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사회학 연구 (독서>책소개)/6.아나키즘

풀뿌리 민주주의와 아나키즘

동방박사님 2022. 12. 13. 08:44
728x90

책소개

《풀뿌리민주주의와 아나키즘》은 한국 현대사와 풀뿌리민주주의 관계를 밝히고 있다. 평화와 자유의 가치가 우선하고 평등과 연대가 중시되는 세상을 추구하는 아나키즘이, 소외된 정치 조건을 극복하고 자기 삶을 스스로 변화시키려는 능동적인 정치 주체가 살림살이를 재구성하는 생활 정치인 풀뿌리민주주의에 어떻게 상응하는지 풀어냈다. 한국 풀뿌리민주주의의 이론적 기반을 다지는 《풀뿌리민주주의와 아나키즘》은 풀뿌리민주주의의 경험과 이론의 불균형을 바로잡는 균형추가 될 것이다.

목차

들어가며 ― 풀뿌리, 민주주의, 아나키즘

1부. 풀뿌리운동과 풀뿌리민주주의
1장. 변질한 민주주의와 분출하는 풀뿌리운동
1. 대의민주주의와 민주주의 개념의 변질
2. 관료주의와 민주주의의 형식화에 맞선 저항
3. 사회주의와 민주주의의 명목화에 맞선 저항
2장. 풀뿌리민주주의란 무엇인가
1. 풀뿌리의 정의
2. 민주주의의 재구성
3. 생활정치와 제도 정치의 연계
4. 민주주의는 살림살이다

2부. 한국 풀뿌리민주주의의 역사와 아나키즘
1장. 일제 강점기 ― 풀뿌리운동과 아나키즘의 접속
1. 계와 두레 ― 자치와 자급의 공간
2. 3·1운동과 식민 권력의 충돌
3. 대안 이념 ― 아나키즘의 수용 과정과 특징
2장. 아나키즘 ― 근대/비국가 민주주의
1. 한족총연합회와 자치 공동체
2. 남화한인청년연맹과 아나코-코뮌주의
3. 아나키즘 ― 근대 사상이자 국가사상
3장. 해방 이후 ― 풀뿌리운동과 아나키즘의 쇠락
1. 자치와 자급 기반의 파괴
2. 풀뿌리운동에 닥친 어려움과 한계
3. 아나키즘 운동의 추상화
4. 정치혁명과 사회혁명 ― 아나키즘의 문제의식

3부. 분권과 연방주의, 고유한 민주주의
1장. 권력 쟁취/집권 신화 비판
1. 아나키즘의 권력관
2. 정부와 국가의 구분 ― 무정부주의인가 반강권주의인가
2장. ‘국가 안의 국가’와 정의론
1. 국가 안의 국가와 국가 없는 삶
2. 법률 없는 정의
3장. 연합의 논리와 연방주의
1. 작은 공동체들은 왜 실패했나
2. 연방주의, 하나의 이념

4부. 호혜와 자급의 경제
1장. 임금 제도와 살림살이의 붕괴
1. 임금 제도와 부의 독점
2. 유쾌한 노동과 자유로운 협약, 자유로운 공산주의
2장. 공유의 원리와 자급의 관점
1. 소유에서 공유로
2. 협동운동과 생산의 재구성
3장. 농촌 공동체와 길드의 호혜망
1. 공업의 분산과 소공업 ― 농촌과 공업 촌락
2. 두뇌노동과 육체노동의 통합

5부. 완전을 거부하는 불완전한 사상
1장. 아나키즘의 다양한 결과 아나코-코뮌주의
2장. 에고와 어소시에이션
3장. 지금 이곳의 아나키즘

6부. 결론 ― 풀뿌리민주주의와 아나키즘의 합주
1장. 왜 연방주의가 대안인가
2장. 왜 협동운동인가

참고 자료 | 찾아보기
 

저자 소개

저자 : 하승우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에서 석사 학위를, 경희대학교 정치외교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풀뿌리자치연구소 이음, 사회투자지원재단에서 연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교육공동체 벗, 땡땡책협동조합, 행복중심생협, 한살림의 조합원이기도 하다. 수도권을 벗어나 충북 옥천에서 자치와 자급의 기반을 닦는 일에 관심을 쏟고 있다. 지은 책으로 《민주주의에 反하다》, 《도시생활자의 정치백서》, 《군대가 없으면 나라가 망할까》, ...
 

책 속으로

민주주의라는 말이 애초에 민중의 지배를 가리키는데도 풀뿌리라는 수식어가 붙는 이유는 그 민중에 포함되지 못한 사람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고대에는 여성과 외국인, 청소년이 정치에서 배제됐다면, 근대에도 여성과 빈민, 이주 노동자, 아이들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있다. 따라서 풀뿌리민주주의는 이미 시민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아니라 여전히 시민권을 획득하지 못한 사람들이, 그래서 공적인 장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결정권을 행사하지 못한 사람들이 시민권을 가지고 제 목소리를 내며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조건을 마련한다. ― 33~34쪽

3·1운동은 이렇게 국가와 자본에 내몰리고 뿌리 뽑히는 사람들과 공동체들이 벌인 극렬한 저항이었다. …… 민중들은 자신이 이 땅의 주인이라고 선언했다. 그리고 권력이나 자본의 간섭 없이도 자신들이 잘 살 수 있다는 사실을, 그리고 외부의 간섭을 받지 않고 스스로 다스리고 스스로 마련하는 삶이야말로 올바른 대안이라는 점을 깨달았다. 자치 공동체가 하던 일을 대신하던 면사무소가 공격을 받았을 뿐 아니라 심지어 전남 순천, 평안도 의주, 평안도 신미도 등지의 주민들이 면사무소를 접수하고 자치 업무를 본 사실에서 이런 점이 잘 드러난다. 다시는 헐벗은 삶으로 내몰리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가 국가의 폭력에 맞서 새로운 정치의 장을 열었다. ― 85~86쪽

인민위원회가 다수 민중의 지지를 받으며 각 지방에 확고하게 뿌리를 내리고 있었기 때문에 해방 직후 한국 사회는 무정부 사회였을지언정 질서 없는 혼란의 도가니는 아니었으며, ‘자치의 민주주의’를 실현하고 있었다. 도와 군, 면 단위까지 인민위원회가 세워졌고, 농민조합과 더불어 자치 체제를 만들었다. 이런 자발적이고 자생적인 단체는 민주주의의 중요한 밑거름이다.
역설적이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미군정은 자신의 ‘통치’를 위해 인민위원회를 강제로 해산해야 했다. …… 미군정은 한국에 들어온 뒤 거의 1년 동안 인민위원회를 무너뜨리는 일에만 매달렸다. 그 와중에 많은 풀뿌리 민중들이 고통을 받았음은 두말할 필요조차 없다. 더구나 미국은 이 과정에서 한국을 강력한 경찰국가로 만들었고, 공권력의 폭력성을 강화했다. ― 123~124쪽

한국의 국가는 모든 시민이 아니라 특정 시민들만을 중요한 논의 대상으로 여겨왔다. 이른바 ‘지역 토호’라 불리는 사람들만이 온전히 주권자 대접을 받으며 권한을 행사했다. 새마을운동협의회나 자유총연맹, 바르게살기운동협의회 등 관변 단체들은 지역사회에서 정책을 결정할 때 빠지지 않는 사람들이고, 상공회의소나 지방 언론, 개발업자 등도 핵심 참여자들이다. 민주주의나 지방자치를 이야기하지만 이렇게 지역사회의 의사 결정 구조에 들어갈 수 있는 사람들은 이미 정해져 있고, 이런 사람들에게만 정보가 제공된다. 그리고 이런 사람들은 정부의 결정을 무조건 따르거나 자기에게 이익이 될 개발 정책을 지지한다.
― 132~133쪽

아나키스트들의 지향은 다양했지만, 기본은 ‘자유로운 코뮌’ 또는 ‘자율적인 코뮌’이라고 할 수 있다. 지역 주민들이 생활에 필요한 물건을 스스로 만들고 구성원의 필요에 따라 소비하는 체계, 생산하고 교환하고 소비하는 체계가 사유화되지 않고 사회화된 체계, 그곳이 바로 코뮌이다. ‘능력에 따라 일하고 필요에 따라 소비하는’ 사회를 위해 아나키스트들은 사회혁명이 필요하다고 봤다. 아나키스트들은 ‘정치혁명’이 아니라 ‘사회혁명’을 주장했다. ― 139쪽

한국 사회 풀뿌리민주주의의 현실은 그동안 생활 영역의 변화에 제한됐다. …… 아나키즘은 이 틀을 넘어서는 일을 돕는다. 아나키즘의 관점에서 보면, 사회운동의 범주에 포함되지 않던 협동조합이나 신용조합, 공제회, 우애조합 등도 주요한 사회운동이 된다. 예를 들어 18세기부터 공제조합은 질병과 사망에 대비해 상호보험을 제공하는 구실을 맡아왔다. 시간이 흐르면서 공제의 범위도 조금씩 넓어졌다. 자기 노동력을 활용해 비용을 줄이고 공동주택을 건설하려고 공동으로 자금을 모으는 사람들이 꾸린 주택금융공제조합은 추첨을 통해 누가 어느 집에 살지를 결정하고, 모든 이의 집이 완성되면 해산했다고 한다. 영국 버밍햄에서는 이런 조직이 연동집합주택의 약 30퍼센트 정도를 건축했다고 한다. 이런 식의 활동은 우리의 일상을 재구성하고 접촉면을 넓히는 공유지를 만든다.
---본문 중에서
 

출판사 리뷰

완전을 거부하는 사상,
아나키즘과 풀뿌리민주주의의 합주!
풀뿌리민주주의와 아나키즘의 이론, 역사, 현실을 돌아보고
주체 성찰과 정치 행동과 살림살이의 정치를 재구성하자
연방주의와 협동운동으로 열어가는 지금 이곳의 삶의 정치를 향해!


풀뿌리민주주의 ― 내부 식민지에서 벗어나 재구성하는 살림살이의 생활정치
또다시 선거다. 침몰하는 한국호를 바로 세울 지역의 풀뿌리 일꾼을 뽑는 6·4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또 우리를 대의할 누군가를 선택해야 한다. 과천에서는 녹색당 서형원 후보가 나서 한국의 브라이턴앤드호브와 프라이부르크를 만들 풀뿌리 생활정치에 도전한다. 대의자를 선택하는 투표 행위는 끊어진 도시를 연결하고 지역과 주민이 관계를 맺는 풀뿌리 생활정치의 계기가 될 수 있을까?
《풀뿌리민주주의와 아나키즘》은 한국 현대사와 풀뿌리민주주의 관계를 밝히고 있다. 평화와 자유의 가치가 우선하고 평등과 연대가 중시되는 세상을 추구하는 아나키즘이, 소외된 정치 조건을 극복하고 자기 삶을 스스로 변화시키려는 능동적인 정치 주체가 살림살이를 재구성하는 생활 정치인 풀뿌리민주주의에 어떻게 상응하는지 풀어낸다. 테러와 무정부의 사상이라는 오해를 바로 잡으며 아나키즘의 본래 의미를 밝혀내는 하승우는 조선 후기와 일제 강점기, 미군정과 군사 독재 시기에 걸쳐 대의민주주의를 기반으로 한 중앙 정치와 신자유주의 경제 체제를 겪으며 풀뿌리민주주의의 기본 바탕인 상호부조의 전통이 파괴된 역사를 밝히고, 연방주의와 협동운동, 기본소득과 지역화폐 등 아나키즘의 아이디어를 빌려 시민을 주체로 전제하는 풀뿌리민주주의의 이론을 세운다. 그리고 중앙 정부를 향한 불신이 깊어지고 지방이 중앙의 내부 식민지로 전락한 오늘, 한국이 새롭게 지향해야 할 민주주의를 말한다.

일터와 삶터, 정치터의 뿌리 ― 뿌리 깊은 풀뿌리민주주의는 자본과 권력에 아니 휠세
1부는 풀뿌리민주주의가 등장한 맥락과 과정을 살펴본다. 먼저 1장은 대의민주주의의 이론과 역사, 한계를 알아본다. 대의민주주의의 선출 방식은 정치에 관한 ‘탁월성’이라는 인식을 만들어 평범한 사람을 정치에서 배제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2장은 풀뿌리민주주의를 시민권을 획득하지 못해 자신의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결정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사람이 시민권을 가지고 제 목소리를 내며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조건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2부는 한국 역사에서 풀뿌리민주주의와 아나키즘의 연관성을 살핀다. 1장은 자치와 자급의 기능을 한 조선 후기의 계와 두레 등 농민 공동체가 동학혁명과 의병운동 등으로 이어진 흐름을 짚고, 3·1운동이 실패한 뒤 의식과 조직을 단련할 수 있는 이념으로 아나키즘이 수용된 과정과 특징을 알아본다. 2장은 한족총연합회의 자치 공동체와 남화한인청년연맹의 아나코-코뮌주의 등 일제 강점기에 아나키스트들이 꿈꾼 사회를 살핀다. 3장은 해방 이후 미군정과 군사독재 아래 반공주의와 냉전 논리에 밀려 풀뿌리운동과 아나키즘이 사라지는 과정을 정리한다.
3부는 아나키즘의 권력관과 연방주의를 다룬다. 1장은 아나키즘의 뜻을 ‘반강권주의’로 바로 잡고, 억압하는 권력을 부정하는 아나키즘의 권력관을 분명하게 밝힌다. 2장은 ‘국가 안의 국가’인 연방주의에 관한 아나키즘의 구상을 보여준다. 3장은 작은 공동체가 실패한 까닭을 중세 유럽의 길드와 북아프리카 카빌족의 연합체인 소프 등 역사 속 사례에서 찾아보고, 공동체 사이의 자유로운 협약만이 공동체를 유지한다는 사실을 밝혀낸다.
4부는 풀뿌리민주주의와 아나키즘이 경제 영역에서 자급할 수 있는 방법을 말한다. 1장은 임금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한 뒤 임금 제도에서 벗어난 유쾌한 노동과 문화 사회를 상상한다. 2장은 자본주의 방식의 개인 소유에서 벗어나 노동자가 작업장을 소유하고, 협동조합과 공유지를 확대하고, 작업장과 공동체 위원회들의 네트워크를 만드는 등 일터와 삶터를 연결하려는 노력을 살펴본다. 3장은 농촌과 공업이 결합한 새로운 농촌 공동체를 만들고 두뇌노동과 육체노동이 통합된 새로운 노동 방식을 창출하자고 주장한다.
5부는 인간의 자율성과 자아실현을 추구하고 완전을 거부하는 아나키즘의 특징을 살펴본다. 1장은 아나코-코뮌주의의 특징과 끊임없이 접속하고 네트워킹하는 아나키스트들의 경향을 알아본다. 2장은 아나키스트가 개인과 사회의 관계를 설정하는 방식을 다룬다. 아나키스트는 내가 확장된 우리, 다시 말해 사회적 개인을 민주주의의 주체로 여긴다. 3장은 아나키즘의 주체는 특별한 사람들이 아니라 새로운 정치를 시작하려는 배제된 사람들이라고 주장한다.
6부는 아나키즘의 이념을 통해 한국 풀뿌리민주주의의 발전 방향을 모색한다. 1장은 아나키즘의 연방주의가 한국 풀뿌리운동이 지방자치라는 형식화된 틀을 넘어 새로운 국가 구조가 될 수 있게 하는 원리라는 주장을 설득력 있게 제시한다. 2장은 협동조합과 다양한 형태의 공동 노동 형식을 통해 주체를 구성하고 살림살이의 사회성을 실현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기본소득과 지역화폐의 활성화는 다른 경제를 구현할 힘으로 주체를 키우는 데 도움이 된다.

풀뿌리민주주의와 아나키즘 ― 풍부한 경험과 빈약한 이론을 넘어 새로운 민주주의 정치 이론으로
참여예산운동, 학교급식이나 보육, 주민 참여에 관련된 조례 개정 또는 개정 운동, 마을 만들기, 협동조합운동, 정보 공개와 주민참여 운동 등 이미 많은 풀뿌리민주주의 운동이 한국 사회에서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운동은 지방자치 운동과 지방정부의 성과를 보여주는 개별 지역의 특수한 사례로 평가되는 데 그치고 만다. 1970년대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삼은 풀뿌리 주민운동과 협동조합운동, 1987년 6월 민주항쟁 이후 양적으로 성장한 시민단체, 1991년 지방자치제 부활 등 풀뿌리민주주의를 실현하려는 경험은 계속 축적되고 있지만, 노동과 임금, 지방과 중앙, 개인과 사회 등 민주적 사회의 전제 조건 자체에 의문을 제기하는 풀뿌리민주주의의 이론적 틀은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았다. 한국 풀뿌리민주주의의 이론적 기반을 다지는 《풀뿌리민주주의와 아나키즘》은 풀뿌리민주주의의 경험과 이론의 불균형을 바로잡는 균형추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