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문화예술 입문 (독서)/2.음악세계

학교에서 알려주지 않은 오페라 이야기(2024) - 테너의 안내로 시작하는 또 다른 취향 발견

동방박사님 2024. 4. 17.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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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귀에 착착 붙는 노래,
일일 드라마보다 더 쫄깃쫄깃한 스토리…

오페라가 ‘배운 사람’의 전유물이라고 착각해온
당신을 위한 책

-베르디는 진작에 ‘여자의 마음’이 뜰 줄 알고 있었다?
-‘축배의 노래’를 부르는 사람과 듣는 사람이 동시에 민망해질 때는?
-성악과에 다니는 학생들은 독일어나 이탈리아어도 잘할까?
-바그너는 어떻게 작곡과 극작을 모두 해낼 수 있었을까?
-푸치니를 깎아내리는 비평이 있었던 이유는?
-왜 상당수의 오페라가 스페인 안달루시아 지역을 배경으로 설정했을까?

테너이자 클래식 음악 해설가인 저자의 안내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내 플레이리스트가 풍성해진다!


우리나라 인구 중에서 오페라 공연을 살면서 한 번 이상 봤다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을까? 정확한 답을 구할 길은 없겠지만, 그 수가 결코 많지 않으리라는 것쯤은 짐작 가능하다. 이른바 ‘피켓팅’이나 ‘n차 관람’ 같은 말을 낳을 정도로 대중적인 뮤지컬에 비해, 오페라는 왠지 어려운 장르일 것 같다는 편견도 꽤 흔해 보인다.

아직도 오페라는 특별한 사람들이나 즐기는 예술일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을 위해 이 책 《학교에서 알려주지 않은 오페라 이야기》는 친절한 안내자 역할을 한다. 테너로서 무대에 오르며 음악 해설과 공연 기획 활동도 꾸준히 이어온 저자는 음악사의 줄기를 찬찬히 따라가면서 열여덟 편의 오페라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조명한다. 작품 속의 아리아나 서곡에 대한 설명, 작곡가와 대본 작가의 삶 등을 다채롭게 다루면서 때로는 자신의 무대 경험을 곁들여 곡의 특징을 소개하거나 성악 발성법에 대한 조언을 건네기도 한다. 나아가 오페라 작품의 탄생에 영향을 미친 문학 작품, 작곡 및 극작의 시기와 관련된 세계사의 장면 등을 두루 다루는 저자의 글은 오페라에 인문학적으로 접근하는 재미 또한 충분히 선사한다.

《학교에서 알려주지 않은 오페라 이야기》를 따라 수백 년 동안 살아남은 아리아들의 익숙한 멜로디에 귀를 맡겨 봐도 좋고, 웬만한 일일 드라마와 맞먹을 만한 대중적 서사를 먼저 훑어봐도 좋다. 오페라에 가까워지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을 것이다. 극장에서 오페라 공연을 직접 감상한 적이 없는 것은 물론이고 학교 음악시간에 오페라를 제대로 배워본 기억이 없다 해도 괜찮다. 음악 스트리밍 사이트에서도 늘 차트 상위권에 있는 노래들만 재생할 뿐 오페라 아리아는 찾아볼 생각도 못했다 한들 뭐가 문제겠는가. 이 책을 통해 오늘부터 새롭고 근사한 또 하나의 음악 취향에 한층 가까워질 수 있을 것이다.

목차

여는 글
오페라에 한 걸음 더 다가서는 방법

1부. 음악과 이야기가 만나는 특별한 방식

·지금도 통하는 헨델과 지금은 사라진 카스트라토
-헨델, 〈리날도Rinaldo〉

·음악이 먼저일까, 서사가 먼저일까?
-글루크,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Orfeo ed Euridice〉

·〈테너와의 대화〉 오페라와 뮤지컬은 어떻게 다를까?

·혁명과 오페라의 관계
-모차르트, 〈피가로의 결혼Le nozze di Figaro〉

·〈테너와의 대화〉 도대체, 발성은 어떻게 하는 것일까?

·19금 〈돈 주앙〉의 기억을 소환하다
-모차르트, 〈돈 조반니Don Giovanni〉

·마술 피리? 마적 아니고?
-모차르트, 〈마술 피리Die Zauberflote〉

·좀 더 참아보면 기회가 올 텐데!
-베토벤, 〈피델리오Fidelio〉

·〈테너와의 대화〉 조금은 특별한 서곡에 대해

·오페라에서 맛보는 관현악의 특별한 매력
-베버, 〈마탄의 사수Der Freischutz〉

·바그너라는 작곡가의 세계
-바그너, 〈탄호이저Tannhauser〉

2부. 벨칸토와 베르디를 더 잘 이해하기 위해

·사랑에 빠지게 도와주는 약이 있다면
-도니체티, 〈사랑의 묘약L’elisir d’amore〉

·〈테너와의 대화〉 오페라의 대본 작가들

·결혼에 이르는 어려운 과정
-로시니, 〈세비야의 이발사Il barbiere di Siviglia〉

·동백꽃과 비올레타
-베르디, 〈라 트라비아타La traviata〉

·빅 히트를 예감하다
-베르디, 〈리골레토Rigoletto〉

·김선달과 트로바토레, 그리고 크리에이터
-베르디, 〈일 트로바토레Il trovatore〉

·〈테너와의 대화〉 오페라는 어떻게 만들어질까?

3부. 더 사실적으로 혹은 더 아름다운 멜로디로!

·보통 사람의 특별한 매력
-비제, 〈카르멘Carmen〉

·사실적으로, 더 사실적으로
-마스카니,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Cavalleria rusticana〉

·드라마와 현실을 구분해야 하는 이유
-루제로 레온카발로, 〈팔리아치Pagliacci〉

·〈테너와의 대화〉 성악과에 가면

·마지막까지 뒤통수를 치는 발칙함
-푸치니, 〈잔니 스키키Gianni Schicchi〉

·이야기의 힘
-푸치니, 〈투란도트Turandot〉

참고 문헌

저자 소개 

저 : 이성호
 
테너이자 클래식 음악 해설가로 무대에 서고 있다. 한양대학교 성악과를 졸업한 뒤 독일 쾰른음악원 디플롬(Internationale akademie fur Musik Koln diplom) 과정을 마치고 돌아와 예술의전당, 세종문화회관을 비롯해 전국의 교육청, 교육연수원 등에서 행하는 다수의 공연을 진행했다. 지금도 ‘노래하는 스토리텔러’로서 클래식 음악에 얽힌 흥미롭고 따뜻한 이야기를 전하는 공연을 꾸준히 펼쳐오...

책 속으로

양쪽의 성대가 접촉이 일어나지 않는 상태에서 진동만 일어날 때 나는 소리가 가성이고, 양쪽의 성대가 접촉을 일으키며 진동하는 소리가 진성이다. 성대의 접촉량이 과도하게 많은 소리는 시쳇말로 ‘쌩목’이라고 일컬어진다. 발성을 위해서는 진성을 사용해야 하는데, 적은 성대 접촉으로도 소리를 내도록 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기술을 이탈리아어로 ‘띰브로timbro’라고 부른다. 음색, 음질이라는 뜻 외에 도장, 스탬프 등의 의미도 있는 말이다.
--- p.44~45

프라하 시민들은 〈피가로의 결혼〉에 열광했다. 그들은 모차르트가 프라하에 머물러주길 바랐고 새로운 오페라의 초연을 프라하에서 해주길 원했다. 결국 모차르트는 1787년 체코 프라하에서 오페라를 만들어 초연을 하기에 이르렀고, 그 작품이 바로 로렌초 다 폰테의 대본에 작곡을 한 오페라 〈돈 조반니〉였다. 〈돈 조반니〉의 대본이 쓰이기까지 영향을 준 다른 작품들도 있었기 때문에 다 폰테의 대본이 완벽한 창작은 아니라고 하는 이들도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다 폰테가 이 작품을 수백 년이 지난 지금까지 사랑받는 명작으로 만든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 p.55

나는 〈탄호이저〉 공연을 해본 적은 없지만 작품 속에 나오는 ‘순례자의 합창’은 두세 차례 불렀던 기억이 난다. 합창단 공연에서 많이 불리는 이 남성 합창곡은 사실 상당히 어렵다. 화음이 맞았다 싶으면 안 맞고, 안 맞은 듯하면 어느새 맞는 화음으로 노래하고 있다. 이러한 특성도 바그너의 위대함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게 아닐까.
--- p.94

무엇보다도 〈사랑의 묘약〉에서 가장 잘 알려진 아리아는 ‘남 몰래 흘리는 눈물’이다. 가난한 남자 주인공 네모리노가 아디나와의 사랑이 거의 이루어졌다고 생각하며 부르는 이 명곡은 어두운 느낌의 단조로 시작했다가 곡의 중반을 넘어서면서 밝은 장조로 전환된다. 대본을 쓴 로마니는 이 곡이 전체 흐름을 방해할 것이라며 수정을 권고했다고 한다. 그러나 도니체티는 그대로 진행하길 원했고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 p.104~105

오페라 〈카르멘〉의 대본 작업을 통해서는 사실주의 소설인 원작에서 그려졌던 잔인하고 자극적인 내용들이 꽤 많이 사라졌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르멘〉의 대본과 음악은 1875년 초연 당시에 상당히 새롭고 파격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사실 초연이 이루어졌던 프랑스의 코미크 극장은 그 당시 가족 관객들이 공연을 보러 즐겨 찾던 곳이었다. 그런데 이곳에서 초연된 〈카르멘〉은 아름다운 스토리나 감동적인 음악이 담긴 가족극과는 거리가 한참 멀었다. 담배 공장에서 일하면서 밀수꾼들과 섞여 범죄 집단에서 살아가는 집시 여성을 위해 군인이 탈영하고, 결국 모든 것을 잃은 군인이 질투심에 눈이 멀어 사랑하는 사람을 죽이고 끝을 맺는 작품을 코미크 극장의 관객들과 평론가들은 받아들이기 어려웠을 만도 하다.
--- p.157

실화를 토대로 만들어진 것이 맞는지에 대해서는 논쟁의 여지가 있겠지만 〈팔리아치〉는 사실주의 오페라, 즉 베리스모 오페라의 대표작 중 하나로 꼽힌다. 전통적으로 비극에서는 주인공이 신, 왕족, 귀족들인 경우가 많았다. 오페라 역시 비극의 주인공은 대개 신분이 높았지만 비제의 오페라 〈카르멘〉을 기점으로 비극의 주인공과 내용이 변하기 시작했다. 파리에서 공연된 〈카르멘〉을 보고 이탈리아의 젊은 작곡가들은 충격을 받았다. 그리고 오페라의 종주국인 이탈리아보다 독일과 프랑스의 오페라가 변화를 이끌어 가는 것에 대해 위기를 느꼈다. 그로 인한 새로운 시도가 바로 베리스모 오페라로 나타났던 것이다.
--- p.172

합창 수업을 통해서는 각자의 강한 개성을 갈무리하고 서로 협업하는 것도 배웠다. 성악을 전공하면 거의 모두가 독창자로 활동하기를 원하지만 이러한 합창을 통해 하나 됨을 느끼는 것도 큰 수확이다. 성악과 인원으로만 구성된 콘서트 콰이어가 있는 학교들도 있다. 오페라 전공을 택하는 경우에는 오페라 장면을 함께 만들어보는 워크숍 수업도 경험할 수 있었다.
--- p.180

때로는 대중적으로 즉각적인 반응을 얻을 만한 아름다운 선율을 앞세웠다는 이유로 푸치니는 비평가들로부터 가볍고 깊이가 없다는 평도 많이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푸치니가 대중들의 귀를 즐겁게 해줄 수 있는 능력을 가진 대단한 작곡가임에는 틀림이 없다. 소위 ‘귀에 꽂히는’ 멜로디를 만들어내는 능력도 아무나 가질 수 있는 게 아니다.
--- p.189

출판사 리뷰

알고 들으면 더 끌리는 오페라 아리아의 세계

사실 알고 보면 오페라는 꽤나 만만한 장르다. 언젠가 이 나라에도〈리골레토〉를 알 턱이 없는 초등학생들마저 ‘시간 좀 내주오, 갈 데가 있소’라고 바뀐 노랫말로나마 ‘여자의 마음’ 몇 소절을 흥얼거리던 시절이 있었다. 누군가는 〈마술 피리〉는 잘 몰라도 고음을 발사하며 예능 프로에서 모창을 하던 연예인은 기억하는 덕에 밤의 여왕이 부르는 아리아만큼은 잘 알고 있지 않을까. 한편 트로트도 부르고 성악곡도 부르는 어느 가수가 외친 ‘빈체로!’에 빠져, 비록 〈투란도트〉라는 작품은 본 적 없지만 ‘네순 도르마(Nessun dorma)’라는 말 정도는 무슨 뜻인지 잘 아는 이들 역시 지금도 어딘가에는 꽤 있을 것이다. 생각해보면 이미 우리가 알고 있는 오페라 아리아는 차고 넘친다.

어떤 방식으로든 이미 알게 모르게 귀에 익은 명곡들의 산실이라는 점만 떠올려봐도 오페라는 이미 충분히 대중성을 갖춘 종합예술이라 할 만하다. 이렇게 오페라가 ‘다가가기 만만하고 알수록 흥미로운’ 장르라는 사실을 이 책 《학교에서 알려주지 않은 오페라 이야기》는 또 다른 방식으로 일러준다. 첫 챕터도 누구라도 들으면 알 만한 ‘울게 하소서(Lascia ch'io pianga)’와 오페라 〈리날도〉에 관한 이야기로 시작한다. 영화 〈파리넬리〉에 삽입된 ‘울게 하소서’라는 노래를 듣고 카스트라토의 소리에 매혹된 경험이 있다면 저자가 소개하는〈리날도〉의 서사와 헨델의 삶에도 더 쉽게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 아리아가 오페라 작품 속에서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음악적으로는 어떤 특징을 지니는지 등을 알려주는 데 충분한 지면을 할애한다. 이 책을 통해 그 유명한 ‘오, 사랑하는 나의 아버지’는 사랑하는 남자와 결혼할 수 있게 사기꾼 아버지가 도와줄 것을 애절하게 부탁하는 딸의 노래라는 것, 발랄하고 아름다운 구애의 뜻을 지닌 노래가 아닐까 싶은 ‘여자의 마음’은 여성 편력의 이유를 표현하는 호색한의 아리아라는 사실 등을 유쾌하게 알아갈 독자도 있을 듯하다. ‘남 몰래 흘리는 눈물’ ‘축배의 노래’ ‘투우사의 노래’ ‘아무도 잠들지 말라’ 등 이른바 ‘한국인이 좋아하는 오페라 아리아’라 할 만한 노래에 대한 저자의 해설을 따라가다 보면 그 익숙한 곡들이 새롭게 들리는 경험이 가능해진다.

자유분방한 종합예술을 역사, 문학과 함께 읽다

물론 귀에 익은 음악이 다는 아니다. 오페라의 매력은 이야기에도 있다. 사실 다수의 오페라 작품이 품고 있는 서사는 생각보다 대중적이다. 나아가 자극적이다. 비단 담배 공장에서 일하며 밀수꾼들과 어울리며 살아가는 여자, 그리고 사랑과 질투에 눈이 멀어 탈영에 이어 살인마저 저지르는 남자에 관한 이야기인 〈카르멘〉뿐이겠는가. 인물과 사건을 사실적으로 표현한 ‘베리스모(verismo) 오페라’의 대표작인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에서는 결혼 후에도 옛 연인과 만남을 지속하는 남자가 이른바 ‘구 여친의 현 남편’과 결투를 행한 끝에 죽음을 맞는다. 역시 베리스모 오페라 작품 중 하나인 〈팔리아치〉도 만만치 않다. 이 작품은 아내의 외도를 목격하고 분노하는 남편이 살인까지 벌이게 되는 참혹한 서사를 담고 있다. 때로는 웬만한 드라마 못지않게 통속적인 오페라의 ‘매운맛’ 이야기를 언어의 장벽 없이 접해볼 수 있다는 것도 이 책이 선사하는 색다른 묘미다.

오페라는 수백 년 동안 명맥을 유지해온 종합예술인 만큼 세계 역사의 특정 지점을 주목하며 감상할 때 또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이 책은 조금은 더 인문학적인 접근법으로 오페라와 친해지는 길 또한 제시한다. 저자는 베토벤의 유일한 오페라 작품인 〈피델리오〉에 대해 설명하며 베토벤과 나폴레옹의 관계를 언급하고, 〈세비야의 이발사〉에 대한 글에서는 예술작품에 대한 검열이 심했던 시대에 스페인 안달루시아 지방이 작품의 배경으로 주목을 받은 이유 등에 대해 이야기한다. 누군가는 이 책을 접한 후에 〈피가로의 결혼〉을 보면서 프랑스 혁명과 모차르트의 접점을 감지할 수 있을 것이다. 작곡가가 살았던 시대의 특성, 작품의 시대적 배경에 대해 저자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역사적인 시각으로 오페라를 ‘읽는’ 재미를 원하는 이들에게도 분명 의미 있는 길잡이 역할을 할 것이다.

《학교에서 알려주지 않은 오페라 이야기》에서는 오페라와 문학의 밀접한 관계도 종종 다룬다. 〈라 트라비아타〉의 탄생에 영향을 미친 알렉상드르 뒤마 피스의 소설, 〈카르멘〉의 원작인 동명의 단편 소설 등에 대한 설명은 오페라 작품을 더욱 풍성하게 감상할 발판을 마련해준다. 이 책에서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나 〈투란도트〉의 서사를 접하고 《그리스 신화》나 《천일일화》를 찾아 읽게 되는 독자도 있을지 모른다. 한편 저자는 작곡가와 오페라를 함께 만든 로렌초 다 폰테 같은 대본 작가들에 관한 이야기로도 독자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바그너처럼 작곡과 극작을 모두 한 경우도 있지만 다수의 작곡가가 대본 작가와의 합작으로 오페라를 탄생시켰던 만큼, 독자들은 ‘오페라의 글’을 맡은 이들에 대해 알아가는 과정을 통해서도 작품을 읽는 시야를 확장시킬 수 있을 것이다.

테너의 안내를 통해 발견하는 새로운 음악 취향

클래식 음악을 상당히 즐기는 이들 중에서도 독주회, 독창회, 관현악단 공연 등은 자주 찾지만 아직 오페라에는 선뜻 ‘도전’하기 어렵다고 느끼는 경우가 흔하다. 어쩌면 언어의 장벽도 이유 중 하나일 수 있다. 영어도 아닌 독일어나 이탈리아어로 된 노래를 더 잘 즐기기 위해서는 번역된 가사라도 봐둬야 하고, 그 수고를 기꺼이 감당하는 열정은 생각보다 흔한 것이 아니다. 멜로디만 알고 있었을 뿐 그 노래가 어떤 내용의 가사인지, 어떤 작품의 어느 대목에서 쓰였는지 등은 알 기회가 없었던 독자들에게 이 책은 더욱 실용적인 안내서 역할을 한다. 예컨대 〈투란도트〉의 백미로 꼽히는 아리아 ‘아무도 잠들지 말라(Nessun dorma)’는 ‘공주는 잠 못 이루고’라는 제목으로 기억해 사랑에 빠져 잠 못 드는 공주에 대한 노래라고 생각하는 이들도 많지만, 알고 보면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밤새 신하들을 닦달하는 공주를 보며 승리를 예감하는 왕자가 부르는 노래다. 이 내용을 읽고 듣는 ‘빈체로(Vincero)’라는 가사는 조금 더 특별하게 들린다.

성악가로 활동하는 저자는 자신이 무대에서 노래한 경험을 털어놓으며 성악곡에 대한 관심을 특별한 방식으로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남 몰래 흘리는 눈물’을 단 한 사람의 관객 앞에서 불렀던 자리, ‘축배의 노래’를 부를 때 청중의 박수 때문에 민망해질 수도 있는 이유 등에 대해 쓴 저자의 글을 읽다 보면 성악가의 삶을 슬쩍 엿보는 재미도 느끼게 된다.

작곡가들의 삶에 관한 이야기나 음악사를 따라 음악 취향을 넓혀가는 독자들이라면 이 책에서 ‘바그너 파’와 ‘브람스 파’의 대립에 관한 이야기, 서사를 중시한 글루크의 오페라 개혁 등을 눈여겨볼 만하다. 또 언어의 장벽을 유난히 크게 느끼는 독자들은 저자가 안내하는 오페라 서곡의 세계에서 비로소 오페라의 매력을 제대로 발견할 가능성이 크다. 그런가 하면 이 책은 영화를 통해 오페라와 가까워질 수 있는 가능성도 보여준다. 〈쇼생크 탈출〉에서 교도소 스피커를 통해 수감자들이 아리아를 함께 듣던 장면이나 〈대부3〉의 비극적 결말을 특별하게 기억하는 영화 팬들은 〈피가로의 결혼〉이나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에 관한 글을 더 반갑게 읽어나갈 것이다.

성악에 관심 있는 독자들은 ‘테너와의 대화’라는 지면에 눈길을 더 줄 수도 있다. ‘테너와의 대화’를 통해 저자는 호흡, 성대, 공명 등에 대해 설명하며 성악 발성법을 소개하기도 하고 성악과에 갈 경우 어떤 수업을 받는지 알려주기도 한다. 입시나 취미를 위한 성악 레슨을 받지 않고는 접해보기 어려운 정보를 때로는 전문적으로, 때로는 부담 없이 전수해준다.

음악을 굳이 찾아 듣는다는 사람이 요즘 세상에 얼마나 될까? 음악을 꽤 즐기는 편이라고 해도 스트리밍 사이트 상위 차트에 있는 곡들을 재생시키는 것으로 대세를 훑거나, 혹은 동영상 사이트의 알고리즘에 의지해서 듣던 곡만 계속 듣는 이들이 아마 다수일 것이다. 그러나 웬만해선 안 듣던 음악을 문득 한번 들어볼까 하고 마음이 동하는 날도 가끔은 있지 않을까. 그런 날 이 책에 나오는 오페라 아리아를 들어보는 것도 어쩌면 꽤 괜찮은 선택일 것이다. 수백 년 동안 살아남은 곡이라는 것부터가 어쨌든 꽤 믿을 만한 지표일 테니. 사실, 빈약한 플레이리스트와 허술한 취향을 채워나가는 일은 알고 보면 그다지 어렵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