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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현안 분석 위주의 거시 경제학 개론서
1차 오일쇼크 이후 이른바 ‘기대체감의 시대‘에서 경제사상과 정치의 상호작용이 어떻게 전개되는지를 구명한 심오한 경제논쟁서이다. 한시대의 흐름을 좌우했던 보수주의적 이론가들, 특히 레이건 행정부시절의 공급중시론자들과 그뒤를 이은 자유주의 경제학자들, 특히 클린턴시대의 ‘전략적 무역론자‘들의 이론적 구도와 학설사적 배경을 참신하고 독보적인 시각에서 쾌도난마로 분석 비판하고 그들이 어떻게 ‘정치적으로 유용한 경제사상‘으로 이용되고 있는지를 낱낱이 꿰뚫어 보여준다.
『경제학의 향연』은 지난 20년 동안의 미국 경제와 1980년대 유럽 경제의 동향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우리의 경제 현실과 경제 정책을 직시할 안목을 체득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기본적으로 경제학이 가지는 보편성 때문이자 기존의 오도된 통념을 분석하는 크루그먼의 논리가 새로운 시사점을 전해 주기 때문이지만, 또한 여기서 다루고 있는 몇 가지 구체적인 논제들이 바로 우리 경제의 현안과도 맞물리기 때문이다.
1차 오일쇼크 이후 이른바 ‘기대체감의 시대‘에서 경제사상과 정치의 상호작용이 어떻게 전개되는지를 구명한 심오한 경제논쟁서이다. 한시대의 흐름을 좌우했던 보수주의적 이론가들, 특히 레이건 행정부시절의 공급중시론자들과 그뒤를 이은 자유주의 경제학자들, 특히 클린턴시대의 ‘전략적 무역론자‘들의 이론적 구도와 학설사적 배경을 참신하고 독보적인 시각에서 쾌도난마로 분석 비판하고 그들이 어떻게 ‘정치적으로 유용한 경제사상‘으로 이용되고 있는지를 낱낱이 꿰뚫어 보여준다.
『경제학의 향연』은 지난 20년 동안의 미국 경제와 1980년대 유럽 경제의 동향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우리의 경제 현실과 경제 정책을 직시할 안목을 체득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기본적으로 경제학이 가지는 보편성 때문이자 기존의 오도된 통념을 분석하는 크루그먼의 논리가 새로운 시사점을 전해 주기 때문이지만, 또한 여기서 다루고 있는 몇 가지 구체적인 논제들이 바로 우리 경제의 현안과도 맞물리기 때문이다.
목차
머리말
서론│마법사를 찾아서
정치가와 경제학자 (대학 교수│정책 기획가)
구성 (1막 1장│1막 2장│2막│3막 1장│3막 2장 )
이 책의 구성
1부 보수주의 경제학의 융성
1장 케인스에 대한 공격
경기 순환
케인스의 경기 후퇴 이론 (유치한 케인스주의│케인스와 경제 정책)
밀턴 프리드먼 Ⅰ: 통화주의
밀턴 프리드먼 Ⅱ: 스태그플레이션
합리적 기대론
1980년의 상황
2장 조세, 규제 및 성장
생산성 정체
왜 생산성 성장이 둔화되었는가 (기술과 생산성 둔화│사회학적 설명│생산성 둔화에 대한 정치적 설명)
과세, 유인 및 성장 (과세의 비용│조세, 저축 및 투자│사회 보장 문제│노동 시장│조세와 경제 성장)
규제의 비용 (경쟁의 규제│규제, 생산성 둔화의 주범)
1980년의 상황
3장 공급 중시론자들
공급 중시론자들은 누구였는가
공급 중시론의 사상
국제 경제학
전통 경제학의 위기 (1970년대 말의 경제 위기│경제학자들의 혼란│로널드 레이건이 필요하였는가)
2부 보수파의 집권기
4장 성장
통계의 속임수
성장에 관한 생각
보수파의 성장 기록 (보수파의 답변)
1979~1993년의 경기 후퇴와 경기 회복 (중앙은행의 권한│연방준비이사회와 경제│부당성)
장기로의 회귀 (정책과 생산성│1992년의 혁명)
5장 소득 분배
몇 가지 기본 사실 (말뚝형에서 계단형으로│부의 편중│왜 부유층이 문제되는가│정치적 의미)
보수파의 부인 (자료에 대한 의심│성장의 강조│소득의 이동)
원인 (대중적인 견해: 세계화│다른 설명)
6장 예산 적자
적자의 원천 (세입과 세출│얻은 자와 잃은 자)
적자의 부담 (공급 중시론자들의 변명│적자의 비용)
숨겨진 적자 (숨겨진 재정 부채)
공공 투자 (신탁 기금)
평결
7장 해외의 보수주의자들
대처리즘 (통화, 인플레이션 및 실업│1987~1989년의 파탄│민영화)
유럽 통화 (1979~1989년의 유럽통화제도│독일의 패권│EMS의 신화와 EMU의 대실패│마스트리흐트 조약│EMS의 붕괴)
유럽의 교훈
3부 진자의 운동
8장 케인스는 살아 있다
보수주의 거시 경제학의 곤경 (진정한 신봉자들: 실질 경기 순환론)
합리성과 경기 후퇴 (완전한 합리성의 비합리성│신케인스주의 사상│새로운 경우의 적극적인 통화 정책)
증거
1993년의 이론과 정책
9장 QWERTY 경제학
명백한 사실들
국제 무역의 재고찰 (무역의 방향│무역의 내용│신무역 이론)
전략적 무역 정책 (브랜더-스펜서 모형│전략적 무역 대 자유 무역│전략적 무역 정책론의 한계)
대담한 사상, 신중한 정책 권고
10장 전략적 무역론자들
전략적 무역론자들의 출현
전략적 무역론의 요소
경제학자 대 전략적 무역론
전략적 무역론의 오류
백악관의 전략적 무역론자들
10장의 보론 생산성과 경쟁력
세 가지 질문과 답변
낮은 생산성 및 국제 무역의 결과
생산성 성장의 지체
경쟁 부문 대 비경쟁 부문
왜 문제인가
에필로그
무엇을 할 것인가
경쟁력에 대한 집착 (무역 전쟁의 위험성│나쁜 사상이 좋은 사상을 구축한다)
경제학자의 역할
옮긴이 말
인명 찾아보기
서론│마법사를 찾아서
정치가와 경제학자 (대학 교수│정책 기획가)
구성 (1막 1장│1막 2장│2막│3막 1장│3막 2장 )
이 책의 구성
1부 보수주의 경제학의 융성
1장 케인스에 대한 공격
경기 순환
케인스의 경기 후퇴 이론 (유치한 케인스주의│케인스와 경제 정책)
밀턴 프리드먼 Ⅰ: 통화주의
밀턴 프리드먼 Ⅱ: 스태그플레이션
합리적 기대론
1980년의 상황
2장 조세, 규제 및 성장
생산성 정체
왜 생산성 성장이 둔화되었는가 (기술과 생산성 둔화│사회학적 설명│생산성 둔화에 대한 정치적 설명)
과세, 유인 및 성장 (과세의 비용│조세, 저축 및 투자│사회 보장 문제│노동 시장│조세와 경제 성장)
규제의 비용 (경쟁의 규제│규제, 생산성 둔화의 주범)
1980년의 상황
3장 공급 중시론자들
공급 중시론자들은 누구였는가
공급 중시론의 사상
국제 경제학
전통 경제학의 위기 (1970년대 말의 경제 위기│경제학자들의 혼란│로널드 레이건이 필요하였는가)
2부 보수파의 집권기
4장 성장
통계의 속임수
성장에 관한 생각
보수파의 성장 기록 (보수파의 답변)
1979~1993년의 경기 후퇴와 경기 회복 (중앙은행의 권한│연방준비이사회와 경제│부당성)
장기로의 회귀 (정책과 생산성│1992년의 혁명)
5장 소득 분배
몇 가지 기본 사실 (말뚝형에서 계단형으로│부의 편중│왜 부유층이 문제되는가│정치적 의미)
보수파의 부인 (자료에 대한 의심│성장의 강조│소득의 이동)
원인 (대중적인 견해: 세계화│다른 설명)
6장 예산 적자
적자의 원천 (세입과 세출│얻은 자와 잃은 자)
적자의 부담 (공급 중시론자들의 변명│적자의 비용)
숨겨진 적자 (숨겨진 재정 부채)
공공 투자 (신탁 기금)
평결
7장 해외의 보수주의자들
대처리즘 (통화, 인플레이션 및 실업│1987~1989년의 파탄│민영화)
유럽 통화 (1979~1989년의 유럽통화제도│독일의 패권│EMS의 신화와 EMU의 대실패│마스트리흐트 조약│EMS의 붕괴)
유럽의 교훈
3부 진자의 운동
8장 케인스는 살아 있다
보수주의 거시 경제학의 곤경 (진정한 신봉자들: 실질 경기 순환론)
합리성과 경기 후퇴 (완전한 합리성의 비합리성│신케인스주의 사상│새로운 경우의 적극적인 통화 정책)
증거
1993년의 이론과 정책
9장 QWERTY 경제학
명백한 사실들
국제 무역의 재고찰 (무역의 방향│무역의 내용│신무역 이론)
전략적 무역 정책 (브랜더-스펜서 모형│전략적 무역 대 자유 무역│전략적 무역 정책론의 한계)
대담한 사상, 신중한 정책 권고
10장 전략적 무역론자들
전략적 무역론자들의 출현
전략적 무역론의 요소
경제학자 대 전략적 무역론
전략적 무역론의 오류
백악관의 전략적 무역론자들
10장의 보론 생산성과 경쟁력
세 가지 질문과 답변
낮은 생산성 및 국제 무역의 결과
생산성 성장의 지체
경쟁 부문 대 비경쟁 부문
왜 문제인가
에필로그
무엇을 할 것인가
경쟁력에 대한 집착 (무역 전쟁의 위험성│나쁜 사상이 좋은 사상을 구축한다)
경제학자의 역할
옮긴이 말
인명 찾아보기
책 속으로
사회과학에서는 이와 같은 경계선을 긋기가 훨씬 더 어렵다. 그 부분적인 이유 하나는 통제된 실험을 행할 수가 없다는 점이다. 즉 사회과학의 증거는 전적으로 역사적인 증거에 국한되며, 역사란 모호하지 않은 사례는 거의 없다시피 복잡하기만 하다. 또 하나의 부분적인 이유는 사회과학이 인간을 연구한다는 점이다. 우리는 스스로에 대해 알고 있다고 생각하며, 이미 정답을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 ---p.13
당초에 나는 이 책을 어느 정도 당파적인 입장에서 써야겠다고 구상하였다. 당시는 보수주의자들이 계속 백악관을 장악하고 있었고 나는 자유주의자였다-즉 나는 부유층에게서 세금을 거둬 가난하고 불우한 사람들에게 돌리는 사회를 신봉하였던 것이다. 그리고 나는, 올바르지 못한 경제학과 자기들의 성공을 강변하는 주장이 경제에 보탬이 되는 일은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부유층에는 도움이 되고 빈곤층에는 손해를 끼치는 프로그램을 정당화하는 데 활용되고 있는 상황에 분노하였다. ---p.14
문제는 “모른다”는 말이 그리 고무적인 답변이 아니라는 점이다. 점점 더 비관적이 되고 화를 잘 내는 선거구민을 대하는 정치가들에게는 특히 불만스럽다. 정치가들에게 왜 마법이 사라져 버렸는가,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다시 회복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연구 과제가 아니다. 그들의 소임은 해답-반드시 옳지는 않다고 해도 최소한 유권자들에게 사정을 호전시킬 수 있다고 능히 확신시켜 줄 만한 해답-을 찾아내는 데 있는 것이다. ---p.18-19쪽 서론 중에서)
현실 경제의 실제적인 문제를 최소한 간접적인 방식을 통해서라도 해결해 낸다고 하여 경제학 교수로 커 나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주변 동료들로부터 명석함을 확실히 인정받아야 커 나갈 수 있다. 관념의 세계에 살며 맹목적이지만 독창적인 생각을 발전시키든가, 또는 경제가 실제로 어떻게 움직이는가 하는 데 관한 개념적 증거를 산출한다든가 하여 명석함을 입증해 보일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일관성이 부족하나마 그렇게라도 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그래서 교수들은 좀 더 확실한 방법을 찾는다. ---p.23
경제학은 이와 완전히 똑같지는 않지만 그리 다르지도 않다. 경제학자들은 경제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대단히 많이 알고 있어서 극단적인 인플레이션의 예방법(이에 대해서는 확실하게)과 경기 침체의 예방법(이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에 대해 유용한 충고를 들려 줄 수 있다. 우리가 기꺼이 듣고자 한다면 그들은 수입 쿼터제나 가격 통제 같은, 경제 불황에 대한 민간 요법이 의학적 방혈 정도밖에는 유용하지 않다는 점을 입증해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들이 치료할 수 없는 것은 많다. 무엇보다도 그들은 가난한 나라를 부유한 나라로 만드는 법을 알지 못하고, 또 경제 성장의 마법이 사라져 버린 듯이 보일 때 그것을 회복하는 법을 모른다. ---p.25
미국이 국제 경쟁에 직면해 있기 때문에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는 오도된 신념은 근본적으로 잘못된 정책으로 귀결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예컨대 미국 제조업의 생산성 개선 방안-외국과 직접 경쟁하지 않기 때문에 중요성이 덜해 보이는 서비스 부문에 적대적인 방향을 제시한-에 대한 정부 후원의 연구 조사만 해도 그렇다. 오히려 서비스 부문의 추가적인 생산성 성장은 제조업 부문의 추가적인 생산성 성장보다 3.5배의 가치가 있기 때문에 이것은 심각한 잘못이다. ---p.362
1970년대에 보수주의 사상은 경제 현안을 둘러싼 진지한 토론을 크게 진척시켰다. 주도적인 보수주의 경제학자들은 정부의 개입주의에 대한 강력한 반대 입장을 표명하였거니와, 자유주의자들은 그에 마땅히 답하지 못하여 곤경에 빠졌다. 이와 같이 현명하고 때로 통렬하기도 한 보수주의의 사상이 1980년에 권력을 잡을 기회를 가진 것은 어떤 면에서 온당하였다고도 할 것이다. 그러나 레이건 행정부가 옹호한 사상은 단지 통렬하였을 뿐이다. 진지한 보수주의자들로서는 놀랍게도 1980년의 실질적인 승리자들은 공급 중시론자들-경제 개념이 만화처럼 도식적이고, 전통 경제학을 이해하기 위한 고통이 지긋지긋해서 전통적인 지혜를 무시해 버린 이데올로그들-임이 판명되었던 것이다. ---p.364
케인스주의적인 사상이 부활하면서 시장의 기능을 개선하는 데 적극적인 정부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새로운 논의가 영향력을 얻었다. 자유주의의 부활은 1970년대 보수주의의 습격만큼 응집력 있는 운동은 아니었지만, 1992년에 이르러 진지한 경제 사상의 정점에는 온건 좌파가 있었다. 빌 클린턴의 당선을 계기로 그 사상은 실천으로 옮길 기회를 잡은 것 같았다.(...)
이는 실망스러운 이야기이다. 보수주의자든 자유주의자든 정치가들은 모두 미국의 경제 문제를 진지하게 대하려고 하기보다는 손쉬운 길을 택하였다. 그럼으로써 그들은 거대하고 복잡한 국가의 정책을 만병통치약을 팔고 다니는 약장수들의 손에 계속해서 넘겨 주었다. ---p.365
미국은 현재 생산성의 완만한 성장과 빈곤의 증가라는 두 가지 큰 경제 문제(이는 모두 불충분한 생산성 성장과 소득 불균형의 확대에 따른 결과이다)를 안고 있다. 나머지는 부차적이거나 문제가 되지 않는다. 가령 예산 적자는 생산성 성장에 걸림돌이 되는 한에서만 문제가 된다. 우리는 6장에서 그 부정적인 영향이 중요하기는 하지만 결정적인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살펴본 바 있다. 미국이 주장하는 국제 경쟁력이라는 문제는 거의 아무런 쟁점도 되지 못한다. ---p.366
경험 많은, 그래서 냉소적인 한 관변 경제학자가 언젠가 나에게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 이렇게 전망한 적이 있다. “내 일은 해로운 생각을 제거하는 일이오. 바퀴벌레를 변기에 잡아 넣어 쓸어 버리는 것과 같지. 그런데 조만간 그놈들은 다시 나타날 거란 말야.” 정책을 놓고 고심하는 경제학자들의 역할은 쉽게 기가 꺾일 수 있다. 경제학자는 때로는 복잡 다기한 이론을 안출하면서, 때로는 사실을 통해 이론을 주의 깊게 검증하면서 몇 년씩 보낼 수도 있다. 그러다가 정치가들이 이미 10년 전에 또는 100년 전에 오류로 판명 난 생각을 계속해서 끄집어 내거나, 아니면 사실에 정면으로 모순되는 말을 벌려 놓는 꼴을 본다. 이와 같은 상황이 포기-상아탑으로 철수하든가 정책 기획가로 나서든가-를 종용한다. 무엇보다 단순하기 짝이 없는 생각이 매번 이기는데, 정책에 대한 복잡다기한 생각이나 또 사실에 대한 주의 깊은 검토가 무슨 소용이 있는가? 한 가지 답변은 포기하는 것도 잘못이라는 사실이다. 훌륭한 생각을 지닌 이들이 그에 맞서 싸우지 않는다면 결과에 대해 불평할 권리도 없다.
당초에 나는 이 책을 어느 정도 당파적인 입장에서 써야겠다고 구상하였다. 당시는 보수주의자들이 계속 백악관을 장악하고 있었고 나는 자유주의자였다-즉 나는 부유층에게서 세금을 거둬 가난하고 불우한 사람들에게 돌리는 사회를 신봉하였던 것이다. 그리고 나는, 올바르지 못한 경제학과 자기들의 성공을 강변하는 주장이 경제에 보탬이 되는 일은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부유층에는 도움이 되고 빈곤층에는 손해를 끼치는 프로그램을 정당화하는 데 활용되고 있는 상황에 분노하였다. ---p.14
문제는 “모른다”는 말이 그리 고무적인 답변이 아니라는 점이다. 점점 더 비관적이 되고 화를 잘 내는 선거구민을 대하는 정치가들에게는 특히 불만스럽다. 정치가들에게 왜 마법이 사라져 버렸는가,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다시 회복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연구 과제가 아니다. 그들의 소임은 해답-반드시 옳지는 않다고 해도 최소한 유권자들에게 사정을 호전시킬 수 있다고 능히 확신시켜 줄 만한 해답-을 찾아내는 데 있는 것이다. ---p.18-19쪽 서론 중에서)
현실 경제의 실제적인 문제를 최소한 간접적인 방식을 통해서라도 해결해 낸다고 하여 경제학 교수로 커 나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주변 동료들로부터 명석함을 확실히 인정받아야 커 나갈 수 있다. 관념의 세계에 살며 맹목적이지만 독창적인 생각을 발전시키든가, 또는 경제가 실제로 어떻게 움직이는가 하는 데 관한 개념적 증거를 산출한다든가 하여 명석함을 입증해 보일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일관성이 부족하나마 그렇게라도 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그래서 교수들은 좀 더 확실한 방법을 찾는다. ---p.23
경제학은 이와 완전히 똑같지는 않지만 그리 다르지도 않다. 경제학자들은 경제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대단히 많이 알고 있어서 극단적인 인플레이션의 예방법(이에 대해서는 확실하게)과 경기 침체의 예방법(이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에 대해 유용한 충고를 들려 줄 수 있다. 우리가 기꺼이 듣고자 한다면 그들은 수입 쿼터제나 가격 통제 같은, 경제 불황에 대한 민간 요법이 의학적 방혈 정도밖에는 유용하지 않다는 점을 입증해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들이 치료할 수 없는 것은 많다. 무엇보다도 그들은 가난한 나라를 부유한 나라로 만드는 법을 알지 못하고, 또 경제 성장의 마법이 사라져 버린 듯이 보일 때 그것을 회복하는 법을 모른다. ---p.25
미국이 국제 경쟁에 직면해 있기 때문에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는 오도된 신념은 근본적으로 잘못된 정책으로 귀결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예컨대 미국 제조업의 생산성 개선 방안-외국과 직접 경쟁하지 않기 때문에 중요성이 덜해 보이는 서비스 부문에 적대적인 방향을 제시한-에 대한 정부 후원의 연구 조사만 해도 그렇다. 오히려 서비스 부문의 추가적인 생산성 성장은 제조업 부문의 추가적인 생산성 성장보다 3.5배의 가치가 있기 때문에 이것은 심각한 잘못이다. ---p.362
1970년대에 보수주의 사상은 경제 현안을 둘러싼 진지한 토론을 크게 진척시켰다. 주도적인 보수주의 경제학자들은 정부의 개입주의에 대한 강력한 반대 입장을 표명하였거니와, 자유주의자들은 그에 마땅히 답하지 못하여 곤경에 빠졌다. 이와 같이 현명하고 때로 통렬하기도 한 보수주의의 사상이 1980년에 권력을 잡을 기회를 가진 것은 어떤 면에서 온당하였다고도 할 것이다. 그러나 레이건 행정부가 옹호한 사상은 단지 통렬하였을 뿐이다. 진지한 보수주의자들로서는 놀랍게도 1980년의 실질적인 승리자들은 공급 중시론자들-경제 개념이 만화처럼 도식적이고, 전통 경제학을 이해하기 위한 고통이 지긋지긋해서 전통적인 지혜를 무시해 버린 이데올로그들-임이 판명되었던 것이다. ---p.364
케인스주의적인 사상이 부활하면서 시장의 기능을 개선하는 데 적극적인 정부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새로운 논의가 영향력을 얻었다. 자유주의의 부활은 1970년대 보수주의의 습격만큼 응집력 있는 운동은 아니었지만, 1992년에 이르러 진지한 경제 사상의 정점에는 온건 좌파가 있었다. 빌 클린턴의 당선을 계기로 그 사상은 실천으로 옮길 기회를 잡은 것 같았다.(...)
이는 실망스러운 이야기이다. 보수주의자든 자유주의자든 정치가들은 모두 미국의 경제 문제를 진지하게 대하려고 하기보다는 손쉬운 길을 택하였다. 그럼으로써 그들은 거대하고 복잡한 국가의 정책을 만병통치약을 팔고 다니는 약장수들의 손에 계속해서 넘겨 주었다. ---p.365
미국은 현재 생산성의 완만한 성장과 빈곤의 증가라는 두 가지 큰 경제 문제(이는 모두 불충분한 생산성 성장과 소득 불균형의 확대에 따른 결과이다)를 안고 있다. 나머지는 부차적이거나 문제가 되지 않는다. 가령 예산 적자는 생산성 성장에 걸림돌이 되는 한에서만 문제가 된다. 우리는 6장에서 그 부정적인 영향이 중요하기는 하지만 결정적인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살펴본 바 있다. 미국이 주장하는 국제 경쟁력이라는 문제는 거의 아무런 쟁점도 되지 못한다. ---p.366
경험 많은, 그래서 냉소적인 한 관변 경제학자가 언젠가 나에게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 이렇게 전망한 적이 있다. “내 일은 해로운 생각을 제거하는 일이오. 바퀴벌레를 변기에 잡아 넣어 쓸어 버리는 것과 같지. 그런데 조만간 그놈들은 다시 나타날 거란 말야.” 정책을 놓고 고심하는 경제학자들의 역할은 쉽게 기가 꺾일 수 있다. 경제학자는 때로는 복잡 다기한 이론을 안출하면서, 때로는 사실을 통해 이론을 주의 깊게 검증하면서 몇 년씩 보낼 수도 있다. 그러다가 정치가들이 이미 10년 전에 또는 100년 전에 오류로 판명 난 생각을 계속해서 끄집어 내거나, 아니면 사실에 정면으로 모순되는 말을 벌려 놓는 꼴을 본다. 이와 같은 상황이 포기-상아탑으로 철수하든가 정책 기획가로 나서든가-를 종용한다. 무엇보다 단순하기 짝이 없는 생각이 매번 이기는데, 정책에 대한 복잡다기한 생각이나 또 사실에 대한 주의 깊은 검토가 무슨 소용이 있는가? 한 가지 답변은 포기하는 것도 잘못이라는 사실이다. 훌륭한 생각을 지닌 이들이 그에 맞서 싸우지 않는다면 결과에 대해 불평할 권리도 없다.
---p.378
출판사 리뷰
현실 경제를 둘러싸고 경제 사상과 정치 권력의 상호 작용을 규명한
거시 경제학 및 국제 경제학 개론서이자 현대 경제학의 지성사!
이 책은 현대의 경제학 이론이 현실 경제 및 정치권력과 상호 작용하는 과정을 소개하면서, 경기 순환·통화·성장·생산성·조세·예산 적자·산업 정책·무역 등 경제학의 기본 개념을 적절한 사례와 사고 실험을 통해 명쾌하게 설명한다. 아울러 이와 같은 개념들이 경제 이론으로 정립되고 경제 정책에 반영될 때 어떻게 왜곡되고 공허해지는지를 분석한다. 그의 분석은 강력하고 단연 독창적이다.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오늘날의 경제학이 현실 경제의 어떠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분투하고 있는지를 이해하게 될 것이며, 위기에 처한 우리의 경제 현실과 경제 정책을 근본적으로 다시 생각해 볼 안목을 체득하게 될 것이다. 예컨대 세계화와 국가 경쟁력 등 공허한 통념에서 금융 기관 부실화, 도덕적 해이, 복지 연금, 공기업 민영화, 통일 비용 등 구체적인 문제에 이르기까지 이 책에서 다루는 경제 문제는 바로 우리의 현안이기도 하다.
2008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폴 크루그먼의 대표적 걸작 Peddling Prosperity 완역!
폴 크루크먼 교수가 우리나라 독자들에게 본격적으로 알려진 계기는 “아시아 기적의 신화(The Myth of Asian Miracles)”(『포린 어페어즈』 1994년 11, 12월)란 논문을 통해서이다. 이 글에서 그는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의 경제 성장은 허구라고 주장하여 지적 충격을 던졌다. 즉 아시아의 고속 성장은 요소 생산성(기술 진보)의 향상에 의해서가 아니라 요소 투입량(노동과 자본 등)의 증가에 의해 이루어졌는데, 요소 투입량은 무한정 늘릴 수 없기 때문에 성장도 곧 한계에 이르게 된다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주장에 대해 상당한 반론이 있을 수 있지만, 주목해야 할 것은 크루그먼의 독창적이고 설득력 있는 논점과 분석이다. 그는 아시아 경제의 전망을 낙관하던 시기에, 그것도 아시아인 특유의 문화와 사회적 동원 및 고통스런 노력으로 이룩한 기적적인 결과라고 자타가 인정하던 통념을 경제학의 공인된 기본 개념과 확고한 통계 자료만으로 부정해 버리기 때문이다. 아시아의 경제가 흔들리면서 그의 통찰력과 논리가 새삼 주목받았지만, 사실 그는 1980년대부터 국제 무역론과 국제 금융론 및 산업 정책 분야에서 독보적인 연구 업적을 내놓아, 1991년 미국 경제학회의 ‘존 베이츠 클라크 메달 (John Bates Clark Medal) ’을 수상한 촉망받는 경제학자이다.
그는 1953년 뉴욕 근교에서 출생하여 예일 대학교를 졸업(1974년)하고, MIT에서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솔로(Robert Solow) 교수의 지도 하에 경제학 박사 학위(1977년)를 받았다. 1982-1983년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 위원을 역임하였으며 예일 대학교와 스탠퍼드 대학교, MIT 경제학과를 거쳐 현재 프린스턴 대학교에서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1990년대에 들어서 전문 학술 논저와 함께 고급 교양인을 독자로 하는 경제 평론을 발표하는 일에도 주력하고 있는데, 특히 클린턴 대통령의 집권 이후에는 이 책에도 언급되는 “지적인 분노(intellectual outrage)”와 오도된 경제 정책 때문에 그 논조가 매우 신랄해졌다. 그럼에도 그의 독설을 못마땅해 하는 논적들과 백악관의 경제 브레인들조차 그가 경제학계의 중요 사상가이며, 『이코노미스트(The Economist)』 지의 평가대로 “21세기에 노벨 경제학상을 받을 첫 번째 후보”라는 사실을 인정했다. 많은 이들은 평가대로 그는 2008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하며 미국을 대표하는 경제학자로 명성을 얻었다.
크루그먼은 『The Age of Diminished Expectations』(1990), 『Currencies and Crises』(1992), 『Geography and Trade』(1993), 『Development, Geography and Economic Theory』(1995), 『The Self-Organizing Economy』(1996), 『Pop Internationalism』(1996) 등 10여 권의 저서와 1백여 편의 논문을 발표한 다산의 작가이기도 한데, 그럼에도 그의 모든 저작은 특별한 통찰력과 명쾌한 논리 때문에 언제나 주목받는다.
이 책은 그의 많은 저술 가운데 대표적 걸작으로서, 이미 고전으로 평가받는 『하찮은 번영: 기대 체감의 시대에 경제학이 갖는 의미와 무의미(Peddling Prosperity: Economic Sense and Nonsense in the Age of Diminished Expectations)』(1994)의 완역이다.
* 존 베이츠 클라크 메달 : 미국 경제학회가 40세 미만의 탁월한 소장 경제학자에게 2년마다 수여하는 상으로, 일반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으나 경제학계에서는 노벨 경제학상에 버금가는 권위를 인정받는다. 『경제 론』으로 유명한 폴 새뮤얼슨이 이 상의 1회 수상자이며, 시카고 학파의 대부 밀턴 프리드먼이 2회 수상자이다.
이론의 평면적 해설이 아닌 현안 분석 위주
이 책은 1970년대 초부터 1990년대 초까지 20년 동안의 미국 경제를 배경으로, 현실 경제와 경제 사상 및 정치 권력 간의 상호 작용 과정을 규명한 현대 경제학 지성사이자 탁월한 거시 경제학 개론서이다.
크루그먼은 이 책에서 일반 교양 독자들을 대상으로 경기 순환?인플레?실업?성장?생산성?조세?소득 분배?산업 정책?무역 등 경제학의 기본 개념을 흥미로운 사례와 적절한 사고 실험을 통해 명쾌하게 설명하면서, 동시에 이와 관련된 경제 현안을 당대의 경제 사상가들이 어떠한 이론으로 해결하고자 분투하였으며 또 정치가들은 유권자의 환심을 사기 위해 당대의 경제 이론을 어떻게 활용하였는지를 규명한다. 그의 설명과 분석은 강력하고 단연 독창적이다.
일반적으로 경제학의 기본 개념을 설명한 경제학 개론서들과 경제학자들의 이론을 평면적으로 해설한 경제 학설사 책들은 적지 않으나, 현실의 경제 현안 하나하나에 논쟁적인 경제 이론들을 대입시키면서 강점과 난점을 점검하고 그 논리적 근거와 생생한 현실적 의미를 분석한 경제서는 이 책이 거의 유일하다. 이것이 일반 독자들을 대상으로 쓰였음에도 미국 경제학계에서 새로운 고전으로 평가받고, 유수의 대학 경제학과들에서 거시 경제학 및 경제 학설사 강좌의 주요 텍스트로 채택되고 있는 이유이다.
성장의 불균형, 경기 순환 미스터리와 경제학자의 역할 규명
제2차 세계 대전 후 30년 동안 미국 경제는 유례 없는 번영을 구가하였지만, 1973년 석유 파동 등과 함께 저성장, 고물가, 고실업의 경제적 고난의 시대가 도래한다. 그런데 왜 이 같은 경제난이 야기되는지 그 이유는 아무도 알지 못한다. 경제 성장이 시대와 나라마다 다르게 나타나는 이유와 호황과 불황 등 경기 순환의 존재 이유는 경제학의 두 가지 해결 난망의 미스터리인 것이다. 경제 현상의 동향을 잘 알고 있는 경제학자들은 경제난의 예방책과 치료책에 부분적으로만 유용한 대증 요법을 제시할 수는 있지만, 가난한 나라를 부강하게 만들고 저성장 경제를 고성장 경제로 회복시키는 방법을 모른다.
문제는 이 “모른다”는 태도가 특히 유권자들을 앞에 놓고 정권을 다투는 정치가들에게는 심히 못마땅하다는 것이다. 그들은 학문적으로는 어떠하든 유권자들에게 경제 상황을 호전시킬 수 있다고 확신시켜 줄 처방이 필요하다. 그럼으로써 경제학자들과 정치가들의 상호 작용이 이루어진다. 즉 정치가들은 자신들이 포장할 수 있는 사상을 가진 경제학자들을 찾아내려고 애쓰고, 또 일부 경제학자들은 그에 응답하여 자신들의 사상을 정치적 영향력으로 전화시키고자 하는 것이다.
크루그먼은 이와 같은 주제를 집중 규명한다. 진지한 경제학자들이 경제학의 미스터리를 어떻게 해명하고자 노력하였으며, 그 결과로 나온 심오한 경제 이론이 어떻게 정치권과 결탁한 경제학자들-저자는 이들을 정책 기획가(policy entreprenuer)라고 지칭한다-에 의해 단순화되고 오도되고 있는지, 그리고 그에 입각한 경제 정책이 어떻게 현실을 악화시키고 있는지를 규명하고, 경제난 타개에 어떠한 대안이 가능한지를 검토한다.
이제 케인스는 부활하는가
이 책의 시대적 배경인 20년 동안은 미국 경제학계에서 주요 경제 이론이 심각하게 논쟁하던 시기이다. 이념적으로는 경제학계의 동향이 어려운 경제 현실 및 정치권의 동향과 상호 작용하면서 좌파와 우파 사이를 왕복 운동한다. 경제난의 해법을 놓고, 인간의 합리성과 시장의 완전성을 신봉하는 보수주의 경제학파-통화주의, 합리적 기대 가설, 공급 중시론 등-와 완전하게 합리적이지 못한 개인의 불완전 경쟁의 결과인 시장의 실패를 정부의 개입을 통해 조정하려는 자유주의 경제학파-케인스 학파, 신케인스 학파, 전략적 무역론 등-가 경합한다.
이 일대 경제학 논쟁에 주역으로 등장하는 인물들의 면면은, 밀턴 프리드먼, 로버트 루카스, 로버트 바틀리, 아서 래퍼, 로버트 먼델, 마틴 펠스타인, 로버트 바로, 조지 애커로프, 로렌스 섬머스, 레스터 서로, 로버트 라이히, 아이러 매거지너, 그레이그 맨키우 등 당대의 이론가들이다. 이 논쟁에서 저자 크루그먼은 단순히 해설자에 머무르지 않고 주역의 하나로 참여한다. 그는 실리콘 밸리와 같은 산업의 지역 집중화 과정 및 국제 무역 과정에 역사의 우연성을 인정하고, 그런 입장을-수학적 모형으로 정립한 “새로운 경제학 이론”의 선도자인 것이다-정교하게 정립한다. 이 책 9장 QWERTY 경제학은 바로 그가 기여한 경제 사상에 대한 해설이다.
크루그먼은 이와 같은 미국의 현대 경제학의 동향을 “로버트 바틀리와 아서 래퍼가 식당의 냅킨에 래퍼 곡선을 그리는 장면”(본서 132쪽)과 같은 흥미진진한 일화와, “마스트리흐트 조약의 교훈은 국제 회의에 참여하고 있는 엄숙하고 고귀한 인사들은 자기들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전혀 생각 없이 떠벌린다는 점이다”(본서 252쪽)는 것과 같은 신랄한 논평을 곁들여 추적해 나간다.
사실 미국의 경제학 동향이라고 했지만 세계 경제학의 동향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럽만 해도 몇 년씩 뒤져 미국의 경제 이론을 차용하고 있는 실정이며(본서 249쪽),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경제학과 대학원에서 강의하는 주류 경제 이론은 아직 공급 중시론에서 그치고 있다. 1980년대 중반 이후 합리적 기대론과 공급 중시론 등 보수주의 경제학을 퇴장시키고 미국 경제학계의 주류가 된 신케인스 경제학은 현재 유학 중인 학생들이 돌아와서 자리를 잡아야 비로소 강의가 이루어질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일반 독자들은 물론이고 경제학 전공자들도 이 책으로 강의실에서 배울 수 없는 세계 경제학의 최신 이론과 그 의미를 체득하게 될 것이다.
크루그먼의 정책 제언, 생산성과 경쟁력
크루그먼은 당파적인 입장이 분명하다. 이 책 머리말에서도 언급하고 있듯이, 그는 소득 불균형과 빈곤 문제 해결에 큰 관심이 있으며, 이 문제의 해결에 정부 개입을 요구하는 자유주의 경제학자이다. 그가 이런 문제들에 특히 주목하는 이유는 이것이 경제적 번영의 유일한 원동력인 생산성 성장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그는 자신이 기여하고 있는 신케인스 경제학에서 파생되어 나온 전략적 무역론자들에 대해 통렬하게 비판한다. 1980년대 레이건의 우파 경제 참모들인 공급 중시론자들이 “부자들에게는 이롭고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해로운 조세 제도와 사회 정책으로 미국을 비참한 곳으로 만드는 데 일조하였듯이, ”클린턴의 좌파 경제 참모들인 전략적 무역론자들은 “국제 경쟁력”이란 오도된 개념으로 현실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생산성(productivity) 즉 “평균적인 노동자 한 사람이 한 시간에 생산할 수 있는 양의 연간 증가율”이란 절대적인 개념을 전략적 무역론자들은 경쟁국들 간의 “경쟁력(competitiveness)”이라고 하는 상대적인 개념으로 왜곡 전환하여 정책을 오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크루그먼의 비판을 아주 간단하게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생산성과 경쟁력은 무관한 개념이다. 생산성은 한 나라의 생활 수준을 좌우하는 결정 요소이지만, 경쟁력은 기업들 간에 성립하는 관계일 뿐 국가 전체에 해당하는 원리가 아니다. 국제 경쟁력이란 개념이 위험한 것은 그릇된 경제 정책을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그에 입각한 정책은 대외적으로는 보호 무역을 초래하고 대내적으로는 국내 시장에 기반하는 서비스 부문의 생산성 향상을 소홀히 함으로써 생활 수준의 정체를 낳는다. 그런데 레스터 서로와 로버트 라이히 등 전략적 무역론자들이 제시한 경쟁력이라는 수사적 용어에 정치가들과 언론이 제멋대로 의미를 갖다 붙임으로써 그릇된 현실 인식이라는 문제가 더욱 증폭되고 있다.
이 책의 10장과 보론 및 에필로그는 한때 그가 선거 참모로 나서기도 하였던 클린턴 행정부의 경제 정책에 대한 비판이자 그 자신의 정책 제안이기도 하다. 1994년에 이루어진 이 제안이 이후 경제 정책에 반영되었는지 여부는 불분명하지만, 확실한 것은 그가 예측한 대로 영부인 힐러리 여사가 주관하고 전략적 무역론자인 아이러 매거지너가 참여한 의료 보장 개혁은 실패로 끝났으며, 백악관의 정책 담당자들 사이에서 정책 기조로 내세우던 국제 경쟁력에 대한 논의가 크게 잦아들었다는 사실이다.
한국 경제에 적용
이 책은 지난 20년 동안의 미국 경제와 1980년대 유럽 경제의 동향이 배경이다. 그러나 우리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우리의 경제 현실과 경제 정책을 직시할 안목을 체득하게 될 것이다. 그것은 기본적으로 경제학이 가지는 보편성 때문이자 기존의 오도된 통념을 분석하는 크루그먼의 논리가 새로운 시사점을 전해 주기 때문이지만, 또한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몇 가지 구체적인 논제들이 바로 우리 경제의 현안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클린턴 정부가 1994년 후반에 이른바 “세계화”란 화두를 갑작스럽게 내놓은 적이 있다. 그리고 이후 정부의 각 부처 및 공공 기관들에서 그 신비스런 주제의 후속 작업을 준비하느라고 부산하였다. 크루그먼의 지적에 따르면 세계화(golobalization)라는 개념은 국제 경쟁력이란 오도된 개념의 논리적 연장선상에 있다. 사실 클린턴 대통령은 1992년 대선 출마 당시 전략적 무역론의 교과서인 로버트 라이히의 『국가의 과업(The Work of Nations)』을 교재로 경제 교육을 받았던 만큼, 세계화란 개념의 제기는 어쩌면 당연하다. 문제는, 이 책에서 비판하듯이 오도된 개념이 그릇된 정책을 야기한다는 사실이고, 크루그먼의 비판이 타당하다면 그에 입각한 우리 정부의 정책이 경제 현실을 왜곡 악화시켰을 수 있다는 점이다.
적어도 경쟁력이란 개념은 정부 부문과 민간 부문을 막론하고 우리의 경제 현실을 재단하는 중요한 기준이다. 단적인 예로 “경제 공동화” 현상에 대한 우려이다. 경제의 실질적인 기반인 제조업의 해외 이전에 따라 알맹이 없는 껍질만 남게 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는 한때 미국에서도 팽배하였다. 이에 대해 크루그먼은 미국의 경우 그런 현상이 발생한 적이 없다고 단언한다(본서 342쪽). 제조업 부문의 고용 비율이 감소하는 것은 제조업이 위축되어서가 아니라 제조업의 생산성이 크게 향상되어 더 적은 고용으로 더 많은 생산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라는 것이 그의 분석이다. 우리 경제의 경우 그 실상을 올바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정밀한 통계 검토가 선행되어야 하지만, 무조건적인 통념을 반박하는 크루그먼의 논리가 우리 현실을 새롭게 바라볼 관점을 제시해 주는 것은 확실하다. 그의 분석을 따른다면, 가령 급성장하고 있는 중국 경제는 우리와 제로섬의 경쟁 관계에 있다기보다는 우리의 생활 수준을 높이는 데 더 도움이 될 수 있다.
그 외에도 이 책에서 논의하는 구체적인 쟁점들 가운데 우리 경제에도 직결되는 현안은 금융 기관 부실화, 복지 연금, 고속 철도, 민영화, 전략적 산업 정책 등 여러 가지가 있는데, 특히 주목할 것은 독일의 통일 비용에 대한 크루그먼의 언급이다. 그는 독일이 동독 재건에 필요한 지출을 위해 대규모 적자 예산을 편성하고 그에 따른 인플레이션 부담을 상쇄하기 위해 금리를 인상한 결과, 오히려 독일의 통화 긴축을 따라가야 했던 다른 유럽 국가들의 경기 후퇴를 통해 통독의 비용이 염출되었다고 지적한다(본서 253-254쪽). 통일 비용에 대한 우리의 논의는 꾸준히 진행되고 있지만, 우리 경제의 경우 대외 의존도가 훨씬 높고 주변국들에 비해 약세에 있는 만큼 통일 비용의 대외적 가중치에 대한 검토와 대비가 있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 세계 경제 및 우리나라 경제는 어려운 상태에 있고 그 해결 방안의 모색에 부심하고 있다. 그리고 정치가들은 자신의 집권 시 모든 경제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약속한다. 그러나 어떠한 경제 이론도 경제 번영을 이끌 방법은 알지 못한다는 것이 크루그먼의 결론이다. 경제난을 해결할 만병통치약은 없다. 그 어떤 정부나 그 어떤 정책이 문제를 다 해결할 수는 없다. 다만 문제가 제기될 소지를 줄여 나갈 수 있을 뿐이다. 정부가 올바른 책을 취한다고 해서 갑자기 경제가 번영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1-2%라도 더 부강하게 될 수 있는 것이다.
추천의 글
고도의 지적 사고가 그러하듯 이 책 또한 일상의 고정 관념을 통렬하게 깨뜨리고 새로운 경제학적 통찰과 분석 틀을 제시함으로써 이미 현대의 고전으로 분류되는 데 전혀 어색함이 없다. - 조선일보
이 책은 경제학의 개념들을 경제 현안을 중심으로 명쾌하게 설명하면서 지난 20여 년 동안 미국의 경제 현실을 둘러싸고 벌어진 경제 사상과 정치 권력 간의 야합 관계를 파헤치고 있다. - 중앙일보
사이비 경제 사상과 정치 권력과의 담합을 논한다는 점에서 국내에도 시사하는 바 크다. 크루그먼은 여기서 레이건 행정부 때 유행했던 ‘공급 결정론’이나 클린턴 행정부의 ‘전략적 무역론’은 정치적 수요에 응했기 때문에 득세할 수 있었다고 분석한다. - 한겨레
거시 경제학 및 국제 경제학 개론서이자 현대 경제학의 지성사!
이 책은 현대의 경제학 이론이 현실 경제 및 정치권력과 상호 작용하는 과정을 소개하면서, 경기 순환·통화·성장·생산성·조세·예산 적자·산업 정책·무역 등 경제학의 기본 개념을 적절한 사례와 사고 실험을 통해 명쾌하게 설명한다. 아울러 이와 같은 개념들이 경제 이론으로 정립되고 경제 정책에 반영될 때 어떻게 왜곡되고 공허해지는지를 분석한다. 그의 분석은 강력하고 단연 독창적이다.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오늘날의 경제학이 현실 경제의 어떠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분투하고 있는지를 이해하게 될 것이며, 위기에 처한 우리의 경제 현실과 경제 정책을 근본적으로 다시 생각해 볼 안목을 체득하게 될 것이다. 예컨대 세계화와 국가 경쟁력 등 공허한 통념에서 금융 기관 부실화, 도덕적 해이, 복지 연금, 공기업 민영화, 통일 비용 등 구체적인 문제에 이르기까지 이 책에서 다루는 경제 문제는 바로 우리의 현안이기도 하다.
2008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폴 크루그먼의 대표적 걸작 Peddling Prosperity 완역!
폴 크루크먼 교수가 우리나라 독자들에게 본격적으로 알려진 계기는 “아시아 기적의 신화(The Myth of Asian Miracles)”(『포린 어페어즈』 1994년 11, 12월)란 논문을 통해서이다. 이 글에서 그는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의 경제 성장은 허구라고 주장하여 지적 충격을 던졌다. 즉 아시아의 고속 성장은 요소 생산성(기술 진보)의 향상에 의해서가 아니라 요소 투입량(노동과 자본 등)의 증가에 의해 이루어졌는데, 요소 투입량은 무한정 늘릴 수 없기 때문에 성장도 곧 한계에 이르게 된다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주장에 대해 상당한 반론이 있을 수 있지만, 주목해야 할 것은 크루그먼의 독창적이고 설득력 있는 논점과 분석이다. 그는 아시아 경제의 전망을 낙관하던 시기에, 그것도 아시아인 특유의 문화와 사회적 동원 및 고통스런 노력으로 이룩한 기적적인 결과라고 자타가 인정하던 통념을 경제학의 공인된 기본 개념과 확고한 통계 자료만으로 부정해 버리기 때문이다. 아시아의 경제가 흔들리면서 그의 통찰력과 논리가 새삼 주목받았지만, 사실 그는 1980년대부터 국제 무역론과 국제 금융론 및 산업 정책 분야에서 독보적인 연구 업적을 내놓아, 1991년 미국 경제학회의 ‘존 베이츠 클라크 메달 (John Bates Clark Medal) ’을 수상한 촉망받는 경제학자이다.
그는 1953년 뉴욕 근교에서 출생하여 예일 대학교를 졸업(1974년)하고, MIT에서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솔로(Robert Solow) 교수의 지도 하에 경제학 박사 학위(1977년)를 받았다. 1982-1983년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 위원을 역임하였으며 예일 대학교와 스탠퍼드 대학교, MIT 경제학과를 거쳐 현재 프린스턴 대학교에서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1990년대에 들어서 전문 학술 논저와 함께 고급 교양인을 독자로 하는 경제 평론을 발표하는 일에도 주력하고 있는데, 특히 클린턴 대통령의 집권 이후에는 이 책에도 언급되는 “지적인 분노(intellectual outrage)”와 오도된 경제 정책 때문에 그 논조가 매우 신랄해졌다. 그럼에도 그의 독설을 못마땅해 하는 논적들과 백악관의 경제 브레인들조차 그가 경제학계의 중요 사상가이며, 『이코노미스트(The Economist)』 지의 평가대로 “21세기에 노벨 경제학상을 받을 첫 번째 후보”라는 사실을 인정했다. 많은 이들은 평가대로 그는 2008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하며 미국을 대표하는 경제학자로 명성을 얻었다.
크루그먼은 『The Age of Diminished Expectations』(1990), 『Currencies and Crises』(1992), 『Geography and Trade』(1993), 『Development, Geography and Economic Theory』(1995), 『The Self-Organizing Economy』(1996), 『Pop Internationalism』(1996) 등 10여 권의 저서와 1백여 편의 논문을 발표한 다산의 작가이기도 한데, 그럼에도 그의 모든 저작은 특별한 통찰력과 명쾌한 논리 때문에 언제나 주목받는다.
이 책은 그의 많은 저술 가운데 대표적 걸작으로서, 이미 고전으로 평가받는 『하찮은 번영: 기대 체감의 시대에 경제학이 갖는 의미와 무의미(Peddling Prosperity: Economic Sense and Nonsense in the Age of Diminished Expectations)』(1994)의 완역이다.
* 존 베이츠 클라크 메달 : 미국 경제학회가 40세 미만의 탁월한 소장 경제학자에게 2년마다 수여하는 상으로, 일반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으나 경제학계에서는 노벨 경제학상에 버금가는 권위를 인정받는다. 『경제 론』으로 유명한 폴 새뮤얼슨이 이 상의 1회 수상자이며, 시카고 학파의 대부 밀턴 프리드먼이 2회 수상자이다.
이론의 평면적 해설이 아닌 현안 분석 위주
이 책은 1970년대 초부터 1990년대 초까지 20년 동안의 미국 경제를 배경으로, 현실 경제와 경제 사상 및 정치 권력 간의 상호 작용 과정을 규명한 현대 경제학 지성사이자 탁월한 거시 경제학 개론서이다.
크루그먼은 이 책에서 일반 교양 독자들을 대상으로 경기 순환?인플레?실업?성장?생산성?조세?소득 분배?산업 정책?무역 등 경제학의 기본 개념을 흥미로운 사례와 적절한 사고 실험을 통해 명쾌하게 설명하면서, 동시에 이와 관련된 경제 현안을 당대의 경제 사상가들이 어떠한 이론으로 해결하고자 분투하였으며 또 정치가들은 유권자의 환심을 사기 위해 당대의 경제 이론을 어떻게 활용하였는지를 규명한다. 그의 설명과 분석은 강력하고 단연 독창적이다.
일반적으로 경제학의 기본 개념을 설명한 경제학 개론서들과 경제학자들의 이론을 평면적으로 해설한 경제 학설사 책들은 적지 않으나, 현실의 경제 현안 하나하나에 논쟁적인 경제 이론들을 대입시키면서 강점과 난점을 점검하고 그 논리적 근거와 생생한 현실적 의미를 분석한 경제서는 이 책이 거의 유일하다. 이것이 일반 독자들을 대상으로 쓰였음에도 미국 경제학계에서 새로운 고전으로 평가받고, 유수의 대학 경제학과들에서 거시 경제학 및 경제 학설사 강좌의 주요 텍스트로 채택되고 있는 이유이다.
성장의 불균형, 경기 순환 미스터리와 경제학자의 역할 규명
제2차 세계 대전 후 30년 동안 미국 경제는 유례 없는 번영을 구가하였지만, 1973년 석유 파동 등과 함께 저성장, 고물가, 고실업의 경제적 고난의 시대가 도래한다. 그런데 왜 이 같은 경제난이 야기되는지 그 이유는 아무도 알지 못한다. 경제 성장이 시대와 나라마다 다르게 나타나는 이유와 호황과 불황 등 경기 순환의 존재 이유는 경제학의 두 가지 해결 난망의 미스터리인 것이다. 경제 현상의 동향을 잘 알고 있는 경제학자들은 경제난의 예방책과 치료책에 부분적으로만 유용한 대증 요법을 제시할 수는 있지만, 가난한 나라를 부강하게 만들고 저성장 경제를 고성장 경제로 회복시키는 방법을 모른다.
문제는 이 “모른다”는 태도가 특히 유권자들을 앞에 놓고 정권을 다투는 정치가들에게는 심히 못마땅하다는 것이다. 그들은 학문적으로는 어떠하든 유권자들에게 경제 상황을 호전시킬 수 있다고 확신시켜 줄 처방이 필요하다. 그럼으로써 경제학자들과 정치가들의 상호 작용이 이루어진다. 즉 정치가들은 자신들이 포장할 수 있는 사상을 가진 경제학자들을 찾아내려고 애쓰고, 또 일부 경제학자들은 그에 응답하여 자신들의 사상을 정치적 영향력으로 전화시키고자 하는 것이다.
크루그먼은 이와 같은 주제를 집중 규명한다. 진지한 경제학자들이 경제학의 미스터리를 어떻게 해명하고자 노력하였으며, 그 결과로 나온 심오한 경제 이론이 어떻게 정치권과 결탁한 경제학자들-저자는 이들을 정책 기획가(policy entreprenuer)라고 지칭한다-에 의해 단순화되고 오도되고 있는지, 그리고 그에 입각한 경제 정책이 어떻게 현실을 악화시키고 있는지를 규명하고, 경제난 타개에 어떠한 대안이 가능한지를 검토한다.
이제 케인스는 부활하는가
이 책의 시대적 배경인 20년 동안은 미국 경제학계에서 주요 경제 이론이 심각하게 논쟁하던 시기이다. 이념적으로는 경제학계의 동향이 어려운 경제 현실 및 정치권의 동향과 상호 작용하면서 좌파와 우파 사이를 왕복 운동한다. 경제난의 해법을 놓고, 인간의 합리성과 시장의 완전성을 신봉하는 보수주의 경제학파-통화주의, 합리적 기대 가설, 공급 중시론 등-와 완전하게 합리적이지 못한 개인의 불완전 경쟁의 결과인 시장의 실패를 정부의 개입을 통해 조정하려는 자유주의 경제학파-케인스 학파, 신케인스 학파, 전략적 무역론 등-가 경합한다.
이 일대 경제학 논쟁에 주역으로 등장하는 인물들의 면면은, 밀턴 프리드먼, 로버트 루카스, 로버트 바틀리, 아서 래퍼, 로버트 먼델, 마틴 펠스타인, 로버트 바로, 조지 애커로프, 로렌스 섬머스, 레스터 서로, 로버트 라이히, 아이러 매거지너, 그레이그 맨키우 등 당대의 이론가들이다. 이 논쟁에서 저자 크루그먼은 단순히 해설자에 머무르지 않고 주역의 하나로 참여한다. 그는 실리콘 밸리와 같은 산업의 지역 집중화 과정 및 국제 무역 과정에 역사의 우연성을 인정하고, 그런 입장을-수학적 모형으로 정립한 “새로운 경제학 이론”의 선도자인 것이다-정교하게 정립한다. 이 책 9장 QWERTY 경제학은 바로 그가 기여한 경제 사상에 대한 해설이다.
크루그먼은 이와 같은 미국의 현대 경제학의 동향을 “로버트 바틀리와 아서 래퍼가 식당의 냅킨에 래퍼 곡선을 그리는 장면”(본서 132쪽)과 같은 흥미진진한 일화와, “마스트리흐트 조약의 교훈은 국제 회의에 참여하고 있는 엄숙하고 고귀한 인사들은 자기들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전혀 생각 없이 떠벌린다는 점이다”(본서 252쪽)는 것과 같은 신랄한 논평을 곁들여 추적해 나간다.
사실 미국의 경제학 동향이라고 했지만 세계 경제학의 동향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럽만 해도 몇 년씩 뒤져 미국의 경제 이론을 차용하고 있는 실정이며(본서 249쪽),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경제학과 대학원에서 강의하는 주류 경제 이론은 아직 공급 중시론에서 그치고 있다. 1980년대 중반 이후 합리적 기대론과 공급 중시론 등 보수주의 경제학을 퇴장시키고 미국 경제학계의 주류가 된 신케인스 경제학은 현재 유학 중인 학생들이 돌아와서 자리를 잡아야 비로소 강의가 이루어질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일반 독자들은 물론이고 경제학 전공자들도 이 책으로 강의실에서 배울 수 없는 세계 경제학의 최신 이론과 그 의미를 체득하게 될 것이다.
크루그먼의 정책 제언, 생산성과 경쟁력
크루그먼은 당파적인 입장이 분명하다. 이 책 머리말에서도 언급하고 있듯이, 그는 소득 불균형과 빈곤 문제 해결에 큰 관심이 있으며, 이 문제의 해결에 정부 개입을 요구하는 자유주의 경제학자이다. 그가 이런 문제들에 특히 주목하는 이유는 이것이 경제적 번영의 유일한 원동력인 생산성 성장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그는 자신이 기여하고 있는 신케인스 경제학에서 파생되어 나온 전략적 무역론자들에 대해 통렬하게 비판한다. 1980년대 레이건의 우파 경제 참모들인 공급 중시론자들이 “부자들에게는 이롭고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해로운 조세 제도와 사회 정책으로 미국을 비참한 곳으로 만드는 데 일조하였듯이, ”클린턴의 좌파 경제 참모들인 전략적 무역론자들은 “국제 경쟁력”이란 오도된 개념으로 현실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생산성(productivity) 즉 “평균적인 노동자 한 사람이 한 시간에 생산할 수 있는 양의 연간 증가율”이란 절대적인 개념을 전략적 무역론자들은 경쟁국들 간의 “경쟁력(competitiveness)”이라고 하는 상대적인 개념으로 왜곡 전환하여 정책을 오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크루그먼의 비판을 아주 간단하게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생산성과 경쟁력은 무관한 개념이다. 생산성은 한 나라의 생활 수준을 좌우하는 결정 요소이지만, 경쟁력은 기업들 간에 성립하는 관계일 뿐 국가 전체에 해당하는 원리가 아니다. 국제 경쟁력이란 개념이 위험한 것은 그릇된 경제 정책을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그에 입각한 정책은 대외적으로는 보호 무역을 초래하고 대내적으로는 국내 시장에 기반하는 서비스 부문의 생산성 향상을 소홀히 함으로써 생활 수준의 정체를 낳는다. 그런데 레스터 서로와 로버트 라이히 등 전략적 무역론자들이 제시한 경쟁력이라는 수사적 용어에 정치가들과 언론이 제멋대로 의미를 갖다 붙임으로써 그릇된 현실 인식이라는 문제가 더욱 증폭되고 있다.
이 책의 10장과 보론 및 에필로그는 한때 그가 선거 참모로 나서기도 하였던 클린턴 행정부의 경제 정책에 대한 비판이자 그 자신의 정책 제안이기도 하다. 1994년에 이루어진 이 제안이 이후 경제 정책에 반영되었는지 여부는 불분명하지만, 확실한 것은 그가 예측한 대로 영부인 힐러리 여사가 주관하고 전략적 무역론자인 아이러 매거지너가 참여한 의료 보장 개혁은 실패로 끝났으며, 백악관의 정책 담당자들 사이에서 정책 기조로 내세우던 국제 경쟁력에 대한 논의가 크게 잦아들었다는 사실이다.
한국 경제에 적용
이 책은 지난 20년 동안의 미국 경제와 1980년대 유럽 경제의 동향이 배경이다. 그러나 우리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우리의 경제 현실과 경제 정책을 직시할 안목을 체득하게 될 것이다. 그것은 기본적으로 경제학이 가지는 보편성 때문이자 기존의 오도된 통념을 분석하는 크루그먼의 논리가 새로운 시사점을 전해 주기 때문이지만, 또한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몇 가지 구체적인 논제들이 바로 우리 경제의 현안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클린턴 정부가 1994년 후반에 이른바 “세계화”란 화두를 갑작스럽게 내놓은 적이 있다. 그리고 이후 정부의 각 부처 및 공공 기관들에서 그 신비스런 주제의 후속 작업을 준비하느라고 부산하였다. 크루그먼의 지적에 따르면 세계화(golobalization)라는 개념은 국제 경쟁력이란 오도된 개념의 논리적 연장선상에 있다. 사실 클린턴 대통령은 1992년 대선 출마 당시 전략적 무역론의 교과서인 로버트 라이히의 『국가의 과업(The Work of Nations)』을 교재로 경제 교육을 받았던 만큼, 세계화란 개념의 제기는 어쩌면 당연하다. 문제는, 이 책에서 비판하듯이 오도된 개념이 그릇된 정책을 야기한다는 사실이고, 크루그먼의 비판이 타당하다면 그에 입각한 우리 정부의 정책이 경제 현실을 왜곡 악화시켰을 수 있다는 점이다.
적어도 경쟁력이란 개념은 정부 부문과 민간 부문을 막론하고 우리의 경제 현실을 재단하는 중요한 기준이다. 단적인 예로 “경제 공동화” 현상에 대한 우려이다. 경제의 실질적인 기반인 제조업의 해외 이전에 따라 알맹이 없는 껍질만 남게 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는 한때 미국에서도 팽배하였다. 이에 대해 크루그먼은 미국의 경우 그런 현상이 발생한 적이 없다고 단언한다(본서 342쪽). 제조업 부문의 고용 비율이 감소하는 것은 제조업이 위축되어서가 아니라 제조업의 생산성이 크게 향상되어 더 적은 고용으로 더 많은 생산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라는 것이 그의 분석이다. 우리 경제의 경우 그 실상을 올바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정밀한 통계 검토가 선행되어야 하지만, 무조건적인 통념을 반박하는 크루그먼의 논리가 우리 현실을 새롭게 바라볼 관점을 제시해 주는 것은 확실하다. 그의 분석을 따른다면, 가령 급성장하고 있는 중국 경제는 우리와 제로섬의 경쟁 관계에 있다기보다는 우리의 생활 수준을 높이는 데 더 도움이 될 수 있다.
그 외에도 이 책에서 논의하는 구체적인 쟁점들 가운데 우리 경제에도 직결되는 현안은 금융 기관 부실화, 복지 연금, 고속 철도, 민영화, 전략적 산업 정책 등 여러 가지가 있는데, 특히 주목할 것은 독일의 통일 비용에 대한 크루그먼의 언급이다. 그는 독일이 동독 재건에 필요한 지출을 위해 대규모 적자 예산을 편성하고 그에 따른 인플레이션 부담을 상쇄하기 위해 금리를 인상한 결과, 오히려 독일의 통화 긴축을 따라가야 했던 다른 유럽 국가들의 경기 후퇴를 통해 통독의 비용이 염출되었다고 지적한다(본서 253-254쪽). 통일 비용에 대한 우리의 논의는 꾸준히 진행되고 있지만, 우리 경제의 경우 대외 의존도가 훨씬 높고 주변국들에 비해 약세에 있는 만큼 통일 비용의 대외적 가중치에 대한 검토와 대비가 있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 세계 경제 및 우리나라 경제는 어려운 상태에 있고 그 해결 방안의 모색에 부심하고 있다. 그리고 정치가들은 자신의 집권 시 모든 경제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약속한다. 그러나 어떠한 경제 이론도 경제 번영을 이끌 방법은 알지 못한다는 것이 크루그먼의 결론이다. 경제난을 해결할 만병통치약은 없다. 그 어떤 정부나 그 어떤 정책이 문제를 다 해결할 수는 없다. 다만 문제가 제기될 소지를 줄여 나갈 수 있을 뿐이다. 정부가 올바른 책을 취한다고 해서 갑자기 경제가 번영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1-2%라도 더 부강하게 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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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의 지적 사고가 그러하듯 이 책 또한 일상의 고정 관념을 통렬하게 깨뜨리고 새로운 경제학적 통찰과 분석 틀을 제시함으로써 이미 현대의 고전으로 분류되는 데 전혀 어색함이 없다. - 조선일보
이 책은 경제학의 개념들을 경제 현안을 중심으로 명쾌하게 설명하면서 지난 20여 년 동안 미국의 경제 현실을 둘러싸고 벌어진 경제 사상과 정치 권력 간의 야합 관계를 파헤치고 있다. - 중앙일보
사이비 경제 사상과 정치 권력과의 담합을 논한다는 점에서 국내에도 시사하는 바 크다. 크루그먼은 여기서 레이건 행정부 때 유행했던 ‘공급 결정론’이나 클린턴 행정부의 ‘전략적 무역론’은 정치적 수요에 응했기 때문에 득세할 수 있었다고 분석한다. -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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