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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철학자 최진석의 시선으로 본 대한민국에 대한 정치사회 평론서다. 저자는 철학자의 궁극적 시선은 국가이고, 지금의 대한민국은 선진국으로 향해 가는 진입로에서 함정에 빠졌다고 밝힌다. 이유는 과거의 사고방식에 갇혀 있기 때문이다. 진영 논리에 빠져 자기 이익만을 추구하는 정치인들은 그러한 사고방식의 산물이자 장본인이다. 최진석은 2017년 문재인 정부가 탄생한 후 대한민국이 처한 현실을 냉정하게 직시한다. 일제강점기의 고통스러운 35년을 보내고 독립한 대한민국은 지난 76년 동안 건국, 산업화, 민주화라는 시대적 관제를 완수하고 이제 새로운 길에 나서야 할 지점에 섰다. 최진석은 한 단계 상승하고 혁신해야 할 것을 주장한다. ‘다음’으로 넘어가려면 종속성을 벗어나 ‘각성’해야 한다. 정치인에게만 맡기지 말고 한 사람 한 사람이 역사의 진보를 위해 어떻게 각성해야 하는지, 철학자 최진석은 냉철하면서도 높은 시선으로 굽어본다.
목차
머리말_이제는 건너가자
1부 국가란 무엇인가
하얼빈의 추억 : 본 것과 믿는 것 사이에서
‘독립’을 생각한다
국가는 국가다
대통령은 국가의 경영자
국가란 무엇인가
국가의 무지, ‘타다’의 경우
친일과 대한민국, 경술국치 110주년
2부 위험한 정치
나는 촛불을 들고 광화문에 섰다
대통령의 고유함
몽환적 통치, 당신은 어디에 있는가
나는 말한다, 좌파와 우파에 대하여
곰곰이 생각하는 사람의 등장
우리는 왜 과거에 갇히는가
나는 5?18을 왜곡하고 폄훼하는 사람들에게 저항한다
용기, 진영을 넘어
프레임을 넘어
정치의 상승을 바라다
촛불은 정말 혁명인가
역사의 진보는 필부들의 몫이다
3부 민주화 다음, 새 말 새 몸짓으로
우리 시대의 문제는 민주화인가
지금 우리의 혁신은
‘다음’으로 건너가기
민주화 다음을 꿈꾸다
한계를 넘어
새말 새몸짓으로
4부 내 안의 ‘아큐’를 넘어
독립의 주체로
독립으로
부끄러움을 아는 것
내 안의 ‘아큐’
시선의 차이
시선의 높이가 중요한 이유
1부 국가란 무엇인가
하얼빈의 추억 : 본 것과 믿는 것 사이에서
‘독립’을 생각한다
국가는 국가다
대통령은 국가의 경영자
국가란 무엇인가
국가의 무지, ‘타다’의 경우
친일과 대한민국, 경술국치 110주년
2부 위험한 정치
나는 촛불을 들고 광화문에 섰다
대통령의 고유함
몽환적 통치, 당신은 어디에 있는가
나는 말한다, 좌파와 우파에 대하여
곰곰이 생각하는 사람의 등장
우리는 왜 과거에 갇히는가
나는 5?18을 왜곡하고 폄훼하는 사람들에게 저항한다
용기, 진영을 넘어
프레임을 넘어
정치의 상승을 바라다
촛불은 정말 혁명인가
역사의 진보는 필부들의 몫이다
3부 민주화 다음, 새 말 새 몸짓으로
우리 시대의 문제는 민주화인가
지금 우리의 혁신은
‘다음’으로 건너가기
민주화 다음을 꿈꾸다
한계를 넘어
새말 새몸짓으로
4부 내 안의 ‘아큐’를 넘어
독립의 주체로
독립으로
부끄러움을 아는 것
내 안의 ‘아큐’
시선의 차이
시선의 높이가 중요한 이유
책 속으로
“사회주의 국가 중국의 하얼빈 공항에 내리니 저녁 일곱 시가 조금 넘었다. 어둠이 짙게 내려앉았고, 대륙 북방의 서늘한 기운이 벌써 깊은 가을처럼 느껴졌다. 공항은 한국의 지방 소도시 버스 터미널 같았다. 지방 소도시 버스 터미널처럼 보이는 공항을 보고 중국이 경제적으로 매우 낙후한 나라일 것이라고 추측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했다. 공항을 떠나 헤이룽장 대학교까지 가는 동안 본 풍경은 아직도 내게 깊이 새겨져 있다. 이것이 중국의 첫 인상이다. 사람들은 어깨에 별 이득도 없는 무거운 짐을 진 채 그저 걷기만 해야 하는 숙명을 지닌 사람들처럼 맥이 없었다. 지금도 기억한다. 공항이 남루한 것은 공항 자체의 탓도 있지만, 공항을 채운 사람들의 표정과 걸음걸이가 그렇게 보이도록 한 탓이 더 큰 것 같았다. 삶의 생기가 돋아나지 못할 어떤 덫에 갇힌 것 같았다. 정비되지 않은 길 양 옆으로는 군인인지 민간 경비원인지가 애매한 사람들이 긴 총을 메고 일정한 간격을 두고 서성거렸다. 감시할 무엇인가를 찾고 있는 자세였다. 공항을 멀리 떠나 시내에 가까워지면서도 공항에서 발견했던 무기력과 가난과 감시와 통제라는 음산한 기운은 내 인식의 언저리를 떠나지 않았다. 첫인상은 상당히 오래갔다. 강렬해서 오래가기도 했지만, 하얼빈에서 사는 내내 그런 것들을 매일매일 경험했기 때문이다.”
---p.20
“나는 지성을 성장시키는 분위기가 아니라 지성을 마비시키는 분위기에 압도당했었다. 건강하게 성장하는 지성이었다면, 자본주의를 비판하다 사회주의로 바로 넘어가지 않았을 것이다. 박정희를 비판하다가 바로 김일성에게로 넘어가지 않았을 것이다. 미국을 비판하다가 중국이나 소련으로 넘어가지 않았을 것이다. 나는 하얼빈에서 크게 앓으면서 현실 속에서 내 눈으로 직접 경험한 것을 가지고 나를 교정할 수 있었다. 자본주의 비판은 사회주의로의 전향이 아니라 자본주의 수정으로 귀결되어야 하고, 박정희 비판은 김일성 추종이 아니라 박정희 수정으로 진화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내가 그렇지 않았다면, 동구권 사회주의 몰락을 보고, 소련이 해체되는 것을 보고, 중국이 개혁 개방으로 성큼성큼 발전하는 것을 보고, 사회주의 정책을 고집하다가 몰락한 베네수엘라를 보고도 다른 사람들이 한 말들로 채워진 믿음을 계속 믿으려 고집을 피우다가, 내 눈으로 직접 본 것을 외면하는 우를 범했을 것이다.”
---p.24
“민주화 다음은 선진화라 할 수 있다. 선진화는 전술적 차원에서 전략적 차원으로, 따라 하기에서 선도력 추구로, 자리 경쟁에서 가치 경쟁으로, 사회과학적 시선에서 인문적 시선으로, 일반성에서 고유함으로, 명분과 이념에서 실리와 실용으로, 프로젝트 수행에서 어젠다 설정으로, 구체적 감각의 단계에서 추상적 사유의 단계로, 종속적 단계에서 능동적 단계로, 예능의 차원에서 예술의 차원으로, 선례 찾기에서 선례 만들기로, 안전 추구에서 과감한 모험으로, 대답하기에서 질문하기로, 정답 찾기에서 문제 찾기로, 지식 수입에서 지식 생산으로, 취업 기풍에서 창업 기풍으로 사회 전체를 혁신하는 일이다. 우리에게는 이런 단계로의 상승만이 남았고, 바로 이것이 현재를 사는 우리가 감당해야 할 시대 의식이다.”
---pp.41~42
“새로워져야 할 때 새로워지지 않으면 현재 가지고 있는 새로움 정도가 계속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 급속하게 더 낡아지는 것이 세상의 이치다. 한 단계 도약해야 할 때 도약하지 못하면 지금 수준을 계속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급속히 하강하게 되는 것 또한 세상의 이치다. 우리는 지금 답답한 처지에 있다. 중진국의 함정이라고도 한다.”
---p.239
“건국과 산업화와 민주화의 성공 신화는 물건과 제도의 높이에서 이룬 발전이다. 후진국과 중진국 정도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이제 이런 성공 신화를 뒤로 물리치고 한 단계 더 높고 새로운 신화를 써야 한다. 산업화 세력이 건국 세력을 도태시키고 새로워졌듯이, 민주화 세력이 산업화 세력을 밀어내며 나라를 새롭게 했듯이, 이제 우리가 할 일은 새로운 세력이 민주화 세력을 도태시키는 도전이다.”
---p.254
“독립이 습관이 된 나라의 정치는 사실에 의존하고, 종속성이 팽배한 나라의 정치는 도덕에 붙잡힌다. 독립적이면 몸이 앞으로 기울어 미래를 향하지만, 종속적이면 뒤로 기울어 과거에 갇힌다. 독립적이면 본질을 선택하고, 종속적이면 기능을 선택한다. 독립적인 나라의 정치는 국가 전체를 조망하며 나아가고, 종속적인 나라의 정치는 극히 편향적이거나 진영을 위주로 한다.”
---p.268
“세계는 좌우만 따지면 높이를 갖지 못하고, 높낮이만 따지면 넓이를 갖지 못한다. 하지만 혁명, 진보, 개혁 등등은 같은 높이에서 처지만 바꾸는 것이 아니라 고도를 높이는 일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처지와 입장만 바꾸는 것은 ‘개량’일 뿐이다. 이제는 높낮이를 살펴야 할 때가 아닐까?
---p.20
“나는 지성을 성장시키는 분위기가 아니라 지성을 마비시키는 분위기에 압도당했었다. 건강하게 성장하는 지성이었다면, 자본주의를 비판하다 사회주의로 바로 넘어가지 않았을 것이다. 박정희를 비판하다가 바로 김일성에게로 넘어가지 않았을 것이다. 미국을 비판하다가 중국이나 소련으로 넘어가지 않았을 것이다. 나는 하얼빈에서 크게 앓으면서 현실 속에서 내 눈으로 직접 경험한 것을 가지고 나를 교정할 수 있었다. 자본주의 비판은 사회주의로의 전향이 아니라 자본주의 수정으로 귀결되어야 하고, 박정희 비판은 김일성 추종이 아니라 박정희 수정으로 진화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내가 그렇지 않았다면, 동구권 사회주의 몰락을 보고, 소련이 해체되는 것을 보고, 중국이 개혁 개방으로 성큼성큼 발전하는 것을 보고, 사회주의 정책을 고집하다가 몰락한 베네수엘라를 보고도 다른 사람들이 한 말들로 채워진 믿음을 계속 믿으려 고집을 피우다가, 내 눈으로 직접 본 것을 외면하는 우를 범했을 것이다.”
---p.24
“민주화 다음은 선진화라 할 수 있다. 선진화는 전술적 차원에서 전략적 차원으로, 따라 하기에서 선도력 추구로, 자리 경쟁에서 가치 경쟁으로, 사회과학적 시선에서 인문적 시선으로, 일반성에서 고유함으로, 명분과 이념에서 실리와 실용으로, 프로젝트 수행에서 어젠다 설정으로, 구체적 감각의 단계에서 추상적 사유의 단계로, 종속적 단계에서 능동적 단계로, 예능의 차원에서 예술의 차원으로, 선례 찾기에서 선례 만들기로, 안전 추구에서 과감한 모험으로, 대답하기에서 질문하기로, 정답 찾기에서 문제 찾기로, 지식 수입에서 지식 생산으로, 취업 기풍에서 창업 기풍으로 사회 전체를 혁신하는 일이다. 우리에게는 이런 단계로의 상승만이 남았고, 바로 이것이 현재를 사는 우리가 감당해야 할 시대 의식이다.”
---pp.41~42
“새로워져야 할 때 새로워지지 않으면 현재 가지고 있는 새로움 정도가 계속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 급속하게 더 낡아지는 것이 세상의 이치다. 한 단계 도약해야 할 때 도약하지 못하면 지금 수준을 계속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급속히 하강하게 되는 것 또한 세상의 이치다. 우리는 지금 답답한 처지에 있다. 중진국의 함정이라고도 한다.”
---p.239
“건국과 산업화와 민주화의 성공 신화는 물건과 제도의 높이에서 이룬 발전이다. 후진국과 중진국 정도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이제 이런 성공 신화를 뒤로 물리치고 한 단계 더 높고 새로운 신화를 써야 한다. 산업화 세력이 건국 세력을 도태시키고 새로워졌듯이, 민주화 세력이 산업화 세력을 밀어내며 나라를 새롭게 했듯이, 이제 우리가 할 일은 새로운 세력이 민주화 세력을 도태시키는 도전이다.”
---p.254
“독립이 습관이 된 나라의 정치는 사실에 의존하고, 종속성이 팽배한 나라의 정치는 도덕에 붙잡힌다. 독립적이면 몸이 앞으로 기울어 미래를 향하지만, 종속적이면 뒤로 기울어 과거에 갇힌다. 독립적이면 본질을 선택하고, 종속적이면 기능을 선택한다. 독립적인 나라의 정치는 국가 전체를 조망하며 나아가고, 종속적인 나라의 정치는 극히 편향적이거나 진영을 위주로 한다.”
---p.268
“세계는 좌우만 따지면 높이를 갖지 못하고, 높낮이만 따지면 넓이를 갖지 못한다. 하지만 혁명, 진보, 개혁 등등은 같은 높이에서 처지만 바꾸는 것이 아니라 고도를 높이는 일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처지와 입장만 바꾸는 것은 ‘개량’일 뿐이다. 이제는 높낮이를 살펴야 할 때가 아닐까?
---p.293
출판사 리뷰
“슬프고 둔감한 우리여!
작은 이익이나 진영의 이념을 벗고 한 층만 더 올라 나라를 보자”
진영의 논리를 넘어 선진화의 길로 나아가자는 철학자의 통찰
“세계는 좌우만 따지면 높이를 갖지 못하고, 높낮이만 따지면 넓이를 갖지 못한다. 하지만 혁명, 진보, 개혁 등등은 같은 높이에서 처지만 바꾸는 것이 아니라 고도를 높이는 일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처지와 입장만 바꾸는 것은 ‘개량’일 뿐이다. 이제는 높낮이를 살펴야 할 때가 아닐까?” _ 본문 중에서
철학자 최진석은 아직도 이념 논쟁 중인 대한민국의 좌파나 우파가 다 같이 문제 있다고 생각한다. 좌파는 매력을 상실했고 우파는 원체 매력이 없는데, 두 세력의 매력 없는 충돌에 하릴없이 운명을 맡겨둔 게 대한민국 국민이다. 이런 대결 형국에서 두 진영은 자기 확신에 빠져 상대방을 공격하기에만 바쁘다. ‘종북 좌빨’이니 ‘토착 왜구’니 ‘친일파’니 ‘반일파’니 하는 비방은 케케묵은 프레임을 씌워 상대방에게 오명을 입히려는 오래된 수작이다. 이런 사회에서는 논쟁이 선악과 진위를 따지며 맴도는 것에서 한 치도 나아가지 못한다. 염치를 내던진 집권자들은 언어 질서 파괴, 신뢰 파괴에 앞장서고 사회는 집단적 광기와 우상 숭배에 휩쓸린다. 그런데 이것이 어제오늘 일인가? 조선 중기, 율곡 이이는 외세 침입의 어두운 기운이 감도는 조선 사회를 경고하면서 임금에게 상소문을 올렸다. 종속성에 붙들려 사는 대한민국은 그때나 지금이나 비슷한 상황에 처해 있다.
최진석은 서강대학교와 중국 베이징대학교에서 동양철학을 전공하고 대학 강단에서 해박한 지식과 명징한 사유를 전달하는 교수로서 이름을 높였다. 교육방송이 진행한 [EBS 인문학특강]에서는 대중이 원하는 인문적 통찰을 명쾌하게 제시해 일반 시청자의 이목을 모았다. 이후 대학 강단에 머무르지 않고 대중 강연에 뛰어들어, 각성하고자 하는 교육생에게 사유의 기틀을 세워주는 혁신의 길에 선 사람이 최진석 철학자다. 흔히 철학이라 하면 고도로 추상화하여 일반 현실과 동떨어진 학문이라고 생각하기 쉬우나, 최진석은 이 모든 사유가 현실로부터 밀착해 출발한다고 말한다. 《최진석의 대한민국 읽기》도 그렇게 해서 나왔다.
저자는 이 책에서 대한민국이 처한 현재를 톺아본다. 그가 보기에 대한민국은 ‘민족’과 ‘국가’ 개념도 뒤섞인 채로 혼란에 빠진 나라다. 외세에 시달리며 강대국들의 간섭을 받았던 지난 역사에서 비롯한 현실이다. 보수와 진보는 각자 프레임 씌우기로 상대방을 헐뜯고, 과거에 갇힌 사유와 종속적인 사고방식과 새로운 어젠다의 부재가 대한민국의 더 큰 도약을 막고 있다. 세계는 4차 산업혁명의 도래를 맞아 대응하느라 분주한데, 대한민국은 각종 규제에 시달리며 선도적인 위치를 놓치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줄기차게 대한민국의 다음을 꿈꾼다. 대한민국의 ‘다음’은 어떻게 만들어가야 하는가?
1945년 광복 이후 숨가쁘게 달려온 대한민국은 가난과 압제와 독재의 굴레에서 벗어나 선진국 대열에 진입하는 길목에 섰다. 성공적으로 진입해 한 단계 더 높은 대한민국을 만들어가려면 그에 걸맞은 시선의 높이와 상승이 필요하다고 최진석은 힘주어 말한다. 종속성에서 벗어나 독립적인 사유를 하고, 기능만을 추구하는 얕은 사고방식에서 탈피해 거시적으로 목적을 생각하고, ‘민주화’라는 과거의 의제를 벗어나 ‘선진화’를 달성해야 한다. 물질을 넘어 문화적이고 과학적이고 철학적인 높이로 상승하려는 노력이 있어야만 대한민국은 생존할 수 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작은 이익이나 진영의 이념을 벗고 한 층만 더 올라 나라를 보자”
진영의 논리를 넘어 선진화의 길로 나아가자는 철학자의 통찰
“세계는 좌우만 따지면 높이를 갖지 못하고, 높낮이만 따지면 넓이를 갖지 못한다. 하지만 혁명, 진보, 개혁 등등은 같은 높이에서 처지만 바꾸는 것이 아니라 고도를 높이는 일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처지와 입장만 바꾸는 것은 ‘개량’일 뿐이다. 이제는 높낮이를 살펴야 할 때가 아닐까?” _ 본문 중에서
철학자 최진석은 아직도 이념 논쟁 중인 대한민국의 좌파나 우파가 다 같이 문제 있다고 생각한다. 좌파는 매력을 상실했고 우파는 원체 매력이 없는데, 두 세력의 매력 없는 충돌에 하릴없이 운명을 맡겨둔 게 대한민국 국민이다. 이런 대결 형국에서 두 진영은 자기 확신에 빠져 상대방을 공격하기에만 바쁘다. ‘종북 좌빨’이니 ‘토착 왜구’니 ‘친일파’니 ‘반일파’니 하는 비방은 케케묵은 프레임을 씌워 상대방에게 오명을 입히려는 오래된 수작이다. 이런 사회에서는 논쟁이 선악과 진위를 따지며 맴도는 것에서 한 치도 나아가지 못한다. 염치를 내던진 집권자들은 언어 질서 파괴, 신뢰 파괴에 앞장서고 사회는 집단적 광기와 우상 숭배에 휩쓸린다. 그런데 이것이 어제오늘 일인가? 조선 중기, 율곡 이이는 외세 침입의 어두운 기운이 감도는 조선 사회를 경고하면서 임금에게 상소문을 올렸다. 종속성에 붙들려 사는 대한민국은 그때나 지금이나 비슷한 상황에 처해 있다.
최진석은 서강대학교와 중국 베이징대학교에서 동양철학을 전공하고 대학 강단에서 해박한 지식과 명징한 사유를 전달하는 교수로서 이름을 높였다. 교육방송이 진행한 [EBS 인문학특강]에서는 대중이 원하는 인문적 통찰을 명쾌하게 제시해 일반 시청자의 이목을 모았다. 이후 대학 강단에 머무르지 않고 대중 강연에 뛰어들어, 각성하고자 하는 교육생에게 사유의 기틀을 세워주는 혁신의 길에 선 사람이 최진석 철학자다. 흔히 철학이라 하면 고도로 추상화하여 일반 현실과 동떨어진 학문이라고 생각하기 쉬우나, 최진석은 이 모든 사유가 현실로부터 밀착해 출발한다고 말한다. 《최진석의 대한민국 읽기》도 그렇게 해서 나왔다.
저자는 이 책에서 대한민국이 처한 현재를 톺아본다. 그가 보기에 대한민국은 ‘민족’과 ‘국가’ 개념도 뒤섞인 채로 혼란에 빠진 나라다. 외세에 시달리며 강대국들의 간섭을 받았던 지난 역사에서 비롯한 현실이다. 보수와 진보는 각자 프레임 씌우기로 상대방을 헐뜯고, 과거에 갇힌 사유와 종속적인 사고방식과 새로운 어젠다의 부재가 대한민국의 더 큰 도약을 막고 있다. 세계는 4차 산업혁명의 도래를 맞아 대응하느라 분주한데, 대한민국은 각종 규제에 시달리며 선도적인 위치를 놓치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줄기차게 대한민국의 다음을 꿈꾼다. 대한민국의 ‘다음’은 어떻게 만들어가야 하는가?
1945년 광복 이후 숨가쁘게 달려온 대한민국은 가난과 압제와 독재의 굴레에서 벗어나 선진국 대열에 진입하는 길목에 섰다. 성공적으로 진입해 한 단계 더 높은 대한민국을 만들어가려면 그에 걸맞은 시선의 높이와 상승이 필요하다고 최진석은 힘주어 말한다. 종속성에서 벗어나 독립적인 사유를 하고, 기능만을 추구하는 얕은 사고방식에서 탈피해 거시적으로 목적을 생각하고, ‘민주화’라는 과거의 의제를 벗어나 ‘선진화’를 달성해야 한다. 물질을 넘어 문화적이고 과학적이고 철학적인 높이로 상승하려는 노력이 있어야만 대한민국은 생존할 수 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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