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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기존의 보수와 진보의 프레임을 넘고자 하는 박정희 연구의 새로운 시도!
박정희 시대가 종결된 지 30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그 시대의 '열광적인 지지자'와 '치열한 반대자'가있을 정도로 여전히 우리 사회를 강력하게 규정하고 있다. 이 책은 박정희 시대에 대한 현재의 보수적 분석과 진보적 분석이 한 단계 진전되는 방향으로 발전해 가야 한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하고 있다. '산업화 대 민주화', '수탈 및 착취 대 근대화' 등 보수적 시각과 진보적 시각의 대립구도가 지금의 박정희 시대를 분석하는 틀이라면, 이 책은 박정희 시대에 대한 사회과학적 분석을 시도하여 새로운 관점에서 그 시대를 조망하고자 한다.
박정희 체제에서 경제개발이 단기간에 압축적으로 진행되었고 그로 인해 한국 사회의 근대적 전환이 촉진되었다는 것과, 박정희 체제에 대한 민중적 저항이 있었다는 것을 중심으로 하여 내용을 구성하고 있다. 박정희 시대의 체제적 성격에 대한 내용과, 박정희 시대의 대중적 동의 기반에 대한 분석을 통해 박정희 시대의 새로운 정치사회학의 장을 제시하고 있다.
박정희 시대가 종결된 지 30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그 시대의 '열광적인 지지자'와 '치열한 반대자'가있을 정도로 여전히 우리 사회를 강력하게 규정하고 있다. 이 책은 박정희 시대에 대한 현재의 보수적 분석과 진보적 분석이 한 단계 진전되는 방향으로 발전해 가야 한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하고 있다. '산업화 대 민주화', '수탈 및 착취 대 근대화' 등 보수적 시각과 진보적 시각의 대립구도가 지금의 박정희 시대를 분석하는 틀이라면, 이 책은 박정희 시대에 대한 사회과학적 분석을 시도하여 새로운 관점에서 그 시대를 조망하고자 한다.
박정희 체제에서 경제개발이 단기간에 압축적으로 진행되었고 그로 인해 한국 사회의 근대적 전환이 촉진되었다는 것과, 박정희 체제에 대한 민중적 저항이 있었다는 것을 중심으로 하여 내용을 구성하고 있다. 박정희 시대의 체제적 성격에 대한 내용과, 박정희 시대의 대중적 동의 기반에 대한 분석을 통해 박정희 시대의 새로운 정치사회학의 장을 제시하고 있다.
목차
1부 박정희 시대 개발동원체제의 구조적 성격과 동학
1장_개발동원체제의 일반적 성격과 그 동학
1. 개발동원체제의 일반적 성격
2. 개발동원체제의 일반적·특수적 성격
3. 개발동원체제의 모순과 위기
4. 한국 개발동원체제의 구조적 성격 평가와 관련된 쟁점들 : 그 ‘성공 요인’과 부패 성격
2장_개발동원체제의 변화 과정 : 형성, 균열, 위기 및 재편
1. 개발동원체제의 변화 단계
2. 한국 개발동원체제의 계급적·사회적 조건 : ‘반공규율사회’의 형성
3. 개발동원체제의 성립과 그 동학 : 국가의 ‘헤게모니적 자율성’
4. 개발동원체제의 균열 : 국가의 ‘억압적 자율성’
5. 개발동원체제의 위기와 재편
6. 맺음말
3장_개발동원체제의 국가론적 성격
1. 머리말
2. 동아시아 자본주의 발전과 ‘수출형 축적 체제’ : 이른바 ‘근대화’의 경제적 구조
3. 동아시아의 국가 : ‘신중상주의적 준전시 국가’와 권위주의적 개발동원체제
4. 국가와 축적 체제의 1960~70년대적 결합의 위기
5. 1960~70년대적 국가-축적 체제 결합의 해체와 변형
6. 맺음말
2부 박정희 시대의 강압과 동의 : 그람시, 헤게모니, ‘헤게모니의 균열’
4장_박정희 시대의 강압과 동의 : 지배·전통·강압·동의의 상호 관계
1. 머리말
2. 지배·전통·동의·동원 : 그람시 헤게모니론의 재구성
3. 박정희 시대의 반공주의적·개발주의적·반공주의적 동원과 강압·동의
4. 맺음말 : 박정희 지배의 ‘전통화’?
5장_근대 독재 권력으로서 박정희 체제의 ‘모순적 복합성’ : 헤게모니의 복합성과 모순성
1. 들어가면서
2. 근대 독재 권력의 복합성과 모순성
3. 박정희 독재의 유산을 둘러싼 현재적 쟁투
4. 맺음말
6장_헤게모니의 구성적 과정과 ‘헤게모니 균열’ : 국민, 민중, 시민의 동학
1. ‘헤게모니 균열’의 문제 설정 : 그람시의 계승과 확장
2. 개발독재 시대의 헤게모니 구축과 그 작동
3. 1970년대 개발동원체제의 헤게모니의 균열
4. ‘수동혁명적 민주화’ 시대의 헤게모니와 그 변화
5. ‘신자유주의적 지구화와 결합되어 진행되는 민주화’ 도정에서의 헤게모니의 변화
6. 맺음말
결론_박정희 시대 재평가 논의와 근현대 역사상 재구성의 과제 : ‘복합적 진보’ 분석틀을 향하여
1. 들어가면서
2. 1987년 이후 민주 진보 담론의 정체와 관성화
3. 이영훈 및 임지현의 박정희 시대 재평가에 대한 성찰적 이해
4. 포스트 민주화 시대의 민주 진보 담론과 성찰적 발전 방향
5. 맺음말
1장_개발동원체제의 일반적 성격과 그 동학
1. 개발동원체제의 일반적 성격
2. 개발동원체제의 일반적·특수적 성격
3. 개발동원체제의 모순과 위기
4. 한국 개발동원체제의 구조적 성격 평가와 관련된 쟁점들 : 그 ‘성공 요인’과 부패 성격
2장_개발동원체제의 변화 과정 : 형성, 균열, 위기 및 재편
1. 개발동원체제의 변화 단계
2. 한국 개발동원체제의 계급적·사회적 조건 : ‘반공규율사회’의 형성
3. 개발동원체제의 성립과 그 동학 : 국가의 ‘헤게모니적 자율성’
4. 개발동원체제의 균열 : 국가의 ‘억압적 자율성’
5. 개발동원체제의 위기와 재편
6. 맺음말
3장_개발동원체제의 국가론적 성격
1. 머리말
2. 동아시아 자본주의 발전과 ‘수출형 축적 체제’ : 이른바 ‘근대화’의 경제적 구조
3. 동아시아의 국가 : ‘신중상주의적 준전시 국가’와 권위주의적 개발동원체제
4. 국가와 축적 체제의 1960~70년대적 결합의 위기
5. 1960~70년대적 국가-축적 체제 결합의 해체와 변형
6. 맺음말
2부 박정희 시대의 강압과 동의 : 그람시, 헤게모니, ‘헤게모니의 균열’
4장_박정희 시대의 강압과 동의 : 지배·전통·강압·동의의 상호 관계
1. 머리말
2. 지배·전통·동의·동원 : 그람시 헤게모니론의 재구성
3. 박정희 시대의 반공주의적·개발주의적·반공주의적 동원과 강압·동의
4. 맺음말 : 박정희 지배의 ‘전통화’?
5장_근대 독재 권력으로서 박정희 체제의 ‘모순적 복합성’ : 헤게모니의 복합성과 모순성
1. 들어가면서
2. 근대 독재 권력의 복합성과 모순성
3. 박정희 독재의 유산을 둘러싼 현재적 쟁투
4. 맺음말
6장_헤게모니의 구성적 과정과 ‘헤게모니 균열’ : 국민, 민중, 시민의 동학
1. ‘헤게모니 균열’의 문제 설정 : 그람시의 계승과 확장
2. 개발독재 시대의 헤게모니 구축과 그 작동
3. 1970년대 개발동원체제의 헤게모니의 균열
4. ‘수동혁명적 민주화’ 시대의 헤게모니와 그 변화
5. ‘신자유주의적 지구화와 결합되어 진행되는 민주화’ 도정에서의 헤게모니의 변화
6. 맺음말
결론_박정희 시대 재평가 논의와 근현대 역사상 재구성의 과제 : ‘복합적 진보’ 분석틀을 향하여
1. 들어가면서
2. 1987년 이후 민주 진보 담론의 정체와 관성화
3. 이영훈 및 임지현의 박정희 시대 재평가에 대한 성찰적 이해
4. 포스트 민주화 시대의 민주 진보 담론과 성찰적 발전 방향
5. 맺음말
출판사 리뷰
박정희 시대 연구의 새로운 차원을 개척!
기존의 보수와 진보의 프레임을 넘고자 하는 박정희 연구의 새로운 시도!
박정희 시대의 명암에 대한 종합적·성찰적 분석!
1. 박정희 시대에 대한 새로운 ‘해석 경쟁’ 시대를 열기 위하여
박정희 시대가 종결된 지 30년이 된 지금에도 박정희 시대의 유산은 현재의 우리 사회를 강력하게 규정하고 있다. 박정희 체제는 한편에서 ‘열광적인 지지자’를 남기고 있는 반면, 다른 한편에서 ‘치열한 반대자’를 동시에 남기고 있다.
이 책은 박정희 시대에 대한 현재의 보수적 분석과 진보적 분석이 한 단계 진전되는 방향으로 발전해 가야 한다는 문제의식에서 쓰였다. 현재에는 박정희 시대에 대한 두 가지 양분법적 시각이 존재한다. ‘성장과 경제적 성취 대 폭압과 수탈’, ‘동의 혹은 헤게모니 대 폭압과 강압’, ‘산업화 대 민주화’, ‘수탈 및 착취 대 근대화’, ‘분배를 수반한 성장 대 불평등 성장’ 등의 대립 구도가 바로 그것이며, 보수적 시각과 진보적 시각은 각각 한 측면을 강조한다.
그러나 박정희 시대에는 두 가지 엄연한 역사적 사실이 존재한다. 하나는 박정희 체제에서 경제개발이 단기간에 압축적으로 진행되었고 그로 인해 한국 사회의 근대적 전환이 촉진되었다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박정희 체제에 대한 민중적 저항이 있었다는 것이다. 물론 보수 진영이 전자를 박정희 시대 연구의 출발점으로 삼는다면, 진보는 후자를 출발점으로 삼는다. 필자는 보수적 시각이든 진보적 시각이든 어느 일방을 ‘해체’하는 것에 의해서가 아니라, 각자의 시각을 견지하면서 반대의 시각이 강조하는 역사적 사실들을 해석적으로 내재화하는 방향으로 서로 풍부해져야 한다고 말한다. 즉, 진보적 시각을 견지하면서도 보수의 시각이 강조하는 ‘경제성장의 성취’ 혹은 ‘대중들의 참여·동의’와 같은 역사적 사실들을 ‘진보적 시각의 확장’ 속에서 재해석하는 방식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필자는 진보적 시각에서 이런 문제와 씨름하고자 했다고 말한다. ‘동원된 근대화’라는 생소한 제목 자체도 이런 고민의 산물이다.
박정희 시대에 대한 사회과학적 분석이라고 할 수 있는 이 책은 두 가지 주제를 중심적으로 다루고 있다. 그 첫째는 박정희 시대의 체제적 성격에 대한 것이고, 둘째는 박정희 시대의 대중적 동의 기반에 대한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박정희 시대에 대해서는 크게 그 ‘경제체제’의 성격을 둘러싼 연구 영역과 그 정치사회적 성격을 둘러싼 연구 영역이 존재한다. 이 책의 1부는 바로 그 ‘경제’체제의 ‘정치사회적’ 작동 방식을 다루고 있으며, 2부는 또 다른 정치사회적 성격, 즉 체제의 대중적 동의 기반, 이른바 ‘헤게모니’적 성격을 다루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이 책은 박정희 시대의 정치사회학이라고 할 수 있다.
첫 번째의 논점과 관련해, 이 책은 박정희 시대의 구조적 성격을 ‘근대화를 향한 동원’을 주된 특성으로 하는 체제로 파악하고, 이런 점을 드러내기 위해 ‘개발동원체제’로 규정한다. 박정희 시대는 통상 개발독재 국가 혹은 개발독재 체제로 표현된다. 그런데 그 권위주의적 박정희 시대에는 체제가 작동하는 독특한 정치사회적 양식이 존재했는데, 이를 ‘동원’이라는 개념으로 파악하는 것이다.
2. 박정희 시대의 다양한 얼굴들을 종합적으로 이해하는 분석을 지향
책의 기본적 문제의식과 지향 : 기존의 박정희 체제 분석과 다른 점
첫째, 박정희 시대 분석에 있어 ‘단순한’ 진보적 분석틀이 아니라 ‘복합적인’ 진보적 분석틀을 구성하고자 하는 문제의식이다.
이 글에서 시도하는 복합적 분석은, 기존 박정희 체제의 폭압과 모순, 위기를 강조하는 진보적 서술에서 출발하되, 보수적 문제 설정이나 새로운 문제 제기들을 단순히 부정하거나 외면하지 않고, 기존의 진보적 인식틀을 성찰적·확장적으로 재구성하는 방식으로 박정희 시대를 재인식하고자 하는 것이다.
1980년대 이후 민주화가 본격화되면서 박정희 시대를 보는 진보적 분석 · 박정희 시대의 폭압성과 수탈, 국민적 저항 등을 강조하는 담론 · 이 점차 확대되어 왔는데, 2000년대 이후에는 그런 진보적 분석이 포괄하지 못하는 현상을 주목·강조하는 논의들이 다양하게 제기되었다. 어떤 의미에서 보수와 진보의 기존 경계 외부에서 새로운 논의들이 제기되었던 셈이다. 이는 ‘뉴라이트’적인 논의에서부터 이른바 ‘포스트 구조주의적’ 논의라고 할 수 있는 일상사론, 대중독재론, 방법론적으로는 기존의 양적 분석은 물론이고 구술사 등 질적 분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시도로 이어졌다. 그동안 진보적 분석은 이런 새로운 도전들에 대해 그 ‘진보적 불철저성’을 ‘비판’하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 그러나 다른 측면에서 그런 도전을 진보적 분석틀의 풍부화 혹은 복합화라는 견지에서 지적으로 ‘전유’하고 대하려는 노력은 부족했다. 어떤 의미에서 박정희 시대에 대한 진보적 논의는 다양한 새로운 연구들을 개방적으로 흡수하고 내포화하지 못해서 ‘앙상’해진 측면이 있다. 이런 점에서 이 책은 일종의 “‘복합적’ 진보 분석”을 지향하고 있다. 이 진보 분석의 복합성은 진보가 충분히 포괄하지 못한 점, 반대로 보수가 제기하는 논점의 합리적 핵심을 비판적으로 대면하는 과정을 포함한다.
둘째, 이 책의 문제의식 가운데 하나는 박정희 체제를 한국만의 ‘특수한’ 대상으로서가 아니라 후발 내지 후-후발 국가의 ‘일반적’ 특성을 갖는 대상으로 파악하고자 한다는 점이다. 이런 점에서 필자는 ‘개발동원체제’라는 개념을 매개로, 아시아의 많은 개발독재 나라들의 동학을 이해할 수 있는, 나아가 서구의 중상주의적 개발독재 국가까지도 설명할 수 있는 박정희 체제의 일반적 동학을 포착하고자 했다. 박정희 체제에서 구성·발견되는 ‘일반적 지혜’들은 · 그 ‘성공’과 위기 속에서 · 현재 ‘사회주의적’ 개발동원체제를 경험하고 있는 중국이나 제3세계의 많은 개발동원체제에도 큰 시사를 줄 수 있을 것이다.
셋째, 이 책에서는 ‘모순적 복합성’이라는 개념과 ‘헤게모니의 균열’이라는 필자 나름의 새로운 시각과 개념을 박정희 체제 분석에 적용한다. 필자는 박정희 시대는 ‘하나의 박정희’가 아니라’ 다양한 박정희’가 존재한다고 본다. ‘모순적 복합성’의 관점에서 볼 때 박정희 체제에는 폭력적이고 폭압적인 측면도 존재하지만 새마을운동의 열광적 지지자들에게서 보는 바와 같은 ‘열광’과 강렬한 동의의 측면도 존재한다. 그러나 그처럼 열광과 강렬한 동의를 획득했던 체제 역시 지속적인 내적 모순과 갈등의 체제였다. 또한 박정희 체제는 한편에서 미국에 대단히 의존적인 모습이 존재하는가 하면 때로는 ‘민족주의’적 행태를 드러내기도 한다. 이런 복합적 측면들은 그 속에 균열과 갈등, 모순을 내장하고 있다. 민중들은 1인당 국민소득이 100달러에서 1,000달러로 상승하면 ‘행복한’ 삶이 기다리고 있을 것으로 알고 ‘허리띠 졸라매고’ 달려가지만 그 고지에 도달한 순간 1,000달러 시대의 고통과 갈등, 진통이 또다시 기다리고 있음을 알게 된다. 또한 100달러에서 1,000달러로 이어지는 사회 변화의 과정 자체가 내적인 균열과 갈등, 모순을 내포한 과정이라는 것이다.
또한 필자는 박정희 시대의 ‘헤게모니’ 측면들도 인정하고자 했다. 그러나 그것은 박정희 시대가 ‘갈등이 없고 대단히 안정적인’ 시대였음을 인정하는 것은 아니다. 박정희 체제는 고도성장의 ‘기적’을 추동했고 그를 통해 체제의 대중적 기반을 일정 정도 획득한 체제이기도 했지만 지속적인 ‘위기의 체제’였다(이 점을 보수는 간과한다. 반대로 이 내재적 위기는 박정희와 싸웠던 반독재 민주 세력이 주도하는 ‘민주 정부’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이런 점에서 이 책에서는 박정희 시대의 ‘모순적 복합성’을 명확히 드러내고자 했다.
다음으로, 필자 나름의 독창적인 시각에서 ‘헤게모니의 균열’이라는 문제틀을 설정한다. 일반적으로 그람시적 의미에서 헤게모니를 중시하는 분석은 많다. 그러나 필자는 그 헤게모니 자체가 ‘모순적 복합성’을 담지하는 현상이고 그 결과 ‘균열’을 내재적 속성으로 가지고 있다고 보았다. 이런 인식 위에서 필자는 박정희 독재가 한편에서는 헤게모니의 형성을 위한 권력의 전략적 실천이 전개되고 그것이 일정하게 성공을 거두면서도 다른 한편에서는 그 헤게모니가 균열되는 ‘헤게모니 균열’의 사례로 분석하고자 했다. 이런 의미에서 보면, 한양대 임지현 교수팀이 개진한 “대중독재론”은 ‘박정희 독재’의 헤게모니적 측면을 고민하고 부각시킨 이론이라고 할 수 있다. 그것은 분명 진보적 박정희 분석에서 충분히 드러내지 못한 측면이기도 하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 박정희 독재는 헤게모니가 어떻게 균열되고 그 균열이 확대되어 위기에 이르게 되는가를 보여 주는 훌륭한 사례로 볼 수도 있다. 필자는 5장에서 ‘모순적 복합성’의 프리즘으로, 그리고 나아가 6장에서 ‘헤게모니 균열’의 프리즘으로 이를 분석한다.
책의 구성
1부는 1~3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박정희 시대 개발동원체제의 일반적·특수적 성격을 다룬다. 1장은 박정희 체제를 근거로 하면서도 개발동원체제의 일반론을 정립하고자 하는 시도이며, 2, 3장의 경우도 단순히 한국만을 대상으로 하지 않고 한국과 대만의 사례를 근거로 하면서 개발동원체제의 동학을 분석한다.
1장에서는 개발동원체제의 일반적 성격, 동아시아 개발동원체제의 유형적 특성과 한국 개발동원체제의 특수적 성격, 개발동원체제의 모순과 위기, 냉전과 개발동원체제의 관계, 개발동원체제에서 부패의 문제 등을 다루고 있다.
2장에서는 1장에서 이론적·개념적으로 논의된 개발동원체제가 한국 · 그리고 대만 · 에서 어떤 형성, 균열, 위기 및 재편의 동학을 보이는가를 분석한다. 여기서는 개발동원체제가 가능한 사회적 조건을 ‘반공규율사회’로 규정하고 이런 조건 위에서 어떻게 개발동원체제가 형성되고 변화해 가는가를 분석한다. 여기서는, 개발동원체제의 변화 과정을 해방 이후 1960년대 초까지의 · 개발동원체제의 사회적 기반이 되는 · 반공규율사회의 형성기, 국가주의적 개발동원체제가 형성되는 1960년대의 시기와 1970년대 초반 이후 국가주의적 개발동원체제의 균열기, 1980년대 초중반 이후 국가주의적 개발동원체제의 위기 및 재편기로 나누어 서술하고 있다.
3장에서는 박정희 시대 개발동원체제를 일반적인 국가론의 맥락에서 어떻게 파악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을 다룬다. 여기서 핵심 개념은 ‘신중상주의적 준전시 국가’다. 이것은 국가의 ‘기능’을 중시하는 개념이라고 하면, (권위주의적) ‘개발동원체제’는 국가의 ‘형태’를 중시하는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수출형 축적 체제’라는 표현을 사용하는데 이는 발전 국가의 경제구조적 특성을 드러내기 위해서다. 개발독재의 경제적 성격(수출형 축적 체제), 국가 기능적 성격(신중상주의적 준전시 국가), 국가형태적 성격(권위주의적 개발동원체제)의 상호 연관성을 설명한다. 이런 개념들은 동아시아의 ‘네 마리 용’으로 범주화되는 한국, 대만, 홍콩, 싱가포르에서 ‘국가주의적 발전 모델’을 따랐던 한국과 대만에 공히 적용될 수 있다는 점도 밝히고 있다.
1부에서 독자들은 박정희 개발동원체제의 경제적 이중성, 즉 경제적 ‘효율성’과 불안정이 동전의 양면과 같이 이중적으로 존재하는 것을 살펴보게 될 것이다.
2부(4~6장)에서는 박정희 체제의 폭력적 강압과 대중들의 동의 문제를 다룬다. 강압과 동의, 헤게모니의 문제를 다루는 데에는 그람시의 논의가 연관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점에서 2부는 이론적으로는 그람시 헤게모니론의 한국적 적용과 재구성의 시도라고 할 수 있다.
4장은 박정희 시대를 ‘강압과 동의’라는 프리즘으로 조명하고 있다. 박정희 체제는 지배의 동의 기반을 확장하기 위해 반공주의적 동원과 개발주의적 동원을 핵심적인 동원의 축으로 삼았다. 이런 동원 전략은 담론적 차원에서부터 법적·제도적·행정적 동원 등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수행되었다. 필자는 1960년대에는 반공주의와 새로운 개발주의를 통해서 ‘수동적 동의’, 부분적으로는 ‘능동적 동의’를 확보했다는 것을 인정했다. 그러나 박정희식 지배 일반에 대한 능동적 동의가 확보된 것은 아니었다. 1970년대에는 이런 수동적 동의를 능동화하기 위한 동원의 작위성이 노정되고, 그와 함께 민중의 주체화가 진전됨에 따라, 지배에 대한 동의 기반이 축소되고 이것이 체제의 붕괴로 이어졌다. 결국 박정희 체제는, 적극적 동의를 광범위하게 창출함으로써 정권을 안정적으로 유지했다기보다는, 대단히 큰 정치적 위기 속에서 지배를 유지해야 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공주의적 동원과 개발주의적 동원을 통해, 위기를 통제하는 ‘불안정한 지배’로서 존재했다고 진단하고 있다.
5장과 6장에서는 박정희 시대의 강압과 동의, 그 헤게모니를 총체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헤게모니의 복합성과 모순성, 헤게모니의 균열이라는 시각을 도입한다. 이는 그람시의 헤게모니론을 적용하는 차원을 넘어서서 재구성의 시도이기도 하다.
6장은 그람시의 헤게모니론을 비판적으로 재구성한다. 그람시가 ‘헤게모니의 형성’이라는 문제틀 위에 서있다면, 필자는 박정희 시대와 그 이후의 정치 변동을 분석하기 위해 ‘헤게모니의 균열’이라는 새로운 문제틀을 구성한다. ‘동원된 근대화’의 정치사회적 이중성을 개념적으로 표현하기 위한 필자 나름의 고안이 바로 이 ‘헤게모니의 균열’이다. 여기서 헤게모니와 헤게모니의 균열은 동일한 구성적 과정으로 이루어져 있다. 헤게모니와 헤게모니 균열이 동일한 구성적 과정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은 바로 개발동원체제의 정치사회적 이중성을 하나의 분석틀 속에서 볼 수 있게 해준다. 필자의 이런 문제틀에서 볼 때 · 보수가 주목하는 · 개발동원체제의 성공적 측면이 구성되는 과정 속에서 바로 내재적으로 균열적 측면이 내재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 진보가 주목하는 · 개발동원체제의 폭압적·위기적 측면은 개발동원체제의 성공적 측면과 · 다른 분석틀에서만이 아니라 · 동일한 분석틀 속에서도 분석될 수 있다고 생각된다.
이것은 개발동원체제의 성공적 측면이 구성되는 과정 속에 내재한 균열과 위기적 요소들을 어떻게 응전하는가에 따라 상이한 결과가 나온다는 것도 시사한다. 이 점에서 많은 독재 체제에서 개발과 발전의 ‘성공’적 구성 과정에 내재한 위기적·균열적 요소들은 지도자에게 ‘보고’되지 않는다. 개발과 발전에 대한 ‘찬사’만이 부각된다. 예컨대 1960년대 말에서 1970년대 초에 이르는 개발의 성공적 구성 노력이 가시적인 성과를 드러내는 바로 그 시기에 박정희 체제가 다른 방식으로 응전했다면, 1970년대 이후 박정희 체제는 상이한 경로를 겪었을 것이다. 역사적 현실은 박정희 체제가 유신체제의 구축을 통해서 그런 위기와 균열을 ‘억압’을 통해서 해결하려 했음을 보여 주고 있다.
2부에서 독자들은 박정희 개발동원체제에 정치사회적인 이중성, 즉 그 헤게모니적 성격과 동시에 그것이 내장하고 있는 내재적인 균열적 성격이 동전의 양면과 같이 이중적으로 존재하는 것을 파악하게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결론”에서는 현 시기 우리 역사학계와 사회과학계가 직면하고 있는 ‘근현대 역사상 재구성과 확장’이라는 과제를 박정희 시대 분석과 관련해 제시하고 있다. 여기서는 임지현 교수팀의 대중독재론이나 이영훈 교수의 ‘박정희 체제 재평가론’을 검토하는 방식으로 이 과제를 다루고 있다. 임지현 교수팀의 대중독재론이 기존 진보 담론의 비판적 확장의 문제의식에 서있다고 하면, 이영훈 교수의 박정희 시대 논의는 좀 더 전면적인 보수적 반론(박정희 시대에 대한 진보적 분석의 전제, 즉 “박정희 시대 노동자, 농민, 중소기업이 수탈받고 불이익을 강요받았다”는 것은 허구라는 주장)이라고 할 수 있는데, 필자는 한편에서 이런 논의의 문제점을 비판하는 것과 함께, 다른 한편에서 단순한 반박의 차원을 넘어서서, 이영훈의 비판적 도전이 ‘근현대 역사상의 개방적 재구성’이라는 과제를 진보에게 제출하고 있음을 드러냈다.
필자는 '박정희와 개발독재시대'(역사비평사, 2007)라는 책을 통해 그 시대의 자세한 흐름을 역사 서술적으로 다룬 바 있다. 이 책은 박정희 시대에 대한 필자의 두 번째 연구서인 셈인데, 앞선 책의 역사적 서술을 전제로, 사회과학적 분석에 주안점을 두었다. 예컨대 그 책에서 필자는 박정희 시대의 체제적 성격을 ‘개발동원체제’로 규정했으나, 사회과학적인 규정과 분석은 차후로 남겨 놓았다. 이 책은 사회과학적 입장에서 박정희 체제의 성격과 그 정치사회적 동학을 중심으로 다루는 책으로서 2007년 책의 자매편에 해당한다고 하겠다.
기존의 보수와 진보의 프레임을 넘고자 하는 박정희 연구의 새로운 시도!
박정희 시대의 명암에 대한 종합적·성찰적 분석!
1. 박정희 시대에 대한 새로운 ‘해석 경쟁’ 시대를 열기 위하여
박정희 시대가 종결된 지 30년이 된 지금에도 박정희 시대의 유산은 현재의 우리 사회를 강력하게 규정하고 있다. 박정희 체제는 한편에서 ‘열광적인 지지자’를 남기고 있는 반면, 다른 한편에서 ‘치열한 반대자’를 동시에 남기고 있다.
이 책은 박정희 시대에 대한 현재의 보수적 분석과 진보적 분석이 한 단계 진전되는 방향으로 발전해 가야 한다는 문제의식에서 쓰였다. 현재에는 박정희 시대에 대한 두 가지 양분법적 시각이 존재한다. ‘성장과 경제적 성취 대 폭압과 수탈’, ‘동의 혹은 헤게모니 대 폭압과 강압’, ‘산업화 대 민주화’, ‘수탈 및 착취 대 근대화’, ‘분배를 수반한 성장 대 불평등 성장’ 등의 대립 구도가 바로 그것이며, 보수적 시각과 진보적 시각은 각각 한 측면을 강조한다.
그러나 박정희 시대에는 두 가지 엄연한 역사적 사실이 존재한다. 하나는 박정희 체제에서 경제개발이 단기간에 압축적으로 진행되었고 그로 인해 한국 사회의 근대적 전환이 촉진되었다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박정희 체제에 대한 민중적 저항이 있었다는 것이다. 물론 보수 진영이 전자를 박정희 시대 연구의 출발점으로 삼는다면, 진보는 후자를 출발점으로 삼는다. 필자는 보수적 시각이든 진보적 시각이든 어느 일방을 ‘해체’하는 것에 의해서가 아니라, 각자의 시각을 견지하면서 반대의 시각이 강조하는 역사적 사실들을 해석적으로 내재화하는 방향으로 서로 풍부해져야 한다고 말한다. 즉, 진보적 시각을 견지하면서도 보수의 시각이 강조하는 ‘경제성장의 성취’ 혹은 ‘대중들의 참여·동의’와 같은 역사적 사실들을 ‘진보적 시각의 확장’ 속에서 재해석하는 방식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필자는 진보적 시각에서 이런 문제와 씨름하고자 했다고 말한다. ‘동원된 근대화’라는 생소한 제목 자체도 이런 고민의 산물이다.
박정희 시대에 대한 사회과학적 분석이라고 할 수 있는 이 책은 두 가지 주제를 중심적으로 다루고 있다. 그 첫째는 박정희 시대의 체제적 성격에 대한 것이고, 둘째는 박정희 시대의 대중적 동의 기반에 대한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박정희 시대에 대해서는 크게 그 ‘경제체제’의 성격을 둘러싼 연구 영역과 그 정치사회적 성격을 둘러싼 연구 영역이 존재한다. 이 책의 1부는 바로 그 ‘경제’체제의 ‘정치사회적’ 작동 방식을 다루고 있으며, 2부는 또 다른 정치사회적 성격, 즉 체제의 대중적 동의 기반, 이른바 ‘헤게모니’적 성격을 다루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이 책은 박정희 시대의 정치사회학이라고 할 수 있다.
첫 번째의 논점과 관련해, 이 책은 박정희 시대의 구조적 성격을 ‘근대화를 향한 동원’을 주된 특성으로 하는 체제로 파악하고, 이런 점을 드러내기 위해 ‘개발동원체제’로 규정한다. 박정희 시대는 통상 개발독재 국가 혹은 개발독재 체제로 표현된다. 그런데 그 권위주의적 박정희 시대에는 체제가 작동하는 독특한 정치사회적 양식이 존재했는데, 이를 ‘동원’이라는 개념으로 파악하는 것이다.
2. 박정희 시대의 다양한 얼굴들을 종합적으로 이해하는 분석을 지향
책의 기본적 문제의식과 지향 : 기존의 박정희 체제 분석과 다른 점
첫째, 박정희 시대 분석에 있어 ‘단순한’ 진보적 분석틀이 아니라 ‘복합적인’ 진보적 분석틀을 구성하고자 하는 문제의식이다.
이 글에서 시도하는 복합적 분석은, 기존 박정희 체제의 폭압과 모순, 위기를 강조하는 진보적 서술에서 출발하되, 보수적 문제 설정이나 새로운 문제 제기들을 단순히 부정하거나 외면하지 않고, 기존의 진보적 인식틀을 성찰적·확장적으로 재구성하는 방식으로 박정희 시대를 재인식하고자 하는 것이다.
1980년대 이후 민주화가 본격화되면서 박정희 시대를 보는 진보적 분석 · 박정희 시대의 폭압성과 수탈, 국민적 저항 등을 강조하는 담론 · 이 점차 확대되어 왔는데, 2000년대 이후에는 그런 진보적 분석이 포괄하지 못하는 현상을 주목·강조하는 논의들이 다양하게 제기되었다. 어떤 의미에서 보수와 진보의 기존 경계 외부에서 새로운 논의들이 제기되었던 셈이다. 이는 ‘뉴라이트’적인 논의에서부터 이른바 ‘포스트 구조주의적’ 논의라고 할 수 있는 일상사론, 대중독재론, 방법론적으로는 기존의 양적 분석은 물론이고 구술사 등 질적 분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시도로 이어졌다. 그동안 진보적 분석은 이런 새로운 도전들에 대해 그 ‘진보적 불철저성’을 ‘비판’하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 그러나 다른 측면에서 그런 도전을 진보적 분석틀의 풍부화 혹은 복합화라는 견지에서 지적으로 ‘전유’하고 대하려는 노력은 부족했다. 어떤 의미에서 박정희 시대에 대한 진보적 논의는 다양한 새로운 연구들을 개방적으로 흡수하고 내포화하지 못해서 ‘앙상’해진 측면이 있다. 이런 점에서 이 책은 일종의 “‘복합적’ 진보 분석”을 지향하고 있다. 이 진보 분석의 복합성은 진보가 충분히 포괄하지 못한 점, 반대로 보수가 제기하는 논점의 합리적 핵심을 비판적으로 대면하는 과정을 포함한다.
둘째, 이 책의 문제의식 가운데 하나는 박정희 체제를 한국만의 ‘특수한’ 대상으로서가 아니라 후발 내지 후-후발 국가의 ‘일반적’ 특성을 갖는 대상으로 파악하고자 한다는 점이다. 이런 점에서 필자는 ‘개발동원체제’라는 개념을 매개로, 아시아의 많은 개발독재 나라들의 동학을 이해할 수 있는, 나아가 서구의 중상주의적 개발독재 국가까지도 설명할 수 있는 박정희 체제의 일반적 동학을 포착하고자 했다. 박정희 체제에서 구성·발견되는 ‘일반적 지혜’들은 · 그 ‘성공’과 위기 속에서 · 현재 ‘사회주의적’ 개발동원체제를 경험하고 있는 중국이나 제3세계의 많은 개발동원체제에도 큰 시사를 줄 수 있을 것이다.
셋째, 이 책에서는 ‘모순적 복합성’이라는 개념과 ‘헤게모니의 균열’이라는 필자 나름의 새로운 시각과 개념을 박정희 체제 분석에 적용한다. 필자는 박정희 시대는 ‘하나의 박정희’가 아니라’ 다양한 박정희’가 존재한다고 본다. ‘모순적 복합성’의 관점에서 볼 때 박정희 체제에는 폭력적이고 폭압적인 측면도 존재하지만 새마을운동의 열광적 지지자들에게서 보는 바와 같은 ‘열광’과 강렬한 동의의 측면도 존재한다. 그러나 그처럼 열광과 강렬한 동의를 획득했던 체제 역시 지속적인 내적 모순과 갈등의 체제였다. 또한 박정희 체제는 한편에서 미국에 대단히 의존적인 모습이 존재하는가 하면 때로는 ‘민족주의’적 행태를 드러내기도 한다. 이런 복합적 측면들은 그 속에 균열과 갈등, 모순을 내장하고 있다. 민중들은 1인당 국민소득이 100달러에서 1,000달러로 상승하면 ‘행복한’ 삶이 기다리고 있을 것으로 알고 ‘허리띠 졸라매고’ 달려가지만 그 고지에 도달한 순간 1,000달러 시대의 고통과 갈등, 진통이 또다시 기다리고 있음을 알게 된다. 또한 100달러에서 1,000달러로 이어지는 사회 변화의 과정 자체가 내적인 균열과 갈등, 모순을 내포한 과정이라는 것이다.
또한 필자는 박정희 시대의 ‘헤게모니’ 측면들도 인정하고자 했다. 그러나 그것은 박정희 시대가 ‘갈등이 없고 대단히 안정적인’ 시대였음을 인정하는 것은 아니다. 박정희 체제는 고도성장의 ‘기적’을 추동했고 그를 통해 체제의 대중적 기반을 일정 정도 획득한 체제이기도 했지만 지속적인 ‘위기의 체제’였다(이 점을 보수는 간과한다. 반대로 이 내재적 위기는 박정희와 싸웠던 반독재 민주 세력이 주도하는 ‘민주 정부’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이런 점에서 이 책에서는 박정희 시대의 ‘모순적 복합성’을 명확히 드러내고자 했다.
다음으로, 필자 나름의 독창적인 시각에서 ‘헤게모니의 균열’이라는 문제틀을 설정한다. 일반적으로 그람시적 의미에서 헤게모니를 중시하는 분석은 많다. 그러나 필자는 그 헤게모니 자체가 ‘모순적 복합성’을 담지하는 현상이고 그 결과 ‘균열’을 내재적 속성으로 가지고 있다고 보았다. 이런 인식 위에서 필자는 박정희 독재가 한편에서는 헤게모니의 형성을 위한 권력의 전략적 실천이 전개되고 그것이 일정하게 성공을 거두면서도 다른 한편에서는 그 헤게모니가 균열되는 ‘헤게모니 균열’의 사례로 분석하고자 했다. 이런 의미에서 보면, 한양대 임지현 교수팀이 개진한 “대중독재론”은 ‘박정희 독재’의 헤게모니적 측면을 고민하고 부각시킨 이론이라고 할 수 있다. 그것은 분명 진보적 박정희 분석에서 충분히 드러내지 못한 측면이기도 하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 박정희 독재는 헤게모니가 어떻게 균열되고 그 균열이 확대되어 위기에 이르게 되는가를 보여 주는 훌륭한 사례로 볼 수도 있다. 필자는 5장에서 ‘모순적 복합성’의 프리즘으로, 그리고 나아가 6장에서 ‘헤게모니 균열’의 프리즘으로 이를 분석한다.
책의 구성
1부는 1~3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박정희 시대 개발동원체제의 일반적·특수적 성격을 다룬다. 1장은 박정희 체제를 근거로 하면서도 개발동원체제의 일반론을 정립하고자 하는 시도이며, 2, 3장의 경우도 단순히 한국만을 대상으로 하지 않고 한국과 대만의 사례를 근거로 하면서 개발동원체제의 동학을 분석한다.
1장에서는 개발동원체제의 일반적 성격, 동아시아 개발동원체제의 유형적 특성과 한국 개발동원체제의 특수적 성격, 개발동원체제의 모순과 위기, 냉전과 개발동원체제의 관계, 개발동원체제에서 부패의 문제 등을 다루고 있다.
2장에서는 1장에서 이론적·개념적으로 논의된 개발동원체제가 한국 · 그리고 대만 · 에서 어떤 형성, 균열, 위기 및 재편의 동학을 보이는가를 분석한다. 여기서는 개발동원체제가 가능한 사회적 조건을 ‘반공규율사회’로 규정하고 이런 조건 위에서 어떻게 개발동원체제가 형성되고 변화해 가는가를 분석한다. 여기서는, 개발동원체제의 변화 과정을 해방 이후 1960년대 초까지의 · 개발동원체제의 사회적 기반이 되는 · 반공규율사회의 형성기, 국가주의적 개발동원체제가 형성되는 1960년대의 시기와 1970년대 초반 이후 국가주의적 개발동원체제의 균열기, 1980년대 초중반 이후 국가주의적 개발동원체제의 위기 및 재편기로 나누어 서술하고 있다.
3장에서는 박정희 시대 개발동원체제를 일반적인 국가론의 맥락에서 어떻게 파악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을 다룬다. 여기서 핵심 개념은 ‘신중상주의적 준전시 국가’다. 이것은 국가의 ‘기능’을 중시하는 개념이라고 하면, (권위주의적) ‘개발동원체제’는 국가의 ‘형태’를 중시하는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수출형 축적 체제’라는 표현을 사용하는데 이는 발전 국가의 경제구조적 특성을 드러내기 위해서다. 개발독재의 경제적 성격(수출형 축적 체제), 국가 기능적 성격(신중상주의적 준전시 국가), 국가형태적 성격(권위주의적 개발동원체제)의 상호 연관성을 설명한다. 이런 개념들은 동아시아의 ‘네 마리 용’으로 범주화되는 한국, 대만, 홍콩, 싱가포르에서 ‘국가주의적 발전 모델’을 따랐던 한국과 대만에 공히 적용될 수 있다는 점도 밝히고 있다.
1부에서 독자들은 박정희 개발동원체제의 경제적 이중성, 즉 경제적 ‘효율성’과 불안정이 동전의 양면과 같이 이중적으로 존재하는 것을 살펴보게 될 것이다.
2부(4~6장)에서는 박정희 체제의 폭력적 강압과 대중들의 동의 문제를 다룬다. 강압과 동의, 헤게모니의 문제를 다루는 데에는 그람시의 논의가 연관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점에서 2부는 이론적으로는 그람시 헤게모니론의 한국적 적용과 재구성의 시도라고 할 수 있다.
4장은 박정희 시대를 ‘강압과 동의’라는 프리즘으로 조명하고 있다. 박정희 체제는 지배의 동의 기반을 확장하기 위해 반공주의적 동원과 개발주의적 동원을 핵심적인 동원의 축으로 삼았다. 이런 동원 전략은 담론적 차원에서부터 법적·제도적·행정적 동원 등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수행되었다. 필자는 1960년대에는 반공주의와 새로운 개발주의를 통해서 ‘수동적 동의’, 부분적으로는 ‘능동적 동의’를 확보했다는 것을 인정했다. 그러나 박정희식 지배 일반에 대한 능동적 동의가 확보된 것은 아니었다. 1970년대에는 이런 수동적 동의를 능동화하기 위한 동원의 작위성이 노정되고, 그와 함께 민중의 주체화가 진전됨에 따라, 지배에 대한 동의 기반이 축소되고 이것이 체제의 붕괴로 이어졌다. 결국 박정희 체제는, 적극적 동의를 광범위하게 창출함으로써 정권을 안정적으로 유지했다기보다는, 대단히 큰 정치적 위기 속에서 지배를 유지해야 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공주의적 동원과 개발주의적 동원을 통해, 위기를 통제하는 ‘불안정한 지배’로서 존재했다고 진단하고 있다.
5장과 6장에서는 박정희 시대의 강압과 동의, 그 헤게모니를 총체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헤게모니의 복합성과 모순성, 헤게모니의 균열이라는 시각을 도입한다. 이는 그람시의 헤게모니론을 적용하는 차원을 넘어서서 재구성의 시도이기도 하다.
6장은 그람시의 헤게모니론을 비판적으로 재구성한다. 그람시가 ‘헤게모니의 형성’이라는 문제틀 위에 서있다면, 필자는 박정희 시대와 그 이후의 정치 변동을 분석하기 위해 ‘헤게모니의 균열’이라는 새로운 문제틀을 구성한다. ‘동원된 근대화’의 정치사회적 이중성을 개념적으로 표현하기 위한 필자 나름의 고안이 바로 이 ‘헤게모니의 균열’이다. 여기서 헤게모니와 헤게모니의 균열은 동일한 구성적 과정으로 이루어져 있다. 헤게모니와 헤게모니 균열이 동일한 구성적 과정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은 바로 개발동원체제의 정치사회적 이중성을 하나의 분석틀 속에서 볼 수 있게 해준다. 필자의 이런 문제틀에서 볼 때 · 보수가 주목하는 · 개발동원체제의 성공적 측면이 구성되는 과정 속에서 바로 내재적으로 균열적 측면이 내재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 진보가 주목하는 · 개발동원체제의 폭압적·위기적 측면은 개발동원체제의 성공적 측면과 · 다른 분석틀에서만이 아니라 · 동일한 분석틀 속에서도 분석될 수 있다고 생각된다.
이것은 개발동원체제의 성공적 측면이 구성되는 과정 속에 내재한 균열과 위기적 요소들을 어떻게 응전하는가에 따라 상이한 결과가 나온다는 것도 시사한다. 이 점에서 많은 독재 체제에서 개발과 발전의 ‘성공’적 구성 과정에 내재한 위기적·균열적 요소들은 지도자에게 ‘보고’되지 않는다. 개발과 발전에 대한 ‘찬사’만이 부각된다. 예컨대 1960년대 말에서 1970년대 초에 이르는 개발의 성공적 구성 노력이 가시적인 성과를 드러내는 바로 그 시기에 박정희 체제가 다른 방식으로 응전했다면, 1970년대 이후 박정희 체제는 상이한 경로를 겪었을 것이다. 역사적 현실은 박정희 체제가 유신체제의 구축을 통해서 그런 위기와 균열을 ‘억압’을 통해서 해결하려 했음을 보여 주고 있다.
2부에서 독자들은 박정희 개발동원체제에 정치사회적인 이중성, 즉 그 헤게모니적 성격과 동시에 그것이 내장하고 있는 내재적인 균열적 성격이 동전의 양면과 같이 이중적으로 존재하는 것을 파악하게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결론”에서는 현 시기 우리 역사학계와 사회과학계가 직면하고 있는 ‘근현대 역사상 재구성과 확장’이라는 과제를 박정희 시대 분석과 관련해 제시하고 있다. 여기서는 임지현 교수팀의 대중독재론이나 이영훈 교수의 ‘박정희 체제 재평가론’을 검토하는 방식으로 이 과제를 다루고 있다. 임지현 교수팀의 대중독재론이 기존 진보 담론의 비판적 확장의 문제의식에 서있다고 하면, 이영훈 교수의 박정희 시대 논의는 좀 더 전면적인 보수적 반론(박정희 시대에 대한 진보적 분석의 전제, 즉 “박정희 시대 노동자, 농민, 중소기업이 수탈받고 불이익을 강요받았다”는 것은 허구라는 주장)이라고 할 수 있는데, 필자는 한편에서 이런 논의의 문제점을 비판하는 것과 함께, 다른 한편에서 단순한 반박의 차원을 넘어서서, 이영훈의 비판적 도전이 ‘근현대 역사상의 개방적 재구성’이라는 과제를 진보에게 제출하고 있음을 드러냈다.
필자는 '박정희와 개발독재시대'(역사비평사, 2007)라는 책을 통해 그 시대의 자세한 흐름을 역사 서술적으로 다룬 바 있다. 이 책은 박정희 시대에 대한 필자의 두 번째 연구서인 셈인데, 앞선 책의 역사적 서술을 전제로, 사회과학적 분석에 주안점을 두었다. 예컨대 그 책에서 필자는 박정희 시대의 체제적 성격을 ‘개발동원체제’로 규정했으나, 사회과학적인 규정과 분석은 차후로 남겨 놓았다. 이 책은 사회과학적 입장에서 박정희 체제의 성격과 그 정치사회적 동학을 중심으로 다루는 책으로서 2007년 책의 자매편에 해당한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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