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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만약 가족에게 더 이상 의지할 수 없게 되었을 때, 우리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지금의 사회보장으로는 연간 20만 명 이상이 고립사할 가능성이 있다. 『가족 난민』은 사회 기반을 흔드는 레벨에 이르기까지 미혼화, 싱글화가 가속화되고 있는 일본의 미래에 경종을 울리고, 가족 중심의 사회제도가 낳은 폐해와 이에 대한 대책을 제시한다.
저자는 『가족 난민: 싱글화의 미래―양극화된 일본인의 노후』를 통해 일본의 역사적 맥락 속에서 싱글의 의미가 어떻게 변화되어 왔는지, 동일한 싱글 범주 내부에 얼마나 다양한 유형의 싱글이 자리하고 있는지 탐색한다. 본서를 통해 저자는 가족이 난민의 지위로 격하되고 있다는 현상 분석에 그치지 않고 현실에 뿌리 내린 다양한 대안을 모색한다. 혈연으로 맺어진 가족이나 친족이 아니어도 ‘서로에게 의지가 되고 어려울 때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는’ 사람들끼리 모여 거주 공간을 공유하며 함께 살아가는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로서 ‘셰어하우스’를 제안하는 등, 개인과 사회 모두 귀 기울여야 할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저자는 『가족 난민: 싱글화의 미래―양극화된 일본인의 노후』를 통해 일본의 역사적 맥락 속에서 싱글의 의미가 어떻게 변화되어 왔는지, 동일한 싱글 범주 내부에 얼마나 다양한 유형의 싱글이 자리하고 있는지 탐색한다. 본서를 통해 저자는 가족이 난민의 지위로 격하되고 있다는 현상 분석에 그치지 않고 현실에 뿌리 내린 다양한 대안을 모색한다. 혈연으로 맺어진 가족이나 친족이 아니어도 ‘서로에게 의지가 되고 어려울 때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는’ 사람들끼리 모여 거주 공간을 공유하며 함께 살아가는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로서 ‘셰어하우스’를 제안하는 등, 개인과 사회 모두 귀 기울여야 할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목차
머리말
프롤로그: 가족 난민 - 가족의 지원이 중단된 사람들
1장 누가 ‘싱글’인가?
2장 ‘가족’과 ‘싱글’을 둘러싼 전후 일본 사회의 상식 두 가지
3장 ‘패러사이트 싱글’의 출현과 변질 과정, 그리고 한계
4장 싱글화와 확대되는 ‘가족 격차’
5장 ‘가족 난민’이 되지 않기 위해 개인이 할 수 있는 일
6장 ‘가족 난민’을 방지하기 위해 사회가 할 수 있는 일
에필로그: 지금 우리에게 부과된 과제
대담: 공동생활의 순기능이 사회를 구원한다
맺음말
옮긴이 후기
참고문헌
프롤로그: 가족 난민 - 가족의 지원이 중단된 사람들
1장 누가 ‘싱글’인가?
2장 ‘가족’과 ‘싱글’을 둘러싼 전후 일본 사회의 상식 두 가지
3장 ‘패러사이트 싱글’의 출현과 변질 과정, 그리고 한계
4장 싱글화와 확대되는 ‘가족 격차’
5장 ‘가족 난민’이 되지 않기 위해 개인이 할 수 있는 일
6장 ‘가족 난민’을 방지하기 위해 사회가 할 수 있는 일
에필로그: 지금 우리에게 부과된 과제
대담: 공동생활의 순기능이 사회를 구원한다
맺음말
옮긴이 후기
참고문헌
책 속으로
가족 난민을 논의하기에 앞서 명확히 해야 할 점 두 가지를 간단히 짚고 가고 싶다. 하나는 혈연으로 엮인 합법적 관계로서의 ‘가족’이라 해서 필연적으로 친밀한 관계가 구축된다고 볼 수는 없다는 점이다. 실제로 형제자매들끼리 각자의 배우자와 얽혀 부모 부양과 유산 상속을 두고 서로를 소중히 생각하고 배려하기는커녕 갈등하고 증오하며 맞서 싸우는 사례를 흔히 볼 수 있다. 보다 극단적으로는 배우자를 상대로 한 구타나 노부모 및 자녀를 대상으로 한 학대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그런 만큼 가족이 있다고 해도 친밀한 관계가 보장되는 것은 아님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다른 하나는 실제로 친밀한 관계를 구축했거나 구축했을 것으로 믿는다 해도, 이 관계가 영원히 지속되리라 보장할 수는 없다는 점이다. 결혼은 했지만 이혼을 할 수도 있고, 부모자녀 및 형제자매 관계가 냉랭할 수도 있다. 이럴 경우엔 차라리 ‘남보다도 못한 가족’이 된다. --- p.23
개인적 차원에서 싱글화로 인해 야기되는 다양한 문제로부터 자유롭다 하더라도, 사회 전반적으로 싱글화가 진행됨으로써 싱글과 비싱글 사이에 넘을 수 없는 간극이 형성된다면, 이를 바람직한 사회로 볼 수 있을까 하는 문제가 남는다. 어떤 형태로든 분열과 균열이 나타나 상호 연계가 불가능해지는 사회는 모두를 위해 살기 좋은 상황이라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자신과 가족 누군가가 싱글이든 아니든, 우리는 끊임없이 자신을 향해 ‘분열된 사회에서 사는 것이 행복한가?’라는 질문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본의 가까운 미래를 전망해 볼 때 싱글화는 결코 남의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 p.30~31
1990년대 후반에 들어서면서 일본에서는 자립하기를 갈망하지만 할 수 없는 사람들이 점점 눈에 띄기 시작했다. 자립을 원하는 사람들이 자립할 수 없는 상황은 심각한 사회 문제로 인식되어야 마땅할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이 문제에 대해 어떠한 대책도 마련되지 않았다.
자립을 절실히 원함에도 불구하고 자립이 불가능한 사람들이 급증하고 있는 현실이 왜 사회 문제로 이슈화되지 않았을까? 그 이유는 싱글 생활양식이 야기하는 여러 차원의 문제가 패러사이트 싱글 현상 속에 숨겨진 채 표면화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는 싱글로 인해 야기되는 사회 문제의 진행을 완화시켰다는 점에서 공(功)이라 볼 수도 있고,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 자체를 지연시켰다는 점에서 과(過)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 p.89~90
넷카페 난민, 연금 부정 수급자, 고령자 학대, 고령자 범죄, 거기에 고독사까지. 이 범주에 속하는 사회 현상은 현재 싱글화가 야기한 상징적 사건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가까운 장래에 넷카페 난민부터 고독사에 이르는 사회 현상은 상징적 사건을 지나 일상생활의 일부로 자리 잡게 될 것이다. 앞서도 지적했듯이, 양적으로 증가 추세에 있는 싱글 라이프는 향후에도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싱글이 야기하는 제반 문제들은 남의 일이 아니라 자신과 가까운 친지들이 당사자로서 겪게 될 사회 문제에 해당될 것이다. 뒤를 이어 기다리고 있는 것은 ‘가족 격차’사회이다. 가족을 만들고 유지할 수 있는 사람들은 가족 안에 포섭되어 안정된 생활을 누릴 수 있지만, 가족을 만들 수 없거나 유지할 수 없는 사람들은 가족 안에 포섭되지 못한 채 경제적 빈곤과 심리적 불안정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이 상태가 지속된다면 가족 격차에 따른 계층 사회로 진입할 가능성이 높다.
개인적 차원에서 싱글화로 인해 야기되는 다양한 문제로부터 자유롭다 하더라도, 사회 전반적으로 싱글화가 진행됨으로써 싱글과 비싱글 사이에 넘을 수 없는 간극이 형성된다면, 이를 바람직한 사회로 볼 수 있을까 하는 문제가 남는다. 어떤 형태로든 분열과 균열이 나타나 상호 연계가 불가능해지는 사회는 모두를 위해 살기 좋은 상황이라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자신과 가족 누군가가 싱글이든 아니든, 우리는 끊임없이 자신을 향해 ‘분열된 사회에서 사는 것이 행복한가?’라는 질문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본의 가까운 미래를 전망해 볼 때 싱글화는 결코 남의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 p.30~31
1990년대 후반에 들어서면서 일본에서는 자립하기를 갈망하지만 할 수 없는 사람들이 점점 눈에 띄기 시작했다. 자립을 원하는 사람들이 자립할 수 없는 상황은 심각한 사회 문제로 인식되어야 마땅할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이 문제에 대해 어떠한 대책도 마련되지 않았다.
자립을 절실히 원함에도 불구하고 자립이 불가능한 사람들이 급증하고 있는 현실이 왜 사회 문제로 이슈화되지 않았을까? 그 이유는 싱글 생활양식이 야기하는 여러 차원의 문제가 패러사이트 싱글 현상 속에 숨겨진 채 표면화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는 싱글로 인해 야기되는 사회 문제의 진행을 완화시켰다는 점에서 공(功)이라 볼 수도 있고,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 자체를 지연시켰다는 점에서 과(過)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 p.89~90
넷카페 난민, 연금 부정 수급자, 고령자 학대, 고령자 범죄, 거기에 고독사까지. 이 범주에 속하는 사회 현상은 현재 싱글화가 야기한 상징적 사건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가까운 장래에 넷카페 난민부터 고독사에 이르는 사회 현상은 상징적 사건을 지나 일상생활의 일부로 자리 잡게 될 것이다. 앞서도 지적했듯이, 양적으로 증가 추세에 있는 싱글 라이프는 향후에도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싱글이 야기하는 제반 문제들은 남의 일이 아니라 자신과 가까운 친지들이 당사자로서 겪게 될 사회 문제에 해당될 것이다. 뒤를 이어 기다리고 있는 것은 ‘가족 격차’사회이다. 가족을 만들고 유지할 수 있는 사람들은 가족 안에 포섭되어 안정된 생활을 누릴 수 있지만, 가족을 만들 수 없거나 유지할 수 없는 사람들은 가족 안에 포섭되지 못한 채 경제적 빈곤과 심리적 불안정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이 상태가 지속된다면 가족 격차에 따른 계층 사회로 진입할 가능성이 높다.
--- p.110~111
출판사 리뷰
생애미혼율 25% 사회의 충격,
이대로라면 연간 20만 명 이상이 고독사한다!
결혼하지 않는 사람이 늘고 있다. 건강하고 젊을 때는 자유로워도, 병에 걸리거나 빈곤에 빠지면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없다. 그중에는 결혼해 자신의 가족을 꾸리고 싶어도 경제 사정 등의 이유로 가족을 만들지 못하는 ‘가족 난민’이라고 불리는 사람들도 있다. 저자는 『가족 난민: 싱글화의 미래―양극화된 일본인의 노후』를 통해 일본의 역사적 맥락 속에서 싱글의 의미가 어떻게 변화되어 왔는지, 동일한 싱글 범주 내부에 얼마나 다양한 유형의 싱글이 자리하고 있는지 탐색한다. 나아가 1990년대 초반 ‘대학 졸업 후에도 부모와 동거하면서 풍족한 생활을 누리는 미혼자’를 포착하기 위해 만든 개념인 ‘패러사이트 싱글’로 불리는 이들이 일자리를 찾지 못해 자립을 포기한 채 부모와 동거할 수밖에 없는 비자발적인 패러사이트 싱글로 변질되고, 어느덧 중년을 맞아 노부모의 연금 수입에 의존하다 부모님마저 돌아가시면 가족과 사회 어디에도 기댈 곳 없는 ‘가족 난민’으로 전락하는 과정을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다.
누구도 예외가 될 수 없는 미래, ‘가족 난민’
저자는 가족 난민이라는 현실을 설명하기 전에, 현재 진행되고 있는 싱글화를 ① 생애미혼자의 증가 ② 만혼, 이혼, 사별에 의한 싱글 기간의 장기화로 설명하고, 이러한 싱글화의 진행이라는 사회변동을 배경으로 가족이나 혈연으로 맺어진 친족이 감소하고, 가족, 친족과의 인간관계도 예전처럼 친밀한 관계를 구축하기 어려워졌다고 설명한다. 이러한 이유로 예전에는 가족에 의해 포섭되었던 싱글들이 설 자리를 잃고 고립되어 가족과 지역사회에서 고립된 싱글들, 즉 가족 난민이 대량으로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저자가 ‘가족’이라는 존재를 강조하는 까닭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자신을 필요로 하고 소중히 여겨 주는 존재’가 필요하고, 이러한 친밀한 관계를 제공해 주는 것은 현대 사회에 있어서 아직까지도 가족이며, 싱글화는 결국 친밀한 관계를 어느 누구와도 구축하지 못하는 사람의 증가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결혼을 했다 하더라도 이혼이나 배우자의 사별에 의해 가족 난민이 될 가능성은 누구에게나 있다. 저자는 일본의 사회보장제도는 가족의 존재를 전제하고 있기에 가족 난민이 된 싱글은 안심하고 생활할 수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말한다.
결혼제도 속으로 편입되지 않은 미혼 내지 비혼층의 증가로 인해 ‘싱글 시대’를 열었던 일본이, 이제는 고령층의 급증으로 인해 ‘돌봄 시대’를 맞이했다. 그러나 정작 돌봄을 담당해 왔던 가족은 ‘난민’이 되어 ‘서로를 필요로 하고 소중히 대해 주는’ 가족 고유의 기능을 다하지 못함은 물론, 아예 우리네 삶 속에서 사라져 버린 채 이리저리 표류하고 있는 현실의 역설을 저자는 특유의 감각과 민감한 시선으로 포착해 내고 있다.
‘가족 난민’을 양산하는 ‘정상가족’이라는 환상
이렇듯 생애미혼율이 매년 증가하고 있는 일본에서는 2040년에 이르면 연간 20만 명 이상의 싱글이 고립사한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이젠 지금까지의 개념과 가치관으로는 가족/세대의 존재 방식을 더 이상 정의할 수 없게 되었다.
저자는 이렇게 가족 난민이 증가하고 있는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현 사회의 제도와 관습이 ‘남편은 직장에 나가 일하고, 아내는 집에서 가사와 양육을 전담하며 풍요로운 삶을 지향하는 가족’을 형성할 수 있다는 기대를 전제로 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하지만 세계화 및 신자유주의의 물결이 우리네 삶을 지배하고 있는 지금, 정상가족을 가족의 이상으로 전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다. 표준가족 형태를 정상가족으로 규정하고 이에 따를 것을 규범으로 삼는 관행으로 인해 역설적으로 가족을 구성하는 것 자체가 더욱 어려워지고, 일단 만들어진 가족도 쉽게 해체될 뿐만 아니라 아예 가족이 없는 사람들의 숫자도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 가족이 직면한 현실에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는 책 속에 등장하는 가족 딜레마의 대부분이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할 수 있는 남의 이야기가 결코 아니기 때문이다. 한국 또한 비혼층의 증가와 함께 평균 초혼 연령이 올라가는 만혼화로 인해 결혼율, 출산율 감소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으며, 한국 사회의 고령화 속도는 어림잡아 일본의 3배 이상 빠르다는 사실을 고려할 때 오늘의 일본은 가까운 미래의 한국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본서를 통해 저자는 가족이 난민의 지위로 격하되고 있다는 현상 분석에 그치지 않고 현실에 뿌리 내린 다양한 대안을 모색한다. 우선 저자는 ‘정상가족’을 전제로 설계된 복지제도를 전면적으로 재검토해 개인을 복지 정책의 기본 단위로 설정하는 패러다임 전환을 시도하는 등 사회가 적극적으로 제도 및 환경을 정비해 가족이나 파트너가 없더라도 안심하고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혈연으로 맺어진 가족이나 친족이 아니어도 ‘서로에게 의지가 되고 어려울 때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는’ 사람들끼리 모여 거주 공간을 공유하며 함께 살아가는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로서 ‘셰어하우스’를 제안하는 등, 개인과 사회 모두 귀 기울여야 할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저자가 앞으로 15년 후 고독사 인구가 20만 명에 이를 것이라는 어두운 미래를 보여주는 이유는 이 책에서 논의한 대로 개인적 차원의 준비와 더불어 사회적 차원의 대책 마련이 이루어져 그 예측이 빗나가기를 간절히 바라기 때문이다. 싱글화의 흐름 자체를 차단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속도를 완화하거나 싱글의 ‘가족 난민’화를 미연에 차단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일본뿐만 아니라 지금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 과제일 것이다.
이대로라면 연간 20만 명 이상이 고독사한다!
결혼하지 않는 사람이 늘고 있다. 건강하고 젊을 때는 자유로워도, 병에 걸리거나 빈곤에 빠지면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없다. 그중에는 결혼해 자신의 가족을 꾸리고 싶어도 경제 사정 등의 이유로 가족을 만들지 못하는 ‘가족 난민’이라고 불리는 사람들도 있다. 저자는 『가족 난민: 싱글화의 미래―양극화된 일본인의 노후』를 통해 일본의 역사적 맥락 속에서 싱글의 의미가 어떻게 변화되어 왔는지, 동일한 싱글 범주 내부에 얼마나 다양한 유형의 싱글이 자리하고 있는지 탐색한다. 나아가 1990년대 초반 ‘대학 졸업 후에도 부모와 동거하면서 풍족한 생활을 누리는 미혼자’를 포착하기 위해 만든 개념인 ‘패러사이트 싱글’로 불리는 이들이 일자리를 찾지 못해 자립을 포기한 채 부모와 동거할 수밖에 없는 비자발적인 패러사이트 싱글로 변질되고, 어느덧 중년을 맞아 노부모의 연금 수입에 의존하다 부모님마저 돌아가시면 가족과 사회 어디에도 기댈 곳 없는 ‘가족 난민’으로 전락하는 과정을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다.
누구도 예외가 될 수 없는 미래, ‘가족 난민’
저자는 가족 난민이라는 현실을 설명하기 전에, 현재 진행되고 있는 싱글화를 ① 생애미혼자의 증가 ② 만혼, 이혼, 사별에 의한 싱글 기간의 장기화로 설명하고, 이러한 싱글화의 진행이라는 사회변동을 배경으로 가족이나 혈연으로 맺어진 친족이 감소하고, 가족, 친족과의 인간관계도 예전처럼 친밀한 관계를 구축하기 어려워졌다고 설명한다. 이러한 이유로 예전에는 가족에 의해 포섭되었던 싱글들이 설 자리를 잃고 고립되어 가족과 지역사회에서 고립된 싱글들, 즉 가족 난민이 대량으로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저자가 ‘가족’이라는 존재를 강조하는 까닭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자신을 필요로 하고 소중히 여겨 주는 존재’가 필요하고, 이러한 친밀한 관계를 제공해 주는 것은 현대 사회에 있어서 아직까지도 가족이며, 싱글화는 결국 친밀한 관계를 어느 누구와도 구축하지 못하는 사람의 증가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결혼을 했다 하더라도 이혼이나 배우자의 사별에 의해 가족 난민이 될 가능성은 누구에게나 있다. 저자는 일본의 사회보장제도는 가족의 존재를 전제하고 있기에 가족 난민이 된 싱글은 안심하고 생활할 수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말한다.
결혼제도 속으로 편입되지 않은 미혼 내지 비혼층의 증가로 인해 ‘싱글 시대’를 열었던 일본이, 이제는 고령층의 급증으로 인해 ‘돌봄 시대’를 맞이했다. 그러나 정작 돌봄을 담당해 왔던 가족은 ‘난민’이 되어 ‘서로를 필요로 하고 소중히 대해 주는’ 가족 고유의 기능을 다하지 못함은 물론, 아예 우리네 삶 속에서 사라져 버린 채 이리저리 표류하고 있는 현실의 역설을 저자는 특유의 감각과 민감한 시선으로 포착해 내고 있다.
‘가족 난민’을 양산하는 ‘정상가족’이라는 환상
이렇듯 생애미혼율이 매년 증가하고 있는 일본에서는 2040년에 이르면 연간 20만 명 이상의 싱글이 고립사한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이젠 지금까지의 개념과 가치관으로는 가족/세대의 존재 방식을 더 이상 정의할 수 없게 되었다.
저자는 이렇게 가족 난민이 증가하고 있는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현 사회의 제도와 관습이 ‘남편은 직장에 나가 일하고, 아내는 집에서 가사와 양육을 전담하며 풍요로운 삶을 지향하는 가족’을 형성할 수 있다는 기대를 전제로 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하지만 세계화 및 신자유주의의 물결이 우리네 삶을 지배하고 있는 지금, 정상가족을 가족의 이상으로 전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다. 표준가족 형태를 정상가족으로 규정하고 이에 따를 것을 규범으로 삼는 관행으로 인해 역설적으로 가족을 구성하는 것 자체가 더욱 어려워지고, 일단 만들어진 가족도 쉽게 해체될 뿐만 아니라 아예 가족이 없는 사람들의 숫자도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 가족이 직면한 현실에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는 책 속에 등장하는 가족 딜레마의 대부분이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할 수 있는 남의 이야기가 결코 아니기 때문이다. 한국 또한 비혼층의 증가와 함께 평균 초혼 연령이 올라가는 만혼화로 인해 결혼율, 출산율 감소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으며, 한국 사회의 고령화 속도는 어림잡아 일본의 3배 이상 빠르다는 사실을 고려할 때 오늘의 일본은 가까운 미래의 한국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본서를 통해 저자는 가족이 난민의 지위로 격하되고 있다는 현상 분석에 그치지 않고 현실에 뿌리 내린 다양한 대안을 모색한다. 우선 저자는 ‘정상가족’을 전제로 설계된 복지제도를 전면적으로 재검토해 개인을 복지 정책의 기본 단위로 설정하는 패러다임 전환을 시도하는 등 사회가 적극적으로 제도 및 환경을 정비해 가족이나 파트너가 없더라도 안심하고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혈연으로 맺어진 가족이나 친족이 아니어도 ‘서로에게 의지가 되고 어려울 때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는’ 사람들끼리 모여 거주 공간을 공유하며 함께 살아가는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로서 ‘셰어하우스’를 제안하는 등, 개인과 사회 모두 귀 기울여야 할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저자가 앞으로 15년 후 고독사 인구가 20만 명에 이를 것이라는 어두운 미래를 보여주는 이유는 이 책에서 논의한 대로 개인적 차원의 준비와 더불어 사회적 차원의 대책 마련이 이루어져 그 예측이 빗나가기를 간절히 바라기 때문이다. 싱글화의 흐름 자체를 차단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속도를 완화하거나 싱글의 ‘가족 난민’화를 미연에 차단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일본뿐만 아니라 지금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 과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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