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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의 즐거움 (2023) - 우리가 사랑한 작가들의 매혹적인 걷기의 말들

동방박사님 2024. 4. 18.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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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혼자 걸을 때처럼 완전히 살아 있어본 적도,
그렇게 철저하게 나 자신이 되어본 적도 없었다”

제인 오스틴, 헨리 데이비드 소로, 찰스 디킨스,
E. M. 포스터, 샬럿 브론테, 버지니아 울프까지
서른네 명의 작가가 길 위에서 쓴 사유와 감성의 문장들


“먼 곳에서 이곳으로, ‘아직도’ 걸어오는 중인 옛사람들이 있다. 『걷기의 즐거움』은 그들의 건강하고 온화한 발소리를 담은 책이다. 인생이 흘러가는 것임을 감각하고 싶다면 이 책을 곁에 두어야 한다.” ─박연준(시인)

유튜브와 SNS, 숏폼이 지배하는 세상, 영화나 드라마마저 ‘10분 요약’으로 즐길 만큼 숨가쁘게 돌아가는 가운데서도 걷기 인구는 오히려 늘고 있다. 바쁜 일상에서 걷는 행위를 열망하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두 발을 번갈아 내딛는 단순한 행위이자, 수단이자 목적 그 자체인 ‘걷기’는 인간의 역사를 통틀어 철학과 예술에 자극제가 되어왔다. 그리고 현대인들에게는 가장 손쉬운 명상법이자 치유법이기도 하다. 위대한 작가, 예술가, 철학자 대다수가 열정적인 산책자였으며 그들에게 걷기가 주요한 영감이자 소재가 되어온 사실은 그리 놀랍지 않다. 니체는 "진정 위대한 모든 생각은 걷기에서 나온다"고 말했으며, 『월든』의 저자이며 미국을 대표하는 작가이자 사상가 소로에게도 걷기란 하루도 거르지 않고 행한 종교적 행위나 다름없었다. 영국을 대표하는 시인 워즈워스는 일평생 28만 킬로미터를 걸었다고 하며 이는 지구를 일곱 바퀴 돈 셈이다. 버지니아 울프의 아버지이자 문학자 레슬리 스티븐은 "나의 하루하루는 걷기에 대한 열망으로 얽혀 있다"며, "글쓰기란 결국 산책의 부산물"이라고 고백한다.

걷기에 대한 세계적인 작가들의 글을 한 권에 모은 책이 인플루엔셜에서 출간되었다. 세계에서 네 번째로 큰 출판사인 맥밀란의 기획으로 탄생한 『걷기의 즐거움』은 제인 오스틴, 헨리 데이비드 소로, 찰스 디킨스, 에밀리 브론테, 마크 트웨인, 조지 엘리엇, E. M. 포스터, 버지니아 울프 등 17세기 중엽부터 20세기 초까지 활동한 문호들의 '걷기'를 주제로 한 글을 담은 앤솔러지다. 시, 에세이, 소설 등 서른네 명의 세계적인 작가가 길 위에서 써내려간 사유와 감성의 문장들이 한 권 안에 빼곡히 담겼다. 독자들은 이 책에서 너무 빠르게 흘러가는 세상을 생각의 속도로 유유히 산책하며, 자기만의 속도로 인생을 걷는 법을 만나게 될 것이다.

목차

엮은이 서문

1장 걷기는 마음이 시키는 일

헨리 데이비드 소로 「걷기」
장 자크 루소 『고백록』
윌리엄 쿠퍼 「정오의 겨울 산책」
존 버로스 「길가의 환희」
존 클레어 「여름 분위기」 외
윌리엄 워즈워스 「구름처럼 외롭게 나는 헤맸네」 외
레슬리 스티븐 「걷기 예찬」
윌리엄 해즐릿 「홀로 가는 여행」
버지니아 울프 「밤 산책」

2장 여기가 아닌 어딘가로

E. M. 포스터 『전망 좋은 방』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도보 여행」
월트 휘트먼 「열린 길의 노래」
라빈드라나트 타고르 『벵골의 모습』
도로시 워즈워스 『스코틀랜드 여행 회상기』
윌키 콜린스 『철길 너머 산책』
마크 트웨인 『떠돌이, 해외로 나가다』
로사 N. 캐리 『다른 소녀들과 다르게』
존 다이어 「시골 산책」
W. B. 예이츠 「방황하는 잉거스의 노래」

3장 걷는 존재들

제인 오스틴 『오만과 편견』
엘리자베스 배럿 브라우닝 『오로라 리』
토머스 하디 『성난 군중으로부터 멀리』
프랜시스 버니 『방랑객 또는 여성의 어려움』
에밀리 브론테 『워더링 하이츠』
앤 래드클리프 『우돌포성의 비밀』
해리엇 마티노 『디어브룩』
조지 엘리엇 『미들마치』
프레더릭 더글러스 『미국 노예, 프레더릭 더글러스의 삶 이야기』

4장 도시를 걷는 산책자

샬럿 브론테 『빌레트』
로버트 사우디 『영국에서 온 편지』
찰스 디킨스 「밤 산책」
샬럿 레녹스 『여성 키호테』
엘리자베스 개스켈 『남과 북』
앨프리드 테니슨 「인 메모리엄」

이 책에 실린 글
 

저자 소개 

 
영국의 시인. 웨일스 출신으로 화가이며 목사이기도 했다. 대표작은 묘사적이며 명상적인 시 [그롱거 언덕](1726)으로, 시골을 회화적이며 고전적인 풍경으로 그려냈다. 훗날 낭만주의 시인들에게 영감을 주었다.
 
저 : 장 자크 루소 (Jean-Jacques Rousseau)
 
18세기 프랑스의 사상가이자 소설가. 1712년 '유럽의 가장 작은 공화국’ 제네바의 시계 수리공 집안에서 태어난 루소는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어머니를 여의고 아버지 손에서 자랐다. 10살이 되던 해 아버지가 칼부림 사건으로 도피한 후부터는 외숙부 밑에서 자랐다. 그는 외사촌과 함께 한 목사의 집에서 라틴어를 비롯한 여러 교육을 받았으나 엄격하고 인위적인 교육 방법은 그에게 맞지 않았다. 그 후 법원 서기의...
영국의 소설가, 극작가, 시인. 배우로 활동하다가 시와 산문을 쓰는 작가가 되었다.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를 비틀어 쓴 대표작 《여성 키호테》(1752)는 당대에 인기를 끌었고, 사후에 문학적 가치가 재평가되었다.

책 속으로

아무리 돈이 많아도 산책에 꼭 필요한 여유, 자유, 독립은 돈으로 살 수가 없다. 그런데 이런 것들이야말로 산책에 가장 중요한 것이다. 산책자가 되려면 하늘에서 은총이 내려야 한다. 직접 하늘의 축복을 받아야 한다. 산책자 가문에서 태어나야 한다. 산책자는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태어나는 것이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 걷기」중에서

혼자 걸어서 여행할 때처럼 그렇게 내가 완전히 살아 있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없었고, 감히 표현하자면 그렇게 완전한 삶을 영위한 적도, 그렇게 철저하게 나 자신이 되어본 적도 없었다. 걷기는 나에게 생기를 불어넣어주었고 정신을 깨워주었다. 아무런 움직임이 없다면 나는 생각조차 할 수가 없다. 내 이성이 발동하려면 내 몸도 움직여야 한다.
---「장 자크 루소, 고백록」중에서

진정으로 걷기를 즐기는 사람은 그 자체가 즐거워서 걷는다. 그는 걷기가 요구하는 육체적 강인함에 대한 자기만족을 넘어 잘난 체하지 않는다. 다리의 근육 운동은 다만 걷기가 자극하는 ‘두뇌 운동’이나 걸으며 떠오르는 조용한 명상이나 상상에 따르는 부수적인 것으로 여기며, 꾸준하게 땅을 밟고 나아가면서 지적인 균형감을 유지한다.
---「레슬리 스티븐, 걷기 예찬」중에서

어렴풋한 내 생각들을 가시 같은 껄끄러운 논쟁에 얽매이게 하기보다는 순풍에 떠돌아다니는 엉겅퀴처럼 그냥 놔두고 싶다. 그저 내 방식대로 하고 싶은 것이다. 이것은 홀로 있을 때만 가능하고 원치 않는 동반자와 있을 때는 불가능하다. (…) 공기의 느낌, 구름의 색조에 물든 당신의 상상력이 있을 텐데, 어찌 그 감흥을 말로 설명할 수 있겠는가.
---「윌리엄 해즐릿, 홀로 가는 여행」중에서

침묵의 순간들이 자주 다가왔고 옆에 같이 걷던 사람조차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것 같았다. 일행들은 사방에 어둠이 엄습하는 것을 느끼면서 점차 어둠을 받아들이며 각자 걸어가기 시작했고, 땅 위를 움직이는 몸뚱어리는 넋 나간 듯 떠다니는 영혼과 분리된 듯했다. 심지어 길조차 우리 뒤편으로 사라지게 되자 우리는 길의 흔적도 사라져버린 어둠의 밤바다를 몸으로 부딪치며 나아갔다. (…) 눈으로 불빛을 확인하자, 머리가 깨어나 불빛이 자리할 세상의 모습을 그려냈다. 분명히 저 아래로 언덕이, 그 밑에는 마을이, 그리고 그곳으로 가는 길이 구불구불 나 있었다. 세상 모습을 그리는데 불빛 열두 개 정도면 충분한 셈이었다.
---「버지니아 울프, 밤 산책」중에서

도보 여행은 그 본질이 자유로운 것이기에 자기 마음이 이끄는 대로 가다 서다 하며 혼자 떠나야 한다. 그래야 자기가 원하는 속도로 갈 수 있고, 보폭 빠른 사람을 쫓거나 어린 소녀의 보폭에 맞춰 종종걸음을 할 필요가 없게 된다. 보이는 모든 것에 마음을 열고 그 결을 따르고, 부는 바람에 맞춰 피리 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도보 여행」중에서

여기에서 나는 내가 속해 있는 모든 곳에서 요구하는 것을 다 내려놓는다. 더 이상 긴장 상태로 돌아가는 기계도 아니다. 하루하루가 온전하게 다 내 것이고, 시공간의 모든 족쇄에서 벗어나 유쾌한 기분에 이런저런 사색에 잠겨 들판을 거닌다. 고개 숙인 채 걷다 보면, 땅과 하늘과 강이 서서히 저녁 기운으로 물들고 나 역시 이들을 따라 걷는다.
---「라빈드라나트 타고르, 벵골의 모습」중에서

혼자 계속 걸어갔다. 빠른 걸음으로 들판을 가로지르며 얕은 계단을 뛰어 넘고 웅덩이가 나타나자 잽싸게 건넜다. 마침내 그 집이 보였다. 발목이 아프고 스타킹은 더럽혀진 데다 운동의 열기로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라 있었다. 그녀는 아침 식사를 하고 있는 식당으로 안내되었다. 그곳에는 제인만 빼고 모두 모여 있었다. 그녀가 나타나자 다들 깜짝 놀랐다. 이렇게 이른 시각에 날씨도 궂은데 혼자 3마일을 걸어왔다는 걸 허스트 부인이나 빙리 양은 믿을 수가 없었다.
---「제인 오스틴, 오만과 편견」중에서

여기라고 뭐 그리 대단한 것은 아니었다. 나는 혼자서 밖으로 나가도 되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아침 식사를 마치고, 외출을 했다. 너무 즐겁고 들떴다. 혼자 런던을 걷는 것 자체가 모험 같았다. 나는 곧 서점이 늘어선 패터노스터 거리에 이르렀고, 존스라는 사람이 운영하는 서점에 들어갔다. 나는 작은 책을 한 권 샀다. 내게는 사치였지만 언젠가 배럿 부인에게 주거나 보내야겠다고 생각했다. 무미건조해 보이는 존스 씨가 책상 뒤에 서 있었는데, 그가 이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사람이고 내가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인 것처럼 느껴졌다.
---「샬롯 브론테, 빌레트」중에서

가벼운 발걸음으로 고사리를 밟아 특유의 향을 느끼면서 잔인한 기쁨을 맛보았다. 따스한 햇빛과 향긋한 공기로 가득 찬 공터에는 야생 생물이 햇빛 아래 자유롭게 어우러져 있었고, 빛을 받아 생기 있는 허브와 꽃 들도 보였다. 이러한 삶, 적어도 이 산책만큼은 모두 마거릿이 바라던 대로였다.
---「엘리자베스 개스켈, 남과 북」중에서

출판사 리뷰

꾸준하게 땅을 밟고 나아가면서 지적인 균형감을 유지하는 감각
한 권에서 만나는 『고백록』, 『오만과 편견』, 『전망 좋은 방』
‘걷기의 말들’에서 발견한 자기만의 속도로 인생을 걸어가는 법


수백 년 전에 쓰인 글에 현대의 독자가 완벽하게 공감할 수 있을까? 그 주제가 ‘걷기’라면 충분히 가능하다. 인간의 오랜 역사 속에서 변함없이 그대로인 것이 있다면 아마도 걷기의 감각이 아닐까. 『걷기의 즐거움』은 17세기 중엽부터 20세기 초까지 쓰인 ‘걷기’에 관한 글을 한 권에 모은 책이다. 영국을 대표하는 맥밀란 출판사가 선별한 서른네 편의 글들이 실려 있다. 각각의 글은 모두 걷기를 다루고 있지만, 시대와 배경, 글의 성격에 따라 놀랍도록 다양하다. 전원을 거닐며 자연과 하나가 되는 시인, 사색을 통해 내면 깊숙이 파고드는 철학자, 도보 여행을 창작 활동의 자양분으로 삼는 예술가도 있다. 책 속 누군가에게는 낭만적인 행위였던 걷기가 다른 글에서는 금지된 행위가 되기도 하고, 생존을 위한 수단이 되기도 한다. 다채로운 걷기의 말들과 산책의 장면들이 느슨하게 선별된 만큼, 유명 작가의 잘 몰랐던 작품이나 낯선 작가를 발견하는 기쁨도 있다. 『오만과 편견』이나 『워더링 하이츠』(폭풍의 언덕)에서 발췌된 부분을 읽다 보면 무심코 지나쳤던 고전 속 장면이 새롭게 다가온다.

『걷기의 즐거움』은 어디서부터 읽어도 상관없지만, 크게 네 가지 주제로 묶여 있다. 1장에서는 소로의 「걷기」, 버지니아 울프의 「밤 산책」 등 걷기 그 자체를 주제로 한, 산책자의 내면을 다룬 산문과 시를 만날 수 있다. 2장에서는 걷기란 결국 어딘가로 움직이는 것이라는 데 주목해, 포스터의 『전망 좋은 방』 속 이탈리아 여행 장면 등 익숙한 곳에서 낯선 곳으로 향하고, 홀로 또 같이 도보 여행을 떠나며, 우연과 가능성을 만나기도 하는 문장들을 만난다. 3장은 ‘걷는 존재들’에 대해 고찰해볼 수 있는 글들을 모았다. 제인 오스틴, 에밀리 브론테, 조지 엘리엇, 해리엇 마티노 등 걷고 쓰는 행위가 사회에 대한 반항이자 해방이기도 했던 여성들의 소설부터, 노예로서 생존을 위해 걸어야 했던 프레더릭 더글러스의 기록을 다루기도 한다. 마지막 4장에서는 관찰자가 되어 배회하는 도시 산책의 면모를 엿볼 수 있다. 소음과 인파에 휩쓸린 위험한 보행을 묘사한 로버트 사우디의 글이나, 한밤중 불면증으로 노숙자들 사이를 헤매는 찰스 디킨스의 문장도 인상적이다.

어느 시대든, 어떤 방식으로든 길 위에서 발을 떼어 걷는 사람들이 있었다. 걷기에 매혹되었던 위대한 작가들이 길 위에서 써내려간 서른네 편의 글 속에서, 독자들은 자기만의 속도로 인생을 걷는 감각을 배울 수 있다. 그리고 이 책을 덮고 나면, 틀림없이 자기만의 걷기를 시작하고 싶어질 것이다.

추천평

먼 곳에서 이곳으로, ‘아직도’ 걸어오는 중인 옛사람들이 있다. 『걷기의 즐거움』은 그들의 건강하고 온화한 발소리를 담은 책이다. 걷기는 생활을 흐르게 한다. 책을 읽다 “가장 가벼운 사람은 즐거운 마음을 가진 사람”이라는 문장에 놀랐다. 어쩌면 내가 이번 생에 유일하게 바란 건 가벼워지는 일이 아니었을까? 무거운 영혼은 움직일 수 없다. 기쁨도 자유도 없다. 걷고 싶을 때 걸을 수 있다는 것이 생의 축복임을 보여주는 책을 만났다. 일상이 갑갑하게 느껴질 때마다 들고 나가고 싶다. 오랜만에 마음이 정화되는 독서를 했다. 인생이 흘러가는 것임을 감각하고 싶다면 이 책을 곁에 두어야 한다. 읽다 보면 당신도 걷고 싶어질 것이다. 가볍게!
- 박연준 (시인)