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폭력연구 (박사전공>책소개)/2.테러리즘

테러

동방박사님 2022. 10. 2.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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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이스라엘 텔아비브의 한복판에서 어느 날 갑자기 일어난 자살폭탄 테러는 젊고 유능한 외과의사인 팔레스타인계 이스라엘인 아민의 삶을 산산조각 내버린다. 분쟁의 양극단을 달리고 있는 두 민족(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간의 뿌리 깊은 갈등과 분노와는 거리를 둔 채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 의사로서 충실한 삶을 살아온 주인공 아민. 누구보다 성실하게 살아가면서 사랑하는 아내와 행복한 생활을 가꾸어 가던 그에게 가해진 테러의 충격은 엄청나다. 어린아이들이 생일파티를 벌이던 패스트푸드점을 날려버린, 도저히 인간이 저지른 짓이라고 할 수 없는 끔찍한 사건의 자살폭탄 테러범이 바로 자신의 사랑스런 아내였던 것이다.

도대체 '왜' 그럴 수밖에 없었는지를 이해하기 위해 그 근원을 거슬러올라가는 주인공의 분노와 전율은 이 작품을 읽는 모든 독자들의 허구적 관념과 위선을 후벼파는 너무도 공포스러운 진실로 전해진다. 한 개인(또는 민족)의 기구한 운명을 다룬 이 소설을 통해 저자가 보여주는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분쟁의 현주소는 우리들을 심히 불편하게 만든다. 분명 피해자와 가해자가 존재하지만 어느 쪽이 진정한 피해자인지, 가해자인지 명쾌하게 구분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토록 처참하고 극단적인 이야기를 써내려가면서 저자는 비난의 손가락질도, 타인의 동정심도 유발시키지 않는다. 그는 분쟁의 양극단을 달리고 있는 두 민족간의 이해관계에 상관없이 철저히 객관적인 자세로 단지 작품 속 주인공을 너무도 사실적으로, 너무도 인간적으로 그려낸다.

 

저자 소개

역 : 이승재
 
한국외국어대학교 불어교육과, 동 대학 통번역대학원을 졸업, 현재 영국 런던에 거주하며 유럽 각국의 다양한 작가들을 국내에 소개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도나토 카리시의 『속삭이는 자』, 『이름 없는 자: 속삭이는 자 두 번째 이야기』, 『영혼의 심판』, 『안개 속 소녀』, 루슬룬드, 헬스트럼 콤비의 『비스트』,『쓰리 세컨즈』, 『리뎀션』, 프랑크 틸리에의 『죽은 자들의 방』, 카린 지에벨의 『그림자』, 『너는 모...
 

출판사 리뷰

이스라엘의 입장도, 아랍의 입장도 아닌, 세상을 제대로 살아가고자 하는 인간들의 조건을 다룬 문제작

어린아이를 비롯해 인파로 넘쳐나는 텔아비브의 한 식당. 온몸에 폭탄을 두르고 임산복 차림으로 위장한 채 나타난 한 여성이 식당을 통째로 날려버린다. 뒤이은 시각, 팔레스타인 출신이지만 이스라엘로 귀화해 의사가 된 아민은 끔찍한 자살폭탄 테러의 피해자들을 치료하기에 정신이 없다. 그렇게 하루 종일 죽어가는 환자들을 살려내고 집으로 돌아와 깊은 잠에 빠져든 바로 그 순간, 병원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가 걸려온다. 병원으로 달려간 그의 앞에는 의사로서도 차마 볼 수 없을 정도로 온몸이 처참하게 날아가고 얼굴만 남은 자살폭탄 테러범인 아내의 시신이 기다리고 있다.

아민은 아내 시함이 팔레스타인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을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었기에 그토록 잔인한 테러를 자행했다는 것을 믿을 수 없다. 그러나 아내가 죽기 전 그에게 부친 편지를 받고 그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 아민은 그토록 행복해 보이던 아내가 왜 그런 삶을 살게 되었는지 꼭 알아야만 했다. 아민은 위험을 무릅쓰고 팔레스타인으로 향한다. 예루살렘에서 베들레헴으로, 계엄령이 내려진 예닌으로, 결국에는 고향땅으로…… 아내가 걸었음직한 길을 되짚는 아민의 여정은 악몽과 같다.

당혹감, 배신감, 죄의식…… 전 존재가 혼돈의 늪에서 헤매는 듯하지만, 아민은 진실을 밝혀간다. 도대체 아내가 그런 괴물로 변한 순간은 정확히 언제였던가? 나는 어떻게 그것을 눈치채지 못할 수 있었는가? 기억의 편린들, 여러 정보의 실마리들을 꿰어 자신이 살아온 과거, 아내의 변화를 재구성해 보는 과정은 독자들에게 커다란 충격으로 전해진다.

전세계가 촉각을 세우고 주시하는 민감한 주제를 다루면서도, 이토록 훌륭한 심리 묘사와 강렬한 사랑의 이야기를 그릴 수 있었다는 데에 많은 찬사를 받은 소설『테러』는, 이스라엘의 입장도, 아랍의 입장도 아닌, 세상을 제대로 살아내고자 하는 인간들의 조건을 다룬 수작이다.

제아무리 숭고한 희생이라도 사람의 목숨보다 숭고한 것은 없다!

공포의 악순환이 끊임없이 반복되는 곳이 있다면 그곳은 바로 중동지역, 더 정확히 말하자면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접경지역일 것이다. 1940년대에 발발한 제1차 중동전쟁을 시작으로 네 번씩이나 대규모 전쟁을 치르고서도 반백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테러와 보복의 잔인한 역사를 되풀이하는 곳, 그렇기 때문에 이곳을 두고 사람들은 흔히 "중동의 화약고"라는 표현을 쓴다. 이곳에서는 하루가 멀다 하고 군 초소, 공공장소, 검문소를 향한 자살폭탄 테러 사건이 발생하고 그 아픔이 시들기도 전에 탱크를 비롯한 온갖 중화기가 반대편 진영으로 밀고 들어가 그곳에 거주하는 무고한 민간인들의 주거지를 향해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식의 복수극을 펼치는 곳이다.

하지만 충격적인 사실은 그 두 민족이 똑같은 땅덩어리 위에 "난민촌"과 "정착촌"이란 개념의 주거지에서 매일 같이 지나다니며 서로 얽히고 설키며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팔레스타인 난민촌이 있는 라말라라는 곳에서 이스라엘의 한 도시인 헤브론까지 이르는 거리에 설치된 검문초소는 무려 763곳이라고 한다. 차로 45분 걸릴 거리를 모든 검문소를 거치고 나면 자그마치 9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하지만 이 소설에서 우리의 눈길을 끄는 것은 이런 기구한 운명의 울타리 속에서 헤매고 있는 두 민족의 실상이 아니다. 이야기는 철저히 한 인간이 겪는 심경의 변화에 맞춰져 있다. 자신에게서 사랑스러운 아내를 빼앗아간 사건의 전모와 진실을 알아내기 위해 목숨을 걸고 달려든 한 남자의 너무도 인간적인 행보 속에서 우리는 꿈이 짓밟힌 사람이 어떻게 변화해가는지 마치 밀착취재로 만든 한 편의 다큐멘터리를 보듯 아주 적나라하게 들여다볼 수 있다.

소설 속의 "제아무리 숭고한 희생이라도 사람 목숨보다 숭고한 건 없다"는 단호한 외침은 우리들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든다. 진정한 가해자도, 진정한 피해자도, 진정한 승자도, 진정한 패자도 없는 세상, 희생은 있지만 희망은 보이지 않는 그런 세상, 그런 세상은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세계에 엄연히 존재하고 있다. 그리고 그런 끔찍한 악몽이 언제까지 되풀이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유대인 출신의 걸출한 피아니스트 겸 지휘자, 다니엘 바렌보임은 팔레스타인 출신의 지성知性이었던 고故 에드워드 사이드와 함께 클래식 음악을 통해 이스라엘과 중동지역의 젊은이들 간의 교류를 성공적으로 이끌어낸 바 있다. 양쪽 출신의 학생들로 구성된 교향악단을 이끌고 라말라에서 음악공연을 했던 바렌보임의 한마디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공연을 마치고 팔레스타인 소년을 만났습니다. 우리가 연주한 음악에 대해서는 아무런 관심도, 아는 것도 없었지만 저를 너무도 신기하게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그 소년의 말이 지금도 잊혀지지 않습니다. 소년은 '탱크나 중화기, 군인 말고 이스라엘에서 넘어온 <것>은 처음 본다'며 너무도 신기해했습니다."

같은 알제리 출신의 작가 까뮈의『페스트』를 떠올리게 하는 충격적인 소설

"이 작품은 우리 시대의 꺼지지 않은 불씨를 키운다. 저자는 이 세계가 지니고 있는 상처에 다시 칼을 들이대고 자신의 생각을 투사한다. 저자는 책장을 덮는 그 순간까지 해답을 던지지 않고 마치 한 편의 추리소설처럼 수수께끼를 끝까지 가지고 간다. '희생보다는 인간의 생명이 훨씬 소중한 것이야'라는 소설 속 등장인물의 대사를 통해 저자는 같은 알제리 출신의 작가 까뮈의『페스트』를 떠올리게 한다." ――《렉스프레스》

"이 책을 읽는 동안 공포의 식은땀을 흘리는 것인지 안도의 식은땀을 흘리는 것인지 구분할 수 없을 만큼 책장을 덮을 때까지 가만히 앉아 있지 못할 것이다." ――《르 피가로》

"폭탄과도 같은 무서운 소설이다. 테러라는 참극을 다루면서 정치적 행동으로 본질을 호도하기는 쉽다. 하지만 이 책처럼 누구의 탓도 하지 않으면서 인내심을 가지고 그 원인을 이해하려는 시도는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 주인공들의 심리분석과 묘사가 탁월하다. 야스미나 카드라는 장황한 묘사에 뛰어난 문제작가로, 그의 최고의 작품『테러』는 당장 읽어야 할 책이다." ――《파리 마치》

"나는 아랍 사람의 편에서, 그들의 시각에서 이 소설을 쓴 것이 아니다. 난 단지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작품을 썼다. 무슨 내용이든 나를 비난하고 깎아내리려는 사람들은 필히 나쁜 의도를 가진 자들이다. 이 소설은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담은 진지한 소설일 뿐이다. 난 양쪽편 모두의 이야기를 공정하게 다루었다. 내가 보호하고자 했던 대상이 있다면 그건 작품 속 주인공들일 뿐이다. 이 책은 무한히 관대한 책이다. 그 점은 자부할 만하다." ――《리르》인터뷰 중 작가의 말

한 편의 다큐멘터리처럼 진실만을 기록하는 작가, 야스미나 카드라

야스미나 카드라(Yasmina Khadra: 본명 Mohamed Moulessehoul), 누가 들어도 여성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는 이름 속에는 나름의 사연이 숨어 있다. 그 이름은 알제리에서 수많은 전쟁과 분쟁에 참여했던 한 군인이 군당국의 검열을 피하기 위해 부인의 이름과 다른 성을 따서 만든 필명이다. 모하메드 물르스훌. 그는 사하라 지역에서 지난 8백 년간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 시인들의 부족에서 출생한, 한마디로 태어나면서부터 시인의 기질을 타고난 작가다.

하지만, 그의 아버지는 자식들이 손에 붓 대신 총을 든 무인武人이 되기를 바랐다. 그는 아홉 살의 나이에 군사학교에 보내졌고, 그의 동생들 역시 7살과 5살의 나이에 같은 학교에 보내졌다. 9살의 나이에 군인이 되어버린 카드라는 부모를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군인으로서의 길을 묵묵히 가야 했다. 그렇게 25년을 군인으로 살면서도, 그는 한편으로 계속해서 글을 써왔다. 그리고, 열일곱의 나이에 처음으로 여러 개의 단편모음집을 완성했다.

하지만, 당시 알제리 군사정권 치하에서는 글을 쓰는 것도 힘들었지만, 그 글을 모아 출간을 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렇게 8년을 더 기다리고서야 그는 처음으로 서점 진열대에 자신의 책을 올릴 수 있었다. 어느 정도의 인지도가 쌓일 무렵, 결국 군당국에서 제동을 걸고 나왔다. 그리고, 그 뒤로 11년간 필명을 두 번이나 바꿔가면서까지, 그는 글 쓰기를 멈추지 않았다.

그렇게 군생활을 지속하던 무렵, 결국 그에게도 올 것이 찾아왔다. 군장교로 남느냐, 아니면 문학의 길을 걷느냐. 그의 선택은 단호했다. 이미 필명으로 활동하며 유럽 10여 개국에 자신의 이름을 알릴 정도였기 때문이었다.

그의 소설 속에는 서양세계가 좀처럼 들추려 하지 않는 중동지역, 더 나아가 아랍사람들의 훈훈한 정과 평화로운 정경, 그리고 그들만의 살아 있는 문화가 담겨 있다. 그의 소설들은 부정적인 이미지로 낙인 찍힌 아랍사람들의 '스테레오타입'과 전쟁하듯 싸우고 있다. 그는 단호하게 말한다. "이 세상은 제대로 돌아가고 있다. 단지, 인간들이 허튼수작을 부리고 있을 뿐이다"라고.

저서로는『신의 반지』, 『늑대들은 무슨 꿈을 꾸는가?』, 『말장난의 사기극』, 『작가』, 『카불의 제비』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