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책소개
책을 살해한 야만의 역사
세계의 양심이자 석학으로 추앙받는 노암 촘스키 교수가 "인상적인 책이다. 오랜 세월 동안 이 주제에 관해 생산된 책 가운데 가장 뛰어나다.“ 고 선언한 저작. 이 책은 고대 수메르의 점토판 책이 만들어지고 파괴된 역사로부터 이라크에서 진행 중인 책 파괴의 역사까지 책을 파괴한 세계의 모든 역사와 그 배경을 방대한 자료와 고증을 바탕으로 기술한 역작이다.
이야기는 미군의 공습으로 파괴된 이라크의 바그다드 도서관으로부터 시작된다. 거리에 아무렇게나 흩어지고 불태워진 이슬람문화의 고귀한 편린들을 바라보며 저자는 역사와 문화를 살해하는 야만을 고발한다.
이같은 이야기를 따라가다보면 온갖 정보와 지식과 끊임없이 이어지는 질문들에 압도당하고, 한 줌 재로 변해 버린 귀한 책들의 짧은 일생에 가슴아파하고, 인간의 야만성, 비이성적이고 이율배반적인 면모에 전율하고, 저자의 치열한 탐구욕과 열정과 식견에 감동하게 된다.
세계의 양심이자 석학으로 추앙받는 노암 촘스키 교수가 "인상적인 책이다. 오랜 세월 동안 이 주제에 관해 생산된 책 가운데 가장 뛰어나다.“ 고 선언한 저작. 이 책은 고대 수메르의 점토판 책이 만들어지고 파괴된 역사로부터 이라크에서 진행 중인 책 파괴의 역사까지 책을 파괴한 세계의 모든 역사와 그 배경을 방대한 자료와 고증을 바탕으로 기술한 역작이다.
이야기는 미군의 공습으로 파괴된 이라크의 바그다드 도서관으로부터 시작된다. 거리에 아무렇게나 흩어지고 불태워진 이슬람문화의 고귀한 편린들을 바라보며 저자는 역사와 문화를 살해하는 야만을 고발한다.
이같은 이야기를 따라가다보면 온갖 정보와 지식과 끊임없이 이어지는 질문들에 압도당하고, 한 줌 재로 변해 버린 귀한 책들의 짧은 일생에 가슴아파하고, 인간의 야만성, 비이성적이고 이율배반적인 면모에 전율하고, 저자의 치열한 탐구욕과 열정과 식견에 감동하게 된다.
목차
서문
제1부 고대 세계
제1장 근동
책 파괴는 수메르에서 시작된다.
에블라와 시리아의 매장된 도서관들
바빌로니아의 도서관들
아슈르바니팔의 위대한 도서관
히타이트의 비밀의 책들
제2장 이집트
이집트의 라메세움
비밀 파피루스의 소실
이집트에 있던 ‘삶의 집들’
토트의 금지된 책들
제3장 그리스
폐허와 쪼가리들 사이
엠페도클레스의 시들의 파괴
프로타고라스에 대한 검열
플라톤도 책을 불살랐다
아르테미스 신전의 파괴
고대 그리스의 어느 의사
두 명의 책 파괴자들
제4장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의 급속한 발전과 최후
제5장 그리스의 기타 고대 도서관들의 파괴
페르가몬 도서관
아리스토텔레스의 사라진 책 수백 권
폐허가 된 그 밖의 도서관들
제6장 이스라엘
궤, 그리고 율법을 새긴 석판들의 파괴
예레미야의 책
히브리 책에 대한 숭배
사해(死海)의 두루마리들
성서를 먹은 예언자들
제7장 중국
파괴자 진시황
불교서적에 대한 박해
제8장 로마
제국에서 자행된 검열과 박해
도서관들이 사라져 버린 어느 세계
헤르쿨라네움의 불타버린 파피루스
제9장 기독교 과격주의의 유래
마법 관련 서적들에 반대했던 성 바오로
기독교도들에 반대했던 포르피리우스의 책들
그노시스 교파의 텍스트들
초기에 출현한 이교
히파티아의 살인
제10장 책에 대한 망각과 책의 취약성
무관심이 책을 파괴한 경우
지배적인 언어
제2부 비잔틴 시대에서 19세기까지
제1장 콘스탄티노플에서 실종된 책들
제2장 사제들과 야만인들 사이에서
도서관들이 무덤처럼 닫혀 있었을 때
아일랜드의 원고들
수도원들
양피지 사본들과 다른 모순들에 관해
책의 수호자들
제3장 아랍 세계
알라무트와 살인자들의 도서관
훌라구와 바그다드의 책 파괴
제4장 중세의 모호한(수상한) 열기
아벨라르두스의 금서들
반역자 에리우게나
탈무드와 다른 히브리 책들
마이모니데스에 대한 검열
단테의 비극
사교(邪敎)들
제5장 무슬림 통치하의 스페인과 다른 역사들에 관해
알만소르가 불태운 책들
이븐 하즘의 금지된 시들
국토회복 전쟁기 스페인에서 이루어진 코란의 파괴
제6장 멕시코에서 불살라진 코덱스들
신대륙 발견 이전의 코덱스들을 조직적으로 제거
중남미 원주민들에 의한 책 파괴
제7장 르네상스 전성기
실종된 마티아스 코르비누스 도서관의 장서
구텐베르크가 소장했던 도서의 파괴
이단자 미카엘 세르베투스
뮌처의 재세례파 신자들
피코 델라 미란돌라의 도서관
박해와 파괴
두 가지의 특이한 경우들
제8장 종교재판
종교재판소와 책에 대한 검열
신세계에서의 종교재판
제9장 점성학자들에 대한 선고
파괴된 엔리케 데 비예나의 책들
신비한 작품, 『암호술(暗號術)』
노스트라다무스의 금서
존 디의 비밀 도서
제10장 영국의 검열
정교(正敎)가 지은 죄
박해받은 검열자
영국에서 발생한 종교적인 투쟁들
제11장 화재와 전쟁과 오류들 사이
런던의 대화재
에스코리알 수도원과 고대 원고의 소각
파괴된 책들 사이의 아이작 뉴턴
아르니 마그누손의 장서
사고와 재난의 세기들
피넬리의 장서
유명한 조난들
책들에 대한 전투
미국 의회 도서관의 화재
코튼의 텍스트들
베네수엘라 메리다의 세미나리오 학교의 도서관
제12장 혁명과 박해에 관해
자유정신에 대한 적개심
프랑스에서 이루어진 지성인에 대한 공격들
프랑스 혁명 당시의 책 파괴
유식한 폭정과 케케묵은 폭정
1871년의 파리 코뮌
라틴아메리카에서 벌어진 독립과 혁명을 위한 전쟁
제13장 순수를 찾아서
쟈콥 프랑크
나크만 데 브라츨라프
어둠 속에 묻혀 버린 버튼의 원고들
비도덕적이라는 이유로 불타 버린 책들
다윈과 논쟁을 유발한 그의 저서
뉴욕의 종교재판관
제14장 책 파괴에 관한 연구들
제3부 20세기와 21세기의 시작
제1장 스페인 내전기에 파괴된 책들
제2장 나치의 책 파괴
제3장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폭격당한 도서관들
제4장 근대문학의 검열과 자체검열
조이스에 대한 공격들
작품이 파괴된 다른 작가들
미국 정부의 검열
박해당한 작가들
근본주의에 맞선 살만 루시디
작가들이 후회할 때
제5장 재난의 한 세기
한림원과 세계대사전
기억이 위기에 처했을 때
로스엔젤리스 도서관과 레닌그라드 도서관의 대화재
제6장 테러 체제들
발틱해 연안 지역의 몰수와 검열
검열 체제들
중국의 문화혁명
아르헨티나의 독재
근본주의자들
쿠바: 2중 전술
폐허로 변한 국가 팔레스타인
제7장 인종적(민족주의적) 증오
세르비아의 책 살해
책 없는 체첸
제8장 종교, 이데올로기, 섹스
성적 숙청
문화적 숙청
학생들, 그리고 교과서에 대한 학생들의 증오
“해리포터”의 경우
제9장 자연적인 적들과 합법적인 적들 사이
책의 자연적 적들에 관해
자기 파괴적인 책자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책들
발행인들이 책을 파괴할 때
세관들의 경우
제10장 테러리즘과 전자 전쟁
도서관에 대한 테러리즘
월드 트레이드 센터에 대한 공격
책-폭탄
전자책에 대한 말살
제11장 이라크에서 파괴된 책들
역자 후기
추천사
제1부 고대 세계
제1장 근동
책 파괴는 수메르에서 시작된다.
에블라와 시리아의 매장된 도서관들
바빌로니아의 도서관들
아슈르바니팔의 위대한 도서관
히타이트의 비밀의 책들
제2장 이집트
이집트의 라메세움
비밀 파피루스의 소실
이집트에 있던 ‘삶의 집들’
토트의 금지된 책들
제3장 그리스
폐허와 쪼가리들 사이
엠페도클레스의 시들의 파괴
프로타고라스에 대한 검열
플라톤도 책을 불살랐다
아르테미스 신전의 파괴
고대 그리스의 어느 의사
두 명의 책 파괴자들
제4장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의 급속한 발전과 최후
제5장 그리스의 기타 고대 도서관들의 파괴
페르가몬 도서관
아리스토텔레스의 사라진 책 수백 권
폐허가 된 그 밖의 도서관들
제6장 이스라엘
궤, 그리고 율법을 새긴 석판들의 파괴
예레미야의 책
히브리 책에 대한 숭배
사해(死海)의 두루마리들
성서를 먹은 예언자들
제7장 중국
파괴자 진시황
불교서적에 대한 박해
제8장 로마
제국에서 자행된 검열과 박해
도서관들이 사라져 버린 어느 세계
헤르쿨라네움의 불타버린 파피루스
제9장 기독교 과격주의의 유래
마법 관련 서적들에 반대했던 성 바오로
기독교도들에 반대했던 포르피리우스의 책들
그노시스 교파의 텍스트들
초기에 출현한 이교
히파티아의 살인
제10장 책에 대한 망각과 책의 취약성
무관심이 책을 파괴한 경우
지배적인 언어
제2부 비잔틴 시대에서 19세기까지
제1장 콘스탄티노플에서 실종된 책들
제2장 사제들과 야만인들 사이에서
도서관들이 무덤처럼 닫혀 있었을 때
아일랜드의 원고들
수도원들
양피지 사본들과 다른 모순들에 관해
책의 수호자들
제3장 아랍 세계
알라무트와 살인자들의 도서관
훌라구와 바그다드의 책 파괴
제4장 중세의 모호한(수상한) 열기
아벨라르두스의 금서들
반역자 에리우게나
탈무드와 다른 히브리 책들
마이모니데스에 대한 검열
단테의 비극
사교(邪敎)들
제5장 무슬림 통치하의 스페인과 다른 역사들에 관해
알만소르가 불태운 책들
이븐 하즘의 금지된 시들
국토회복 전쟁기 스페인에서 이루어진 코란의 파괴
제6장 멕시코에서 불살라진 코덱스들
신대륙 발견 이전의 코덱스들을 조직적으로 제거
중남미 원주민들에 의한 책 파괴
제7장 르네상스 전성기
실종된 마티아스 코르비누스 도서관의 장서
구텐베르크가 소장했던 도서의 파괴
이단자 미카엘 세르베투스
뮌처의 재세례파 신자들
피코 델라 미란돌라의 도서관
박해와 파괴
두 가지의 특이한 경우들
제8장 종교재판
종교재판소와 책에 대한 검열
신세계에서의 종교재판
제9장 점성학자들에 대한 선고
파괴된 엔리케 데 비예나의 책들
신비한 작품, 『암호술(暗號術)』
노스트라다무스의 금서
존 디의 비밀 도서
제10장 영국의 검열
정교(正敎)가 지은 죄
박해받은 검열자
영국에서 발생한 종교적인 투쟁들
제11장 화재와 전쟁과 오류들 사이
런던의 대화재
에스코리알 수도원과 고대 원고의 소각
파괴된 책들 사이의 아이작 뉴턴
아르니 마그누손의 장서
사고와 재난의 세기들
피넬리의 장서
유명한 조난들
책들에 대한 전투
미국 의회 도서관의 화재
코튼의 텍스트들
베네수엘라 메리다의 세미나리오 학교의 도서관
제12장 혁명과 박해에 관해
자유정신에 대한 적개심
프랑스에서 이루어진 지성인에 대한 공격들
프랑스 혁명 당시의 책 파괴
유식한 폭정과 케케묵은 폭정
1871년의 파리 코뮌
라틴아메리카에서 벌어진 독립과 혁명을 위한 전쟁
제13장 순수를 찾아서
쟈콥 프랑크
나크만 데 브라츨라프
어둠 속에 묻혀 버린 버튼의 원고들
비도덕적이라는 이유로 불타 버린 책들
다윈과 논쟁을 유발한 그의 저서
뉴욕의 종교재판관
제14장 책 파괴에 관한 연구들
제3부 20세기와 21세기의 시작
제1장 스페인 내전기에 파괴된 책들
제2장 나치의 책 파괴
제3장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폭격당한 도서관들
제4장 근대문학의 검열과 자체검열
조이스에 대한 공격들
작품이 파괴된 다른 작가들
미국 정부의 검열
박해당한 작가들
근본주의에 맞선 살만 루시디
작가들이 후회할 때
제5장 재난의 한 세기
한림원과 세계대사전
기억이 위기에 처했을 때
로스엔젤리스 도서관과 레닌그라드 도서관의 대화재
제6장 테러 체제들
발틱해 연안 지역의 몰수와 검열
검열 체제들
중국의 문화혁명
아르헨티나의 독재
근본주의자들
쿠바: 2중 전술
폐허로 변한 국가 팔레스타인
제7장 인종적(민족주의적) 증오
세르비아의 책 살해
책 없는 체첸
제8장 종교, 이데올로기, 섹스
성적 숙청
문화적 숙청
학생들, 그리고 교과서에 대한 학생들의 증오
“해리포터”의 경우
제9장 자연적인 적들과 합법적인 적들 사이
책의 자연적 적들에 관해
자기 파괴적인 책자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책들
발행인들이 책을 파괴할 때
세관들의 경우
제10장 테러리즘과 전자 전쟁
도서관에 대한 테러리즘
월드 트레이드 센터에 대한 공격
책-폭탄
전자책에 대한 말살
제11장 이라크에서 파괴된 책들
역자 후기
추천사
책 속으로
I. 바그다드의 수수께끼
《우리의 기억은 이제 존재하지 않는다. 문명과 글과 법의 요람은 불타 버렸다. 재만 남았다.》 나는 바그다드에서 어느 중세사학자로부터 이 말을 들었다. 며칠 뒤 그는 바아스 당(黨)에 속해 있다는 이유로 체포되었다. 그가 이 말을 했을 때 그는 이미 대학이 지닌 현대적인 체제를 포기하고 있었다. 대학 도서관의 책이 예외 없이 약탈당하고, 강의실과 실험실이 파괴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그는 짙게 그늘진 얼굴로 교문 옆에 혼자 서 있었다. 아마도 그는 속으로 절규를 하며 상념에 잠겨 있었거나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있었을 것이다. 아니 그가 무슨 말을 뱉어낸다 해도 그 말 역시 중동에서 이따금 들렸고 끝없이 지속되던 그 긴 소음의 일부에 불과했을 것이다. 그가 나를 쳐다보았을 때 그의 눈에는 눈물이 고여 있었다.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았다. 기다리는 사람이 누구였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사람은 도착하지 않았고, 몇 분 뒤 나는 그가 건물 옆에 떨어졌던 미사일 한 방 때문에 움푹 팬 분화구 주위를 돌아 정처 없이 멀어지는 것을 보았다.
……
2003년 5월, 바그다드에 도착한 나는 새로운 형태의 문화 파괴가 간접적이고 부정한 방법으로 자행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는 말을 하면 될 것 같다. 미군이 도시를 점령한 뒤, 갈피를 못 잡고 경거망동하는 등의 실수 때문에 문화의 말살 과정은 시작되었다. 그것은 1954년의 헤이그협정, 1972년과 1999년의 의정서 조항을 위반하는 행위였다. 미군은 이라크의 지식 센터들을 불태우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보호하지도 않았다. 이런 무관심은 범죄 집단들에게 백지 위임장을 내준 꼴이었다. 이런 교묘한 문화 파괴주의에 더 기발한 방법의 문화 파괴가 가세했다. 그것은 사담 후세인 체제의 상징에 대한 증오심을 자극시켰던 선전 문구에 고무된 약탈자 군중이 저지른 것이었다. 박물관과 도서관이 그 나라에 존재하던 권력 구조와 동일시되었다는 사실을 잊지 않을 필요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박물관과 도서관이 불길에 휩싸였을 때 사람들은 침묵을 지킴으로써 그 재난을 정당화시켜 버렸다.
……
책이 탄생한 바로 그 곳에서 이처럼 기억의 살해가 자행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의 기억은 이제 존재하지 않는다. 문명과 글과 법의 요람은 불타 버렸다. 재만 남았다.》 나는 바그다드에서 어느 중세사학자로부터 이 말을 들었다. 며칠 뒤 그는 바아스 당(黨)에 속해 있다는 이유로 체포되었다. 그가 이 말을 했을 때 그는 이미 대학이 지닌 현대적인 체제를 포기하고 있었다. 대학 도서관의 책이 예외 없이 약탈당하고, 강의실과 실험실이 파괴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그는 짙게 그늘진 얼굴로 교문 옆에 혼자 서 있었다. 아마도 그는 속으로 절규를 하며 상념에 잠겨 있었거나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있었을 것이다. 아니 그가 무슨 말을 뱉어낸다 해도 그 말 역시 중동에서 이따금 들렸고 끝없이 지속되던 그 긴 소음의 일부에 불과했을 것이다. 그가 나를 쳐다보았을 때 그의 눈에는 눈물이 고여 있었다.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았다. 기다리는 사람이 누구였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사람은 도착하지 않았고, 몇 분 뒤 나는 그가 건물 옆에 떨어졌던 미사일 한 방 때문에 움푹 팬 분화구 주위를 돌아 정처 없이 멀어지는 것을 보았다.
……
2003년 5월, 바그다드에 도착한 나는 새로운 형태의 문화 파괴가 간접적이고 부정한 방법으로 자행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는 말을 하면 될 것 같다. 미군이 도시를 점령한 뒤, 갈피를 못 잡고 경거망동하는 등의 실수 때문에 문화의 말살 과정은 시작되었다. 그것은 1954년의 헤이그협정, 1972년과 1999년의 의정서 조항을 위반하는 행위였다. 미군은 이라크의 지식 센터들을 불태우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보호하지도 않았다. 이런 무관심은 범죄 집단들에게 백지 위임장을 내준 꼴이었다. 이런 교묘한 문화 파괴주의에 더 기발한 방법의 문화 파괴가 가세했다. 그것은 사담 후세인 체제의 상징에 대한 증오심을 자극시켰던 선전 문구에 고무된 약탈자 군중이 저지른 것이었다. 박물관과 도서관이 그 나라에 존재하던 권력 구조와 동일시되었다는 사실을 잊지 않을 필요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박물관과 도서관이 불길에 휩싸였을 때 사람들은 침묵을 지킴으로써 그 재난을 정당화시켜 버렸다.
……
책이 탄생한 바로 그 곳에서 이처럼 기억의 살해가 자행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 본문 중에서
출판사 리뷰
세상에서 사라져 버린 책들의 가슴 아픈 이야기
사실, 책과 도서관의 기원에 관한 기록은 수백 권도 넘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책 파괴에 관한 책은 거의 없고, 바에스의 『책 파괴의 세계사』처럼 방대하고 심오한 책은 단 한 권도 없었다. 지구상에서 사라져 버린 ‘모든’ 책을 모두 다루고 있는 『책 파괴의 세계사』를 읽다 보면 온갖 정보와 지식과 끊임없이 이어지는 질문들에 압도당하고, 한 줌 재로 변해 버린 귀한 책들의 짧은 일생에 가슴아파하고, 인간의 야만성, 비이성적이고 이율배반적인 면모에 전율하고, 저자의 치열한 탐구욕과 열정과 식견에 감동하게 된다.
2003년 5월 10일, 베네수엘라의 도서관학자 페르난도 바에스는 폐허로 변한 바그다드 국립도서관을 찾아갔다. 미군이 도시를 점령하고 있는 동안 도서관 건물이 두 번의 공격과 약탈을 겪은 뒤였다. 가장 처참한 사건은 4월 10일에 발생했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도서관으로 몰려들어 쇼핑을 하듯 모조리 가져갔다. 첫 번째 약탈자 무리는 가장 중요한 원고들을 서둘러 약탈했다. 무너져 버린 체제에 혐오감을 느끼고, 굶주림에 지쳐 있던 다른 약탈자들은 도서관을 황폐화시켰다. 13일에는 약탈자들이 군인들의 수동적인 태도를 이용해 서고에 휘발유를 뿌리고 책을 불태웠다. 서고를 불태우기 위해 책으로 모닥불을 만들었다. 마이크로필름 문서를 소장한 3층에는 남아 있는 것이 없었다. 불기운이 어찌나 셌던지 대리석 바닥까지 훼손되었다. 이라크의 국립문서고도 파괴되었다. 오토만 제국의 기록물과 법령 등 천만 건이 넘는 문서가 사라져 버렸다. 수많은 책이 구조되어 비밀 장소로 옮겨지긴 했지만 백만여 권의 책이 불탔다. 이어지는 며칠 동안, 바그다드 대학교 도서관을 비롯해 이라크 국내 수십 개 대학교의 도서관과 바소라의 자연사 박물관, 이슬람 도서관 등이 불탔다.
파괴되고 약탈당한 도서관이 남긴 교훈
이라크의 여러 도서관과 박물관이 겪은 참상을 목도한 바에스는 세계 책파괴의 역사에 관한 책을 쓰기 시작한다. 이 특이한 세계사는 수메르와 바빌로니아 문명이 탄생한 이라크에서 시작해 반쯤 파괴된 현재의 이라크에서 끝난다. 애초에 바에스는 엄청난 분량의 자료를 입수하고 분석해 거대한 작품으로 완성하려 했다고 한다. 만약 바에스가 소장 재료를 모두 기술했더라면, 여러 권짜리 ‘불명예의 세계사’, 또는 ‘인류의 공포 백과사전’이 되었을 것이나, 결국, 광범위한 지식을 솜씨 좋게 요약해 놓은 이 책 『책파괴의 세계사』가 탄생하게 된다.
그렇다면, 유사 이래 파괴된 책은 몇 권이나 될까? 대략 추정해 보아도 머리털이 곤두설 정도다. 사라진 책의 40% 정도는 홍수, 지진 같은 자연재해와 화재, 조난 같은 사고, 책벌레, 좀 같은 곤충과 동물, 특정 언어의 사멸, 문학적 조류의 변화 같은 문화적 변이, 그리고 책의 재질 자체가 지닌 결함 때문이다. 나머지 60%는 인간의 자발적인 파괴 때문이다. 우연히 발생한 것처럼 보이는 많은 화재도 사실은 인간이 저지른 것이기 때문에 책파괴의 주요인은 소위 ‘인재(人災)’라고 할 수 있다. 1933년 5월 나치 정권이 책 수백만 권을 파괴하자, 당시 《뉴스위크》는 이를 ‘Holocaust of books’로, 《타임》은 ‘bibliocaust’로 규정했다. 스페인 소설가 뻬레스 레베르떼는 “책 한 권이 불탈 때 그 책과 관련되어 있는 모든 삶이 죽음과 동시에 인간의 영혼도 죽기 때문에 책과 도서관의 파괴는 그 어떤 경우에도 정당성을 획득하기 어렵고 그 어떤 설명도 가능하지 않은 가장 잔인한 행위”라고 역설했다.
그렇다면, 인간의 책파괴 행위는 언제부터 시작되었을까? 아마도 책이 탄생한 순간부터였을 것이다. 약 55세기 전 수메르에서 시작되었는데, 책의 형태 및 종류가 다양해지고 그 수가 늘어감에 따라 책파괴 행위도 생산량에 보조를 맞추듯 함께 늘어갔다.
대규모로 책을 파괴한 역사가 담겨 있는 가장 오랜 문헌 가운데 하나는 루가가 쓴 기록이다. 바울이 에페수스에서 설교를 마치자마자, 마술을 부리던 많은 사람이 각자의 책을 갖고 와서 모든 사람이 지켜보는 가운데 불살라 버린 것이다. 그 후, 알렉산드리아의 도서관 파괴, 중세 스페인의 아랍인들과 유대인들의 도서관 파괴, 유럽의 종교재판으로 인한 무시무시한 파괴, 나치의 도서 파괴가 이루어지고, 이 참화의 ‘불길한 서클’은 제2차 세계대전 시 폭탄을 맞은 도서관부터 사라예보, 쿠바, 체첸, 팔레스타인, 그리고 이라크까지 이어졌다.
책을 파괴하는 이유, 책을 파괴하는 사람의 성향
인간의 의도적인 책 파괴에는 겉으로 드러난 이유가 몇 가지 있다. 과거 중국의 법가(法家) 사상가들은 민중이 깨우치면 지배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책을 불살랐다. 아메리카를 정복한 스페인 사?들은 피정복 지역의 역사와 신앙을 지우거나 바꾸기 위해 책을 파괴했다. 천년왕국설 신봉자들은 무식한 사람만이 세상을 구원할 수 있다며 책을 경원했다. 새롭게 등장한 지배 세력은 자신들에게 위험요소가 된다는 이유로 책을 없앴다. 전위주의자들은 앞서 나온 책 모두를 불태우고자 했다. “그것이 내 것이라면, 새로운 것이다. 그것이 내 것이라면, 진리다”라는 망상에 젖어 있었던 것이다. 아르헨티나의 비델라 독재기인 1976년 말경, 일부 ‘독재 부역자’들이 생 떽쥐뻬리의 『어린왕자』몇 권을 불태웠다. 전통 가치를 부정한다는 것이 이유였다. 그 책을 불태운 바로 그 모닥불이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 빠블로 네루다,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께스의 ‘불순한’ 작품을 불태우는 데 소용되었다. 2001년 12월 미국 남부 지역에 거주하는 잭 브로드 목사와 광신도 무리는 J. K. 롤링의 소설 주인공이 점술과 환술을 배우도록 사주했다는 이유로 소설 여러 권을 불태웠다. 제국 시대나 중국의 문화대혁명 시기에 그랬던 것처럼, 단순히 권태를 피하기 위해 책을 불사르는 경우까지 있었다.
직·간접적으로 책을 파괴한 철학자도 있다. 플라톤은 젊은 시절 디오니소스 극장에서 열린 경연대회에 참석하고 나오면서 소크라테스를 만난 뒤 소크라테스의 모든 시를 불살랐다. 데카르트는 자신의 방법론을 맹신한 나머지 독자들에게 옛 서적을 불태우도록 요청했다. 데이비드 흄처럼 관대한 인물도 형이상학에 관한 모든 책을 말살하자고 주장했다. 마르틴 하이데거는 서재에서 에드문드 훗설의 책들을 꺼내 철학과 제자들에게 불사르도록 했다.
뿐만 아니라 도서관과 책의 파괴를 순수한 문학적 기쁨으로 환원해 버린 경우 또한 적지 않다. 조지 오웰은 소설 『1984년』에 어느 전체주의 국가에 대해 소개했는데, 그 국가에는 모든 과거를 찾아내 지우는 업무를 담당하는 부처가 있다. 레이 브래드베리는 『화씨 451』 - 화씨 451도’는 바로 종이가 불에 타기 시작하는 온도를 가리킨다 - 에서 책이 지배 체제의 정통성을 교란시키지 않도록 소방대가 책을 불태우는 업무를 수행하는 미래를 상상했다. 보르헤스는 『모래의 책』에서 “아주 오랜 세월 동안 매 세기마다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을 불태워야 한다”고 역설했다. 현재를 새롭게 만들기 위해서는 과거를 불태울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과학과 쾌락과 소통과 정신적 개화(開化)를 가능하게 해 주는 책이 최근에는 파괴적인 무기로 변해 스스로 파괴되고 있다. 바로 책-폭탄이다. 책을 받아 본 사람이 책을 열면 책 속에 장치 해 놓은 폭탄이 폭발하도록 되어 있는 것이다. 발신자의 익명성이 보장되는 데다 책이 지닌 이미지 때문에 수신자가 별 의심 없이 받아서 펼쳐보게 된다는 사실로부터 착안된 책-폭탄은 인류 지성의 정수인 책이 그렇듯 아주 효과적인 파괴와 테러의 도구로 변하면서 스스로 파괴된다는 점에서 아주 특이하다.
인간이 위대한 문화유산인 책을 의도적으로, 자발적으로 파괴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페르난도 바에스에 따르면, 인간은 원초적으로 파괴 본능을 지니고 있는데, 책은 특히 기억을 연결시켜 주는 기재이기 때문에 인간의 손에 의해 파괴된다. 다시 말해, 책 한 권에는 어느 문화 전체의 관념적인 유산을 내포하는 ‘기억’이 들어있기 때문에 책파괴를 통해 그 기억을 말살하려 한다는 것이다. 물론, 보다 우수하다고 판단되는 어느 가치에 직?간접적인 위협이 될 수 있는 것을 파괴하려는 것일 뿐 책이 객체로서 증오스럽다는 이유로 파괴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인간이 책을 파괴할 때 주로 불을 사용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불이 물질적인 것을 없애 버리기에 가장 쉽고 편리한 기재이기 때문이다. 바에스에 따르면, 인간이 불을 이용해 뭔가를 파괴할 때, 삶과 죽음을 관장하는 불의 주인인 신이 되는 장난을 한다. 불을 사용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작품의 영(靈)을 단순한 물질로 만들기 위해서다. 종이가 불태워지면 시간을 초월하는 이성이 재로 변해 버려 이제는 더 이상 이성일 수 없게 된다. 한편, 윌리엄 블레이즈 같은 이는, “만일 이런 ‘정화의 불길’을 통해 쓰레기더미와 같은 책을 소각해 버리지 않았다면 그만큼 많은 책을 보관할 장소가 절대적으로 부족했을 것이기 때문에 결국 매우 파괴적인 수단이 모색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실질적인 주장을 펼친다.
책을 파괴하는 사람은 과연 어떤 성향을 지녔는지 궁금해진다. 바에스에 따르면, 어느 민족을 막론하고 교양이 높은 사람일수록 책을 말살할 준비가 더 잘 되어 있다. 사실, 책파괴자는 획일적이고 완고한 세계관을 지니고 있으며, 자기중심적이고, 자기만족적이고, 시대착오적이고, 단순하고, 과시적인 천성을 지닌, 요지부동의 독재적 인간이다. 한편, 보르헤스는, 책 수백만 권이 무분별하게 없어져 버린 것은 책파괴자들의 위생학적·금욕주의적인 광증 때문이었다는 특이한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앞서 언급했다시피, 책파괴의 주체는 바로 사람이다. 책을 보존한다는 명목으로 마이크로필름이나 시디롬 등에 옮기는 작업도 인간의 다양하고 집요한 파괴욕 앞에서는 아무 소용이 없다. 인간의 우둔함이 계속되는 한, 새로운 관념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진부한 보수성이 지속되는 한, 이데올로기적 대립과 전쟁이 끊이지 않는 한 책파괴 행위는 끝나지 않을 것이다.
“「도서관」은 너무 광대하기 때문에 인간의 손에 의해 저질러진 모든 손실 부분은 극소량에 불과할 뿐만 아니라,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고 대체가 불가능한 각각의 책이라도 (「도서관」은 총체적인 것이라서) 글자 하나 또는 쉼표 하나 때문에 차이가 나는 불완전한 복사본이 항상 수십만 권이나 있다”는 보르헤스의 말이 그나마 우리에게 위안을 주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사실, 책과 도서관의 기원에 관한 기록은 수백 권도 넘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책 파괴에 관한 책은 거의 없고, 바에스의 『책 파괴의 세계사』처럼 방대하고 심오한 책은 단 한 권도 없었다. 지구상에서 사라져 버린 ‘모든’ 책을 모두 다루고 있는 『책 파괴의 세계사』를 읽다 보면 온갖 정보와 지식과 끊임없이 이어지는 질문들에 압도당하고, 한 줌 재로 변해 버린 귀한 책들의 짧은 일생에 가슴아파하고, 인간의 야만성, 비이성적이고 이율배반적인 면모에 전율하고, 저자의 치열한 탐구욕과 열정과 식견에 감동하게 된다.
2003년 5월 10일, 베네수엘라의 도서관학자 페르난도 바에스는 폐허로 변한 바그다드 국립도서관을 찾아갔다. 미군이 도시를 점령하고 있는 동안 도서관 건물이 두 번의 공격과 약탈을 겪은 뒤였다. 가장 처참한 사건은 4월 10일에 발생했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도서관으로 몰려들어 쇼핑을 하듯 모조리 가져갔다. 첫 번째 약탈자 무리는 가장 중요한 원고들을 서둘러 약탈했다. 무너져 버린 체제에 혐오감을 느끼고, 굶주림에 지쳐 있던 다른 약탈자들은 도서관을 황폐화시켰다. 13일에는 약탈자들이 군인들의 수동적인 태도를 이용해 서고에 휘발유를 뿌리고 책을 불태웠다. 서고를 불태우기 위해 책으로 모닥불을 만들었다. 마이크로필름 문서를 소장한 3층에는 남아 있는 것이 없었다. 불기운이 어찌나 셌던지 대리석 바닥까지 훼손되었다. 이라크의 국립문서고도 파괴되었다. 오토만 제국의 기록물과 법령 등 천만 건이 넘는 문서가 사라져 버렸다. 수많은 책이 구조되어 비밀 장소로 옮겨지긴 했지만 백만여 권의 책이 불탔다. 이어지는 며칠 동안, 바그다드 대학교 도서관을 비롯해 이라크 국내 수십 개 대학교의 도서관과 바소라의 자연사 박물관, 이슬람 도서관 등이 불탔다.
파괴되고 약탈당한 도서관이 남긴 교훈
이라크의 여러 도서관과 박물관이 겪은 참상을 목도한 바에스는 세계 책파괴의 역사에 관한 책을 쓰기 시작한다. 이 특이한 세계사는 수메르와 바빌로니아 문명이 탄생한 이라크에서 시작해 반쯤 파괴된 현재의 이라크에서 끝난다. 애초에 바에스는 엄청난 분량의 자료를 입수하고 분석해 거대한 작품으로 완성하려 했다고 한다. 만약 바에스가 소장 재료를 모두 기술했더라면, 여러 권짜리 ‘불명예의 세계사’, 또는 ‘인류의 공포 백과사전’이 되었을 것이나, 결국, 광범위한 지식을 솜씨 좋게 요약해 놓은 이 책 『책파괴의 세계사』가 탄생하게 된다.
그렇다면, 유사 이래 파괴된 책은 몇 권이나 될까? 대략 추정해 보아도 머리털이 곤두설 정도다. 사라진 책의 40% 정도는 홍수, 지진 같은 자연재해와 화재, 조난 같은 사고, 책벌레, 좀 같은 곤충과 동물, 특정 언어의 사멸, 문학적 조류의 변화 같은 문화적 변이, 그리고 책의 재질 자체가 지닌 결함 때문이다. 나머지 60%는 인간의 자발적인 파괴 때문이다. 우연히 발생한 것처럼 보이는 많은 화재도 사실은 인간이 저지른 것이기 때문에 책파괴의 주요인은 소위 ‘인재(人災)’라고 할 수 있다. 1933년 5월 나치 정권이 책 수백만 권을 파괴하자, 당시 《뉴스위크》는 이를 ‘Holocaust of books’로, 《타임》은 ‘bibliocaust’로 규정했다. 스페인 소설가 뻬레스 레베르떼는 “책 한 권이 불탈 때 그 책과 관련되어 있는 모든 삶이 죽음과 동시에 인간의 영혼도 죽기 때문에 책과 도서관의 파괴는 그 어떤 경우에도 정당성을 획득하기 어렵고 그 어떤 설명도 가능하지 않은 가장 잔인한 행위”라고 역설했다.
그렇다면, 인간의 책파괴 행위는 언제부터 시작되었을까? 아마도 책이 탄생한 순간부터였을 것이다. 약 55세기 전 수메르에서 시작되었는데, 책의 형태 및 종류가 다양해지고 그 수가 늘어감에 따라 책파괴 행위도 생산량에 보조를 맞추듯 함께 늘어갔다.
대규모로 책을 파괴한 역사가 담겨 있는 가장 오랜 문헌 가운데 하나는 루가가 쓴 기록이다. 바울이 에페수스에서 설교를 마치자마자, 마술을 부리던 많은 사람이 각자의 책을 갖고 와서 모든 사람이 지켜보는 가운데 불살라 버린 것이다. 그 후, 알렉산드리아의 도서관 파괴, 중세 스페인의 아랍인들과 유대인들의 도서관 파괴, 유럽의 종교재판으로 인한 무시무시한 파괴, 나치의 도서 파괴가 이루어지고, 이 참화의 ‘불길한 서클’은 제2차 세계대전 시 폭탄을 맞은 도서관부터 사라예보, 쿠바, 체첸, 팔레스타인, 그리고 이라크까지 이어졌다.
책을 파괴하는 이유, 책을 파괴하는 사람의 성향
인간의 의도적인 책 파괴에는 겉으로 드러난 이유가 몇 가지 있다. 과거 중국의 법가(法家) 사상가들은 민중이 깨우치면 지배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책을 불살랐다. 아메리카를 정복한 스페인 사?들은 피정복 지역의 역사와 신앙을 지우거나 바꾸기 위해 책을 파괴했다. 천년왕국설 신봉자들은 무식한 사람만이 세상을 구원할 수 있다며 책을 경원했다. 새롭게 등장한 지배 세력은 자신들에게 위험요소가 된다는 이유로 책을 없앴다. 전위주의자들은 앞서 나온 책 모두를 불태우고자 했다. “그것이 내 것이라면, 새로운 것이다. 그것이 내 것이라면, 진리다”라는 망상에 젖어 있었던 것이다. 아르헨티나의 비델라 독재기인 1976년 말경, 일부 ‘독재 부역자’들이 생 떽쥐뻬리의 『어린왕자』몇 권을 불태웠다. 전통 가치를 부정한다는 것이 이유였다. 그 책을 불태운 바로 그 모닥불이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 빠블로 네루다,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께스의 ‘불순한’ 작품을 불태우는 데 소용되었다. 2001년 12월 미국 남부 지역에 거주하는 잭 브로드 목사와 광신도 무리는 J. K. 롤링의 소설 주인공이 점술과 환술을 배우도록 사주했다는 이유로 소설 여러 권을 불태웠다. 제국 시대나 중국의 문화대혁명 시기에 그랬던 것처럼, 단순히 권태를 피하기 위해 책을 불사르는 경우까지 있었다.
직·간접적으로 책을 파괴한 철학자도 있다. 플라톤은 젊은 시절 디오니소스 극장에서 열린 경연대회에 참석하고 나오면서 소크라테스를 만난 뒤 소크라테스의 모든 시를 불살랐다. 데카르트는 자신의 방법론을 맹신한 나머지 독자들에게 옛 서적을 불태우도록 요청했다. 데이비드 흄처럼 관대한 인물도 형이상학에 관한 모든 책을 말살하자고 주장했다. 마르틴 하이데거는 서재에서 에드문드 훗설의 책들을 꺼내 철학과 제자들에게 불사르도록 했다.
뿐만 아니라 도서관과 책의 파괴를 순수한 문학적 기쁨으로 환원해 버린 경우 또한 적지 않다. 조지 오웰은 소설 『1984년』에 어느 전체주의 국가에 대해 소개했는데, 그 국가에는 모든 과거를 찾아내 지우는 업무를 담당하는 부처가 있다. 레이 브래드베리는 『화씨 451』 - 화씨 451도’는 바로 종이가 불에 타기 시작하는 온도를 가리킨다 - 에서 책이 지배 체제의 정통성을 교란시키지 않도록 소방대가 책을 불태우는 업무를 수행하는 미래를 상상했다. 보르헤스는 『모래의 책』에서 “아주 오랜 세월 동안 매 세기마다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을 불태워야 한다”고 역설했다. 현재를 새롭게 만들기 위해서는 과거를 불태울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과학과 쾌락과 소통과 정신적 개화(開化)를 가능하게 해 주는 책이 최근에는 파괴적인 무기로 변해 스스로 파괴되고 있다. 바로 책-폭탄이다. 책을 받아 본 사람이 책을 열면 책 속에 장치 해 놓은 폭탄이 폭발하도록 되어 있는 것이다. 발신자의 익명성이 보장되는 데다 책이 지닌 이미지 때문에 수신자가 별 의심 없이 받아서 펼쳐보게 된다는 사실로부터 착안된 책-폭탄은 인류 지성의 정수인 책이 그렇듯 아주 효과적인 파괴와 테러의 도구로 변하면서 스스로 파괴된다는 점에서 아주 특이하다.
인간이 위대한 문화유산인 책을 의도적으로, 자발적으로 파괴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페르난도 바에스에 따르면, 인간은 원초적으로 파괴 본능을 지니고 있는데, 책은 특히 기억을 연결시켜 주는 기재이기 때문에 인간의 손에 의해 파괴된다. 다시 말해, 책 한 권에는 어느 문화 전체의 관념적인 유산을 내포하는 ‘기억’이 들어있기 때문에 책파괴를 통해 그 기억을 말살하려 한다는 것이다. 물론, 보다 우수하다고 판단되는 어느 가치에 직?간접적인 위협이 될 수 있는 것을 파괴하려는 것일 뿐 책이 객체로서 증오스럽다는 이유로 파괴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인간이 책을 파괴할 때 주로 불을 사용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불이 물질적인 것을 없애 버리기에 가장 쉽고 편리한 기재이기 때문이다. 바에스에 따르면, 인간이 불을 이용해 뭔가를 파괴할 때, 삶과 죽음을 관장하는 불의 주인인 신이 되는 장난을 한다. 불을 사용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작품의 영(靈)을 단순한 물질로 만들기 위해서다. 종이가 불태워지면 시간을 초월하는 이성이 재로 변해 버려 이제는 더 이상 이성일 수 없게 된다. 한편, 윌리엄 블레이즈 같은 이는, “만일 이런 ‘정화의 불길’을 통해 쓰레기더미와 같은 책을 소각해 버리지 않았다면 그만큼 많은 책을 보관할 장소가 절대적으로 부족했을 것이기 때문에 결국 매우 파괴적인 수단이 모색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실질적인 주장을 펼친다.
책을 파괴하는 사람은 과연 어떤 성향을 지녔는지 궁금해진다. 바에스에 따르면, 어느 민족을 막론하고 교양이 높은 사람일수록 책을 말살할 준비가 더 잘 되어 있다. 사실, 책파괴자는 획일적이고 완고한 세계관을 지니고 있으며, 자기중심적이고, 자기만족적이고, 시대착오적이고, 단순하고, 과시적인 천성을 지닌, 요지부동의 독재적 인간이다. 한편, 보르헤스는, 책 수백만 권이 무분별하게 없어져 버린 것은 책파괴자들의 위생학적·금욕주의적인 광증 때문이었다는 특이한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앞서 언급했다시피, 책파괴의 주체는 바로 사람이다. 책을 보존한다는 명목으로 마이크로필름이나 시디롬 등에 옮기는 작업도 인간의 다양하고 집요한 파괴욕 앞에서는 아무 소용이 없다. 인간의 우둔함이 계속되는 한, 새로운 관념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진부한 보수성이 지속되는 한, 이데올로기적 대립과 전쟁이 끊이지 않는 한 책파괴 행위는 끝나지 않을 것이다.
“「도서관」은 너무 광대하기 때문에 인간의 손에 의해 저질러진 모든 손실 부분은 극소량에 불과할 뿐만 아니라,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고 대체가 불가능한 각각의 책이라도 (「도서관」은 총체적인 것이라서) 글자 하나 또는 쉼표 하나 때문에 차이가 나는 불완전한 복사본이 항상 수십만 권이나 있다”는 보르헤스의 말이 그나마 우리에게 위안을 주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추천평
놀라운 책이다. 인류가 ‘지성의 성소’를 어떻게 모욕해 왔는지를 이처럼 광범하고 깊이 있게 논의한 책을 만나기란 결코 쉽지 않다. 제목에 세계사를 붙일 수 있을 정도로 특정 문명권에 갇히지 않고 두루 살핀 것도 미덕이라 할만하다. 예부터 책은 거인의 무동을 타고 바라본 새로운 지평에 대한 ‘보고서’였다. 과거의 것을 비판적으로 선택해 디딤돌로 삼았으나, 더 나은 내일을 꿈꾸었던 것이다. 그렇다고 책이 미래형으로 존재하길 바란 것은 아니다. 그 모든 책은 현재진행형이길 꿈꾸었다. 당대의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그 결과로 세상이 바뀌길 열망했다. 책은 근본적으로 불온하고 불손할 수밖에 없었다.
인류사의 한 축이 책의 파괴사일 수밖에 없었던 것은, 그러므로 당연하기까지 하다. 권력이 불온한 것을 용인할 수 없는 법이다. 지은이의 말대로 책을 파괴하는 이들은 “독재적이고, 자기중심적이고, 자기만족적이고, 천방지축이고, 시대착오적이고, 단순하고, 과시적인 천성을 지닌, 요지부동의 절대자들”이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어두운 시절, 한 시인은 분서갱유의 목록에 자신의 책이 들어가지 않은 사실을 알고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 그 목록에 빠졌다는 것은, 진실을 말하지 않았고 위험하지도 않았다는 뜻이지 않은가. 졸지에 권력의 하수인이 되거나 대중에게 거짓말하는 사람으로 전락하고 만 것이지 않은가. 그러기에 “차라리 나를 불태워라!”라고 노래했던 것이다.
이권우 (도사평론가)
인류사의 한 축이 책의 파괴사일 수밖에 없었던 것은, 그러므로 당연하기까지 하다. 권력이 불온한 것을 용인할 수 없는 법이다. 지은이의 말대로 책을 파괴하는 이들은 “독재적이고, 자기중심적이고, 자기만족적이고, 천방지축이고, 시대착오적이고, 단순하고, 과시적인 천성을 지닌, 요지부동의 절대자들”이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어두운 시절, 한 시인은 분서갱유의 목록에 자신의 책이 들어가지 않은 사실을 알고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 그 목록에 빠졌다는 것은, 진실을 말하지 않았고 위험하지도 않았다는 뜻이지 않은가. 졸지에 권력의 하수인이 되거나 대중에게 거짓말하는 사람으로 전락하고 만 것이지 않은가. 그러기에 “차라리 나를 불태워라!”라고 노래했던 것이다.
이권우 (도사평론가)
'43.서양사 이해 (독서>책소개) > 4.서양유럽역사문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로마공화정 중기의 호민관 (2022 /유럽문화) - 공화 정치의 조정자 (0) | 2023.02.05 |
---|---|
군중의 망상 (2023 / 중앙일보 / 세계문화) - 욕망과 광기의 역사에 숨겨진 인간 본능의 실체 (0) | 2023.02.04 |
세계사를 품은 스페인 요리의 역사 (0) | 2022.12.25 |
함스부르크 세계를 지배하다 (마틴레디) (0) | 2022.11.18 |
두터운 유럽 - 권석하의 와닿는 유럽문화사 (0) | 2022.11.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