의원 선거의 쟁점
chapter VIII 분권(자치)
1. 독일 시민대학의 정치교육
2. 연방제와 지방분권
3. 권력 분산과 민주주의 발전
4. 법원, 검찰, 경찰 등 권력기관의 개혁
5. 독일의 통일엔 정치교육이 있었다
6. 극우 정당의 급부상과 정당민주주의의 위기
[부록]
1. 독일 연방정치교육원의 발간물 사례
2. 저자의 정치교육 사례
저자 소개
저 : 조성복
중앙대학교 독일유럽연구센터 연구교수. 연세대학교 경제학과(경제학사), 독일 두이스부르크-에센대학교 (정치학 학사/석사, Diplom), 독일 쾰른대학교(정치학 박사, Dr. rer. pol.)를 졸업했다.
주독일 대한민국대사관 전문연구관, 대한민국 국회 정책비서관, 정책연구위원을 지냈으며, 국민대, 성공회대, 경인교대 등에서 강의했다.
주요 저서로 『연동형 비례대표제란 무엇인가』(지식의 날개, 2020), 『독일...
책 속으로
다른 중요한 하나는 교육의 내용에 관한 것입니다.
흔히 (민주)시민교육이라고 할 때 그것이 어떤 교육이며 구체적인 내용이 무엇인지 바로 떠오르지 않을 수 있습니다.
떠오르더라도 사람마다 다른 내용을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선거연수원에서 펴낸 『민주시민교육의 이해』라는 책자는 ‘민주시민교육’을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습니다.
“국민이 주권자로서 책임 있는 자세로 선거·정치 과정에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민주적 가치와 지식·능력 등을 체계적이고 지속적으로 함양하는 학습.”
동시에 민주정치의 건전한 발전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돼 있습니다.
위의 정의를 음미해 보면 시민교육보다 정치교육이라고 부를 때 의미가 더 명료해 보입니다.
물론 정치에 대한 불신이 워낙 커서 정치교육이라고 하면 거부감을 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정치 불신의 문제는 교육의 문제와 상관없이 우리 사회가 극복해야 할 과제입니다.
그래서 이 책에서는 (민주)시민교육과 같은 의미로 주로 ‘정치교육’이란 용어를 사용하겠습니다.
일반적으로 독재국가나 권위주의 정권에서는 이와 같은 시민교육이나 정치교육이 제대로 시행되기 어려울 것입니다.
학생이나 일반 시민이 이런 교육을 받고 독재정권의 문제점을 깨닫게 되면 정권에 저항하거나 반정부 투쟁에 나서게 될 테니까요.
반면 정치적 정통성을 갖는 정권이 들어선 민주국가에서는 시민·정치교육을 마다할 이유가 없습니다.
민주주의의 토대를 강화하므로 오히려 장려하는 것이 정상입니다.
--- 「정치교육의 본래적 의미」 중에서
반면 독일교사협회(Deutscher Lehrerverband; DL)**는 16세부터 선거권을 부여하는 데 다소 회의적 견해를 피력하고 있습니다.
유럽의회 선거에서 투표가 가능한 나이를 16세로 낮춘 것에 대해서도 서로 엇갈린 태도를 보였습니다.
DL의 스테판 뒬(Stefan Dull) 회장은 연방과 주 선거에 청소년의 투표를 허용하는 것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투표권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성숙하고 책임감이 있어야 하며, 그러려면 최소한 18세는 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독일교사협회 회장은 “선거권 나이를 낮추는 것이 좋은 것인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라며, 자신의 투표권에 대해 매우 우려하는 학생들이 많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들 중 대다수는 복잡한 면을 지닌 정치에 관심이 없다”라고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학교에서도 정치에 관한 관심을 강요할 수는 없으며, 또한 그것은 가정, 사회, 청소년 자신 모두가 나서야 할 문제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어쨌든 학교는 정치교육에 충분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녹색당 출신의 연방가족/노인/여성/청소년장관인 리사 파우스(Lisa Paus)는 독일교사협회의 입장에 반대해 투표권 나이를 낮추는 데 찬성의 목소리를 냈습니다.
한편 연방통계청에 따르면, 2024년 유럽의회 선거에 투표할 수 있는 16세와 17세의 유권자는 2023년 말 기준 약 14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처럼 독일에서는 모든 선거에서 투표권을 부여하는 나이를 18세에서 16세로 낮추자는 주장과 의견이 대두되고 있습니다.
이에 반해 한국에서는 2020년에 들어서야 19세 선거권을 18세로 낮췄습니다.
청소년의 정치 참여를 둘러싸고 왜 이런 차이가 있을까요?
우리 학생들은 독일 학생들보다 성숙하지 못한 것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단지 우리의 교육제도가 학생들을 지나치게 입시에만 매달리도록 강요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정치권에서도 자신의 기득권 때문에 젊은 유권자가 추가되는 것을 반기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요?
시민교육이나 정치교육에서 이런 문제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져야 합니다.
* 14개 주의 학생들이 모여 2004년에 설립한 조직.
** 독일노총 산하의 교원 노조 외에 가장 큰 단체인데, 4개의 우파 교사단체가 1969년 연합해
설립한 조직으로 약 16만 5천 명의 교사로 구성돼 있음.
--- 「독일 연방학생회, 16세 선거권 요구」 중에서
독일 제20대 연방의회(2021~2025년)의 최연소 연방의원(우리의 국회의원)은 사민당의 에밀리 본츠(Emily Vontz)입니다.
2000년 10월 자를란트주 메르찌히(Merzig)에서 태어난 그녀는 현재 대학생입니다.
2016년 16세에 사민당 청년공동체(Jusos; 35세 이하)에 가입했고 이후 바로 당원이 됐습니다.
2017년부터 메르찌히-바더른(Merzig-Wadern) 지역*의 청년공동체 대표가 됐고 2019년부터는 이곳의 지역위원장이 됐습니다.
2020년 중반부터 자를란트주 의회의 사민당 교섭단체에서 일하며 학업을 병행했습니다.
이후 연방법무부장관을 지낸 하이코 마아스(Heiko Maas)가 중도에 의원직을 사퇴함에 따라 의원직을 승계해 2023년 1월 1일부터 연방의원이 됐습니다.
독일의 선거제도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비례대표 명단(Landesliste)을 작성하기 때문에 누군가 의원직을 사퇴할 경우, 같은 정당의 해당권역 비례대표 순번에 따라 의원직을 승계하게 됩니다.**
* 메르찌히-바더른 크라이스(우리의 군에 해당)는 2개의 도시와 5개의 게마인데(우리의 읍/면에 해당)로 구성되고,
면적은 556제곱킬로미터(전남 곡성군 정도의 크기), 인구는 약 10만 명임.
자를란트주는 이와 같은 6개의 크라이스(군)로 구성돼 있으며, 인구수는 약 99만 명으로,
독일에서 브레멘(68만 명) 다음으로 인구가 적은 주임.
** 독일의 선거제도에 대해서는 3부에서 자세하게 다룸
이처럼 독일에서는 지역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당원이 해당 지역의 연방의원이 됩니다.
반면 우리의 경우 대체로 판사나 검사, 변호사, 고위 공무원, 교수 등 중앙에서 활약하던 인사가 자신의 출신 지역에 가서 후보가 되고 의원에 당선됩니다.
특히 지방의 국회의원직은 해당 지역에 연고가 있으면서 중앙에서 성공한 이들의 놀이터가 되고 있습니다.
이런 현상은 정치발전에 도움이 되지는 않을 겁니다. 그런데 왜 이런 일이 반복되고 있을까요?
무엇보다 정당의 후보 선출 권한이 해당 지역의 당원에게 있지 않고 정당의 대표와 지도부가 공천권을 행사하기 때문입니다.
만약 독일에서도 공천권을 중앙에서 독점하고 있다면, 본츠와 같은 22세의 여대생 연방의원이 나오기는 힘들 것입니다. 공천권이 분산돼 있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중략...)
둘째, 독일 청소년의 정치 참여가 높은 것은 (교사나 공무원을 포함해) 누구나 정당에 참여할 수 있고, 또 누구든지 손쉽게 정당을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독일에서는 14세나 16세부터 정당에 가입할 수 있도록 해 청소년의 정치 참여를 장려하고 있습니다.
이를 결정하는 주체는 정당입니다. 심지어 녹색당은 아예 연령 하한선을 없앴습니다.
또한 주요 정당은 청년 조직을 따로 두고 있습니다.
이들은 모(母) 정당과 같은 노선을 지향하지만 별도의 조직과 재정을 가진 독립기관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중략...)
〈독일 제19대 연방의원(2017~2021년)의 성별·나이별 구성〉 표를 살펴보면, 독일 연방의회는 의원의 나이별 통계를 출생연도별로 집계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어쩌면 이런 방식으로 집계하는 것이 나이별 의원 수를 더 잘 나타내는 방식인지도 모르겠습니다.
1960년대 출신이 34.6퍼센트로 상대적으로 조금 많기는 하지만 1950년대 23.3퍼센트, 1970년대 26.5퍼센트, 1980년대 11.7퍼센트에서 보듯이 특정 연령대에 집중되지 않고 모든 연령대에 골고루 분산돼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 「청소년의 정치 참여」 중에서
독일에서는 이미 바이마르공화국 때부터 공무원의 정치적 자유가 보장됐습니다.
당시 헌법은 모든 공무원의 정치적 신념과 정당한 권리를 보장했습니다.
그 이전 카이저가 다스리던 독일제국 시대에는 주로 보수 우파 성향을 지닌 공무원이 득세했습니다.
그러다가 바이마르 시대에 들어와 제1차 세계대전 끝 무렵 전 유럽에 남겨진 독일 병사들을 데려오기 위해 제대로 된 공무원 행정이 필요해지자 바뀌게 됐습니다.
이런 전통에 따라 독일에서 교사나 공무원의 정당 가입이나 정치 활동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 됐습니다.
연방공무원법」 제90조 2항에 따라 공무원은 유럽의회, 연방의회, 주 의회 등의 선거에 나갈 수 있습니다.
선거 준비를 위해 2개월간 휴가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또한 3항에 따라 낙선하면 공무원으로 되돌아가고, 당선되면 사직할 수도 있습니다.
그 밖에 4항에 따르면 기초자치단체의 기관이나 위원회에서 위원 등으로 활동할 경우에도 이에 필요한 공무원으로서 휴가와 급여를 받을 수 있습니다.
누구나 정치 기본권을 갖는 것이 당연시되는 독일과 그렇지 못한 우리의 차이를 만드는 것은 전혀 다른 정치제도와 정치문화입니다.
군소 정당의 의회 진입이 가능한 선거제도, 그에 따른 다당제 정당제도, 의회중심제와 같은 합의제 민주주의 문화, 권력과 권한을 수직적으로 분산하는 연방제 등이 그것입니다.
또한 연방하원(Bundestag, 연방의회)과 연방상원(Bundesrat)이 총 16명의 헌법재판관을 각각 절반씩 선출하는 것도 우리와 다른 점입니다.
동시에 연방하원과 연방상원을 구성하는 여러 정당에 실질적 선출권이 주어집니다.
자연스럽게 다양한 시민의 의사가 헌법재판관 선출에 반영될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바로 이런 정치 시스템을 갖출 때 비로소 기본권을 보장받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라인란트-팔츠주 총리실을 방문해 대외협력을 담당하는 고위직 공무원을 만나 총리실의 구조와 기능, 역할 등 주 정부에 대한 설명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공무원이나 교사가 정당에 가입할 수 있는지, 또 정치 활동을 할 수 있는지는 물론이고, 정당 가입 여부도 궁금했는데, 그는 망설임 없이 자신이 사민당 당원임을 밝혔습니다.
그는 주 총리의 의회 연설문 작성 업무도 맡고 있었는데, 마침 주 총리가 사민당 출신이어서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문득 주 총리와 정당이 다르면 어떻게 되는지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만약에 기민당 출신의 총리가 들어오면 당신은 그만둬야 하는가?”라고 물었지요.
그는 “그렇지 않다, 상관없다”라고 대답했습니다.
덧붙여 주 총리실에서 일할 때는 공무원으로서 자신의 직무를 하는 것이고, 당원으로서의 활동은 일과 후에 하는 것이기 때문에 아무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과연 그것이 가능할지 의문이 들기도 했습니다. 공무원의 당원 가입 자체가 아예 불가능한 우리 상황에서는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중략...)
독일 사례가 주는 또 다른 시사점은 연방의원 가운데 교사나 공무원 출신 의원의 숫자가 우리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는 것입니다.
순수한 교사 출신(교수, 학자 제외) 의원은 보통 25~30명으로 전체 의원의 4~5퍼센트 정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공무원도 엇비슷한 정도입니다.
다만 공무원의 경우에는 그 범위가 워낙 넓어서 판사나 검사, 고위직 공무원 등을 포함하면 그 숫자는 훨씬 더 많습니다. 한국의 경우를 살펴보면 극명하게 대비됩니다.
1987년 민주화 이후 민주당의 초선의원 502명을 분석해 보니 교사나 공무원 출신은 거의 없습니다.
대학교수나 연구원이 53명으로 약 10퍼센트를 차지하는 정도입니다.
정당 출신 정치인이 124명(25퍼센트)으로 제일 많고, 법조인이 69명(14퍼센트)으로 뒤를 잇고 있습니다.
국회 전체로 봤을 때는 정당인이 17퍼센트, 교수, 의사 등 전문직이 17퍼센트, 법조인이 13퍼센트를 차지했습니다.
--- 「교사 · 공무원의 너무나 당연한 정치 활동」 중에서
시민대학은 독일에서 가장 유명한 평생교육기관으로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습니다.
그 뿌리는 18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농경 사회에서 산업 사회로의 변화와 계몽철학이라는 2개의 배경에 근거하고 있습니다.
일찍부터 시민대학은 능력 향상과 인간 해방이라는 모호성을 띤 목표를 내세웠습니다.
상충하는 목표들의 긴장 관계는 서로 비중을 달리하면서 오늘날까지 유지되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시민대학의 개설 과목 중 정치교육은 중요한 의미를 지닙니다.
공공의 위임을 받아 유지되는 지역의 교육 시설인 당시 시민대학의 정치교육 프로그램은 매우 다양했습니다.
바이마르공화국에서 시민대학은 헌법 지위를 가지고 있었습니다(독일제국헌법 제148조 제4항).
1917년 독일에는 18개의 시민대학이 있었고, 1922년 8월에는 853개로 늘어났습니다.
1932년 말에는 216개의 야간시민대학(Abendvolkshochschule)과 81개의 지역시민대학(Heimvolkshochschule)이 만들어졌습니다. 이후 시민대학의 수는 감소했는데, 거기에는 재정적 이유가 가장 컸습니다.
바이마르공화국을 해체하면서 들어선 나치 체제는 지역시민대학을 폐쇄하고, 야간시민대학에 대해서도 해산하도록 막대한 압력을 가했습니다.
바이마르공화국의 주요 교육학자나 이론가는 망명했고, 일부는 나치즘에 봉사했습니다.
시민대학의 시설은 시민교육센터(Volksbildungswerk)로 바뀌었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승전국인 연합국은 정치교육의 재건을 통해 민주주의의 원칙과 나치의 문제점을 부각시켰습니다.
그 과정에서 바이마르 시대의 교육자들이 재건에 동참했습니다.
1945년에 시민대학은 다시 문을 열게 됐습니다. 재건된 시민대학은 프로그램을 둘러싸고 이견이 분분했습니다.
당시 ‘독일시민대학 주 연합실무공동체’ 회장인 파울 빌퍼트(Paul Wilpert)는 1951년 “시민대학은 정치를 하는 곳이 아니라 정치적 인간을 교육하는 곳이다”라고 의미를 규정했습니다.
이 단체는 1953년 7월에 독일시민대학연합회(Deutscher Volkshochschul-Ver?band; DVV)로 전환됐습니다.
DVV는 시민대학의 강사를 교환하고, 기본 원칙이나 교육 지침을 개발하고 교육의 품질을 향상하며 국제 교류를 지원합니다.
2024년 현재 DVV에는 850개가 넘는 시민대학이 등록돼 있고, 전국에 약 2,800개 교육 장소가 있습니다. 약 16만 2천 명의 강사진과 연간 620만 명에 달하는 교육생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 「독일 시민대학의 정치교육」 중에서
출판사 리뷰
민주주의가 필요로 하는 것은
중립이 아니라 정치교육!
정부에 대한 시국선언이 한창이다. 이런 사달이 나기 전에 우리는 왜 좀 더 신중하지 못하였을까?
문민정부 이후 민주주의에 대한 경험이 30여 년밖에 되지 않아서인가?
이슈마다 등장하던 ‘엄마’, ‘넥타이’ 혹은 ‘태극기’ 부대의 ‘오지랖’ 때문인가?
논쟁의 여지가 많았던 18세 ‘교복’ 입은 유권자가 2022년부터 유입되었기 때문이었나?
도대체 무엇이 문제였을까?
그 해답은 아마, 17세기 스코틀랜드 작가 새뮤얼 스마일스의 언급 속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한 나라의 정치는 그 자체가 나라를 구성하고 있는 사람들의 반영에 지나지 않는다.
국민을 앞선 훌륭한 정부는 국민과 같은 수준으로 내려갈 것이요, 국민보다 뒤쳐진 정부는 국민의 수준과 동등하게 올라갈 것이다.
” 그렇다면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수준을 높이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바로 정치교육이다. 그러나 본격적인 정치교육 이야기 이전에 풀어야 할 오해가 있다.
오해_정치교육은 ‘색깔’교육
정권에 따라 달라지거나 없어지는 교육이 아니라,
어떤 정치·경제·사회제도가 필요한 것인지를 따져 보는 교육
저자는 먼저 우리나라 민주시민교육에 대한 현황을 살피고 부실하다고 평가한다.
먼저 학교 안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시민교육은 수업시간을 배정받기 힘들다.
교과목으로는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는 주로 ‘사회’에서, 고등학교에서는 ‘정치와 법’으로 일부분의 정치이론을 기반으로 한 교육이 되고 있지만,
대학입시를 위한 암기수단에 불과하다. 학교 밖의 시민교육도 이와 비슷한 실정이다.
학교 밖에서 행해지는 정치교육은 많지도 않지만 이에 참여하는 학생도 거의 없다.
이런 현실에서는 정치가 자기 삶을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을 배울 수 없다고 한다.
학생이나 학부모 그리고 교사에게 시민교육이 이렇게 소홀히 취급되는 것은 일률적인 교육과정과 점수따기 이외의 다른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아직 우리 사회에 남아 있는 과거의 역사적 경험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일제 강점기 천황에 대한 신민적 태도를 내면화하고 순응하는 교육, 대한민국 수립 후 냉전 시대의 이승만 독재 정권의 반공교육, 그리고 군부독재 권위주의 시대에도 이데올로기, 사회정화 등의 명목으로 이뤄지는 국민윤리 교육에서 정치교육은 설 자리가 없었다.
다른 생각, 다양한 의견을 토대로 나와 우리 공동체의 삶을 바꿀 수 있는 민주주의에 대해 이야기를 하게 되면 ‘빨간색’으로 오해 받기 십상이기 때문이었다. 1
987년 ‘6월 항쟁’으로 제6공화국이 들어서면서 교육계에서도 민주화 요구가 분출되었다.
1995년에는 문민정부 때는 ‘민주시민교육’이 도입되는 등 제도화하기 위한 입법 노력이 활발히 진행되었다.
이제는 광역 단위에서 선출된 교육감의 성향이 보수인지 또는 진보인지에 따라 각 교육청 관할의 시민교육은 그 명칭에서부터 내용에 이르기까지 신설되거나 폐지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또한 정권에 따라 정치 민주화가 역행하면, 그에 따라 학교 민주화도 후퇴하여 시민교육도 순응적 시민 양성 수준에 그치는 패턴을 반복하고 있다.
『우리 동네 민주시민』에서는 우리 시민교육·정치교육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교육의 목표나 내용에 대한 부족한 사회적 합의를 꼽는다.
또한 교육을 담당할 교사도 많지 않으며, 훈련이 미비해 전문성이 부족하고 민주적 의식이 결여돼 있는 경우도 대부분이다.
이것은 교사의 정치 기본권이 제한되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이유로 작용한다.
게다가 일부 기성세대나 보수적 학부모는 시민교육에 저항하거나 반발하고 있다. 왜냐하면 그들은 시민교육이나 정치교육을 과거 권위주의 시대 독재정권에 저항하던 대학생 의식화 프로그램과 같은 것으로, 이른바 ‘색깔’ 교육으로 오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우리 사회에서 통용되고 있는 ‘(민주)시민교육’과 관련해 이러한 오해를 극복하기 위해 먼저 용어의 통일을 제안한다.
왜냐하면 진보 진영에서는 일반적으로 ‘민주시민교육’이라는 용어에 대해 긍정적이지만, 다른 진영에서는 해당 용어에 부정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국, 영국, 프랑스 등에서는 ‘시민교육(Civic Education)’, 독일에서는 ‘정치교육(Politische Bildung)’, 일본에서는 ‘공민교육(公民敎育)’이라고 부르는 사례를 소개한다.
그래서 우리도 단순하게 ‘정치교육’이란 용어를 통해, 정치교육이나 시민교육이 특정 정권이나 정치 세력에 유리할 것이라는 의심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럴 때 정치교육은 보수나 진보를 떠나 어떤 정치, 경제, 사회제도가 시민에게 유리하고 필요한 것인지를 따져 본다는 교육적 목표에 부합할 수 있다고 본다.
‘정치교육’이라고 용어를 통일하여 교육목표를 설정했다면, 그 교육내용과 형식은 어떻게 구성할 수 있을까?
저자인 조성복 독일정치연구소장은 구체적이고 생생한 사례를 통해 그것을 보여주고 있다.
청소년을 위한 학교 안팎의 정치교육, 성인의 일상 속 정치교육 그리고 이것으로써 시민들의 다양한 의견들이 갈등을 일으키기보다 조화롭게 형성되어 수준 높은 민주주의가 독일에서는 어떻게 실현되고 있는지 우리의 상황과 대조하여 설명하고 있다.
독일_정치교육은 수준 높은 민주주의의 동력
청소년의 정치참여가 가능하게 한
다양한 직업군과 고른 연령대의 독일 연방의회 의원
독일의 학교 밖 여러 정치교육기관은 연방과 주(州) 정치교육원과 같은 국가기관과 정치재단, 교회, 노조, 시민대학, 정당 등의 기관으로 구분된다.
이곳에서는 다양한 주제로 학생, 청소년, 성인 등을 위한 평생교육뿐만 아니라 정치교육도 체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깨어 있는 시민이 민주주의를 제대로 수호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에, 독일은 정치교육을 제도화하는 데 많은 예산과 인력을 투입하고 있다.
우리 동네 민주시민』에서는 정치교육의 커리큘럼이 무엇인지 뿐만 아니라 이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 끼치는 사회적 영향에 대해서도 소개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에밀리 본츠(Emily Vontz)이다.
독일 제20대 연방의회(2021~2025년)의 최연소 연방의원(우리의 국회의원)은 사민당의 에밀리 본츠(Emily Vontz)인데 그는 2000년생이다.
2016년 16세에 사민당 청년공동체에 가입했고 이후 바로 당원이 되었다.
독일 청소년들은 이렇게 어릴 때부터 정당에 가입해 다양한 경험을 쌓고 교육을 받고 있다.
그런 활동과 교육 덕분에 20~30대에 연방의원이나 주 의원에 당선되더라도 전문 정치인으로서 손색이 없다.
이러한 청소년의 정치참여에 개방적, 정치체험은 사회의 다양한 목소리를 내는 데 바람직한 시스템을 구축하도록 한다.
그것은 바로 군소정당의 후보도 당선될 수 있도록 만드는 선거제도를 공고히 한다.
하여, 우리나라처럼 특정 직업이나 연령 그리고 남성에 국한되는 국회의원이 압도적으로 당선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보다 여성의원의 비율이 높고 의원들이 여러 연령대에 고루 분포돼 있으며 직업군도 훨씬 더 다양하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2020년에 치러진 제21대 총선에서 여성은 총 57명(지역구 29명과 비례대표 28명)으로 전체 의원 300명의 19퍼센트이다.
이는 과거와 비교해 가장 좋은 결과이지만 독일의 여성의원 비율인 30~35퍼센트보다 부족하며, 여성 인구수를 고려해 보면 빈약한 수치이다.
청소년과 성인의 생활 속 정치교육으로
독일의 사례로 숙고해 보는 우리의 정치의식,
그리고 이들 모두가 사는 우리 동네를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독일에서도 당연히 정치교육을 둘러싸고 갈등이 첨예하게 존재했다.
특히 1960~1970년대에 진보와 보수 또는 좌파(사회변혁 요구)와 우파(체제 옹호 주장) 간 대립이 극도에 달했다. 교사의 성향에 따라 다른 내용이 전달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바덴-뷔르템베르크주 정치교육원은 1976년 가을 보이텔스바흐라는 인구 약 9천 명의 소도시에 다수의 정치학자와 교육학자를 초대해 바람직한 정치교육에 대해 논의했다.
이 논의에서 나왔던 핵심 내용을 정리한 것이 바로 널리 알려진 보이텔스바흐 합의(Beutelsbacher Konsens)이다.
그 결과 세 가지 원칙이 도출되었다.
첫째, 학생에게 특정 의견을 강요해서는 안 되고(Uberwaltigungsverbot),
둘째는 논쟁적 사안에 대해서는 양쪽의 의견을 그대로 제시해야 하며(Kontroversitat),
셋째는 정치적 사안에 대해 학습자가 스스로 자기 입장을 결정하게 한다(Schulerorientierung)는 것이다.
이 합의는 이후 독일 정치교육에서 중요한 원칙이 되고 있다.
이러한 원칙에 따른 독일의 정치교육은 크게 학교 안과 학교 밖에서의 교육으로 구분할 수 있다.
이것은 학생들이 자라 성인이 된 후, 각자의 생활공간이 될 일터에서의 정치교육에도 영향을 끼쳤다.
노조교육의 핵심 과제는 정치적 영향력을 키우는 것이고, 특히 기업에서 노동자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이다.
노조의 행동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경제, 노동법, 임금협상의 전문지식뿐만 아니라 노동 조직적·사회적 소통 능력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노조는 참가자가 배우려는 욕구를 자극하여, 정치적 행위를 스스로 자각하기 위한 교육을 강화하는데, 대표적인 것이 바로 고용자 신분이라는 사회적으로 각인된 소극적 역할을 극복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 결과 독일에서 노조가 발전하는 과정에서 교육 사업은 중요한 역할을 했다.
정치교육은 조직 차원에서 중요한 구성 요소로 자리 잡았고, 정치적 계몽을 추구하는 주간 신문이나 안내서의 제작과 같은 적극적 출판 사업과 동시에 진행되었다.
『우리 동네 민주시민』에서는 학교나 일터 등 우리의 생활 속에서 펼쳐지는 여러 가지 상황 속에서 어떻게 하면 좀 더 바람직한 갈등 해결과 모순을 극복할 수 있는지 독일의 사례를 통해 합리적인 과정을 보여 준다.
그것은 바로 정치교육으로 가능한데, 정치교육을 해야 어느 것이 현재의 우리에게 더 나은 적절한 시스템과 제도인지 알 수 있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중립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정치교육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학생이나 일반인을 위한 정치교육의 목적은 각각의 개인이 다양한 행위자의 서로 다른 입장이나 관점을 인정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동시에 다른 사람의 정치적 선동, 특정 이념의 주입, 조작이나 음모 등에 빠지지 않도록 교육하는 것이다.
그래야 한국 사회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서로 의견이 다른 상대방을 적대시하거나 악마화하는 극단적 진영 논리와 이런 기반에서 행해지는 정치인에 대한 물리적 테러 행위를 끊어 낼 수 있을 것이다.
* 출처 : 예스24 <https://www.yes24.com/Product/Goods/1399175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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