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과학의 이해 (독서>책소개)/1.기후환경문제

낭비 없는 세상 (2023) - 적은 자원으로 순환 경제를 이용해 지구 살리기

동방박사님 2023. 6. 23.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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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유엔에서 수여하는 환경 보호 분야 최고 훈장, ‘지구 환경 대상’ 수상자이자
리사이클뱅크의 공동 창립자 겸 前 CEO 론 고넨의
지속 가능한 지구를 위한 순환경제 지침서


기후 위기에 대한 경각심이 대두되면서 화석연료의 연소에 대한 사람들의 부정적 인식이 높아졌고 이를 대체하기 위해 태양력과 풍력으로 에너지 전환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온실가스 배출의 약 3분의 2는 소비자들이 사용하는 제품을 생산하기 위한 자원 추출과 채굴, 제품의 제조와 폐기라는 ‘선형 프로세스’에서 나오고 있다. 이렇게 낭비적이고 환경 파괴적인 선형 시스템은 20세기에 개발된 개념이다. 이는 천연자원을 무한대로 가져다 쓰지만 그 과정에서 초래한 환경 피해에 대해서는 책임지지 않는 기업들의 배만 불려온 방식이다. 게다가 이들은 한 번 사용한 후에 곧 쓸모없어지거나 쓰레기처럼 될 제품을 염두에 두고 제조해 이윤을 증가시켰다. 그 결과, 신제품을 금세 또 찍어내려면 천연자원을 더 끌어올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되었다. 환경 문제와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선도적인 전문가로 알려진 론 고넨이 쓴 이 책은 우리가 산업화와 소비문화로 인해 어떻게 많은 폐기물을 생산해왔는지, 그로 인한 환경파괴와 자원 고갈의 문제를 다룬다. 그는 이 책에서 지속 가능한 환경을 위해 폐기물을 최소화하고 재활용, 재사용, 생태적인 소비 등을 촉진하는 방법을 제시하며, 개인과 사회의 차원에서 폐기물 관리에 대한 실용적이고 현실적인 해결책을 제시한다. 또한 기업과 정부의 역할에 대해서도 논의하며, 지속 가능한 생활 방식을 촉진하기 위한 정책과 혁신을 촉구한다.

목차

들어가는 글 지속 가능성을 넘어 재생을 향해

1부 자원을 가져와 낭비하는 행태에 반기를 들다

1장 낭비해야 하는 의무
2장 허위 정보 유포자들
3장 순환경제 혁신 세력이 나가신다, 길을 비켜라

2부 넘쳐나는 순환적 해법

1장 삼림을 아끼기 때문에
2장 환경을 생각하는 먹거리
3장 지속 가능한 옷장
4장 벤자민, 저 할 말 있어요
5장 우리 손에 있는 금광
6장 고쳐 쓰도록 만들다
7장 순환형 모델의 확장

 

저자 소개

저 : 론 고넨 (Ron Gonen)
 
론 고넨은 재료 과학, 첨단 재활용 기술, 공급망 최적화, 지속 가능한 소비자 제품에 대한 투자를 통해 자본주의와 사회·환경적으로 선한 영향력을 연계하여 가치를 극대화하는 투자 회사인 ‘클로즈드 루프 파트너스(Closed Loop Partners)’의 공동 설립자 겸 CEO다. 회사를 창립하기 전에는 블룸버그 행정부에서 뉴욕시 위생, 재활용 및 지속가능성 담당 부국장을 역임했다. 이전에는 ‘리사이클뱅크(Recyc...
 
역 : 최기원
연세대학교 영문학과 졸업. 연세대 국제대학원 국제관계학, 이화여대 통번역대학원 통역학으로 석사학위 취득. 현재 각종 국제회의에서 동시통역사로 활약하고 있으며, 번역에이전시 엔터스코리아에서 전문번역가로도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는 『월세보다 쏠쏠한 에어비앤비』 『페이스북 마케팅』 『고객카드로 이룬 테스코의 기적』 『슈퍼잼 스토리』 『나는 스무 살에 백만장자가 되었다』 『디자이닝 브랜드 아이덴티티』등이 있고 『...

책 속으로

나는 뉴욕 시민들뿐만 아니라 미국 전 국민과 전 세계 사람들을 대상으로 쓰레기 사업으로 폭리를 취하는 업체들 연합의 사기 행각에 간담이 서늘해졌다. 사기꾼들은 자원에서 ‘가져오고, 만들고, 폐기하는Take, make, and waste’ 시스템의 단물을 쏙쏙 빼먹고 있었다. 그들은 소비자, 소비재 회사, 전국 시·군·구청, 그리고 지구의 건강을 희생시키면서 이윤을 갈취해왔다.
---「들어가는 글」 중에서

그렇다면 언제부터 그리고 어떠한 이유로 우리는 그렇게 많은 것들을 버리기 시작했을까? 윤택한 삶을 누리려면 어쩔 수 없이 불필요한 쓰레기가 넘쳐난다고 과연 누가 우리를 설득했단 말인가? 어쩌다가 물건을 살 때마다 매번 새로운 포장재의 비용을 낸다는 걸 당연시하게 되었는가? 설득하기가 쉽지는 않았을 텐데 말이다.
---「1부, 1장, 낭비해야 하는 의무」 중에서

허위 정보 유포자들은 건강과 환경에 해로운 사업 관행을 대체로 포기할 줄 모른다. 규제가 강화되고 소비자들의 수요가 그 반대를 지향해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시간을 되돌려 화학 회사들이 지난 수십 년 동안 대중을 속이는 데 수백만 달러를 쏟아부으며 구닥다리 사업 모델을 고수하지 않고, 그 돈으로 친환경 대안을 모색했다면 어땠을까?
---「1부, 2장, 허위 정보 유포자들」 중에서

석유 및 가스 산업은 연료를 팔아 수익을 창출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플라스틱의 99퍼센트는 석유와 천연가스에서 추출되는 화학성분으로 만든다. 연료로 플라스틱을 만드는 관행은 석유산업의 큰 먹거리 사업이 되어가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엑슨, 셰브런을 비롯한 여러 석유 회사들이 최근 몇 년 동안 그토록 비닐봉지 사용금지령에 대해 주 입법부에 강력히 저항했다.
---「1부, 2장, 허위 정보 유포자들」 중에서

1972년 시작된 최초의 산업 공생 파트너십은 정유공장에서 생산되는 잉여 가스를 석고판을 만드는 인근 공장으로 수송해 연료로 사용하도록 송유관을 건설하는 사업이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지역 농장뿐만 아니라 몇몇 다른 회사들도 사업에 참여하게 되었다. 한 회사는 석탄화력발전소에서 나오는 매연가스를 포집해 정화해 주고, 발전소에서는 단지 전체에 전기를 공급한다. 이때 매연가스를 정화하는 과정에서 석고가 생산되어 석고보드를 만드는 재료로 사용되기 때문에 석고보드 공장에 판매된다.
---「1부, 3장, 순환경제 혁신 세력이 나가신다, 길을 비켜라」 중에서

스타벅스와 맥도날드 모두 종이컵에 대해 100퍼센트 지속 가능한 친환경 해법을 찾기 위해 수년간 노력해 왔기에 우리와 함께 이 문제에 관심이 있는 여러 유통업체와 브랜드들과 컨소시엄을 이끌어가는 데에 적극적이었다. 세계자연기금WWF과 IDEO도 자문 기관으로 합류했다.
---「2부, 1장, 삼림을 아끼기 때문에」 중에서

전 세계 너무나도 많은 이들이 배를 곯는 상황에서 먹을 수 있는 음식물이 마구 버려지는 상황만큼 황당한 아이러니가 있을까 싶다. 미국에서는 전체 가구 중 12퍼센트가 식량난을 겪는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런데 코로나19가 유행하기 이전의 통계수치니, 팬데믹으로 식량 부족 현상은 심화되었을 것이다. 《포브스》는 2020년 5월, 팬데믹이 시작된 이후 그 수치는 22~38퍼센트 증가해 전보다 최소 2배 늘어났다고 보도했다. 식당, 무료 배급 단체, 식료품점에서 폐기하는 식품을 전문적으로 수거해 가난한 이들에게 무료로 배급하는 단체들이 많은데도 말이다. 팬데믹으로 식량난이 극심해지자 무료 배급 단체들의 역할이 처음으로 세간의 관심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배급받아 끼니를 해결해야 하는 취약계층 중 5퍼센트에만 배급의 혜택이 돌아가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무료 배급소에 음식 재료 납품업체의 참여율이 너무나 저조하다는 것이다.
---「2부, 1장, 환경을 생각하는 먹거리」 중에서

유니레버의 성공 비결은 고객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고객의 변화하는 요구에 맞는 제품을 제공하며, 브랜드의 사회 및 환경적 공헌과 지배구조에 대해 최대한 투명하게 공개한 것이었다. 폴먼은 금융시장에서도 최근 몇 년 동안 기업들의 환경, 사회, 지배구조 전략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며 투자를 결정하는 등 변화가 일어났다고 덧붙였다. 그는 “과거의 산업과 미래의 산업 사이에 시장에서 양분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홀렌더, 폴만, 요헨 자이츠, 이본 쉬나드와 같은 업계 리더들, 그리고 월마트, 이케아, 델, 휴렛팩커드와 같은 기업들의 친환경 정책들이 사업적인 성공으로 이어졌다는 것을 입증했다. 환경 및 인간 복지를 진정성 있게 생각하는 태도야말로 사업을 더욱 키워나가는 가장 큰 원동력이 되고 있다.
---「2부, 7장, 순환형 모델의 확장」 중에서
 

출판사 리뷰

“올해 환경에 관한 책을 단 한 권만 읽기로 했다면,
무조건 『낭비 없는 세상』을 추천한다.”
─제프리 홀렌더, 미국 지속가능경영협의회 공동대표

제품에 사망 일자를 부여하는 것은 언제부터 시작됐을까?


물건을 만들어 파는 회사들이 최대한 오래가는 제품을 만드는 것에 큰 자부심을 느끼던 시절이 있었다. 내구성 좋은 제품을 환상적으로 만들어내는 회사들도 꽤 많았다. 백열전구도 처음부터 수명이 짧았던 건 아니다. 백열등이 처음 생산되던 시절 제작된 ‘센테니얼 라이트’는 지금까지 켜져 있는 백열등이다. 1901년 처음으로 켜진 이후 지금까지 계속 켜진 상태로, 캘리포니아주 리버모어 소방서에서 관리하고 있다. 소방서는 웹캠을 설치해 전구가 희미하게 빛나는 영상을 하루 24시간 연중무휴로 송출한다. 소방서장은 웹캠을 세 번이나 교체하는 동안에도 거뜬히 살아남은 전구라고 했다. 그렇다면 전구는 어쩌다 수명이 확 줄어든 것인가? 1924년, 제너럴 일렉트릭과 필립스를 포함한 주요 전구 제조업체 대표들이 스위스의 화려한 도시 제네바에 모여, ‘피버스 카르텔’이라는 연합을 형성했다. 이 회사들은 스위스에 실험실을 설립했고, 최대 1,000시간만 연소하고 쉽게 고장 나는 표준화된 전구 신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힘을 모았다. 만약 전구의 수명이 지나치게 길면, 제조사는 상당한 벌금을 물게 되었다.

1958년 제품 엔지니어들이 주로 보는 《디자인 뉴스》라는 잡지에 “제품의 사망 일자를 정하는 것, 과연 바람직한 콘셉트일까?”라는 노골적인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해당 잡지의 편집자가 쓴 이 기사는 “의도적으로 허접한 제품을 설계하는 행위는 비윤리적인가?”라는 화두를 던졌다. 라디오 제조업체 한 엔지니어는 회사의 라디오가 3년 이상 지속되지 않도록 설계했다는 사실을 자랑스러워했다고 전했다. 당시 카메라 제조사였고 훗날 반도체 선구 기업이었던 페어차일드에 재직 중인 엔지니어 한 명은 계획된 노후화가 만연하다고 주장하며, “모든 업종의 설계 부서는 경제나 효율성을 빙자해 실행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이어 “제품 부속품들의 취약할 대로 취약한 연결부보다 부속품의 수명이 오래가게 만드는 것은 그 자체로 낭비다. 이상적인 제품이란 부속품 전체가 한 번에 고장 나는 제품이다”라고 덧붙였다. 마치 고속도로를 운전하는데 후미등이 꺼질 때 차 전체가 고장 나야 한다는 논리다. 그러려면 애초에 자동차 전체 부품을 후미등처럼 수명이 짧도록 설계해야 한다는 의미다.

수리하기가 지나치게 어렵거나 수리비용이 높은 제품을 만드는 것은 제품에 ‘사망 일자’를 부여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식이었을 것이다. 이 방식은 미련 없이 새로운 모델을 사고 싶은 마음을 불러일으켰고, 구매는 마땅히 합리적인 선택지로 여겨졌다. 애플은 휴대전화 내부를 열면 배터리가 폭발할 수 있다는 이유로 자사의 스마트폰을 수리하는 것이 실제로 위험하다고 주장하면서, 사망 일자를 부여하는 전략을 한 차원 끌어올렸다. 그렇게 위험한 게 사실이라면, 그리고 매년 출시되는 새로운 아이폰 모델에 녹여낸 놀라운 혁신을 감안한다면 배터리도 매번 더 안전하게 만들어야 하는 게 아닌가? 만약 애플이 ‘계획된 노후화’를 염두에 둔 게 아니라면 왜 아이팟을 만들 때 배터리를 교체할 수 없도록 하는 배터리 구동 장치를 처음으로 도입했을까? 저자는 아이폰4를 산 지 2년 만에 애플이 해당 모델의 충전기 생산을 중단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노후화는 여러 가지 방법으로 강요될 수 있다.

세탁기를 돌릴 때마다 빠져나오는 70만 개의 미세플라스틱

의류업은 어느 정도로 환경에 악영향을 주고 있을까? 전 세계 온실가스의 약 10퍼센트가 의류업계에서 배출하는 것이라고 한다. 게다가 세계 산업 수질 오염의 17~20퍼센트가 섬유 의류업에서 야기된다. 여전히 가장 흔하게 사용되는 독성 섬유 염료 때문이다. 염색 공정에 물도 과도하게 사용되고 있다. 매년 지중해 면적의 절반에 해당하는 물이 사용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게다가 직물 자체가 오염을 일으키기도 한다. 현재 다양한 형태의 플라스틱인 ‘합성섬유’가 다수의 의류에 이용되고 있다. 전 세계 수로에 축적된 미세플라스틱 중 3분의 1이 의류에서 배출되는 것이다. 미세플라스틱은 0.05밀리미터에서 10나노미터로 매우 작다. 해양 먹이사슬의 밑바닥을 차지하는 단백질로 구성된 플랑크톤 정도의 크기다. 따라서 해양 동물들이 플랑크톤을 먹을 때 미세플라스틱도 쉽게 삼키게 된다. 연구원들은 심지어 남극을 포함한 전 세계 어패류에서 고농도의 플라스틱 섬유 잔해를 발견했다. 그렇다면 이 조각들이 어떻게 우리의 옷장에서 바다로 갈 수 있을까? 우리가 입는 옷이 세탁기에서 돌려질 때마다, 섬유조각들이 옷에서 떼어져서 곧바로 상수도에 배출된다. 결과적으로는 먹는 물에도 미세플라스틱이 함유되어 있다는 의미다. 약 70만 개의 미세플라스틱 섬유가 세탁기 한 번 돌릴 정도의 빨래에서 빠져나오는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인들이 평균적으로 매년 약 7만 개의 미세플라스틱 조각을 먹고 마신다는 의미다.

그렇다고 수질 오염의 원인은 합성 물질로 제한되지 않는다. 면화는 모든 농작물 중에서 가장 물과 비료를 많이 소비하는 작물 중 하나다. 특히 곤충의 감염에 취약하기에, 연간 농약 약 20만 톤과 비료 800만 톤을 토양에 뿌리는 것으로 추정된다. 면 셔츠 한 벌을 생산하는 데 대략 물 2천7백 리터가 필요하다. 한 사람이 2년 반 동안 마실 물에 버금가는 양이다. 의류업의 오명이 오명에 시달리는 또 다른 이유는 전 세계적으로 생산된 옷의 약 73퍼센트가 쓰레기 매립지에 버려지고, 비록 95퍼센트의 의류 폐기물이 재활용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직 1퍼센트만 재활용된다는 사실이다. 미국에서 매년 의류 폐기량은 1천 270만 톤이다. 연간 미국인 1인당 버리는 옷이 약 32킬로그램에 달한다. 한편, 공장에서 만든 의류 중 약 20퍼센트는 판매까지 이르지 못하게 폐기된다. 매립지로 보내거나 태워서 없애기도 한다. 그 옷 대부분은 쓰레기 매립지로 보내지거나 태워진다. 이 옷들을 ‘사장 재고(dead inventory)’라고 하는데, 의류의 총 손실 가치가 미국 소매유통 산업에서만 연간 500억 달러로 추정된다. 차라리 이 물건들을 자선단체에 기부하는 게 낫지 않을까? 그런데 의류기업들은 자기네 제품이 자선단체 굿윌과 구세군에서 헐값에 판매될 경우, 브랜드 이미지가 손상될 것을 우려한다. 이러한 이유로 초과 재고를 기부하더라도 주로 해외로 유통하는 편이다. 그런데 이렇게 기부한 물건들도 대부분 매립지나 소각장에서 버려진다.

당신이 믿고 있는 유통기한은 과학적이지 않다

날짜는 공식적이고 정확해 보이고, 과학에 기반한 수치처럼 느껴지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이 라벨들이야말로 미국에서만 매년 약 290억 달러의 멀쩡하고 안전한 식품이 폐기되는 주요 원인이다. 그렇다면 유효기간은 어디에서 정할까? 주로 제조업체가 날짜를 계산하고 제품에 라벨을 붙이기도 하지만, 일부는 공급업체의 제안에 따라 슈퍼나 마트와 같은 소매유통업체에서 부착한다. 이들은 어떻게 기한을 정할까? 많은 식품의 경우, 제조업체가 음식 샘플을 실험실에 보관하고 썩는 기간을 측정한 다음, 매대에 오르기까지의 이동 시간을 고려해 유통기한을 추정한다. 식품이 식료품점에서 가정까지 공급망을 통해 이동하면서 노출되는 온도, 이동 시간 그리고 습도와 같은 식품을 상하게 할 만한 요소에는 변수가 너무 많아서 정확하게 예측하기가 매우 어렵다. ‘유통기한’으로 적힌 날짜들은 음식이 실제로 상하기 시작하는 시점을 나타내지도 않는다. 최상의 외관, 향기, 맛을 기준으로, 최상의 상태가 아닌 시점을 추정한 일자에 불과하다. 많은 소비자가 생각하는 것처럼 연방법에서 유통기한을 의무적으로 표기하도록 하진 않는다(단, 유아용 식품은 예외로 유통기한이 의무화되어 있다).

미국 41개 주에서 우유와 같은 일부 제품에 유통기한을 적도록 의무화하고 있지만, 주마다 법이 제각각이다. 그렇다고 생산업체들이 유통기한 정하는 데 어떠한 악의가 있는 것도 아니다. 공급망이 비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오랫동안 고인 물처럼 변화를 반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니 생산업체와 유통업체가 고객들에게 적절하고 일관되게 유통기한을 안내하는 데 필요한 데이터를 제대로 받을 리가 있나. 그 결과 그들은 제품의 신선도 유지 기간을 어림잡아 최대한 정확한 유통기한을 정하는 데 심혈을 기울인다. 그런데 정작 그 근사치가 정확하지 않기에 완벽할 정도로 멀쩡한 음식이 매립지로 보내지면서 수십억 달러의 손실이 발생한다.

현재 미국에서는 음식물 쓰레기 문제의 심각성이 날짜 표기가 부정확해서 음식이 낭비되는 문제로 끝나는 게 아니다. 식료품점 중에는 의도적으로 버리는 경우가 많다. 팔려는 양보다 훨씬 여유 있게 재고를 보유하기 때문에 매일 밤 상당한 양의 신선한 음식을 버린다. 고객들이 매장에 들어섰을 때 상태가 훌륭하고 무른 부분이 전혀 없는 아보카도, 토마토, 복숭아, 배와 같은 신선식품이 많이 쌓여 있는 모습을 선호하기 때문에, 매장에서도 여유분을 많이 입고하게 된다. 미국에서 판매되는 생선류의 90퍼센트가 수입되고 있고, 특히 많은 양이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아시아에서 수송되는 물량임에도 불구하고 26퍼센트의 생선이 판매되지 못하고 폐기될 정도로 과잉재고 문제는 심각하다.

스스로 ‘프리건(freegan, 자본주의와 소비주의에 반대해, 소비재를 사지 않고, 버려진 음식을 통해서 살아가려고 하는 사람)’이라고 칭하는 소비반대주의자들이 있다. 뉴욕시에는 프리건의 삶을 사는 사람들을 위해 결집한 체계적인 단체가 있다. ‘Freegan.info’라는 웹사이트를 운영하는 이 조직은 ‘음식물 쓰레기’라고 치부하는 멀쩡한 음식에 대해 대중의 인식을 높이는 노력을 하며, 매달 ‘프리건 투어’를 개최하고 있다. 그들이 찾아낸 음식들은 상상을 초월한다. 씻은 지 얼마 안 된 신선하지 그지없는 로메인 상추부터 유전자 조작을 거치지 않은 비싼 보리 등 완벽하게 먹기 좋은 과일과 채소, 신선한 베이글과 엄청난 양의 고기와 생선까지, 모두 매장에서 처분한 음식 쓰레기였다.

경제 발전과 성장에 반드시 오염이 뒤따라야 하는 건 아니다

순환경제란 무엇인가? 자원이 낭비되지 않는 쓰레기 무배출을 표방해 원재료·생산·소비·폐기에서 ‘자원 선순환 고리’ 시스템으로 이어지도록 재료 과학, 제품 설계, 재활용, 제조에 관한 첨단 기술에 투자하는 경제다. 순환경제에서 제품은 현재에서 조달하는 청정 재생에너지로 생산된다. 그리고 지속 가능한 재료나 용도 변경 및 재활용된 재료, 혹은 현재 개발 중인 풍부한 무공해 생분해성 재료로 제조된다. 제품에 대한 ‘계획적 진부화(기업에서 새로운 상품의 판매를 촉진하기 위해 상품을 제작할 때 일부러 상품의 개발을 진부화하거나 노후화되도록 하는 현상)’가 아닌 오랜 수명을 염두에 두고, 제품을 재사용하고 수리해서 쓸 수 있도록 설계한다. 돈 낭비를 줄이고 동식물 피해도 줄일 수 있다. 천연자원을 적게 추출하고 매립지에 제품을 폐기하는 빈도도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제품을 설계하고 생산하는 과정은 자연, 그리고 제품을 사용하는 사람들, 나아가 그들이 사는 지역사회와 조화를 이루도록 최적화되어 있다.

제품과 재료의 생산, 유통, 소비, 재사용을 순환 방법으로 전환하는 일은 지구를 치유하고 엄청난 경제적 기회를 창출할 것이다. 기업들은 순환형 솔루션으로 혁신적이고 빠르게 성장하는 사업 모델을 구축할 수 있다. 한편 대기업들은 자재 구매, 포장 및 운송 비용을 절감하는 동시에 지구 친화적인 진보주의로 고객들을 만족시킬 수 있다. 소비자들은 제품을 실제로 소유하는 데 드는 과도한 비용을 감당하지 않아도 된다. 수명이 긴 제품을 구매하고, 수리 및 업그레이드를 받고, 제품에서 원하는 서비스에 대해서만 지급할 수 있어서 상당한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순환경제는 소비자, 소비재 회사, 시 정부 스스로가 자신들에게 이익이 되는 경제의 주체라는 점을 보장한다. 게다가 75년 동안 수천억 달러의 혈세가 투입된 자원 채굴 및 매립 비용이 필요 없어진다. 이 외에도 순환경제는 경제의 발전과 성장을 이유로 지구를 오염시키는 이들이 자기 멋대로 우리 모두의 바다와 땅을 앗아가는 행위를 금지할 수 있다. 경제 발전과 성장에 반드시 오염이 뒤따라야 하는 건 아니다. 순환경제를 정착하기 위한 정부의 조치도 중요하지만, 혁신적인 제품 및 서비스, 즉 이에 대한 소비자 수요를 가능하게 하는 요소는 바로 비즈니스 혁신이다.

“분리수거를 할 때마다 죄책감을 느낀 적이 있는
사람들의 마음에 단비를 내려 줄 명쾌한 실용서.”
- [네이처]

“생산자와 소비자가 오랫동안 고집해 온 생산 및 소비 방식을
바꿀 수 있도록 설득력 있고 합당한 사례를 제시한다.
단순한 말 잔치에서 벗어나 확실히 맥을 짚어 주는 책이다.”
- [커커스 리뷰]
 

추천평

“지속 가능성 및 순환 경제 분야의 리더와 혁신가로부터 폐기물 감소에 대한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사업화하는 데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배우고 싶다면 『낭비 없는 세상』을 반드시 읽으라.”
- 진저 스펜서 (피닉스 시 공공사업부 이사)
“지속 가능한 지구에 살고 싶은가? 론 고넨이 가이드가 되어줄 것이다. 환경을 위한 노력에 동참하고 싶은 마음이 꿈틀대는가? 이 책을 읽는 것부터 시작하라.”
- 브렛 젱크스 (레어(RARE) CE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