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대한민국 현대사 (독서>책소개)/2.정부수립이후

10월 유신과 국제정치 - 박정희 탄생 100돌 (1917~2017)

동방박사님 2023. 1. 3.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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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10월유신 - 시대가 요구한 ‘국가총동원체제’

자기가 근무하는 대학교가 있는 도시를 적국 프랑스의 장군이 쳐들어와 접수하자, 행렬 선두의 적국 장군을 보며 “저기 세계정신이 지나간다!”고 외친 이는 옛 독일 프로이센의 철학자 헤겔이다. 예나전투가 벌어진 1806년의 유럽에서 나폴레옹이라는 현상은 역사적 필연이며, 반드시 나폴레옹이 아니더라도 누군가 똑같은 일을 해냈으리라는 세계관이 그로 하여금 조국조차 등지게 만들었을까? 통념처럼 영웅이 시대를 만드는 것일까, 아니면 헤겔의 믿음대로 시대가 영웅을 탄생시키는 것일까?
이 물음을 ‘박정희와 10월유신’이라는 현상에 대입해 냉정히 풀어 보면, ‘10월유신이라는 헌정 중단 사건은 박정희라는 일개인의 권력의지의 산물(영웅이 시대를 만든다)만이 아니라, 1960년대 말~70년대 초 동아시아 국제정치라는 상황이 낳은 산물(시대가 영웅을 만든다)이기도 하다’는 답을 잠정적으로 이끌어낼 수 있다. 『10월유신과 국제정치』(이춘근 저, 기파랑, 2018)는 이 이중의 답 중 상대적으로 덜 조명된 후자, 즉 국제정치와 안보상황이라는 거시적 분석수준에서 풀어 나가는, 짧지만 탄탄한 분석서이다. 그 국제정치 상황이란 구체적으로, 1968년의 사건들로 상징되는 북한의 강도 높은 도발과, 닉슨의 중공 방문으로 상징되듯 어제의 적이 오늘의 벗으로 돌변하기도 하는 냉혹한 동아시아 국제정치 현실이다.

1968년의 사건이란 대표적으로, 김신조를 포함한 북한 특수부대가 박정희를 암살하기 위해 청와대 코앞까지 진격한 1.21사태를 말한다. 당시 중학생으로 청와대 옆동네 살았다는 저자의 회상은 섬뜩하기까지 하다.

“당시 필자는 중학생으로 청와대에서 멀지 않는 적선동에 살고 있었다. 총격전의 총성을 들었고 밤에는 조명탄이 번쩍이는 모습을 가까이서 지켜보았다. 이 같은 상황을 거꾸로 회고해 볼 때 박정희의 극단적 안보정책은 그다지 놀라운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109쪽 주58)

 

목차

책머리에

서론 10월유신에 대한 국제정치구조적 접근
박정희에 대한 객관적 연구의 필요성
연구의 방법
분석의 수준(Levels of Analysis) / 주변 환경에 초점을 맞춘 분석수준(System Level Analysis) / 자료의 문제

제1장 1960년대 국내외 안보환경
5ㆍ16쿠데타의 발발과 그 배경
현대화.조직화된 최정예 집단, 한국 군부 / 한국 군부의 정치 개입 배경
5ㆍ16쿠데타의 목적
한.미동맹 강화를 통한 국가안보 태세 확립 / 경제발전: 강병(强兵)보다 부국(富國)이 먼저
박정희 집권 초기의 국제안보 상황
1961년의 한국과 북한 / 박정희가 당면한 1960년대의 국제안보 환경 / 베트남전쟁의 확전 / 베트남 파병과 한.미관계 / 보이지 않는 갈등 요인, 한국 내 미군
1960년대 북한의 대남 군사위협
4대군사노선을 통한 북한 군사력의 대폭 강화 / 북한의 대남 게릴라전쟁 시도
1.21 청와대 습격 사건
푸에블로호 피랍 사건
미국의 즉각적 대처와 한국의 불만 / 미국의 태도에 대한 박정희의 분노
EC121기 격추 사건과 미국의 맥없음

제2장 닉슨 독트린: 충격과 대책
닉슨 독트린의 배경
닉슨 독트린과 한반도
주한 미군 철군 / 미국의 중국 승인과 중국의 안보리 진출 / 일본의 강대국화 / 지속되는 북한의 대남 군사도발

제3장 국가총동원체제를 위한 구상
국제정치 구조 변화에 대한 박정희의 인식과 대책
평화주의자 박정희의 좌절 / 국가안보 우선주의의 태동 / 박정희의 국내적, 국제적 대응책들 / 국군 현대화와 향토예비군 창설 / 중화학공업 위주의 경제발전
남북대화의 개시

제4장 김일성과의 대결에서 승리하다
유신체제를 어떻게 보아야 할까
박정희와 김일성의 대결

결론 박정희 시대 ‘도전과 응전’의 교훈

참고문헌
후기 후배들도 승리하고 있는가

 

저자 소개

저 : 이춘근 (李春根)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육군 제3사관학교에서 정치학, 국제정치학, 군사영어 교관으로 근무했다. 육군 대위로 전역 후 미국 텍사스대학(The University of Texas at Austin)에서 국제정치 및 전쟁 연구로 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이화여대, 숙명여대, 캐나다 빅토리아대학(University of Victoria)에서 강의했으며, 세종연구소...
 

출판사 리뷰

‘경제가 안보, 부국(富國)이 강병(强兵)’임을 간파 -
박정희는 김일성과의 대결에서 승리했다

10월유신은 1972년 10월 17일의 비상계엄 선포로부터 10월 27일 헌법개정안 공고, 11월 21일 국민투표, 12월 15일 대통령선거(간선제)를 거쳐 12월 27일 박정희 제8대 대통령 당선까지 70여 일에 걸쳐 진행된 과정이다. 박정희가 유신헌법 하 첫 대통령으로 취임한 바로 이날 북한도 주체사상과 수령영도체제 강화를 골자로 하는 ‘사회주의헌법 개정’을 단행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책은 남한과 마찬가지로 북한도 격동하는 국제정세 속에서 불안했으며, 남한의 유신체제와 견줄 만한 국가총동원체제를 도입했다는 사실에 함께 주목한다.
책의 탁월함은 그다음부터다. 남북한이 동시에 국가총동원체제에 들어갔고, 남한의 주역 박정희는 이후 7년 더 집권하고 불의의 암살로 생을 마감한 반면, 북한의 주역 김일성은 이후 22년 더 천수를 누린 것도 모자라 아들, 손자까지 이어지는 세습정권을 완성했다는 것. 그러나 승자는 누구였고, 그 승리의 비결은 무엇이었나? 책은 ‘경제가 곧 안보이고, 부국이 곧 강병’이지, 그 거꾸로는 결코 아님을 간파한 것이 박정희 승리의 비결이라고 단언한다.

“국가지도자들이 국가안보를 위한 정책을 입안할 때 군사력 건설을 우선시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박정희는 경제야말로 국방보다 우선적으로 챙겨야 할 것이라는 신념을 갖고 있었다. ‘빈곤을 추방하는 것이 공산주의와 싸워서 이기는 유일한 길’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북한이 극도로 피폐해진 것, 구소련이 결국 붕괴하고 만 것은 부국과 강병의 우선순위를 뒤바꾼 결과이다. 오늘날 세계 수준의 미사일을 개발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북한은 기초적인 가전제품도 만들 수 없는 나라가 되고 말았다.” (56-57쪽)

시대의 요청, 또는 환경의 ‘도전’에 현명하게 응전(應戰)한 것이 자유와 번영을, 결과적으로 민주까지도 가져왔고, 우리 후배들은 그 덕에 먹고살고 있다는 아주 오래된 진리. 그래서 책은 마지막으로, ‘후배들도 승리하고 있는가?’ 하고 묻는다.

“박정희 이후 우리나라의 주자들은 잘 달려 주었는가? 다른 분야를 다 이긴 나라라도 국가안보에서 지면 결국은 지는 것이다. 오늘 우리나라의 지도자들은 핵을 보유한 북한과 대결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굴종은 평화 대신 멸망을 초래한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는가?” (후기, 185-86쪽)

책은 (재)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과 도서출판 기파랑이 2016년부터 기획하고 진행 중인 『박정희 전집』(전9권, 완간 2017) 및 연구서, 교양서 간행사업의 일환으로 출간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