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사회학 연구 (독서>책소개)/5.노동문제

기록되지 않은 노동 (2016) - 숨겨진 여성의 일 이야기

동방박사님 2024. 5. 4. 07:16
728x90

책소개

‘여성-비정규직-장애인 노동’이라는 소수자 노동

세상에는 많은 일이 있고 사람들이 그 일을 함으로써 사람살이는 그나마 유지되고 조금씩 변화되어 간다. 물론 그 일, 노동 자체가 변화를 목적으로 하지는 않는다. 개별적으로는 생존을 위해서 혹은 드물게는 자신의 기쁨을 위해서 어떤 일에 종사하지만 그것의 후과는 자못 크다고 하겠다. 이것이 사회와 문명의 동력이지도 모른다. 따라서 노동은 근대 사회의 권리로서 존중받기 이전에, 함께 사는 사회를 유지, 존속케 하는 하나의 존재로서 인식되어야 한다.

노동의 조직화와 노동운동의 발전은 그런 인식의 부재에 많은 영향을 끼쳤지만 한편으로는 사회가 노동을 하나의 수단으로 치부함으로써 많은 갈등을 일으켜왔다. 물론 노동을 하찮게 여기는 데에는 그것을 바라보는 경제주의적 관점, 정확하게는 국가나 자본의 지독한 경제주의적 태도가 큰 영향을 끼쳐 왔다. 노동을 국가의 발전과 자본의 증식 수단으로만 이해함으로써 노동에 종사하는 개별적 존재들의 가치를 함부로 폄훼해온 것이다. 특히 대한민국에서 여성의 노동은 부당하게 대접받아 왔고 지금도 그렇다.

이 책의 저자들이 밝히려 한 것도 바로 남성-정규직-비장애인 노동의 반대편에 있는, 어디에도 ‘기록되지 않은’ 소수자의 노동, 여성-비정규직-장애인 노동의 실상들이다. 그것도 어떤 개념으로부터 연역된 게 아니라 개별 노동자의 육성을 담는 방법을 택했다. 그래서 ‘기록의 세계’에서는 결코 보여주지 못하는 ‘여성-비정규직-장애인 노동’의 다른 면도 우리에게 알려주고 있다.

목차

추천의 글 · 박수정 5
-여자들이 함께 모여 글을 쓰면 좋겠다

들어가는 글 · 안미선 9
-일하는 여자들의 얼굴

1 ‘아가씨, 아줌마’ 뒤에 숨은 이름, 노동자
나는야 야쿠르트 아줌마!-30년 베테랑 판매원과 6년 신참내기 판매원의 더블 인터뷰_21
_이지홍
도우미 인권은 없는 것 같아요-행사도우미로 20대를 나다_ 30
_안미선
운동강사들의 불건강한 노동 이야기-여성 트레이너 다현, 래아 인터뷰_42
_김시형
대리운전, 음지의 직업이 아닌 공식적 직업으로-여성 대리운전기사 인터뷰_ 55
_류현영
‘욕설은 기본’, 톨게이트 여성노동자의 호소-요금소 부스 안에서 12년, 이윤주 씨_65
_변정윤

2 새로운 일자리, 돌봄노동을 한다는 것
산모도우미 노동환경, 더 나아질 순 없나-다치면 유급휴가라도 받을 수 있길_ 79
_김향수
초등 돌봄교실 선생님이 ‘나 홀로’ 하는 일-무기계약직 돌봄교사 2인의 인터뷰_ 91
_김은선
학생 머릿수보다 수업으로 평가받기를!-8년 차 방과후 교사가 들려준 이야기_106
_리온소연
보육교사가 말하는 보육 현실-아 보육 현장에서 구인도, 구직도 힘든 이유_116
_은 아
‘날개 없는 천사’라 부르지 마세요, 우리도 노동자입니다-장애인 활동보조인 김정남 씨 인터뷰_ 132
_이지홍
저 사람이 바로 내 삶이다-돌봄노동자 안상숙 씨_ 143
_안미선

3 텔레비전에 안 나오는 나의 노동 이야기
어느 하청공장 지하창고에서의 3일-소규모 하청공장의 여성들_159
_윤춘신
내일부터 나오지 마세요-요양보호사, 허울 좋은 이름_ 166
_문세경
나는 예술가인가, 글 쓰는 노동자인가?-한 희곡작가의 셀프 인터뷰_ 172
_이지홍
‘생산성’ 묻는 사회, 장애 여성의 노동은?-장애 여성의 노동할 권리_ 181
_최성미

4 우리에게 일할 권리를
안산 땟골 ‘고려인’ 여성노동자의 하루-3D 업종을 채우는 이주여성들_191
_리온소연
시각장애 1급 여성이 일을 한다는 것-시각장애 안마사 여성의 노동과 삶_ 198
_최성미
비혼모에게 일할 권리가 있습니까?-싱글맘 수진과 혜진을 만나다_206
_안미선

5 설치고 떠들고 연대할래!
스타 강사 되는 것보다 더 꿈같은 얘기들-학원강사 4인을 인터뷰하다_225
_희 정
‘열두 번의 전쟁’, 호텔 룸메이드의 하루-“호텔의 꽃이라 하지 마라”_ 234
_변정윤
밥이나 하는 여자라고? 우리 일은 소중해-급식조리원 나리 씨가 들려준 이야기_249
_김향수
보조출연자의 노동자성을 인정받기까지-전국보조출연자노동조합 문계순 위원장_261
_이지홍
어디에나 여자 할 일은 있다조선소 엔진룸에서 일하는 하청 여성 작업자 손경자 씨_270
_희 정

책 속으로

산모·신생아도우미 일은 분명 전문 지식과 숙련된 경험을 요구한다. 하지만 ‘남의 집 뒤치다꺼리’라는 편견, 여성은 당연히 아이 키우는 DNA가 태생적으로 있을 거라는 편견은 여전히 강하다. 산모와 신생아, 그 가족들이 거주하는 집은 산모도우미의 일터이며, 가족들의 관습과 가풍은 산모도우미의 노동을 통제한다. 서비스 대상자의 요구에 맞춘 ‘맞춤형 서비스’는 때로는 모멸스러운 상황을 만들기도 한다.
“억울한 일도 많았죠. 산모 대신 내가 장을 봐야 해요. 한번은 장 보고 돌아왔는데 ‘아줌마, 영수증은?’ ‘재래시장에서 영수증 주나요? 2000원 사고 영수증 줘요?’ 그렇게 말했죠. 속으로 ‘내가 떼먹나?’ 이런 생각도 들었어요.”
---「산모도우미 노동환경, 더 나아질 순 없나」중에서

어린이집 교사들은 아프다고 해서 휴가를 내기 어렵다. 아이들을 나눠서 다른 선생님들이 잠시 돌봐줄 수 있기는 하지만, 통학 차량을 운행하는 경우 보육교사가 반드시 탑승해야 하기 때문에, 한 사람이 쉬면 전체 어린이집 운영에 영향을 미친다. 상여금도 없고, 휴가도 마음대로 쓸 수 없는 노동을 한다는 것은, 보육교사들에겐 익숙한 상황이다.
“아프다고 해서 쉴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항상 긴장 상태였어요. 늘 경직되어 있고, 어깨랑 목이랑 굳어가지고 가끔 너무 아프면 침 맞으러 가고. 고단하게 살았죠. 선생님들 중에 생리 때마다 편두통이 심한 분이 있었는데, 옆에서 보기 안쓰러웠죠. 대직을 할 여력이 없어요. 갑자기 무슨 일이 생겨도 대체교사를 쓸 수가 없으니까. 새학기 준비하느라 겨울방학을 며칠 해요. 그럴 때 긴장이 막 풀리는 거예요. 앓아눕죠.”
---「보육교사가 말하는 보육 현실」중에서

활동보조인들이 자주 듣는 말이 ‘날개 없는 천사’다. 하지만 김정남 씨는 그 말이 정말 싫다. 그 말을 듣고 있으면 자신이 착해져야만 할 것 같아서다. 착한 성품이 직업 선택의 조건이 될 수 없듯이, 그들 역시 적성에 맞고 또 노동에 따른 정당한 대가를 받기 위해 이 직업을 선택했다. 하지만 사회의 시선은 그렇지 않다. 심지어 가족들조차 그들의 일을 정식 직업으로 인정하지 않고, 자원봉사나 아르바이트로 취급한다.
---「‘날개 없는 천사’라 부르지 마세요, 우리도 노동자입니다」중에서

“제가 미혼모인 걸 동네에서 알고 나니 동네 아저씨들이 저를 보면 이제 이래요. ‘애기 엄마, 하룻밤 재워줄 수 있어?’, ‘오늘 가면 저녁 먹여주나?’ 되게 기분 나쁘죠. 동네 아줌마가 넌지시 와서 나한테 노래방 도우미나 그런 일 해보라고 소개시켜준다고까지 해요. 이렇게 말하는 사람도 있어요. ‘요즘 세상 좋아져서, 복지 혜택 좋아져서 혼자 애 키우기 쉽지?’ 근데 솔직히 우리는 돈도 벌고 살림도 하고 육아도 해야 하잖아요. 하나부터 열까지 경제적으로 해결하면서 살아야 하는데.
우리 같은 사람이 일반 사람들하고 싸우면 싸움의 끝이 뭔지 아세요? 저 그런 얘기 몇 번 들었어요. ‘야! 니가 지금 내가 낸 세금으로 먹고살고 있어!’ 그 말을 들으면 왜 할 말이 없어지는지……. 그 순간에 화도 안 나고 뭔가 쾅 맞은 거 같고 땅에 기어들어가고 싶은 심정이 들어요.”
---「비혼모에게 일할 권리가 있습니까?」중에서

나리 씨의 이야기처럼, 과도한 작업량에 따른 업무상 긴장 상태가 ‘잔사고’라 일컬어지는 산재에 영향을 준다. 그녀가 강조한 학생 수당 급식조리원의 비율, 작업환경의 개선, 메뉴와 조리법 등은 급식조리원의 노동 강도에 영향을 끼치는 중요한 요인이다. 사용 경비를 줄여가며 적은 인원을 유지하면, 학생들의 건강이 달린 급식의 양과 질이 떨어지게 될 뿐 아니라 조리원들의 건강도 일할수록 나빠진다.
---「밥이나 하는 여자라고? 우리 일은 소중해」중에서

출판사 리뷰

‘여성-비정규직-장애인 노동’이라는 소수자 노동

세상에는 많은 일이 있고 사람들이 그 일을 함으로써 사람살이는 그나마 유지되고 조금씩 변화되어 간다. 물론 그 일, 노동 자체가 변화를 목적으로 하지는 않는다. 개별적으로는 생존을 위해서 혹은 드물게는 자신의 기쁨을 위해서 어떤 일에 종사하지만 그것의 후과는 자못 크다고 하겠다. 이것이 사회와 문명의 동력이지도 모른다. 따라서 노동은 근대 사회의 권리로서 존중받기 이전에, 함께 사는 사회를 유지, 존속케 하는 하나의 존재로서 인식되어야 한다.
노동의 조직화와 노동운동의 발전은 그런 인식의 부재에 많은 영향을 끼쳤지만 한편으로는 사회가 노동을 하나의 수단으로 치부함으로써 많은 갈등을 일으켜왔다. 물론 노동을 하찮게 여기는 데에는 그것을 바라보는 경제주의적 관점, 정확하게는 국가나 자본의 지독한 경제주의적 태도가 큰 영향을 끼쳐 왔다. 노동을 국가의 발전과 자본의 증식 수단으로만 이해함으로써 노동에 종사하는 개별적 존재들의 가치를 함부로 폄훼해온 것이다. 특히 대한민국에서 여성의 노동은 부당하게 대접받아 왔고 지금도 그렇다.
이 책의 저자들이 밝히려 한 것도 바로 남성-정규직-비장애인 노동의 반대편에 있는, 어디에도 ‘기록되지 않은’ 소수자의 노동, 여성-비정규직-장애인 노동의 실상들이다. 그것도 어떤 개념으로부터 연역된 게 아니라 개별 노동자의 육성을 담는 방법을 택했다. 그래서 ‘기록의 세계’에서는 결코 보여주지 못하는 ‘여성-비정규직-장애인 노동’의 다른 면도 우리에게 알려주고 있다.

가슴에서 우러나온 목소리들을 하나하나 옮겨 적으며 알게 되었다. 우리는 돈을 위해서 일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이에게 필요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 다른 사람을 만나기 위해서 일하고 있다는 것을. 누구나 자기 일이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되기를 꿈꾸고, 협력하고 싶어하며, 자신이 일에 쓰는 시간이 의미가 있기를 바라면서, 결국 함께 살아낼 수 있다는 것을 믿고 싶어한다. 그 외로운 자부심을, 사람다움을 남몰래 지키고 있는 자부심을 함께 지킬 수 있게, 그녀들을 노동자라고 부르고 그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_안미선, 「들어가는 글-일하는 여자들의 얼굴」 중에서

여성이며 비정규직이기에 벌어지는 차별

여성이 일을 한다는 사실은 너무도 일반적인 현상이라서 사람들은 모든 것을 ‘노동’이라는 보편적 범주에 욱여넣고 싶어한다. 혹은 모든 것을 계급적 관점에서 해석하고 싶어한다. ‘여성-비정규직-장애인 노동’을 노동계급적 관점에서 해석하는 게 틀린 접근법이라고는 말할 수 없지만, 문제는 노동계급 내부에 존재하는 수많은 간극과 균열들이다. 그 간극과 균열 들을 ‘노동’이나 ‘계급’으로 환원했을 때, ‘여성-비정규직-장애인 노동’의 소수자적 특징들은 사라질 가능성이 높고 또 실제적으로 그래 왔다.

“저는 원래 목이 약한 편인데 계속 말해야 하니까 편도염이 잘 걸려요. 다른 분들도 많이 그렇고……. 또 저희 일은 아무래도 고객들 위주로 친절하고 기분 좋게 항상 응대해야 하잖아요. 도우미 인권은 없는 것 같아요. 성희롱도 있고……. 제가 들어본 말 중 되게 기분 나쁘고 불쾌했던 것은, ‘축하드립니다. 선물 드릴게요’ 하면 아저씨가 나보고 ‘언니는 안 주나? 다른 건 안 주나?’ 능글맞게 말하는 거예요. 할아버지가 뒤에서 안은 적도 있고, 끈적끈적한 눈빛으로 지켜본 적도 있고.”

_안미선, 「도우미 인권은 없는 것 같아요」중에서

아줌마라서 함부로 욕하는 것 같아 그녀는 무척 화가 났다. 그대로 넘어가면 다른 여성들에게도 써먹을 것 같았다. 고객들은 조그마한 일인데도 사무실에 전화해서 직원들 이름을 대면서 항의한다. 그게 무서워서, 고객이 뭐라고 하면 그저 미안하다고 했던 것이 고객들을 그렇게 만들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고객이 하는 욕을 다 들어줄 수는 없는 일이다. 그녀가 그렇게 맞대응을 하게 된 것은 오랫동안 일하면서 가능하게 된 일이다. 처음 일할 때 별일 아닌 것으로 정직 3개월 징계를 받은 경험이 있다.

_변정윤, 「‘욕설은 기본’, 톨게이트 여성노동자의 호소」중에서

이 책의 어디를 들춰봐도 대한민국에서 여성이 비정규직 노동으로 일을 할 때 벌어지는 성희롱과 성차별, 인권유린의 생생한 사례가 넘쳐난다. 이런 사례들을 과연 ‘노동’이나 ‘계급’의 관점으로 치유 가능한지는 심각하게 따져 물을 일이다. 다시 말하면, 21세기의 대한민국은 19세기적 계몽도 뿌리내리지 못한 척박한 사회인 것이다.

장애인이기에 벌어지는 차별

문제는 비정규직 노동을 하는 여성이라는 주체에 장애인이라는 또 하나의 주체가 추가될 때 벌어지는 일이다.

인터넷이나 구인광고에 버젓이 장애인 채용공고를 낸 회사들의 반응은 중증장애인으로서 이 사회에서 당당히 살아가려는 내게 깊은 절망감을 안겨주었다. 나에게는 이력서를 제출했던 회사가 요구하는 심사조건에 누락될 만한 단점이 없었는데도, 서류 심사에 통과해 면접을 보러 가면 면접관들은 대놓고 내 면전에 이런 말들을 했다.
“이렇게 심한 중증이 올 줄은 몰랐다.”
“어느 정도 생산성이 뒷받침되어야 하지 않느냐?”
“우리 회사에서 일하다 장애 때문에 수반되는 결과는 개인에게 책임을 묻겠다.”
“부모님은 이런 중증장애의 딸에게 재산도 물려주지 않고 뭘 했느냐? 이런 중증장애인, 그것도 여성이 꼭 취업전선에 뛰어들어야 하느냐? 부모 복을 잘못 타고 났으니 남편이라도 잘 만날 수 있도록 사람들이나 많이 사귀어봐라! 이 험난한 취업난에 뛰어들지 말고.”
“우리는 국가시책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장애인을 고용하는 것이라 중증장애인은 생각해보지도 않았다.”
“정 원한다면 일은 하게 해줄 수 있지만 장애인이 사용할 만한 화장실이 없다. 알아서 해결하든 자신 없으면 자진해서 입사를 포기해라!”

_최성미, 「‘생산성’ 묻는 사회, 장애 여성의 노동은?」중에서

인권유린과 성차별은 비혼모에게도, 그리고 이주 여성노동자에게도 변함없이 작용한다. 한마디로 대한민국은 차별의 땅이며, 차별의 이유는 너무도 인위적이고 천차만별이다. 여성이기에, 비정규직 노동자이기에, 장애인이기에, 이주노동자이기에, 비혼모이기에 벌어지는 차별 중 몇 가지만 겹치게 되면 그것의 무게는 우리의 상상을 넘어서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일들이 이 ‘기록되지 않은 노동’에게 ‘노동자성’을 인정하고 노동자의 일반적 권리를 적용한다고 해서 해소될 일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우리의 생활 가까이에 그림자처럼 존재하지만 공화국 시민으로서 기본적인 권리 주장도 묵살당하는 노동하는 여성들이 있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 자체가 의미 있는 일일 것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여성 노동은 다음과 같으며, 바로 우리 곁에서, 우리의 부모들과 아이들을 ‘위해’ 움직이는 노동들이다. 야쿠르트 아줌마, 행사 도우미, 여성 트레이너, 여성 대리운전, 톨게이트 여성 노동자, 산모도우미, 돌봄교실 선생님, 방과후 교사, 어린이집 보육교사 등.

추천평

이 책은 여성노동자글쓰기모임에서 처음 내는 책이다. 글쓴이 중에는 벌써 책을 여러 권 내거나 공연을 올린 작가도 있지만, 다른 사람을 인터뷰하고 글을 쓰고 대중매체에 싣는 게 처음인 이들이 대다수다. 용기를 내어 해보겠다고 손들고, 누굴 만날지 생각하고, 누가 먼저 쓸지 순서를 잡고, 떨리는 마음으로 인터뷰를 하고, 초고를 쓰고 고치고 완성하기까지 시간도 많이 걸리고 애도 많이 썼다. 그리고 다시 글을 모아 책을 만들기까지도 오랜 시간이 걸렸다.
이 책은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에게 여러 방식으로 말을 걸어나갈 거다. 안산 땟골 여성 이주노동자에 관한 글이 『일다』에 실린 뒤, 어떤 신문에서 땟골 고려인 이주노동자를 크게 다룬 기사를 보았다. 한 다큐멘터리 감독은 작품 상영 뒤 관객과 대화 시간에 자신의 작업에 이 글이 실마리가 되었다고 말했다. 이 책에 실린 글 한 편 한 편이 새로운 씨앗이 되어 자라나면 좋겠다. 누군가에게는 더 파고들 현장으로, 누군가에게는 노동 현장에서 소리 내는 용기로, 누군가에게는 부러뜨린 연필을 애써 다시 쥐는 계기로, 누군가에게는 외롭지 않다는 위로 로……. 서른한 명의 여성이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 것처럼, 열세 명 여성이 쓴 글을 세상에 내놓는다. 이건 우리 게 아니라 당신 거다.


박수정 (르포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