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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미국 최초의 여성 백악관 대변인, 디디 마이어스
그가 세상에 던지는 도발적이고도 마땅한 질문
『여자가 왜 세상을 지배해야 하는가』의 원서 『Why Women Should Rule the World』는 출간 당시 “왜 여자가 세상을 지배해야 하는가”라는 도발적인 질문을 던지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뉴욕타임스 선정 베스트셀러였다. 이 책의 내용과 가치를 알기 위해서는 먼저 지은이가 책에서 본인을 어떻게 소개하는지를 알아야 한다. 지은이 ‘디디 마이어스’는 1993년 빌 클린턴 행정부의 첫 번째 백악관 대변인으로, 당시 기준 31세의 ‘최연소’ 그리고 ‘최초의 여성’ 백악관 대변인이었다. 그는 1984년 대통령 선거 때부터 민주당에 헌신했고, 다년간 정치 실무를 맡아 경험을 쌓았다. 1992년 대선에서는 빌 클린턴의 승리를 이끈 주역들 가운데 한 명으로 인정받았다. 그는 최초의 여성으로 기록될 자격을 갖춘 젊은 인재였다.
그러나 백악관의 ‘유리천장’은 지은이의 상상보다 훨씬 투명하고도 견고했다. 지은이가 책에서 밝히듯이 “백악관의 여성 보좌진들은 직무에 걸맞은 책임은 져야 하나 그 직무에 필요한 권한은 보장받지 못했다.” 디디 마이어스의 직책과 업무가 남성 전임자들과는 달랐다. 자신보다 직급이 같거나 낮은 다른 부서의 남자 직원보다 연봉을 덜 받았다. 여자라는 이유로 중요한 정보를 공유받지 못해 곤혹스러운 일을 빈번하게 겪었다. 여성이라서 매번 패션 감각을 지적받았다. 백악관의 남성 동료들이 성차별주의자인 건 아니지만 여성 보좌진의 업무 환경이 상대적으로 더 고단했던 건 사실이었다. 여러 사건을 겪은 후 지은이는 백악관 대변인직을 사임한다. 이후 평론가, 작가, 강연가로 일하며 미국 정치계에 관심을 기울였다. 미국 정치를 분석하면서 본인의 과거를 되돌아보자, 지은이는 “여성이 세상을 지배해야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다”라고 확신했다. 지은이는 그 확신을 사실로 증명하기 위해 이 책을 집필했다고 밝혔다.
디디 마이어스가 거듭 말하듯이 이 책은 남성을 공격하기 위해 출간된 건 아니다. 그러나 세상을 바꾸기 위해서는 더 많은 여성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증명하고자 부단히 애쓴다. 다양한 분야의 수많은 여성 리더를 인터뷰했고, 광범위한 문헌을 조사했으며,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사례를 제시해 독자들을 설득했다. 성평등을 왜 이룩해야 하는지, 여성이 주도하는 질서가 얼마나 긍정적인 결과를 창출하는지를 쉽고 간결하며 설득력 있게 호소한다. 2008년 대선 당시 힐러리 클린턴이 대통령으로 선출될 수 있다는 사회적 기대감과 더불어 디디 마이어스의 균형감 있는 유창한 글솜씨가 이 책을 베스트셀러로 만든 원동력이었던 셈이다.
2008년에 출간된 미국인의 책을 왜 2024년의 한국인이 읽어야 하는가? 이 책에 담긴 디디 마이어스의 메시지가 유효하고, 한국 사회의 성 불평등 문제를 극복할 돌파구를 찾을 수 있도록 도움을 줄 것이기 때문이다. 2024년 세계은행이 발표한 「여성, 비즈니스, 법 2024」 보고서에서 따르면 전 세계 여성은 남성보다 육아 노동에 더 많이 시달리고, 남성보다 ‘안전할 권리’를 덜 보장받으며, 남녀 임금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집행 장치를 구축한 국가는 35개에 불과하다. 한국 정치의 경우, 페미니즘과 성평등이 시대정신으로 부상했음에도 제22대 총선에서 당선된 여성 의원은 60명에 불과하다. 이는 전체 의석수의 약 20%에 해당되는데, OECD 평균인 약 33%에 비하면 한참이나 부족한 수치이다. 즉 국민의 절반이 여성임에도, 정치는 아직도 남자의 얼굴을 하고 정책은 남자의 이름으로 수립된다.
여전히 불합리한 성차별이 만연한 오늘날, 이 책은 도발적이고도 마땅한 질문을 세상에 던진다. “만약 여성의 영향력이 커진다면, 여성도 남성과 똑같은 교육의 기회를 누리고 경제적으로 뒷받침을 받으며 의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면, 여성도 남성과 동등한 권리와 기회를 부여받는다면, 기업의 이사회와 교실과 수술실 그리고 법정에 더 많은 여성이 존재한다면, 여성의 아이디어와 의견과 삶의 경험이 남성의 그것과 동등하게 존중된다면, 소녀가 소년만큼 가치 있는 존재로 대우받는다면 세상은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
이 책은 세상 모든 여성이 막연히 꿈꾸고 상상했던 미래를 어떻게 실현한 것인지 구체적으로 밝힌다. 유리천장의 최전선에서 싸운 여성 지도자들의 처절한 증언, 오랜 세월 누적된 연구 성과, 그리고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사례를 통해 여성이 주도권을 확보했을 때 나타날 긍정적인 결과를 소상히 규명한다. 한 번이라도 ‘여성이 지배하는 세계’를 꿈꿨던 모든 독자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그가 세상에 던지는 도발적이고도 마땅한 질문
『여자가 왜 세상을 지배해야 하는가』의 원서 『Why Women Should Rule the World』는 출간 당시 “왜 여자가 세상을 지배해야 하는가”라는 도발적인 질문을 던지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뉴욕타임스 선정 베스트셀러였다. 이 책의 내용과 가치를 알기 위해서는 먼저 지은이가 책에서 본인을 어떻게 소개하는지를 알아야 한다. 지은이 ‘디디 마이어스’는 1993년 빌 클린턴 행정부의 첫 번째 백악관 대변인으로, 당시 기준 31세의 ‘최연소’ 그리고 ‘최초의 여성’ 백악관 대변인이었다. 그는 1984년 대통령 선거 때부터 민주당에 헌신했고, 다년간 정치 실무를 맡아 경험을 쌓았다. 1992년 대선에서는 빌 클린턴의 승리를 이끈 주역들 가운데 한 명으로 인정받았다. 그는 최초의 여성으로 기록될 자격을 갖춘 젊은 인재였다.
그러나 백악관의 ‘유리천장’은 지은이의 상상보다 훨씬 투명하고도 견고했다. 지은이가 책에서 밝히듯이 “백악관의 여성 보좌진들은 직무에 걸맞은 책임은 져야 하나 그 직무에 필요한 권한은 보장받지 못했다.” 디디 마이어스의 직책과 업무가 남성 전임자들과는 달랐다. 자신보다 직급이 같거나 낮은 다른 부서의 남자 직원보다 연봉을 덜 받았다. 여자라는 이유로 중요한 정보를 공유받지 못해 곤혹스러운 일을 빈번하게 겪었다. 여성이라서 매번 패션 감각을 지적받았다. 백악관의 남성 동료들이 성차별주의자인 건 아니지만 여성 보좌진의 업무 환경이 상대적으로 더 고단했던 건 사실이었다. 여러 사건을 겪은 후 지은이는 백악관 대변인직을 사임한다. 이후 평론가, 작가, 강연가로 일하며 미국 정치계에 관심을 기울였다. 미국 정치를 분석하면서 본인의 과거를 되돌아보자, 지은이는 “여성이 세상을 지배해야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다”라고 확신했다. 지은이는 그 확신을 사실로 증명하기 위해 이 책을 집필했다고 밝혔다.
디디 마이어스가 거듭 말하듯이 이 책은 남성을 공격하기 위해 출간된 건 아니다. 그러나 세상을 바꾸기 위해서는 더 많은 여성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증명하고자 부단히 애쓴다. 다양한 분야의 수많은 여성 리더를 인터뷰했고, 광범위한 문헌을 조사했으며,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사례를 제시해 독자들을 설득했다. 성평등을 왜 이룩해야 하는지, 여성이 주도하는 질서가 얼마나 긍정적인 결과를 창출하는지를 쉽고 간결하며 설득력 있게 호소한다. 2008년 대선 당시 힐러리 클린턴이 대통령으로 선출될 수 있다는 사회적 기대감과 더불어 디디 마이어스의 균형감 있는 유창한 글솜씨가 이 책을 베스트셀러로 만든 원동력이었던 셈이다.
2008년에 출간된 미국인의 책을 왜 2024년의 한국인이 읽어야 하는가? 이 책에 담긴 디디 마이어스의 메시지가 유효하고, 한국 사회의 성 불평등 문제를 극복할 돌파구를 찾을 수 있도록 도움을 줄 것이기 때문이다. 2024년 세계은행이 발표한 「여성, 비즈니스, 법 2024」 보고서에서 따르면 전 세계 여성은 남성보다 육아 노동에 더 많이 시달리고, 남성보다 ‘안전할 권리’를 덜 보장받으며, 남녀 임금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집행 장치를 구축한 국가는 35개에 불과하다. 한국 정치의 경우, 페미니즘과 성평등이 시대정신으로 부상했음에도 제22대 총선에서 당선된 여성 의원은 60명에 불과하다. 이는 전체 의석수의 약 20%에 해당되는데, OECD 평균인 약 33%에 비하면 한참이나 부족한 수치이다. 즉 국민의 절반이 여성임에도, 정치는 아직도 남자의 얼굴을 하고 정책은 남자의 이름으로 수립된다.
여전히 불합리한 성차별이 만연한 오늘날, 이 책은 도발적이고도 마땅한 질문을 세상에 던진다. “만약 여성의 영향력이 커진다면, 여성도 남성과 똑같은 교육의 기회를 누리고 경제적으로 뒷받침을 받으며 의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면, 여성도 남성과 동등한 권리와 기회를 부여받는다면, 기업의 이사회와 교실과 수술실 그리고 법정에 더 많은 여성이 존재한다면, 여성의 아이디어와 의견과 삶의 경험이 남성의 그것과 동등하게 존중된다면, 소녀가 소년만큼 가치 있는 존재로 대우받는다면 세상은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
이 책은 세상 모든 여성이 막연히 꿈꾸고 상상했던 미래를 어떻게 실현한 것인지 구체적으로 밝힌다. 유리천장의 최전선에서 싸운 여성 지도자들의 처절한 증언, 오랜 세월 누적된 연구 성과, 그리고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사례를 통해 여성이 주도권을 확보했을 때 나타날 긍정적인 결과를 소상히 규명한다. 한 번이라도 ‘여성이 지배하는 세계’를 꿈꿨던 모든 독자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목차
출판사 서문 ··· 4
프롤로그 ··· 9
1부 여자는 왜 세상을 지배하지 않는가
1장 정치적 난관과 공약 사이에서 ··· 31
숫자만 따지는 빈 카운터스│“그는 가족을 부양하잖아!”라는 핑계│허울뿐인 직책
2장 이중잣대의 굴레 ··· 66
이중잣대와 이중구속│여성의 외모에 집착하는 세상│참석과 착석의 차이│옳은 일일 뿐 아니라 현명한 일
3장 생물학, 관념, 차이 ··· 101
‘선천성’이라는 함정│1%의 차이│히스테리와 히스토리
2부 여자는 왜 세상을 지배해야 하는가
4장 동방박사 세 사람이 여성이었다면 ··· 133
여성은 문화를 바꾼다│여성의 관점, 여성의 우선순위│엄마의 뇌│여성에게 1인치만 여유를 주라
5장 평화는 여성의 얼굴을 닮았다 ··· 164
다리를 놓는 일│다른 목소리, 다른 관점│왜 여성이 경제권을 확보해야 하는가│정글에서 얻은 교훈│또 다른 법칙│여성의 미래가 곧 평화의 미래
6장 모두의 승리를 위해 ··· 199
방식의 차이, 변화의 시작│여성의 직관을 긍정하자│여성의 연대│소통, 협력, 합의│권력을 새롭게 규정하기
3부 여자는 어떻게 세상을 지배해야 하는가
7장 누출되는 파이프라인을 정비하려면 ··· 237
보이는 장벽과 보이지 않는 장벽│여성에게 더 많은 선택지를│노동의 재구성│패러다임 바꾸기
8장 자신감의 격차를 줄이려면 ··· 270
고정관념을 버리기│욕심에 솔직해지기│위험부담을 재고하기│여성 스스로를 긍정하기│주위 잡음 무시하기
9장 눈으로 보아야 믿는다 ··· 304
롤모델, 여성을 이끌다│롤모델은 많을수로 좋다│롤모델의 뒤를 따라서│서로의 이정표가 되는 여성들
10장 여자가 지배하는 세상을 위해 ··· 334
여자가 이끄는 더 나은 결말│마거릿 대처 딜레마│한 사람으로는 부족하다│3분의 1을 넘어야 한다│성공하는 여성이 많을수록│세상을 바꾸는 여성
감사의 말 ··· 366
미주 ··· 370
참고문헌 ··· 387
인명색인 ··· 390
부록 본문에서 언급하는 주요 여성 정치인 ··· 395
프롤로그 ··· 9
1부 여자는 왜 세상을 지배하지 않는가
1장 정치적 난관과 공약 사이에서 ··· 31
숫자만 따지는 빈 카운터스│“그는 가족을 부양하잖아!”라는 핑계│허울뿐인 직책
2장 이중잣대의 굴레 ··· 66
이중잣대와 이중구속│여성의 외모에 집착하는 세상│참석과 착석의 차이│옳은 일일 뿐 아니라 현명한 일
3장 생물학, 관념, 차이 ··· 101
‘선천성’이라는 함정│1%의 차이│히스테리와 히스토리
2부 여자는 왜 세상을 지배해야 하는가
4장 동방박사 세 사람이 여성이었다면 ··· 133
여성은 문화를 바꾼다│여성의 관점, 여성의 우선순위│엄마의 뇌│여성에게 1인치만 여유를 주라
5장 평화는 여성의 얼굴을 닮았다 ··· 164
다리를 놓는 일│다른 목소리, 다른 관점│왜 여성이 경제권을 확보해야 하는가│정글에서 얻은 교훈│또 다른 법칙│여성의 미래가 곧 평화의 미래
6장 모두의 승리를 위해 ··· 199
방식의 차이, 변화의 시작│여성의 직관을 긍정하자│여성의 연대│소통, 협력, 합의│권력을 새롭게 규정하기
3부 여자는 어떻게 세상을 지배해야 하는가
7장 누출되는 파이프라인을 정비하려면 ··· 237
보이는 장벽과 보이지 않는 장벽│여성에게 더 많은 선택지를│노동의 재구성│패러다임 바꾸기
8장 자신감의 격차를 줄이려면 ··· 270
고정관념을 버리기│욕심에 솔직해지기│위험부담을 재고하기│여성 스스로를 긍정하기│주위 잡음 무시하기
9장 눈으로 보아야 믿는다 ··· 304
롤모델, 여성을 이끌다│롤모델은 많을수로 좋다│롤모델의 뒤를 따라서│서로의 이정표가 되는 여성들
10장 여자가 지배하는 세상을 위해 ··· 334
여자가 이끄는 더 나은 결말│마거릿 대처 딜레마│한 사람으로는 부족하다│3분의 1을 넘어야 한다│성공하는 여성이 많을수록│세상을 바꾸는 여성
감사의 말 ··· 366
미주 ··· 370
참고문헌 ··· 387
인명색인 ··· 390
부록 본문에서 언급하는 주요 여성 정치인 ··· 395
책 속으로
나는 사회학자가 아니다. 심리학자나 생물학자도 아니고, 정치이론가도 아니다. 하지만 이 책을 집필할 때 비전문가의 관점에서 더 많은 여성이 공공 생활에서 권력이나 권위를 가지게 되면 어떠한 변화가 일어날 것인지 상상하고 싶었다. 그리고 솔직히 말하자면 여성의 영향력이 압도적으로 긍정적이라는 결과를 확인할 수 있기를 기대했다. 여성이 남성과 똑같아서가 아니라, 여러 가지 측면에서 다르기 때문임도 확인할 수 있기를 원했다. 동시에 여성에게 권한을 부여했을 때 얻어지는 긍정적인 측면을 정직하게 들여다보기 위해서는 거대한 문화적 · 역사적 · 생물학적 영향력, 일과 가정의 균형을 유지하는 문제, 그리고 여성이 잠재력을 충분히 발휘하는 데에 방해가 되는 내면의 장벽 등 모든 장애물을 살펴봐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프롤로그」중에서
어떤 때는 대통령과 고위 참모들이 모두 나를 지지해주고, 임무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권한도 주어진 것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또 어떤 때는 전혀 그렇지 않은 것 같았다. 이전에 내 직무를 담당했던 남성 보좌관 중에는 나보다 훨씬 경험이 풍부한 사람들도 있었다. 그들의 존재는 종종 내 역할을 제한하는 합리적인 근거가 되었고, 역할이 제한되니 나라는 사람의 효용성도 저평가될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순환 논리와 그것이 초래하는 실질적인 파문 때문에 나는 비분강개했고, 때때로 차오르는 분노를 제어하기 위해 안간힘을 써야 했다. 하지만 당시의 상황을 바꾸기 위해 내가 뭘 할 수 있었는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1장 - 정치적 난관과 공약 사이에서」중에서
여성은 무려 수백 년 동안 사적인 공간에 갇힌 채 그 안에서 아이를 기르고 집안 살림을 돌보며 살아왔다. 사회생활은 남성에 의해, 남성을 위해 만들어진 남성의 영역이었다. 이러한 남성의 영역에 여성이 발을 들여놓기 시작하자 남성은 그들의 세계를 원래대로 ‘보존’할 필요를 느꼈다. 여성은 남성의 의례를 체득해야만 그 사회에서 인정받았다. 하지만 여성은 남성과 다르다. 그래서 남성처럼 행동해야 한다는 강박과 실상 그럴 수 없는 현실의 괴리 때문에 여성은 하급 상품처럼 취급되었다. ··· (중략) ··· 여성은 이중구속의 굴레에 갇혀 있다. 남성처럼 행동하도록 요구받으나 그 역할을 너무 잘하면 견제를 받는다. ··· (중략) ··· 남성과 여성 모두 다양한 리더십의 양상을 보이지만 이들 각각의 리더십에 관한 고정관념은 여전히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여성 리더가 전통적인 여성 이미지에 부합하면 ‘너무 부드럽고 온화해서’ 직무를 수행하기 어렵다고 여겨진다. 하지만 이러한 편견을 깨고 대담한 모습을 보이면 그때는 “너무 세다.” 또는 “지나치게 남성적이다.”라고 하거나 튄다는 지적을 받는다. 잘해도 욕을 먹고, 못해도 욕을 먹는 것이다.
---「2장 - 이중잣대의 굴레」중에서
결국 더 많은 여성이 물리학이나 공학 분야를 추구하지 않는 이유는 선천적인 적성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여성이 마주해야 하는 차별적인 현실 때문에 다른 선택을 할 수밖에 없어서였는지도 모른다. 이제는 여성도 남성 못지않게 관심과 재능이 있으며, 한 인간으로서 중요하고 가치 있는 존재임을 인정해야 할 때다. 이를 두고 브리젠딘은 이렇게 말했다. “여성에게는 ‘여성에게 관심을 기울이는 새로운 사회규약’을 제정할 생물학적 의무가 있습니다. 우리의 미래와 우리 자녀들의 미래가 거기에 달려 있어요.”
---「3장 - 생물학, 관념, 차이」중에서
오랜 세월에 걸쳐 모든 여성의 경험 또는 대다수 여성의 경험은 남성이 함께 경험하지 않는 한 평가절하되고 존중받지 못했다. 이제는 여성이 무엇을 원하고, 무엇을 구매할 것인지를 남성이 결정하는 세상에서 벗어나야 할 때다. 정책을 세우면서 그의 가장 큰 수혜자 또는 그 혜택에서 소외된 사람들의 의견을 듣지 않는 세상을 바꿔야 할 때다. 리더십 훈련장이 모성의 삶이 아니라 풋볼 경기장이라고 생각하는 세상에서 벗어나야 한다. 어떤 경험이든지 자기 경험의 가치를 온전히 인정받는 여성이 많아질수록 여성들은 자신의 방식과 자신의 기준으로 성공할 가능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4장 - 동방박사 세 사람이 여성이었다면」중에서
보노보는 다른 무리를 습격해서 살해하지 않는다. 소규모 무리는 종종 큰 무리를 피하고, 싸움이 일어나기도 하지만, 이웃 보노보 무리와의 만남은 대체로 평화롭고, 심지어 우호적인 경우도 있다. 이때 우호적인 행동은 항상 암컷이 주도한다. 결국 이 모든 행동의 차이는 부정할 수 없는 하나의 결론으로 귀결된다. 수컷 보노보는 수컷 침팬지보다 덜 폭력적이다. 바로 암컷 보노보의 힘 때문이다. 희망 사항일 뿐일 수도 있지만 우리도 여기서 희망적인 메시지를 찾을 수 있을지 모른다. 우리는 남성의 폭력성, 여성을 지배하려는 남성성을 긴 세월 동안 겪었다. 하지만 보노보는 우리에게 그중 어느 것도 필수불가결한 요소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려준다. 그리고 여성의 힘이 남성의 힘을 그대로 복제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도.
---「5장 - 평화는 여성의 얼굴을 닮았다」중에서
전형적인 남성성을 의미하는 특성, 즉 공격성, 야심, 강한 자기주장, 강압성, 과한 자신감은 ‘리더의 자질’로 인식된다. 반면에 많은 사람이 도움 제공, 친절함, 다정함, 공감능력, 애정 같은 자질을 가진 사람을 바라보면 자신의 어머니를 떠올리지, 직장 상사를 떠올리지는 않는다. 게다가 전형적인 남성성이 항상 여성에게도 통하는 것은 아니다. 여성이 위협적인 인상을 준다면 어떻게 될까? 그건 두 번 생각할 필요도 없다! 성공 가도에서 가장 신속하게 추락하는 편도 열차에 탑승하게 될 테니까. 그런 여성이 부하직원을 훈육하려고 한다면? ‘남자보다 덜 효율적이면서 공정하지도 못한’ 여성으로 낙인찍히고 말 것이다.
---「6장 - 모두의 승리를 위해」중에서
전업주부인 엄마들과 직장에 다니는 엄마들이 입장 차이로 인해 서로의 우선순위에 의문을 제기하는, 이른바 ‘엄마들의 전쟁’은 현실적으로는 이해할 수 있는 측면이 있다 하더라도 여성 공동의 이익에 파괴적인 악영향을 끼친다. 사실 이러한 갈등은 여성이 자신과 가족을 위해 최선의 길을 택한 것인지 확신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이웃집 잔디가 더 파랗다.”라는 논리에 뿌리를 둔 불안감 때문에 촉발된 경우가 많다. 내 친구들 대부분이 그러듯이 나도 때때로 내가 한 선택 때문에 힘들어한다. 그러다 보면 직장을 내려놓은 길을 선택한 다른 여성과 성공 가도를 달리는 여성 직장인이 서로를 부러워한다. 하지만 어떤 선택을 하든 희생이 따른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게 중요하다.
---「7장 - 누출되는 파이프라인을 정비하려면」중에서
여성은 다양한 이유와 다양한 방식으로 “나는 유능하지 않고, 무엇을 이루든 내 성취는 별 가치가 없으며,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사실은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따위의 메시지를 주입받았다. 그리고 너무 자주, 여성은 그 메시지를 믿는다. 그 결과 자기 생각을 말하려는 의욕이 약화하고 스스로 앞에 나서기를 꺼리며 무슨 일에서든 남성만큼 자신감을 느끼지 못한다. 그리고 그러한 부정적인 가정을 검증해 보지도 않은 채 악순환을 거듭하면서 자신이 얼마나 유능한지를 확인할 기회조차 박탈당하는 것이다. 여성에게는 이러한 부정적 역학을 바꿀 책임이 있다. 여성은 더 높은 급여와 더 많은 자원, 더 나은 기회를 요구해야 한다. 남성과 같은 방식으로 할 필요는 없다. 여성 나름의 방식이 있다. 무엇이 필요한지를 전달하되 자기만의 스타일로 자신의 가치에 부응하는 요구를 해야 한다. 또 자기가 이룬 실적의 공로를 자기에게만 돌릴 줄 알아야 하며 기꺼이, 당당하게 그 공로를 자랑해야 한다. 으스대고 잘난 척하라는 게 아니다. 목표를 달성했음을 확인하고 그 공을 인정하며 적절하게 분배하라는 뜻이다. 엄마들이 자녀의 성취가 정당하게 인정받기를 바라는 것처럼, 자기 자신과 다른 여성의 성취에서도 일관된 자세를 취해야 한다. 여성이 자신의 공로를, 그리고 다른 여성의 공로를 당당하게 인정해야 그 공로가 남성의 공로 못지않게, 남성의 공로만큼 가치 있다고 인정받는다. 그래야만 자신감의 격차를 줄일 수 있으며, 그제야 비로소 자기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고 여성의 능력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8장 - 자신감의 격차를 줄이려면」중에서
백문이 불여일견이다. 소녀는 성공한 여성을 눈으로 보아야 자신의 성공을 믿는다.
---「9장 - 눈으로 보아야 믿는다」중에서
한 사람으로 족할 때가 있는가 하면 여러 사람이 필요할 때가 있다. 하지만 내 경험에 의하면 거의 언제나, 수를 세지 않아도 될 만큼 많은 여성이 모여야 한다. 그래야 여성은 ‘여자답게 행동해야 한다’는 무언의 압박에서 벗어나 자유를 쟁취한다. 그제야 우리는 이중잣대를 없애고 남성과 여성이 다르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있다. 남성과 여성이 각기 가지고 있는 다른 범주의 경험과 기술, 강점을 공공 생활에 적용할 수 있음을 인정하고, 여성도 남성과 동등한 가치를 지닌 존재임을 인정하며, 여성의 다양한 선택지를 수용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편할 수 있다.
---「프롤로그」중에서
어떤 때는 대통령과 고위 참모들이 모두 나를 지지해주고, 임무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권한도 주어진 것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또 어떤 때는 전혀 그렇지 않은 것 같았다. 이전에 내 직무를 담당했던 남성 보좌관 중에는 나보다 훨씬 경험이 풍부한 사람들도 있었다. 그들의 존재는 종종 내 역할을 제한하는 합리적인 근거가 되었고, 역할이 제한되니 나라는 사람의 효용성도 저평가될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순환 논리와 그것이 초래하는 실질적인 파문 때문에 나는 비분강개했고, 때때로 차오르는 분노를 제어하기 위해 안간힘을 써야 했다. 하지만 당시의 상황을 바꾸기 위해 내가 뭘 할 수 있었는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1장 - 정치적 난관과 공약 사이에서」중에서
여성은 무려 수백 년 동안 사적인 공간에 갇힌 채 그 안에서 아이를 기르고 집안 살림을 돌보며 살아왔다. 사회생활은 남성에 의해, 남성을 위해 만들어진 남성의 영역이었다. 이러한 남성의 영역에 여성이 발을 들여놓기 시작하자 남성은 그들의 세계를 원래대로 ‘보존’할 필요를 느꼈다. 여성은 남성의 의례를 체득해야만 그 사회에서 인정받았다. 하지만 여성은 남성과 다르다. 그래서 남성처럼 행동해야 한다는 강박과 실상 그럴 수 없는 현실의 괴리 때문에 여성은 하급 상품처럼 취급되었다. ··· (중략) ··· 여성은 이중구속의 굴레에 갇혀 있다. 남성처럼 행동하도록 요구받으나 그 역할을 너무 잘하면 견제를 받는다. ··· (중략) ··· 남성과 여성 모두 다양한 리더십의 양상을 보이지만 이들 각각의 리더십에 관한 고정관념은 여전히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여성 리더가 전통적인 여성 이미지에 부합하면 ‘너무 부드럽고 온화해서’ 직무를 수행하기 어렵다고 여겨진다. 하지만 이러한 편견을 깨고 대담한 모습을 보이면 그때는 “너무 세다.” 또는 “지나치게 남성적이다.”라고 하거나 튄다는 지적을 받는다. 잘해도 욕을 먹고, 못해도 욕을 먹는 것이다.
---「2장 - 이중잣대의 굴레」중에서
결국 더 많은 여성이 물리학이나 공학 분야를 추구하지 않는 이유는 선천적인 적성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여성이 마주해야 하는 차별적인 현실 때문에 다른 선택을 할 수밖에 없어서였는지도 모른다. 이제는 여성도 남성 못지않게 관심과 재능이 있으며, 한 인간으로서 중요하고 가치 있는 존재임을 인정해야 할 때다. 이를 두고 브리젠딘은 이렇게 말했다. “여성에게는 ‘여성에게 관심을 기울이는 새로운 사회규약’을 제정할 생물학적 의무가 있습니다. 우리의 미래와 우리 자녀들의 미래가 거기에 달려 있어요.”
---「3장 - 생물학, 관념, 차이」중에서
오랜 세월에 걸쳐 모든 여성의 경험 또는 대다수 여성의 경험은 남성이 함께 경험하지 않는 한 평가절하되고 존중받지 못했다. 이제는 여성이 무엇을 원하고, 무엇을 구매할 것인지를 남성이 결정하는 세상에서 벗어나야 할 때다. 정책을 세우면서 그의 가장 큰 수혜자 또는 그 혜택에서 소외된 사람들의 의견을 듣지 않는 세상을 바꿔야 할 때다. 리더십 훈련장이 모성의 삶이 아니라 풋볼 경기장이라고 생각하는 세상에서 벗어나야 한다. 어떤 경험이든지 자기 경험의 가치를 온전히 인정받는 여성이 많아질수록 여성들은 자신의 방식과 자신의 기준으로 성공할 가능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4장 - 동방박사 세 사람이 여성이었다면」중에서
보노보는 다른 무리를 습격해서 살해하지 않는다. 소규모 무리는 종종 큰 무리를 피하고, 싸움이 일어나기도 하지만, 이웃 보노보 무리와의 만남은 대체로 평화롭고, 심지어 우호적인 경우도 있다. 이때 우호적인 행동은 항상 암컷이 주도한다. 결국 이 모든 행동의 차이는 부정할 수 없는 하나의 결론으로 귀결된다. 수컷 보노보는 수컷 침팬지보다 덜 폭력적이다. 바로 암컷 보노보의 힘 때문이다. 희망 사항일 뿐일 수도 있지만 우리도 여기서 희망적인 메시지를 찾을 수 있을지 모른다. 우리는 남성의 폭력성, 여성을 지배하려는 남성성을 긴 세월 동안 겪었다. 하지만 보노보는 우리에게 그중 어느 것도 필수불가결한 요소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려준다. 그리고 여성의 힘이 남성의 힘을 그대로 복제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도.
---「5장 - 평화는 여성의 얼굴을 닮았다」중에서
전형적인 남성성을 의미하는 특성, 즉 공격성, 야심, 강한 자기주장, 강압성, 과한 자신감은 ‘리더의 자질’로 인식된다. 반면에 많은 사람이 도움 제공, 친절함, 다정함, 공감능력, 애정 같은 자질을 가진 사람을 바라보면 자신의 어머니를 떠올리지, 직장 상사를 떠올리지는 않는다. 게다가 전형적인 남성성이 항상 여성에게도 통하는 것은 아니다. 여성이 위협적인 인상을 준다면 어떻게 될까? 그건 두 번 생각할 필요도 없다! 성공 가도에서 가장 신속하게 추락하는 편도 열차에 탑승하게 될 테니까. 그런 여성이 부하직원을 훈육하려고 한다면? ‘남자보다 덜 효율적이면서 공정하지도 못한’ 여성으로 낙인찍히고 말 것이다.
---「6장 - 모두의 승리를 위해」중에서
전업주부인 엄마들과 직장에 다니는 엄마들이 입장 차이로 인해 서로의 우선순위에 의문을 제기하는, 이른바 ‘엄마들의 전쟁’은 현실적으로는 이해할 수 있는 측면이 있다 하더라도 여성 공동의 이익에 파괴적인 악영향을 끼친다. 사실 이러한 갈등은 여성이 자신과 가족을 위해 최선의 길을 택한 것인지 확신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이웃집 잔디가 더 파랗다.”라는 논리에 뿌리를 둔 불안감 때문에 촉발된 경우가 많다. 내 친구들 대부분이 그러듯이 나도 때때로 내가 한 선택 때문에 힘들어한다. 그러다 보면 직장을 내려놓은 길을 선택한 다른 여성과 성공 가도를 달리는 여성 직장인이 서로를 부러워한다. 하지만 어떤 선택을 하든 희생이 따른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게 중요하다.
---「7장 - 누출되는 파이프라인을 정비하려면」중에서
여성은 다양한 이유와 다양한 방식으로 “나는 유능하지 않고, 무엇을 이루든 내 성취는 별 가치가 없으며,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사실은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따위의 메시지를 주입받았다. 그리고 너무 자주, 여성은 그 메시지를 믿는다. 그 결과 자기 생각을 말하려는 의욕이 약화하고 스스로 앞에 나서기를 꺼리며 무슨 일에서든 남성만큼 자신감을 느끼지 못한다. 그리고 그러한 부정적인 가정을 검증해 보지도 않은 채 악순환을 거듭하면서 자신이 얼마나 유능한지를 확인할 기회조차 박탈당하는 것이다. 여성에게는 이러한 부정적 역학을 바꿀 책임이 있다. 여성은 더 높은 급여와 더 많은 자원, 더 나은 기회를 요구해야 한다. 남성과 같은 방식으로 할 필요는 없다. 여성 나름의 방식이 있다. 무엇이 필요한지를 전달하되 자기만의 스타일로 자신의 가치에 부응하는 요구를 해야 한다. 또 자기가 이룬 실적의 공로를 자기에게만 돌릴 줄 알아야 하며 기꺼이, 당당하게 그 공로를 자랑해야 한다. 으스대고 잘난 척하라는 게 아니다. 목표를 달성했음을 확인하고 그 공을 인정하며 적절하게 분배하라는 뜻이다. 엄마들이 자녀의 성취가 정당하게 인정받기를 바라는 것처럼, 자기 자신과 다른 여성의 성취에서도 일관된 자세를 취해야 한다. 여성이 자신의 공로를, 그리고 다른 여성의 공로를 당당하게 인정해야 그 공로가 남성의 공로 못지않게, 남성의 공로만큼 가치 있다고 인정받는다. 그래야만 자신감의 격차를 줄일 수 있으며, 그제야 비로소 자기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고 여성의 능력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8장 - 자신감의 격차를 줄이려면」중에서
백문이 불여일견이다. 소녀는 성공한 여성을 눈으로 보아야 자신의 성공을 믿는다.
---「9장 - 눈으로 보아야 믿는다」중에서
한 사람으로 족할 때가 있는가 하면 여러 사람이 필요할 때가 있다. 하지만 내 경험에 의하면 거의 언제나, 수를 세지 않아도 될 만큼 많은 여성이 모여야 한다. 그래야 여성은 ‘여자답게 행동해야 한다’는 무언의 압박에서 벗어나 자유를 쟁취한다. 그제야 우리는 이중잣대를 없애고 남성과 여성이 다르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있다. 남성과 여성이 각기 가지고 있는 다른 범주의 경험과 기술, 강점을 공공 생활에 적용할 수 있음을 인정하고, 여성도 남성과 동등한 가치를 지닌 존재임을 인정하며, 여성의 다양한 선택지를 수용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편할 수 있다.
---「10장 - 여자가 지배하는 세상을 위해서」중에서
출판사 리뷰
여자는 왜 세상을 지배하지 않는가?
이 책은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가장 먼저 지은이 본인의 이야기를 회상한다. 1장 〈정치적 난관과 공약 사이에서〉에서 미국 최초의 여성 백악관 대변인으로 임명된 지은이는 자신이 어떻게 백악관에 입성했는지, 백악관 대변인으로 임명된 이후 어떤 차별과 부조리에 시달렸는지를 가감 없이 고백했다.
디디 마이어스가 책에서 말하듯이 그는 빌 클린턴 대통령이 후보 시절에 공약한 ‘소수자 할당제 정책’의 수혜자 자격으로 대변인에 임명된다. 물론 그는 수년간 착실하게 경력을 쌓은 노련한 실무자였다. 하지만 ‘최초의 여성 대변인’이라는 화려한 수식어가 애석하게도, 그가 겪은 백악관의 ‘유리천장’은 상상보다 은밀하고 견고했다. 업무와 임금에서 차별을 받았고, ‘여성’이라는 이유로 외모 지적에 시달렸으며, 대변인임에도 불구하고 기밀 정보를 공유받지 못하여 본의 아니게 언론을 기만하기도 하였다.
백악관 대변인직을 사임한 이후 그는 당시를 회상하며 한 가지 문제의식을 느꼈다. 여성은 남성의 의례를 체득해야만 사회에서 인정받는다. 하지만 실제로 남성처럼 행동하거나 남성보다 뛰어나게 행동하면 비난을 받는다. 남성처럼 행동해야 한다는 강박과 실제로는 그럴 수 없는 현실의 괴리 사이에서 여성은 늘 고통받는다. 이러한 이중구속의 문제를 의식한 지은이는 2장 〈이중잣대의 굴레〉에서 여성을 둘러싼 모순된 요구와 이중적인 강요를 낱낱이 분석한다. 즉 ‘남성처럼 보여야 하면서도 남성처럼 보이면 안 되는 모순’을 고발한 것이다. 모든 기준이 남성의 시각에서 성립된 탓에 여성은 끊임없이 부조리한 상황에 노출되고, 남성의 시선에 의해 외모 품평을 당하며, 실력을 온전히 인정받지 못한다. 이러한 구조적·일상적 차별을 깨닫자 디디 마이어스는 차별이 어디서 비롯되는지를 알아내고자 더욱 깊게 탐구하였다. 수많은 문헌과 학계 연구 자료를 수집했고, 이를 토대로 자신만의 의견과 통찰을 3장 〈생물학, 관념, 차이〉에서 정리했다.
그가 보기에 여성과 남성의 차이를 만드는 요소는 선천적인 것과 후천적인 것이 공존한다. 그러나 둘 중 무엇이 더 우세한지 혹은 둘 중 무엇이 근본 원인인지는 중요치 않다. 디디 마이어스는 오히려 성별 차이를 대하는 태도를 바꾸어야 할 것을 강조한다. ‘다르지만 동등하다’는 관점에서 성별 차이를 바라보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즉 여성의 능력, 여성의 강점, 여성의 특징을 긍정하고 동시에 그것이 또 다른 ‘기준’이 될 수 있음을 인정해야 세상이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여성에게 새로운 질서를 제정할 의무가 있으니 ‘선천성’이라는 함정에서 벗어나 이전과는 다른 세계를 상상할 것을 독자들에게 촉구한다.
여자는 왜 세상을 지배해야 하는가?
1부에서 여자가 세상을 지배하지 못한 이유를 탐구했다면 2부에서는 여자가 왜 세상을 지배해야 하는지를 말한다. 4장 〈동방박사 세 사람이 여성이었다면〉은 여러 여성 리더와의 인터뷰를 통해 여성이 주도권을 확보했을 때 나타날 긍정적 변화가 무엇인지를 세세히 나열한다. 여성이 기업을 운영하면 여성 친화적인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고, 여성이 정치인으로 당선되면 소수자와 약자를 위한 현실적인 정책이 마련될 것이며, 여성이 대학교의 총장이 된다면 더 많은 여성 교수가 자신의 연구에 온전히 매진할 수 있다. 지금보다 더 많은 여성이 각계각층으로 진출해야지만 여성에게 불리한 수많은 장애물이 조금이라도 개선될 수 있다는 것이 모든 여성 리더의 공통된 증언이었다.
나아가 여성이 리더가 된다면 갈등을 더욱 평화롭게 해결할 수도 있다. 5장 〈평화는 여성의 얼굴을 닮았다〉는 남성이 해결하지 못한 분쟁을 여성 지도자들이 주도적으로 해결한 사례를 소개한다. 1994년 르완다 집단학살 이후 르완다 여성들이 의회에 진출하여 나라를 재건했다. 남편을 잃은 여성들이 직접 고아가 된 아이들을 돌보고, 과거사를 밝혀 역사의 상흔을 위로했으며, 성차별적인 법령을 개정해 여권을 신장시켰다. 르완다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여성은 평화의 주역으로 부상했다. 전 유엔 사무총장 코피 아난은 “여러 세대에 걸쳐 여성은 가정과 사회에서 평화를 가르치는 역할을 담당했다. 벽을 쌓기보다는 다리를 놓는다”라고 말했다. 또한 유엔 여성개발기금의 보고서인 「평화의 수호」에서는 “평화를 도모하고 수립하는 과정의 모든 단계, 즉 회담부터 실행, 감독에 이르기까지 여성이 ‘반드시’ 개입해야 한다.”라고 명시했다. 종전이라는 중대한 과업에 도달할 때, 여성의 능력을 간과하기에는 그 대가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아파르트헤이트가 철폐된 이후 흑인 여성 및 백인 여성은 ‘진실과 화해 위원회’를 개회하여 과거사를 조사하고 국민을 통합하는 데 앞장섰다. 1993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해방기구의 평화협정(오슬로 협정)이 성사되는 데에도 양측의 여성 운동가와 여성 정치인이 긴밀하게 협조했다. 영국과 아일랜드의 평화협정(벨파스트 협정)에서도 양국의 여성 정치인들만이 회담에 전념하며 분쟁을 종식하고자 최선을 다했다. 디디 마이어스는 이 모든 사례를 상세히 분석하면서 여성에게 더 많은 기회와 발언권, 권력을 주어야 세상이 좀 더 평화로워질 것이라 주장한다. 여성의 승리가 곧 모두의 승리라는 의미이다.
6장 〈모두의 승리를 위해〉는 여성이 주도하는 공동체가 모두에게 이롭다는 점을 설파한다. 지은이는 남성과 여성이 공동체를 이끄는 방식이 구별된다는 점에 주목한다. 남성은 ‘업무 중심의 리더’인 경우가 많은데, 팀원들에게 임무를 알려준 다음 성과에 따른 포상을 주고 실패하면 그 책임을 묻는다. 그런데 빠르게 변화하고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주도하는 현대 사회에서는 ‘변혁적인 리더’가 필요하다. 개별 구성원의 특성을 다채롭게 이해하고, 소통과 협력에 능한 여성 리더가 남성 리더와 경영 방식이 다를 뿐만 아니라 목표를 성취할 확률도 높다. 결국 여성은 기존의 틀에 적응하기보다는, 기존의 틀을 부수어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는 데에 이바지한다. 이러한 변화를 더욱 빠르게 촉진하기 위해서는 ‘권력’의 의미를 새롭게 규정해야 한다. 권력이 전형적인 남성성에 국한된 뜻으로 통용되지 않아야 한다. 이른바 ‘여성의 것’으로 분류되는 특징들이 단점이 아닌 장점으로, 그간 ‘여성의 특징’으로 분류된 장점이 여성만의 것이 아닌 모두가 가져야 할 좋은 자질로 인정받아야 한다. 그렇게 되어야 비로소 여자의 기준과 문화가 그 자체로 존중받을 수 있고, 그렇게 되어야 여성 리더가 남성의 기준으로 평가받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여자는 어떻게 세상을 지배해야 하는가?
여자가 세상을 지배해야 더 나은 세상이 펼쳐진다. 그것이 인류 전체의 승리이다. 그렇다면 여자는 어떻게 지배해야 하는가? 지은이는 가장 먼저 ‘누출되는 파이프라인을 정비할 것’을 권고한다. 7장 〈누출되는 파이프라인을 정비하려면〉에서 디디 마이어스는 여성의 경력단절 문제를 해부한다. 과거의 페미니스트들은, 여성이 사회에 많이 진출하면 자연스레 성별 불평등이 해소될 거라 예상했다. 그러나 다양한 분야의 초급 직책으로 진출하는 여성의 수가 늘어나도, 정상에 이르는 여성의 수는 여전히 적다. 사회의 ‘파이프라인’에 거대한 누출이 발생한 것이다. 디디 마이어스 본인이 종사한 정치계만 그런 것이 아니다. 법조계, 의학계, 경영계, 학계 등 다양한 곳에서 시간이 흐를수록 여성은 점점 자취를 감춘다. 그리고 그 빈자리를 남성이 차지하고, 남성의 지배 체제는 굳건하게 유지된다.
이에 디디 마이어스는 가장 먼저 노동 형태를 재구성할 것을 권고한다. 노동 현장이 가정 친화적으로 바뀌어야 여성이 가사노동과 노동을 병행할 수 있다. 여성이 노동 시간, 업무 형태 등을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게 다채로운 선택지를 마련해야 한다. 여성이 업무보다 가정을 중시할 거라는 고정관념을 철폐해야 하고, 유능한 여성은 강도 높은 업무를 수행하기를 바라고 더 높은 직급으로 올라가기를 원한다는 자명한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무엇보다 여성에게 강요되는 가사노동을 남성도 똑같이 부담해야 하고, 여성이 무엇을 선택하든 온전히 여성 본인이 결정할 수 있도록 조치해야 한다.
차별적인 구조를 개선함과 동시에 여성 스스로 변화에 동참해야 한다. 8장 〈자신감의 격차를 줄이려면〉은 여성이 일상에서 왜 가부장적인 분위기에 압도되는지를 분석한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디디 마이어스가 주목한 부분은 ‘자신감의 격차’다. 학창시절부터 남학생은 명령과 자랑에 익숙하고,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는 것에 스스럼이 없다. 여학생은 관계를 중시하는 탓에 상대적으로 매사 소극적이고, 정말 필요한 순간이 아니라면 본인의 의견을 드러내지 않는다. 실제로 ‘고정관념 위협’ 현상으로 인해 여학생에게 ‘여성’이라는 사실을 상기시키기만 하여도 시험 점수가 떨어지기도 한다. 정치계에서도 이런 현상은 똑같이 나타난다. 남성 정치인은 직책을 얻기 위해 출마하는 한편, 여성 정치인은 사안에 관심이 있고 자신이 적합하다는 확신이 있어야 하며 남성 경쟁자가 없어야 적극적으로 출마를 고려한다. 여성은 여성이라는 조건 하나 때문에 모든 순간에서 뒤로 물러나는 것이다.
지은이가 보기에 여성들은 자신의 욕심에 솔직해질 필요가 있다. 자신의 공로를 스스로 인정하고, 그 공로의 가치를 정당하게 주장해야 한다. 동시에 다른 여성의 성공을, 다른 여성의 선택을 존중하고 이해해야 한다. 여성이 자신의 공로를, 그리고 다른 여성의 공로를 당당하게 인정해야 그 공로가 남성의 공로 못지않게, 남성의 공로만큼 가치 있다고 인정받는다. 그래야만 자신감의 격차를 줄일 수 있으며, 그제야 비로소 자기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고 여성의 능력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 9장 〈눈으로 보아야 믿는다〉와 10장 〈여자가 지배하는 세상을 위해서〉에서 지은이는 다시 자신의 이야기를 거론한다. 본인을 정치계로 이끌어준 여성 리더들과의 일화, 그들을 지켜보며 꿈을 키우고 끝내 백악관까지 들어갔던 자신의 경험담을 통해 ‘여성 롤모델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9장의 끝자락에서 언급하듯이 “소녀는 성공한 여성을 눈으로 보아야 자신의 성공을 확신하기” 때문이다. 단 한 명의 여성이 성공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지은이는 여성 리더들의 증언과 학계 연구 결과를 근거로 구성원의 3분의 1이 여성이어야 여성의 영향력이 눈에 띄게 커진다는 점을 강조한다.
디디 마이어스는 이 책 전체에 걸쳐 한가지 메시지를 반복적으로 언급한다. 바로 여성들의 연대이다. 모든 여성은 자신보다 앞서 나간 여자들, 목을 내놓고 머리가 잘리기도 했던 수많은 여자의 희생 덕분에 꿈을 꿀 수 있기 때문이다. 즉 그가 말하는 ‘여자가 지배하는 세상’이란 모든 여성이 서로의 이정표가 되는, 화합의 공동체를 가리킨다.
이 책은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가장 먼저 지은이 본인의 이야기를 회상한다. 1장 〈정치적 난관과 공약 사이에서〉에서 미국 최초의 여성 백악관 대변인으로 임명된 지은이는 자신이 어떻게 백악관에 입성했는지, 백악관 대변인으로 임명된 이후 어떤 차별과 부조리에 시달렸는지를 가감 없이 고백했다.
디디 마이어스가 책에서 말하듯이 그는 빌 클린턴 대통령이 후보 시절에 공약한 ‘소수자 할당제 정책’의 수혜자 자격으로 대변인에 임명된다. 물론 그는 수년간 착실하게 경력을 쌓은 노련한 실무자였다. 하지만 ‘최초의 여성 대변인’이라는 화려한 수식어가 애석하게도, 그가 겪은 백악관의 ‘유리천장’은 상상보다 은밀하고 견고했다. 업무와 임금에서 차별을 받았고, ‘여성’이라는 이유로 외모 지적에 시달렸으며, 대변인임에도 불구하고 기밀 정보를 공유받지 못하여 본의 아니게 언론을 기만하기도 하였다.
백악관 대변인직을 사임한 이후 그는 당시를 회상하며 한 가지 문제의식을 느꼈다. 여성은 남성의 의례를 체득해야만 사회에서 인정받는다. 하지만 실제로 남성처럼 행동하거나 남성보다 뛰어나게 행동하면 비난을 받는다. 남성처럼 행동해야 한다는 강박과 실제로는 그럴 수 없는 현실의 괴리 사이에서 여성은 늘 고통받는다. 이러한 이중구속의 문제를 의식한 지은이는 2장 〈이중잣대의 굴레〉에서 여성을 둘러싼 모순된 요구와 이중적인 강요를 낱낱이 분석한다. 즉 ‘남성처럼 보여야 하면서도 남성처럼 보이면 안 되는 모순’을 고발한 것이다. 모든 기준이 남성의 시각에서 성립된 탓에 여성은 끊임없이 부조리한 상황에 노출되고, 남성의 시선에 의해 외모 품평을 당하며, 실력을 온전히 인정받지 못한다. 이러한 구조적·일상적 차별을 깨닫자 디디 마이어스는 차별이 어디서 비롯되는지를 알아내고자 더욱 깊게 탐구하였다. 수많은 문헌과 학계 연구 자료를 수집했고, 이를 토대로 자신만의 의견과 통찰을 3장 〈생물학, 관념, 차이〉에서 정리했다.
그가 보기에 여성과 남성의 차이를 만드는 요소는 선천적인 것과 후천적인 것이 공존한다. 그러나 둘 중 무엇이 더 우세한지 혹은 둘 중 무엇이 근본 원인인지는 중요치 않다. 디디 마이어스는 오히려 성별 차이를 대하는 태도를 바꾸어야 할 것을 강조한다. ‘다르지만 동등하다’는 관점에서 성별 차이를 바라보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즉 여성의 능력, 여성의 강점, 여성의 특징을 긍정하고 동시에 그것이 또 다른 ‘기준’이 될 수 있음을 인정해야 세상이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여성에게 새로운 질서를 제정할 의무가 있으니 ‘선천성’이라는 함정에서 벗어나 이전과는 다른 세계를 상상할 것을 독자들에게 촉구한다.
여자는 왜 세상을 지배해야 하는가?
1부에서 여자가 세상을 지배하지 못한 이유를 탐구했다면 2부에서는 여자가 왜 세상을 지배해야 하는지를 말한다. 4장 〈동방박사 세 사람이 여성이었다면〉은 여러 여성 리더와의 인터뷰를 통해 여성이 주도권을 확보했을 때 나타날 긍정적 변화가 무엇인지를 세세히 나열한다. 여성이 기업을 운영하면 여성 친화적인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고, 여성이 정치인으로 당선되면 소수자와 약자를 위한 현실적인 정책이 마련될 것이며, 여성이 대학교의 총장이 된다면 더 많은 여성 교수가 자신의 연구에 온전히 매진할 수 있다. 지금보다 더 많은 여성이 각계각층으로 진출해야지만 여성에게 불리한 수많은 장애물이 조금이라도 개선될 수 있다는 것이 모든 여성 리더의 공통된 증언이었다.
나아가 여성이 리더가 된다면 갈등을 더욱 평화롭게 해결할 수도 있다. 5장 〈평화는 여성의 얼굴을 닮았다〉는 남성이 해결하지 못한 분쟁을 여성 지도자들이 주도적으로 해결한 사례를 소개한다. 1994년 르완다 집단학살 이후 르완다 여성들이 의회에 진출하여 나라를 재건했다. 남편을 잃은 여성들이 직접 고아가 된 아이들을 돌보고, 과거사를 밝혀 역사의 상흔을 위로했으며, 성차별적인 법령을 개정해 여권을 신장시켰다. 르완다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여성은 평화의 주역으로 부상했다. 전 유엔 사무총장 코피 아난은 “여러 세대에 걸쳐 여성은 가정과 사회에서 평화를 가르치는 역할을 담당했다. 벽을 쌓기보다는 다리를 놓는다”라고 말했다. 또한 유엔 여성개발기금의 보고서인 「평화의 수호」에서는 “평화를 도모하고 수립하는 과정의 모든 단계, 즉 회담부터 실행, 감독에 이르기까지 여성이 ‘반드시’ 개입해야 한다.”라고 명시했다. 종전이라는 중대한 과업에 도달할 때, 여성의 능력을 간과하기에는 그 대가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아파르트헤이트가 철폐된 이후 흑인 여성 및 백인 여성은 ‘진실과 화해 위원회’를 개회하여 과거사를 조사하고 국민을 통합하는 데 앞장섰다. 1993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해방기구의 평화협정(오슬로 협정)이 성사되는 데에도 양측의 여성 운동가와 여성 정치인이 긴밀하게 협조했다. 영국과 아일랜드의 평화협정(벨파스트 협정)에서도 양국의 여성 정치인들만이 회담에 전념하며 분쟁을 종식하고자 최선을 다했다. 디디 마이어스는 이 모든 사례를 상세히 분석하면서 여성에게 더 많은 기회와 발언권, 권력을 주어야 세상이 좀 더 평화로워질 것이라 주장한다. 여성의 승리가 곧 모두의 승리라는 의미이다.
6장 〈모두의 승리를 위해〉는 여성이 주도하는 공동체가 모두에게 이롭다는 점을 설파한다. 지은이는 남성과 여성이 공동체를 이끄는 방식이 구별된다는 점에 주목한다. 남성은 ‘업무 중심의 리더’인 경우가 많은데, 팀원들에게 임무를 알려준 다음 성과에 따른 포상을 주고 실패하면 그 책임을 묻는다. 그런데 빠르게 변화하고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주도하는 현대 사회에서는 ‘변혁적인 리더’가 필요하다. 개별 구성원의 특성을 다채롭게 이해하고, 소통과 협력에 능한 여성 리더가 남성 리더와 경영 방식이 다를 뿐만 아니라 목표를 성취할 확률도 높다. 결국 여성은 기존의 틀에 적응하기보다는, 기존의 틀을 부수어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는 데에 이바지한다. 이러한 변화를 더욱 빠르게 촉진하기 위해서는 ‘권력’의 의미를 새롭게 규정해야 한다. 권력이 전형적인 남성성에 국한된 뜻으로 통용되지 않아야 한다. 이른바 ‘여성의 것’으로 분류되는 특징들이 단점이 아닌 장점으로, 그간 ‘여성의 특징’으로 분류된 장점이 여성만의 것이 아닌 모두가 가져야 할 좋은 자질로 인정받아야 한다. 그렇게 되어야 비로소 여자의 기준과 문화가 그 자체로 존중받을 수 있고, 그렇게 되어야 여성 리더가 남성의 기준으로 평가받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여자는 어떻게 세상을 지배해야 하는가?
여자가 세상을 지배해야 더 나은 세상이 펼쳐진다. 그것이 인류 전체의 승리이다. 그렇다면 여자는 어떻게 지배해야 하는가? 지은이는 가장 먼저 ‘누출되는 파이프라인을 정비할 것’을 권고한다. 7장 〈누출되는 파이프라인을 정비하려면〉에서 디디 마이어스는 여성의 경력단절 문제를 해부한다. 과거의 페미니스트들은, 여성이 사회에 많이 진출하면 자연스레 성별 불평등이 해소될 거라 예상했다. 그러나 다양한 분야의 초급 직책으로 진출하는 여성의 수가 늘어나도, 정상에 이르는 여성의 수는 여전히 적다. 사회의 ‘파이프라인’에 거대한 누출이 발생한 것이다. 디디 마이어스 본인이 종사한 정치계만 그런 것이 아니다. 법조계, 의학계, 경영계, 학계 등 다양한 곳에서 시간이 흐를수록 여성은 점점 자취를 감춘다. 그리고 그 빈자리를 남성이 차지하고, 남성의 지배 체제는 굳건하게 유지된다.
이에 디디 마이어스는 가장 먼저 노동 형태를 재구성할 것을 권고한다. 노동 현장이 가정 친화적으로 바뀌어야 여성이 가사노동과 노동을 병행할 수 있다. 여성이 노동 시간, 업무 형태 등을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게 다채로운 선택지를 마련해야 한다. 여성이 업무보다 가정을 중시할 거라는 고정관념을 철폐해야 하고, 유능한 여성은 강도 높은 업무를 수행하기를 바라고 더 높은 직급으로 올라가기를 원한다는 자명한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무엇보다 여성에게 강요되는 가사노동을 남성도 똑같이 부담해야 하고, 여성이 무엇을 선택하든 온전히 여성 본인이 결정할 수 있도록 조치해야 한다.
차별적인 구조를 개선함과 동시에 여성 스스로 변화에 동참해야 한다. 8장 〈자신감의 격차를 줄이려면〉은 여성이 일상에서 왜 가부장적인 분위기에 압도되는지를 분석한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디디 마이어스가 주목한 부분은 ‘자신감의 격차’다. 학창시절부터 남학생은 명령과 자랑에 익숙하고,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는 것에 스스럼이 없다. 여학생은 관계를 중시하는 탓에 상대적으로 매사 소극적이고, 정말 필요한 순간이 아니라면 본인의 의견을 드러내지 않는다. 실제로 ‘고정관념 위협’ 현상으로 인해 여학생에게 ‘여성’이라는 사실을 상기시키기만 하여도 시험 점수가 떨어지기도 한다. 정치계에서도 이런 현상은 똑같이 나타난다. 남성 정치인은 직책을 얻기 위해 출마하는 한편, 여성 정치인은 사안에 관심이 있고 자신이 적합하다는 확신이 있어야 하며 남성 경쟁자가 없어야 적극적으로 출마를 고려한다. 여성은 여성이라는 조건 하나 때문에 모든 순간에서 뒤로 물러나는 것이다.
지은이가 보기에 여성들은 자신의 욕심에 솔직해질 필요가 있다. 자신의 공로를 스스로 인정하고, 그 공로의 가치를 정당하게 주장해야 한다. 동시에 다른 여성의 성공을, 다른 여성의 선택을 존중하고 이해해야 한다. 여성이 자신의 공로를, 그리고 다른 여성의 공로를 당당하게 인정해야 그 공로가 남성의 공로 못지않게, 남성의 공로만큼 가치 있다고 인정받는다. 그래야만 자신감의 격차를 줄일 수 있으며, 그제야 비로소 자기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고 여성의 능력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 9장 〈눈으로 보아야 믿는다〉와 10장 〈여자가 지배하는 세상을 위해서〉에서 지은이는 다시 자신의 이야기를 거론한다. 본인을 정치계로 이끌어준 여성 리더들과의 일화, 그들을 지켜보며 꿈을 키우고 끝내 백악관까지 들어갔던 자신의 경험담을 통해 ‘여성 롤모델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9장의 끝자락에서 언급하듯이 “소녀는 성공한 여성을 눈으로 보아야 자신의 성공을 확신하기” 때문이다. 단 한 명의 여성이 성공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지은이는 여성 리더들의 증언과 학계 연구 결과를 근거로 구성원의 3분의 1이 여성이어야 여성의 영향력이 눈에 띄게 커진다는 점을 강조한다.
디디 마이어스는 이 책 전체에 걸쳐 한가지 메시지를 반복적으로 언급한다. 바로 여성들의 연대이다. 모든 여성은 자신보다 앞서 나간 여자들, 목을 내놓고 머리가 잘리기도 했던 수많은 여자의 희생 덕분에 꿈을 꿀 수 있기 때문이다. 즉 그가 말하는 ‘여자가 지배하는 세상’이란 모든 여성이 서로의 이정표가 되는, 화합의 공동체를 가리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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