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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민중사학이 사라진 시대에 민중사를 새롭게 재구성함으로써 민중사학이 가진 비판의 정신과 실천의 의지를 잇고자 하는 것, ‘새로운 민중사’가 추구하는 것은 바로 이것이다. 그러나 ‘새로운 민중사’가 서 있는 자리는 존재가 사라진 곳에서 정신과 의지를 찾고자 하는 모순된 자리이며, 청산과 계승, 폐기와 부활, 전환과 변신이 함께하는 혼돈의 장소이다.
그러하기에 ‘민중사’라는 옛 이름으로 ‘새로운’ 무엇을 추구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서 모순이며, ‘새로운 민중사’라는 개념도 형용모순이다. 사정을 아는 이라면 누구든 피해갔을 이 곤경과 혼란의 자리를 ‘새로운 민중사’를 추구하는 일단의 역사연구자들은 자신의 둥지로 삼고자 한다. ‘새로운 민중사’라는 모순된 이름 아래 ‘민중’ 개념과 고투하고, ‘민중사’의 유효성을 점검하며, ‘민중사학’의 역사를 재구성하고자 한다
그러하기에 ‘민중사’라는 옛 이름으로 ‘새로운’ 무엇을 추구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서 모순이며, ‘새로운 민중사’라는 개념도 형용모순이다. 사정을 아는 이라면 누구든 피해갔을 이 곤경과 혼란의 자리를 ‘새로운 민중사’를 추구하는 일단의 역사연구자들은 자신의 둥지로 삼고자 한다. ‘새로운 민중사’라는 모순된 이름 아래 ‘민중’ 개념과 고투하고, ‘민중사’의 유효성을 점검하며, ‘민중사학’의 역사를 재구성하고자 한다
목차
총론 / 민중사를 다시 말한다
제1부 새로운 민중사의 모색
제1장 민중운동사 이후의 민중사―민중사 연구의 현재와 새로운 모색 / 허영란
제2장 민중사학을 넘어선 민중사를 향하여 / 이용기
제3장 ‘민중사’와 ‘식민지 근대’를 넘어서 / 허수
제4장 민중사학의 역사를 재구성하기―역사학 비판의 관점에서 / 배성준
제2부 민중의 경험과 의식세계
제1장 근대 이행기의 민중의식―‘근대’와 ‘반근대’ 너머 / 배항섭
제2장 1894년 ‘동도東徒’의 농민전쟁 참여와 그 성격 / 홍동현
제3장 식민지 시기 민중의 셈법과 ‘자율적’ 생활세계―생활문서의 화폐기록을 통하여 / 이용기
제4장 근대국가 수립과 청소년의 소외―해방 후 북한의 조선소년단 활동을 중심으로 / 한봉석
제3부 민중에 대한 인식과 재현
제1장 식민지기 ‘집합적 주체’에 관한 개념사적 접근 / 허수
제2장 일제 시기 본부 살해 사건과 여성주체의 재현 / 장용경
제3장 ‘인민’의 창조와 사라진 ‘민중’―방법으로서 북조선 민중사 모색 / 이신철
제1부 새로운 민중사의 모색
제1장 민중운동사 이후의 민중사―민중사 연구의 현재와 새로운 모색 / 허영란
제2장 민중사학을 넘어선 민중사를 향하여 / 이용기
제3장 ‘민중사’와 ‘식민지 근대’를 넘어서 / 허수
제4장 민중사학의 역사를 재구성하기―역사학 비판의 관점에서 / 배성준
제2부 민중의 경험과 의식세계
제1장 근대 이행기의 민중의식―‘근대’와 ‘반근대’ 너머 / 배항섭
제2장 1894년 ‘동도東徒’의 농민전쟁 참여와 그 성격 / 홍동현
제3장 식민지 시기 민중의 셈법과 ‘자율적’ 생활세계―생활문서의 화폐기록을 통하여 / 이용기
제4장 근대국가 수립과 청소년의 소외―해방 후 북한의 조선소년단 활동을 중심으로 / 한봉석
제3부 민중에 대한 인식과 재현
제1장 식민지기 ‘집합적 주체’에 관한 개념사적 접근 / 허수
제2장 일제 시기 본부 살해 사건과 여성주체의 재현 / 장용경
제3장 ‘인민’의 창조와 사라진 ‘민중’―방법으로서 북조선 민중사 모색 / 이신철
출판사 리뷰
‘민중’이사라진시대,
지금이곳에서‘민중사’를다시말한다
이 책은 2005년 가을에 결성된 역사문제연구소 민중사반이 세상에 내놓는 첫 번째 저작이다. 연구반의 결성 시점부터 따진다면 8년 만이고, 이 책의 토대가 된 심포지엄이 열렸던 2009년부터 꼽아보면 4년 만의 성과다. 이 산고의 시간은 대한민국에서 ‘연구자’로 산다는 삶의 조건이 장기적인 공동연구에 얼마나 큰 장애물이 되는지 보여주는 증거이기도 하지만, 오로지 그 탓만은 아니다. 오래 전에 폐기처분돼버린 ‘민중사학’이라는 이름을 붙잡고 그 안에서 새로운 역사학의 가능성을 엿보며, 이를 다시 분명한 전망으로 제시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저자들은 말한다. “민중사학의 소멸 내지는 ‘민중이 사라진 시대’라는 현실 속에서 우리가 다시 ‘민중사’를 제기하는 것은, 무엇보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애정과 그들이 역사의 주인공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역사를 만들어간 압도적 다수였던 민중의 삶과 생각을 배제하고는 온전한 역사상을 그려낼 수 없으며, 사회적 약자의 삶을 배제한 역사서술은 엘리트주의 역사관과 ‘위로부터의 역사’로 후퇴할 수밖에 없다. 민중사학은 이미 생명력을 다했지만, 민중의 역사적 의미를 새롭게 발견하고, 민중의 삶을 역사서술의 무대에 올리고, 민중의 해방을 추구하고자 했던 민중사학의 기본 정신은 이 시대에도 비판적으로 계승해야 한다고 믿는다. 따라서 ‘새로운 민중사’는 민중을 어떻게 인식할 것인가, 민중을 인식하려는 지식인은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할 것인가, 민중과 지식인은 어떻게 결합될 수 있는가 등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재인식에서 출발해야 한다.”
‘민중사학’을넘어‘새로운’민중사를제기하다
민중사학은 ‘혁명의 시대’라고도 불리는 1980년대의 시대적 산물이다. 변혁을 지향하는 지식인들과 급격하게 분출되던 민중운동의 결합을 통해 산출된 역사담론이다. 때문에 민중사학에서 호명한 ‘민중’은 세상의 총체적 변혁을 위한 목적의식적 ‘주체’, 시대의 계급모순, 민족모순과 투쟁하는 주체였다. 이러한 인식은 사회적 모순을 해결해 나가려는 강한 실천적 지향을 담고 있었다는 점에서 당대에 이론적, 실천적으로 큰 의의를 지녔지만 1990년대를 경과하면서 급격히 소멸의 길을 걸었다. 새로운 조건과 정세에 대한 감수성과 대응력을 갖추지 못하고, 현실의 민중이 아닌 관념 속의 민중에 집착하면서 역사적 설명력을 상실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민중사학의 급격한 소멸은 객관적 현실이나 민중 자체의 한계가 아니라, 그것을 인식하는 지식인=역사가의 한계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제 민중사학과 함께 버려졌던 ‘민중’을 다시금 어떻게 이해하고 인식할 것인지, 새롭게 논의해야 한다.
‘새로운민중사’의몇가지출발점-‘민중’에대한새로운이해
첫째, 민중은 투쟁하는 주체에 앞서 일상적 삶을 살아가는 일상적 주체이다. 민중의 가장 근원적인 존재성은 바로 일상적 주체에서 비롯되며, 민중이 모순을 느끼고 그에 저항하는 지점도 일상의 층위이다. 둘째, 민중은 특정한 계급연합으로 실체화되는 단일한 주체가 아니라 다양한 구성과 정체성을 내포한 다성적 주체이다. 민중은 상황에 따라 내포와 외연이 끊임없이 변화하는 유동적 구성물이자, 그 내부에 다양한 차이와 균열을 내포한 이질적 혼합물이다. 셋째, 민중은 지배와 저항 또는 종속성과 자율성을 동시에 담지하고 있는 모순적 주체이다. 민중은 지배의 자장에서 자유로울 수 없지만, 동시에 지배체제나 지배이데올로기에 완전히 포섭되지 않고 그와는 결을 달리하는 독자성과 능동성을 가진다. 또 자신을 억압하는 지배체제에 저항하지만, 그 저항에 이미 지배의 코드가 담겨 있기도 하고, 때로는 자신을 억압하는 지배를 의식적으로나 무의식적으로 수용하고 내면화하기도 한다. 넷째, 민중은 근대 프로젝트로 수렴되는 근대적 주체가 아니라, 오히려 근대를 상대화할 수 있는 방법적 매개이다. 근대 이행기 민중의 역사적 경험을 바라보기 위해서는 먼저 근대주의적 발상에서 벗어나야 하며, 오히려 민중의 역사적 흔적을 통해 그러한 인식이 내파되는 지점을 찾아낼 수 있다.
[제1부 새로운 민중사의 모색]은 민중사를 새롭게 모색하려는 문제의식을 담은 시론적 성격의 논문을 모아냄으로써 ‘새로운 민중사’의 지향과 성격에 대하여 그동안 필자들이 고민해온 궤적을 드러낸다. 1부에 묶인 4편의 글은 많은 공유점을 가지면서도 과거 민중사(학)를 평가하는 방식이나 새롭게 주목하는 지점, 그리고 지향하는 방향에서 일정한 차이를 보인다. 그렇지만 한때의 열정으로 치부되거나 망각의 저편으로 사라져가는 ‘민중’ 개념과 고투하고, ‘민중사’의 유효성을 점검하고, ‘민중사학’의 역사를 재구성하고자 한다는 점에서 ‘새로운 민중사’가 형성되어온 과정과 나아가야 할 바를 압축적으로 시사해준다.
[제2부 민중의 경험과 의식세계]는 민중의 실제적이고 구체적인 경험을 통해 민중의식에 접근하려는 시도를 보여준 4편의 논문으로 구성되었다. ‘민중의 경험과 의식세계’라는 주제는 얼핏 보면 진부하거나 예전부터 많이 다루어온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여기에 실린 4편의 글은 근대를 향해 달려가는 주체로 민중을 설정하거나 민중의식이 사회경제적 모순에 조응하여 자동적으로 형성된다고 보지 않으며, 지배체제에 완전히 포섭되지 않는 민중의 자율성을 탐구한다는 점에서 공통성을 갖는다. 그러한 자율성은 민중의 일상적 생활세계를 통해서도 발견되고, 지배권력의 정책이 모순에 처하는 지점에서도 발견되며, 심지어 그동안 많이 다루어왔던 근대 이행기 민중운동에서도 우리에게 낯익은 ‘근대 변혁주체’라는 이미지와는 다른 양상으로 나타난다. 이런 점에서 2부는 과거의 민중사와 ‘새로운 민중사’가 민중의 경험과 의식을 어떻게 달리 이해하고 다루는가를 잘 보여준다.
[제3부 민중에 대한 인식과 재현]은 과거 민중사(학)에서는 자각적으로 다루어지지 않았던 문제적 주제를 새롭게 제기하는 3편의 논문으로 구성되었다. 민중은 그것을 인식하고 재현하는 주체인 지식인이나 권력에 의해 구성된 것이라는 전제에서, ‘민중을 파악하고 떠올리는 일’이 자연스럽거나 초역사적인 것이 아니라 특정하고 구체적인 역사적 맥락 속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식민지기의 운동적 주체를 가리키는 용어에 대한 개념사적 접근을 통해 용어와 실재의 간극에 주목하고, 민중의 일부이자 타자로 존재하던 여성의 욕망과 그것을 읽어내는 지식인의 인식 사이의 메워질 수 없는 차이를 발견하며, 민중해방을 표방한 권력에 의해 민중이 소외되고 ‘인민’으로 치환되는 역사적 맥락을 탐구함으로써 민중의 인식과 재현 자체가 하나의 역사적 현상이며 동시에 ‘새로운 민중사’의 과제임을 보여준다.
지금이곳에서‘민중사’를다시말한다
이 책은 2005년 가을에 결성된 역사문제연구소 민중사반이 세상에 내놓는 첫 번째 저작이다. 연구반의 결성 시점부터 따진다면 8년 만이고, 이 책의 토대가 된 심포지엄이 열렸던 2009년부터 꼽아보면 4년 만의 성과다. 이 산고의 시간은 대한민국에서 ‘연구자’로 산다는 삶의 조건이 장기적인 공동연구에 얼마나 큰 장애물이 되는지 보여주는 증거이기도 하지만, 오로지 그 탓만은 아니다. 오래 전에 폐기처분돼버린 ‘민중사학’이라는 이름을 붙잡고 그 안에서 새로운 역사학의 가능성을 엿보며, 이를 다시 분명한 전망으로 제시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저자들은 말한다. “민중사학의 소멸 내지는 ‘민중이 사라진 시대’라는 현실 속에서 우리가 다시 ‘민중사’를 제기하는 것은, 무엇보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애정과 그들이 역사의 주인공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역사를 만들어간 압도적 다수였던 민중의 삶과 생각을 배제하고는 온전한 역사상을 그려낼 수 없으며, 사회적 약자의 삶을 배제한 역사서술은 엘리트주의 역사관과 ‘위로부터의 역사’로 후퇴할 수밖에 없다. 민중사학은 이미 생명력을 다했지만, 민중의 역사적 의미를 새롭게 발견하고, 민중의 삶을 역사서술의 무대에 올리고, 민중의 해방을 추구하고자 했던 민중사학의 기본 정신은 이 시대에도 비판적으로 계승해야 한다고 믿는다. 따라서 ‘새로운 민중사’는 민중을 어떻게 인식할 것인가, 민중을 인식하려는 지식인은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할 것인가, 민중과 지식인은 어떻게 결합될 수 있는가 등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재인식에서 출발해야 한다.”
‘민중사학’을넘어‘새로운’민중사를제기하다
민중사학은 ‘혁명의 시대’라고도 불리는 1980년대의 시대적 산물이다. 변혁을 지향하는 지식인들과 급격하게 분출되던 민중운동의 결합을 통해 산출된 역사담론이다. 때문에 민중사학에서 호명한 ‘민중’은 세상의 총체적 변혁을 위한 목적의식적 ‘주체’, 시대의 계급모순, 민족모순과 투쟁하는 주체였다. 이러한 인식은 사회적 모순을 해결해 나가려는 강한 실천적 지향을 담고 있었다는 점에서 당대에 이론적, 실천적으로 큰 의의를 지녔지만 1990년대를 경과하면서 급격히 소멸의 길을 걸었다. 새로운 조건과 정세에 대한 감수성과 대응력을 갖추지 못하고, 현실의 민중이 아닌 관념 속의 민중에 집착하면서 역사적 설명력을 상실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민중사학의 급격한 소멸은 객관적 현실이나 민중 자체의 한계가 아니라, 그것을 인식하는 지식인=역사가의 한계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제 민중사학과 함께 버려졌던 ‘민중’을 다시금 어떻게 이해하고 인식할 것인지, 새롭게 논의해야 한다.
‘새로운민중사’의몇가지출발점-‘민중’에대한새로운이해
첫째, 민중은 투쟁하는 주체에 앞서 일상적 삶을 살아가는 일상적 주체이다. 민중의 가장 근원적인 존재성은 바로 일상적 주체에서 비롯되며, 민중이 모순을 느끼고 그에 저항하는 지점도 일상의 층위이다. 둘째, 민중은 특정한 계급연합으로 실체화되는 단일한 주체가 아니라 다양한 구성과 정체성을 내포한 다성적 주체이다. 민중은 상황에 따라 내포와 외연이 끊임없이 변화하는 유동적 구성물이자, 그 내부에 다양한 차이와 균열을 내포한 이질적 혼합물이다. 셋째, 민중은 지배와 저항 또는 종속성과 자율성을 동시에 담지하고 있는 모순적 주체이다. 민중은 지배의 자장에서 자유로울 수 없지만, 동시에 지배체제나 지배이데올로기에 완전히 포섭되지 않고 그와는 결을 달리하는 독자성과 능동성을 가진다. 또 자신을 억압하는 지배체제에 저항하지만, 그 저항에 이미 지배의 코드가 담겨 있기도 하고, 때로는 자신을 억압하는 지배를 의식적으로나 무의식적으로 수용하고 내면화하기도 한다. 넷째, 민중은 근대 프로젝트로 수렴되는 근대적 주체가 아니라, 오히려 근대를 상대화할 수 있는 방법적 매개이다. 근대 이행기 민중의 역사적 경험을 바라보기 위해서는 먼저 근대주의적 발상에서 벗어나야 하며, 오히려 민중의 역사적 흔적을 통해 그러한 인식이 내파되는 지점을 찾아낼 수 있다.
[제1부 새로운 민중사의 모색]은 민중사를 새롭게 모색하려는 문제의식을 담은 시론적 성격의 논문을 모아냄으로써 ‘새로운 민중사’의 지향과 성격에 대하여 그동안 필자들이 고민해온 궤적을 드러낸다. 1부에 묶인 4편의 글은 많은 공유점을 가지면서도 과거 민중사(학)를 평가하는 방식이나 새롭게 주목하는 지점, 그리고 지향하는 방향에서 일정한 차이를 보인다. 그렇지만 한때의 열정으로 치부되거나 망각의 저편으로 사라져가는 ‘민중’ 개념과 고투하고, ‘민중사’의 유효성을 점검하고, ‘민중사학’의 역사를 재구성하고자 한다는 점에서 ‘새로운 민중사’가 형성되어온 과정과 나아가야 할 바를 압축적으로 시사해준다.
[제2부 민중의 경험과 의식세계]는 민중의 실제적이고 구체적인 경험을 통해 민중의식에 접근하려는 시도를 보여준 4편의 논문으로 구성되었다. ‘민중의 경험과 의식세계’라는 주제는 얼핏 보면 진부하거나 예전부터 많이 다루어온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여기에 실린 4편의 글은 근대를 향해 달려가는 주체로 민중을 설정하거나 민중의식이 사회경제적 모순에 조응하여 자동적으로 형성된다고 보지 않으며, 지배체제에 완전히 포섭되지 않는 민중의 자율성을 탐구한다는 점에서 공통성을 갖는다. 그러한 자율성은 민중의 일상적 생활세계를 통해서도 발견되고, 지배권력의 정책이 모순에 처하는 지점에서도 발견되며, 심지어 그동안 많이 다루어왔던 근대 이행기 민중운동에서도 우리에게 낯익은 ‘근대 변혁주체’라는 이미지와는 다른 양상으로 나타난다. 이런 점에서 2부는 과거의 민중사와 ‘새로운 민중사’가 민중의 경험과 의식을 어떻게 달리 이해하고 다루는가를 잘 보여준다.
[제3부 민중에 대한 인식과 재현]은 과거 민중사(학)에서는 자각적으로 다루어지지 않았던 문제적 주제를 새롭게 제기하는 3편의 논문으로 구성되었다. 민중은 그것을 인식하고 재현하는 주체인 지식인이나 권력에 의해 구성된 것이라는 전제에서, ‘민중을 파악하고 떠올리는 일’이 자연스럽거나 초역사적인 것이 아니라 특정하고 구체적인 역사적 맥락 속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식민지기의 운동적 주체를 가리키는 용어에 대한 개념사적 접근을 통해 용어와 실재의 간극에 주목하고, 민중의 일부이자 타자로 존재하던 여성의 욕망과 그것을 읽어내는 지식인의 인식 사이의 메워질 수 없는 차이를 발견하며, 민중해방을 표방한 권력에 의해 민중이 소외되고 ‘인민’으로 치환되는 역사적 맥락을 탐구함으로써 민중의 인식과 재현 자체가 하나의 역사적 현상이며 동시에 ‘새로운 민중사’의 과제임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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