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조지 워싱턴 북 프라이즈, 미국 역사가협회 멀 커티 어워드,
미국 역사학회 제임스 A. 라울리 프라이즈 등을 수상한 “빛나는 걸작”
대서양의 아래로부터의 역사를 연구하는, 현존하는 가장 중요한 역사가 마커스 레디커는 노예선에 승선했던 아프리카 노예, 선원, 선장의 이름과 사연을 풍부한 사료를 토대로 상연함으로써 노예선을 자본주의의 테러와 아래로부터의 연대가 역동적으로 펼쳐지는 구체적인 인간극의 현장으로 그려낸다.
“노예선은 현대적 의식의 첨단을 항해하는 유령선이다.”
노예선은 아프리카 해안에서 수백만 명의 사람을 싣고 대서양을 가로질러 그들을 신세계로 데려갔다. 노예무역과 미국 농장체제에 관해서는 많은 것이 알려졌지만, 이를 가능하게 한 노예선에 관해서 알려진 것은 거의 없다. 뛰어난 수상 경력의 역사학자인 마커스 레디커는 『노예선』에서 해양기록에 관한 30년간의 연구를 정리하여 이 전례 없는 함선에 관한 역사를 만들어 냈으며 함선의 흔들리는 갑판 위에서 격동하는 인간의 드라마를 그려냈다. 그는 상어를 꼬리처럼 끌고 다니는 “떠다니는 지하 감옥”에 타고 있는 선장, 선원, 노예의 삶과 죽음 그리고 공포를 냉혹하게 재구성했다. 마을에서 납치되어 이웃 부족에 의해 노예상에게 팔린 젊은 아프리카인에서부터 노예선 선원이 되었다가 자신이 본 악마에 의해 겁에 질려 성직자가 되려고 했던 사람, 그리고 “스스로 만든 지옥”에 흡족해하는 선장까지, 그는 역사에 흔적을 남기지 못한 사람들의 삶을 조명했다. 이 이야기는 비극과 공포의 이야기이지만, 회복과 생존 그리고 완전히 새로운 것의 창조를 다루는 서사이다. 여기에서 저자 마커스 레디커는 노예선을, 농장과 더불어 노예제도가 형성된 장소로, 그리고 인종과 계급 그리고 근대 자본주의가 탄생한 심오한 역사의 장소로 다룬다.
목차
서막 17
1장 삶과 죽음 그리고 공포의 노예무역 31
톰바 대장 32
“갑판장” 34
무명 34
“사라” 36
사환 사무엘 로빈슨 38
선원에서 해적으로, 바솔로뮤 로버츠 40
선원에서 하찮은 무역상으로, 니콜라스 오웬 41
윌리엄 스넬그레이브 선장 43
윌리엄 왓킨스 선장 45
제임스 프레이저 선장 47
선장에서 상인으로, 로버트 노리스 49
상인 험프리 모리스 51
상인 헨리 로렌스 54
“탐욕스러운 강도” 56
2장 노예선의 진화 60
말라키 퍼슬스웨이트 : 노예무역의 정치산술, 1745년 65
조셉 마네스티 : 노예선 건조, 1745년 69
안소니 폭스 선장 : 노예선의 선원, 1748년 76
토마스 클락슨 : 노예무역 함선의 다양성, 1787년 82
존 릴랜드 : 노예선에 대한 묘사, 1801년 87
3장 중간항로를 향한 아프리카적 행로 94
아프리카에서의 노예무역 97
세네감비아 100
시에라리온과 바람막이 해안 104
황금 해안 107
베냉만 110
비아프라만 113
서부 중앙아프리카 117
포로의 사회적 초상 121
대약탈 : 루이스 아사-아사 125
납치 : 우콰소우 그로니오소우 127
돌아올 수 없는 시점 129
4장 올라우다 에퀴아노 : 놀라움과 공포 131
에퀴아노의 고향 133
납치 137
미지의 선상에서 141
중간항로 144
바베이도스 147
긴 항해 149
흑과 백의 공포 152
5장 제임스 필드 스탠필드와 떠다니는 지하 감옥 157
영국의 뱃사람이 된다는 것 159
사슬 엮기 162
야만적인 규율 집행 167
잔인한 악마 169
“자랑스러운 베냉”에서 171
중간항로 175
어느 끔찍한 비명 180
진정한 계몽 181
6장 존 뉴턴과 평화의 왕국 185
반란 선원에서 기독교인 선장으로 188
첫 항해, 1750년~1751년 193
두 번째 항해, 1752년~1753년 204
세 번째 항해, 1753년~1754년 211
길을 잃은 자와 찾은 자 215
7장 선장이 만든 지옥 218
배에 이르는 길 220
상인 자본 222
“노예선의 의장” 232
깡패 짓 236
장사꾼 240
형제 선장 244
교도관 247
노예무역의 야만적 영혼 252
8장 거대한 선원 집단 273
항구에서 배로 277
일반 선원의 문화 282
뱃일 284
선원, 노예 그리고 폭력 292
사망자 명단 297
반란과 탈주 301
항해의 끝 304
폭동 : 리버풀, 1755년 307
춤추던 선원의 이야기로 돌아가서 313
9장 노예에서 뱃동지로 317
승선 320
작업 323
싸움 326
죽음 329
바벨탑 쌓기 332
하갑판의 의사소통 335
노래 338
저항 : 음식 거부 340
배 밖으로 뛰어내리기 344
폭동 348
아프리카로의 귀향 358
결속 361
10장 노예선 브룩스호의 긴 항해 366
왜 브룩스호였을까? 368
첫 번째 그림 : 플리머스 370
전이 : 필라델피아와 뉴욕 373
개량된 그림 : 런던 376
“일차적 해양 지식” 378
브룩스호에 관한 논쟁 386
새로운 논쟁 391
충돌 395
마지막 항구 401
후기 : 끝없는 항해 404
“가장 장엄한 연극” 재고 409
아래로부터의 화해 412
죽음의 셈법 414
감사의 말 419
옮긴이의 말 423
후주 425
그림 출처 477
인명 찾아보기 479
용어 찾아보기 483
책 속으로
― 한국어판 지은이 서문, 11쪽
배는 심오한 일련의 경제적 변화의 중심에 있었고 자본주의의 융성에 필수적으로 작용하며 새로운 영토의 장악, 수백만 명의 징용과 경제적 성장 시장으로의 재배치, 금과 은의 채굴과 담배와 사탕수수의 재배, 장거리 상거래 시장의 동반 상승, 마지막으로 세상 누구도 본 적 없던 자본과 부의 계획적 축적을 모두 이루어 냈다. 느리고 변덕스러우며 평탄하지 않지만 의심할 여지없는 저력으로 세계 시장과 국제적 자본주의 체제가 등장했다.
― 2장 노예선의 진화, 62쪽
기나긴 중간항로는 크게 두 개의 단계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 단계는 아프리카 내륙이나 수로(이 사례에서는 부속선이었지만 일반적으로는 카누)를 통해 이동하며 해안의 노예선으로 향하는 것이다. … 두 번째 단계는 아프리카 항구에서 아메리카의 어느 곳으로 중간항로 항해를 하는 해상의 노예선 안에서 발생한다. 이 두 단계를 합쳐서 그들은 대서양 한편에서의 징용을 다른 편에서의 착취와 연결했다. … 일부 선원으로 돌아오는 경우를 제외하고 대부분 노예는 일단 아프리카를 떠나는 항해를 시작하면 영원히 돌아올 수 없었다.
― 3장 중간항로를 향한 아프리카적 행로, 97쪽
올라우다 에퀴아노라는 이름은 노예선에서 빼앗겨버렸고 이 이름을 되찾는 데 35년이 걸렸다. 그는 “아프리카에서 스노우급 함선을 탔을 때 나는 마이클이라고 불렸다”고 기록했다. 다음의 버지니아로 향하던 슬루프급 함선에서 그의 이름은 제이콥이었다. 마지막으로 부지런한 꿀벌호에 승선했을 때 그의 새로운 주인 파스칼 선장은 그에게 구스타부스 바사라는 네 번째 이름을 주었다.
― 4장 올라우다 에퀴아노 : 놀라움과 공포, 155쪽
그중에 가장 야만적이고 포악한 영혼은 나무 세계의 통치자이자 “절대적인 명령권을 가진” 선장에게 깃들었다. 노예무역을 “보면서 자란” 이들은 지식을 얻는 과정에서 마음마저 함께 담금질했다. 뉴턴은 “많은 선장이 이 사업을 보며 자랐고 노예선의 주인이 되기 전에 견습 선원에서 평선원과 항해사라는 몇 단계를 겪으면서 무역에 관한 지식과 함께 점점 잔인한 성향을 얻었다”라고 설명했다. 잔인함을 습득하는 것은 무역 자체를 배우는 것의 본질과도 같았다.
― 7장 선장이 만든 지옥, 256쪽
불가사의했던 노예선은 이제 그들 스스로 “검은 민족”이라는 정체성을 발견한 이들이 창의적인 저항을 이어가는 곳이 되었다. 막강한 권력의 변증법을 통해 노예선에 승선하여 고통받는 인간의 공동체는 도전적이고 탄력적이며 단연코 생명이 넘치는 아프리카계 아메리칸 문화 그리고 범아프리칸 문화의 탄생을 낳았다.
― 9장 노예에서 뱃동지로, 365쪽
노예선의 갑판에서 진행된 이 연극은 노예선과 아주 멀리 떨어져 있던 사람들의 자본과 권력으로 인해 시연 가능했던 것이며 어떤 이들은 심지어 이것이 계획된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는 점이다. 노예선에 승선했던 선장과 선원 그리고 아프리카 노예들이 그려낸 연극은 사실 전 세계에 불어 닥친 자본주의의 부상과 발전이라는 더 큰 연극의 일부에 불과했다.
― 후기 : 끝없는 항해
출판사 리뷰
미국의 저명한 역사학자 마커스 레디커가 쓴 이 책은 1700년대부터 1800년대 초반 사이에 대서양을 사이에 두고 아메리카와 유럽 그리고 아프리카 사이를 항해한 노예선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노예선의 여정은 아프리카의 육지에서 시작하여 아프리카 해안과 중간항로를 거쳐 아메리카의 대농장에 도착하였다. 그 과정에서 수백만 명의 아프리카인이 신대륙으로 끌려와 대농장에 노동력을 제공하며 세계 자본주의 부상의 밑거름이 되었다.
우리는 이미 과거에 노예제도가 존재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고 다양한 매체를 통해 노예의 모습을 보아왔다. 고난을 겪는 노예와 비윤리적이고 잔인한 노예 주인의 모습은 많은 매체에 고정적으로 나타나는 일종의 클리셰(cliche)라고 할 수 있다. 그러면 이러한 클리셰의 이면에는 어떤 이야기가 담겨있을까?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 있던 노예와 노예제도에 관한 이야기에서는 많은 부분이 숨겨져 있다. 특히 우리는 이러한 역사의 당사자라고 할 수 있는 노예, 선원, 선장 그리고 노예무역상인들의 이야기는 거의 접할 기회가 없었으며 윌버포스나 존 뉴턴 같은 ‘위대한’ 업적을 남긴 인물의 이야기를 통해 노예와 노예제도를 이해하려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승리자”들의 이야기만으로 역사를 이해할 수는 없다. “승리자”의 이야기에서 “패배자”의 이야기는 언제나 훼손되어 왔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에서 마커스 레디커가 우리에게 들려주는 “생존자”의 이야기는 더 큰 가치를 갖게 된다.
수치(數値)와 추상의 폭력이 감추어온 역사에 구체적인 표정을 부여하다
이 이야기에서 우리는 아프리카인이 노예가 되어가는 과정에서 겪은 고난과 노예선에서 겪은 테러를 이해함으로써 고향을 떠나 징용과 착취에 시달리게 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이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노예와 선원의 관계, 선장과 선원의 관계, 노예와 노예의 관계 그리고 마지막으로 대도시 자본가와 노예무역 폐지론자들의 관계를 살펴봄으로써 대서양 노예무역을 다각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아프리카인을 “검은 황금”과 같은 상품으로 대하며 노예 공장, 노예 거래소를 거쳐 노예선이라는 “떠다니는 감옥”에 가두어버린 자본주의의 횡포, 유럽과 아프리카 그리고 미국을 연결하는 삼각무역으로 이익을 극대화하고자 했던 노예무역 상인들의 욕망, 낯선 곳에서 질병과 외로움 그리고 폭력을 견디며 목숨을 걸었던 선원들의 고난, 뱃동지로서 공통의 언어와 문화를 이룩하고 함께 저항한 노예들 간의 얽힌 운명, 노예들의 저항을 무력화하기 위한 선장과 선원의 테러가 모두 연결되며 하나의 이야기를 완성하고 있다.
노예선이라는 장엄한 연극이 현대인에게 남긴 숙제는 무엇인가
이렇게 하나의 이야기를 완성한 마커스 레디커의 업적은 마치 ‘책 사냥꾼’과 같은 모습이다. 그는 노예무역 “생존자”들이 남긴 수많은 “일차적 기록”을 수집하고 분석하였으며 이를 통해 가족과 민족의 이별에서부터 새로운 문화의 탄생에 이르는 긴 여정을 그려냈다. 그리고 이러한 긴 여정의 끝에서 이 책은 현대를 사는 우리에게 또 다른 질문을 던지고 있다. 이 이야기의 “악당과 선인”이 누구이며 “피해자와 가해자”가 누구인지 물어보는 단순한 질문으로 시작해서 자본주의가 정착된 이 시대에 노예들이 제공했던 노동력에 빚을 지고 사는 우리가 어떤 방식으로 이들이 겪은 고난과 테러를 배상해야 하는지에 대한 복잡한 질문까지 이어지는 일련의 질문은 모두 쉽게 답하기 힘든 문제이다.
저자는 이야기를 마무리하면서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으로 돈의 셈법이 아닌 인류애와 정의를 강조한다. 노예무역을 창조했던 게임의 규칙인 자본주의적인 해답은 정답이 될 수 없다. 이 이야기의 마지막에는 카리브해에서 병들고 죽어가던 선원을 보살펴준 노예에 대한 이야기가 실려 있다. 저자는 이 이야기에 가득 담겨있는 “인간성”이라는 개념이 노예선의 “장엄한 연극”에 새로운 미래를 가져올 것이라고 예견하며 이 이야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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